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밥상

The Ethics of What We Eat

   
짐 메이슨· 피터 싱어(역자: 함규진)
ǻ
산책자
   
15000
2008�� 04��



>■ 책 소개
각기 다른 입맛과 식습관, 식품 쇼핑방식을 가진 대표적인 세 가족들인 육가공 식품 애호 가족과 선택적 잡식주의가족, 채식주의 가족의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탐험을 시작한 저자들은이들의 먹을거리가 어디서 왔는가를 역추적하고 그 결과 어떻게 하면 더 윤리적이고 즐겁고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가를제시한다.


실천윤리학의 대표적인 학자인 피터 싱어와 농부이자 변호사인 짐 메이슨이 함께 현대 식생활에대한 무서운 현실을 파헤친 책으로, 대량 사육되는 가축의 현실과 시스템, 대형마트의 장난과 거짓, 공정무역 상표가 붙은 제품의 이면과 윤리적소비와 지속 가능성의 사회적 책임, 영양학적 윤리적 문제와 식습관 태도에 관한 긍정적인 측면과 비판적인 측면까지 모두논한다.


이를 통해 식료품 가게 선반에 산뜻하게 놓인 먹을거리들의 그 배후에 얼마나 불결하고,비윤리적이고, 종종 잔혹하고 위험한 생산 과정과 유통 과정이 도사리고 있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던 진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놓고어떻게 하면 좀 더 윤리적인 먹을거리 쇼핑과 즐거운 (물론 맛도 있는) 식사를 할 수 있을지 논의한다.


■ 저자 
피터 싱어
 -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 1946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멜버른 대학,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했다. 옥스퍼드 대학,뉴욕 대학 등에서 강의했고 현재 프린스턴 대학 ‘인간가치 센터’에서 생명윤리를 가르치고 있다. 동물권익옹호단체인 ‘동물 해방(AnimalLiberation)’의 초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그는 세계에서 가장 손꼽히는 실천윤리학자이다. 그는 그동안 역사, 종교, 문화 등 인간의총체적 삶을 조명하며 자신의 실천윤리관을 펼쳐왔다. 특히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말에 빗대어 동물차별을 정당화하는 사람들을종(種)차별주의자라고 지칭하여 많은 논란을 자아냈다. 그리고 동물학대의 진짜 주범은 맛있는 고기를 탐하는 우리 모두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부인짐 메이슨과 함께 발로 뛰며 저술한 『죽음의 밥상』에는 그의 실천윤리 사상이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는 대형 농장 시스템에서 잔인하게 사육되고있는 동물들을 우리가 맛있게 먹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옳은 일인가라고 질문하고 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동물 해방』『민주주의와 불복종』『실천윤리학』 『마르크스』 『다윈의 대답』 『동물 공장』(공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 『세계화의 윤리』 등이 있다.


짐 메이슨 - 농부이자 변호사. 5대째 농사를 짓는 집안에서태어났지만, 공장식 농업이 소리 소문 없이 자신의 고향을 삼켜버리자 농사를 포기하고 법률을 공부했다. 변호사가 된 뒤 농사를 지으면서 홀로 대형농장에 대한 폐해를 조사하다가 1975년에 나온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곧바로 피터 싱어에게 찾아가 공장식농업에 대한 책을 함께 쓰자고 제안했고, 얼마 뒤 그 책은 『동물 공장』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은 한때 대단한 논란을 일으켰지만얼마 가지 못해 세상에 파묻히고 말았다. 그는 다시 피터 싱어와 함께 발로 뛰며 취재해 『죽음의 밥상』을 세상에 내놓았다. 지은 책으로『비자연적 질서: 왜 우리는 이 별과 우리를 파멸시키고 있는가』가 있다.

■ 역자함규진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양 및한국 정치사상에 중점을 두고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국가경영전략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왕의투쟁』『다시 쓰는 간신열전』『역사법정』『세상을 움직인 명문 vs 명문』 등이 있고, 논문으로 「유교문화와 자본주의적 경제발전」「정약용 정치사상의재조명」등이 있다. 『히틀러는 왜 세계정복에 실패했는가』『록펠러 가의 사람들』『마키아벨리』『팔레스타인』 등을 우리말로옮겼다.


