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의 재발견

   
모봉구
ǻ
눈과마음
   
9800
2006�� 02��



>■ 책 소개 
신화와 설화는 근본적으로인간의 본성을 통찰하고 이해하며 어떻게 삶의 여정을 밟아나가야 후회 없는 여행을 끝마칠지를 은유와 상징으로 전한다. 이것이 설화가 가지고 있는힘이며, 현대인들이 설화를 다시 보는 이유다. 이 책은 고려장부터 경문왕의 귀에 이르기까지 설화 27편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은유와 상징, 참의미에 대해 소개한다. 각 장의 도입부에는 설화를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구성했고, 그 다음에는 설화로부터 독자가 얻을 수 있는 참이야기를알기 쉽게 해설했다.


이 책 속의 설화들을 읽어나가면서 "고려장" 설화에서는 옛것에서 새것을 발견해 내는블루오션 전략을, "호랑이를 세 번 만난 사람"에서는 화를 다스리는 두 가지 지혜를, "도깨비와 혹부리 영감"에서는 인간의 상상력이 가진 놀라운힘을 배울 수 있다. 

■ 저자 모봉구 
1962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저서로는 『그리스 로마신화의 부활』 『성에 관한 12가지 신화 이야기』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재미있는 우리나라 전설』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오디오 북 『지혜가샘솟는 설화 이야기』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삶을 바꾸는 설화의 힘


1. 고려장 - 옛것과 고전(古典)이 고귀하고 아름답다 
2. 호랑이를 세 번 만난사람 - 화를 다스리는 최고의 경전(經典) 
3. 도깨비와 혹부리 영감 - 인간의 상상력은 때론 혹을 떼어가고 대신 금은보화를 준다
4. 귀토지설(龜兎之說) - 토끼와 자라가 전해주는 복권 당첨비법 
5. 게와 원숭이 - 재주나 꾀보다 승부 근성이 삶의 성패를가른다 
6. 방귀쟁이 며느리 - 생존을 위해서는 때론 타인 앞에서 방귀도 당당히 뀌어야 한다 
7. 새끼 서 발 - 네 시작은 비록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8. 앵무가(鸚鵡歌) - 유행 따라 사는 삶 
9. 계속 사철 내내 즐기는 집(又四節遊宅)- 사철 놀고만 싶은 인간의 마음 
10. 소가 된 게으름뱅이 - 나이 들어 철이 드는 사람의 삶의 애환 
11. 예성강곡(禮成江曲)- 생활의 곳곳에서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사기꾼에 대한 예방 백신 
12. 귀촉도(歸蜀途) - 신출귀몰한 사기꾼에게 속아 넘어간 사람들의애끓는 심정 
13. 오누이 힘 내기 - 뛰면서 생각할 것인가, 생각한 후 뛸 것인가? 
14. 개와 고양이가 싸우게 된 유래 -부모는 개와 고양이처럼 항상 싸우는 자식들 덕분에 산다 
15. 접동새 -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 평생 후회한다 
16. 거울을처음 본 사람들 - 작은 관점의 차이가 모든 다툼의 근원이다 
17. 염장(閻長)과 궁파(弓巴) - 장보고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한비운의 영웅이다 
18. 설마, 돌부처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오랴? - 설마가 사람 잡는다 
19. 고래 뱃속에서 도박하는 사람들 -각종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법 
20. 실성왕(實聖王) - 사람들은 매사에 완벽한 사람보다 약간 어눌한 사람을 좋아한다 
21.참새와 파리 - 핑계나 변명보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태도 
22. 소나기의 유래 - 과학적인 사고방식은 성공적인 삶의 필수조건이다 
23. 지철로왕(智哲老王) - 발이 큰 사람은 큰 신발이 필요하다 
24. 취도(驟徒) - 시대적 정치적 종교적 철학과이념을 추구하는 것은 모래성 쌓기와 같다 
25. 김유신 누이동생의 오줌 꿈 - 정략결혼의 원조 
26. 콩쥐 팥쥐 - 콩쥐의 계모없인 그 누구도 인생에서 성공할 수 없다 
27. 경문왕의 귀 - 당나귀 귀처럼 사람의 말귀를 못 알아듣는 권위자의 모습





