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설득술 프렙

   
김은성
ǻ
쌤앤파커스
   
16000
2017�� 04��



■ 책 소개

 

고대 수사학과 함께해온 인류 최고의 설득술!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같은 그리스 주류 철학자들의 시샘과 칭송을 한 몸에 받았던 소피스트. 그들은 반응이 없기로 유명한 스파르타 군중을 환호하게 만들었고, 그리스 젊은이들은 그들의 연설 수업을 듣기 위해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오늘날, 세계적인 선동가와 연설가들의 말하기에는 소피스트가 사용했던 ‘설득술’이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그들은 어떤 말하기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끌었을까? 현대의 선동가들이 상용할 만큼 효과적이고 강력한 말하기 기술은 무엇일까?

 

오랜 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스피치 분야의 전문가 김은성은 소피스트의 말하기를 학문으로 정립한 ‘수사학’에서 ‘설득의 정수’를 뽑아냈다. 이 책 『인류 최고의 설득술, 프렙(Prep)』은 고대 그리스 광장에서부터 오늘날의 비즈니스 현장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류 최고의 설득술’에 대해 살펴본다.

 

■ 저자 김은성
저자 김은성은 ‘2012 SERI CEO 명강사’ ‘2009 교육부 선정 베스트 강사’로 선정됐으며, ‘삼성 언론상’ ‘한국아나운서대상 앵커상’ ‘한국어문상’ 등을 수상한 스피치 분야의 권위자이다.

 

경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저널리즘 석사,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공채 24기 아나운서로 현재까지 21년 동안 뉴스 앵커 등으로 활동 하고 있다. 서울대, 경희대, 성균관대 등에서 객원교수와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국내 유수의 대학과 교육기관뿐만 아니라 정부, 공공기관, 기업체 등에서 스피치, 프레젠테이션, 대화법, 소통 등에 관한 강의를 활발히 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CEO와 임원진,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스피치 개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며,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에서 7년째 ‘파워 스피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마음을 사로잡는 파워스피치≫ ≪오바마처럼 연설하고 오프라처럼 대화하라≫ ≪리더의 7가지 언어≫ ≪이 남자가 말하는 법≫≪나는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다≫등 12권의 저서가 있다.

 

■ 차례
프롤로그│고대 수사학과 함께해온 인류 최고의 설득

 

1 소피스트의 등장, 제대로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들
01 인류 최초의 스피치 학원
번성하는 법정 앞 학원가│소피스트, 죽어가는 환자도 살리는 사람들│ 하늘을 찌르는 소피스트의 위세
02 수사학, 영혼을 홀리는 기술
소피스트를 싫어한 주류 철학자들│소피스트를 위한 변론│스파르타를 박수치게 한 소피스트의 연설
03 소크라테스, 스스로의 무지함을 깨닫게 하다
주류 철학자 대표, 소크라테스│소피스트 대표, 데모스테네스│소크라테스와 데모스테네스의 만남

 

2 수사학, 정의를 전달하다
04 아리토텔레스의 설득술
못 배우면 못 말한다│수사학과 변증법│‘생략삼단논법’이 더 효과적이다
05 믿을 만한 사람의 이야기
신뢰가 생기는 바탕, 에토스│에토스를 구현하는 방법│한 영화배우의 기막힌 연설
06 청중은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가
공감이 만드는 연결고리│좋은 이야기의 3가지 조건│전달의 힘 STAR
07 감성이 이성을 이긴다
브루투스의 이성적인 연설│안토니우스의 감성적인 연설│감성이 이성을 이길 때
08 정말 아는 것을 말하고 있는가
사람들을 미혹하는 가짜 지식│학자의 지식과 운전기사의 지식
09 대가들의 설득술, PREP
‘왜냐하면’의 힘│최고의 스토리텔러가 쓰는 기술│PREP 공식

 

