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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신화

서문 

영화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우리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심지어는 위락 문제에 봉착했을 때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능을 다 동원한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영화 만들기를 신화 만들기의 현대적인 형태로 여긴다는 점이다. 영웅의 여정의 장면들과 원형들은 어떤 영화가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원인을 분석하는 데에 필요한, 유연하면서도 분석적인 방법을 제시해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가 이러한 패러다임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불가사의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어떻게 모든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웅의 여정의 장면들

모든 이야기들은 공통된 극적 요소 또는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고, 신화나 동화, 꿈 그리고 영화에는 모두 이 공통적인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다. 영웅의 여정은 이 12개의 장면들로 구성된다.

① 보통세상(Ordinary World) : 관객들이 영웅을 만나고, 영웅의 야망과 한계를 알게 되고, 영웅을 받아들이고 동일시함으로써 영웅과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② 모험에의 소명(Call to Adventure) : 영웅은 떠밀려서 탐색의 여행에 오르거나, 또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도전에 직면한다.

③ 소명의 거부(Refusal of the Call) : 영웅은 망설이거나 공포를 드러낸다.

④ 조언자와의 만남(Meeting with the Mentor) : 영웅은 확신, 경험, 지혜의 원천과 접촉한다.

⑤ 관문통과(Crossing the Threshold) : 영웅은 모험을 받아들이고 특별한 세상으로 들어간다.

⑥ 시험, 협력자, 적(Tests, Allies and Enemies) : 특별한 세상에서는 무엇이 특별한가를 발견하도록 영웅을 이끌어주는 상황과 사람들.

⑦ 접근(Approach) : 실패하고 좌절한 세력들 또는 죽음의 세력들과 맞서 싸울 핵심이 되는 전투를 준비하는 단계

⑧ 시련(Ordeal) : 이야기의 가장 핵심이 되는 위기로 영웅이 최대의 공포와 맞서고 죽음을 맛본다.

⑨ 보상(Reward) : 영웅이 다시 태어나서, 공포와 죽음을 극복한 데에 대한 보상을 만끽한다.

⑩ 귀환(Road Back) : 영웅은 모험이 끝났음을 천명하고 특별한 세상을 떠나거나, 특별한 세상에서 벗어나려다가 추격을 당한다.

⑪ 부활(Resurrection) : 고향으로 돌아오는 관문에서 영웅을 정화하고 속죄와 변신을 겪게 하는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시험.

⑫ 묘약과의 귀환(Return with the Elixir) : 영웅이 귀환하여 그가 여정에서 얻은 것을 나누고, 이로써 친구들과 가족, 공동체, 그리고 세계가 득을 본다.

원형: 등장인물들의 역할

원형이란 어떤 이야기 안에서 한 등장인물이 맡는 기능 또는 역할을 설명해준다. 원형을 어떤 등장인물이 특정한 장면에서 쓰고 나오는 가면이라고 상상해 보라. 대부분의 인물은 여정 전체로 보면, 예를 들어 조언자의 역할이라든가 하는 한 가지 가면만을 쓰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평생에 걸쳐, 아니 어떨 때는 어느 특정한 날 하루 동안에도 여러 가지 역할을 해내는 것과 똑같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이야기의 요구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역할의 가면을 쓸 수도 있다.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원형과 그들이 맡는 주된 기능은 다음과 같다.

① 영웅(Hero) : "봉사하고 희생한다."

② 조언자(Mentor) : "이끌어준다."

③ 관문수호자(Threshold Guardian) : "시험한다."

④ 전령(Herald) : "경고하고 자극을 준다."

⑤ 변신자재자(Shapeshifter) : "이의를 제기하고 속인다."

⑥ 그림자(Shadow) : "파멸시킨다."

⑦ 트릭스터(Trickster) : "혼란을 일으킨다."

등장인물에게 가면을 씌우려 할 때에는 다음 사항들을 생각해 보라.

ㆍ 여정에서 등장인물의 역할은 무엇인가?

ㆍ 등장인물의 목표는 무엇인가?

ㆍ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등장인물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만 하는가?

