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룰스

   
존 메디나(역자: 서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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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티어
   
16800
2009�� 03��



■ 책 소개
꼬여만 가는 교육 문제,경영자들을 괴롭히는 조직 운영, 그리고 우리의 일상생활까지, ‘두뇌 친화적인’ 것에 곧 ‘지속 가능한’ 삶의 해답이 있다!

 


이 책은 12가지 브레인 룰스, 즉 두뇌 법칙을 통해 두뇌의 기본 작동원리를 밝히고, 그것이 모두의 삶을 변화시킬 열쇠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다. 과학적 지식 자체가 아니라, 두뇌과학을 이용해 보다 효율적으로아이들을 가르치고, 일의 효율을 높이는 등 과학에 기초를 둔 효율적인 두뇌 활용법을 전달하고자 한다. 


심리학, 의학 등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앞장서서 인류 최후의 미개척지,두뇌의 비밀들을 밝혀왔지만 사람들, 특히 경영자와 교육자들은 그 원리들을 간과했기에 자신도 모르게 상당한 비효율과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이책은 바로 위와 같은 현실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을 위한 ‘두뇌 지식 보고서’다.


■ 저자 존 메디나
인간의 두뇌발달 및정신장애를 연구하는 응용학습심리학자이자 발달분자생물학자로, 유아의 학습 및 정보처리 과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탤러리스연구소 초대 소장을 거쳐지금은 시애틀퍼시픽대학교 두뇌응용학습연구센터를 이끄는 동시에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생명공학과 교수로 있다. 구글이나 보잉 사 같은 굴지의기업들과 함께 조직 운영에 관련된 실용적 프로젝트들을 추진해 왔으며, 미국 국가교육위원회의 고문으로서 신경과학과 교육의 관계에 관해서도 조언해왔다. 


www.brainrules.net


■ 역자 서영조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와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영어권 도서들을 번역하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영화제 출품작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책으로는 『지식의 책 : 우리가 알아야 할 21세기 지식의 모든 것』『미국심리학회가 권하는 자녀교육법』『대립의 기술』등이있다.


■ 감수 정재승
카이스트 물리학과에서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연구원,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조교수 등을 거쳐현재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로 있다. 국내 최초의 라디오 과학 프로그램 〈도전 무한지식〉(MBC 표준 FM, 아침 9시 5분)을진행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등이 있다.


■ 차례
브레인 룰스 1. 생각의 엔진 -운동

몸을 움직이면 생각도 움직인다

브레인 룰스 2. 생각의 진화 -생존
이해와 협력은 두뇌의 생존전략이다


브레인 룰스 3. 생각의 개인차 -두뇌회로
사람의 두뇌회로는 모두 서로 다르다


브레인 룰스 4. 생각의 흐름 -주의
따분한 것들은 관심을 끌지 못한다


브레인 룰스 5. 생각의 저장 -단기기억
기억을 남기려면 반복해야 한다


브레인 룰스 6. 생각의 형성 -장기기억
기억은 다시 반복을 낳는다


브레인 룰스 7. 생각의 처리 -잠
잠은 생각과 학습의 필수 전제조건이다


브레인 룰스 8. 생각의 와해 -스트레스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탈한다


브레인 룰스 9. 생각의 강화 -감각
자극이 다양할수록 생각이 뚜렷해진다


브레인 룰스 10. 생각의 포착 -시각
시각은 다른 어느 감각보다 우선한다


브레인 룰스 11. 생각의 대결 - 남과여
남자와 여자는 다르게 생각하고 느낀다


브레인 룰스 12. 생각의 재발견 -탐구
우리는 평생 타고난 탐구자로 살아간다




브레인 룰스

브레인 룰스 |  생각의 엔진- 운동
몸을 움직이면 생각도 움직인다

우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나이 들어가는지를 관찰하면서 운동이 두뇌에 끼치는 이로운 효과들을 발견했다. 나는 텔레비전에서 짐이라는 익명의 남성과 프랭크라는 유명인을 보면서 그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다. 한 프로그램은 미국의 양로원을 다룬 다큐멘터리였는데, 80대 중반쯤 돼 보이는 노인들이 희미하게 불이 밝혀진 양로원 복도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죽을 날이라도 받아놓고 기다리는 사람들 같았다. 그중 한 사람의 이름이 짐이었다. 그의 눈은 공허하고 쓸쓸하고 고독해 보였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눈빛이었다. 그는 생의 말년 대부분을 허공을 바라보며 보냈다.


