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편이들의 상식

   
량원다오(역자: 김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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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리치홀딩스
   
19500
2010�� 04��



>& ■ 책 소개
엄청난 인적·물적 자원을토대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 정치 등 다양한 방면에서 힘있는 국가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새로운 "중화주의"를펼치며 급성장하는 중국.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간과할 수 없는 다양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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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통하는 시민사회를 꿈꾸는 중화권 언론의 파워 논객 량원다오(梁文道)의 눈에 비친 중국을담았다. 이 책은 저자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남방주말」「남방도시보」 등 중국의 진보매체에 연재한 글을 모은 책이다. 비상식적인 중국의현주소를 75가지 키워드로 정리하여 다양성 부재의 일방적 언론과 쌍방향 소통의 인터넷 세상 등 물질과 정신의 불균형이 빚어낸 중국의 진짜문제점들을 보여준다. 중국 사회에 대해 용기 있는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글들을 통해 이것들이 상당 부분 우리 사회에도 필요한 상식들이라는 데동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중국을 물질과 정신이 불균형을 이루는 사회라고 주장하며 상식과 아량을 갖춘 성숙한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달라져야 하는지를 지적한다.

■ 저자량원다오

1970년 홍콩에서 태어나 타이완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쳐 홍콩 중문 대학을 졸업했다. 이런 다양한 성장체험으로 그는 일반인이 갖기 힘든 폭넓고 공평한 시각으로 중국 문제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1998년부터 홍콩의 이름난 간행물인 「신보」와「명보」에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십대의 이른 나이에 평론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특히 중국과 타이완, 홍콩 등 중화권 전체에 대해비판적인 시각의 평론을 쓰고 있다. 최근 중국 내정에 대해서도 홍콩의 봉황 위성TV와는 색다른 시각을 보여 중국 대륙에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기도했다. 그는 홍콩 이공대학과 홍콩대학 강사, 녹색평화 이사, 홍콩예술발전국 예술고문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지은 책으로 『아집(我執)』『너무시끄럽다』 등이 있다.

■ 역자김태성
 
1959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중국 문학,인문 분야 번역에 주력하면서 계간 「시평」 기획위원, 한성(漢聲)문화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굶주린 여자』『핸드폰』『목욕하는여인들』『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앵그리 차이나』『옥관음』 등 70여 권의 중국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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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서문 - 강산은 불행해도 시인은행복하다

Chapter 1. 과거에 얽매일것인가 넘어설 것인가
국치(國恥) - "100년 국치"와의 결별
항전(抗戰) - 왜 아직도 끝나지않는가
자학(自虐) - 너무도 자기비하를 좋아하는 우리
사랑 - 사회를 분열시키는 사랑
반중국(反中國) 매체 - 서양 매체들은철판이 아니다
반불(反佛) - 정책에 대한 반대인가 국가에 대한 반대인가
한간(漢奸) - 모호한 역사 현상
이민(移民) -외국인이 CCTV의 메인 아나운서가 된다면
스포츠 - 올림픽은 결코 민족적 열기를 불태우지 못했다
일본(1) - 반대의 대상을 분명히하라
일본(2) - 일본이 아니라 죄악을 반대하라
다원(多元) - 또 다른 중국
세계(世界) - 중국 지도에는 제3세계가없다
대국(大國) - 온후함의 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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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가짜로 남을 것인가 진짜로 남을 것인가
사투리 - 홍콩 타이완사투리가 왜 문제란 말인가
이미지 - 중국인은 어떤 용龍의 후예인가
문화침략 - 고궁의 스타벅스 문제
긍정적 이미지 - 정부의이미지를 계획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영광의 쟁취 - 누가 우리를 대표할 것인가
중국 위협론(1) - 우리는 지금 무엇을 수출하고있는가
중국 위협론(2) - 외국인들의 생명이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인간적 매력 - 지도자들은 반드시 매력을 지녀야 하는가
배역- 훌륭한 연극이 제도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후계 - 어째서 나이가 중국 정치인들의 데드라인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훌륭한 관료 -얼마나 많은 능력을 갖춰야 관리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문책(問責) - 비행기 사고로 장관이 물러나다
희사(喜事) - 중국 정치의식의풍격
정부 - 정부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합법성 - 정부는 최소한 인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Chapter 3. 대륙의 중심에 인권은존재하는가
특공(特供) - 군주입헌제와 공화제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민주(民主) - 자아수정의 기나긴길
민의(民意) - 공무원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공개할 필요가 있는가
투표(1) - 때로는 투표가 부도덕한 이유
투표(2) -민의의 표현이 아니라 민의의 결정이다
역사 - 중국식 종교의 쇠망
대국(大局) - 대국이란 무엇인가
창세(創世)신화 - 신중국의역사 문제
성관(1) - 자동차를 위한 도시인가 사람을 위한 도시인가
성관(2) - 도시 경관이 중요한가 생계가중요한가
공공(公共)의 공간 - 공공 공간의 진정한 적은 누구인가
노동착취공장(Sweatshop) - 젊은 여성노동자는 피를 흘릴자유도 없다
기업의 책임 - 독성물질을 방출하지 않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책임이다

