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몰입

   
제갈현열
ǻ
쌤앤파커스
   
15000
2018�� 01��



■ 책 소개

 

1등에게는 있고 2등에게는 없는 것
결정적 순간, 최고의 성취로 이끄는 힘 ‘최후의 몰입’

 

『최후의 몰입』은 이미 세계 최고로 인정받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승패를 좌우하는 마지막 순간, 어떻게 끝까지 집중하여 최고의 성취를 이뤄냈는지 그들의 놀라운 집중력을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두 저자는 33명의 메달리스트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자기애’, ‘투쟁심’, ‘독기’, ‘담대함’ 등 7가지 공통의 몰입 요소를 발견하고, 그들의 집중력 강화 프로그램을 이 책에 녹여냈다. 또한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흥미가 아닌 집중력에 필요한 ‘진짜 흥미’의 실체가 무엇인지 새롭게 정의했다.

 

어떻게 목표를 설정하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슬럼프를 이겨내는지, 그 힌트를 얻고 싶다면, 자신의 의지대로 뭔가를 잘하고 싶다면, 비슷비슷한 것이 아니라 남다른 인재가 되고 싶다면 『최후의 몰입』을 강력 추천한다.

 

■ 저자 제갈현열 외
저자 제갈현열은 B급 학벌로 메이저 광고대행사를 사로잡은 기획의 귀재이다. 가슴에 꽂히는 명쾌한 한마디로 청중을 사로잡는 프레젠테이션의 고수다. ‘대한민국 대학생 광고 경진대회 4년 연속 수상’, ‘한국방송광고공사 대학생 광고대회 2년 연속 대상’, ‘공모전 43관왕’ 등 강력한 몰입으로 일궈낸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LG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HSAD에서 근무했다. 삼성전자, 삼성증권, 제일모직 등 다수의 기업과 서울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에서 강연을 하며, 자기계발 베스트셀러 저자로도 활약 중이다. 저서로 『지금처럼 살거나 지금부터 살거나』 『공모전을 위한 반칙서』가 있다. (인스타그램: je_ddul_2)

 

■ 차례
프롤로그 │ 하기 싫은 일도 하고 싶게 만드는 ‘주도적 몰입’

 

1장. 가야 할 길을 정한 자는 길 위에서 헤매지 않는다
1. 목표가 곧 시간의 밀도다
2. ‘첫 계단’을 넘지 않고 ‘마지막 계단’을 오를 수 없다
3. 목표라는 도면을 마음이란 도구로 설계하지 마라

 

2장. 당신에게 묻는다, 몰입을 위해 무엇까지 버릴 수 있는가
4. 결국, 나뿐이다 결국, 나만이다
5. ‘도덕적인 인간’은 왜 실패할까
6. 착한 1등은 어디에도 없다
7. 짖지 않는 개는 물지도 못한다
8. 몰입은 곧 ‘버림’이다
9. 어제의 고난은 오늘의 담대함이 된다
10. 성취에 취하라, 싫어하는 지금 일이 좋아질 만큼

 

3장. 슬럼프, 독이 되거나 약이 되거나
11. 슬럼프란 당신의 삶이 치열했다는 증거다
12. 몰입하기 위해 몰입하지 않기
13. 목표에 의심을 담기 시작할 때 시작되는 독, 불안
14. 독을 독으로, 불안을 강박으로 극복하다
15. 모든 시작에 끝이 있듯, 모든 끝에는 또 다른 시작이 있다

 

4장. ‘자기애’, 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16. 그냥 나라서 혹은 이걸 이룬 나여서
17. 몰입, 창을 가질 것인가 방패를 만들 것인가
18. 아사다 마오도 김연아가 좋은 라이벌이었을까

 

5장. 몰입을 위한 완벽한 환경
19. 탱자와 귤의 씨앗은 같다
20. 사람은 누군가의 등을 보고 자란다

 

에필로그 │ 최후의 몰입을 만들 당신만의 한 발을 기대하며
인터뷰 │ 최고의 선수에게 몰입이란?