설화의 재발견


귀토지설(龜兎之說) - 토끼와 자라가 전해주는 복권 당첨비법

옛날 남해의 용왕이 병이 들어 죽게 되었다. 용하다는 의원은 토끼의 간으로 약을 지어 먹으면 능히 나을 것이라고 했다. 때마침 자라가 토끼의 간을 구해오겠다고 나섰다. 자라는 고생 끝에 육지에 올라 토끼를 찾아갔다.


"바다 속에 근사한 섬이 하나 있는데, 샘물이 맑고 돌도 깨끗해! 그리고 숲이 우거져 좋은 과일도 사시사철 많이 열리고 춥지도 덥지도 않단다. 그리고 너를 잡아먹는 매나 독수리와 같은 것들도 감히 침범하지 못해. 어떠니? 나랑 같이 가서 살지 않을래?"


자라의 말에 속아 넘어간 토끼는 자라의 등에 올라타 바다로 갔다. 바다 한가운데서 자라는 토끼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사실을 말했다. 토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순간 꾀를 내어 바위 밑에 간을 두고 왔다고 말한다. 육지로 되돌아간 토끼는 풀숲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자라를 놀렸다.


"자라야, 너는 참으로 어리석구나. 어찌 간이 없이 사는 놈이 있을 수 있겠느냐?"


서민과 일확천금의 상관관계

토끼는 육지인 산 속에서 살고, 자라는 바다 속에서 산다. 육지는 일상적이며 안정된 의식의 영역이고, 바다는 거칠고 한없이 일어나는 욕망의 바다, 즉 욕구가 넘치는 무의식의 영역이다. 인간의 욕망은 평소에는 바다같이 잔잔히 있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거센 파도와 같이 일어나 인간의 일상생활과 마음을 집어삼킨다.


또한 토끼는 다른 의미로 힘없는 서민의 모습을 상징한다. 서민을 나타내는 토끼가 산중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변변한 지위도 없이 변변찮은 직장 생활을 하며 소외된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용왕은 상상의 신으로, 바다 속을 다스리는 용왕은 인간의 욕망을 주관하는 인격적인 요소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설화에서는 욕망을 통제하고 다스려야 할 용왕이 병들었다고 한다. 이는 한마디로 욕망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부정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진실한 삶의 대박은 성실함 속에 있다

위험을 알아차리고 토끼는 자라에게 거꾸로 거짓말을 하여 위기를 모면한다. 바위 밑은 토끼의 굴, 즉 토끼가 거처하고 있는 일상적인 삶의 영역이다. 이것은 일확천금을 바라는 유토피아적 환상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서 육지에 있는 자신의 일상적인 삶의 영역으로 되돌아가려는 마음이다. 여기서 바위는 일확천금이나 복권 당첨과 같은 삶을 선물해 주지는 못하지만 바다의 거센 파도로부터 흔들리지 않으면서 단단한 일상의 삶을 영위하도록 해준다.


"언젠가는 맞을 수도 있겠지."하고 복권을 구입하고, 경마와 카지노를 하는 사람들은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생활을 그럭저럭 유지는 하겠지만, 현재의 삶에 대해 항상 불평불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현재 자신이 가진 문제점을 파악하여 그것을 해결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려는 도전과 개척정신이 부족하다. 삶에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마음보다는 복권이라는 요행에 등을 기대게 되면 삶이 나태해지게 된다.