액션 어드벤처영화의 신화적 구조

"나도 몰라, 가면서 채워나가는 거지"

액션 어드벤처영화는 영화구경을 가는 주된 목적에 딱 들어맞는 영화들이다. 그 목적은 바로 스크린 안의 세상으로 도피해서 영웅의 눈과 행동으로 대리만족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액션 어드벤처영화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안락의자 모험가"를 만족시켜준다. 우리는 액션 어드벤처영화에 이끌려 이국적인 세계로 들어가서,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공을 세우고, 진정한 사랑을 쟁취하며, 가까스로 죽음을 면하고, 결국은 그림자를 무찌르고, 마침내 선은 반드시 악에게 승리를 거둔다는 우리의 믿음을 재확인한다.

영웅의 여정 패러다임이 오로지 이 장르에만 꼭 들어맞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건 몇 가지 문제들을 간과한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첫째, 신화의 힘은 장르를 초월한다. 그 패러다임이 보편타당하게 쓰일 수 있음을 밝혀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둘째, 여정의 이정표가 단순히 물리적인 장면들로만 구성된다고 생각하여 액션 어드벤처의 영웅들이 겪어야 하는 정서적인 여정을 무시하기 쉽다. 잊을 수 없는 어드벤처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상처 입은 주인공들은 이 사회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완벽한 묘약을 손에 넣는다. 여기서 세 번째 문제가 드러나는데, 그것은 우리가 액션 어드벤처영화의 시나리오를 쓸 때 등장인물의 성격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당신만의 영화적 상상력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는 줄거리와 등장인물의 성격이 긴밀하게 맞물리면서 서로를 밀어줘야만 한다.

다이하드

〈다이하드〉가 파란만장한 성공적인 액션영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존 맥클레인이 두 개의 여정을 헤쳐나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40층 짜리 고층빌딩을 점거한 테러리스트 집단을 무찔러야 하는 고독한 뉴욕 경찰의 여정을 이 영화의 중심 여정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가 로스앤젤레스에 온 이유는 아내와 화해하기 위해서였지만, 도착하는 순간 엉뚱한 상황에 휘말려 들어가 버린다.

경찰 생활 13년 차인 뉴욕 시경 소속의 민완 형사 존 맥클레인은 아내 홀리와 지난 6개월 동안 별거 중이었다.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캐리어 우먼인 그녀는 두 아이와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이사 와서 살고 있다. 그는 부부관계를 되살리고 싶어한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외적 문제다. 그리고 아내와 가족들을 그의 보통세상인 뉴욕으로 데려가고 싶어한다. 그의 내적 문제다. 아내와 화해하려는 맥클레인의 여정은 이제 그가 시험 장면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아내와의 만남이 최악이 되면서, 이 순간 "액션" 플롯이 전개되기 시작하고, 맥클레인은 개인적인 여정에서 이탈한다. 일련의 연속적인 소명들로 인해 마침내 위기감은 고조되고, 범죄와의 싸움이라는 여정을 받아들이도록 맥클레인을 밀어붙인다. 그림자 한스 그루버가 파티장을 장악하기 위해 쏘는 공포탄 총성을 듣지만(모험에의 소명), 그는 도망친다(거부).

첫 번째 시험 장면에서 맥클레인은 외부에 적절한 구조 요청 신호를 보내는 한편, 테러리스트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맥클레인은 싸움 중 유리조각들이 박혀 피가 흐르는 발을 질질 끌고 화장실로 기어간다. 거기서 그는 알 파월(협력자/동료)과 교신을 한다. 지금 겪고 있는 시련을 이기고 부활하기 위해서는 이 협력자가 필요하다. 여기서 관객들은 파월이 과거에 겪었던 시련(사고로 아이를 죽였다)으로 인해 그의 경력에 흠집이 났음을 알게 된다. 파월의 우정이라는 보상을 얻은 맥클레인은 그루버 일당이 장치한 폭약을 발견하고 이제 귀환시퀀스로 돌아간다. 인질을 구하고 악당을 처치한 맥클레인은 아내를 힘껏 부둥켜안고 입을 맞춘다. 그들은 서로를 다시 얻었고, 이것은 새로워진 사랑과 부부관계라는 묘약이다.

