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의 예술철학

   
신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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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술정보
   
15000
2010�� 08��



■ 책 소개
유불도의 동양사상은오늘날까지도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미치면서 고유의 특성으로 또는 상호 조화ㆍ융합하면서 그 근간을 형성하여 왔다. 그중 도가 사상이갖는 위치를 고려해볼 때 노장의 도(道)는 예술철학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 「노장예술정신에 관한 연구」를 기본으로 수정ㆍ보완한 것이다. 노장의 예술정신을 단순히 서구적 관점 혹은 현대적 안목에서 재해석하기보다는 노장사상의고유한 체계와 뿌리를 분석함으로써 예술철학의 본질과 이것이 예술영역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이는 동양인의 삶과 가치관에 대한중요한 논의이며 나아가 문화예술을 이루는 정신적 근본이기 때문이다.

■ 저자 신성열
국립강원대학교 철학과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미술학 석사학위와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강원대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강사로 있다. 주요논저로는「노장 예술정신에 관한 연구」(박사학위논문),「여백의 조형성에 관한 표현연구」(석사학위논문),「예술정신과 체도(體道)로써의 기(技)」「노장의 예술적 삶에 관한 연구」「삶과 예술정신의 상관성 고찰」「대중매체시대의 예술비평」 「신사임당의 예술관」등의 논문과 「현대예술의혁명」서평, 그리고「공명전(共鳴展)」「춘천Replay전(展)」「사자성어전(獅子性魚展)」평론 등이 있으며 미술평론상을 받았다. 주요 활동으로는개인전 4회 ‘잡화호호전(雜畵好虎展)’ ‘자연(自然) - 제3의 상(象)전(展)’ ‘Drawing전(展)’ ‘여백전(餘白展)’과 100여 회의국내외 전시를 했으며 강원미술상을 받았다. 

■ 차례
책을 내면서

제1장 노장(老莊)의예술철학(藝術哲學)이란 
1. 왜 노장(老莊)인가 
2. 노장(老莊) 예술철학의 범주(範疇)

제2장 노장(老莊) 예술철학의기초 
1. 도(道)의 예술정신적 의미 
노자(老子)의 도(道)
장자(莊子)의도(道)

2. 무위자연지도(無爲自然之道)와 예술정신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도법자연(道法自然) 
체도(體道)와 기(技) 
제3장 노장(老莊) 예술철학과 예술정신의 체현(體現)
1. 노장(老莊)의 미의식(美意識) 
미추(美醜) 인식과 소박미(素樸美) 
지미지락(至美至樂)과 무용(無用)의대용지미(大用之美) 

2. 노장(老莊) 예술정신의 체현
소요유(逍遙遊)의 미적(美的) 관조(觀照) 
심재(心齋)ㆍ좌망(坐忘)의 미적 체험(體驗) 
제4장 노장(老莊) 예술정신의 실현(實現) 
1.노장(老莊) 예술정신과 화론(畵論)의 형성 
노장(老莊) 예술정신과 위진현학(魏晉玄學) 
이형사신(以形寫神)과기운생동(氣韻生動)

2. 도(道)의 형상화(形象化)와예술정신의 실현(實現) 
이형미도(以形媚道)와 징회미상(澄懷味象) 
무법지법(無法之法)과 일획
제5장 새로운 과제(課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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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의 예술철학


노장(老莊)의 예술철학(藝術哲學)이란

왜 노장인가

20세기가 현대화·기계 공업화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정보화·문화예술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로서는 문화의 표징이라 할 수 있는 예술과 그 정신성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예술이라는 인간 활동과 그것이 지향하는 가치들에 대한 학문적 성찰의 성격을 지닌 예술철학(또는 미학)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술철학은 단순히 예술과 미에 대한 학문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삶 속에서 발견하고 실제적인 행위에서 창조하며, 예술 속에서 반영되는 모든 미적 가치의 전 영역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 책에서는 노장의 예술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예술정신을 설정하였다. 특히 노장철학에서 예술정신에 주목한 것은 그것이 도와 예술철학의 상관관계는 물론 회화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양식에 있어서도 후대까지 큰 영향력을 끼쳐 왔기 때문이다.