게와 원숭이 - 재주나 꾀보다 승부 근성이 삶의 성패를 가른다

게와 원숭이가 떡을 해먹기로 했다. 떡이 다 되어서 먹으려고 하자 원숭이가 가로채어 나무 위로 올라가 버렸다. 원숭이는 게가 나눠먹자고 사정하는데도 나무 위에서 게를 놀려대며 혼자 먹다가 떡을 땅에 떨어뜨렸다. 게가 그 떡을 얼른 주워서 굴 속으로 도망가자, 원숭이는 나무에서 내려와 굴 앞에서 사정을 했다. 그러나 게가 듣지 않자 원숭이는 궁둥이로 게의 굴을 막고는 방귀를 끼었다. 게는 화가 나서 집게발로 원숭이의 궁둥이를 물어뜯었다. 그 후 오늘날까지 원숭이의 궁둥이는 털이 없이 빨갛고, 게의 집게발에는 원숭이의 궁둥이 털이 붙어 있게 되었다.


지식과 재능은 IQ, 승부 근성ㆍ인내력은 EQ

게와 원숭이의 싸움은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EQ적인 승부 근성이 있는 사람과, 재주와 꾀가 많은 IQ적인 사람이 한판 승부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와 원숭이 설화를 보면 처음에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 이기는 듯해 보인다. 그러나 재주에는 한계가 있고, 세상일은 바람이 의미하는 다양한 시련과 변수가 있기 때문에 결국 원숭이는 떡을 땅에 떨어뜨리고 만다. 이것은 비록 하찮은 실력밖에 없지만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승부 근성이 있는 사람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결국은 이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숭이의 엉덩이가 빨갛고 게의 집게발에 털이 있는 이유는?

게와 원숭이 설화는 원숭이의 엉덩이와 게의 집게발의 특징적 유래를 아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갖추어야 할 승부 근성의 중요성에 대해서 일깨워 주려는 의도라고 판단된다. 우선 원숭이의 붉은 엉덩이는 자신의 재주만 믿고 철저한 승부 근성 없이 상대를 얕잡아 봤다가 커다란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반면에 게의 발에 털이 달려 있는 것은 상대방에 비해 실력이나 재능이 좀 떨어진다고 의기소침하거나 주눅 들 필요 없이 끈질긴 승부 근성을 보인다면 결국에는 성공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방귀쟁이 며느리 - 생존을 위해서는 때론 타인 앞에서 방귀도 당당히 뀌어야 한다

옛날 한 방귀쟁이 처녀가 이 사실을 숨기고 배나무집 과수원의 며느리로 들어갔다. 그런데 마음대로 방귀를 뀌지 못하자 얼굴빛이 점점 노랗게 변했다. 사정을 알게 된 시아버지는 며느리에 방귀를 끼라고 했다. 그 말에 며느리가 방귀를 뀌자 쾅 하는 요란한 소리에 집이 무너져 버렸다. 시아버지는 며느리와 같이 살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며느리를 친정으로 데려가 주기로 했다.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친정에 데려다 주던 길에 큰 배나무 밑을 지나며 배를 먹고 싶어 하자, 며느리는 허리를 숙여 방귀를 뀌었다. 그러자 배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때 마침 곁을 지나가던 과일장수가 배를 비싼 값에 구입하여 큰 돈을 쥐게 되었다.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내쫓으려 했음을 부끄럽게 여기고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욕구는 참을수록 강해진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관계는 한 개인이 사회적인 체면이나 체통을 중요시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이나 욕구를 충족하고 싶어 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며느리가 방귀를 참아 얼굴에 병색이 돈다는 것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시아버지가 상징하는 엄한 윤리 의식과 체면만을 의식하여 자신의 개인적인 욕구를 억누르게 될 때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심리적 압력이 점점 높아지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집이 무너진다는 것은 개인적 욕구를 드러냄으로써 그 사람의 마음이 혼란스러움에 처했음을 나타낸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평소 체면이나 체통을 중시하는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를 다른 사람들 앞에 드러냈을 때 스스로에 대한 회의가 들어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쫓아내듯,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이나 뻔뻔스러움을 다시 쫓아내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은 자신이 챙겨야 한다

