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 대신 말을 쓴다

   
원진주
ǻ
힘찬북스
   
13800
2019�� 08��



■ 책 소개


치열한 방송 세계에서 살아가는 11년 차 방송 작가의 피땀, 눈물 체험담!


오늘도 녹화가 끝난 뒤 화장실에서 눈물을 닦고 있는 후배를 위해, 밤잠 설쳐가며 구성작가가 되는 길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있을 예비 구성작가들을 위해 진솔한 글을 실었다.


어떤 방송 프로그램이든지 말이 필요한 곳에서 처음과 끝을 만들고, 뼈대와 살을 붙여 볼 만하게 만들고 살아 움직이게 하는 직업이 바로 방송 작가다. 알려지기야 방송에서 말을 하며 주목받는 출연자와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게 할 것인가를 정하는 PD가 우선일 것이나 카메라와 마이크 뒤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히는 글이 아니라 말하는 글을 써서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모든 방송에는 작가가 있다. 방송국 작가실 막내 작가부터 시작, 메인 작가가 되기까지 전 과정과 단계별 실무를 저자가 겪은 생생한 경험을 기반으로 친절하고 자세하게 다룬 방송 작가 입문서이자 방송 작가가 되길 원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 저자 원진주
저자 원진주는 2009년 방송에 입문, 구성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매일 불안병에 시달리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다. 끊임없이 수집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한다. SBS ‘현장21’, KBS ‘황금의 펜타곤 시즌3’, ‘도전! K-스타트업 2017’, ‘굿모닝 대한민국’, 채널A ‘김현욱의 굿모닝’, YTN ‘강소기업이 힘이다’ 등을 집필했고, 지상파와 종편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TV 동물농장’, ‘모닝와이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생방송 투데이’, ‘생방송 아침이 좋다’, ‘반려동물극장 단짝’, ‘나누면 행복’, ‘풍문으로 들었쇼’ 등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집필하고 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이다.


■ 차례
프롤로그


챕터 1. 판타지 No! 리얼 100% 방송 작가의 세계
1. 방송 작가 vs. 방송 잡가
2. ‘신상털기’의 달인
3. PD와 작가, 원수와 동반자 그 언저리
4. 순식간에 실검 1위는 기본!
5. 두려워하기보다 일단 덤벼들기
6.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한다
7. 무분별한 제보 속 ‘진짜 보석’ 찾아내기
8. 살 떨리는 방송사고 슬기롭게 극복하기
9.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기까지, 버티고 또 버텨라!


챕터 2. 모든 프로그램에는 작가가 있다! _분야별 작가의 특징
1. 예능 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의 정의와 특징 | 예능 작가의 역할 | 예능 작가로 살아남는 법
2. 교양 프로그램
교양 프로그램의 정의와 특징 | 교양 작가의 역할 | 교양 작가로 살아남는 법
3. 쇼양 프로그램
쇼양 프로그램의 정의와 특징 | 쇼양 작가의 역할 | 쇼양 작가로 살아남는 법
4. 뉴스
뉴스의 정의와 특징 | 뉴스 작가의 역할 | 뉴스 작가로 살아남는 법
5. 라디오
라디오의 정의와 특징 | 라디오 작가의 역할 | 라디오 작가로 살아남는 법


챕터 3. 베테랑 작가가 방송을 만드는 법_방송 작가의 핵심 노하우
1. 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기획안_아이템 선정
2. 자료조사는 무시무시하게
3. 몰라도 아는 척! 섭외의 기술
4. 금맥보다 더 중요한 인맥
5. 촬영, 편집, 그 사이
6. 이것은 원고인가, 업보인가
7. 방송은 끝났지만 제작은 시작


챕터 4. 베테랑 작가에겐 ‘남다른 뭔가’가 있다!
1. 누구나 신인인 시절이 있다
2. 새로운 프로그램에 빨리 적응하는 비법
3. 자기 이름에 책임을 진다는 것
4. 숨을 끊지, 술을 끊을까?
5. 건강이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