채널을 돌리던 중에 아주 젊어 보이는 저널리스트 마이크 월레스와 마주쳤다. 월레스는 80년대 후반으로 보이는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대단히 가슴 설레는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나는 프랭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가 정신이 얼마나 맑으며 발군의 사고력을 지녔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의 나머지 부분도 그 자신의 삶처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1957년 그는 90세의 나이로 자신의 마지막 작품인 구겐하임 미술관 설계를 완성했다.


그러나 내가 놀란 이유는 또 있었다. 프랭크의 대답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나는 양로원의 짐이 떠올랐다. 그는 프랭크와 동갑이었다. 사실, 그 양로원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 또래였다. 늙어가는 사람들의 두 가지 유형이 한눈에 들어왔다. 짐과 프랭크는 거의 같은 시대를 살았다. 그러나 한 사람은 거의 시들어버린 반면에 나머지 한 사람은 여전히 전구처럼 빛을 내고 있었다.


짐 같은 사람들과 그 유명 건축가는 노화 과정에서 어떤 차이가 있었던 걸까? 이 질문은 학계를 오랫동안 고민에 빠뜨렸다. 학자들은 80대, 90대까지도 에너지와 활기를 잃지 않고 생산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아왔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늙어갈수록 지치고 쇠약해지며, 70대를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차이를 해명하려는 노력을 통해 많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 사실들은 다음의 여섯 가지 질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어떻게 늙어갈지 예측할 수 있는 요인이 있는가?
간단히 말해서 당신이 ‘카우치 포테이토’라면 짐처럼 늙을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80대까지 산다면 말이다. 그러나 활동적인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처럼 늙을 가능성과 90대까지 살 확률이 높다. 이런 차이를 낳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운동이 심장혈관의 건강을 향상시켜, 심장마비나 뇌졸중 같은 발작의 위험성을 줄여주기 때문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성공적으로’ 나이를 먹는 사람들의 정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맑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런 궁금증이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이어졌다.


2. 운동을 해서 지능이 향상되었나?
가능한 모든 지능검사를 시행했다. 아무리 측정을 해도 답은 계속 ‘그렇다’였다. 평생 운동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때로 놀라울 정도로 인지능력이 향상되었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장기기억, 추론, 주의력, 문제해결 능력, 심지어 유동적 지능(fluid intelligence, 경험이나 지식의 축적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적 능력으로,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발휘되는 능력-옮긴이)을 이용해야 하는 과제에서도 카우치 포테이토 족들을 능가했다. 이런 과제들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전에 배운 것을 즉각 활용하여 재빨리 추론하고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테스트한다. 결국 본질적으로 운동은 교실과 일터에서 중시되는 능력들을 향상시킨다고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신체 활동을 통해 인지능력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개인에 따라 차이가 컸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 데이터들이 의미는 크지만 원인이 아니라 연관 관계만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직접적 연관성을 보이려면 좀 더 깊이 있는 실험이 필요하다. 그러면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3. 짐이 프랭크처럼 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한 무리의 카우치 포테이토를 찾아내서 그들의 지능을 측정하고 일정 기간 운동을 시킨 뒤 지능을 다시 측정됐다. 그 결과 유산소 운동을 할 때 모든 종류의 지적 능력이 회복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운동을 4개월 정도 지속하자 그 효과는 더욱 뚜렷해졌다. 취학연령이 된 아이들에게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그리고 운동 프로그램을 그만두자 운동하기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운동을 하면 인지능력이 좋아진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면서 과학자들은 질문을 조금 더 정교하게 바꾸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질문, 특히 카우치 포테이토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어떤 종류의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할까?’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기쁜 소식과 조금 덜 기쁜 소식이 있다.


