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을 위한 고전 리더십

   
오정환
ǻ
호이테북스
   
14000
2018�� 02��



■ 책 소개


영향력, 리더십의 궁극적인 지향점

 

리더와 리더십을 결정적으로 정의하는 한 단어가 있다. 바로 영향력이다. 리더십의 대가 존 맥스웰은 리더십의 진정한 척도를 영향력이라고 말했다. 영향력의 수준을 끌어올리면 다른 사람들을 리드하는 것은 물론 다른 리더들을 개발하는 능력이 증대되지만, 영향력이 없으면 구성원들은 단순히 순응하는 행동을 한다고 한다. 또한 리더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직원들의 몰입도와 충성심 그리고 성과 수준은 높아진다고 한다.


이 책은 리더와 리더십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위기상황, 그중에서도 치열한 생존경쟁과 전쟁이 난무했던 춘추전국시대를 통해 리더십을 분석한다. 특히 <사기>를 비롯한 역사서나 문헌에서 이름을 날린 왕과 참모의 기록들을 바탕으로 그들을 관통했던 리더십의 전말을 진주를 꿰듯 맞춰 나가고 있다.

 

■ 저자 오정환
저자 오정환은 미래경영연구원 원장으로 세일즈 기법, 영업 조직 관리, 리크루팅, 동기부여, 리더십, 자기계발 분야의 인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다. 네이버 카페 ‘무조건 책 한 권 쓰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책 쓰기 코칭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업, 질문으로 승부하라 , 『성공, 질문으로 승부하라』, 『세일즈 멘토링』, 『한 번 더 세일즈』, 『내 인생 최고의 버킷 리스트, 책쓰기다』, 『세일즈, 심리학에서 답을 찾다』 등이 있고, 시집으로 『앉은뱅이 아버지』, 『내가 어리석어』가 있다.

 

■ 차례
ㆍ 머리말: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은가?

 

들어가는 글
진晉 문공文公의 역경과 도전, 성취
뜻하지 않은 역경에 맞서다
굴욕을 견디고 마침내 왕위에 오르다
성공한 리더에게는 3인이 있다

 

1장. 인(忍): 몸을 일으키는 능력
1. 간절함과 절박함
시련을 극복하고 뜻을 이룬 범저
편할 것인가, 변할 것인가
걱정이 없으면 성공도 없다
결핍이 동기를 부여한다

 

2. 반성과 준비
반성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치밀한 준비가 성공으로 이끈다
변화의 시기를 포착하라
자신감으로 무장하라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3. 충동조절 능력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충동조절 능력
중도에 왜 포기할까
의지력을 키우는 여러 방법

 

2장. 인(認): 세상을 만들어가는 지혜
1. 전략
치밀하고 일관성 있게
전략적으로 생각하라
기발한 생각을 하라
차별화하라
판을 새로 짜라

 

2. 분석과 통찰력
우리는 왜 자꾸 오판하는가
신중히 관찰하라
섬광 같은 통찰력

 

3. 혁신과 창의
아이처럼 생각하라
질문하고 질문하고 질문하라
질문이 낳은 창의적 성과들
새로운 것에 유연하라
장애물과 실패를 넘어서라

 

3장. 인(人): 사람을 얻고 활용하는 방법
1. 용인(用人)
인재를 알아본 제환공
지인지감(知人知鑑)
스펙보다 능력을 보라
인재는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다
강점을 활용하라
권한을 위임하라
설득하기 전에 환경부터 바꾸어보자

 

2. 소통
소통 없이 성과를 유지할 수 없다
불통의 결과
소통하는 방법
소통이 성과에 미치는 효과

 

3. 사회 지능과 감성 지능
사회 지능이 리더를 만든다
리더의 성패를 좌우하는 감성 지능
성공과 수명을 보장하는 공감 능력
공감의 한계

 

ㆍ 후주




교양인을 위한 고전 리더십


인(忍): 몸을 일으키는 능력

간절함과 절박함

결핍이 동기를 부여한다

부족해야만 간절함이 생긴다. 어려움에 처해 절박함을 느껴야만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낸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 선택의 여지가 없을 만큼 절박해야만 필사적이 된다.