Chapter 4. 새로운세대는 중국과 조우하는가
부호 - 귀족도 아니고 자본가도 아닌 사람들
선생님 - 가장 기초적인 직업
대학 -대학의 본질은 관용이다
대학 총장 - 총장의 지위는 국가원수에 비견할 수 있다
대학생 - 엄마가 학교에 보내주는 세대
대학교수- 학술계에서는 비난이 오히려 존중이다
작가협회 - 정부가 예술가들을 공양하는 이유 
잠재적 규칙 - 진정한 규칙
진실 -도망친다는 말의 진짜 뜻
축구 - 중국 사회 곤경의 굴절된 투사
류샹(劉翔) - 우상이 살아 있는 사람을 먹어치운다
경박함 -이 시대의 집단적 증상

Chapter 5.중국인은 재해로부터 안전한가
틀에 박힌 말 - 백성들의 진실한 목소리
빈말 - 말이 사회를 이탈한 후의 신뢰문제
신뢰 - 가장 중요하면서도 희소한 사회적 자원
극소수 - 나쁜 사람들을 가리키는 표현
고난 - 영웅만 있고 이재민은없다
천재(天災) - 인간의 역할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애도 - 사자와의 화해
재난 구조 - 재난에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공존만이 가능할 뿐이다
민간(1) - 정부의 훌륭한 조력자
민간(2) - 자원봉사자들의 굴기
대동(大同) - 지진 속의자비

Chapter 6. 13억 중국인의목소리는 모두 살아 움직이는가
모두가 한마음(萬衆一心) - 이의(異議)의 소실
제3의 공간 - 음란한 사진이 공과 사사이의 공백을 비춘다
인터넷 친구(網友) - 2억 네티즌들이 전부 친구가 되다
유머 - 우리는 왜 웃지 못하는가
쿠소(kuso)- 우리가 웃는 것을 그 누가 싫어하랴
저속함 - 왜 관료는 인품이 특별히 훌륭해야 하는가
부정적 보도 - 왜 그들은 항상 부정적인소식만 전할까
허풍 - "선전"의 명(名)과 실(實)
비방 - 매체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부적절한 이유
잘못된 정보 - 중국특색의 정보 결핍

옮긴이의말




반편이들의 상식

반편이들의 상식


Chapter 1. 과거에 얽매일 것인가 넘어설 것인가

국치(國恥) - 100년 국치와의 결별

중국은 지난 100년 동안 온갖 속임수와 능욕에 신음했던 개발도상국이었지만 최근 한두 해 동안에는 세계의 수많은 매체들이 중국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 중국인들은 어떻게 해야 권좌에 올라 대국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급속도로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겸허하게 자신을 점검하고 자기를 조정하는 마음자세도 배워야 할 것이다.