4. 기쁜 소식, 그리고 조금 골치 아픈 소식
노령인구를 대상으로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놀랍게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였다. 연구실에서 밝혀낸 바에 따르면 하루에 30분씩 일주일에 두세 번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기에 적절한 운동량이다. 여기에 인지능력을 강화하는 훈련을 추가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물론 개인에 따라 결과는 다르다.


5. 운동을 하면 뇌질환도 나을 수 있을까?
여가 시간에 신체 활동을 한다면 치매에 걸릴 확률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유산소 운동이 그 열쇠로 보인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효과는 훨씬 더 커서 운동으로 발병 가능성을 60퍼센트 이상 낮출 수 있다. 그렇다면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할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조금씩 오랫동안 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어떤 형태로든 일주일에 두 번만 운동을 하면 충분하다. 하루에 20분씩 걸으면 노인들의 지적 장애를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인 뇌졸중 같은 발작을 일으킬 위험이 57퍼센트 낮아진다. 신체 활동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을 크게 줄여주는 이유는 운동이 정신건강을 유지해 주는 세 가지 신경전달물질, 즉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의 배출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운동은 우울증과 불안장애 모두에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며,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6. 운동이 인지능력에 내리는 축복은 노인들만을 위한 것일까?
운동이 어린아이들의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해 낸 앙트로네트 얀시 박사에 따르면 운동을 하는 건강한 아이들과 청년들이 특정 과제에 필요한 인지적 수단을 더 효율적으로 할당하여 활용하며, 더 끈기 있게 과제에 매달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학업 성적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그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알아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운동이 과연 그중 하나인지 알아내는 것 역시 어렵다. 그러나 지금껏 알아낸 사실만으로도 운동이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이유로 충분하다.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하루에 20킬로미터 정도를 걸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자. 이것은 올림픽 경기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의 신체 덕분에 우리 두뇌가 진화를 거듭해 왔다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의 몸은 사무실이나 교실에서 하루 8시간이 넘게 앉아 있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몸으로 세렝게티 초원에 8시간 동안, 아니 8분만 앉아 있어보라. 곧장 다른 포식동물한테 먹혀버릴 것이다. 우리는 몇백만 년에 걸쳐 지금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 생활 습관에 적응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되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움직이지 않은 생활 습관을 버리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학교나 직장에서 앉은 채로 보내는 일과시간에 운동 시간을 끼워넣는다고 해서 우리가 더 똑똑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정상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브레인 룰스 |  생각의 저장 - 단기기억
기억을 남기려면 반복해야 한다

우리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은 많은 부분 기억력에서 나왔다. 인간처럼 신체적으로 약한 생물이 경험을 통해 두뇌를 갈고닦지 않았더라면 혼란스럽고 위험하며 드넓은 초원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억력은 진화의 한 요소 그 이상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기억력이 두뇌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줌으로써 우리가 세상을 의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인간을 특징짓는 인지적 재능인 말하기와 쓰기 능력조차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기억은 우리를 영속성 있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인간일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기억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학자들은 기억을 측정해야겠다 싶으면 대개 기억을 ‘인출(retrieval)할 수 있는지를 측정한다. 누가 기억에 대해 어떤 일을 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그 일을 회상해 낼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사물과 사건을 기억할까?


여기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인 서술기억에 초점을 맞춰보자. 서술기억은 해마와 그 주변의 다양한 부위에 손상을 입으면 변경되는 의식적 기억체계다. 비서술기억은 해마와 주변 부위에 손상을 입었을 때 변경되지 않는(아니면 적어도 크게 변경되지는 않는) 무의식적 기억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서술기억의 일생 주기는 이어지는 네 단계, 즉 부호화, 저장, 인출, 망각으로 나눌 수 있다. 부호화는 학습 초기, 즉 두뇌가 새로운 서술 정보를 처음으로 만나는 짧지만 귀중한 순간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사람들 대다수는 인간의 두뇌가 녹음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믿는다. 학습은 ‘녹음’ 버튼, 기억은 ‘재생’ 버튼을 누르는 것에 해당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두뇌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사실과는 너무나 다르다. 학습이 일어나는 순간, 부호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은 너무나 신비롭고 복잡해서 처음 몇 초 동안 우리 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사실적으로는 고사하고 은유적으로도 그릴 수 없을 정도다. 각기 다른 감각의 원천에서 온 신호들은 두뇌의 서로 다른 부위에 기재된다. 정보는 뇌와 만나는 순간 산산이 부서져서 새롭게 분배된다. 이러한 분리 현상은 너무나 과격하고 광범위하게 일어나서 몇 마디 말처럼 오로지 인간이 만들어낸 정보만을 인식할 때도 나타난다.