전쟁영화의 신화적 구조

"… 저 기계가 무너질 때, 우리도 무너진다"

전쟁영화에서 병사 영웅은 "여정 내내" 죽음과 직면한다. 그는 죽음에 둘러싸여 있고, 그 죽음은 언제든지, 아무런 경고도 없이 순식간에, 그리고 잔인하게 타격을 가해올 수 있다. 병사는 자신이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의 여정의 일부는 조국과 부하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숭고한 희생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내적인 힘을 탐색하는 데에 바쳐질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아는 상태에서 이 여정에 들어선다. 우리는 전쟁 영웅들은 반갑게 맞이하지만 전쟁의 파괴행위로부터는 멀리 도망친다. 그러면서도 관객들은 자신들의 아들과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이 전장에서 치렀던 희생들을 경험하고 싶어하고, 최신판 대작 전쟁영화들은 끔찍스러운 전투장면을 그대로 재현하여 관객들의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전쟁은 인간 대 인간의 전투가 아니라 "우리"가 "그들"과 맞서서 치르는 전투다. 전쟁영화에서 무장(武裝)에의 소명을 받아들인 영웅은 보통세상에서 분리되고, "새 피부"인 군복을 지급 받는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한 개인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기계의 한 부품이다. 소대장은 그의 조언자 아버지다. 병사는 적을 죽이며 비인간화 단계를 거치고, 우리는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전쟁의 도덕성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고,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덧없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지를 깨닫기 시작한다. 인간의 내부에 잠재해 있는 적과 마주치는 장면은 반전 영화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 된다.

플래툰

〈플래툰〉은 전쟁이란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길고 지루한 권태로움의 시간을 갑자기 깨뜨리는 광폭한 시련들. 예기치 못한 상황 전개와 반전에도 불구하고, 〈플래툰〉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대사는 대단히 복합적이고 풍요롭다.

크리스 테일러의 여정은 전쟁터로 들어가는 관문에서 시작된다. 수송 헬리콥터에서 내린 그는 그가 방금 타고 온 자리를 채우는 시체 자루들을 본다. 크리스는 이 죽음의 특별한 세상에서 되돌아나갈 수 없다. 1967년 9월, 25보병 연대 브라보 중대. 캄보디아 국경과 인접한 어느 곳. 동료들에게 크리스는 자신들의 보통세상에 막 도착한 신참이고, 그의 협력자들 역시 "초짜"들뿐인 듯하다. 그는 두 명의 조언자를 만난다. 3년 고참인 엘라이어스는 묵묵히 이 지옥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의 경쟁자이자 그림자인 직업군인 반스 중사는 완전무장을 한 채 돌아다니며 "보병"들을 다그친다. 썩어 가는 시체를 본 크리스가 헛구역질을 하자 매정한 조언자 반스는 초짜 돕기를 거부하지만, 조언자 엘라이어스는 동정심을 보이며 크리스를 도와준다.

그 날 밤 적의 기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소대 지휘부는 매복을 준비한다(심연에의 접근). 이 시련에서 그는 살아남았고, 이제 보병으로 부활한 크리스는 곧바로 시험 장면으로 들어간다. 중대 내의 두 집단은 엘라이어스와 반스를 중심으로 분열되며, 이러한 시련은 팀을 굳건히 뭉치게 하거나 파괴시킨다. 크리스의 소대는 팀을 영원히 파괴시켜버릴 비극적인 소명에 맞닥트린다. 베트콩들의 매복에 걸려 대혼란이 벌어지는 순간 반스는 엘라이어스를 추적해서 총으로 쏜다. 팀은 부상자들과 한데 엉켜 헬리콥터에 오르고, 이륙하는 순간 크리스는 베트콩에게 쫓기는 엘라이어스를 발견한다. 조언자는 총에 맞아 쓰러지고, 크리스는 마침내 반스의 얼굴에서 그림자 가면을 보게 된다. 이 깨달음이 크리스에게 주어진 보상이다.

부활 시퀀스는 두 장면으로 구성된다. 첫 장면에서 크리스는 진정한 전쟁 영웅이 된다. 그는 적을 죽이고, 영웅 팀의 대원들을 구해낸다. 전투 도중 크리스는 그림자 조언자인 반스를 구하지만, 반스는 오히려 이 젊은 영웅에게 달려들어 그를 죽이려 한다. 순간 폭탄 세례가 퍼부어지고 전쟁터는 불바다가 되면서 관객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버린다. 크리스와 반스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지만, 반스는 크리스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자신들을 여정에 오르게 만든 바로 그 폭력, 엘라이어스를 죽인 바로 그 폭력으로 그림자 조언자를 희생시켰다. 한 조언자가 다른 조언자에 의한 희생을 감수한 까닭은 영웅과 그의 팀에게 도덕성과 인간성 회복이라는 희망(묘약)을 주기 위해서였다.

