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무엇 때문에 바쁘십니까는 ‘열심히 살았지만 뭘 했는지 모를 하루’를 반복하는 현대인에게 티베트 스님이 던지는 화두다. 세계 100여 곳의 명문대에서 강연해 온 켄포 소달지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돈, 사랑, 행복에 관해 직설적이고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켄포(khenpo)’라는 말은 티베트 불교를 가르치는 교수를 일컫는 명칭. 켄포 소달지는 그간 명강연으로 하버드대, 예일대, 스탠포드대, 베이징대 등 세계 수많은 명문대생의 마음을 움직여 왔다. 그가 2030 청춘을 비롯한 현대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고통(문제)의 원인을 바로 보라는 것. 그래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두 12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강연 현장에서 이루어진 ‘즉문즉설’이 실려 있다. 좌선과 채식 요령에서부터 한전(중국) 불교와 티베트 불교의 차이, 운명을 바꾸는 법까지. 강연 주제를 넘나드는 다양한 질문과 그에 대한 켄포 소달지의 상세한 답변에서 내 인생을 밝혀 줄 지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켄포 소달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티베트의 불교 지도자이다. ‘켄포(khenpo)’는 티베트 불교를 가르치고 전하는 교수를 일컫는 명칭이다. 켄포 소달지는 티베트 전통 불교에 대한 지식과 수행이 아주 깊다. 그는 더욱 많은 사람이 불교의 참뜻을 깨달을 수 있도록 현대적이고 친근한 언어로 삶의 참모습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불교계에서는 유일하게 하버드대, 예일대, 스탠포드대, 칭화대, 베이징대 등 100여 곳의 세계 명문대 강단에 선 정신적 지주이다.
그는 30여 년간 자신의 행동을 통해 대중이 불법佛法을 실천하도록 인도하고 있으며 모든 여가 시간을 티베트어와 중국어 경전의 상호 번역과 자선 활동에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다수의 포럼을 열고 참석하여 세계의 학자들과 종교 간 문제, 도덕, 환경 보호, 평화 등의 문제에 대해 교류하면서 인류의 발전과 일체 생명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켄포 소달지는 시대가 변해도 불교의 참뜻은 항상 그 자리에서 인류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답을 제시한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찬사에도 “나는 그저 불법을 가르치고 전하는 선생님일 뿐입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대표작으로 『고통받는 당신을 위하여』 『해 봐야 얻을 수 있다』 『청춘의 참모습』 『금강경으로 집착을 없애다』 『항상 함께하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등이 있다.
■ 역자 신노을
한남대학교 중국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번역학 석사(한중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번역 집단 실크로드에서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 차례
01 선禪과 부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성공이다
나중에 후회할 결정을 하지 않는 방법
망상을 멈추고 마음을 쉬는 것이 곧 깨달음
선 수행으로 마음속 찌꺼기를 비워라
선 수행으로 육체의 잠재력을 끌어올려라
욕망, 충족된다 해도 고통이다
부처님이 전하는 돈 관리법
평생 번 돈의 70퍼센트는 타인이 사용하게 된다
강연장 즉문즉설
02 사랑의 본질
부처님은 정말 사랑을 모를까?