정보를 부호화하는 것은 데이터를 암호로 변화하는 것이다. 암호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보를 한 가지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변형하는 것이며, 흔히 무언가를 비밀로 하기 위해서 한다. 과학자들은 매우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모든 부호화 과정에도 공통된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가운데 직장이나 교육 현장 같은 실생활에 진정으로 적용할 만한 특성이 세 가지 있다.


1. 정보를 더욱 정교하게 부호화할수록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우리는 정보를 더 정교하게 부호화할 때, 특히 그것을 개인화할 때 훨씬 더 잘 기억한다. 설득력 있고 강력하게 정보를 제시하여 듣는 사람 스스로 깊이 있고 정교하게 부호화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드는 것은 비즈니스 리더들과 교육자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2. 기억흔적은 정보를 처음 인식하고 처리한 부위에 저장되는 것 같다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려고 처음 동원한 신경의 통로들이 결국 두뇌가 그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다시 사용하는 영구적 통로가 되는 것이다. 핵심은 정보가 들어온 길과 저장되는 길이 같다는 것이다. 이것은 두뇌에서 무엇을 의미할까? 대뇌피질 속 뉴런들은 무언가를 학습할 때 활발하게 반응하는 것은 물론 기억을 영구히 저장하는 데도 깊이 관여한다. 즉 두뇌 속에는 기억이 끝없이 되살아나는 화수분 같은 것이 따로 없다는 뜻이다. 그 대신 기억은 대뇌피질의 표면 전체에 퍼져 있다. 두뇌의 수많은 부위들이 각각의 입력정보를 나타내는 데 관여하고, 각 부위는 전체 기억에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기여한다. 기억의 저장은 협력 작업이다.


3. 초기 부호화가 이루어진 조건을 되살리면 기억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사람들은 처음 정보를 받아들였을 때와 같은 조건에서 기억을 가장 잘 떠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너무나 확고해서 어떤 방식으로도 학습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에서조차 이런 경향을 이용하면 기억력이 향상된다. 이 특성은 기분에도 반응하여 슬플 때 무언가를 학습하면, 슬픈 기분일 때 그것을 더 잘 떠올릴 수 있다. 이를 가리켜 ‘상황의존적(context-dependent, state-dependent) 학습’이라고 한다.


브레인 룰스 |  생각의 처리 - 잠
잠은 생각과 학습의 필수 전제조건이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보내는 시간 가운데 잠자는 시간이 무려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람이 왜 잠을 자야 하는지를 아직도 밝혀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단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0년 전, 쥐의 뇌 속에 전극을 집어넣고 실험을 했던 과학자들에게서 강력한 힌트를 얻기는 했다. 그 쥐는 낮잠을 자고 나자 미로를 빠져나갈 방법을 금세 배웠다. 기록 장치는 여전히 전극에 연결된 채 작동하고 있었다.


사실 두뇌는 깨어 있을 때보다 자는 동안 더 리드미컬하게 활동한다. 두뇌가 진정으로 휴식을 취하는(즉 깨어 있을 때보다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이 적은) 유일한 순간은 ‘비(非)REM수면(REM이란 급속안구운동(rapid eye movement)을 이르는 말로, 잠을 자고 있지만 뇌파는 깨어서 알파파(α波)를 보이는 경우에 나타난다. 비REM 수면은 REM 수면을 제외한 나머지 수면을 이른다-옮긴이)’이라는 깊은 잠에 빠졌을 때뿐이다. 그러나 비REM 수면은 전체 수면주기의 2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찌감치 연구자들은 ‘우리가 잠을 자는 이유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라는 그릇된 견해에서 깨어났다. 뇌는 잠들어 있을 때도 전혀 쉬지 않는다.