최후의 몰입


가야 할 길을 정한 자는 길 위에서 헤매지 않는다

목표가 곧 시간의 밀도다

길을 찾아가는 것과 길 위에서 헤매는 것의 차이는 도달해야 할 곳을 알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있다. 목적지를 아는 사람은 길을 찾아가지만 목적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길 위에서 헤매게 된다. 우리는 그 목적지를 ‘목표’라고 말한다. 몰입도 마찬가지다. 무언가에 깊이 빠져들려면 ‘왜 몰입해야 하는가?’ 즉 동기부여가 되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최고의 선수들이 몰입하여 메달을 딸 수 있었던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도 ‘분명한 자기 목표’였다. 이들 중 생각지도 못한 채 금메달을 목에 건 사람은 거의 없었다.


현역 시절 탁구 천재로 불리며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유승민 현 대한탁구협회 이사와 나눈 대화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일단 자기가 목표를 정하면 마음가짐이나 체력, 생활 패턴, 운동량 그 모든 것이 목표에 따라 새롭게 설정돼요. 무턱대고 집중한다고 해서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중요한 건 강도 높은 훈련이 아니라 자기 목표에 맞게 훈련 계획을 세우는 거죠.”


목표라는 도면을 마음이란 도구로 설계하지 마라

먼저 목표를 세울 때 우리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최종 목표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작은 목표다.


최종 목표는 목표 중에서 가장 상위 개념으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말한다. 우리는 편의상 이것을 ‘목적 목표’라고 부르겠다.


작은 목표들은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단계적으로 밟아나가야 하는 것들을 말한다. 우리는 이것을 ‘도구 목표’라고 부르겠다.


우리가 이 두 가지 개념의 목표를 세울 때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목적 목표의 경우 다음 3가지 사실을 염두에 두고 세워야 한다. 첫 번째는 자신의 욕구를 반영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욕구가 없다면 자발적인 의지와 몰입도 없다.


두 번째는 현실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이룰 수 없는 목표는 결코 몰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지금의 목적 목표가 인생의 최종 목표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는 것이다. 즉 목표를 이루더라도 삶은 계속되고 목적 목표는 얼마든지 더 상위 개념의 것으로 바뀔 수 있다.


도구 목표를 세울 때도 다음 3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첫 번째로 이 목표가 최종 목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방향을 잃지 않고 끝까지 나아갈 수 있다.


두 번째는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느끼도록 목표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다. 작은 목표라도 달성하여 성취감을 느끼면 그것이 최종 목표를 향한 몰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촉매재가 된다. 결국 목적 목표에 다다르기까지 도구 목표라는 계단을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세 번째는 목표가 구체적이고 검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자신이 정한 목표 로드맵에서 현재의 위치를 판단하게 해주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당신에게 묻는다, 몰입을 위해 무엇까지 버릴 수 있는가

결국, 나뿐이다 결국, 나만이다

그 전에 먼저 이 책을 쓰면서 우리가 금메달리스트에 대해 가지고 있던 환상 또는 고정관념에 대해 먼저 고백하겠다. 우리는 인터뷰하기 전 우리에게는 없는 어떤 마음가짐이 그들에게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령 강한 애국심과 국민의 염원을 대신 이뤄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완벽한 착각이었다. 남자 쇼트트랙의 전설이자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선수로 활약했던 김동성 해설위원은 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올림픽이 국가 대항전이긴 하지만 선수들이 올림픽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나라를 위해서라기보다 내가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죠.”


우리가 처음 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 주도적 몰입이란 자신의 욕망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메달리스트들이 꼭 그러했다.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는 모두 자신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오직 ‘자신만을 위한 몰입’을 할 수 있었고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


선수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했던 몰입을 위한 첫 번째 마음가짐은 ‘철저하게 자신만 생각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한국 배드민턴계의 간판으로 활약해오던 이용대 선수 역시 같은 이야기를 했다.


“자기중심적인 선수가 왜 잘하는지 아세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마니까요. 최고의 자리는 딱 하나인데, 그 자리에 오르려면 수천 명의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잖아요.


사람들이 몰입하기 위해서 운동선수에게 뭔가를 배워야 한다면 개인주의적인 성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철저하게 자신을 고립시키고 타인을 배제한 채 내 편은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 그 자체로 확 몰입되는 순간이 있거든요. 나에게 힘이 있어야 다른 사람도 도울 수 있는 거지, 어정쩡하게 도와주면서 같이 가다가는 자기 목표에 도달할 수 없어요.”


선수들은 동료 선수가 훈련 스케줄을 어떻게 소화하는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자신에게만 집중했다. 스스로 오늘 하루 정해놓은 자신의 스케줄을 어떻게 소화했는지, 그 결과 어떠한 성취를 이뤘는지에만 관심을 두었다.