노장철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예술정신을 이해하며, 도를 이해한다는 말이다. 필자는 미 개념이 아니라 도 개념으로부터, 그리고 도 개념을 중심으로 예술정신을 논의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본다. 도는 노자 철학의 중심 범주이자 최고 범주이고, 장자철학은 바로 이 노자의 도에 관한 학설을 이어왔다. 이것은 노장의 예술철학은 그들의 도에 관한 학설을 기초로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노장의 예술철학이 곧 노장철학이고, 도를 떠나서는 미를 논할 수 없으며, 도를 논하는 것이 동시에 미를 논하는 것이 된다.



노장(老莊)의 예술철학의 기초

도의 예술정신적 의미

노장은 도의 서술에서 예술이라는 용어를 일찍이 사용한 적도 없었으며 예술을 그들이 추구하는 대상으로 삼은 적도 없었다. 다만 예술가의 수양과 노력이 도를 체득하려는 과정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도를 인식하고 체득하여 진인의 경지에 이르는 수양과정은 미의식을 갖고 미를 창조해 내는 과정과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다.


장자는 심재 · 좌망을 통하여 현실생활에서 야기되는 모든 욕망과 편견을 버리고 허(虛) · 정(靜) · 무(無)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였다. 즉 현실로부터 자유를 지향하는 초월이 바로 예술세계의 경지인 것이며, 삶과 우주를 꿰뚫는 순수한 생명의 추구와 상식적인 가치의 세계를 초월한 만물의 근원적인 파악은 노장의 예술철학인 동시에 중국예술의 정신이 되었다.


노자의 말을 살펴보자, "도는 하나를 생하고, 하나는 둘을 생하며, 둘은 셋을 생하고, 셋은 만물을 생한다." 여기서 하나는 천지만물이 형성되기 전의 분화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키고, 하나로부터 둘이 생겨난다는 것은 곧 천지 혹은 음양의 생성이며, 천지 혹은 음양이 충기와 합하여 셋을 이루고 그 후에 만물을 생성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만물은 모두 도로 통일되며, 도는 천지만물의 기운과 법칙을 부여하는 것으로 만물의 근원과 본질이기에 모두 도로 인하여 변화 · 발전하여 왔다.


도는 천지만물보다 먼저 생겼다고 해서 천지만물을 생기게 한 시원임을 밝히고, 모든 천지만물에 두루 퍼져 있지만, 이성과 감성을 초월하여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홀황(惚恍)이라고 하였다. 이 말은 천지만물의 생명활동과 불변의 법칙을 포함하고 있으나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이러한 도의 특성을 비유한 것이다. 또한 도는 천지만물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존재하는 것으로 구체적 · 절대적 존재이며 모든 개념적 분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난 순수한 마음에 의해서 통찰된 순수한 존재라 할 수 있다.


도는 만물을 생기게 하고, 만물에게 베풀어주고, 만물의 근원이지만, 만물을 소유하려 들지 않고, 그 보답을 바라지도 않으며, 주재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도를 현덕이라고 한다. 즉 만물은 도와 덕 없이는 생겨나거나 자랄 수 없다. 도는 만물에 대하여 간섭하거나 지배하지 않고 그들 스스로 생기고 변화하도록 한다. 그리고 도의 운행은 순환하고 반복하기 때문에 천지만물은 도에서 생기고 도로 돌아간다. 도는 무형이고 천지만물은 유형이기에 그 전체 과정은 무에서 유로, 유에서 다시 무로 돌아가는 순환반복의 특성을 갖는다.


도는 무라고 칭할 수 있는 무형의 실체이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대적 존재이다. 또한 우리의 시공을 초월하지만 그 속에 작용하고 사물에게 어떠한 제약을 주지 않기 때문에 유형과 무형, 대립과 갈등, 유물과 무물이 하나로 관통되는 본원적 존재인 것이다.


노자의 덕은 자연본성 혹은 가장 높은 수양의 경지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표현된다. 즉 천지만물의 근본이 도라면 각 사물들의 본성은 덕이다. 덕은 도로부터 얻어진 것으로 어떤 개체에 전개되어 내재된 도이다. 노자는 인간의 덕이 도와 하나가 되는 상태를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 보고 있다. 이러한 삶의 자세는, 즉 도와 하나가 되는 삶으로, 인위가 없고 거짓이 없는 무위의 삶이며 이상적인 삶의 자세라는 것이다.