■ 차례
저자 서문 1
저자 서문2
들어가는 말 - 먹을거리와 윤리학
먹을거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 | 마트에서 투표하기 | 세 가족 | 아는 것이힘이다


제1부 전형적인 현대식 식단
힐러드-니어스티머 가족,현대인의 보통 식단
누구나 다 먹는 것이 비윤리적이라구요?
1. 싸게 먹는 닭, 사실은 비싸다
2. ‘동물보호조치 보증’ 달걀의숨겨진 실상
3. 고기와 우유 생산 공장
4. 맥도날드와 월마트의 양심


제2부 양심적인 잡식주의자
매서렉-모타밸리 가족, 채식위주의 잡식 식단
채소가 좋아, 생선이 좋아?
5. 상표는 얼마나 양심적인가 - 니만 목장 베이컨의 경우
6. 상표의진실-‘유기농 인증’ 및 ‘인도적 사육 인증’ 달걀
7. 해산물은 안전한가?
8. 토산품 먹을거리만 먹는다?
9. 무역, 공정무역, 노동자의 권리
10. 외식과 가정식, 윤리적 선택은?


제3부 완전 채식주의자들
조앤과 조 파브 가족, 완전채식주의자
베건은 건강하다
11. 유기농으로 가자
12. 아이들을 베건으로 키우는 일은 비윤리적일까?
13 베건은 환경에더 유익한가?
14. 육식의 윤리학
15. 무엇을 먹을 것인가?


감사의 글
옮긴이의 말
미주




죽음의 밥상


들어가는 말 - 먹을거리와 윤리학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먹을거리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싹을 틔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송아지고기 먹는 것을 그만두었는데, 송아지가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서 떨어져, 단지 고기 맛을 좋게 하려는 이유로, 섬유소가 함유된 먹이(풀)를 먹거나 자유롭게 뛰어다니거나 하지 못하며 그저 좁은 우리(몸을 한 바퀴 돌릴 수도 없을 만큼 좁은)에 가둬진 채 사육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였다. 또한 소비자들은 갈수록 유기농법에 따른 농산물을 찾고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모든 선진국 국민들은 자신들이 먹는 음식이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이것은 농약과 제초제 없이 길러진 농산물인가? 농장 노동자들이 생계유지에 필요한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는가? 도축 과정에서 불필요한 고통이 주어지지는 않았는가? 이러한 식의 질문들은 윤리적인 식품 소비를 향한 점점 도도해지는 흐름의 일환이다.


이제 우리가 만나볼 세 가족은 먹을거리 선택의 이슈에 대해 잘 보여 준다. 먼저 아칸소 주 메이블베일에 사는 힐러드-니어스티머 가족부터 살펴보자. 이 가족은 리 니어스티머와 그의 아내 제이크 힐러드, 그리고 그들의 자녀인 케이티와 맥스로 이루어진다. 그들의 먹을거리 선택은 전형적인 미국식이다. 가족의 먹을거리 쇼핑을 담당하는 제이크는 대개 인근 월마트를 이용하는데, 무엇보다 비교적 싼 가격이 큰 이유다. 그리고 한 번 쇼핑으로 모든 먹을거리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외식을 할 때는 동네에 들어와 있는 여러 패스트푸드 체인점 중 하나에 간다.


여기서 미국을 쭉 횡단한다. 약 반쯤 가서, 코네티컷 주 페어필드에서 멈춘다. 매서렉-모타밸리 가족과의 저녁식사가 기다리고 있다. 짐 모타밸리, 그의 아내 메리 앤 매서렉, 그리고 두 딸인 마야와 델리아가 맞이해줄 것이다. 짐과 메리 앤은 가족의 건강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그들의 식습관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도 주의하고 있다. 그들이 구입하는 식품의 대부분은 유기농 식품인데, 이들 가족은 바쁘게 살고 있고, 편리함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이상에 늘 걸맞은 먹을거리 구매를 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캔자스시티 외곽의 올레이서에서는 파브 가족을 만날 수 있다. 조와 그의 아내 조앤, 그리고 딸들인 사리나와 사만타로 이루어진 가족이다. 파브 가족은 세 가족 중에서 가장 엄격하게 윤리적 기준을 지키며 산다. 그들은 베건(vegan: 동물성 음식을 일체 거부하는 사람들) 가족이며, 오직 채소류만을 먹을 뿐 동물에게서 나온 것은 전혀 먹지 않는다. 그들은 또한 가능하면 언제든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려고 한다.


