불안한 세상에서 유쾌하게 살아남기

   
알렉산더 마르구이어(역자: 이미옥)
ǻ
생각연구소
   
13000
2011�� 09��






& &>size=2>■ 책 소개
비행기 추락,대홍수와 산사태,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총기난사와 테러, 토네이도와 허리케인 그리고 이름만으로도 혐오스러운 갖가지 새로운 바이러스와질병들. 세상은 그야말로 발 닿는 곳마다 목숨을 위협하는 지뢰밭이며, 소름끼치도록 끔찍한 생지옥이다. 그러나 그 모든 위험은 정말로 위험할까?핵발전소보다 매일 마시는 술로 인해 죽을 확률이 높으며, 비행기에서 테러를 당할 경우의 수보다 비행기를 타러 가는 차 안에서 교통사로로 다칠공산이 더 크다면?

“위험이 구체적인 모습을띠지 않고 어렴풋하게 다가오는 그 순간, 우리의 불안은 의지계수를 넘어서 상상을 초월하는 방향으로증폭한다.”

그동안 우리가 불안과 공포를 느꼈던 모든‘문제적 상황’에 대해 역사적 사건과 심리학적 분석을 기반으로 유쾌하면서도 흥미롭게 파헤친다.

size=2>■ 저자 알렉산더 마르구이어(AlexanderMarguier)
허를 찌르는 시니컬한 농담 속에서도 객관적인 ‘사태 파악’과 날카로운 ‘현실 분석’을 도출해내는 것이주특기인 정치 전문 저널리스트. 또한 하루 일과가 끝나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맥주를 한잔 쭉 들이켠 뒤 ‘핵폭탄보다 술 때문에 죽을 확률이 더높다’에 대한 글을 쓰는 언행불일치 논픽셔니스트.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일간지로 손꼽히는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차이퉁」의 정치부,사회부 기자를 거쳐 시사 잡지 「키케로」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사치에 관한 사전』이 있으며, 지금도 베를린에서 ‘술은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원수일지도 모르지만,성경에 따르면 우리는 원수를 사랑해야 한다’를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며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의 근원과 통념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중이다.

& &>size=2>■ 역자이미옥
경북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독문학 석사, 경북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인문, 경제경영, 문학,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출판기획과 번역 일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북에이전시 ‘초코북스’를 운영하며 외국의 양서를국내에 소개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성장의 광기』『히든 챔피언』『환생 프로젝트』『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괜찮아, 보이는 게전부가 아니야』『세 시 반에 멈춘 시계』『사랑해요 할머니』『기막힌 말솜씨』『협력하는 유전자』 등이 있다.

■ 차례
서문 - 우리가 느끼는 불안, 두려움, 공포에 숨겨진 진실

& &>size=2>1장 먹거나마시거나 혹은 주입하거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원수 - 술 
때로는 맛있게, 때로는 치명적으로 - 버섯 
위험종합선물세트 - 마약 
달콤한 지옥 - 흡연 
수백 가지 약보다 한 번의 운동 - 콜레스테롤 
독의 또 다른 이름 - 약
끊임없는 논쟁의 양념덩어리 - 식품첨가제 

&&>size=2>2장 마음의 비명 
살아가고 사랑하는 외로운 심장 - 고독 
짧은수명과 질병의 동반자 - 가난 
호모 사피엔스의 악명 높은 무능력 - 사람의 실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생명보호 매커니즘 -스트레스 

& &>size=2>3장인생, 움직이는 것 자체가 견적 
목화밭 노예를 위한 노랫소리 - 일 
거금을 들여 즐기는 특별한 위험 - 여행
전염될지 모른다는 공포 - 섹스 
정복 심리를 자극하는 비밀스러운 적 - 스포츠 
사라지지 않는 원시적 쾌락 - 전쟁
떠들썩한 숫자놀음의 굴레 - 범죄 
인간의 나약함을 증명하는 자연의 힘 - 목욕과 수영 
위험을 상상하다 - 테러리즘