그렇다면 질문을 한번 바꿔보자. 필요 없는 잠은 어느 정도일까? 다시 말해서, 몇 시간쯤 자는 것이 정상 기능을 방해할까? 이것은 결과적으로 아주 중요한 질문인데, 잠을 너무 많이 자거나 충분히 자지 못하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잠을 몇 시간 자야 하든지 간에, 그것을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충분히 자지 못하거나 너무 많이 자서) 우리의 뇌에는 실제로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수면 리듬이 하루 24시간 전투를 벌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학자들은 밤뿐 아니라 낮에도 일어나는 작은 접전들에 대해 연구해 왔다. 그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낮잠을 자려는 끊임없는 욕구, 그것도 하루 중 특정 시간에 낮잠을 자려는 욕구다. 어떤 사람들은 남들보다 낮잠 자고 싶다는 욕구를 더 강하게 느낀다. 그리고 점심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잠이 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낮잠은 인간 진화사의 일부인 것 같다. 밤에 오래 자고 낮에 잠깐 자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의 수면 행동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낮잠시간이 생기는 이유가 무엇이든 낮잠시간이 중요한 것은, 그동안 우리 두뇌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업 연설가나 강사들은 오후 3~4시에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는 것이 거의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낮잠시간은 말 그대로 치명적일 수도 있다. 하루 중 그 어느 때보다 그 시간대에 교통사고가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행한 한 연구에서는 26분 동안 낮잠을 자면 비행기의 업무 능력이 34퍼센트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45분 동안 낮잠을 자면 인지능력이 역시 34퍼센트 정도 향상되고, 그 효과는 6시간 이상 지속된다는 것을 밝힌 연구도 있다. 더 나아가 어떤 연구에서는 밤샘업무를 하기 전에 30분 정도 낮잠을 자면 그날 밤을 새면서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는 것까지도 입증했다.


수면은 시각적 특성을 구별하는 능력, 그리고 운동신경과 연관된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수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학습 유형은 절차를 배우는 학습이다. 특정 단계에서 밤잠을 방해하고 아침에 테스트를 해보면 밤 동안 이루어졌어야 할 학습 향상 효과가 사라질 것이다. 특정 유형의 지적 능력에 관해서라면, 수면은 학습의 훌륭한 동반자인 것이 분명하다.


요컨대, 잠이 부족하다는 것은 정신이 손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잠이 부족하면 생각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잠이 부족하면 주의력, 실행기능, 즉각적 기억력, 작동기억, 기분, 논리적 추론 능력, 일반적 수학 지식 등이 손상된다. 결국 수면 부족은 미세한 운동 기능(핀볼 같은 것을 하는 운동신경은 제외하고!)을 포함하여 손동작의 민첩성에 손상을 입히고 러닝머신 위에서 걷는 능력 같이 큼직큼직한 운동 기능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금까지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잠은 학습과 상당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관성을 보인다. 그 특성은 잠을 많이 자든 적게 자든 드러난다.


브레인 룰스 |  생각의 재발견 - 탐구
우리는 평생 타고난 탐구자로 살아간다

아기라는 존재를 통해 우리는 인간이 경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을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다. 아기들은 여러 가지 정보처리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태어나 기막히게 구체적인 전략을 이용하여 정보를 습득하는데, 그중 많은 전략을 어른이 될 때까지 사용한다. 아기 때의 학습 방법을 이해하는 것은 곧 나이를 불문하고 인간이 학습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아기들은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깊은 욕망과 세상을 적극적으로 탐구하려는 끊이지 않는 호기심을 갖고 태어난다. 그런 욕구는 그들의 경험 속에 끊이지 않는 호기심을 갖고 태어난다. 그런 욕구는 그들의 경험 속에 너무나 강력하게 새겨져 있어서 과학자들은 그것을 배고픔, 목마름, 성욕과 마찬가지로 본능적 욕구라는 의미에서 ‘충동(drive)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체 수정되는 아이디어들을 통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한다. 아기들은 다분히 과학자들처럼 적극적으로 세상을 테스트한다. 감각으로 관찰하고, 현상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할 실험을 설계하고, 거기서 알아낸 사실들로 결론을 도출한다.