이 세 가족과 알게 되면서, 우리는 우리 개개인이 무엇을 사고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는 개별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그런 선택에는 개인적․사회적․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런 선택이 윤리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 윤리적 기준에 비추어, 이 가족들의 먹을거리 선택을 일부 비판해볼 것이다. 하지만 먹을거리 선택은 인간 행동의 일부일 뿐이며, 그것만으로 그들이 도덕적 인간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는 없음은 당연하다. 사실 음식 윤리가 우리 문화에서는 그토록 무시되고 있기에, 다른 면에서는 도덕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사람들이 먹을거리 선택만큼은 비윤리적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것은 그들의 주의 부족 때문, 또는 올바른 선택에 필요한 정보 부족 때문이다.



제1부 전형적인 현대식 식단

힐러드-니어스티머 가족, 현대인의 보통 식단

누구나 다 먹는 것이 비윤리적이라구요?

- 고기와 우유 생산 공장

미국인은 평균 200파운드의 육고기, 새고기, 물고기를 먹는다. 지난 35년간 소고기 소비량은 줄어들었으나, 닭고기 소비량이 거의 두 배나 늘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고기가 되면서 전체 고기 소비량은 증가했다. 닭고기, 소고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돼지고기의 60퍼센트 이상이 베이컨, 햄, 런치마트, 핫도그, 소시지 같은 가공육이다. 제이크가 구입한 오스카메이어 베이컨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오스카메이어는 지금 북미 최대의 식품음료업체인 크래프트푸즈에 인수합병되었다. 이 회사는 세계 규모로도 제2위이다(네슬레 다음이다).


■ 돼지의 슬픈 일생

오늘날 식육용으로 길러지는 돼지의 90퍼센트 이상이 콘크리트와 강철로 지은 좁아터진 축사 속에 갇혀 지낸다. 일생에 한 번도 바깥나들이를 못하며, 풀밭을 발로 밟아보지 못한다. 가장 철저하게 갇혀 지내는 돼지는 번식용 암퇘지다. 공장식 농장의 엄격한 생산 일정상, 이 돼지들은 최대한 빨리 새끼를 낳고 또 낳아야 한다. 16주일 정도 지속되는 임신 기간에, 대부분의 암퇘지들(미국의 경우)은 임신용 우리에 갇혀 지낸다. 그것은 철창으로 지은 상자형 또는 반원형 우리로, 돼지의 몸보다 기껏 1피트나 클까 말까이다. 그래서 그 속에 갇힌 암퇘지는 몸을 올릴 수도 없다. 좁은 칸막이 안에서 돼지들은 심리적 스트레스로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게 될 뿐만 아니라, 칸막이에 갇힌 돼지들은 돌아다닐 수 있는 돼지들보다 건강 상태도 좋지 않다. 다리를 절게 되기 쉽고, 발에 부상이 늘게 된다. 눕지 않을 때는 노상 콘크리트 바닥 위에 서서 지내기 때문이다. 또한 요도염에도 잘 걸린다.


■ 웨인 브래들리, 아이오와 주의 양돈업자

모든 공장식 농장 운영자들이 그들의 농장 운영 실태를 견학하고 싶다는 우리의 제의를 한사코 거절하던 가운데, 아이오와 주의 한 양돈업자 웨인 브래들리만이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농장의 넓이는 2,600에이커에 달하는데, 브래들리 농장에는 500마리의 암퇘지가 있고, 매년 1만 마리 내지 1만 2,000마리의 돼지를 판매한다.


■ 베이컨 만들기

브래들리네 돼지들은 이른바 완전 폐쇄식으로 사육된다. 그는 네 개의 출산실 중 한 곳을 보여주는 것으로 견학 안내를 시작했다. 웨인은 태어난 지 열흘 만에 수퇘지를 거세한다. 고환이 남아 있는 수퇘지 고기는 웅취(雄臭)라고 불리는 독특한 풍미가 있으며, 그것은 보통 소비자들이 싫어하는 풍미라는 것이다. 왜 이런 고통스러운 조치를 마취제 없이 진행하는가? 웨인은 솔직한 태도를 보였다. "그 점에 대해서는 뾰족한 답변을 찾지 못하겠군요." 비용 문제 때문이냐고 묻자 "까짓것, 돼지 한 마리에 1달러만 쓰면 되는데 뭘, 이렇게는 말 못하겠어요. 돼지 한 마리당 1달러라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비용이니까요." 