챕터 5. 톡톡 튀는 아이템 만드는 베테랑 작가의 생활습관
1. 아이템의 창고인 신문과 잡지
2. 한 줄의 기록이 방송이 된다
3. 책을 읽고 마음을 읽자
4. 방송은 곧 영상의 힘
5. 연륜보다 더 중요한 경험


Killer Tips
방송 작가가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방송 작가 지망생들이 공부하는 곳 | 방송 작가들의 연합체, 방송 작가협회 알아보기  | 예비 방송 작가들의 궁금증(Q&A)


에필로그 - 방송 작가 ‘결코’ 쉽지 않다
부록




나는 글 대신 말을 쓴다


판타지 No! 리얼 100% 방송 작가의 세계

방송 작가 vs. 방송 잡가

결코 ‘작은 역할’은 없다<
/P>방송 작가, 특히 신입 작가와 서브 작가들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작가들이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방송이 마비될 정도이니 말이다. 고로 자신이 맡은 일이 잡무라고 생각해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지금 당신이 하는 잡무가 큰 녹화를 치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부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출연진의 기상을 체크하지 않아 출연진이 제시간에 촬영장에 오지 않았다면? 그날 촬영은 취소라고 봐야 한다. 또 신입 작가가 야외 촬영 날 비가 올 걸 미리 확인해서 알려주지 않았다면? 새벽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도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고로 신입 작가들이 지금 하는 업무는 ‘대단한 잡무’라는 것이다. 이런 잡무가 기반이 되어야만 작가로서 한 발 더 내디딜 수 있다. 비록 당시에 느끼는 감정은 ‘내가 이러려고 작가가 됐나?’, ‘이런 게 작가였다면 안 했을 것을….’ 이라는 생각일지라도 말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이런 잡무가 수반이 되어야만 다음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잡무가 뒷받침됐기에 선배들이 그걸 토대로 글을 쓰고 구성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내 손을 거치는 일들이 결코 의미 없는 일들이 아님을, 누군가는 잡무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방송에선 꼭 필요한 중요한 항목이라는 것 잊지 말자.


‘신상털기’의 달인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는 ‘신상털기’

‘신상털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검색어 선정과 지칠 줄 모르는 끈기다. 먼저 검색어의 선정이 중요한 이유는 그 검색어로 인해 찾아낼 수 있는 정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너무 폭넓게 검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원진주 작가의 연락처를 찾고 싶다, 그런데 딱히 아는 정보가 없다면?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원진주’를 검색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원진주’라고 치면 국악인이 가장 먼저 뜬다. 결국 그 사람의 직업이나 직책을 알면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 식으로 단계를 거듭할수록 세부적으로 검색하다 보면 범위를 추려갈 수 있다. 사실 앞서 언급한 3차, 4차의 검색어를 바로 넣어도 괜찮지만 1차, 2차의 검색어를 먼저 검색하는 이유는 그 작가의 프로그램이나 그가 올렸던 글들을 먼저 추려본 뒤 그 안에서 또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위의 방법은 내가 하는 방법이지, 답은 아니다. ‘신상털기’의 방법은 어떤 선배도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찾아보고 검색하다 보면 일깨워지는 게 ‘신상털기’인만큼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게 좋다. 그렇기 때문에 끈기 있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이유다.