장자도 노자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개념은 도이다. 노자에 의해 모든 현상의 본원이란 의미로 사용된 도는 장자에 이르러 그 의미가 더욱 다양화되었다. 장자의 도는 살아 있는 혼돈, 모든 대립과 모순을 그대로 스스로의 속에 감싸는 커다란 무질서의 질서, 인간의 개념적 인식을 넘어 자존하며, 영구적이며 모든 것에 앞서서 모든 것을 생성케 하는 천지만물의 근원적인 작용이기에 쉽게 설명될 수 없는 존재개념인 것이다. 장자는 형체적 한계를 넘어 어떠한 내 · 외적 압박에도 자유로울 때 비로소 도의 가장 이상적인 실현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으며, 도의 자연스러운 성향을 따라 살아가는 것을 이상화함으로써 노자 철학을 계승 · 변화시켜 현실적 삶을 예술적 경지로 승화함과 함께 도를 체득하는 목표로 삼았다.


무위자연지도와 예술정신

도의 특징 중에서 예술정신의 근간이 되는 것은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이다. 노자의 무위이무불위는 기본적으로 천지만물의 조화를 설명하는 말이다. 무위는 노장철학의 개념 중의 하나로서 도와 덕을 체득하는 원리이다. 천지만물의 근원과 그것의 영원한 생성변화를 표현하는 노장의 최고 개념인 도의 근본 특성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자연스러움을 행하지 않는 순수한 자연행위를 뜻한다. 노자는 무위란 유약의 도처럼 보이지만 떨어지는 물이 돌을 뚫듯이, 유약함이 강건함을 이긴다고 하였다. 즉 노자의 무위 개념은 무불위를 말하며, 무위의 유익성을 설명한다. 도와 덕을 체득하는 공부로서 무위를 제시한 노장철학은 적극적인 실천성을 내포하는 사상이라 할 수 있다.


장자는 무위라는 것은 행위가 하나도 없음의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며 동시에 인위적 조작이 없는 순수한 자연스런 행위를 말하므로 천지만물은 무위하기 때문에 그 질서가 파괴되지 않고 모든 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무위를 매개로 하여 인간과 천지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천인합일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노장에서의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방임의 무위가 아니라 작위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무위, 곧 자연스럽다는 무위이다. 그리고 자연이란 어떤 대상을 가리키는 개념이기 이전에 어떤 존재나 사물이 그들 스스로 존재하는 상태를 강조해서 사용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사물 자체의 잠재성과 가능성에 완전히 맡겨서 그것이 외부의 물리적 힘에 의한 강제나 외재적 의지와 간섭 없이 사물 스스로의 본성에 따라 자유롭게 성장되고 전개되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무위자연은 외재적 강제나 힘을 사용하여 속박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인간이 만물의 근원적 진리를 밝혀내려면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로부터 초월해야 한다. 노장은 이러한 초월정신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했으며, 이것은 개인의 사리사욕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조화하려는 사상으로 구현되었다. 인간은 작위하지 않는 자연의 도를 따름으로 도와 함께 소요하는 정신의 극치에 다다를 수 있다. 예술의 영역에서 보면 무위는 참된 즐거움과 세속적 즐거움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어 진정한 즐거움을 드러낸다. 무위자연은 무위라는 자연적인 행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자연스러움에 순응함으로써 인간의 욕망과 희로애락을 초월할 수 있다.


도법자연은 도가 스스로의 상황에 근거하여 자신의 존재와 운동을 결정하되, 외부의 원인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자는 무목적의 목적 · 무의지의 의지라고 할 수 있는 도의 작용을 무위라고 형용하며 무위이무불위하는 도의 성질을 자연이라는 의미로 제시하였다. 인위적인 것을 버리고 도에 합일되는 경지를 추구하면서 생명의 자유로운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자연최고의 진이며 미라고 했다.


