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프라임

   
EBS 지식프라임 제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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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하우스
   
13000
2009�� 12��



■ 책 소개
우리사회를 대표하는 11명의지성들이 정보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명품지식을 선별하여 제시한 책으로, EBS에서 방영된 교양다큐<지식프라임&&을 엮은 책이다. 경제, 인류학, 통계, 법률, 심리, 역사 등 각 분야의 심층 지식과 당대의 키워드를 알기 쉬운 언어로설명했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지식들이 사실은 얼마나 왜곡되었는지,실생활 속에 무심코 스쳐가는 일상 속에 얼마나 많은 지식의 단초들이 숨어 있는지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다양한 사회현상속에 숨겨진 본질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는 저자들의 글을 통해 우리는 눈에 보이는 사물이 얼마나 다양한 개념을 내포하는지 새삼 느낄 수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유효기간이 지난 낡은 지식, 융통성과 담을 쌓은 교과서 속 지식과 작별하고,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분야 다양한이슈와 주제들에 대한 폭넓은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금태섭
 - 변호사. 2006년현직 검사 신분으로 신문에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칼럼을 연재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변호사 개업 후 EBS 시사 프로그램 <세상에말 걸다&& 진행자를 맡았다. 어렵고 딱딱한 법 지식을 친근하게 대중들에게 전파하는 데 힘쓰고 있다.


김재환 - (주)젠리코 CEO, 연세대언론홍보대학원 강사. 노스웨스턴 대학 마케팅 박사학위 취득 후 삼성전자와 대홍기획에서 마케터로 활동했다. 성균관대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언론홍보대학원에서 ‘뉴 마케팅과 소비자’ 과목을 강의 중이다.


송도영 -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물리적공간과 연관된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주로 지중해 이슬람, 한국의 도시문화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도시공간과 다문화 현상,이주에 대해 연구 중이다.


이근우 - 매일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대학에서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신문에 입사해 경제부처와 중소기업, 증권 담당을 두루 거쳤다. 사회현상을 경제학적으로 예리하게 분석한 칼럼 ‘아담 스미스살리기’로 호평을 얻었다.


전봉관 -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현대시를 전공한 국문학자로 1930년대 사건과 스캔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을 계기로 근대문화 연구에 뛰어들었다. 근대 조선의 다양한 인물과사건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지혜를 얻는데 관심이 많다.


정희준 -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프레시안&& ‘정희준의 어퍼컷’, 「경향신문」 ‘정희준의 카운터 펀치’ 등 온·오프라인 매체에 다수의 스포츠 칼럼을 연재 중이다.한국 스포츠의 기형적인 구조와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직설적인 글들로 호평을 얻고 있다.


최정규 -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2007년 10월 「사이언스」지에 논문이 게재되어 학계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제도와 규범, 인간 행동을 미시적으로 접근하고 설명하는 데관심이 많다. 사회의 복잡한 현상들을 모형화한 뒤 구성원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진화적 게임이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최제호 - 통계학자. 세상을 읽고 사람들과정보를 공유하는 통계학의 가치를 전파 중이다. 복잡한 세상의 이면을 꿰뚫는 통계의 숨은 가치를 다룬 『통계의 미학』을 저술했다. 한국 현실에맞는 통계학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표창원 -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경찰대학에서범죄학, 범죄심리학 등을 강의 중이다. 실제 경찰관 출신 ‘프로파일러’로 연쇄살인, 엽기 범죄처럼 각종 범죄 및 살인자들의 심리를 날카롭게분석해내는 걸로 유명하다.


하지현 - 정신과 전문의. 본업인 정신과 의사외에 벤처사업가, 희곡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정신과 의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책들을 저술하고있다.