3 설득에 이르는 전략적 화술
10 청중의 마음
아포리아의 목적│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청중의 행동을 바꾸는 설득│청중의 4가지 패턴│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
11 관점과 시각을 조정하는 기술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는 다툼│‘미래’로 쟁점 옮기기│사고의 프레임을 지배하는 시제
12 콘세시오, 전진을 위한 전략적 후퇴
우위가 아니라면 양보하라│키케로의 3단계 설득법
13 소피스트의 ‘오류 찾기’
훈제 청어의 오류│흔히 찾을 수 있는 논리적 오류│상대방의 주장에서 검토해야 할 것

 

4 마음을 사로잡는 선동의 기술
14 수사학이 알려주는 표현의 정수
호소력 있는 전달의 중요성│명확성과 완급 조절│인류 최고 선동가, 히틀러의 스피치
15 행동을 이끄는 수사학
생각을 생성하는 수단│말을 통해 행동을 이끈다│반복기법과 분리표현법│여러 가지 변화법
16 상황에 맞는 말하기
그리스의 엔터테이너│가장 말을 잘하는 사람은?
17 보기 좋고 듣기 좋게 전달하라
말과 글의 미적 요소│수사학의 4가지 표현술

 

5 현대판 수사학과 소피스트
18 카이로스를 아는가
시절과 때가 가장 적절한 순간│수사학적 5가지 규범
19 상황을 파악하는 기술
이성을 통해 생각한다│쟁점 이론
20 이상적 연설가, 후마니타스
말은 영혼의 약이다│상위인지 능력이 필요하다│후마니타스적 말하기
21 수사학을 계승한 현대판 소피스트
수사학의 계승자들│링컨│마틴 루터 킹│오바마
22 스피치의 기본 원칙 ISO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말하기│연설의 구성 원리

 

에필로그│최고의 설득술도 사용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인류 최고의 설득술, 프렙


수사학, 정의를 전달하다

청중은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가

좋은 이야기의 3가지 조건

그렇다면 좋은 이야기의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진실성이다. 진실한 이야기는 전하는 이의 언어뿐 아니라 표정, 목소리, 손짓 등 비언어적 요인을 통해 청중에게 더 큰 감동을 선사한다. 이야기는 상상하는 힘을 가진다. 직접 경험한 것을 말하는 사람은 그 당시를 상상하며 자연스럽게 음성과 모습에서 그 진심을 드러내게 된다.


둘째, 감정 이입이다. 인간의 희노애락 같은 보편성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보통의 감정들을 이야기에 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셋째, 사람들이 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 시대, 그 상황의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단절된 나만의 공간과 책 속에서는 시대의 정신과 흐름을 파악할 수 없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좋은 교육을 받으며 순탄한 길을 걸어온 사람과 갖은 어려움과 좌절을 겪은 사람의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전달의 힘 STAR

마케도니아 필립왕이 아티카를 정복했다. 정복 후 필립왕은 아티카에 전리품을 요구하는데, 토지나 금은보화가 아닌 웅변가 6명이라고 말했다. 아티카의 정치인들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명연설가 데모스테네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와 사례로 정치인들을 설득했다.


"여러분 생각해보십시오. 늑대와 양떼가 서로 전쟁을 벌였습니다. 물론 양떼가 힘없이 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늑대는 양떼에게 휴전의 조건으로 양을 지키는 개를 달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나마 늑대가 오는지를 미리 발견해주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인 양치는 개를 늑대에게 넘기시겠습니까? 넘긴다면 늑대들은 앞으로 아무런 제지 없이 양을 유린할 것입니다. 바로 필립왕이 요구하는 웅변가 6명은 우리를 지켜주는 양치기 개입니다."


이를 아래와 같이 STAR 기법으로 정리하여 알아두자.


Situation (상황) 경험한 이야기

Task(얻은 교훈/목표)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과 목표

Action(행동) 교훈을 통한 행동

Result(결과) 얻게 된 결과


대가들의 설득술, PREP

왜냐하면의 힘

엘렌 랭거 교수에 의하면 우리 뇌는 2가지 기능이 강하다.