심리학자 마빈 아이젠슈타트는 혁신가, 예술가, 기업가를 인터뷰하며 매우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그들 중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 부모를 여의였다. 그가 걸출한 리더 573명을 조사한 결과, 1/4이 10세 이전에 부모 중 한 명을 잃었다. 34.5%는 15세 때까지, 45%는 20세 때까지 부모 중 한 명을 잃었다. 질병과 사고와 전쟁 때문에 오늘날보다 기대수명이 훨씬 낮았던 20세기 이전에도 그것은 놀라운 수치였다.


아이젠슈타트와 비슷한 시기에 역사학자 루실 이레몽거는 19세기 초부터 제2차 세계대전 사이 역대 영국 총리들의 역사를 썼다. 그는 그들이 어떤 배경과 자질로 세계 최강국이던 영국 정계의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표본집단 총리들 중 67%는 16세 이전에 부모 중 한 명을 잃었다. 그것은 총리를 배출하는 대부분의 영국 상류층에서 같은 기간 부모를 잃은 비율의 2배였다. 미국 대통령들 사이에서도 같은 패턴을 볼 수 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미국 대통령 44명 중 12명이 젊을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심리학자 딘 사이먼턴은 어릴 때 뛰어난 재능을 보인 아이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은 ‘과도한 심리적 건강상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편한 마음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뜻이다.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특정한 혁명적 아이디어로 대성공을 거두기에는 너무 전통적이고 순종적이고 상상력이 부족한’ 아이들이었다. 재능을 가진 아이나 신동들은 풍족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가정환경 속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보니 그들에게는 결핍이 없다. ‘특정한 혁명적 아이디어로 대성공을 거두기에는’ 동기가 약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놀라운 성과를 만드는 천재는 그보다 불리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는 이상한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열악한 가정환경이라는 결핍이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의 리더들도 결핍이 많았다. 결핍은 고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럽게 인내심을 기를 수 있었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섰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리더들은 결핍을 열정으로 바꾸었다. 그렇다고 결핍을 일부러 자초할 필요는 없다. 어쩔 수 없이 고난의 수렁에 빠졌을 때 정신까지 수렁에 빠지진 말라는 뜻이다. 어쩌면 그것이 위대함으로 향하는 시작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다고 인내하고 기다리면 저절로 기회가 올까? 아니다. 리더들은 두려움과 절박함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철저히 미래를 준비했다.



인(認): 세상을 만들어가는 지혜

분석과 통찰력

신중히 관찰하라

초나라 장왕은 약소국 진나라를 정벌할 생각으로 사람을 보내 진나라 상황을 살펴보도록 했다. 정탐꾼이 돌아와 보고했다. “진나라는 정벌하기 어렵습니다.” 장왕이 그 이유를 묻자 정탐꾼이 대답했다. “진나라는 성벽이 높고 깊이 해자를 파 방어 태세를 잘 갖추어놓았습니다. 군량미도 충분히 쌓아놓았습니다.”


그러나 장왕이 말했다. “진나라를 정벌한 좋은 기회다. 진나라는 소국인데 식량을 많이 쌓아놓았다면 백성들의 세금을 무겁게 했다는 뜻이니 백성들이 임금을 원망할 것이다. 성벽을 높이 쌓고 구덩이를 깊이 팠다면 백성들은 거기에 부역으로 동원되어 탈진한 상태일 것이다.”


그러고는 진나라를 공격해 손쉽게 정벌했다. 이처럼 남이 못 보는 점을 보는 능력이 통찰력이다. 비슷한 사례가 한나라 때도 있었다. 유경은 제나라 사람으로 한고조 유방을 도운 사람이다. 한나라 7년, 한신이 반란을 일으켰다. 고조는 몸소 군대를 이끌고 진양에 이르렀는데 한신이 흉노와 내통해 함께 한나라를 치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대노해 사신을 흉노로 보냈다. 흉노는 힘센 장정들과 살찐 소와 말들을 숨기고 노약자와 여윈 가축만 눈에 띄게 해두었다. 그 때문에 사신이 10명이나 갔는데도 돌아와서는 모두 흉노를 칠 만하다고 보고했다. 고조는 유경을 다시 사신으로 보냈다. 그런데 유경은 돌아와 반대로 보고했다.


