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김범준
ǻ
위즈덤하우스
   
12800
2017�� 06��



■ 책 소개

 

기분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만드는 사소한 말투의 기적

 

수백 개의 장점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말투다. 한두 마디에 담긴 말투 하나가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고, 관계를 결정하며, 평판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그동안 말투 때문에 본의 아니게 관계에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사람들을 위해 ‘호감형 말투 사용법’을 골라 담았다. 이 책에 담긴 말투 사용법을 터득한다면 누구에게나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며, 주변에 저절로 사람이 모여드는 극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 저자 김범준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SK브로드밴드, 삼성SDS를 거쳐 현재 LG유플러스에 재직 중이다. LG그룹, 삼성그룹 등의 대기업부터 KB국민은행, MG새마을금고 등의 금융기관 그리고 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의 공공기관에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전파하는 강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말의 흐름’에 관심이 많아 이를 분석하고 개선하여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상대방도 행복해지는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에 다니는 대학원생으로 변신하여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말에는 철저히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일상에서 확인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내 아이를 바꾸는 아빠의 말》《약이 되는 칭찬, 독이 되는 칭찬》《끌림의 대화》《회사어로 말하라》《남자어로 말하라》《아빠의 인성교육》 등이 있다.

 

■ 차례
서문 사람은 말투로 기억된다

 

1장 말투만 바꿔도 사람이 달라 보인다
말투는 버릇이다
입담이 필요할 때 vs 말투가 필요할 때
말투는 논리가 아닌 감정의 언어다
상대의 말투에 답이 있다
말투에도 노화 현상이 있다
주어가 말투를 만든다
말투는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야 한다
대화를 지배하는 것은 내용이 아닌 말투다
좋은 말투의 법칙 ① 호감형 인간이 되는 첫걸음, 메라비언 법칙

 

2장 언제 어디서나 기분 좋아지는 말투
상대의 신뢰를 얻는 ‘덕분에Thanks to’
솔직함이 때로는 실례가 될 수 있다
말투에도 메이크업이 필요하다
‘아는 척’보다는 ‘알아도 모르는 척’
마음의 벽을 허무는 긍정탐구 말투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말, “당신을 믿습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상대의 말문이 열린다
내성적인 사람에게 건네면 좋은 말
상대의 고민에는 반복적으로 리액션하라
좋은 말투의 법칙 ② 과거 경험을 이용한 설득의 심리학, 면역 효과

 

3장 일도 관계도 한결 좋아지는 말의 습관
카페에서 하면 좋은 말 vs 회의실에서 하면 좋은 말
질문만 잘해도 거절당하지 않는다
사이다 말투로 상대의 분노에 동참하라
때로는 형식을 버려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구체적인 방향성이 상대를 움직이게 만든다
사람은 자신의 좋은 점을 이야기해준 상대에게 마음을 연다
인정욕구를 채워주는 이유 없는 칭찬
“그렇군요!”만으로 완벽한 회의를 만들 수 있다
좋은 말투의 법칙 ③ 협상에 성공하는 대화법, “150만 원에 차를 드리겠습니다”

 

4장 버리고 삼가면 좋은 말투
상대방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경멸’ 말투
‘너는 몰라도 돼’라는 말에 진짜 모르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용건만 간단히’가 관계를 단절시킬 수도 있다
‘답정너’ 말투 하나로 꼰대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의 약점에는 절대 공감하지 마라
발뺌하는 말투는 더 큰 화를 부른다
체계적인 변명보다 단순한 사과가 낫다
껍데기만 친절한 “고객님” 말투
물리적 거리만큼 심리적 거리도 필요하다
좋은 말투의 법칙 ④ 프란츠 & 베니그손, “사과에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5장 공격적이지 않으면서 단호하게 나를 표현하는 법
상대의 감정을 자극하려면 말투의 강약을 조절하라
불가능을 가능이라 말하는 것은 긍정이 아니다
거절 뒤에는 반드시 긍정적인 멘트를 추가하라
제3자의 권위를 이용하면 말에 힘이 실린다
논리의 치밀함보다는 감정적 접근이 우선이다
지나친 솔직함이 결국 나를 해친다
‘믿을 만한 사람’은 말투로 완성된다
나를 지키는 용기가 진정한 용기다
나를 지키는 말투는 그 자체로 선이다
좋은 말투의 법칙 ⑤ 지식의 저주, 때로는 지식이 의사소통을 가로막는다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말투만 바꿔도 사람이 달라 보인다

말투는 버릇이다

말의 내용과 말의 형식 중 어느 게 더 중요할까? 내용만큼이나 형식도 중요하고, 형식 이상으로 내용도 중요하다. 아무리 존댓말로 형식을 갖춰 말해도 그 내용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지 않다면 불쾌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내용이 논리적이라고 해도 더듬더듬 자신 없이 말한다면 설득에 실패하는 말하기가 될 것이다.