& &>size=2>4장 천재지변을넘어선 인재지변 
인류에게 내려진 형벌 - 지진 
신의 분노를 넘어선 현대적 위험의 출발점 - 화재 
브루스윌리스만이 막을 수 있는 그들 - 운석 
지구가 멸망한다, 그게… 대략 1천년 후쯤… - 화산 
종교개혁의 일등공신 - 뇌우
다소 저평가된 살인 요인 - 폭염 
삶과 죽음을 가르는 황금의 15분 - 눈사태 
의심스러운 계산에 의한 예측 - 기후 변화

5장 인간이 만든 치명적발명품 
맹목적으로 안전하다고 믿어도 될까 - 기차 
작으면 작을수록 더 치명적이다 - 미세먼지와 배기가스
‘무려’ 자전거보다 안전한 이동수단 - 비행기 
남의 살은 몰라도 내 살은 태우지 마세요 - 바비큐 그릴 요리 
낭만적인 고문도구 - 소음 
현대판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 도로 교통 
국제적 전염병 - 비만 
미국이 기침을 하면 유럽은 독감에걸린다 -세계적인 유행병 

6장 유기체처럼보이는 인간 이외의 녀석들 
어쨌든 진실은 저 너머에 - 외계인 
놀이의 규칙이 다른 그와 뽀뽀하기 - 개
첫인상 때문에 손해가 막심한 동물 - 거미 
믿고 싶지 않은 감염의 온상 - 병원균 
글로벌화로 인해 미래가 창창한 미생물 -살모넬라와 친구들 
영리한 악마 - 뱀 
비열하고 생명력이 질긴데다 천적도 제로 - 진드기 

size=2>7장 위험제조공장 공장장 
정치 분쟁의 단골메뉴 - 핵발전소 
음모론 종결자 - 예방접종 
민감하거나, 혹은 평온하거나 - 전자파 
섭취, 중독, 그리고 자기합리화 -살충제 
가늠할 수 없는 두려움의 초상 - 과학 실험 
피할 수 있다면 피하라 - 엑스레이 
해답이 없는 선과 악의 대결 -유전자 기술 
피부를 넘어 건강까지 태운다 - 일광욕실 




불안한 세상에서 유쾌하게 살아남기


먹거나 마시거나 혹은 주입하거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원수 - 술

오래 전에 나는 리옹에서 프랑스 작가 레이몬드 라크로와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당시 여든다섯 살이던 라크로와는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더 차이퉁」 신문에 규칙적으로 기사를 쓰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괴테와 노발리스의 언어로 기사를 쓴다"고 강조했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교양이 넘쳐흐르던 그 노신사는 반주로 샴페인 한 잔을 주문하며 샴페인은 술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게 경험 많은 노신사의 말에 누가 딴지를 걸겠는가. 


나 역시 반박하지 않았고 오히려 레이몬드 라크로와의 말을 내 신조로 삼게 되었다. 사실 그의 믿음은 사회생활을 하자면 술은 어느 정도 필수적이라는 이른바 근거 없는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가령 윈스턴 처칠은 수상 시절 영국의 공중전을 진두지휘하면서 매일 오후에 폴 로저를 한 병씩 마셨다. 그리고 모든 애주가들이 들으면 좋아할 만한 말을 남겼다. "술이 나에게서 빼앗아가는 것보다 내가 술로부터 얻는 게 더 많다."


이 말은 처칠보다 먼저 태어났고 미합중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매우 인상적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맥주는 신이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다시 태어난다면 요즘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해서 정치가로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정치와 술 사이의 상호작용은 매우 특별한 주제다. 원칙적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모든 정치가는 사람들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해로운 결과를 낳는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술의 피해를 줄이려면 무언가 시도를 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술을 금지할 수 없는 이유는 술이 없으면 정치도 금세 붕괴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전 수상 게르하르트 슈뢰더만큼 이러한 딜레마를 잘 표현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2000년 여름축제 때 그는 전설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에게 맥주를 가져오시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여기에서 파업을 할 것이오!"