홍승진 - 법제처 대변인. 미국 뉴욕주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9년 2월 법제처 대변인으로 임명되었다. 교통방송, MBN 등에 출연하고 각종 기고 등을 통해 실생활에 필요한 법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 차례
prologe - 누가윌리엄스를 사형했는가


chapter 1 새로운 시장을 읽는 상상력 - 뉴마케팅
블랙스완이 지배하는 세상 : 불확실성의 자가증식
나비가 날면 지도를 펴라 : 거시적 파동이론
록펠러를낳으셨군요 : 인구경제학
우리는 할인점으로 간다 : 셀프 서비스 마케팅
소비자의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 & 소비자관여도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 프레임 이론
부정적 메시지의 한계효용 : 메시지 진부화 효과


chapter 2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반란 -행동경제학
딸부잣집의 고뇌 : 도박사의 오류
배팅의 미학 : 몬티홀 딜레마
인간의 이기심에 관한 몇 가지 오해: 공유지의 비극
비효율이 효율을 이기는 방법 : 네트워크 외부성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반란 : 최후통첩 게임
모두가 득이 되는Give&Take : 신뢰 게임
조삼모사의 경제학 : 손실회피 이론
보상 처벌 제도의 함정 : 구축효과이론


chapter 3 내 마음 속의 우주 -일상심리
신탁인가, 무의식인가 : 꿈의 해석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니까! : 무기 집중 효과
내 손으로 짓는소외의 성(城) : 소외감 중독
나는 너의 불행에 개입하지 않았다! : 결백한 방관자
에스컬레이터, 왼쪽에 서도 될까요? :인간심리의 물리학
그 남자 그 여자 : 뇌 가소성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 반대되는 대안
도도새와 훌라 걸스 :동화와 조절
싸이코패스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 싸이코패스의 사회학


chapter 4 문제적 세상을 읽는 법 -사회문제
내 안에 사는 또 다른 나 : 다중인격장애
영화가 나를 살인자로 만들었다 : 미디어 강효과이론
"돼지만 참사"의 우스꽝스러운 비극 : 집단사고
우리는 어제 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다 : 범죄환경학
지하철에도 명당자리가있다 : 공적 공간 속의 사적 공간
우리는 무슨 색깔인가요? : 색채사회학
너의 죄를 사하노라 : 사면권 논란
이중국적 절대악인가? : 이중국적과 국적법
지문으로 관리되는 사회 : 팬옵티시즘


chapter 5 법정 뒤에 숨은 희망과 절망 - 판례와법리
싱가포르에서 "곤장"을 맞다 : 형벌론
경찰차 뒷좌석에서 생긴 일 : 변호인 입회권
포르노 황제의 불온한자유 : 언론의 자유
당신도 범죄형 인간인가요? : 인상학과 우생학
인간과 원숭이의 멀고도 가까운 관계 : 원숭이 재판
끊임없이되풀이되는 마녀재판의 악몽 : 희생양 이론
LA폭동과 법정의 양심 : 두순자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가 친구가 된 사연 : 유전자감식


chapter 6 어제와 오늘의 다른꼴과 같은 꼴 - 식민지역사
옛날 옛적에 살았던 "88만 원 세대" : 반복되는 세대론
식민지 투기꾼의 인생역정 : 선물시장의 어제와오늘
"라디오 합백당" 일망타진 사건 : 사설투기의 어제와 오늘
배포 큰 "채무왕"의 말로 : 과잉채무의 어제와 오늘
1932나진 땅투기 소동 : 부동산투기의 어제와 오늘
백년대계의 희망 없는 변천사 : 입시전쟁의 어제와 오늘
식민지 시대 왕따의 그늘 :집단따돌림의 어제와 오늘
명품 고무신, 짝퉁 고무신 : 베블런 효과
조선의 알파걸 박인덕 여사 : 비동시성의동시성