PD와 작가, 원수와 동반자 그 언저리

남편보다 더 가깝기에 더 배려해야 할 관계

작가는 어떤 피디와 짝이 되느냐도 중요하다. 피디와 작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보니 몇몇 선배들은 부부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도 결혼 전 남편과 통화하는 횟수보다 함께 일하는 피디와 연락하는 횟수가 더 많았다. 그리고 카카오톡에서도 늘 상단, 즐겨찾기에 이름을 올리는 건 함께 합을 맞추는 피디다. 이처럼 작가와 피디는 한 프로그램을 성공시키자는 공동 목표를 가진 동반자 같은 존재다. 하지만 성격 차이라는 게 무시할 수 없다. 부부보다 더 자주 보는 사람들인데 덜 싸우라는 법 있는가, 하지만 그 싸움의 이유가 동일하기에 매일같이 피 터지게 싸우고 또 의견을 조율하고 또 함께 일을 한다. 결코 그와 나는 원수 같지만 동반자 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관계다. 확실한 건 남편보다 나의 더러운 성격을 더 잘 알 것이라는 사실.

앙숙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

피디와의 의견 조율을 잘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혹은 관계를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정답이라고 할 순 없겠으나, 나 같은 경우는 일단 상대에서 맞춰준다. 왜냐 내가 그에게 맞춰주다 보면 상대도 나를 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외도 존재한다. 내가 먼저 배려했지만 상대가 날 배려하지 않을 경우, 그럴 땐 참지 않고 내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 즉 내 생각을 강하게 얘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말 착한데 게으른 피디와 일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주말도 쉬지 않고 촬영 영상을 보고 편집구성안을 작성하여 예정된 날보다 이틀이나 빨리 피디에게 전해줬다. 내가 이틀이나 빨리 줬다는 것은 내가 좀 덜 자더라도 피디가 편집할 시간을 평소보다 길게 잡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만 빨리하면 무슨 소용? 일찍 주면 줄수록 편집된 영상은 훨씬 늦게 나오는 게 아닌가? 이럴 땐 내 권리를 내세울 수 있다는 거다. 왜냐!

“난 너를 위해 빨리해줬는데 넌 내가 대본 쓸 시간을 오히려 빼앗았으니까.”

두려워하기보다 일단 덤벼들기

모르면 묻는 게 최고다

신입 작가일 때는 섭외 대상자들과 통화하면서 당연히 실수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난 당시 그걸 간과했던 거다. 처음 하는 통화니까 실수해서 혼날까 봐, 메인 작가를 피해 숨어서 전화를 했던 나였다. 하지만 피한다고 전부는 아니라는 게 내가 지나온 시간 속에서 배운 부분이다.

요즘도 나와 함께 일하는 몇몇 신입 작가들은 내 앞에서 섭외 전화 혹은 취재 전화를 하지 않는다. 회의실에 숨어서, 화장실에 숨어서 전화를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 힘줘서 얘기한다.

“나가서 통화하는 거 다 알아. 그냥 자리에서 해.”

이 말의 뜻은 ‘네가 실수를 하면 내가 수습해줄게.’ 라는 것이다.

섭외 전화할 때의 요령

1. 메모장 적극 활용하기

전화 통화를 하기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할 말을 메모장에 적어두면 좋다. 물론 처음 섭외를 해보는 거라면 실제 통화를 하듯 쭉 적어놓고 그대로 읽는 것도 방법이다.


2. 통화 후 확인 문자 남기기

연예인 같은 경우는 스케줄이 많아 통화를 해 놓고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통화를 했다고 해서 안심하지 말고 한 번 더 매니저에게 확인 문자를 남긴다.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한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작가의 숙명

방송 작가들은 세상의 모든 일을 다룬다. 벌어지는 것들 모두가 방송 아이템이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방송 작가로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팔방미인이 된다. 사건 사고를 파헤치다가 부부간의 갈등 해결책도 찾아본다. 또 반려동물의 건강을 확인하기도 하고 아이를 돌보는 일도 배우며 살림의 고수를 만나 그 비책을 들어보기도 한다. 물론 국내에 숨겨진 역사도 배우게 되고 해외 각국의 미를 찾는 여행을 하기도 한다. 방송 작가는 일상이 곧 자료조사와 아이템 찾기이므로 세상일 구석구석 모르는 것이 없다. 그만큼 안 가는 곳도 없다. 여객선이 닿지 않아 통통배를 타고 가야만 닿는 섬에도 가고 평생 가본 적 없는 호텔에도 잠입해 취재를 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연예인 연습실, 프로선수들 대기실, 수술실 등 보통 사람들이 들어가기 힘들었던 곳을 작가는 다 가볼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며 몰랐던 것을 배우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작가는 경력과 실력을 쌓는다. 하지만 여간 쉽지만은 않다. 그렇기에 방송 작가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 있다.