술이 일자리와 세금을 창출한다는 경제적 이유를 거론하는 사람들은 술이 유발하는 비용에 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 독일만 해도 술로 인한 피해는 매년 200억 유로(약 30조 원)나 된다. 병원에서의 일반적인 치료는 물론 응급치료, 작업장에서의 사고, 기물 파손, 조기 퇴직에 들어가는 비용도 매우 중요하다. 만하임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술로 인한 질병을 연구하는 스티븐 둘리 교수의 보고에 따르면, 일반 병실에 있는 환자 가운데 20퍼센트가 어떤 형태로든 알코올 소비와 관련이 있는 질병으로 고통을 당한다고 한다.


일일섭취량으로 여성은 10밀리미터, 남성은 20밀리미터(포도주 한 잔 정도)의 술을 마실 경우 결국 간에 영향을 주게 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면 지방이 축적되고 간세포가 죽어 간 조직에 염증이 생긴다. 이것이 더 진행되면 간경변과 간암에 걸리고 만다.


독소를 걸러내는 간에 들어가는 술이 어떤 종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샴페인이든 독주든 손상을 입히기는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 함량이다. 독일의 경우 매년 술 소비량이 1인당 9.9리터로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는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헝가리와 체코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 알코올 소비 국가임을 의미한다. 술 마시기가 올림픽 종목이라면 경쟁하듯 마셔대는 술 소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독일에서는 대략 150만 명이 술로 인한 질병을 앓고 있는데 남성이 120만 명, 여성이 30만 명을 차지한다. 흥미롭게도 여성 환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30년 동안 스물다섯 살에서 마흔다섯 살 사이에 간경변을 앓는 남성 환자가 두 배로 늘었고, 여성의 경우에는 같은 연령대에서 세 배나 늘었다.


술을 계속 마시면 심장병, 정신박약, 뇌출혈, 구강암, 후두암, 대장암, 유방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남성 암환자의 5.2퍼센트, 여성 암환자의 1.7퍼센트가 과도한 알코올 소비 때문에 발병한 것이다. 매일 알코올 18밀리미터만 마셔도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술을 조심하라는 온갖 경고문과 계몽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여전히 술을 즐기는 것일까? 탄소, 수소, 산소가 황홀하게 결합된 알코올은 그야말로 서양문화를 지탱하는 성분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술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배우지 않는다. 그저 술을 받아들이는 것만 배울 뿐이다. 아니, 배운다기보다 그냥 분위기에 편승하다가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잘 모르는 위험은 지나칠 정도로 두려워한다. 그러나 술은 항상 우리 주위에 있기에 그 위험성을 간과하기 일쑤다. 너무 당연시하면 잘 모르는 위험과 마찬가지로 위험이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프랭크 시내트라는 그러한 인식론적 불일치를 멋진 재담으로 한 방에 날려버렸다. "술은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원수일지도 모르지만, 성경에 따르면 우리는 원수를 사랑해야 한다."



마음의 비명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생명보호 매커니즘 - 스트레스

빈에서 태어난 한스 젤리에가 스트레스라는 이름을 만든 이후, 누구도 이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심지어 세계보건기구는 스트레스를 21세기에 건강을 해치는 매우 위험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독일 건강보험의 보고에 따르면 최소한 시민들의 20퍼센트가 스트레스가 주는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물론 나머지 80퍼센트도 때때로 스트레스를 느낀다.


스트레스는 처음부터 지배적이다. 심지어 세상에 나오지 않은 태아도 마찬가지다. 임신 기간에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태아도 그것을 피해하지 못한다. 최근의 과학적 지식을 따르면 그런 태아가 어린아이로 자라면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거나 수면장애 및 공포증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질병을 유방한다는 스트레스는 사실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메커니즘이다. 이 메커니즘은 위협적인 위험을 앞에 두면 싸움이나 도주라는 두 가지 반응을 준비한다. 자, 원시인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하나 써보자. 이 친구는 사바나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살쾡이를 만났다. 즉시 그의 혈압과 맥박이 올라가고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몸의 내부에서 무언가가 움직인다. 즉, 부신수질이 혈액에 아드레날린을 보내 순환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이 스트레스 호르몬은 조직체 안에서 단기간 염증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면역체계를 조절한다.