당신이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이 다 ‘나’를 위한 것
세상에는 조건 없는 사랑도 있다
누구나 홀로 와서 홀로 간다
강연장 즉문즉설
03 과학기술 시대의 불법佛法
아인슈타인의 답장
시공을 초월하는 가치 ‘자비’
배우기를 미루지 마라
불교의 지혜 배우려면 공부와 수행 함께 해야
강연장 즉문즉설
04 스트레스를 줄이는 지혜
고대 선현들은 답을 알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으로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없다
스트레스가 잠재된 지혜를 깨운다
인과因果의 이치를 조금만 알아도 괴로움이 줄어든다
만족할 줄 아는 지혜가 행복을 키운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첫걸음, 욕심 내려놓기
공성空性의 지혜를 배우고 좌선하라
두 가지 선 수행법
언제나 선禅의 마음으로 살아가기
강연장 즉문즉설
05 환경 문제와 탐욕
출가인도 세상일에 나서야 한다
지구는 병들었다
20개의 지구로 충분한가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탐욕을 줄여야 탄소 배출이 줄어든다
행복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강연장 즉문즉설
06 우리 모두를 위한 이타심
부처님도 헤아릴 수 없는 보리심의 공덕
보리심은 해탈의 지름길
이타심, 모두의 고통을 줄이는 마음
보살은 타인을 이롭게 하는 용사
강연장 즉문즉설
07 아집을 버리는 지혜
모든 화는 ‘아我’가 초래한다
‘아집’을 버리면 세상이 넓어진다
아집 버리기 = 남을 이롭게 하기
강연장 즉문즉설
08 행복의 근원은 마음
부자가 되면 행복할까?
권력을 가지면 행복할까?
애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욕심과 행복은 반비례한다
신앙이 있으면 행복에 한층 더 가까워진다
영원한 행복을 찾아서
강연장 즉문즉설
09 정신과학과 행복의 관계
과학은 무엇인가
후대에 전해지지 않은 고대의 자동차와 비행기
80억을 벌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
4가지
호의호식하는 가난한 자가 되지 말자
복이 제 발로 찾아오게 하는 법 3가지
정신과학에서 답을 찾다
강연장 즉문즉설
10 고통을 마주하는 법
돈, 있어도 고통 없어도 고통
“누가 인생이 고통스럽대? 나는 이렇게 즐거운데”
세상 사람들이 고통을 마주하는 법
불교에서 전하는 8가지 고통 제거법
강연장 즉문즉설
11 8가지 행복의 비결
『수심팔훈』에 담긴 8가지 행복 비결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
강연장 즉문즉설
12 오직 마음을 위하여
중국문화서원 강연장 즉문즉설
맺음말
무엇 때문에 바쁘십니까
선禪과 부富
조금 전 한 선생님께서 인연의 시작으로 저에게 하다를 선물해 주셨네요. 하다를 주는 것은 티베트 민족의 전통으로 중요한 일에는 하다가 절대 빠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티베트 문화가 생소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티베트의 문화, 특히 티베트 불교에 대해 약간의 이해가 있다면 여러분 인생에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여러분에게 티베트 불교를 공부하라고 권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이에게는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까요. 다만 낯선 문물에 호기심을 갖고 탐색해 볼 것을 권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전하는 돈 관리법 50:25:25
사람들은 누구나 돈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돈이란 것은 양날의 칼과 같은 것입니다. 돈이 없을 때는 아주 화목하게 지내던 가족도 돈이 생기면 오히려 전보다 관계가 훨씬 나빠지고 각종 번뇌가 일어납니다. 돈이 우리에게 가져오는 문제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많습니다. 불교 경전에도 돈이 불러오는 우환에 대한 고사가 실려 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과 아난다가 시주를 받기 위해 외출을 했다가 길가에서 황금 한 덩이를 발견했다. 부처님은 이 황금을 보고 "독사로다"라고 말했고 아난다 역시 "독사로군"이라고 말한 뒤 즉시 그 자리를 떠났다. 근처에 있던 농부가 그 말을 듣고 호기심에 독사를 보러 다가가니 길가에는 독사 대신 황금이 놓여 있었다. 농부는 몹시 기뻐하며 "저 스님들은 정말 바보로군! 싫으면 내가 갖지 뭐"라고 말했다.
황금을 손에 넣은 농부는 즉시 농사를 그만두고 매일 친구와 술을 마시며 흥청망청 놀았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황금으로 인해 소송에 휘말려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다. 그제야 그는 황금이 정말 독사였다는 것을 불현듯 깨닫게 되었다.