로맨스영화의 신화적 구조

"키스해줘요. 마지막인 듯 그렇게 키스해줘요"

로맨스는 모든 장르를 초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맨스가 별도의 장르로 독립하게 된 까닭은 가장 기억에 남는 뛰어난 영화들은 위대한 사랑의 열정을 그 원동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정에서는 우리의 영웅을 특별한 세상으로 당당히 들어가게 만들고, 시대, 문화, 계급, 심지어는 죽음이라는 장애까지도 극복하게 만드는 애정의 힘을 탐구한다. 가장 감동적인 불멸의 러브스토리는 마지막에 연인이 헤어지게 만듦으로써 헐리우드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을 무시해버린다. 로미오는 줄리엣과 그 후로도 오랫동안 함께 행복하게 살지 못한다. 레트 버틀러와 스칼렛 오하라는 어떤가? 위대한 킹콩마저도 미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금지된 사랑, 위험한 사랑이 우리가 가장 기억하고 싶은 로맨스영화들의 토대다. 금지된 사랑에는 커다란 위험이 따르며 엄청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지만, 이러한 사랑에 빠진 연인이 우리의 도덕적 기준을 거슬러 간통을 저지른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러한 금지된 사랑은 영웅들의 생애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일 것이다. 아니, 모든 사랑 중에서 가장 순수한 사랑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묘약만이 저주를 풀어낼 수 있으며, 상처 입은 영웅을 치유할 수 있다.

많은 로맨스영화에서 경쟁자라는 대단히 효과적인 장애물이 등장한다. 경쟁자가 등장하여 한 사람의 마음을 자신만이 쟁취하겠다고 서로 맹세하는 애정의 삼각형이 만들어지고, 전투 개시의 신호탄이 발사된다. 이 삼각관계 안에서는 연인과 경쟁자들은 서로 속이고, 배신하고 진심을 감추는 변신자재자가 되어버린다. 퇴짜 맞은 경쟁자는 복수를 시도한다. 그리고 막판에 이르면 영웅은 경쟁자에 맞서 싸워 진정한 사랑을 구해내야만 한다. 경쟁자는 사람만이 아니라 대의명분일 수도 있다. 대의명분은 애국심일 수도 있고, 자아발견과 완전함, 구출, 또는 사랑하는 사람의 안전일 수도 있다. 대의명분은 사랑 그 자체이거나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일 수도 있다.

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에서 경쟁자는 인간과 대의명분이다. 일자와의 사랑과 자유 투사로서의 삶이라는 두 가지 "과거의 기억"이 다시 나타난 영웅릭을 괴롭힌다. 일자가 결혼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녀의 남편이 그림자인 나치에 대항하여 레지스탕스 운동을 벌이는 전설적인 영웅이라는 사실로 인해 대립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애정의 삼각관계는 복잡해진다. 한 여인의 애정을 쟁취하기 위해 경쟁자들끼리 서로 치고 받는 다른 많은 삼각관계에서와는 달리, 릭은 그의 경쟁자를 영웅으로 만들어주기 위해서 자신의 사랑을 희생한다.

염세주의자 리처드(릭) 블레인이 운영하는 "카페 아메리카"는 카사블랑카에서도 유명한 난민들의 소굴로, 변신자재자들과 자유를 약속해주는 관문수호자들이 들락거리는 물리적인 관문이자, 릭의 내적 문제를 감추기 위한 위장이다. 국외추방자, 인생에 환멸을 느낀 반영웅은 완강하게 중립을 고집한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는 일은 절대 하지 않지만, 살인자이자 암시장 중개인(관문수호자)인 우가테가 훔친 통행증을 몰래 맡기자 그것을 받아둔다. 모험에의 소명이다.