말의 내용은 곧 뜻이다. 말의 형식은 곧 행동이다. 말의 뜻과 행동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성공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말의 뜻과 행동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할 때만이 대화는 아름다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말의 뜻(내용)과 말의 행동(형식)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목표는 단순해졌다. 말의 뜻과 말의 행동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노력만 하면 된다. 말의 내용도, 말의 형식도 아닌 제3의 영역에 있으면서 내용과 형식 사이의 거리를 줄일 수 있는 말투가 바로 그 해결책이다.


말투란 말을 하는 버릇이나 모습을 뜻한다. 여기서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우선 말투는 버릇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버릇을 보면서 그 사람의 습관이나 성격을 짐작해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급한 말투, 더듬는 말투, 느린 말투, 꼼꼼한 말투 등 말을 하는 버릇으로 성격을 예측할 수 있다. 다만 말투는 버릇일 뿐 본성이 아니다. 그러니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바꾸려고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만 믿고 말투는 개선하려는 노력을 등한시한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도구를 포기하는 셈이다.


다음으로 말투란 밖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밖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말투를 달리해야 함을 말한다.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의 말투, 웃어른과 아랫사람을 대할 때의 말투, 연설장에서 강사로서의 말투 등 목적과 상황에 따라 말투는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무대에 가수가 있었다. 가수는 어떻게 평가되는가. 표정과 목소리다. 표정으로 노래의 뜻을, 목소리로 노래의 형식을 적절하게 보여줘야 "노래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아이들과 놀 때, 카페에서 연인과 함께할 때, 직장에서 상사에게 보고할 때, 각 상황마다 말투는 달라야 한다.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에 무관심한 사람은 마치 주변 사람들에게 마구 총을 쏘아대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나에게는 어떤 말버릇이 있는지 떠올려보자. 당신의 말투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 나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세상을 향해 총질만 해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나의 말투는 안녕한지, 나를 한 번 돌아보는 것이 말투를 개선하는 노력의 시작이다.


대화를 지배하는 것은 내용이 아닌 말투다

한 벤처기업에서 인사팀장으로 일하는 분과 대화를 나누던 중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회의 시간에 아무 의미 없는 낙서를 하고 있는 부하직원을 보면 그렇게 미울 수가 없더라고요." 어느 영화의 한 대사처럼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고 소리치고 싶었단다. 상대방이 말하는데 듣는 둥 마는 둥 딴짓을 하는 것은 결국 나는 당신에게 별 관심이 없습니다라는 무시의 표현과 다름없다.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결국 분노에 이르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잘못된 사례다. 부하직원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끄적대고 있었을 뿐인데 왜 저러지?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말하지 않았다고, 화를 내지 않았다고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례들, 찾아보면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당신의 비언어적 행동이 "나는 당신에게 관심 없어요"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8배나 더 강하게 부정적인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무려 8배나!


커뮤니케이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구 중 하나로 앨버트 메리비언의 메라비언의 법칙이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대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말은 커뮤니케이션에서 7퍼센트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93퍼센트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38퍼센트는 목소리, 나머지 55퍼센트는 몸짓이다.


자, 이제 앞에서 회의 시간에 무의미한 낙서에 몰입하던 부하직원을 머리에 떠올려보자. 상사가 하는 말에 "관심이 없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8배가량 더 강하게 관심 없음을 전달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례 외에도 대화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실수는 많다.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전하고자 하는 생각들을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모두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또 정신없이 자기 할 말만 쏟아내느라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기도 한다. 대화의 내용보다는 말투가 상대방에게 더 강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지 못해 이런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는 "말하는 건 너무 어려워", "말이 안 통해서 죽겠어"라고 말한다.


신경 쓰기 귀찮아서, 조심하는 것이 번거로워서 그냥 하던 대로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대화에 임하다 보니 실수는 반복되고, 원하는 것을 얻기는커녕 관계마저 위태위태해진다. 상대방과의 대화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말투부터 점검하고 바꿔야 한다. 말투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면 절대 대화의 주인공, 대화의 승리자가 될 수 없다. "올바른 논리, 정확한 문장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대화의 성공 열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착각이다. 논리와 내용보다는 순간순간 어떤 말투를 쓰고 있는지 자기 자신을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내용보다는 말투가 대화의 모든 현장을 지배한다. 이제 상대방을 슬프게 하는 말투, 강요하는 말투,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투는 버려야 한다. 사랑과 공감 가득한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만이 대화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버리고 삼가면 좋은 말투