한 국가의 마음자세를 반성하는 일과 관련하여 수십 년 전에 루쉰은 아Q라는 인물을 설정한 바 있는데, 이는 오늘날까지도 아주 힘 있는 상징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Q는 정상적인 가치를 뒤집어버린다. 힘이 없어 남을 때려눕히지 못하게 되자 생각을 바꿔 자기야말로 스스로를 경시하고 천시할 수 있는 최초의 사람이라며 과찬한 것이다. 아Q는 자신의 슬픔과 가련함을 신성한 영광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아Q의 이야기는 당시 루쉰의 눈에 비친 중국인들의 고질병을 말해주는 동시에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국제정세 속에서 중국인들이 취해야 할 처세의 도리를 지적하고 있다. 청말 이래로 중국인들이 현대 식민제국 세력에 의해 철저히 농락당하면서 전통문화 시스템은 서구문화에 의해 완전히 붕괴되었다. 이러한 현실에도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누적된 허약함을 일종의 미덕으로 간주하고 있다.


20세기 독일의 사상가 셸러는 니체의 사유를 계승해 인류의 원한 심리에 천착한 바 있다. 셸러의 주장에 따르면 원한은 타인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는 일종의 정서적 반응으로서, 개인의 심리에 폭발하지 않는 분노의 형태로 잠재해 정상적인 심리적 지각과 가치관을 단련시키거나 왜곡시킨다고 한다. 결국 원한을 마음속에 감춘 채 폭발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애당초 이를 폭발시켜 보복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원한이 형성되는 데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타인으로부터의 모욕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에 대한 질투로서 타인이 갖고 있는 것이 자기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타인의 지위가 자기보다 높고 실력도 자기보다 뛰어날 때는 그가 가진 것을 전부 빼앗아 올 수도 없고 그와의 거리를 변화시킬 방법도 없게 된다. 심지어 상대에 대해 분노를 발산하지도 못한다. 바로 이럴 때 가치의 위치이동이 일어난다. 가치의 일반적인 규범을 전도시켜 자신이 얻지 못한 것을 좋지 않은 것으로 규정해버리고, 자신의 낮은 수준을 높은 수준으로 간주해버리는 것이다. 아Q가 사람들과 싸우고 나서 자신의 비천함과 무능함을 미덕으로 자찬했던 것처럼 말이다. 중국이 서구 열강들에게 능욕당하고 나서 자신들은 평화를 사랑한다고 표방했던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셸러는 원한이 개인의 마음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집단이 공유하는 감정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환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는 정말로 원한 심리가 배양되기에 충분한 토양을 가졌다. 우선 나는 우리 중국인이 지난 100년 동안 국치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여러 나라가 우리를 평등하게 대하려 하지 않았고 우리 자신은 이에 반항할 힘이 없었다. 동시에 우리는 과거 한당(漢唐)의 태평성대와 청대 초기 세 황제(건륭제와 강희제, 옹정제) 치세의 태평성대의 위풍과 무공을 회상하면서 세계 제일의 보좌는 원래 우리의 것이었다고 자부했다. 이러한 기초 위에 교육이 합세하면서 끊임없이 가치와 세계관을 왜곡시키는 원한이 자라나게 된 것이다.


원한을 표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전도된 형태로 자신을 긍정할 수도 있고(예컨대 아무 데서나 침을 뱉는 것이 중국인의 스스럼없는 성격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치부하는 것), 사소한 자극에도 즉각적인 분노를 드러내는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일부 국가가 관광지에 중국어로 "침을 뱉지 마시오"라고 쓴 경고 팻말을 보고 이를 단순히 중국인에 대한 차별로 간주하는 것). 더욱 두려운 것은 일종의 자기 폄하 충동과 맹목적인 자아 긍정이다.


지금 중국인들은 불과 2년 사이에 신흥 대국으로 인정받고 있고 심지어 신흥 패권으로 인식되고 있으면서도 사회 전체에 아직도 자기 비하와 자기 연민이라는 왜곡되고 전도된 원한 심리가 가득 차 있다. 여전히 100년 국치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대국이 될 수 있단 말인가!