학자들은 성인의 두뇌에서 어떤 부위는 아기의 두뇌처럼 유연한 상태를 유지해서 새로운 연결고리를 자라게 할 수 있고, 이미 있던 연결고리들을 강화시킬 수 있으며, 심지어 새 뉴런을 만들어내서 평생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사람들이 늘 그렇게 생각해 오지는 않았다. 5, 6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은 태어날 때 평생 쓸 뉴런을 모두 가지고 태어나며, 성인기를 거쳐 노년에 이르는 동안 그 뉴런들은 서서히 손상되어 간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였다. 실제로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시냅스 연결들을 잃는다(하루에 3만 개의 뉴런이 손실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어른의 두뇌도 학습을 관장하는 부위 안에서는 뉴런을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이 새 뉴런들은 신생아들의 뉴런만큼 뛰어난 가소성(plasticity, 可塑性)을 지닌다. 이 말은 곧 어른의 두뇌는 평생에 걸쳐 경험을 통해 스스로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나이를 먹으면서 계속해서 이 세상을 탐구할 수 있을까? 노벨 생리학 및 의학상을 수상하고, 70대에도 왕성하게 연구를 계속하던 에드윈 크렙스와 에드먼드 피셔 박사가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뭔 소리야. 당연하지. 다음 질문!”


물론, 나이를 먹으면서 늘 호기심을 자극하는 환경에 놓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진행할 프로젝트를 직접 선정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 운이 좋은 셈이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나는 우리 엄마를 만나서 운이 좋았다.


공룡의 세계에서, 빅뱅 시대의 우주, 그리스 신화, 기하학으로 내 관심사가 옮겨갈 때마다 엄마는 그에 맞게 이런 저런 것들을 준비해주면서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열네 살이었던 어느 날, 나는 엄마에게 내가 무신론자라고 선언했다. 엄마는 무척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기에 무척 당황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거 괜찮구나.”


마치 내가 이제 감자칩이 먹기 싫어졌다고 말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 다음 날 엄마는 식탁에 나를 불러 앉혔다. 엄마의 무릎에는 포장지로 싼 물건이 놓여 있었다. 엄마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래, 이제 너는 무신론자라는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엄마는 미소를 띠고 포장된 물건을 내 손에 쥐어주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프리드리히 니체라는 사람이고, 이 책 제목은 『우상의 황혼(Twilight of the Idols)』이야. 무신론자가 되려면 최고의 무신론자가 되렴. 재미있게 읽어!”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동시에 강력한 메시지 하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호기심은 그 자체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호기심을 느껴서 관심을 가지는 대상은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호기심의 물길을 막을 수 없었다. 나는 아이들이 호기심을 계속 갖도록 허용된다면 101세가 되어서까지도 타고난 발견과 탐구 성향을 십분 활용할 거라고 강하게 믿는다. 우리 엄마는 이런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아이들은 무언가를 발견하는 데서 기쁨을 얻는다. 탐구는 사람들이 중독되는 마약과도 같아서, 하면 할수록 더 많이 발견하고픈 욕구가 생겨나서 더 큰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이 과정은 하는 만큼 돌려받는 정직한 보상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아이가 마음껏 활약하게 놔둔다면 그 시스템은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도 지속될 것이다. 아이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학습을 통해 즐거움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정 과목의 전문적 기술이나 지식을 얻고 나면 지적 모험에 뛰어들 자신감이 생긴다. 그런 확신을 지닌 아이들은, 모험을 지나치게 즐긴 나머지 응급실에 실려가지만 않는다면 장차 노벨상을 받을지도 모른다.


나는 탐구라는 말을 떠올리면 101세까지 사시면서 8개 국어를 구사하시고, 100세까지 활기찬 모습이시던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그리고 엄마가 마법처럼 바꿔놓던 집과 엄마가 생각난다. 혀로 실험을 하던 작은아들과 벌에게 쏘이고 만 큰아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직장에서, 특히 학교에서, 호기심을 평생 지닐 수 있도록 더 힘껏 독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