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에 대한 한창기의 생각을 담은 글들이 중심이 된 책으로, 한글, 토박이말, 언어의올바른 표현, 잘못된 쓰임, 쓰임의 변화, 우리의 언어생활 비판, 그리고 교육과 출판과 책읽기에 대한 사유를 전해준다. 서양 문화의 홍수 속에서우리말과 글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를 짚어보면서, 안정을 지키면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저력은 문화라고 말한다. 민중의 언어, 특히 삶속에 깊이 자리 잡아 오던 토박이말을 사랑하고, 그 말과 글 속에 담긴 문화를 진정으로 향유하던 사람. 언어의 다양한 쓰임새를 자유자재로적확하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 문화의 향유자. 저자는 부지불식간에 침투해 오는 서양 문화의 파도 속에서 우리말과 글의 순수성과 의미가 어떻게변질되고 오염되어 가는지를 누구보다도 세밀하게 집어낼 수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일러두기&&
1. 이 책에는 순수한 우리말과 우리글로 전통적인 아름다움과올곧은 정신을 표현하는 데 평생을 바친 한창기 선생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온전한 한글 표현으로 생각을 펼쳤던 선생의 뜻을 담아 한자와외래어는 물론, 아라비아 숫자까지 모두 한글로 표기하였습니다.
2. 민중의 언어를 생동감 있게 전해 주는 토박이말과 사투리 표현은 그대로살려서 표기했습니다.
3. 비표준어일지라도 시대의 분위기를 전해 주는 말들은 그대로 살려서 표기하였습니다. "자꾸", "호테루","금빳지" 들이 그런 예입니다.
4. 모든 글의 끝자락에 그 글의 출전을 표기하였습니다. 출전을 알 수 없는 글은 표기하지않았습니다.
■ 저자 한창기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나 광주고등학교를 거쳐 서울 대학교 법과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자신의 진로가 법조계가 아님을 깨닫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미 팔군 영내에서미국인들에게 귀국용 비행기표와 영어 성경책을 팔았다. 그리고 시카고의 엔사이클로피디어브리태니커 사에서 한국 땅에 『브리태니커 백과 사전』을보급했으며, 천구백육십팔년부터 천구백팔십오년까지 한국 브리태니커 회사에 몸담아 그 첫 몇 년 동안을 빼고는 줄곧 대표이사로 일했고,천구백칠십육년부터 타계할 때까지 출판사 뿌리깊은나무 주인으로, 천구백칠십육년부터 천구백팔십년까지 월간 「뿌리깊은나무」의 발행-편집인으로, 또천구백팔십사년부터 타계할 때까지 월간 「샘이깊은물」의 발행-편집인으로 일했다. 그는 두 월간 잡지를 통해 언론과 문화에 새바람을불러일으켰을뿐더러 민속, 미술, 예악, 언어, 건축, 복식 할 것 없이 역사와 오늘을 잇는 분야에서 한반도 전통 문화 가치의 탐색에 몰두했다.
그의 업적은 관념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구현되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를테면 널리인정하듯이 뜨거운 전통 음악 사랑으로 이 나라에서 해방 후로 천구백칠십년대까지 낡은 가치의 예술로 여겨 부끄러워해 목숨이 위태로웠던 판소리를다시 한반도 남반부 사람들이 높이 평가하고 즐기는 음악으로 되살려 냈다. 똑같은 곡절로 낡은 생활의 상징으로 여겨 내다 버리던 놋그릇, 백자그릇을 오늘의 생활에 어렵사리 되살린 것도 그였다.
그런가 하면 세계와 환경과 인류의 걱정거리에 일찍이 눈을 뜬 스승들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삶의 큰 몫을 빼어난 전통 가치의 세계화와 탁월한 세계 가치의 한국화에 바쳤고, 남다른 심미안과 사물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문화 비평과 문명비평을 글로, 입으로 가멸게 남겼다.
그는 또 한국어를 통찰한 언어학자였다.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이 이 나라 새세대가 사용할 언어의 흐름을 새 방향으로 바꾸었다고 다들 인정하는 것은, 그가 타고난 언어의 통찰력으로 한국어의 가장 중요한 유산이라 할 그짜임새를 올바로 응용하고 발견하고 복원하여, 논리와 이치에 알맞은 글을 한반도 주민들에게 제시하고자 힘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를 멋쟁이로 기억하고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 예술을 남달리 깊이 알고 사랑한사람으로 기억한다. 천구백삼십육년에 태어난 그는 천구백구십칠년에 예순한 살로 세상을 떠났다. 좀 일찍 떠났다.
■ 편자
윤구병 - 「배움나무」 편집장이었다가「뿌리깊은나무」 초대 편집장으로 일했다. 「뿌리깊은나무」를 그만두고 충북 대학교에서 철학과 선생을 할 때도, 나중에 변산에서 공동체를 이루고농사를 지을 때도, 또 지금도 한창기는 그에게 ‘선생’이다.
김형윤 - 윤구병을 이어 「뿌리깊은나무」의 편집장으로일했으며 《한국의 발견》을 만들 때도 책임 편집자였다. 한창기의 ‘꼼꼼한 눈’을 높이 치지만 지긋지긋할 때도 많아 좀 멀리 보고 크게 볼 줄도아시라고 망원경을 선물한 일이 있다.
설호정 - 「뿌리깊은나무」 창간 준비를 하면서 윤구병과김형윤이 그의 일터로 같이 찾아가서 ‘모셔’왔다. 「뿌리깊은나무」 편집차장을 거쳐 「샘이깊은물」에서 주간으로 일했다. 병상의 한창기가 마지막까지의지한 몇 사람 중의 하나이다.
■ 차례
엮은이의 말 - 한창기의 생각, 그 작고가느다란 것들의 아름다움
1. 변화를 만나는 슬기
"인간적"이 주는 기쁨과슬픔
바빠서 못 읽는 사람
따지면서 읽는 버릇
나는 항아리를 하나 샀다
온 나라에 일고 있는 새 이름 바람
탈붙은 전화 번호
가로질러 가기도 하는 사람
마당쇠와 예쁜이
경상도 사투리
그들은 이렇게 먹고 입고 산다
그사람들의 한평생
2. 말과 사물의 조화
강강술래
입으로는이렇게 말하고 글로는 저렇게 쓰고
어느 날 오후에 생각한 "주눅과 도사림"
고마움과 미안함의 갈등
조그마한 제안
"있어서"와 "있어서의"
"때문"과 "까닭"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다니
빼앗긴 이름
빼앗긴 말
"아뇨"의 뜻이 바꾸이기 시작한다
"해라"와 "하게"와 "하오"와 "합쇼"
대한민국
"나"와 대통령
스님과따님과 각하
사장님과 선생님
3. 열매보다는 뿌리를 생각하는 마음
토박이말과 기업
껌의 민주화와 사보의 민주화
"청주"의 복권과 청주병의 한국화를 먼저
간판 타령
화장품 광고의 일본-서양 흉내
흉내와 창조와 속임수
서기 노릇
사일구와 사점일구
두 겹, 세 겹의 표준
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
호텔과 여관
서재필의 "목소리"
말 못하는 가수
개성과 규율
반말과 다툼
더러운 정치
4. 넓은 세상을 응시하는 혜안
배움
학교를"사는" 재벌
교육적 효과와 여론 조사
교과서와 노름판
컴퓨터와 도깨비불
세계 책 장수와 한국 책 장수
북한책들이 나왔으나
빼앗긴 잡지 이백 몇 십 가지
슬기로운 역사
도랑을 파기도 하고 보를 막기도 하고
어려움과 수준의혼동
사람의 잡지
한창기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