Chapter 2. 가짜로 남을 것인가 진짜로 남을 것인가

문화침략 - 고궁의 스타벅스 문제

최근 중국 CCTV의 유명 앵커 루이청강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대대적으로 스타벅스를 공격한 일이 있다. 그는 스타벅스가 베이징 고궁 안에 분점을 개설한 것은 엄청난 문화침략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의견을 지지하면서 스타벅스를 고궁 밖으로 몰아내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스타벅스를 몰아내는 것은 계약정신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스타벅스는 계약을 통해 분점을 개설한 만큼 고궁 안에 머물 권리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스타벅스의 고궁 진입이 문화침략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네티즌들이 모든 토론에서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고궁 관리부서의 책임 문제다. 스타벅스는 상업적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기업인 만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분점을 내려고 할 것이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고궁의 관리 책임자가 무슨 이유로 스타벅스를 끌어들였나 하는 것이다. 나는 문화침략처럼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기 쉬운 민족 대의의 문제가 아니라 고궁 관리부서의 구상이 전체적으로 어떤 모습이냐 하는 문제를 말하고자 한다.


쇼핑몰을 예로 들어보자. 쇼핑몰 운영자는 쇼핑몰 전체 이미지와 격조에 어울릴 만한 점포를 유치하려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수준 있는 박물관이라면 그 운영 환경과 관광객들이 받게 될 인상 등을 고려해야 한다. 베이징 고궁처럼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고궁 관리 책임자는 고궁 전체의 이미지를 생각할 때 다음 몇 가지 질문에 해답을 내릴 수 있어야 했다. 첫째는 고궁 전체가 갖는 위상이다. 고궁은 대단히 엄숙하고 신성한 장소인 데다 남녀노소가 두루 찾는 산교육의 장소가 아니던가? 고궁은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제공되는 국제적 휴식공간이자 순수한 민족문화의 성전이 아니던가? 그런 다음 고궁 안에 어떤 시설이 필요한지 생각했어야 했다. 예컨대 한국의 고궁들처럼 모든 상업 활동을 일절 금지할 수도 있고 루브르 박물관처럼 조류에 순응할 수도 있다. 이어서 관리 책임자들은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관광안내 책자 같은 평면 디자인에서 시작해 화장실의 환경과 배치에 이르기까지 전체가 하나의 이미지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되 소홀한 구석이 없도록 철저를 기해야 했다.


현재의 모습으로 보자면 고궁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커피 체인점이 쉽게 분점을 열 수 있다는 사실도 아니고 앞에서 언급한 품위의 결여도 아니다. 중요한 문제는 애당초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겨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문화침략의 문제를 목소리 높여 토론하기 전에 차라리 모두 함께 고궁이 어떤 곳인지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Chapter 3. 대륙의 중심에 인권은 존재하는가

민의(民意) - 공무원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공개할 필요가 있는가

중국의 정치가 개방되면서 민의가 중시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지방 공무원들이 자신과 부하직원들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면서 언제든지 인민들의 전화를 환영한다고 밝힌 일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증거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 기간에 중국의 양대 포털 사이트 포럼에서 전문 웹사이트를 열어 네티즌이 정부 지도자들에게 민의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준 일이다.