며느리를 친정으로 데려다 주는 중 시아버지는 갈증을 느끼며 배를 먹고 싶어 하지만 체면 때문에 배나무에 달린 배를 따먹지 못한다. 이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방귀 끼는 며느리가 상징하는 천한 욕구,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 뻔뻔스러움 등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해나갈 때 성인군자 행세를 하면서 체면만을 차리면 자신의 실속을 챙길 수 없게 된다.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기본적인 욕구와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익 추구에는 중용의 도가 필요하다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방귀로 먹고 싶어 하던 배를 따주자 며느리의 방귀가 천하고 더러운 것만이 아니라, 쓸모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집으로 다시 데려간다. 이것은 사회적인 거래 관계 등에 있어서 자기 자신의 뻔뻔스러움, 이기적인 욕구도 때와 상황에 따라서는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수용하는 모습이다. 사회생활에서 이익 추구는 항상 상대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생리적인 현상을 위해 방귀를 뀌어야 하듯이 자신의 건강과 생존을 위해서 때로는 남들 앞에서 조금 뻔뻔스럽더라도 자신의 몫을 챙기는 것이 좋다. 그러나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자기 잇속 챙기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과 사회적 윤리 의식 사이에서 중용의 미덕을 지켜야 한다.



예성강곡(禮成江曲) - 생활의 곳곳에서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사기꾼에 대한 예방 백신

『고려사악지』의 「속악조」에 다음과 같은 유래가 전하는데, 작자와 연대는 알 수 없다.


옛날 당(唐)나라 상인인 하두강(賀頭綱)이라는 사람이 바둑을 잘 두었는데, 하루는 예성강(禮成江)에 갔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는 탐나는 마음이 생겼다. 그는 그녀의 남편과 바둑을 두어 거짓으로 지고는 많은 물건을 건네주면서 이번에는 아내를 걸고 바둑을 두자고 했다. 남편은 이로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상인은 실력을 다하여 단번에 이기고는 그의 아내를 빼앗아 배에 싣고 떠나가 버렸다. 이에 남편이 뉘우치고 한탄하여 예성강곡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부인은 꾀를 내어 몸을 꽉 죄어 하두강이 범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배가 바다 한가운데에 이르러 움직이지 않자 하두강은 할 수 없이 배를 돌려 여인을 되돌려 보냈다.


사기사에게 속는 사람들

사기사 하두강(賀頭綱)의 이름에서 가장 눈여겨볼 글자는 綱(강)이다. 이는 그물의 촘촘함을 상징하는데, 이는 그물 사이로 물고기가 빠져나갈 수 없듯이 사기사가 사람을 속이기 위한 계획을 그물코처럼 치밀하게 세우고 역할 분담을 철저하게 함으로써 그들에게 걸려든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다는 의미다. 하두강이 탐내는 여인은 착하고 어리숭한 사람, 즉 속아 넘어가기 쉬운 사람을 말한다. 사기사에게 있어 어리숭한 사람들은 예쁜 여인처럼 탐나는 좋은 먹잇감인 것이다. 바둑은 땅을 빼앗는 놀이다. 그러므로 교묘하게 상대방을 치켜세우거나 위로하는 척하며 그물을 치고 덫을 놓아 다른 사람의 땅(재산)을 가로채는 하두강 같은 사기사에게 바둑은 쉽고 익숙한 놀이다.


과도한 친절이나 상식을 넘는 금전적 이익은 경계하라

이 이야기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여인이 떠나갈 때 몸을 매우 죄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사기사가 실제 금리보다 몇 배가 되는 고리의 이자를 주겠다고 접근할 때, 어, 이 사람이 무슨 방법으로 돈을 벌기에 나에게 고리의 이자를 준다는 것일까?하고 경계를 하면 그들의 속임수에 걸려들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두강이 여인을 빼앗기 위해 남편에게 내기를 제안하듯, 살면서 이유 없는 큰 이익을 제안해 오는 사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부당한 욕심은 화를 부름을 명심하자.