epilogue - 왜 무하마드 알리에게 박수를보내는가





지식프라임
새로운 시장을 읽는 상상력 - 뉴 마케팅
우리는 할인점으로 간다 : 셀프 서비스 마케팅

왜 대형할인점은 물건이 쌀까? 대형할인점의 경쟁력은 한마디로 ‘박리다매’다. 즉, 싸게 많이 팔자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박리다매를 하자면 많은 고객을 유치해야 하고, 그러자면 상권이 넓어야 하므로 소비자들이 대개 차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로 띄엄띄엄 위치해 있기 마련이다. 걸어다니는 동네 구멍가게와 달리 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 대형할인점 고객은 일단 기름값을 지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동네 슈퍼마켓과 달리 대형할인점은 배달을 해주지 않으므로 대형할인점 고객은 자신의 차로 직접 물건을 배달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기름값을 지불할뿐더러 배달까지 대신해주고 가격을 할인받는 구조인 셈이다.


‘할인’의 대가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형할인점 고객들은 보통 3일치 내지 일주일치 물건을 한꺼번에 산다. 소비자들은 대형할인점에서 구입한 채소와 고기와 과일을 쟁여놓기 위해 냉장고를 큰 것으로 바꾸거나 아예 하나를 더 들여놓기도 한다. 세제와 화장지를 넉넉히 보관하려면 수납장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 냉장고 두 대, 수납장 여러 개를 놓으려니까 집이 좁게 느껴지고, 결국엔 넓은 집으로 이사가기도 한다. 동네 구멍가게나 슈퍼마켓에서는 물건을 보관해주지만, 대형할인점의 소비자들은 스스로 거금을 투자해서 보관시설을 마련하고 할인점 대신 물건을 보관하는 셈이 된다.


배달일, 보관일 외에 대형할인점 고객이 할인을 위해 또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 옛날에는 상품에 대한 설명을 상인한테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의문점이 있으면 물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형할인점에서는 돈 계산을 하는 사람들은 있으되 모든 상품이 상인 없이 그저 선반 위에 빼곡이 진열되어 있을 뿐이다. 3만 원짜리 프라이팬과 5만 원짜리 프라이팬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환경인 것이다. 이는 매장의 규모에 비해 직원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제품 포장지에 적혀 있는 깨알 같은 설명글을 열심히 읽고 비교하여 스스로 구매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상인이 할 일을 고객이 대신하고 가격을 할인받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대형할인점을 갈 때 ‘낮은 가격’만 생각한다. 하지만 할인점의 낮은 가격 뒤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얼굴이 바로 ‘셀프서비스’다. 집까지 물건을 배달하는 것도 셀프서비스, 보관하고 저장하는 것도 셀프서비스, 상품에 대한 문답도 셀프서비스다. 주지하다시피 셀프서비스란 판매자가 해야 할 일을 소비자가 알아서 한다는 의미다. 즉, 우리는 모두 대형할인점에서 일을 해주고 급료를 받는 대신 물건을 싸게 사고 있는 셈이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 프레임 이론
1970년대 미국에서 맥도널드 햄버거는 이상한 소문에 시달렸다. 누가 퍼뜨리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맥도널드 햄버거는 쇠고기가 아니라 벌레를 으깨어 만들기 때문에 특히 맛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괴소문은 급속히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면서 매출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맥도널드 사는 고민 끝에 논리적인 설득을 시작했다. 맥도널드 사처럼 햄버거를 대량으로 파는 회사가 벌레를 재료로 쓰려면 그냥 포획해서 되는 게 아니라 대량으로 길러야 하는데, 계산해보면 벌레 사육비가 소 사육비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을 광고로 설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맥도널드 매장에 가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맥도널드 햄버거가 벌레로 만들어졌다고 믿는가?”하고 물으면 99%의 답변자가 “믿지 않는다”라고 대답한다는 점이었다. 많은 소비자들이 맥도널드와 관련된 괴소문에 대해 이성적으로는 믿지 않지만 여전히 꺼림칙한 느낌만은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비합리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람의 태도란 것이 아주 단순하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동시에 알게 된 것들’은 무조건 연결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맥도널드 벌레 얘기를 듣는 순간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믿든 믿지 않든 ‘맥도널드’와 ‘벌레’라는 이미지가 즉시 연결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 번 연결된 이미지들은 그와 관련된 정보를 접할 때마다 그 연결이 더욱 탄탄해진다.