만일 정치협상회의와 인민대표대회가 정말로 전국 각지 각 계층의 민의를 대표할 수 있다면, 그들이 정말로 서로 다른 지역과 분야에서 수집한 의견들을 최고위급 회의장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정부의 모든 정책 결정이 정말로 이러한 의견들에 대한 존중과 분석과 결과물이라면, 과연 우리가 그 마음씨 좋은 공무원들에게 인민들의 전화를 받는 수고를 안겨줄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지도자들이 인터넷으로 미복(微服, 중국의 왕조시대에 황제나 대신들이 신분을 숨기고 민간에 나가 시찰하기 위해 입던 평범한 옷차림) 시찰을 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 가장 민주적인 국가들에서도 민의가 위로 전달되지 못할 때도 있고 정부의 행동이 완전히 민의에 부합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런 상황을 정치학 용어로 정치소통의 기능 상실이라고 한다.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의 민의전달 메커니즘은 대단히 훌륭하다. 정치 역량의 두 개의 축이라 할 수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에 해한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각각 대단히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어떤 정부든지 기존의 의회와 민의전달 기구와는 별도로 또 다른 통로를 개설하거나 전문기구에 위탁하여 수시로 구체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전문적인 브레인 조직을 운용해 여론을 수용하고 민의의 향방을 좇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반대 당보다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민심을 장악하거나 기존의 메커니즘이 지닌 갖가지 결점을 보완하는 것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 또한 그 공식적인 민의의 대표들도 늘 정치소통의 골간으로 가능해야지 단순히 장식물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미국의 신문이나 간행물들이 지면 한 구석에 대통령이 일고여덟 살 난 아이에게 친필로 편지를 써 보냈다거나, 전화를 걸어 환담을 나눴다는 등의 보도를 하는 걸 볼 때마다 미국의 독자들도 웃음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들은 이것이 백악관의 구태의연하고 습관적인 기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여론기관들이 잘 운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은 이런 기교를 통해 자신이 국민들에 대해 매우 친밀한 감정을 갖고 있고 자신이 이끄는 정부도 민의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에게는 가벼운 기교로 보이는 것들이 뜻밖에도 중국에서는 진지한 유희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공무원들이 인민들의 메일에 답신을 할 뿐만 아니라 전화를 통해 공개적인 문책을 자청해야 한다면 이거야말로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Chapter 4. 새로운 세대는 중국과 조우하는가

부호 - 귀족도 아니고 자본가도 아닌 사람들

「중국청년보」에서 2007년 8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3990명의 조사 대상자 가운데 66.75퍼센트에 달하는 사람들이 중국 부자들의 전체적인 자질이 매우 형편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부자들의 자질이 약간 좋거나 비교적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95퍼센트(이 3.95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부자이거나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여론조사는 나중에 부자들에 대한 불만과 원한을 털어놓는 새로운 형태의 토론을 유발시켰고,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던 경제학자 마오위스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줄곧 빈곤 문제에 관심을 보여오던 마오위스가 뜻밖에도 부자들을 위한 변론에 나섰기 때문이다.


내가 더 걱정하는 것은 실질적인 문제다. 즉, 부자들이 어떤 일을 해야 자신들의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관해 사유하다 보면 귀족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패션 잡지를 펼치든지 그 안에 귀족이라는 단어가 한 번 이상 나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잡지의 대상 독자들, 즉 일정한 소비력을 갖추고 품위를 추구하는 독자들이 하나같이 귀족들이 어떻게 세월을 보내는가 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일찍이 유럽에서는 계몽운동 전, 유럽 부르주아 계급의 재산 수준이 점차 귀족들을 능가하기 시작했을 때도 그들은 귀족 같은 생활의 품위를 추구하고 있다. 프랑스대혁명에 이르러 귀족통치가 정식으로 무너질 때까지 부르주아 계층의 걱정과 자기비하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이 정권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귀족들보다 부유하긴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귀족들의 출신과 몸 안에 흐르는 파란 피가 사람들의 경외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우리가 잘 아는 프랑스식 미식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일반 부르주아들은 집안에 귀족들처럼 스타급 요리사들을 데리고 있을 수 없었고, 이전까지 백작이나 친왕들을 위해 일하던 유명 요리사들은 일제히 자영업에 뛰어들어 음식점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음식점에 들어가 식사를 하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부르주아들이 적극적으로 귀족들의 욕망을 따라잡고 심지어 넘어서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식사법과 절차도 훨씬 의식화된 양상으로 변해갔다. 사람들은 번쩍이는 나이프와 포크에 넋이 나가 식객으로서의 예절과 지식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다. 이것이 부르주아 계급의 문화적 성취 가운데 하나로서 음식이 사람들의 신분과 계층의 고하를 구분하는 중요한 예술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18세기로 접어들면서 부르주아 계급은 재력이 크게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큰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자본주의가 승리를 거두기 시작한 시대에 부르주아 계급이 귀족을 대신하기 위해서는 수표와 현금 같은 하드캐피탈에만 의존해서도 안 되고, 진주나 보석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장식물에만 의존해서도 안 되었다. 의미를 알 수는 있지만 이를 언어로 전달하기는 어려운 문화라는 소프트캐피탈이 필요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문화와 학술에 찬조하는 것은 부르주아 계급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이고 자녀를 학자나 예술가로 키우는 것도 대단히 훌륭한 일이다. 다시 오늘날 중국 부자들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중국의 부자들은 귀족을 흉내 내 골프를 치고 와인 저장고나 전답을 사들이는 것 외에 이런 문화자본에 대한 긴장감을 갖고 있는가? 그들이 대규모로 문화활동에 투자하는 일이 있는가? 그들은 구겐하임 가문처럼 도시 전체의 경관을 화려하게 빛나게 했던 예술관이나 뉴욕의 모건 가문처럼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을 만큼 진귀한 도서들을 소장한 도서관을 남긴 적이 있는가?