방송작가에게 꼭 필요한 자질

1. 항상 호기심이 넘친다.

2. 활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3. 여행을 좋아한다.

4. 어디서든 자고, 어디서든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

무분별한 제보 속 ‘진짜 보석‘ 찾아내기

아이템에 울고 웃고!

어느 프로그램이나 아이템을 찾는 건 가장 힘들다. 심지어 아이템이 없어서 폐지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그게 아니었으나 해를 거듭하다 보니 아이템이 고갈돼서 방송의 방향이 다르게 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아이템은 그 프로그램의 존재에도 영향을 미친다.

‘TV 동물농장’을 할 때의 일이다. 워낙 프로그램이 오래되기도 했고 무분별한 제보들도 많이 들어올뿐더러 동물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아이템을 선정하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그때도 모든 제보를 다 훑었는데도 마땅한 아이템이 없는 게 아닌가.

아이템을 찾기 시작하면 작가는 바빠진다. 인터넷을 뒤지고 각 관련 카페마다 제보 글을 올리고 수의사 혹은 행동 전문가들에게 연락을 돌린다. 그래도 없다면? 그땐 그냥 밤샘이다. 밤새 찾고 또 찾는다. 찾는 방법은? 사실 답은 없다. 막 뒤진다. 정말 막 뒤진다. 잠들기 전까지 인터넷 서치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신문도 뒤진다. 그래도 없을 땐 과거 받았던 제보들을 다시 처음부터 훑어간다. 혹여 놓쳤던 아이템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때 어느 집 누렁이가 새끼를 낳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하면서 말이다. 이럴 땐 정말 돈 주고라도 사고 싶을 정도다.

그렇게 뒤지고 뒤지면 안 나올 것 같던 아이템도 끝내는 나온다. 왜일까? 방송을 해야 하는 작가에겐 끈기라는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니까. 어떻게든 나올 때까지 찾아낸다. 그렇게 찾고 나면 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한 주도 막았다.”

사실 무분별한 제보들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려내는 방법이 있다. 바로 전화 취재. 전화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대화를 하다 보면 이게 아이템이 될지 안 될지 보인다. 동물을 촬영하더라도 주인의 성향, 주인의 특징도 참 중요하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잘 파악이 되고 그 사람과 말이 통해야 동물을 촬영하는데도 수월해진다.

당시 제보자는 긴 시간에 걸친 통화에도 일관성 있는 목소리 톤으로 차근차근 사건의 전후를 얘기했다. 그래서 난 이건 진짜라고 판단했다. 바로 피디에게 연락했고 부랴부랴 촬영을 나간 적이 있다. 전화 취재는 아무래도 직접 만나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꼭! 이 두 가지를 확인한다.

보석 같은 제보를 가려내는 법

1. 상황 설명을 일관성 있게 하는가 확인하기

전후 사정을 들어보고 제보자가 일관된 설명을 하고 있는지 논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재차 같은 질문을 시간을 두고 질문했을 때 같은 대답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2. 목소리 톤에 귀 기울이기

긴 통화를 하더라도 이상적으로 한결같은 톤을 유지하는지 봐야 한다. 그리고 그 톤과 어감에서 진정성을 찾아내야 한다. 사실 목소리만으로 진정성을 찾아내기가 쉽진 않지만, 그 사람에게, 그 사람의 목소리에 집중하면 감이 온다.