그 친구는 위협적인 동물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땀을 흘릴 수 있는데, 이로써 싸우거나 도주할 때 땀을 지나치게 흘리지 않게 된다. 또한 혈당과 혈지방이 가득 채워지면서 도주할 때 필요한 에너지에 대비한다. 피의 농도도 진해지는데 이는 혹시라도 부상당했을 경우 피를 너무 많이 흘리지 않기 위해서다. 원시인은 이렇게 무장을 하고 살쾡이와 만난 상황을 최선을 다해 극복해낸다.


물론 현대에는 그러한 야생동물을 만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오히려 상사이자 다리가 두 개 달린, 소위 사장이라는 작자가 우리를 압박할 뿐, 좁은 의미에서 직장 내에 싸움이나 도주 같은 선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 몸은 수천 년 동안 습득해온 메커니즘에 따라 반응하고 직장생활, 가정생활 그리고 부부관계에서 빚어지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낳는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지속적인 경고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아드레날린은 맥박을 올리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게 만든다. 스트레스로 인한 혈지방 생산은 장기적으로 동맥경화증을 불러올 수 있고 이는 다시 심근경색의 위험을 높인다. 예를 들어 인구 과밀이나 소음(현대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전형적인 두 가지 요인) 때문에 혈압이 올라가듯 말이다.


분노를 억눌러야 하는 환경과 직장에서 제멋대로 구는 상사에게 휘둘린다는 느낌은 근로자의 심장에 부담을 준다. 영국의 공무원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보고서를 많이 올리는 공무원보다 적게 올리는 공무원이 상사의 눈치를 보는 탓에 심근경색에 더 많이 걸린다.


누구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놓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가령 실직은 규칙적으로 야근을 하거나 응급실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콘스탄츠대학교 대학병원의 정신과에서 일하는 토마스 엘베르트 교수는 스트레스 연구 전문가로,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는 것이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억력이 나빠지고 정신 능력이 감소하며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세계보전기구가 스트레스를 21세기에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요인 중 하나로 판명한 것은, 결코 우리를 경악에 빠뜨리려고 그런 게 아니다.


일부에서는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스트레스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이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체 조직은 스트레스의 종류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의 내적인 균형을 도모해 보다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국가 목표를 추구하는 부탄으로 이민을 가야 할까? 아니면 요가를 배우거나 명상을 통해 내면의 균형을 찾을 수도 있다. 물론 이보다 더 간단한 방법도 있다. 엘베르트는 신뢰하는 친구, 파트너 혹은 친척과 대화를 나누라고 추천한다. 무엇이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지 말로 표현하게 되면 이미 자기분석으로 한 걸음 나아간 셈이다. "그러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는 길은 그다지 멀지 않다."



인생, 움직이는 것 자체가 견적

거금을 들여 즐기는 특별한 위험 - 여행

단지 오래 전에 살았다는 이유로 지금보다 시절이 별로였던 그 옛날에, 사람들은 멀리 여행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유언장을 준비했다. 그들은 여행 중에 접하는 낯선 민족, 특이한 풍속, 갈등을 원시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했을 뿐 아니라, 숲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도적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그러니 "여행 잘 다녀오게. 좋은 친구여. 우린 다시는 볼 수 없을 거야"라는 인사를 나눈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과거에는 낯선 길을 걷다가 무언가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가 보면 대개 여행하던 사람이었다. 원주민들이 백인을 나무에 매달아놓았던 것이다. 원주민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백인에게 환영한다는 인사를 건넨 것이 아니라 나무에 매달았다.