웨인의 새끼돼지들은 2주일하고 조금 더 되었을 때 젖을 뗀다. 더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라면, 적어도 9주일 동안 어미젖을 먹을 것이다(그보다 더 길 때도 있다). 하지만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암퇘지는 임신을 하지 못하며, 따라서 생산성이 감소된다. 따라서 새끼들을 어미에게서 떨어뜨려 어미는 다시 임신 구역으로 돌아가고, 새끼들은 인근 농장의 새끼 사육 건물에 다른 새끼들과 수용된다.


우리는 그에게 돼지들에게 사용하는 약물을 물어보았다. 그것은 "종종 오해를 주곤 해요. 우리가 항생제를 남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우리는 경비를 줄이자고 그것을 잔뜩 쓰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는 최종 사육동에 처음 돼지를 넣을 때 사료에 항생제 테트라사이클린을 섞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곳으로 옮겨진 뒤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서일 뿐입니다"라고 했다. 그다음으로는 "BMD라고, 그러니까 바시트라신하고, 뭐하고, 뭐인데, 하여튼 성장촉진제를 쓰죠. 돼지들이 쑥쑥 자라게 해주는 약이고, 이게 사실 중요한 거죠."


■ 닭장 쓰레기를 먹는 소

미국 작가 포란은 사우스다코타의 목장에서 어린 거세소 한 마리를 사서는 다른 3만 7,000마리의 소와 함께 캔자스까지의 여정에 나서도록 했다. 534번으로 불리던 폴란의 송아지는 그해 3월에 태어났다. 사육장에 도착한 534번은 귀 뒤쪽에 합성 호르몬 임플란트를 이식받았다. 이것은 운동선수들이 쓰는 근육 강화용 테스토스테론 대체제와 비슷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약물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 때문에 소에게 투여하는 것이 불법이지만 미국에서는 문제가 없다. 그 약물은 소에게 근육을 더 붙여주며, 그것은 사육업자에게 더 많은 수입을 의미한다.


이제 534번은 푸른 풀 대신 옥수숫대를 먹는다. 거기에 곁들여지는 것은 항생제로, 그 약물 덕분에 이 송아지는 그따위 식사로도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되새김질하는 동물은 풀을 분해하도록 진화된 소화 체계를 가지고 있다. 충분한 섬유소를 얻지 못하면 이런 동물은 제1위(胃)에서 유산(乳酸)을 분비한다. 그것은 가스를 발생시키면서 이른바 사육장 위확장증을 일으킨다. 이렇게 위가 잔뜩 커진 소는 질식할 수 있다. 간염도 흔히 볼 수 있다. 소들이 옥수숫대 위주로 먹는 것은 마치 사람이 사탕만 먹고 사는 것과 같다. 한동안은 살지만, 곧 병에 걸리게 된다. 하지만 소고기 생산업자들은 별 관심이 없다. 그 소들이 도살되기 전까지 버텨주기만 한다면 말이다. 매일 항생제를 먹임으로써 소들이 일찍 병들어 죽을 가능성은 관리 가능한 범위 안으로 유지된다. 그리고 그 정도의 리스크는 감수할 만하다. 송아지는 14개월이면 시장 상품이 될 중량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소들이 먹는 이상한 음식이 옥수수만은 아니다. 연관된 질병에 걸린 양의 골분(骨粉)을 소에게 먹인 결과로 광우병이 나타나자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소들에게 도살장의 찌꺼기를 주는 일을 금지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 책을 쓰고 있는 지금조차도 소에게 젤라틴, 접시 쓰레기(레스토랑의 고기 요리 찌꺼기), 닭고기와 돼지고기, 닭장 쓰레기(닭똥, 닭 시체, 닭 털, 먹다 남은 모이 등등), 그리고 소의 피와 지방이 포함된 사료를 주는 것이 합법이다. 그리고 먹다 남은 모이 중에는 소에게 직접 주는 것은 불법이지만 닭에게 주는 것은 합법인 소고기와 뼈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2004년 1월, 식품의약국은 피, 접시 쓰레기, 닭장 쓰레기를 금지하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농무부 장관이 소집한 국제 패널 토론회에서는 도살장 찌꺼기를 일체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이런 금지안 중 아무것도 실행되지 못했다. 식품의약국 수의학센터의 소장인 스티븐 선들로프의 말로는, 이러한 지연의 이유 중 하나는 닭장 쓰레기를 소 사료에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에 대해 닭고기 업자들이 갖는 지대한 관심이라고 하나. 당연한 일이다. 매년 약 100만 톤에 달하는 닭장 쓰레기들이 소의 사료로 돌려짐으로써 처리되고 있으니까. 그것은 곧 미국에서 매년 새로 태어나는 3,600만 마리의 송아지가 두당 66파운드의 닭장 쓰레기를 먹는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닭고기 업체가 유발하는 환경 문제 때문에 식품의약국이 미국산 소고기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권장되는 조치를 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제2부 양심적인 잡식주의자