“두 나라가 교전 중일 때는 각자 자기편이 이로운 점을 자랑하려고 듭니다. 그런데 지금 신이 그곳에 도착하자 여위고 지쳐 보이는 노약자들만 눈에 띄었습니다. 이것은 틀림없이 약점을 보이고 복병으로 승리를 취하려는 계략입니다.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흉노를 칠 수 없다고 여겨집니다.”


그 무렵 한나라군 20만 명은 이미 구주산 너머로 진격 중이었다. 고조는 화를 내며 유경을 꾸짖었다. “이 제나라 포로 놈아! 입과 혀를 놀려 벼슬을 얻더니 이제 망언으로 우리 군대의 행진을 막을 셈이냐?” 그러고는 유경에게 칼을 씌워 옥에 가둔 후 진군해 평성에 도착했다. 흉노는 과연 복병을 내 백등산에서 고조를 포위했다가 7일 만에 풀어주어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고조는 유경을 풀어주며 말했다. “나는 그대의 말을 듣지 않아 평성에서 욕을 당하게 되었소. 흉노를 칠 것을 주장한 10명의 목을 아까 모조리 베었소.”


리더의 분석력과 통찰력은 조직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전략은 분석력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수립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올바른 전략을 세울 수 없다. 통찰력을 얻는 데 최대 장애물은 다양한 편견이다. 즉, 전문가처럼 특정 기술이나 목적에 숙달한 사람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한다면 편견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그럼 이런 편견을 극복하고 올바로 판단하고 결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 앞에 놓인 상황은 복잡하고 불확실하며 변수가 많다. 게다가 우리의 뇌는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해 인지하도록 우리를 유혹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은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고 신중히 다시 살펴보라는 경고다.


혁신과 창의

장애물과 실패를 넘어서라

창의적인 혁신가가 되려면 강력한 결단력과 실행력이 필수다. 목표와 실행 계획만 있다고 창의적인 혁신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항상 기득권 세력의 반대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불확실성과 장애물이 있어도 앞으로 나아가는 결심, 결의, 의지가 중요하다. 새로운 생각은 항상 낯설다. 반대자도 많다. 이것을 극복하려면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의지력이 필요하다. 조나라 무령왕의 고민을 살펴보자. 무령왕과 비의의 대화 속에 잘 나타나 있다.


“무릇 세상에서 뛰어난 공을 세운 사람은 세습의 습속을 위배했다는 모함을 받으며 홀로 지혜롭고 사려 깊은 사람은 오만한 백성들의 원망이 따르기 마련이오. 이제 나는 장차 호복을 입고 말을 타고 활을 쏘며 백성을 가르치려고 하는데 세상은 반드시 과인에 대해 논할 것이니 과인은 어찌해야 하오?”


남이 반대한다고 우물쭈물하면 혁신할 수 없다. 무령왕은 결단을 내렸다.


“나는 호복을 입어야 하는 이유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고 천하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까봐 두려운 것이오. 미친 사람의 즐거움은 지혜로운 자에게는 슬픔이며 어리석은 자가 비웃으면 현명한 자라도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오. 세상에서 나를 따르는 자가 호복의 공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니 세상 사람들이 나를 비웃더라도 오랑캐 땅과 중산나라는 내가 반드시 갖게 될 것이오.”