오늘날의 여행에서는 뷔페를 먹으며 위를 몽땅 망치고, 쨍쨍 빛나는 태양 아래에서 몸을 구우며 피부암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이처럼 여행을 하면서 맞게 되는 특별한 위험은 흡족함과는 거리가 멀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의 모험 여행가 문고 파크는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서부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났다. 그는 그곳에서 여행자가 경험할 수 있는 온갖 고초를 모두 겪었다. 말라리아에 걸렸고 탐욕스런 노상강도도 만났으며 인사를 한다며 얼굴에 침을 뱉는 원주민들도 만났다. 무어인에게 붙잡혀 고생하는가 하면 진흙투성이의 길과 홍수로 넘치는 강을 지났고 설사에다 천둥, 번개까지 그야말로 험난한 고생길이었다. 용감한 문고 파크에게 어느 종족의 왕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오감이 있는 사람이 단지 다른 나라와 사람들을 관찰하기 위해 그토록 위험한 여행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오."


이런 말을 듣고도 문고 파크는 나중에 훨씬 더 황폐한 곳으로 두 번째 여행을 떠났다. 그 여행에서 그는 행방불명되고 말았지만 그의 이름은 계속 살아남아 있다. 로열 스코틀랜드 지리학회는 매년 신체적 혹은 사회적으로 위험할 수 있는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 인간성이라는 밝은 빛을 전달한 사람들에게 문고 파크 메달을 수여한다.


오늘날 여행을 통해 인간성 발전에 기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의문은 여행 중에 닥칠 수 있는 위험이 무엇인지에 관한 의문보다 훨씬 더 긴장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행 중의 위험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우선 가장 위험하다고 소문난 국가와 지역을 직접 다녀왔다고 뽐내기 위해 여행을 가는, 일종의 스포츠가 있다. 캐나다 출신의 로버트 영 펠튼은 위험한 여행을 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그는 항상 위기가 발발한 지역에 다녀온 다음 글을 쓴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는 식의 제목을 붙여서 말이다. 물론 누구나 체첸, 아프가니스탄 혹은 마약이 판을 치는 콜롬비아를 여행할 수 있다. 하지만 펠튼의 경우처럼 탐험이 아니라 위험한 여행 자체를 더 중요시한다면, 적어도 문고 파크의 관점에서 그리 칭찬할 만한 여행은 아니다. 문고 파크는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 위해 아프리카에 간 게 아니라, 나일 강의 흐름을 탐색하기 위해서였다. 펠튼은 이라크 전체를 두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완전히 틀린 말이다. 그것은 내가 2009년에 이라크 북부에 있는 도시 아르빌에 직접 다녀온 터라 잘 알고 있다. 그곳에서 일어날 위험은 쇼핑객들이 독일의 보행자 구역을 돌아다닐 때 생길 수 있는 위험 정도에 불과하다.


여행에 관한 정보라면 오히려 정말 잘 알고 많이 돌아다녔으며, 두려움 없이 위험을 헤쳐 나온 그런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낫다. 내 동료 토마스 쉔은 그럴듯하게 도적떼 이야기를 지어내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리포트를 전해주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차이퉁」의 아프리카 특파원인데, 자신이 경험해본 바로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곳이 소말리아라고 했다.


도심을 벗어나면 지극히 조용하나 이라크와 반대로 소말리아는 외국인에게 유일하게 위험한 지역이다. 어딜 가든 납치, 총격, 살인 혹은 테러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국가는 반드시 피해야 하며 해외주제 공관에서도 오래 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있다. "소말리아로 여행을 가거나 소말리아 앞에 있는 강으로 절대 가서는 안 됩니다."


독일 법정은 일반적으로 여행 경고를 고도의 폭력에 대한 간접증거로 보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여행 예약자는 여행사에 별도의 비용을 물지 않고 예약을 취소할 수 있다. 예전부터 휴양지였던 국가는 여행 경고를 받지 않는다. 가령 2009년 여름 마요르카에서 관광객을 겨냥해 암살이 자행되었지만 해외주재 공관은 여행 경고를 하지 않았다. 모든 곳에 여행 경고가 내려지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아무 데도 가지 않으면 된다!


어딜 가든 항상 위험은 있게 마련이다. 스페인의 교외로 가는 기차 안, 런던의 버스 안, 발리 섬의 술집, 지중해 서쪽의 발레아릭 군도 해변에서도 말이다.