매서렉-모타밸리 가족, 채식 위주의 잡식 식단

채소가 좋아, 생선이 좋아?

- 해산물은 안전한가?

■ 공동 재산의 비극과 대구 이야기

전 세계의 상업적으로 중요한 대양 어류의 4분의 1은 지난 시기의 남획에서 서서히 회복되는 중인데, 다른 47퍼센트의 어족은 한계까지 남획되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 어획고를 늘린다면 결국 전체 어로 규모가 붕괴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는 매년 1억 톤 규모의 해산물을 먹는다. 그리고 추정치로 볼 때, 미국인들은 매년 170억 마리의 해양 동물을 먹는다.


상업적인 어로 방식은 더욱 효율적으로 발전해왔으나, 그것은 동시에 더욱 낭비이기도 하다. 더 큰 어선과 더 큰 그물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해저 면에 손상을 주며, 원하지 않는 해산물 종류까지 잡아 올린다. 환경적 시각에서 보면, 상업적 어로의 문제점은 국제 해역에서 벌어지는 어로 행위가 모두 공동재산을 두고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기적인 행위자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세계에서는 공동재산은 비극적으로 탕진된다는 법칙이 실현된다.


■ 수확이 가져오는 피해

연어와 같은 양식 물고기는 집약적 농장 닭처럼 복지 쪽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물고기들은 매우 조밀하게 사육되며, 따라서 자연 상태에서의 무리보다 서로 더 몸을 가까이 붙인 채로 지낸다. 큰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들을 위협하며, 때로는 잡아먹는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물고기가 자라는 정도에 따라 분류를 해서는 빨리 자라는 종자를 천천히 자라는 종자와 분리해서 길러야 한다. 이런 분류는 양식 과정 중 세 번 내지 다섯 번 실시되며, 이때 물고기를 우리에서 그물로 건지거나 펌프로 밀어낸다. 그리하여 물고기들은 몇 단계의 통로를 거치며 점점 더 작은 물고기만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구멍과 만난다. 이런 과정은 연어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 일반적으로 빽빽이 들어찬 상태로 사육됨으로써 연어는 스트레스 폭증, 비정상적 행동, 바닷니 감염도 상승, 비늘 벗겨져 나가기, 그리고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살아남은 연어들은 통상 7일 내지 10일 동안 사료를 공급받지 못한 다음에 도살된다. 장을 완전히 비우고, 혹시라도 사료를 통해 감염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껏 빈번하게 풍성한 먹이를 먹다가 별안간 중단된다면, 의식이 있는 존재라면 당연히 고통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도살이다. 보통 물고기에 대해서는 도살 직전 기절 조치나 인도적 도살 방법이 요구되지 않는다. 양식장 물고기는 간단하게 물위로 끌어내 질식해 죽인다. 물고기가 죽기까지는 15분이 걸린다. 연어처럼 큰 물고기는 나무 막대기로 머리를 때리기도 하는데, 그것으로 항상 죽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살아서 완전히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토막 내지기도 한다. 아니면 물에 이산화탄소를 살포하는 방식으로 의식을 잃게 할 수도 있다. 그럴 때면 물고기는 30초 정도 격렬하게 몸부림치고, 그 뒤로는 움직이지 않지만 몇 분 동안 계속 의식을 유지한다. 그러고 나서 아가미를 자르고, 죽을 때까지 피를 뺀다. 그 과정 동안 물고기가 계속 살아 있을 수도 있다.