첫 번째는 나와 유사한 것을 찾는 능력이다. 이것은 진화론적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와 비슷한 형태의 것은 나를 해할 확률이 낮고 나와 다른 형태의 동물은 나를 해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강해진 능력이다.


두 번째는 자기 정당화 능력이다. 우리 뇌는 두개골 안에 갇혀 있다. 따라서 뇌가 실체를 보고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통해 들어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지하고 해석한다. 만약 큰맘 먹고 대출을 받아 새 차를 구입했는데, 고작 1주일 뒤, 다른 브랜드에서 같은 가격에 성능은 훨씬 좋은 차가 출시됐다면, 심정이 어떨까? 아마 억울해서 잠이 안 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 우리는 자기 정당화를 위한 몇 가지 작업에 들어간다. 우선 다른 브랜드의 차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찾는다. 어차피 그것 때문에 안 샀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그리고 내 차의 좋은 점을 찾아낸다. 이처럼 자기 정당화를 위한 근거를 찾는 일에 우리는 매우 익숙하고 능숙하다.


이러한 우리 뇌의 특성상, 복사실 앞 혼잡한 상황에서 "왜냐하면~"이라는 말은 더 쉽게 먹힌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유사한 것을 찾는 능력)의 왜냐하면을 믿어버리게 한다. 그럴 만한 근거가 있겠지.라고 생각(자기 정당화 능력)하게 하는 것이다.


PREP 공식

Point(강조) 짧고 명료하게 결론을 말한다.

Reason(이유) 왜냐하면의 근거를 제시한다.

Example(예시) 사례를 든다

Point(강조) 다시 결론을 강조한다.


중국 시장 진출을 검토하라는 사장의 지시에 실무담당자로서 다음 기회에 해야 한다고 설득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Point(강조) 사장님, 제 생각에는 이번 중국 진출을 좀 미루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Reason(이유) 왜냐하면 최근 중국의 정책이 바뀌어 각종 혜택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금 이슈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고 더구나 인건비도 상승 중입니다.

Example(예시) 실제로 A상사도 세금 문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일본 쪽 업체는 철수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Point(강조) 그렇기 때문에 중국 진출을 급하게 서두르는 것보다 올해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생경하고 새로운 정보는 일단 배척하는 것이 우리의 습성이다. 이 때 사례를 들어주면 쉽게 받아들인다. 뇌는 정보보다 이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설득에 이르는 전략적 화술

청중의 마음

청중의 4가지 패턴

1928년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인 윌리엄 마스턴 박사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관찰해 독자적인 행동 유형 모델을 만들었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또 그 환경 속에서 개인의 힘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4가지 형태로 행동한다.


주도형은 "안 되면 되게 하라!"가 삶의 모토인 사람이다.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어떻게 해서든 스스로 장애를 극복한다. 이들은 대부분 일방적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그로 인해 갈등 관계에 놓일 확률이 높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일단 관계를 형성할 때 먼저 인정해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단점이나 문제점을 지적하면, 주도형의 사람들은 주도권을 잃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을 닫아버린다. 또한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관계 형성을 통해 상대방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해야 한다.


안정형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잘 협력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권한과 책임이 명확한 상황에서 조화롭게 일하는 것을 좋아하며, 이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상대방에서 요구되는 변화가 가정, 조직 그리고 관계에 있어 왜 필요한지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


관점과 시각을 조정하는 기술

사고의 프레임을 지배하는 시제

수많은 미팅과 회의를 하다 보면, 때때로 책임소재를 물어야 하고 좋고 싫음에 대해 이야기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온다. 하지만 그 과정이 자주 반복되면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역시, 미래로 시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리 같이 생각을 해볼까요?" 이러한 질문 하나로 전체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한쪽은 과거를 한쪽은 현재를 바라본다면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 그럴 때는 미래의 관점에서 함께 생각해보기를 제안하자.