사실 우리가 어떤 일에 몰입하려는 까닭은 그 행위를 통해 더 나은 자신이 되고 싶어서다. 이 말은 몰입이란 결국 철저하게 개인적인 행위라는 의미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자신을 위해 행동하는 데 집단성이 존재할 것이라는 가정 자체가 모순이다.


‘도덕적인 인간’은 왜 실패할까

목표에 몰입하는 데 개인주의적 성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던 선수들이 강조했던 또 한 가지 성향은 ‘반 이타성’이었다. 그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화되면서 점차 동료 선수나 가족, 지인 등 타인에 대한 생각과 배려 또한 줄어들었다고 고백했다. 선수들이 말하는 반 이타성은 일종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확장된 개념인데 이는 ‘이기주의’와 비슷했다.


최고의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반 이타적 성향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적 무능함’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전략적 무능함이란, 자신에게 몰입하기 위해 방해가 될 만한 주변 상황들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을 일컫는다. 가령 직장인으로서 일을 잘한다는 이미지가 과업과 관계없는 과도한 업무를 안겨준다면 미련 없이 그 이미지를 버려야 한다.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는 것이라면 무엇이 되었든 버려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주변 일에 신경 쓰지 않고, 타인에게 비난받을지언정 자신에게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데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짖지 않는 개는 물지도 못한다

혼자서 견디기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다 놓아버리고 싶지 않을까. 실제로 몇몇 선수들은 그렇게 독해진 자신의 모습이 오히려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외부의 적으로 인해 내부가 단결되듯이 선수들은 마음 속 독함을 다잡기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들어냈다. 이것을 선수들은 ‘투쟁심’이라고 부른다. 선수들은 외부에 자신이 이겨야 할 상대를 만들어 자기 내부의 독함을 그 대상을 향해 분출했다. 자신이 왜 계속 독해져야 하는지 이유를 찾는 것, 그것이 선수들이 말하는 투쟁심이다. 이 투쟁심을 갖는 순간 선수들의 목표는 더욱더 구체화되고 흔들리던 마음도 목표를 향해 모아진다.


자신의 목표에 몰입하기 위해 철저하게 독해지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마음이 약해지지 않도록 누군가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 투쟁심을 가져야 한다. 처음부터 강조한 것이지만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라. 그 목표가 생겼다면 그것을 이루겠다는 자신, 오직 그 하나만 생각하라. 그러면 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누군가를, 그리고 나 자신마저 이겨야겠다는 마음은 그다음에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성취에 취하라, 싫어하는 지금 일이 좋아질 만큼

지금부터 말할 이 요소는 ‘몰입’이나 ‘집중력’에 관해 이야기할 때 단골 주제처럼 빠지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바로 ‘흥미’다.


하지만 우리는 이 흥미를 가장 첫 번째 요소로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모든 일에 흥미를 가지면 몰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이상적인 이야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최고의 선수들을 인터뷰할 때도 그들이 처음부터 운동을 좋아했기 때문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선수들이 그런 시간들을 견디면서도 어떻게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춰보았다.


덕분에 우리는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중 첫 번째가 선수 중 대부분이 처음부터 이 운동이 좋아서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선수들도 있었고, 누군가의 권유로, 잘해서 하게 된 선수들도 있었다.


두 번째 사실은 운동하면서 갖게 된 최초의 흥미는 사실 금세 시들해진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사실은 많은 선수들이 사실 운동을 하다가 흥미를 잃고 그 종목 자체를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실제로 겪는 것의 괴리가 커서다. 마지막으로 이 네 번째 사실이 정말 흥미로운데, 그 흥미를 잃고 나서 어느 시점이 지나면 다시 자신의 종목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시기는 저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그 시기에 겪었던 일은 대체로 비슷했다. 바로 성취였다. 결국 선수들은 크고 작은 성취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종목을 좋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성취를 통해 얻은 흥미는 지속적으로 목표에 몰입하는 데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성취감을 느껴 흥미가 다시 생기는 과정에서 그 방향과 주체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최초로 자신이 가졌던 흥미가 운동에 대한 호기심이나 즐거움이었다면, 성취를 통해 얻게 되는 흥미는 그 종목 자체가 될 수도 있고 성취감을 느낀 결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었는데, 비록 자기가 하는 일 그 자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 일이 주는 가치나 결과가 좋으면 흥미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제시하고 싶은 답은 이것이다. “일단 무엇이든 잘하려고 해봐라. 어떤 형태든 성취를 이뤄라. 그것이 당신에게 흥미를 만들어줄 것이다. 그 흥미가 목표에 몰입하게 되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슬럼프, 독이 되거나 약이 되거나