메리 앤의 노르웨이산 연어팩, 메릴랜드산 크랩케이크, 새우 케밥 이렇게 세 가지 해산물 먹을거리 중에서, 메릴랜드(또는 버지니아) 크랩 케이크만이 환경적으로 좋은 선택이다. 해산물감시단의 오션스얼라이브(환경 안보 웹사이트)에서 찾아본 최신 리스트에 따르면, 그것은 지속 가능성 있는 해산물이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양식산인데도 자연산이라는 상표를 붙이는 일이 아직도 너무 많다는 게 문제이다. 우리가 환경 문제 고려에다 고통을 느낄 수 있는(또는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를) 존재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윤리적 고려까지 더한다면, 해산물을 아예 먹지 않는 일이 좀 더 쉬워지리라. 단, 지속 가능성 있게 획득된 대합, 굴, 홍합 등 단순 연체동물을 예외로 하고.



제3부 완전 채식주의자들

조앤과 조 파브 가족, 완전 채식주의자

베건은 건강하다

- 유기농으로 가자

■ 유기농 식품이란 무엇인가?

유기농업에 대한 폭넓은 정의는 그 상품이 유기적으로 생산되었음을 나타내는 상표의 수준까지 미칠 수 없다. 상품 속에 집약해서 나타낼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한, 소비자들은 종종 서로 다른 조직과 생산자들이 쓰는 유기농이라는 마크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2002년 유기농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의 견해를 두루 참작하고 조정하여, 대부분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었다. 곡물은 합성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라야 하며, 대부분의 합성 살충제와 모든 제초제도 금지된다. 단 생물학적·식물학적 통제 방식은 허용된다. 토양의 비옥도는 동식물의 오·폐물(그러나 유독성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을 수 있는 하수 찌꺼기는 안 된다), 작물의 순환 재배, 그리고 클로버를 다른 곡물 사이에 심는 식의 피복 작물(cover crops) 기법 등을 써서 유지한다(피복 작물이란 심음으로써 그 땅의 질소와 유기화합물 함유도를 높이는 작물이다). 고기, 달걀, 우유를 얻기 위한 동물들은 유기농 곡물이나 다른 유기농 사료를 먹어야 하며, 성장 호르몬이나 항생제를 먹어서는 안 된다(병들거나 다친 동물에게는 항생제를 처방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는 그로부터 얻은 고기, 우유, 달걀 등을 유기농 제품으로 팔아서는 안 된다). 유기농법으로 길러진 동물은 야외에 나갈 수 있어야 하며, 반추동물의 경우에는 특히 목초지에 출입할 수 있어야 한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유전자 조작과 결부되어서는 안 되며, 유기농 식품에 방사선을 쐴 수 없다.


■ 유기농의 윤리학

메리언 네슬은 20년 이상 영양학자로 살았다. 그녀는 최근에야 유기농 식품에 대한 관심이 싹텄지만, 이제는 그 열렬한 구매자이자 지지자가 되었다. 영양학 쪽의 배경이 있음에도(어떤 학술조사 결과로는 유기농 식품의 영양 수준이 재래식 식품보다 약간 높다), 네슬에게는 개인의 건강보다는 윤리가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그녀는 유기농 식품의 진정한 가치는 농업 노동자들이 농약에 덜 노출되고, 동물들이 더 인도적인 대우를 받으며, 흙이 더 비옥해지고 잘 보전되며, 물에 화학비료의 유출이 덜 일어나고, 다른 환경 문제에서도 여러 가지로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선진국 소비자들이 이러한 윤리적 이유로 유기농 식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반론만이 가능하다. 첫째, 재래식 농업은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더 많기 때문에, 우리가 땅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해준다. 그러므로 자연 녹지를 유지 보전할 여지도 더 많다. 둘째, 유기농 식품은 가난한 사람들이 사 먹기에는 너무 비싸다.