그렇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이런 난감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물론 처음에는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분명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으면 소문이 진짜라고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단 해명이 끝난 후에는 그와 관련된 일체의 광고나 홍보 활동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잘못된 이미지링크가 스스로 느슨해질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게 좋다는 얘기다.


?프레임(Frame) 이론
조지 레이코프가 정의한 ‘프레임’이란, 사람들이 어떠한 이미지 내지 의제를 인식하고 파악할 때 일정한 사건과 사실(진실) 사이를 결정하는 직관적인 틀을 의미한다.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일단 주도권을 획득한 프레임은 각종 미디어와 소문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며, 그러한 프레임을 반박하려는 모든 노력은 오히려 기존의 프레임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 언어학과 교수인 조지 레이코프는 대학생들에게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요구할 때 학생들이 오히려 ??코끼리??라는 이미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향성을 소개하며 프레임 이론을 주창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코끼리??를 먼저 떠올려야 한다는 사실을 예로 들어 현대사회의 인식론적 딜레마를 지적한 것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반란 - 행동경제학
비효율이 효율을 이기는 방법 : 네트워크 외부성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컴퓨터자판은 맨 윗줄 영문이 Q-W-E-R-T-Y 순으로 배열되어 쿼티 자판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쿼티 자판보다는 드보락(Dvorak) 자판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쓰기에도 편하다 그러나 요즘 드보락 자판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더 효율적인 시스템이 사라지고 더 비효율적이거나 기껏해야 비슷한 또 하나의 시스템이 권력을 차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역설적이지만, 자판의 경우 너무 효율적인 것이 문제였다. 지렛대 방식의 수동타자기를 쓰던 시절, 드보락 자판은 너무 효율적이어서 타자기가 타자수의 타이핑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각 글쇠들이 서로 엉키는 일이 빈번했다. 타자기 제조업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그럴듯한 해결책을 생각해낸다. 비효율적으로 자판을 설계하는 것이었다. 쿼티 자판은 이렇게 생겨났다.


그렇다면 글쇠가 엉킬 위험이 전혀 없는 전자식 키보드가 보급된 이후에도 비효율적인 쿼티 자판이 계속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방식이 지금껏 표준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그 방식을 배워 익히고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채택하고 있는 기술이 반드시 최고로 효율적인 기술은 아닐 수도 있다. 다소 비효율적이더라도 일단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바로 그 ‘익숙함’ 때문에 사람들은 계속 비효율적인 것을 찾게 된다.


기술이든 상품이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기와 수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애플 사의 매킨토시 컴퓨터는 사용자 편의성이나 디자인, 안정성의 측면에서 IBM 계열의 컴퓨터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컴퓨터가 대중화된 이후 지금까지도 매킨토시 컴퓨터가 모든 측면에서 IBM 컴퓨터를 능가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사는 한때 컴퓨터 업계의 기린아로 촉망받던 스티브 잡스를 대표직에서 몰아내야 했을 정도로 시장에서 고전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매킨토시의 시장 점유율은 1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우리가 컴퓨터를 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내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주로 어느 계열의 컴퓨터를 쓰는지 여부다. 같은 것을 사야 호환도 편하고, 모르는 것이 생기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물어보기도 편하니까.


이렇듯 우리는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주위 사람들이 동일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런 것을 가리켜 “네트워크 외부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효율적인 것만이 살아 남는다”는 명제가 힘을 잃게 된다. 사실 세상을 살다 보면 반드시 모범답안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주변사람들과 호환도 잘 되고, 적당히 얽히고 설킬 줄도 아는 사람이 대체로 무난하게 살아가는 법이다. ‘네트워크 외부성이 있는 인간’이라고나 할까.