용건만 간단히가 관계를 단절시킬 수도 있다

용건만 간단히. 아마 많은 사람이 이 표현을 긍정적인 의미로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집에 있던 까만 플라스틱 전화기나 길거리 공중전화 박스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문구다. 전화요금이 비싸니 할 말만 간단히 전하고 끊으라는 얘기다. 이런 습관이 한국인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걸까? 식당에 가서 "여기 뭐가 제일 맛있어요?"라고 물어보면 이런 말 듣기가 십상이다. "다 맛있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바쁘니까 빨리 주문해라는 속내가 드러나는 뚱한 표정, 누구나 한번은 경험해봤을 테다. 단답으로 대답을 끝내는 순간 손님은 뻘쭘해져서 결국 빨리 눈에 보이는 메뉴를 주문하고 조용히 앉아서 먹다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 식당은 그저 간단히 한 끼 때운 곳으로만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음식이 탁월하게 맛있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평범한 곳이라면 과연 누가 그 음식점의 단골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손님을 향해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용건만 간단히 빨리 주문이나 하시오라는 마인드의 식당이 잘될 턱이 없다. 잠재적 단골손님을 한번 오고 마는 뜨내기손님으로 만들어버리는 말이 바로 용건만 간단히 말투다.


용건만 간단히 말투는 일방적인 대화 방법이기도 하다. 전문 강사들은 "강의도 쌍방향 스타일"이어야 함을 항상 강조한다. 강의라면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대표적인 형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듣는 사람의 감정과 의견을 무시해서는 좋은 강연이 될 수가 없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상황에 혹시 우리는 용건만 간단히 말투로 대화를 망치고, 관계를 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때다.


체계적인 변명보다 단순한 사과가 낫다

셰익스피어 말에 의하면 "간결함은 지혜의 본질"이다. 생각이 많으면 말이 길어진다. 말이 길어지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듣는 사람은 당신이 말하는 것에서 잘못된 점을 찾아낼 뿐, 잘한 점을 찾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말은 짧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듣는 사람은 지루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말이 재미없는데 듣고 있을 이유가 없다. 짜증나고 화만 날 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학창 시절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얘기다. 매주 월요일 아침 조회시간은 정말 악몽이었다. 왜 그렇게 교장선생님의 말씀은 끝없이 길었는지. 한 문장이면 될 내용을 끝도 없이 이어나가는데 아침부터 모든 에너지가 다 소진되는 기분이었다. 심심하니까 신발로 괜히 낙서하면서 끝나기만 기다리는 시간의 반복이었다. 훈화 말씀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것은…"이다. 이쯤 되면 참다가 기진맥진한 아이들의 짧은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 너무나 많다. 도망가고 싶지만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 시간에 이탈했다가는 오전 내내 벌을 서야 하는 것을 감수해야 하니 그럴 수도 없다. 더운 여름에 어지럼증을 느끼며, 추운 겨울에 손을 비벼가면서 듣던 그 순간, 우리는 얼마나 많은 화와 짜증을 참고 있었던가. 권력관계에서 힘이 약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는 말들은 특히나 더 재미없고 지루하다. 자신이 권력을 갖고 있으니 상대방은 내 얘기를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듣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나쁜 말투의 예다. 자신의 생각만 말하느라 상대방에게 피로유발자가 되는 경우다.


말은 간결할수록 좋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쉽고 편하게 그리고 짧게 말하는 능력 말이다. 간결하게 말하는 것이야말로 잘 말하는 것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많다. 보통 말을 잘한다고 하면 말이 끊어지지 않고 길게 하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아니다. 그런 말하기는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루하고 짜증만 날 뿐이다.


쓸데없이 길어지는 말투는 사실 힘을 지닌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못했을 때 약자의 입에서도 자주 나오는 말투다.


대학교 강의실의 한 장면이다. 교수님이 말한다.


"민철 군, 왜 과제를 이렇게 성의 없이 낸 겁니까?"


이때 대답이 길어지는 경우가 바로 문제다.


"죄송합니다. 제가 어젯밤에 오늘 과제가 있음을 분명히 확인했는데…자다가 깨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확인했는데…아침 일찍 하려 했는데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렇게 길게 말하는 것은 변명일 뿐이다. 그럴 때는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교수님께서 실망하신 것 같아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이런 실수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변명하지 말고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단순하면서도 짧게 말하는 게 정답이다. 가끔은 체계적인 변명이 단순한 사과보다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명확하고 짧은 사과 대신 자신의 변명을 추가하다가 상대방의 화를 끌어내어 일을 크게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자.


한 초등학교 급훈이 "휴지는 휴지통에"라고 한다. 짧지만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이 함축적으로 포함된 정말 잘 만들어진 급훈이다. 그렇다. 조직이건 사람이건 말은 간결할수록 좋다. 그럴수록 말이 지닌 힘은 더 강력해진다. 자신을 방어하는 것에 힘쓰지 말고, 이제부터 짧고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을 연습해보자.