그리고 조나라 무령왕은 결단과 함께 실행력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훌륭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실행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처음부터 새로운 길을 완벽히 걸을 수는 없다. 자신의 실패와 실수에 관대해야만 혁신과 창의가 가능하다. 창의적 혁신가들은 실패를 실패로 생각하지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더 완벽한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카네기멜론대학 인간 컴퓨터 상호작용 연구소의 스티븐 도우 교수는 현명한 시행착오 연구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완벽한 개념, 상품,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 애쓸 때보다 여러 가지를 실험하고 재평가하고 재편성하기 위해 노력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는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도우와 그의 동료학자들은 고교 물리학 교과서에서 차용한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해 2개 집단으로 나누고 달걀 떨어뜨리기 시합을 벌였다. 시합 목표는 달걀 보호장치를 만들어 땅에 달걀이 떨어져도 깨지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각 집단 사람들은 파이프 클리너, 아이스크림 막대, 골판지, 고무줄, 거품, 화장지로 25분 동안 보호장치를 설계하고 15분 동안 최종 설계안에 따라 장치를 제작한 후 달걀을 떨어뜨려야 했다. 그런데 두 집단 사이에는 다른 점이 있었다. A집단 사람들에게는 달걀을 하나씩만 주었다. 각자 한 알로 보호장치를 설계하고 제작하고 시험해야 했다. 반면, B집단 사람들에게는 달걀을 한 판씩 주었다. 그 참가자들은 설계 단계에서 5분, 10분, 15분, 25분 시점에 낙하시험 권유를 받았다. 따라서 B집단 참가자들은 여러 설계안을 시험해볼 수 있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예상할 수 있듯이 설계 단계에서 달걀을 많이 깨뜨릴 수 있었던 참가자들의 장치가 더 우수했다. B집단 사람들이 떨어뜨린 달걀은 평균 185cm까지 버텼지만 A집단 참가자들이 떨어뜨린 달걀은 100cm까지만 버텼다. 즉,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장치를 재설계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더 우수한 성적을 보인 것이다. 그들은 장치의 결함과 제약사항을 파악하고 여러 번의 시험으로 개선책을 알아냈다. 또한 동일한 장치의 제작법을 여러 번 연습하며 학습했다.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 수 없었던 A집단 참가자들은 자신의 장치가 나타낼 효과를 예측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B집단 참가자들은 작은 도박을 통해 현명한 실패를 할 수 있어 성공할 수 있었다.



인(人): 사람을 얻고 활용하는 방법

소통

소통 없이 성과를 유지할 수 없다

곤손앙은 진나라 효공이 나라 안에 영을 내려 현자를 구하고 선조 목공의 패업을 이어 동쪽의 잃은 땅을 회복하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진나라로 가 효공의 총신 경감의 인도로 효공을 만나게 되었다. 공손앙이 효공에게 부국 방책을 설명하자 효공은 만족해 그를 등용했다. 효공은 공손앙을 등용했지만 공손앙이 법을 고치려고 하자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비방할까봐 두려웠다. 그러자 공손앙이 말했다.


“확신이 없는 행동에는 공명이 따를 수 없으며 확신이 없는 사업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남들보다 뛰어난 행동을 하는 자는 원래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받기 일쑤이며 탁견이 있는 자는 백성의 비방을 듣기 일쑤입니다. 어리석은 자는 이미 이루어진 일도 모르지만 지혜로운 자는 그 일에 앞서 다가올 일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을 시작할 때는 백성들의 의견을 물어보면 안 되며 성공한 후 즐거움을 함께 나누면 되는 것입니다. 지극한 덕을 말하는 자는 세속과 타협하지 않으며 큰 공을 이루는 자는 뭇 사람들과 상의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라를 튼튼히 할 수 있다면 성인은 굳이 옛것을 따르지 않으며, 백성을 이롭게 할 수 있다면 굳이 옛 예법을 따르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효공은 옳다고 여겼지만 신하 감룡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렇지 않습니다. 성인은 백성들의 풍속을 바꾸지 않은 채 교화하며 지혜로운 자는 법을 고치지 않고 다스립니다. 백성들의 풍속에 따라 교화하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공을 이루며 시행하는 법으로 다스리면 관리도 익히 알아 백성도 편안해집니다.”


공손앙이 말했다. “평범한 사람은 습관에 안주하고 학자는 자신이 배운 것에만 몰두합니다. 이 두 부류의 사람은 법을 지킬 수는 있지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문제는 함께 논의하지 못합니다. 지혜로운 자는 법을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예법의 통제를 받으며 현명한 자는 법을 고치고 평범한 자는 예법에 얽매이는 것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두지가 말했다. “백 배의 이익이 나는 것이 아니라면 법은 고칠 수 없는 것이며 열 배의 효과가 없다면 그릇을 바꾸면 안 됩니다. 옛것을 본받으면 허물이 없고 예법을 따르면 사악함이 없습니다.”