오누이 힘 내기 - 뛰면서 생각할 것인가, 생각한 후 뛸 것인가?

옛날 홀어머니가 힘이 장사인 아들과 딸을 데리고 살았다. 하루는 오빠와 누이가 한집에서 같이 살 수 없으니, 지는 사람이 죽기로 하는 무시무시한 내기를 했다. 오빠는 쇠 나막신을 신고 서울까지 갔다 오고, 그동안 누이는 치마로 돌을 날라 성(城)을 쌓는 내기였다. 그러나 막상 누이가 이기게 될 것 같으므로 어머니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딸에게 뜨거운 팥죽을 가져다주었다. 누이는 팥죽을 먹느라고 성을 다 쌓지 못했다. 그동안 오빠는 서울까지 갔다가 돌아와 마침내 누이가 내기에 져서 죽게 되었다. 그 뒤 오빠는 자기가 비겁하게 이긴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도 따라 죽었다. 한꺼번에 아들과 딸을 모두 잃은 어머니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자결했다.


생각과 행동은 한집에 사는 오누이다

남성은 예로부터 바깥양반으로 불리며 외부의 일을 해왔다. 그래서 남성의 이미지에는 행동적인 측면이 들어 있고, 남성하면 강한 추진력이나 리더십 등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에 비해 여성은 집안의 안주인으로 살림살이를 도맡아 왔다. 그래서 여성의 이미지에는 사려 깊은 사고의 측면이 들어 있고, 여성하면 섬세한 배려 등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오누이 힘내기 설화에서 오누이가 서로 목숨을 내놓고 힘 자랑 내기를 한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오빠(행동과 추진력)가 더 중요한가, 아니면 누이(사려 깊은 생각)가 중요한가를 따지고 평가하는 상황임을 의미한다. 어머니는 생각과 행동의 균형을 조절하는 조력자로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어머니는 한 사람의 인격 내에서 행동하는 기능과 생각하는 기능을 보살피고 조절하여 성숙한 인간이 되게끔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오누이 힘내기 설화에서 어머니는 아들을 옹호하여 누이를 죽게 만들고 결국 그것이 원인이 되어 아들도 죽고 본인도 죽게 되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생각이 먼저인가, 행동이 먼저인가?

오누이가 한집에 살 수 없다고 하여 지는 사람이 죽기로 하는 내기를 한다. 여기서 한집은 한 사람의 마음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오누이가 내기를 하는 것은 어떤 일을 앞에 두고 생각에 더 비중을 둘 것인가, 아니면 행동에 비중을 둘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너무 생각에만 치우치면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적절한 행동을 못할 수 있고, 행동에만 치우치다 보면 차근차근 계획하고 따져보는 생각을 못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이것저것 생각하기보다는 빨리 추진하여 결과를 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차분하고 세밀하게 짠 계획 없이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다 보면 일처리가 갈팡질팡하면서 비효율적이 되어 결국 실패로 끝나기 쉽다. 일의 처리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사전에 세밀한 추진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행동에 옮겨야 한다. 그러나 이 설화에서 어머니는 아들이 상징하는, 생각하고 계획하는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을 방해한다.



접동새 -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 평생 후회한다

옛날 열 남매가 부모를 모시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계모가 들어왔다. 계모는 아이들을 심하게 구박했다. 큰누이가 나이가 들자 이웃 부잣집 도령과 혼인하여 많은 예물을 받게 되었다. 이를 시기한 계모는 큰누이를 친모가 쓰던 장롱에 가두었다가 불에 태워 죽였다. 동생들이 슬퍼하며 남은 재를 헤치자 거기에서 접동새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접동새는 죽은 누이의 화신이었다. 관가에서 이를 알고 계모를 잡아다 불에 태워 죽였는데, 잿더미 속에서 까마귀가 나왔다. 접동새는 동생들이 보고 싶지만 까마귀가 무서워 밤에만 와서 울었다고 한다.