공격적이지 않으면서 단호하게 나를 표현하는 법

거절 뒤에는 반드시 긍정적인 멘트를 추가하라

우리는 "NO"라고 말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거절을 할 때 말로 직접 표현하기를 두려워한다. 반대로 얼굴 표정과 몸짓 등으로 나타낼 줄은 안다. "내일 아침까지 보고서 써놔!"라고 상사가 말하면, "내일 아침까지는 힘들겠습니다"라고 말하기보다는 무리라는 표정을 짓는 것에 익숙하다. 내가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면 모르겠냐 하는 표정을 지으며 상대방이 말한 것을 철회하기를 바란다. 결국 거절은 실패하고 품질 낮은 보고서만 한 장 덜렁 나와 버린다. 상사의 질책과 낮은 평가가 이어지고 인간관계 역시 악순환이 될 것이다. 그러다 자신이 상사가 되면 또 똑같이 강압적인 지시를 하고 상대방의 거절의 리액션은 거부한다.


거절은 그만큼 어렵다. 한국 사람들 특유의 말하기 습관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안 좋은 습관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버려야 한다. 거절이 어려워 애매모호한 표정과 행동으로 대신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해치는 최악의 말투 중 하나다. 이런 말투는 퇴보적인 사회를 만들 뿐 아니라 창의적이고 신선한 생각을 죽이는 폭력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거절할 것은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거절할 타이밍에 거절하지 못하고 상대의 말과 행동에 질질 끌려 다녀서는 절대 대화에서 주도권을 쥘 수 없다. 거절의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어떻게 거절할 것인가.


딱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긍정적 NO 말투다. 거절을 하되 긍정을 덧붙여 표현하는 말투다. 당신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여러 회사로부터 견적을 받아 비교한 뒤 하나의 회사 외에 나머지 회사를 탈락시켰다고 해보자. 이때 탈락한 회사에게 당신이 "당신 회사는 가격 경쟁력이 없네요"라고 대놓고 말한다면 상대방은 상처를 입을 것이고 더 이상의 관계는 불가능할 것이다. 두 번 다시 얼굴 볼 사람이 아니라면 이렇게 말해도 된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이토록 냉정해서야 되겠는가. 거절의 말 한마디도 예의를 갖춰 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말투로 바꾸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가격에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기술 수준만큼은 최고였습니다. 다음 기회에 꼭 한번 같이 일을 해보고 싶어요."


진짜든 거짓이든 관계없이 당신은 앞으로도 대화를 계속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로 맺어진 인간관계를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 미래지향적인 말투이기도 하다. 당신은 어떤 말투를 선택할 것인가.


나를 지키는 말투는 그 자체로 선이다

J.D.샐린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자신의 생각을 소설 속 주인공의 목소리를 빌려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앞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건 그거야.


사면이 모두 절벽인, 하지만 넓은 호밀밭으로 뒤덮인 곳에서 당신이 갖고 있는 것들을 마음껏 발휘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해보라. 이 책에서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이 혹여 신나게 놀다가 절벽에 가는 것도 모르다 추락사 할지도 모르는 당신의 대화 습관을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아는 것도 많고 꿈꾸는 것도 많다. 잘 놀고 싶고, 잘 살고 싶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대화 때문에 고통받는 게 아니라 대화로 인해서 뭔가를 얻어내고 성장하며 결국에는 승리하는 삶을 살고 싶은 게 우리의 꿈이다. 다만 듣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내 이야기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옳다고 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지를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혹시 직장인이라면 회의 장면을 떠올려보라. 내용의 옳고 그름보다 누군가의 지지를 더 많이 받는가에 따라 회의의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를 쉽게 보지 않았는가. 그뿐인가. "그 사람,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평가 하나로 어눌하고, 논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해도 인정받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사람이 좋다는 것과 말이 옳다는 다른 것임에도 같은 것으로 취급받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세 가지 중의 하나는 있어야 한다. 첫째 지위가 필요하다. 회사의 상사가 되든지, 돈 많은 고객이 되든지, 단속권한이 있는 경찰이 되든지 하는 것 말이다. 둘째 사람됨이다. 인품이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면 말까지도 설득력을 갖게 된다. 지위와 인격, 갑자기 얻기 힘든 요소다. 그렇다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의 것, 즉 말투다. 말투를 적절히 사용함으로 인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며 나의 발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절대 나의 본능과 다른 말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색함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생존 도구로 말투를 사용하는 것은 선(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쾌락》에서 한 말을 되새겨보자.


다른 사람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지킨다는 목적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 자연적인 선(善)이다.


나를 지키는 말투는, 잔머리를 굴리는 말의 기술이 아니다. 그 자체로 선이며 아름다운 일이다. 자기 자신을 지키는 말투, 당신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가. 오늘 하루 자기 자신이 제대로 된 말투를 사용함으로 인해 얼마나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세상의 고통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냈는지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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