공손앙이 말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나라에 편하다면 옛법을 좇을 필요는 없으므로 은나라 탕왕과 주나라 무왕은 옛것을 따르지 않고도 임금 노릇을 했으며 하나라 걸왕과 은나라 주왕은 옛것을 바꾸지 않았는데도 망했습니다. 옛법을 반대하는 자라고 비난할 수는 없으며 옛법을 따르는 자라고 반드시 칭찬할 수도 없습니다.”


효공은 공손앙의 말이 옳다고 여겼다. 공손앙은 좌서장에 임명되어 마침내 옛법을 바꾸어 새로운 법령을 정했다. 새로 만든 법에 의하면 민가는 5~10집씩 통반을 만들고 서로 감시해 연좌 책임을 지고 죄를 지은 자를 신고하지 않은 자는 허리를 베는 형벌로 다스리고 신고한 자에게는 적의 목을 벤 것과 같은 똑같은 상을 내리고 숨기는 자는 적에게 항복한 것과 똑같은 벌로 다스리게 했다. 집에 남자가 3명 이상이면 부역과 납세를 2배로 늘리고 전투에서 공을 세운 자는 정도에 따라 상등 작위를 내리고 사사로운 일로 싸움을 일삼은 자는 경중에 따라 처벌하도록 했다.


어른이나 아이나 힘을 합쳐 밭을 갈고 베를 짜는 일을 본업으로 삼고 베를 많이 바치는 자는 부역과 부세를 면제하며 상공업에 종사해 이익만 추구하는 자와 게을러 가난한 자는 밝혀내 관청 노비로 삼도록 했다. 종실 일족이더라도 전투에서 공이 없으면 조사해 공족 장부에서 제적시키고 신분상 존비와 봉록의 등급을 분명히 나누어 차등을 두었다. 군대에서 공로가 있는 자는 영예를 누리지만 공을 세우지 못한 자는 부유하더라도 존경받을 수 없게 했다.


새로운 법령 시행 후 때마침 태자가 법을 어기는 사건이 생기자 공손앙은 이렇게 말했다. “법을 잘 시행하지 못하는 것은 지도층부터 법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오.” 그는 법에 따라 태자를 처벌하려고 했지만 임금의 뒤를 이을 태자를 형벌에 처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에 태자의 태부 공자건을 대신 처형하고 태사 공손고를 경형에 처했다.


이튿날부터 진나라 백성 모두 법을 지켰다. 법을 시행한 지 10년 후 진나라 백성은 매우 만족했고 길바닥에 떨어진 물건도 주워가는 사람이 없었다. 산중에는 도적이 사라졌고 집집마다 모두 넉넉하고 사람들마다 모두 풍족했으며 백성들은 전쟁에 나가면 용감했고 사사로운 싸움은 사라졌으며 도시나 시골의 행정은 잘 다스려졌다. 백성들에게 영을 내려 부자 형제가 세대를 공동으로 하는 것을 금하고 작은 향과 읍과 촌락을 모아 현을 만들고 현을 다스리는 관리로 현령·현승을 두었는데 모두 31현이 있었다. 논밭 경계를 개방해 경작을 자유롭게 만들고 부역과 세납을 공평히 부과했으며 도량형을 통일했다. 4년 후 공자 건이 또 다시 법령을 위반하자 의형을 내렸다. 그로부터 5년 후 진나라는 크게 부강해지고 주나라 천자는 효공에게 제사에 쓸 고기를 하사하고 제후들 모두 그것을 경축했다.


사회 지능과 감성 지능

사회 지능이 리더를 만든다

사회 지능이란 남과 어울리는 능력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신체적 장애는 보살핌의 대상이지만 정신적 장애는 격리의 대상이다. 굳이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을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험담을 즐기거나 자신밖에 모르거나 폭력적이고 충동적이거나 남에 대한 배려나 예의가 없는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은 사회에 버티고 있는 일종의 불문율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관계 맺기에 미숙한 사람은 중요한 위치에 설 수 없다.


의료사고는 시시비비를 가리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 임의소송이란 환자가 고소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애매한 상황에서 의사를 고소하는 것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환자들은 왜 부당한 치료를 받았다고 느끼고 격분해 행동을 취하는 반면, 어떤 환자들은 그렇게 안하는 것일까?