성숙한 시장경제 사회에서는 신흥 기업가들이 빠오파후(暴發戶, 벼락부자 또는 졸부) 같은 호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때문에 짧은 기간에 큰돈을 번 부동산업자들도 재빨리 오페라를 감상하는 법을 배우곤 한다. 자신이 상류사회에 속한 인물임을 증명하는 것은 그가 어떤 차를 모느냐가 아니라 문화적 소양을 얼마나 갖췄느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전 세계에 서로 모순되는 것 같으면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두 가지 흐름이 나타났다. 그 가운데 하나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신좌익의 조류가 부활하면서 무수한 청년들이 대기업의 착취에 반대하고 국제재단과 그 CEO들을 인류 최대의 적으로 간주하게 된 것이다. 동시에 전 세계 부호들의 자선사업과 기부의 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예컨대 주식 투자의 신이라 불리는 워렌 버핏은 종전의 기록을 깨고 자기 재산의 거의 전부에 해당하는 435억 달러를 사회에 환원했다.


사실 오늘날의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그다지 좋지 않게 비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노동착취공장으로 악명이 높은 축구화 회사가 인권기금을 설립하고 석유회사들이 재생에너지 개발에 거액을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설사 이것이 위선이라 해도 중국 기업계에서는 대규모 기업책임 운동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제창해야 할 필요성이 가장 큰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에서 경제 시스템이 전환되던 초기에 수많은 사람이 축적한 재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지나간 것으로 치부해야 한다. 영웅은 출처를 따질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은 이러한 근신의 태도를 배우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Chapter 5. 중국인은 재해로부터 안전한가

천재(天災) - 인간의 역할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천재인가 아니면 인재인가? 최근에 대형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모두들 가장 큰 관심을 갖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천재가 아니면 인재라는 이분법 모델은 우리가 불의의 재해를 해석하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자 재난을 대하는 습관적인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재난을 방지하고 재난이 남긴 피해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재난을 방지하고 피해자들을 구조하는 모든 사람의 노력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재난에 직면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유일한 문제는 위험의 관리이다. 어떤 성격의 인재도 예상할 수 없는 의외의 변화를 내포하고 있고, 어떤 유형의 천재도 사전에 방비할 수 있었다는 개연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천재 가운데 하나인 지진을 예로 들어보자. 아직까지도 과학자들이 지진이 발생하는 시기와 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건축물에 대한 방진조치 수준을 특별히 높게 설정한다거나 지진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응급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학교와 각 직장에서 정기적으로 지진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훈련을 실시할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정말로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면, 이 책임의 소재는 재난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리 당국이 원래의 계획대로 모든 대비 업무를 충실히 했느냐의 여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재난 성질 문제에 이어서 재난 범위의 정의에 관해서도 확실한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 재난이 닥쳤을 때 우리는 통상적으로 직접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람들에게 모든 주의력을 집중하면서 이들 피해자들의 주변 범위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광산 재난을 예로 들어보자. 물론 모든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 대상은 갱도에 갇힌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 탄광의 경영자도 피해자일 수 있다. 그들도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주변 피해자들 가운데 가장 큰 관심과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두말할 것도 없이 노동자 가족들이다. 그들은 가정을 지탱해나갈 미래의 경제적 내원을 상실했을 것이고 가정 전체의 감정적 유대가 붕괴되었을 것이다. 또 심리적 충격과 상처도 감내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생사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국은 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수시로 그들에게 구조작업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고, 별도로 인원을 배치해 그들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데도 힘써야 한다. 구조현장에 "위험을 무릅쓰고 재난 구조에 임하고 있다"는 공허한 구호를 써 붙이는 것은 파렴치한 사치일 뿐이다.