이 고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돈은 정말 복잡한 물건입니다. 돈을 지혜롭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은 2,500년 전에 이미 부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파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선생자경』입니다. 이 경전에서 부처님은 소득의 50퍼센트는 사업 운영에 사용하고, 25퍼센트는 의식주에, 나머지 25퍼센트는 비상시를 대비해 저축하라고 일러 주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이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대부분은 충동적으로 투자를 합니다. 사전에 합리적인 계획 없이 오직 좋은 면만 보려 하고 나쁜 면은 보지 않습니다. 결국, 본전도 못 찾게 됩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투자를 도박처럼 하는 사람들입니다. 종잣돈이 충분하지 않은데 빚을 내어 투자를 하다가 결국 손해를 보고 빚도 상환하지 못합니다.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부를 지혜롭게 관리해야 합니다. 문제에 부딪혔을 때에는 최선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모두 고려하고 반드시 한발 물러서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실패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부를 관리하는 지혜도 선 수행을 통해 계발할 수 있습니다. 미국 골드만삭스의 고위 경영자인 조지가 재테크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30여 년간 지속해 온 선 수행 덕분입니다. 그는 중요한 투자 결정을 하기 전에 반드시 선을 수행했습니다. 전용기를 소유한 그는 비행기로 이동하는 시간을 이용해 눈을 감고 좌선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하 직원들에게도 선 수행을 권하면서, 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 수행센터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외국의 수많은 대기업이 선 수행센터를 갖추고 있습니다. 물질적 자극만으로 직원들의 단결력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수한 기업 문화, 특히 영감을 고취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선 수행 문화는 직원들의 적극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저에게 "선을 수행하려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하지 않나요? 회사에서 문을 닫고 수행을 하면 업무에 여향을 미치지는 않을까요?"라고 질문한 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 수행은 모든 업무를 미뤄 두고 종일 문을 걸어 잠그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 수행은 업무와 조화를 이루면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 성과를 더욱 향상시켜 줄 것입니다.
사랑의 본질
조금 전 강의실 입구에서 사람들이 오늘 주제는 좀 특별하다고 애기하네요. 출가한 승려가 속세인 앞에서 정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하니 여러분께서 의아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것으로 보일 겁니다. 제가 왜 이번 강연 주제를 사랑으로 삼았는가 하면 이곳저곳의 대학을 다니면서 사랑을 삶의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고 죽음도 불사하는 맹목적인 젊은이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부처님은 제자에게 "생각은 근본적으로 믿을 것이 못되니 경솔하게 자신의 생각을 믿지 마라. 미색에 심취되지 마라. 미색에 빠지면 끝없는 재앙이 시작된다"라고 일깨우셨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 점에 대해 모르고 또 믿으려 하지 않아 유감입니다. 누군가를 보고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 일종의 착각입니다. 지혜를 사용하여 분석해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한 덩이의 뼈와 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뼈와 살을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더 깊게 해부하면 문득 크게 깨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고 애타게 그리워한 것이 고작 이런 것이었다니!
아잔 차라는 태국의 유명한 고승이 있습니다. 어느 날 두 명의 서양인 제자와 함께 차 안에 있던 아진 차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미국인 제자에게 "너 지금 LA에 있는 여자친구 생각하지?"라고 물었습니다. 미국인 제자는 몹시 놀랐습니다. "그녀에게 편지를 써서 그녀를 떠올릴 수 있는 매우 사적인 물건을 보내 달라고 하여라. 그녀 생각이 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도록 말이지." 아진 차는 말했습니다.
미국인 제자가 물었습니다. "출가인이 그래도 되는 것입니까?"
아잔 차가 대답했습니다. "안 될 것이 무엇이 있느냐? 그녀 생각이 날 때마다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대변 한 병을 보내라고 하여라."