할 일은 많고 세상은 넓다

열(10)은 일반적으로 많은 것을 의미한다. 열 명의 남매가 모두 성격이나 생김이 제각각이고 각각의 성격에 따라 직업이나 인생이 천차만별이듯이 열은 실제로 한 사람이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일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한 사람 안에 내재되어 있는 욕구는 다양하기 때문에 그만큼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시시각각으로 생겨나는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듯이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하며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의 매 순간을 선택의 기로에서 보낸다.


도전에는 그에 따른 불안이 뒤따른다

친어머니와 계모는 대립하는 개념이다. 친어머니는 아이의 실수나 잘못도 너그러이 감싸준다. 하지만 계모는 전처의 자식들을 꺼려하거나 질투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므로 아이들이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때는 이해와 사랑보다는 질책과 꾸지람으로 대한다. 접동새 설화에서 계모는 전처의 자식들을 트집 잡고 시기하고 제대로 자라는 것을 방해하는데 이것은 어떤 사람이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도하려고 할 때 그의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불안을 묘사하고 있다.


열 명의 자식 중에서 가장 큰누이는 하고 싶은 일들 중에서 가장 최우선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상징한다. 그리고 혼인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것으로 새로운 일, 결혼,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드는 것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계모가 혼인을 시기한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해 나가려는 순간 마음속에서 부정적인 생각이나 느낌이 떠올라 망설이게 되는 느낌이다.


좌절된 꿈은 잊혀지지 않고 한밤중에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접동새는 한밤중에 구슬프게 운다. 이것은 바쁜 일상에서 물러나 밤에 혼자 있을 때가 되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못한 것이 한이 되어 그때 힘들지만 그 일을 할걸.하고 애석해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현실과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포기한 꿈은 계속 마음 한구석에 남아 미련으로 남게 된다.


바쁘게 살아가는 한낮에는 까마귀가 상징하듯, 부정적인 마음이 자신의 못 다한 꿈을 생각하는 것을 억압하지만, 삶에 여유가 있거나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해보고 싶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와 애석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하고 싶은 일들을 부정하는 생각은 후회의 감정만 남기므로 진정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에는 자기 마음속에 존재하는 계모와 까마귀를 극복하여 삶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거울을 처음 본 사람들 - 작은 관점의 차이가 모든 다툼의 근원이다

산골에 사는 한 여자가 서울 시장에는 보름달 같은 청동 거울이 있다는 말을 듣고, 서울에 가는 남편에게 달처럼 생긴 물건을 사오라고 했다. 남편이 서울에 도착했을 때 달은 반달이 되어 있었고, 남편은 반달처럼 생긴 머리빗을 주었다. 그때 달이 다시 보름달이 되어 있었다. 남편은 보름달을 보고 서울의 달과 시골의 달이 다른 것이 괴이하다고 생각했다. 그 후 남편은 가까스로 거울을 사왔다. 거울을 본 아내는 낯선 여자가 거울 안에 있는 것을 보고 억울하고 분해서 울었다. 부인의 우는 소리에 놀라 거울을 들여다보자 낯선 남자가 자신을 뻔히 쳐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싸우다가 사또에게 갔다. 직접 문제의 거울을 본 사또는 관복을 입고 위엄을 갖춘 관원을 보고 신관 사또가 부임하여 자신은 관직에서 물러나는 줄 알고는 아내와 남편보다 배는 더 놀랐다고 한다.