이처럼 갱도가 물에 잠기는 비전형적인 광산 재난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모든 위험에 대해 철저히 방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울러 재난이 일단 발생한 뒤에는 어떻게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책임은 절대로 자연재해라는 변명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Chapter 6. 13억 중국인의 목소리는 모두 살아 움직이는가

모두가 한마음(萬衆一心) - 이의(異議)의 소실

쓰촨 대지진이 발생한 뒤로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밤낮으로 텔레비전과 컴퓨터 앞을 지키면서 새로운 소식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가 누군가 재난 발생 이전에 예비경보 업무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들리는 바로는 5월 3일 밤, 몇몇 사람들이 쓰촨 아바저우 방진감재국에 전화를 걸어 곧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국에서는 이를 유언비어로 간주하고 유언비어 차단 작업을 시작했다. 동시에 쓰촨성 인민정부의 정부 홈페이지에 관계 당국의 자발적인 해명을 게재함으로써 주민들의 공포감을 증폭시키는 소식을 차단하려 했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재난 지역의 학교 건물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그 가운데는 공사비를 횡령하기 위해 자재를 적게 사용한 정황이 포착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무너진 건물이 전부 학교 건물이냐는 것이다.


이러한 갖가지 반성적 질의와 논설이 쏟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네티즌들의 불만이 야기되었다. 그들은 지금 같은 위기의 순간에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재난 구조에 힘써야지 가만히 앉아서 이것저것 비판하고 풍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기본적인 사실이 확실히 정리되기 전에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수칙에 위배되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또 이것이 시장화 시대의 냉혹한 메커니즘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 매체들의 편집장과 기자들도 우리와 똑같이 마음이 아플 것이고 남몰래 재해 지역에 현금이나 물자를 기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격렬한 경쟁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시각을 찾으려는 시도일 것이다. 나는 그들의 의견이 정말로 각박하고 매정한 심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일종의 관심의 표현이라고 믿고 싶다.


헛소리를 즐기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구조 작업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 외에, 언어로 마음속 생각을 표출하는 것 외에,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또 무엇을 말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인간의 사유의 폭은 한없이 넓다. 그리고 언어를 통한 표현은 모두 이러한 사유의 결과물이다. 그들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다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사유방식으로 모두가 한마음이라는 숭고함을 체현해줄 것을 억지로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항상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것을 강조하곤 하지만 그렇다고 차이와 이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차이가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를 결정해야 할 최적의 시기를 노리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차이와 이이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순간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 그리고 이른바 모두가 한마음이란 대체 어떤 한마음이란 말인가? 이와 마찬가지로 재난 대비 및 구조 업무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즉각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친구들에 대해서도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입을 막아버려선 안 될 것이다. 그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해봤자 대다수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차이와 이의의 존재를 완전히 말살해서는 안 된다. 다른 의견과 언론이 출현할 수 있는 기회도 가볍게 부정해선 안 된다. 모두가 한마음이란 말이 무엇을 의미하고 또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모두가 하나같이 애도와 동정의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재난의 상황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모두가 똑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해도 사고의 방향과 노선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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