인간이 만든 치명적 발명품

국제적 전염병 - 비만

기자 출신의 정치가가 다시 언론계로 돌아가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만한 기사를 쓰고 싶다면, 비만 탈출에 관한 기사를 쓰면 된다. 그런 기사는 금세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기사에 소개하는 비법이라는 게 대체로 효과가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보건부장관이나 식량청청장, 혹은 두 사람이 동시에 나서서 국민건강이라는 이름으로 과체중을 몰아내고자 한다면 그 누가 불만을 터뜨리겠는가.


과체중과 비대함은 현대인을 가장 끔찍하게 괴롭히는 재앙에 속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식량학자 폴 치메트는 심지어 비만을 국제적인 전염병이라 불렀다. 지구온난화와 사스처럼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이 인용문은 2006년에 나왔는데, 당시 사스가 재유행하고 있었다(많은 위험이 유행을 따른다는 증거다).


이 주제만큼 이론이 분분한 영역도 별로 없다. 우선 대체 누가 비만이냐는 질문에서부터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온다. 몇 년 전부터 많은 사람이 비만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BMI(Body Mass Index, 체질량지수)다. 이 지수는 체중(kg)을 키의 제곱으로 나누어서 얻는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BMI가 25에서 30 사이에 있는 사람은 비만으로 간주한다. 30 이상인 사람은 비만을 넘어 고도비만에 속한다. 물론 이런 수치가 얼마나 신빙성이 없는지는 다음의 비교에서 잘 나타난다. 즉, 훈련을 많이 하는 운동선수는 근육이 발달해 BMI가 위험한 수준인 반면, 비쩍 마른 모델은 그야말로 BMI로 퀸에 등극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더 건강할까? 그것은 우리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BMI에 따라 건강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의심하는 두 번째 측면도 있다. 피하지방이 어느 부위에 있는지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일 피하지방이 허벅지에 있으면 복부에 있을 때보다 덜 해롭다. 과도하게 많은 복부 지방세포나 간에 있는 지방세포는 신진대사에 개입해 혈압을 올리거나 당뇨병을 유발한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 건강에 위험한지를 알아보려면 체질량지수 외에 적어도 복부를 측정해봐야 한다. 허리둘레가 남성 102센티미터, 여성 88센티미터 이상이면 키와 상관없이 지방이 너무 많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허리둘레가 이 정도에 이르면 비만한 상태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통통한 경우에는 어떨까? 약간 비만이거나 이보다 좀 더 비만인 경우 말이다. 그 상태에서 1킬로그램만 더 늘어도 건강에 해로울까? 아니면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는 것일까?


사람들은 확실한 근거도 없이 우리 사회를 비만사회라 규정짓고 이에 관해 끊임없이 논쟁을 한다. 그 지속적인 논쟁은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는 데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해도 날씬하게 해준다는 약과 다이어트용 약을 위해 지불되는 돈이 한 해에 500조 달러가 넘는다. 「미국의학협회저널」에 따르면 몇 킬로그램 더 늘어난다고 해서 경악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정반대라고 한다.


230만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세계보건기구의 정의에 따라 비만이던 사람들이 가장 오래 살았다. 통통한 사람은 병에 전염되는 경우도 적고 마른 사람들보다 수술했을 때 회복도 빠르다. 문제가 되는 사람은 오히려 저체중과 눈에 띄게 비만인 사람이다. 가령 BMI가 35 이상이면 결코 농담을 할 처지가 아니다.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은 무시하더라도 당사자의 건강과 정신 상태는 어마어마한 손상을 입는다. 비대해졌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은 신진대사증후군이다. 이것을 다르게 정의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늘어난 당 수치, 고혈압, 고지방 수치 및 HDL-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이 너무 적은 점을 들 수 있다. 그 결과는 당뇨병, 심각한 심장질환, 뇌출혈 그리고 암이다.