?불합리성이 승리하는 사회 : 네트워크 외부성과 독점의 정치학
흔히 우리는 통상적인 인간이라면 대체로 합리적인 소비와 판단을 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복잡한 현대사회의 심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며, 종종 합리성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네트워크 외부성’이다.


제품의 내재적 효율성과는 무관하게 그 사용자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심리적 가치가 높아지고 이것은 또 다른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촉시키고 그것에 익숙하게 만드느냐가 제품 및 서비스의 질이나 가치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네트워크 외부성에 주목하는 현대 기업마케팅의 양상은 좀 더 복잡하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게임의 베타 런칭 등의 무료 마케팅이다. 새로 런칭하는 온라인 게임들은 다수의 이용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한 달에서 길게는 1년까지 사용자가 무료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적절한 사용자가 확보되었다고 생각되면 비로소 유료화를 준비한다. 물론 기존의 베타 사용자들이 모두 유료 사용자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20% 이상의 전환율을 확보할 경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네트워크 외부성의 마케팅 적용은 종종 독점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웹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넷스케이프 사의 네비게이터는 인터넷브라우저 시장의 후발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우즈에 무료로 탑재하여 배포하자 그대로 고사해버리고 말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끼워 팔기’로 반독점 법정에 섰지만, 결국 익스플로러는 시장에서 승리했다.

네트워크 외부성이라는 개념은 이처럼 실절적인 가치와 효용성에 우선하는 또 다른 비합리적인 요소들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네트워크 외부성이란 사람과 사람, 상품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에 관한 특별한 의미부여일 수 있다. 이미 우리는 ‘가치’와 ‘소통’의 비교우위를 논할 수 없는 문명 속에서 살고 있다.


내 마음 속의 우주 - 일상심리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 반대되는 대안

우리나라 국보 1호는 남대문이다. 국보 2호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우리 뇌의 능력으로는 1등만 기억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세태가 그러하다면, 2등을 한 당사자들의 기분은 과연 어떨까? 미국 코넬 대학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1992년 하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들과 동메달을 딴 선수들을 비디오로 찍은 후 그들의 표정을 비교분석해본 것이다. 그런데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표정은 무척 행복해 보였지만, 은메달을 딴 선수들의 표정에는 고통과 회한이 서려 있었다. 동메달은 3등이고 은메달은 2등인데, 어째서 은메달을 딴 선수들의 표정이 동메달을 딴 선수들보다 불행해 보였을까? 답은 간단하다. 은메달을 손에 쥔 선수들은 금메달리스트의 환희에 찬 얼굴을 보면서 ??아! 내가 1등을 할 수도 있었는데!?? 하고 가슴을 치며 아쉬워한 것이다. 그에 비해 동메달을 딴 선수들은 ??하마터면 시상대에 오르지도 못할 뻔 했군.?? 하고 생각하면서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반대되는 대안이라고 한다.


기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달라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과할 정도로 기대치를 낮추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물론 실망하지 않으려고 무작정 기대치를 낮추는 것 또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인간은 적당한 기대치가 있어야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기대치가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처럼 허황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무슨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성원해주신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황급히 공황을 빠져나가는 우리 운동선수들…. 국민들은 역시나 1등을 놓친 선수들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던지지 않는다. 선수와 국민 모두가 ‘적당한 기대치’를 가지고 있어야 소정의 결과에 대해 서로 행복한 웃음을 나눌 수 있는 법이다. 4회 연속 본선진출과 4무 10패 0승이라는 초라한 전적이 있었기에 2002년 월드컵의 4강 신화가 그만큼 짜릿할 수 있었음을 상기해볼 일이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2등은 괴로울 수 있다. 하지만 2등이 3등보다 더 괴로워할 이유도, 뛸 듯이 기뻐하면 안 될 이유도 없다. 남들에게 기억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정한 기대치에 얼마나 부응했느냐’의 문제다. 정말 엄혹하고 냉정한 잣대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적 세상을 읽는 법 - 사회문제
돼지만 참사의 우스꽝스러운 비극 : 집단사고