"좋습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지금은 미래에 집중해서 봅시다. 그럼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제를 바꾸면 관점이 바뀌고, 관점이 바뀌면 생각이 바뀐다. 결국 설득이라는 것은 관점과 시각을 새롭게 조정하는 작업이다. 세계적인 언어학자이자 버클리대 인지언어학 교수인 조지 레이코가 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시각과 프레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대체 왜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지 궁금해서 코끼리를 더 생각하게 된다.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면 할수록 그 프레임이 더 활성화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콘세시오, 전진을 위한 전략적 후퇴

우위가 아니라면 양보하라

콘세시오는 양보라는 뜻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방의 주장을 일단 인정하는 것이다. 내 주장을 아무리 펴봤자 증명할 길이 없는 상황이라면, 논리로 설득을 해봐야 상대방은 기분만 상한다. 어찌 보면 그 상황에서 논쟁을 펼치려는 것은 나만 손해를 보는 것이다. 우위를 점하기 전에 상대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사학에서는 내 의견에 상대가 동조하길 원한다면 설령 당장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일단 양보하라고 말한다. 이렇게 했을 때, 상대방은 나에 대한 좋은 인상과 이미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최종 목적인 설득에 있어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 박사는 9년에 걸쳐 부부 수백 쌍의 일상생활을 녹화하고, 그들 사이의 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한 부부들은 대화 혹은 다툼을 할 때, 자신의 실수를 흔쾌히 인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에 결혼 생활에 실패한 부부들은 상대방을 비난하고 결코 지지 않기 위해 지루한 싸움을 벌였다. 재미있는 점은 성공한 부부나 실패한 부부 모두 싸움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주 싸우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떻게 싸우느냐 그리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였다.


키케로의 3단계 설득법

1단계, 감정 자극을 통한 분위기 조성이다. 내가 처한 상황과 감정을 읽어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절대로 내 생각을 먼저 드러내지 말라고 한다.


2단계, 상대의 생각을 바꾼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면 상대는 나에게 호의를 느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의 언어를 통해 내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평상시 관찰한 상대의 포현과 말투, 생각 등을 적절히 활용해 내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다. 때로는 말보다 행동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마지막 3단계는 상대방이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행동에 나서도록 유도할 것인가? 키케로는 기다리라고 말한다. 1, 2단계가 충족되었다면 조급해하지 말고 참고 인내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득이라는 버스는 곧 뒤이어 오기 마련인데 그 자리에서 승부를 보려고 무리하다 보면 감정만 상하고, 버스는 영영 떠나버린다.


키케로는 이 3단계 설득법을 통해 모든 단계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은 콘세시오, 양보라는 점을 강조한다. 나의 입장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양보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원칙은 항상 지켜져야 한다.


상대방의 주장에서 검토해야 할 것

이처럼 집중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논리적 오류들이 많다. 이런 논리적 오류를 찾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조작적 정의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수치로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객관화하는 작업이다. 논문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주관적 느낌과 정서를 배제하고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행복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행복은 가족과 같이 있는 것이다."라고 조작적 정의를 내리면 더욱 쉽게 행복한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이처럼 논쟁과 설득의 말하기를 할 때는 상대방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조작적 정의를 내리고, 역으로 질문하는 것이다.


"당신이 말한 그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정의해주시죠."


나의 주장과 상대의 주장을 검토할 때 다음을 생각해보자


-주장은 명확한가?

-논거는 타당한가?

-논거와 주장이 적절히 제시되었는가?

-청중은 누구인가?



마음을 사로잡는 선동의 기술

행동을 이끄는 수사학

생각을 생성하는 수단

"100년 전, 한 위대한 미국인은 노예 해방령에 서명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의 상징적인 그림자 아래에 서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링컨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서도 청중으로 하여금 링컨을 떠올리게 하였고, 민권운동에서 노예해방을 연상하게 했다. 미국 국기, 성직자풍의 의상, 손바닥을 편 자세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의 아내 코레타 스콧 킹이 참석한 모습은 가정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사진 한 장으로 연설이 전하는 여러 은유적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보이는 수사학, 시각적 수사학이다.