유기농법이 재래식 농법보다 대체로(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생산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그리고 로데일 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장기적으로 보면 유기농 농장의 생산력이 재래식 농장의 것에 비해 뒤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생산력 면에서의 차이를 그대로 인정하고, 재래식 농법으로 85에이커를 경작하고 15에이커를 야생 상태로 돌릴 것인가, 100에이커를 유기농법으로 경작할 것인가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해도, 유기농업은 환경 문제에서 장점이 더 많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농약 유출이 줄며, 흙이 더 건강해지고, 표토 손실이 적어지며, 농장 자체의 생물 다양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유기농 식품이 더 비싼 이유는 부분적으로 집약적인 산업형 농업이 숨은 비용을 남들에게 전가시키며 생산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런 농장의 이웃사람들은 더 이상 자기 집 뒤뜰에 나갈 수도 없고, 아이들이 고향의 냇물에서 미역을 감을 수도 없으며, 농장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뿌리는 농약으로 병이 들고, 갇혀 지내는 동물들은 자연 상태에서의 삶과 조금도 같은 데가 없는 잔혹한 삶을 강요당하는 것이다. 물고기는 오염된 강물과 바닷물에 죽어 떠오르며(사람들은 그 물고기를 예전에 자유로이 잡아서 먹었던 것이다), 방글라데시나 이집트의 낮은 지대에 사는 수많은 사람이 지구온난화로 높아진 바닷물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가장 싼 식품을 사 먹으며 어떻게든 수중에 돈을 남기려고 애쓰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그림을 보자. 그러면 공장식 농업으로 생산되는 식품은 절대로 싸지 않다.


■ 무엇을 먹을 것인가?

먹을거리는 윤리 문제이다. 하지만 광신은 필요 없다

먹을거리에 대한 타당한 윤리적 접근은 이렇게 자문하는 것이다. 내가 이 음식을 먹을 때, 먹지 않을 때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나의 먹을거리 선택은 나와 남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런 자문에 스스로 답하면서, 자신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심지어 편리함 등을 고려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런 고려가 남들의 중요한 이해관계를 도외시할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광신도가 되지 않고도 윤리적 인간이 될 수 있다.


공장식 농업과 다른 비윤리적인 식품 생산 방식이 그토록 널리 퍼진 이유는, 그런 방식들이 한층 더 전통적 방식에 비해 싼 값으로 식품을 팔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식품을 유기농 식품으로 바꾸는 일은 일반적으로 식비를 더 지출해야 함을 의미한다. 더 비싼 식품을 권하면서, 우리는 유기농 식품과 인도적으로 생산된 고기를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럴 수 없는 사람들보다 윤리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상황이 문제이다.


식비를 추가로 지출하지 않고 유기농 식품을 사기란 대부분 불가능하다. 그 점을 고려하고, 유기농 식품을 사는 것보다 공장식 농장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호주머니 사정상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범위에서만 유기농 식품을 산다는 정도로 유기농 관련 의무감을 조절하고, 대신 공장식 농장 제품 구입은 더 엄격하게 피하는 것이 합당한 대안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인간이 벌이는 일 중에, 농업만큼 이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다. 우리가 먹을거리를 구입하는 일은 거대한 글로벌 산업 시스템에 동참하는 일이다. 미국인들은 매년 1조 달러 이상을 식비로 쓴다. 우리는 모두 식품의 소비자들이며,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식품업체들이 유발하는 공해와 연관이 있다. 60억 명의 인구에 미치는 영향 말고도, 식품산업은 매년 500억 이상의 인간이 아닌 육지동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들 중 다수는 전 생애를 구속받고 있으며, 계획에 따라 태어나 공장의 부품과 같이 살다가 살육되는 길을 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수십억 마리의 물고기가, 그리고 다른 해양 생물들이 바다에서 떠내어져, 사람을 먹을 수 있도록 토막 나고 있다. 화학물질과 호르몬제는 강과 바다에 흐르고, 조류독감과 같은 병이 번진다. 농업은 거의 모든 생명에 손을 뻗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다름 아닌 우리가 내린 먹을거리 선택으로 빚어진 일이다. 더 나은 선택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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