박테 라슬로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일자 룬드와 함께 카페로 들어선다. 라슬로는 출국비자를 얻을(그의 외적 문제) 때까지 은신처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재회한 옛 연인은 충격을 받아 침묵에 잠긴다. 릭은 고통과 술기운으로 변신자재자인 연인에게 배신감을 드러내지만, 금지된 사랑의 감정에 밀려 부활을 준비한다. 릭은 일자와 라슬로에게 공항까지 가는 안전한 통행증을 발급해주고(릭이 조언자를 부활하게 해준다), 자유라는 묘약을 상징하는 비행기 앞에서 릭은 고귀한 희생을 하여 자신의 연인을 그녀의 남편과 함께 떠나보낸다. 희생을 치름으로써 그는 대의명분에의 소명에 부응한 영웅으로 부활한다. 조언자 라슬로의 뒤를 따라 릭은 레지스탕스에 가담한다.

코미디영화의 신화적 구조

"난 고통스러워, 난 젖어 있어, 그리고 난 아직 히스테릭한 상태야"

코미디의 원리를 알아내는 일은 스핑크스의 신비를 푸는 일만큼이나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코미디의 여정은 우리의 결점과 어리석음, 우리의 괴로움과 아픔, 즉 바로 우리 자신을 익살스러운 방식으로 들여다본다. 우리가 나누는 웃음소리가 크면 클수록 더 큰 묘약을 얻게 되며, 그래서 성공적인 코미디에서 바로 우리가 문제라고 여겨지는 "생사가 걸린" 문제에 매달리는 영웅에게 우리는 그토록 쉽게 동화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코미디는 극단적으로 개인적인 여정이며, 성공의 비결은 복합적이다. 한 남자가 크게 웃으면 한 여자는 신음 소리를 내게 된다.

효과적인 코미디는 스릴러와 똑같이 놀람과 긴장이라는 기법을 사용한다. 놀람은 가장 요란하고 떠들썩한 웃음을 유발해낸다. 놀람은 시각적으로 우리의 유머감각을 세게 자극함으로써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갑작스러운 행운의 반전으로 놀람을 유발할 수도 있다. 긴장감은 좀더 엉뚱한 결말을 보게 되거나, 곧 더 큰 웃음을 터뜨리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치를 유발하는 데에 유용하다. 관객들이 여장을 하고 나타난 조와 제리(뜨거운 것이 좋아)를 보면서 긴장하는 바로 그 순간에,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서 그들이 남자라는 사실이 폭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된다.

나 홀로 집에

〈나 홀로 집에〉는 가장 커다란, 그리고 가장 보편적인 공포감, 즉 홀로 남겨지기에 대한 공포감을 이야기한다. 또한 〈나 홀로 집에〉는 아이들이라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환상 중 하나인 "악당들로부터 혼자 힘으로 집을 지켜내기"를 대리만족 시켜준다. 보통세상에서의 케빈은 아무짝에 쓸모 없는 아이 취급을 받지만, 이 특별한 세상의 부름에는 기꺼이 몸을 일으켜 나아간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나아가 자신의 특별한 힘을 발휘하여 강력한 적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괴롭혀 굴복시킨다.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맥칼리스터 일가는 짐을 꾸리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우리의 여덟 살배기 영웅 케빈은 반항적인 외톨이 영웅이 되어 이층으로 쫓겨난다.  폭풍우 때문에 정전이 되면서 맥칼리스터 일가는 늦잠을 자고, 허겁지겁 공항으로 달려가 비행기에 이륙한다. 다락방에서 잠을 깬 케빈은 특별한 세상을 즐기지만, 홀로 남은 그는 겁이 난다. 그는 이것을 받아들임으로써 관문통과장면을 끝마친다. 도둑인 해리와 마브가 도착하면서 케빈의 여정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험악해진다.

이 시험 장면에서 그는 자신과 집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적을 물리친다. 케빈은 가족 없는 삶이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 깨닫는다(내적 문제). 점진적인 그의 변화가 보상이다. 결국 케빈은 가족들을 돌아오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러 교회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이웃에 대한 공포심도 극복하고(시련에서의 부활), 조언자를 만나 두려움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케빈은 귀환 준비를 하고 온갖 상상력을 다 동원해서 복잡하기 짝이 없는 함정들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작전에 성공한다. 가족은 재회하며 부활이 완결되고, 케빈은 자신과 집을 지키는 묘약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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