수사학은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생각을 생성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단순한 메시지 전달을 넘어, 다른 무언가를 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은 비언어적 표현, 즉 제스처, 의상, 자세, 분위기 등이 좌우한다. 설득을 완성하는 것은 청중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보이는 것, 비언어적 요소는 중요하다.


말을 통해 행동을 이끈다

소피스트들이 했던 3단계 연설 훈련이 있다.


1단계는 생생한 경험 창조 단계다. 말 그대로 청중으로 하여금 상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도록 한다. 감정이입을 통해 그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도록 만든다. 예를 들면, 내 토지에 대한 자료, 증언 등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곳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삶의 터전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토지에 대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소피스트는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다. 우리 뇌는 내 경험에 맞는 정보를 반복해서 들을 때 확신하게 된다. 내가 경험한 것과 다른 정보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반면, 내 경험과 익숙한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거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반복을 거치면서 더욱 확신한다. 같은 내용을 반복할 때는 경험, 논리, 소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할 때 효과적이다.


2단계는 인식의 변화 단계다. 우선 내 이야기에 관심을 표명하고 상상하게 만들었다면, 논리적인 근거와 추론으로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변하게 만드는 것이다. 1단계가 감성적 접근이었다면, 2단계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이다. 논리적 흐름을 통해 내 이야기가 왜 참일 수밖에 없는지 증명한다.


마지막 3단계는 믿음 형성이다. 설득은 설득하는 그 자리에서 모두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 마무리는 상대가 하는 것이다. 믿음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내가 진실한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장의 일관성과 심성을 자주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기법과 분리표현법

수사학에서는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기도 가르쳤다. 그들이 사용했던 언어적 표현을 보면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과장법, 반복기법, 점층법 등의 비유법이 있다.


강조법의 대표적인 것은 반복기법이다. 역사적 명연설을 보면 거의 반복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오바마의 Yes, We can. 연설, 케네디의 베를린 광장 연설, 마틴 루터 킹의 나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 등이 대표적이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한 것을 다 말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차라리 핵심 내용을 한 번 더 반복해주는 편이 낫다. 반복도 단순 반복이 아니라 때로는 객관적 증거, 때로는 경험, 이야기 등으로 변형해가며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1933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취임 연설에서도 반복기법이 사용되었다.


미국민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미국민은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미국민은 지도자에게 방향을 요구했습니다.

미국민은 나를 임명했습니다.

나는 그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강조법의 두 번째 방법은 분리표현법이다. 한마디로 피아식별(彼我識別)을 하는 것이다. 청중은 깊게 고민하는 것을 싫어한다. 따라서 동기부여를 목적으로 하는 연설과 설득에서는 단순한 구조의 명료한 내용을 전하는 것이 좋다. 이에 관한 대표적인 연설이 9.11 테러 발생 직후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서 한 연설이다.



현대판 수사학과 소피스트

카이로스를 아는가

수사학적 5가지 규범

그렇다면 어떻게 카이로스(kairos:시절과 때가 아주 적당한 순간)에 맞게 말할 수 있을까? 수사학자들은 철저한 준비, 다시 말해 단계적으로 준비를 하는 것이 답이라고 말한다. 이것을 수사학적 5가지 규범이라고 정의한다. 5가지 규범은 연설을 준비하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설득의 과정이기도 하다.


첫 번째는 발상이다. 주제와 말할 거리, 근거를 찾는 과정이다. 수사학자들은 "거의 모든 아이디어는 이미 우리 머릿속에 있고, 상황과 청중을 고려해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서만이 이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듣는 사람이 누구인지, 상황은 어떤지, 내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는 무엇인지를 깊게 고민하여 말할 소재를 찾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는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을 구분해 연설하라고 적혀 있다. 젊은 사람들은 참을성이 없고 변덕스럽고 신체적 욕구가 강하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이상을 좇기 때문에 눈앞에 이익보다는 이념을 강조하는 것이 그들에게 통한다. 반면 나이든 사람들은 불평, 불만이 많고 의견은 많지만 지식은 없기 때문에 칭찬을 통한 설득이 통한다. 이처럼 청중과 상황에 따라 주제와 말할 소재를 찾아가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배열이다. 말할 주제를 찾았다면 내용의 적당한 구조를 잡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본적으로 사건 기술, 주장 후 그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논증을 펴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키케로는 도입부-핵심 내용(주장)-개념 요약-주장 뒷받침-반증-호소의 구조가 좋다고 말한다.