혈관성 심장질환자의 35퍼센트, 고혈압 환자의 45퍼센트, 2형 당뇨병 환자의 85퍼센트가 비대하거나 과도한 비만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마디로 비만은 무덤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뜻이다. 그곳으로 가는 길이 좀 더 불편하라고 다른 동반자도 따라붙는다. 즉, 비대한 환자의 경우 뼈, 연골, 관절이 엄청난 고통을 받는데 이는 들고 다녀야 하는 거대한 체중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후천성 정신박약, 특히 알츠하이머도 비만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실시한 열 가지 조사에 따르면 두 가지 질병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나타났다. 비만인 사람은 정상적인 체중과 비교할 때 후천성 정신박약에 걸릴 확률이 42퍼센트 높다고 한다. 후천성 정신박약 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은 80퍼센트나 증가한다. 미국만 해도 이런 사람이 대략 500만 명이나 된다. 알츠하이머는 미국 노인들의 사망 원인 가운데 여덟 번째를 차지한다.


조류독감이나 다른 위험에 관한 홍보와 비교할 때, 과체중의 위험에 관한 홍보는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미래에는 정치가들이 나서서 이 문제를 부각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위험제조공장 공장장

민감하거나 혹은 평온하거나 - 전자파

나는 지금까지 딱 한 번 시민운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 어느 날 내 우편함에 한 장의 전단지가 들어 있었다. 이웃사람의 말로는 이동무선통신 회사가 우리 옆집의 지붕에 안테나를 하나 설치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완전히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흥분하더니 미래에는 우리 삶이 지옥으로 변할 거라고 경고했다(만일 우리가 전파를 받고도 살아남는다면 말이다!). 즉, 수면장애, 귀울림, 집중력 약화, 뇌종양 같은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말이었다. 솔직히 말해 그러한 경고를 듣고도 불안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통신 회사에서 남자 직원이 한 명 방문했고 그는 안테나를 설치해도 우리 몸에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을 거라는 정보를 전해주었다. 물론 그의 정보는 우리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 나는 마치 마음씨 좋은 도살자를 믿지 않는 송아지 같았다. 통신 회사 직원이 정보를 전해주던 날 저녁,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고 분위기는 거의 부정적인 쪽으로 흘렀다. 통신 회사 직원의 얘기는 비오는 날 자동차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처럼 허무하게 흘러내렸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결국 안테나는 설치되었다. 그러면 이후로 나는 엄청난 문제를 겪으며 살았을까?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무런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잠도 잘 잤고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거나 두통에 시달리는 일도 없었다.

 

연방 전파보호청은 2002년과 2008년 사이에 1,700만 유로(약 250억 원)라는 거액을 투입해 독일 무선통신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들은 고주파 전자장이 인체에 어떤 위험을 줄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모두 54개의 프로그램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물론 비용의 절반은 독일 무선통신 회사가 부담했지만, 이들이 그 프로그램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도록 조취를 취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자들은 전자장을 통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영역을 탐색했다. 주로 호르몬 과정, 세포 반응, 신진대사, 청각계 또는 눈의 망막 등이었다. 그 결과 수면장애, 인지 능력 저하, 기억력 감퇴 같은 심각한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판가들과 전파에 대해 불길한 예언을 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실험 결과를 신뢰하지 않았다. 무선통신 연구를 담당했지만 이들과는 의견이 달랐던 일부 학자도 전자파가 완전히 무해하다고 하지 않았고, 일부 사람들에게는 해를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에둘러 말했다.


이동 통신용 안테나 설치로 건강상에 어떤 위험이 생길 수 있는지를 조사한 브레트너 교수는 안테나에 코드를 달아놓고 수천 번이나 확인하면서 안테나를 제거했을 때와 비교 분석했다. 그런데 안테나 설치가 특별히 위험하다는 증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조사를 담당한 학자들은 전파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자주 두통과 수면장애로 고생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전자파에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간혹 전자파를 피해 외진 시골로 이사를 간 사람의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한다. 학문적 연구 결과는 이들에게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 이렇다 할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전혀 믿지 않기 때문이다. 마리아 브레트너 교수는 더러 전파에 민감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녀가 잘 아는 동료의 아버지는 기술자인데 전기장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누가 이런 말에 반박할 수 있으랴.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원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원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원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