장자는 "무위하면 만물이 저절로 변화한다."는 전제 아래 "네가 무위하다면 만물은 스스로 화육된다."라고 했다. 즉, 도 자체는 무위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므로 무위해야만이 비로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천이 자신 내부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인위적인 것은 외부에서 성립되는 것이라고 구별하면서 "천이 하는 바를 알고 인간이 하는 바를 알면 지극한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것은 천지소위가 무위자연의 도를 가리키고, 인지소위는 인도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자는 쓸모없는 사물이라도 그 자연성과 본연성에 충실하다면 무용의 가치, 즉 초월적 가치를 탐색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장자』에서는 기술을 통해 도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득도하는 방법으로는 수양이 중요하다. 『장자』에 묘사된 기술은 예술 활동과는 무관함에도 그 자체가 예술창조 과정과도 비슷하다. 장자의 포정해우(庖丁解牛, 솜씨가 뛰어난 포정(백정)이 소의 뼈와 살을 발라낸다는 뜻으로, 신기(神技)에 가까운 솜씨를 비유하거나 기술의 묘(妙)를 칭찬할 때 비유하여 이르는 말)에서 포정의 행동을 자연스러움의 극치로 묘사하고 있다. 천리에 의지하고 진실로 그러한 것에 긴하여 소를 잡는 것은 도에 적합함을 설명한다. 따라서 칼을 댈 때마다 소의 살과 뼈 사이의 빈틈만을 자르게 되어 마치 저절로 잘리는 것처럼 된다. 신명으로 소를 대하여 눈으로 보지 않으며, 감각과 심지의 작용을 멈추고 신명이 하고자 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포정해우의 우화는 기를 넘어선 도의 경지를 말하며, 기를 통하여 예를 파악하고 있다. 장자의 우언(寓言) 속에 뛰어난 장인들의 기 수련과정은 예술창조 활동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 즉, 예술창조 활동은 개인의 이해득실을 떠나서 오로지 정진에만 힘쓰는 실천행위로 볼 수 있다. 포정이 소를 잡는 모습이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흡사하며 음악이나 춤과 가깝게 묘사되어 있는 것이다. 기를 넘어선 도의 경지에서 예술창조의 활동이 될 때 자유로운 창작품이 있게 된다. 그래서 기를 넘어선 도의 경지는 자유로 표현된다. 이에 포정은 기의 습득을 넘어 미적 세계에 접할 뿐만 아니라 지미 · 지락을 얻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장자의 도가 현실적인 삶에서 체현되는 경지이며, 동시에 예술성의 발현이기도 하다.



노장의 예술철학과 예술정신의 체현

노장의 미의식

일반적으로 철학이 예술에 끼친 영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창작을 위해 특유의 인식과 심미적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다. 노장철학은 이런 의미에서 중국 예술정신에 심원한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방동미는 『노자』를 "철학적 이성과 예술적 창의를 밀접하게 융화시킨 전형적인 본보기"라고 했다. 이는 노자가 미와 예술에 대해 직접 논술한 것은 매우 적었으나 철학과 사회 및 삶의 문제에 대해 언급한 많은 명제에는 중요한 미학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장자는 노자의 무위자연사상을 계승하면서도 풍부한 미학적 내용과 예술적 색채를 더하여 변화시켰다. 장자는 여러 곳에서 천지만물의 본체, 즉 도로부터 삶의 진리를 구하였다.


미의 정신은 천지만물의 아름다움을 떠날 수 없으며 노장의 무위자연과 세속의 가치 차이는 미의식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노자는 세상 사람들이 믿는 세속적인 가치에 대한 반론을 미 · 추로 제기하였다. 첫째, 미와 추는 서로 생성관계여서 미가 있어야 추가 있게 된다. 둘째, 미와 추 자체의 관계로서 미라는 개념과 추라는 개념은 모두 상대적으로 존재한다. 즉, 미가 없으면 추도 있을 수 없다는 상호존재의 관계를 말한다. 셋째, 세상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하나의 형식으로서 미를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은 위미이다.


장자는 노자보다 미 · 추의 상대성을 더욱 강조한다. 장자의 미는 일반적 감각경험의 상대미와 천지와 동일시되는 절대미로 나뉜다. 장자가 상대성을 강조한 부분은 일반적 감각경험의 미이다. 만물들을 도의 관점에서 보면 그 사이에는 미 · 추, 시 · 비, 선 · 악 등의 대비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만물들 사이에는 인간의 주관적 판단으로 인하여 차별이 일어난다. 즉, 도의 부분인 만물로서 보게 되면 미 · 추의 구별이 있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장자는 이러한 점에서 각 만물들이 타고난 본성대로 삶을 영위하면서 자신의 미적 특성을 최대한 살릴 때 천지와 조화를 이루고 대미를 이루게 된다고 하였다.