1961년 4월 17일 새벽, 여덟 척의 미군 함정이 B-26의 호위를 받으며 쿠바 남쪽 해안 돼지만(Pigs Bay)을 향해 출항한다. 함정에는 1,400명의 쿠바 망명자로 구성된 상륙부대가 타고 있었다. 그들의 임무는 쿠바를 기습하여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정권을 전복시키는 것. 하지만 함정의 대부분은 쿠바 연안의 암초에 걸렸고, B-26은 쿠바 공군의 전투기에 격추당하고 만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상륙을 강행한 부대원들 중 100명은 중무장한 쿠바 경비대에 의해 사살되고, 나머지 부대원들 중 대부분은 포로로 잡혔다.


미국의 돼지만 침공이 실패로 돌아간 후 결과적으로 이후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은 더욱 공고해졌고, 미국은 소련과 핵전쟁을 벌여야 할지도 모를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미국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가정 우스꽝스러운 실패로 기록된다.


돼지만 사건은 미국 케네디 정권 시절의 이야기다. 그 무렵 쿠바는 소련의 협조 하에 미국 본토를 겨냥한 중거리미사일을 도입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에 위협을 느낀 미국 정부는 미국 내 최고의 엘리트들을 소집하여 밤낮으로 대책을 논의했다. 쿠바 망명자들, 즉 반(反)카스트로 쿠바인들을 훈련시킨 후 돼지만에 상륙시켜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는 만에 하나 실패하더라도 쿠바의 내부봉기처럼 보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순진한 발상도 깔려 있었다.


케네디와 그의 엘리트 참모들은 어떻게 그런 엉터리 같은 계획을 만들어냈을까? 애초부터 문제점과 허점이 많았던 이 계획에 어째서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을까?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는 ‘집단 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 돼지만 참사를 언급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도 비슷한 성향을 가진 상태에서 폐쇄된 장소에 모여 장시간 논의하다보면 ‘돼지떼’처럼 우매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당시 돼지만 기습 작전을 계획하던 자리에 참석했던 안보보좌관의 술회에 따르면, 당시 이 계획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엉터리 같은 계획에 반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당시 백악관 특보를 지낸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Arthur Schlesinger)는 이렇게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작전을 당장 그만두라고 경고하고 싶었지만, 회의 분위기에 눌려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이러한 집단사고 현상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일까? 엘리트의식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독선에 빠진 나머지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을 부도덕한 존재로 규정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정당화하는 데에만 골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단을 대표하는 리더는 집단의견을 거부하는 자에게 만장일치가 되도록 압력을 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어떤 사람도 집단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대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집단의 결정은 엄청난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는 잘못된 결정이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만장일치는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소속감과 성취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만장일치의 감동을 억지로 끌어낼 일은 아니다. 언제라도 돼지만 참사는 일어날 수 있다.


법정 뒤에 숨은 희망과 절망 - 판례와 법리
싱가포르에서 곤장을 맞다 : 형벌론

형벌의 목적이 어디에 있든 지나치게 잔인한 형벌은 그 자체로 사회적 제도로서 부적합한 것일 수 있다. 현대 ‘문명국’에서는 이렇게 잔인한 형벌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아직도 문화와 관습의 차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형벌을 유지하는 나라들이 있다. 예컨대, 싱가포르에 아직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년에도 수천 명의 범죄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태형(笞刑)이 바로 그렇다. 세계적인 무역허브 한복판에서 아직도 곤장을 맞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지나친 아이러니다.


비교적 조용히 유지되어오던 싱가포르의 태형은 1994년 한 미국 소년 때문에 전 세계의 주목을 끌게 된다. 미국 국적의 15세 소년 마이클은 50대 이상의 차에 손상을 가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1994년 3월에 징역 4개월, 3,500싱가포르달러의 벌금과 함께 6대의 태형에 처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싱가포르에서는 ‘공공에 큰 피해를 끼치는 악질적인 행위, 마약거래, 불법입국, 파렴치한 성범죄’ 등에 태형 판결을 내린다.