배열은 적절한 위치를 찾는 단계다. 카이로스에 맞게 말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구조를 가져야 한다. 배열과 구조가 잘 되어 있다면 지루한 부분을 재치 있게 넘어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틀을 잡아 말하는 프레임 스피치다.


세 번째 단계는 표현 스타일이다. 말할 때 어떤 분위기로 말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하는 것이다. 이 역시 청중의 상태, 분위기에 달려 있다. 좋은 예로, 2011년 애리조나주 총기 난사사건의 추모식에서 연설 도중 유가족을 보며 오바마가 행했던 51초 동안의 침묵을 들 수 있다. 무언의 레토릭, 수사학의 힘을 발휘한 것이다. 그것은 사전에 여러 상황을 분석하고 고민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표현이다.


네 번째 단계는 기억이다. 고대에는 기록할 만한 종이 등이 일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연설할 내용을 모두 외웠다. 그들은 구성과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암기에 효과적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내용 전문을 암기하기보다 키워드 중심의 큐카드를 가지고 연습하는 것이 좋다. 내용 전체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질 때 상황에 맞게 말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전달이다. 과거 소피스트들은 연기를 배우면서까지 자신의 콘텐츠를 최대한 제대로, 충분히 전달하고자 했다. 수사학 교재 《애드 헤렌니움》은 포즈, 어조의 변화가 전달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 단계는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연설할 기회가 있는가? 짧은 이야기라도 상관없다. 발상-배열-표현 스타일-암기-전달의 단계로 준비하고 연습하라. 그리고 늘 청중과 상황을 분석하고 고민하라. 그 과정을 통해 청중의 마음의 문을 여는 적절한 때, 카이로스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수사학을 계승한 현대판 소피스트

오바마

뛰어난 의제 설정

의제설정은 단순히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장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적 흐름과 청중의 요구를 알고 분석한 후 자신의 주장과 결합시키는 것이다.


오바마는 대선 당시 통합,변화,희망이라는 의제를 설정했다. 미국은 세계 경찰 국가에서 경제 위기 국가로, 도덕적 우월성을 가지고 있지만 계속되는 인종 문제, 거기에 앞이 보이지 않는 늪 같은 이라크 문제 등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고 있었다. 오바마는 그런 국민적 아픔과 고민을 이해했고, 변화를 통한 희망, 통합이라는 의제를 선포했다. 다시 세계 중심 국가의 위치를 회복하기 위해 도덕적 우월성 회복이 관건이며 그 시작은 사회 통합이라는 메시지였다. 그의 삶 자체가 통합이라는 키워드와 잘 맞아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청중을 배려하는 자세

2007년 미국의 한 카운티에서 1시간 간격을 두고 오바마와 힐러리의 대선 유세가 있었다. 이 일화는 두 사람의 소통 방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유세 현장에 오바마가 도착해보니, 100명 정도가 들어갈 강당에 300명 이상이 모여 있었다. 오바마는 1시간 예정이었던 연설을 20분 만에 끝냈다. 주로 변화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근황 등 가벼운 이야기였다. 연설을 마치고 사람들과 악수하고 사인을 해주며 유대의 시간을 보냈다,


1시간 뒤 도착한 힐러리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흥분했다. 논리적이고 명석한 그녀는 자신의 공약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많은 자료와 근거를 대며 자신의 공약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설명했다. 무려 1시간 30분 동안 말이다. 연설이 끝난 후 300명의 청중은 반 이하로 줄어 있었다.


오바마는 좁은 공간에 불편하게 들어차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봐야 제대로 들리지 않고 불편할 것임을 알았다. 청중을 배려해서 말하면 청중은 연사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되고, 후에 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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