노장은 무위자연의 도가 진정한 미이므로 모든 미적인 것들은 진실하고, 허위가 없으며,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스스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무위자연은 도와 그 맥락이 같은 것이므로 그것에는 거짓이나 인위성이 없기 때문이다.


노자는 "도는 생하고, 덕은 기르니, 키워서 길러주고 성숙시키며 보살펴 준다."고 하였다. 도는 만물의 근본이며 덕은 개별적인 사물들의 근거이다. 따라서 도와 덕은 나뉘어 분별이 있게 되지만, 합해서는 하나가 된다. 장자의 덕은 노자의 덕을 계승한 것이며, 가장 놓은 수양의 경지로 보았다. 또한 장자는 순박한 자연스런 본성의 수양을 통하여 얻어지는 정신적 매력은 거대하고 신비한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특히 그는 덕의 경계를 강조하기 위해 덕성이 높은 많은 장애자들을 묘사하였다. 외형의 추가 덕을 갖춘다면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며, 덕의 미가 형상의 미보다 더 높음을 강조했다.



노장의 예술정신의 실현

도의 형상화와 예술정신의 실현

동양인은 회화 예술을 창조하는 데 있어서 인위적인 것보다는 무위자연적인 것을 그 근본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북송의 한졸(11C말~12C초)은 『산수순전집』에서 회화의 본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림이란 필획이다. 이는 마음으로 골의 조짐이 있기 이전에 찾고, 형체와 의표로 나타난 뒤에 얻어 근원적인 조화의 이치에 말없이 계합하고 본질적인 도와 더불어 그 기미가 동일하다. 붓을 잡으면 그 안에 만물이 잠겨있고, 붓을 휘저으면 천 리를 쓴 듯하다. 그러므로 붓으로는 그 형체를 성립시키고 묵색으로는 그 음양의 질감을 구별한다." 이는 곧 천지만물을 통한 이상미의 추구가 곧 중국 회화의 핵심이며 이것이 곧 도로 집약됨을 의미한다. 이 도는 회화를 통해 필획과 묵색으로 만물의 형상을 드러내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천지만물은 크게 완전한 존재 또는 생성변화의 법칙으로서 이때의 자연을 각각 천지와 도로 나누어 표현할 수 있다. 천지는 대이며 무궁하여 우주 전체를 포함함을 의미한다. 도는 천지만물이 언제나 생성 · 성장 · 변화하는 법칙이다. 천지와 도로 대변되는 자연의 성격은 상연 · 자득 · 무궁 · 불변 · 염담 · 무위 등 최고의 자연스러움이다. 그러나 이러한 형이상학적이던 자연의 개념은 신선사상이나 은둔사상과 결합하면서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산수 · 자연(천지만물)의 개념으로 변화하여 자연(천지만물)에서의 삶을 이상적인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따라서 자연(천지만물)은 구체적으로 산수를 의미하게 되었으며, 노장의 도에 대한 관심이 구체적이며 형상화된 산수의 관심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므로 산수를 이해함은 곧 도를 이해하는 것이 되었다. 또 도를 터득하게 되었다는 것은 회화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기욕과 지식을 절제와 여백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산수의 표현에서 수묵이 설색의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회화의 재료로 사용됨으로써 천지만물이 자연스러움과 합일되는 조형적 표현을 수묵화로 나타나게 되었다. 수묵화의 특징인 사의성과 초월성 및 함축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여백이 발생하게 되며 색채에 있어서도 모든 색의 근원색인 현색, 즉 먹(묵)을 중시하게 되었다. 수묵은 노장의 무 · 허 · 유무상생으로부터 상외 · 허실상자 · 허실상생의 여백과도 직결되는 사상으로서 당대 이후 수묵 미학의 형성과 확립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모든 예술이 인간의 내면세계를 다루듯이 수묵산수화 역시 내적 실재를 추구하였다. 