얼핏 농담처럼 들리지만 사실 아잔 차는 인체가 깨끗하지 않음을 말하려고 한 것입니다. 여성의 몸뿐만 아니라 남성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먼 옛날 마등가녀라는 여인이 부처님의 제자 아난다에게 반했습니다. 그녀는 부처님께 달려가 아난다가 자신과 결혼할 수 있도록 환속시켜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너는 아난다의 무엇을 사랑하느냐?" 부처님이 물었습니다. 사랑의 감정에 도취한 그녀는 말했습니다. "그의 맑은 눈을 사랑합니다. 그의 멋진 코를 사랑합니다. 그의 매혹적인 귀를 사랑합니다. 그의 달콤한 목소리를 사랑합니다. 그의 우아한 걸음걸이를 사랑합니다. 전 아난다의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부처님은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아난다의 눈에는 눈곱이, 아난다의 코에는 콧물이, 아난다의 입에는 침이, 아난다의 귀에는 귀지가, 아난다의 몸에는 대소변이 있다. 사랑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다는 말이냐?"
부처님은 아난다가 몸을 씻은 더럽고 냄새 나는 물을 가져오게 했습니다. "그토록 아난다를 사랑한다고 하니 이 물을 마셔 보아라." 마등가녀는 너무 놀랐습니다. 부처님 말씀을 잘 생각해 보니 아주 일리가 있다고 느꼈고 사랑의 감정도 바로 사라졌습니다.
사랑은 비바람을 감당하지 못하는 물거품일 뿐입니다. 살짝 부딪치기만 해도 부서져 버립니다. 사랑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물거품처럼 깨져서 바로 실망하고 절망하며 심지어 자살까지 하게 됩니다. 이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티베트 지역 사람들도 사랑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사랑을 지나치게 찬미하지도, 삶의 유일한 목적으로 여기지도 않습니다. 반면 한족지역 사람들은 사랑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사실 그렇게 대단한 감정이 아닙니다. 낭만이라는 허울 좋은 포장지에 가려져 있을 뿐입니다. 이 포장지에 사람들은 쉽게 현혹되고 미치기까지 합니다. 이 얇디얇은 허울이 벗겨지는 날, 그날이 되어서야 사람들은 고통 속에서 깨닫습니다. 사랑이 고작 이런 것이었다니.
아집을 버리는 지혜
많은 사람이 불교 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들어 본 인생의 모든 것은 고통이다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그렇다면 인생의 모든 고통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요?
인도의 샨띠데바보살은 "나에 대한 집착이 고통이 생기는 유일한 원인이다"라고 했습니다. 괴로움을 느낄 때 한번 잘 관찰해 보십시오. 심신의 고통이든 감정이나 업무로 인한 고통이든 상관없습니다. 고통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아십니까? 고통은 바로 나 자신, 즉 아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됩니다. 『수심칠요』에도 자신이 받는 모든 고통은 외부의 사람, 일, 사물이 아닌 아집에서 비롯된다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저는 출가하기 전 학교에 다닐 때는 이 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어렴풋하게 고통은 분명 마음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지요. 출가하고 나서야 고통은 마음뿐만이 아니라 아집 때문에 더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괴로움보다는 행복을 원합니다. 그러나 행복하게만 흘러가는 인생은 흔하지 않습니다.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자신의 처지나 다른 사람을 탓하기보다는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십시오. 고통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찾아낸다면 고통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집을 버리면 세상이 넓어진다
사람은 이처럼 하늘과 대지를 본받아 아我에 집착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끊어 내야 합니다. 사실 작게는 가정에서의 다툼에서부터 크게는 국가 간의 전쟁까지 모든 대소사는 아我 때문에 벌어집니다. 고대인이 발명한 한자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나를 의미하는 아我자에는 사람을 해하는 무기인 창 과 자가 들어 있습니다. 오직 아我에만 집착한다면 남을 창으로 찌를 수 있고, 자기를 창으로 찌를 수도 있습니다.