살 떨리는 방송사고 슬기롭게 극복하기

임기응변에 능한 방송 작가

방송 구성작가라고 하면 우아하게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원고를 쓰고, 스튜디오에서 진두지휘할 것만 같지만 우리의 일은 예상처럼 순탄하지 않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발생하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생긴다. 그렇기에 방송 작가의 최고의 역량은 임기응변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갑작스럽게 출연자가 펑크나는 일은 아마 지금 이 시각에도 어느 제작진에게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발 빠르게 대처하는가도 작가의 능력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대책을 보다 빨리 마련해 내는 것. 그리고 대본을 다시 써야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후다닥 써 내려가는 것. 그걸 완벽하게 해낼 수 있도록 작가들은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임기응변에 능한 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은 뭘까?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얘기하자면 이렇다. 임기응변에 강한 작가가 되려면 생방송이나 뉴스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다. 그런 프로그램은 워낙 그날 그날 변화되는 상황도 많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해당 프로그램의 경력이 있다면, 없는 작가들에 비해 대처능력도 높아지고 다급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빠르게 두뇌 회전이 된다. 결국 경험에서 나오는 거긴 하겠지만, 선배들이 ‘이럴 땐 이렇게 하더라’ 라는 것만 꿰고 있어도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훈련 방법을 말해보자면 시간을 정해놓고 작업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마감 시간은 당연히 있겠지만 그 외에도 나만의 작업 시간을 정해놓고 작업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예를 들어 자료조사는 반드시 한 시간 안에 완료할 것, 세 시간 안에 무조건 섭외는 끝낼 것 등 나만의 마감 시간을 정해두는 게 필요하다. 순발력도 상당히 중요한데 이 순발력이라는 건 그때그때 상황에 대비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저절로 생기는 것 중 하나다. 누구든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예측해 준비한다는 게 쉽지 않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대비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그 어떤 작가보다 임기응변에 두각을 나타내는 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베테랑 작가가 방송을 만드는 법_방송 작가의 핵심 노하우

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기획안_아이템 선정

내 능력의 가치와 비례하는 기획력

기획안 작업 순서

기획 의도 → 제작 형식 → 제작 콘셉트 → 제작 일정 → 회차별 구성 및 장소 → 심사위원 → 세부 구성안

보통 기획안을 작업하는 순서는 위와 같다. 작가에 따라 내용을 더 추가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이 정도의 틀 안에서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기획안 작업은 서브 작가들의 자료조사를 토대로 메인 작가가 도맡아야 할 영역 중 하나이다. 기획안을 쓸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나는 많은 것들 중에 단연 소주제라고 말하고 싶다. 책을 쓸 때 목차가 중요하듯 구성작가에게는 소주제를 정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대부분 사람이 본론을 읽기 전에 소주제부터 눈에 담기 때문에 소주제는 자극적이더라도 눈에 잘 들어오는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방법이지만 나만의 소주제 쓰는 방법을 언급하려고 한다. 보통 소주제를 정할 때 난 A4 용지를 잔뜩 준비한다. 그리고 기획하는 내용과 관련된 단어들을 쭉 나열한다. 그리고 나열한 단어들을 이렇게 저렇게 옮겨가면서 조합해 보기도 하고 여러 개를 붙여서 문장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조금은 과장된 단어를 추가해 궁금증을 유발하는 문장을 만들기도 한다.


기획안의 소주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우선 폭 넓은 스토리텔링은 필수다. 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현시대의 관심사와 프로그램을 엮어내면 좋다. 또 궁금증을 자극할만한 단어 혹은 귀에 박힐 수 있는 단어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제를 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기획 의도와 콘셉트다. 여기서 나만의 기획 의도와 콘셉트를 잡는 방법을 간략히 소개한다.