왕미의 『서화』와 더불어 중국 최초의 산수화론으로 간주되고 있는 종병(375~443)의 『화산수서』를 살펴보고자 한다. 종병은 산수화가 처음으로 제작되는 초기의 작가로 처음으로 산수화론을 남기었고 동시에 노장철학의 탐구에 누구보다도 철저하였다. "성인은 도를 체득하여 만물에 응하고(함도영물), 현자는 마음을 맑게 하여 만물의 형상을 음미한다(징회미상). 산수의 경우는 형질을 갖추고 있으면서 정신성의 세계로 나아간다. 이 대문에 옛 성인들인 황제 헌원과 요 · 공자 · 광성자 · 대외 · 허곡 · 백이 · 숙제 등은 반드시 공동산과 구자산 · 막고산, 기산 · 수양산, 대몽산등에서 노닐었다. 그리고 또한 산수를 일러 인자와 지자가 즐기는 바라고 하였다. 성인은 신묘한 영지로써 도를 규범화하고, 현자는 그것을 세상에 통하도록 행한다. 산수는 구체적인 형상으로 도를 아름답게 꾸며 주고(이형미도) 인자가 이것을 즐기니, 이 또한 이상적인 경지에 가깝지 않겠는가?" 종병은 산수가 도, 즉 근원적 진리를 상징하고 있음을 말하고 성인 · 현인과 도의 관계 그리고 도와 산수와 인자와의 관계를 정의하였다.


산수에는 형이 있고 그 형에는 제각기 다른 의취가 있는데 그것이 곧 눈에 보이지 않는 영이다. 산수화는 형을 찾는 것이고 형을 찾는 것은 화도를 기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유와 무의 순환과 소통이 바로 예술가가 추구하는 작품상의 화도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종병의 회화관은 노장철학의 영향을 받아서 이형미도(以形媚道) 하는 정신적 영이다. 왜냐하면 영은 천지만물로부터 오는 도와 같은 것이며, 산수에서 발견되는 영이란 구체적으로 사람의 마음에서 나타나는 정신이고 그 마음은 매우 넓고 깊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이 지미와 지락을 통해서 산수화의 정신이 성립되고 중국 회화의 정신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석도(1623~1662)는 일획론에서 노장의 예술정신을 집약시키고 또 그것을 유감없이 표명하고 있다.  도의 일획론은 회화를 하나의 그리는 행위로 보지 않고 하나의 철학으로 승화시키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는 회화를 하나의 도로 보고 그 도를 일획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일획이란 그림을 그릴 때 화지에 처음 붓을 대는 순간의 한 점을 말한다. 회화란 이 한 점으로 시작되어 한 점으로 끝나는 것으로 해석했다. 천지만물의 시원과 변화를 일획으로 설명했으며 그는 가장 기본적인 일획이 천지 · 만물 · 삶 · 예술 등을 관통하는 생명력의 의미라고 보고 있다. 일획이 모든 회화적 조형의 근본이라는 것과 이 일획의 묘용을 체득한 화가만이 비로소 창조적 화법을 구사하게 될 것임을 말하고 있다.


석도는 도로써 일획으로의 전개를 논하고 일획이 모든 회화적 조형의 근본이라고 말함으로써 결국 도와 그의 일획의 철학을 같은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 석도가 말하는 화불위기심지용 · 도일이관지는 이도관지와 함께 장자의 물화에서부터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일찍이 종병이 말한 징회미상과 고개지의 신 등이 결국 석도에 의해서 일획으로 집약되고, 그 일획 속에 만상을 수렴해 보고자 하는 것이 석도화론의 중심이 된다. 다시 말해, "고금에 소임을 지우지 아니하며, 성인에 책임을 지우지 아니한다."고 하는 석도의 예술성은 장자가 말하는 물화, 즉 도의 경지와 직결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이들이 추구하는 예술세계는 장자가 화려하고 인위적이거나 감각적 외형에 치중하지 않은 허정염담, 적막무위와 같은 예술정신의 형상화이다. 이는 현실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을 관조하고 자연을 즐기는 것이다. 이들의 회화가 시각적으로 사실성을 떠나 있으면서도 벗어나지 않은 것은 현실세계 사물의 본성을 직관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란 잡다한 것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것을 말하고, 순이란 그 정신이 조금도 일그러지지 않은 것을 말한다. 순소를 체득한 이를 진인이라 한다."고 하여 이들의 회화는 노장 예술정신이 형상화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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