슬럼프란 당신의 삶이 치열했다는 증거다


우리들도 살아가는 동안 슬럼프를 겪는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달성할 지점이 아득하기만 할 때, 너무 자신을 소모시켜서 모든 에너지가 다 빠져버렸을 때, 자신의 한계를 경험했을 때 우리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 이런 고난은 몰입하는 과정에서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선수들이 어떻게 이 험난한 과정을 이겨냈는지 더 궁금해졌다. 여기에서는 슬럼프에 대해 자기만의 정의를 내린 김재범 선수의 인상 깊은 한마디를 소개하고자 한다.


“슬럼프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노력하고 있는데, 그만큼 결과가 안 나와서 제자리걸음하는 거잖아요. 물론 이렇게만 보면 안 좋을 수 있죠. 하지만 저는 슬럼프가 정말 노력한 사람한테만 오는 징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하면 슬럼프가 좋은 거죠. 노력하지 않으면 슬럼프도 오지 않는다는 거니까요.”


몰입하기 위해 몰입하지 않기


최고의 선수들은 과연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너무 내달려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충분히 쉬는 것이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부문 금메달리스트 박승희 선수와 인터뷰를 했을 때다. 그녀는 자신이 슬럼프나 부진에 매몰되지 않고 지속적인 몰입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집’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이 집에서 운동에 관해 묻지 않아요. 쇼트트랙에 관한 이야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이 집은 그냥 쉬는 곳이라고 하셨거든요. 그런 환경 속에서 온전히 나를 위해 쉬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되거든요.”


슬럼프를 극복했던 선수들은 모두 박승희 선수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이 움직이거나 뭔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단지 잠시 훈련에 대한 강박감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부진과 슬럼프는 분명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게는 한 번 더 성장하기 위해 잠시 도약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슬럼프를 극복한다는 것은 자기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하나의 기회를 잡는 것이다. 위기가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증거다.”라고 말한 전기영 교수의 말을 우리는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목표에 의심을 담기 시작할 때 시작되는 독, 불안


최고의 선수들이 꼽은 집중과 몰입을 가장 방해하는 요소는 불안감이었다.


선수들이 말하는 불안감의 실체란 ‘언제 이룰지 기약 없는 목표’, 즉 목표의 불확실성이었다. 평소 연습할 때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그 실력을 판가름하는 본선 경기는 단판, 단 한 번의 순간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목표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안감에 대해 선수들은 세 가지 유형으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능력에 대한 불안감이다. 연습할 때는 최대치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합할 때는 연습한 만큼 발휘하기 위해 애쓴다. 그 과정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두 번째는 부상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는 운동선수라면 대부분 안고 있는 것인데, 선수들은 부상만큼 두려운 것이 없다고 한다. 아무리 조심하고 주의해도 부상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주변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 압박을 받는 것이다. 오진혁 선수는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짤막하게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저를 불안하게 하는 말들이 있어요. ‘한국 양궁 금메달’ ‘믿고 보는 양궁’ 같은 것들이요. 너무나 당연히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니까 그 자체로 부담이에요.”


이런 불안감은 결국 현재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너무 높은 목표가 아닐까?’ ‘과연 내가 저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이런 수많은 걱정들이 점차 선수 자신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렇게 자신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는 순간 목표에 몰입하기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독을 독으로, 불안을 강박으로 극복하다

그렇다면 도망칠 수도, 숨을 수도 없는 결전의 무대 앞에서 그들은 과연 어떻게 불안이란 감정을 제어할 수 있었을까?


이때 많은 선수가 공통적으로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루틴이다. 루틴이란 선수들이 불안함을 잠재우고 자신을 가장 안정적이고 이상적인 상태로 만들기 위해 어떤 동작을 취하는데, 이때 취하는 자기만의 고유한 동작을 의미한다.


선수들이 루틴을 하는 이유는 그 행위를 했을 때 결과가 좋았던 경험을 하나의 패턴으로 만들어 그 행위를 반복하면 좋은 결과도 반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얻기 위해서다.