매력적인 기획 의도 쓰는 방법

1. 시의성이 보이는 문장을 도입에 적어라

2. 현재 이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왜 필요한지 적어라

3.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를 나열하라

돋보이는 콘셉트 및 제작방향 잡는 법

1. 타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부각해라

2. 요즘 뜨고 있는(신선한) 촬영기법을 숙지해라

3. 시청자가 궁금해할 부분을 긁어줘라

자료조사는 무시무시하게

기획력 · 구성력 좋은 작가의 비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휴먼 프로그램을 꽤 오래 제작했다. 작가에게 취재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특히나 휴먼 프로그램에서는 더 중요하다. 보통 한번 통화를 시작하면 한 시간은 기본, 많이 할 때는 세 시간도 하는 것 같다. 이런 취재 영역도 기본적으로 신입 작가와 서브 작가의 몫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취재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또 어이가 없을 정도로 못하는 친구도 있다. 잘한다의 기준은 뭘까? 당연히 취재 내용을 잘 뽑아내는 거겠지. 그리고 그 내용을 잘 뽑아내기 위해선 그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인 듯 대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작가는 그런 기술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 말하기 전 자료조사는 필수다. 예를 들어 내가 현빈과 통화할 예정인가? 그럼 현빈의 최근 근황부터 과거 드라마 이야기, 관심사 등 전반적으로 공부를 해야만 원활한 취재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물어볼 거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일반인과 통화를 한다면? 그 또한 마찬가지다. 서해에 사는 어부와 통화를 한다면 요즘 서해 상황은 어떤지, 요즘 잡히는 어종은 무엇인지 등 미리 취재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조사는 필수다. 여기에 싹싹함과 호탕한 웃음을 더한다면 금상첨화고.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구성하는 작가의 비밀은 공감과 상대에 대한 자료조사인 셈이다.


몰라도 아는 척! 섭외의 기술

철저한 계획이 필요한 섭외

섭외를 할 때는 가장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인 섭외와 연예인 섭외, 그리고 장소 섭외다. 보통 시사와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일반인을 섭외하는 비중이 높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을 섭외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장소 섭외는 프로그램의 장르를 막론하고 필수적이다.


먼저 섭외 시 가장 어려운 대상이 일반인이다. 단연 방송 경험이 없으니 부담감도 더 클뿐더러 신상이 알려질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때문에 섭외 시 꼭 신상에 대한 공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시사 프로그램처럼 모자이크가 가능한 프로그램이라면 그 부분을 당연 알려 줘야 할 것이며 정보 프로그램처럼 그의 일상을 들여다볼 심산이라면 미리 어느 정도까지 촬영이 가능할지 조율해야 한다. 물론 첫 섭외 통화에서 단번에 조율이 되면 좋지만 일반인 섭외는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야 한다. 섭외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일주일 정도의 시간은 두고 여러 번 접촉을 해보자. 오고 가는 정이 싹틀 수 있도록.(경험상 대부분이 여러 번에 걸쳐 안부를 묻고 통화를 하다 보면 마음을 열어주시더라.) 처음부터 제작진이 원하는 것들을 다 요구한다면 아마 방송 출연 경험이 없는 일반인은 단칼에 거절이라는 카드를 내놓을 것이다.


연예인은 일반인보다 섭외가 쉬운 편이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서 불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시로 일정 확인은 필수다. 또 섭외됐다 하더라도 연예인 같은 경우는 일주일 전, 이틀 전, 하루 전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쏟을 것을 당부한다. 매니저가 한 명의 연예인만 맡아 관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작가들이 꾸준히 일정을 언급해 그가 잊지 않도록 해주는 게 좋다. 또 연예인을 섭외할 때 확인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혹시 내가 섭외하려는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대와 현재 그가 출연 중인 프로그램의 시간대가 겹치지 않는지 혹은 프로그램 장르가 비슷하지는 않은지 체크해봐야 한다. 특히 동 시간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방송사 안에서도 금기시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미리 확인 후 섭외를 하는 것이 좋다.


방송 작가에게 섭외는 가장 중요한 업무이자 섭외로 인해 작가의 능력이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섭외할 수 있는 연예인의 급에 따라 능력을 평가받는 경우도 꽤 있다.