징역과 벌금은 그렇다 치고 곤장까지 맞게 될 처지에 놓인 마이클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부에 노골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면서 마이클을 사면해줄 것을 요청했고, 미 상원의원 수십 명도 사면을 요청하는 편지에 서명을 했다. 싱가포르의 옹뎅청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체면을 고려했는지 내각회의까지 열어 마이클이 맞아야 할 곤장의 수를 6대에서 4대로 감형해주었지만 끝내 집행을 면제해주지는 않았다. 1994년 5월 5일, 결국 마이클 페이에 대한 태형이 집행되었다.


흔히 싱가포르인들은 태형제도를 옹호하면서, 자국의 범죄율이 낮은 것은 태형과 같이 엄한 형벌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형제도를 둘러싼 논란과 마찬가지로, 과연 태형과 같은 신체형벌이 범죄자의 교화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 곤장을 맞은 마이클은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여러 차례 비행을 저지른다. 부탄가스를 흡입하다가 중독이 되어서 재활센터에 입원하는가 하면 음주운전, 뺑소니, 마약범죄로 체포되기도 했다.


마이클은 8살 때 부모가 이혼한 결손가정에서 자랐고, 싱가포르에서 태형을 받기 전 주의력결핍 및 충동조절장애가 있는 것으로 진단받은 소년이었다. 정서적,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미성년자의 비행을 곤장으로 다스리는 것이 과연 올바르고 효과가 있는 형벌일까? 미국에서 부탄가스를 흡입하다가 체포된 마이클은 이렇게 말했다. “가스를 마시면 곤장을 맞던 기억을 잊을 수 있거든요.“


원칙적으로 형벌이란 범죄자에게 두려움을 주기보다는 교화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대다수 ‘문명국’에서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벌을 시행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잔인하고 황당한 형벌사 : 예방주의와 응보주의
중국의 역사책들을 읽다 보면 끔찍하고 놀라운 형벌들이 종종 등장하곤 한다. 사극 등을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능지처참(陵遲處斬)은 살아 있는 죄수의 사지를 칼로 조각조각 잘라내는 형벌이다.


그 외에도 중국의 역사 속에는 머리가죽을 벗기는 박피, 허리를 자르는 요참, 목을 졸라 죽이는 액수, 몽둥이로 때려죽이는 장살 등등 글로 읽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잔인한 형벌제도들이 있었다.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인권적 차원에서의 형벌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그에 따라 형벌제도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응보형 징벌제도는 점차 지구상에서 사라져가고, 이제는 사형제도 역시 폐지해나가는 추세다. 다만, 화교가 사회적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싱가포르에 남아 있는 태형이나 중국의 공개총살형 같은 일벌백계식 형벌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은 중국의 오랜 문화적 관습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문화적 상대주의의 권고에 귀기울인다 하더라도 인권과 형벌의 역할  사이에서 논쟁이 될 만한 요소는 여전히 많아 보인다. 강력한 처벌주의 덕분에 거리에 껌 자국 하나 없다는 싱가포르의 국가관리방식은 나름의 효과를 증명하는 반면, 이러한 통제 중심의 사회가 궁극적으로 법과 형벌이 추구해야 하는 사회인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터키에서는 음주운전자가 적발될 경우 우선 차에서 내리게 한 후 도심에서 약 30km 떨어진 외곽에 내려놓고 구보로 귀가하도록 한다. 택시나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순찰차가 호위를 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음주운전자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배우자까지 감옥에 가야하고, 엘살바도르에서는 음주운전자는 적발 즉시 총살한다. 참고로, 불가리아의 형벌제도는 예방주의와 응보주의의 극적인 절충을 보여주고 있는데, 음주운전자가 처음 적발되면 훈방조치 하지만 재범일 경우 교수형에 처한다고 한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