루틴을 통해 불안감을 극복하는 선수들을 보며 독을 독으로 다스리듯 ‘불안을 강박으로 극복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강박은 불안증의 한 형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 때문에 얻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통제 가능한 행동으로 해소하는 것은 꽤 타당해보였다.


강연장에서 만난 사람들 중 한 학생은 시험 기간 중에는 쉬는 시간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또 어느 대기업에 다니는 대리는 큰 프로젝트의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화장실에 가서 물 묻힌 손을 거울에 찍는 버릇이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 행위를 통해 자신의 긴장감을 다스리고 순간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만들었다. 이 또한 자신만의 루틴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자기애’, 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그냥 나라서 혹은 이걸 이룬 나여서

최고의 선수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오판이었다. 자기애가 강하다고 말한 선수들도 있었던 반면, 자기애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선수들도 절반에 가까울 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먼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자기애’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짚고 가자. 자기애의 사전적 정의는 자기의 가치를 높이고 싶은 욕망, 그것에서 비롯된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자기애이지만 자신이 뭔가를 잘해서 얻게 되는 명예나 자격, 긍정적인 평판도 자기애에 포함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전자에 한하여 ‘자기애’라고 표현하겠다.


먼저 자기애가 강하다고 대답한 선수들은 그것이 목표에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힘든 운동을 어떻게 해낼 수 있겠느냐고 되물으며 말이다.


그렇다면 자기애가 부족하다고 말했던 선수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 외로운 싸움에서 끝까지 몰입하여 승리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가장 명쾌한 대답을 내놓은 사람은 이은철 금메달리스트였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단언한 그는, 자신의 명예를 사랑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 명예를 해칠 만한 행동은 결코 하지 않으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강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애가 부족하다고 대답한 선수들 대부분이 비슷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두 의견이 하나의 지향점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집착’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최우선으로 지키고 싶은 대상은 자신이다.


자기애가 부족한 사람이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대상은 자신의 업적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업적을 통해 얻은 자기 분야에 대한 자신감이다. 이런 성과를 유지하고 더 큰 업적을 만들기 위해 힘들어도 몰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자기애가 부족하다면 억지로 자기애를 가지려고 노력하기보다 자신감을 키워줄 자기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나는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지만 이 영역에서만큼은 최고야.’ 이런 자신감이 만들어낸 독기가 자기애 못지않게 목표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사다 마오도 김연아가 좋은 라이벌이었을까

사람들은 라이벌이라는 존재에 열광한다. 절대적인 존재가 군림하는 세계보다 경쟁자들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묘미, 반전 드라마도 쓰고 노력하면 된다는 것도 증명해 보이는 것에 크게 매료되서다.


그렇다면 실제 금메달리스트에게도 그럴까? 그들에게 라이벌이란 자신을 성장시키는 존재,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이득이 된 꼭 필요한 존재였을까? 우리가 인터뷰한 대부분의 선수에게도 라이벌이 있었다. 그중 꽤 많은 선수가 라이벌 때문에 자신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때로는 따라잡아야 할 목표가 되어주었고 때로는 따라잡힐까봐 더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광선 금메달리스트와 인터뷰하면서 들은 그의 말 한마디에 이 생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수많은 라이벌들이 있었죠. 하지만 그들에게 저는 원수였겠죠.”


그 경쟁 선수 입장에서는 그가 원수 같았을 것이란 말에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지금 우리가 인터뷰하는 모든 선수들은 자신의 라이벌을 이긴 승자라는 사실이다.


만약 선수들에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선수가 라이벌로 존재한다면 어떨까? 그 라이벌을 자신의 성장을 도와준 존재라 말할 수 있을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사람에게 라이벌이란 그저 하나의 재앙일 뿐이다. 결국 라이벌이 있었기에 더 매진할 수 있었고, 더 집중할 수 있었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단 한 번이라도 승리해본 사람에게 해당될 뿐이다.


우리도 살면서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몰입하다 보면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라이벌과 마주할 때가 온다. 그 라이벌은 같은 반의 친구나 직장 동기, 동종 업체의 누군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들과의 경쟁은 아마도 불가피할 것이다. 길고 긴 경쟁의 세계에서 라이벌은 분명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그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라이벌을 마주했을 때 적어도 이 한 가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누가 모차르트고, 누가 살리에리인 거지?’ 아니면 ‘이 경쟁 구조가 최소한 엎치락뒤치락할 수 있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해보고 성장에 필요한 자극제로 삼을 것인지 무시하고 자신의 길을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