관점이 다르면 갈등이 생긴다

서울의 달은 남편의 생각과 관점이요, 시골의 달은 아내의 생각과 관점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하나의 사실에 대해 서로의 생각과 관점이 다름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모습이다. 이를 이유로 나와 관점이 다른 사람에 대해 옹색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관점이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상대방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대방을 없어져야 할, 눌러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갈등이 쉴 새 없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비록 달은 하나지만 서울의 달과 시골의 달이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사람들의 관점에는 주관이 개입된다

거울의 가장 큰 속성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비추어 준다는 것이다. 동시에 거울은 그것이 비추는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매번 다른 대상을 비추어 주기 때문에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거울이 사람이 사물을 보는 하나의 관점이라고 할 때 거울 자체에 객관성과 주관성이 내재하듯, 한 사람의 관점에도 객관성과 주관성이 함께 공존한다. 사람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려 할 때에는, 객관성을 가진다. 하지만 관점을 보는 사람의 시각 자체에 주관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객관적으로 본다 하더라도 사람의 관점에서 주관성을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하나의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불신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경문왕의 귀 - 당나귀 귀처럼 사람의 말귀를 못 알아듣는 권위자의 모습

경문왕은 신라의 쇠퇴기에 왕으로 즉위하여 재위 기간 동안 빈번히 일어나는 중앙 귀족의 모반과 지방의 반란을 평정하기에 힘썼다. 이 때문에 경문왕은 사신을 당(唐)나라에 파견하여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었고, 황룡사탑을 수축하는 등의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나라가 기울어지는 시대의 흐름을 막지 못하고, 재위 중에 천재지변(天災地變)이 많아 백성이 늘 곤궁하였다. 경문왕은 861년 왕위에 오른 뒤 귀가 갑자기 길어져 당나귀의 귀처럼 되었다. 오로지 복두장이만이 이 일을 알고 있었으나, 평생 말할 수 없었다. 복두장이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도림사 대밭 속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대나무를 보고 외쳤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생겼다."


그 후 바람이 불면 대나무 밭에서 소리가 났다. 왕은 이것이 듣기 싫어 모든 대나무를 베어버리라고 명령했다. 그랬더니 바람이 불면 "우리 임금님의 귀는 길다"하는 소리만 들려왔다고 한다.


권위를 지니는 순간 사람들은 타인의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

당나귀는 말에 비해 볼품이 없으면서 고집이 센 동물로 알려져 있다. 당나귀 귀는 귀의 윤곽이 두텁고 쫑긋하다. 아래는 박약하여 당나귀 귀는 빈곤하고 일에 막힘이 많으며 헛수고하는 불길한 귀를 상징한다. 신라의 경문왕이 당나귀 귀가 되었다는 것은, 왕으로 상징되는 최고의 권위를 지닌 권위자가 남의 말에는 당나귀처럼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는 어리석은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 분야에 있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정말로 당나귀 귀처럼 다른 사람들의 말이 들리지 않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신의 학문적 권위를 지키기 위해 아예 주변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권위자들이 자신의 약점을 아무리 숨기려 해도 진실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약점이 들추어지면 권위자가 가진 위엄과 존귀함이 훼손된다. 권위자는 경문왕이 머리에 쓴 복두와 같이, 감히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모자를 쓴다. 이는 한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지닌 사람들이 자신의 이론이나 사상만이 옳다고 고집스럽게 주장하며 비판 자체를 용인하지 않거나 남의 말 따위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에는 항상 예외가 있고 완벽한 이론이나 사상이 없듯이 최고 권위자의 이론에도 허점은 있다.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그러한 허점을 위선과 오만으로 가리려고 하는 태도인 것이다.


복두장이가 아니고서야 그 어느 누가 감히 임금의 머리를 만질 수가 있겠는가? 이들은 임금과 같이 한 분야에서 최고 위치에 있는 학문적ㆍ사상적ㆍ예술적 권위의 모자를 벗겨내는 비평가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복두라는 권위를 벗겨내고 머리를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열심히 바라보고 살핀다. 이는 학계 권위자들의 사상이나 이론을 열심히 살펴가며 모순되거나 사리에 맞지 않는 면을 비판하여 잘라내며 실제의 참모습이 드러나게 하는 비평가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원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원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원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