금맥보다 더 중요한 인맥

방송은 곧 새로운 인연의 시작

방송 작가에게 인맥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한번 맺은 인연은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선배들은 물론, 황토 할머니를 비롯해 방송에서 알게 된 분들, 출연자 혹은 매니저들까지. 항시 안부를 묻는 연락을 한다. 전화가 어려울 때는 문자라도 남긴다. 그렇게 내 휴대폰에는 3000여 개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 한 명 한 명 기억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가 기억해야 그들도 날 기억한다는 생각으로 늘 챙긴다. 그리고 방송을 한 뒤 정말 좋았다고 생각되는 곳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8년~9년 전쯤 지리산 중턱에 사는 모자를 촬영해 방송한 적이 있다. 그때의 인연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모자의 삶도 훈훈하지만 산 중턱에 자리한 이층집도 너무 아름다워 나는 만나는 지인들에게 빼놓지 않고 소개하는 버릇이 생겼다. 덕분(?)에 현재 그곳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기도 했다. 나 역시도 촬영 이후 일 년에 두 번은 꼭 방문한다. 얼마 전에는 지리산에 카페를 차리신다면서 카페 이름을 논의하는 전화도 받았다. 이처럼 방송 작가라면 그 누구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나만의 인맥 관리 법

1. 명절에 지인들에게 빼놓지 않고 안부 묻기

가까운 사람들부터 조금은 멀지만 나와 연이 있는 사람들에겐 설, 추석에 먼저 연락한다(국장님, 부장님, 선배 작가, 후배 작가, 매니저, 기획사 대표, 친한 연예인들 등). 그럼 그들은 내가 대접을 받고 있구나, 생각해서 서로 챙겨주게 된다.

2. 가까운 사람의 생일 혹은 시상식은 반드시 챙긴다

요즘 카카오톡에는 생일이 뜬다. 그때 꼭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3. 해당 지역에 가면 꼭 재방문하기

촬영했던 일반인들의 경우는 해당 지역에 내려갈 일이 생기면 반드시 전화로라도 안부를 묻고, 시간이 맞는 경우 찾아 뵙고 온다.


방송은 끝났지만 제작은 시작

스태프 스크롤에 내 이름이 나간다는 것

방송이 나간 뒤 마지막에 스태프 스크롤을 보며 희열을 느끼던 때가 기억난다. ‘이런 게 방송이구나, 내가 진짜 작가가 됐구나’. 누구보다 부모님이 뿌듯해 하셨다. 방송을 본 뒤 늘 연락을 해오곤 하셨는데, ‘이런 건 재밌더라 저런 것도 해봐라!’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10년 차가 넘은 메인 작가가 됐지만 지금도 스태프 스크롤을 보면 나 스스로가 대견하다.


‘또 한 주를 버텨냈구나’

‘또 한 주를 살아내야 하는구나’


비록 고됨의 연속이지만 이 또한 작가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태프 스크롤에 이름이 올라가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방송을 하는 우리들끼리 종종 이런 얘기들을 한다.


“우리 때문에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도 있어. 때문에 팩트 확인은 어디서든 가장 중요해”


그렇다. 방송에 한 번 나오면 장르 불문하고 매진행렬이고 식당 간판만 살짝 등장해도 다음 날 음식이 없어서 팔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장기적인 영향력 또한 세다는 것이다. 휴먼 다큐멘터리 하나가 사람의 삶을 바꿔놓기도 하고, 시사 프로그램 한편의 방송이 사회적인 변화를 끌어내기도 한다.


방송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물론 그 일들을 해내기 위해선 시청자의 힘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만, 그 연결점에 선 것이 바로 방송 작가다. 때문에 우리는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선한 글을 쓰며 내 이름에 책임질 수 있는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 스태프 스크롤에 나가는 내 이름 석 자가 부끄럽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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