소송 기록을 보면 자주 고소 당하는 의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환자들은 그들이 환자에게 관심이 없고 감정이 메마르며 환자들의 통증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며 환자들이 호소하는 고통에 대해 정서적으로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그들은 환자를 배려할 줄 모르고 생색이나 내고 심지어 환자를 경멸하는 의사로 간주되었다. 환자들이 의료행위에 불만을 제기하면 그들은 환자의 의견을 무례하게 묵살했고 환자의 설명 요구를 무시했으며 전화도 받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자주 소송당하는 의사들은 정서적·사회적 기술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제 의과대학에서도 환자와의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예비의사들을 대상으로 ‘말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소통을 기술로 여기고 다가간다는 점이다. 내면의 변화 없이 기술로 구사하는 소통은 감정노동이 된다. 의료인은 의료인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환자는 환자대로 진정성을 못 느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 지능과 감성 지능을 높여 공감과 배려가 체화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은 수십 시간의 단기교육 과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 일리노이 주의 경우처럼 유치원 때부터 꾸준히 익혀야만 가능하다. 1995년 미국 일리노이 주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감성 지능 학습에 관한 특별 기준을 마련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자신의 감성을 파악하고 그 감성을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 알고 정확히 분류하는 법을 배운다. 초등학교 고학년은 감정이입 수업으로 타인이 느끼는 방식에서 비언어적 단서를 인식할 수 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이나 자신이 최고의 성과를 거두는 데 작용하는 요인을 분석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갈등을 키우기보다 그것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경청하고 말하는 능력과 서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상하는 능력을 배운다.


원숭이나 침팬지 연구는 인간 사회에서 사회 지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영장류에서는 힘이 가장 세거나 공격적인 수컷이 항상 가장 높은 서열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서열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사회적 기술을 가진 수컷이다. 그들은 다른 몇몇 수컷들과 제휴를 맺어 도전자를 물리친다. 그들은 서로 충돌을 일으킨 후에도 상대방과 화해하고 상대방이 진정되고 안심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 우두머리 수컷은 사소한 도발과 중대한 도전을 구분할 줄 안다. 그들은 부하 수컷이 자신도 모르게 털을 곤두세우거나 실수로 자신과 부딪힌 데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곁눈질하거나 몸을 부풀려 긴장하는 녀석이 있으면 잠재적 도전으로 여기고 혼내준다. 무엇이 다른지 구별하지 못하는 우두머리는 그 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우두머리 자리에 오래 머무는 수컷은 사회적 지능이 있다.


사회적 기술이 원숭이는 지배적 위치로 올려주는 이유는 의미심장하다. 단순히 그 원숭이가 자신보다 공격적이고 성미가 고약한 상대방 원숭이를 이겨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원숭이는 사회적 기술이 있어 자신이 지배자가 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암컷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암컷들의 의사에 따라 집단을 지배했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아닌 영장류의 지배 서열에서 수컷들은 높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지만 암컷들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매우 유심히 지켜본다. 그리고 우연히 암컷을 학대하고 어리거나 젊은 원숭이를 해치는 공격적인 원숭이가 우두머리가 되면 암컷들은 그의 경쟁자나 그를 몰아내기 위해 연합한 무리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사회적 기술을 지닌 원숭이를 우두머리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이전의 난폭한 우두머리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물론 원숭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인간들 사이에서 똑같이 벌어지진 않겠지만 공격적이고 폭력적이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회 지능이 부족한 사람들이 환영받지 못한다는 점은 일치한다. 나태는 자기발전을 제약하고 신뢰가 없는 사람은 타인과 관계 맺기조차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들이 우연한 기회에 리더가 된다면 그 조직은 좋은 성과를 낼 수 없고 조직과 조직 구성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결과를 낳는다.


영장류들이 사회 지능이 떨어지는 동료들을 내쫓는 행동들은 자신의 위기로부터 지키기 위한 진화의 산물일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에 흐르는 사회 지능이나 이타주의적 유전자도 모두 조직을 위험으로부터 지키려는 진화의 산물이라는 견해가 타당해 보인다. 이런 면에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사회 지능은 조직 발전에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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