아집이 강한 사람은 마음의 도량도 좁아서 사소한 억울함도 견디지 못하고 툭하면 화를 냅니다. 옛말에 군자는 도량이 크고, 소인은 화가 크다고 했습니다. 사람의 도량이 큰지 화가 큰지는 이 사람이 아我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아我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은 세상 전부를 가진다 해도 끊임없이 불평합니다. 그러나 아我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따지는 일이 없습니다. 생활 여건이 나빠 가진 것이 침대 하나뿐이라고 해도 감사한 마음을 가집니다. 일본의 무소오 소세키 선사가 말한 것처럼 "눈 안에 티끌이 있으면 삼계도 좁게 느껴지지만, 마음속에 집착이 없으면 비좁은 침대 한 대도 넓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고통을 마주하는 법
교문을 들어서니 매우 친숙한 건물이 보였습니다. 이 양식은 우리 사원과 유사합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옥스퍼드의 건축 양식을 본뜬 것이라고 들었는데 산업혁명 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면서 개방적이고 너그러운 느낌이 듭니다.
불가에는 제법이 인연생하고 인연멸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즉 세상 모든 것이 인연에 따라 생기고 인연에 따라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속세에서는 이를 인연이 있으면 천 리 밖에서도 만난다고 표현하지요. 우리가 이곳에 모인 것도 절대 우연이 아닙니다. 불교를 흠모하는 여러분의 마음이 인연이 되어 오늘 여러분과 고통을 마주하는 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고통은 우리 모두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입니다. 저도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에 오늘 이 주제에 대해 많이 말하는 것이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불법에 흥미를 가지고, 오랫동안 뛰어난 선생님을 따라 배우고 수행하는 데 온 힘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측면에서는 개인의 체험을 간단히 이야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고통을 마주하는 법
요즘 사람들은 괴로울 때면 죽기 살기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십니다. 제가 아는 한 불자는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하겠다면서 마음이 번잡할 때마다 커피숍에 가서 담배 연기를 내뿜고, 아니면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근심을 해소한다고 하더군요. 그는 취하면 모든 근심을 잊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이런 식으로 하면 근심은 오히려 점점 늘어납니다. 정신이 들고 나면 여전히 현실을 직시해야 하거든요. 피하고 싶어도 피할 구석이 없습니다.
기분이 안 좋으면 방탕한 생활을 하거나 노래방에 가서 미친 듯 고함을 지르거나 아니면 밤새 카드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모두 일종의 현실 도피입니다. 괴로운 일을 종이에 적어 불태우면서 고통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행위입니다. 산에서 고함을 지르거나 벽에 머리를 박거나 살림살이를 산산조각 내는 등 화를 밖으로 분출해야 홀가분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살인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미국의 한 17세 소년은 부모를 살해한 후 시체를 방 안에 둔 채 페이스북으로 또래 수십 명을 집으로 초대해서 밤새도록 광란의 파티를 벌였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실연을 당했다는 이유로 자살하거나 헤어진 연인을 살해합니다. 연인을 찾지 못하면 연인 대신 닮은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보도에 의하면 한 대학생이 붉은색 옷을 입고 머리를 어깨까지 기른 여학생만 골라 살해했는데 헤어진 여자친구의 무정함에 대한 복수였다고 합니다.
이보다 조금 상태가 좋은 사람은 경치 좋은 곳을 두루 다니거나 지혜로운 사람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심리 상담을 받거나 격려와 위로를 주는 책을 읽습니다. 이런 방식은 진통제를 먹는 것처럼 일시적으로는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을 억누를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소법은 아닙니다. 문제를 근본에서부터 해결하고 싶다면 불교의 지혜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8가지 행복의 비결
당나라 측천무후가 지었다고 알려진 게송 하나를 소개합니다.
위 없는 부처님의 깊고 미묘한 법
백천만겁이 지나도록 만나기 어렵도다.
나 이제 듣고 보고 지니오니
바라건대 여래의 진실한 뜻 알게 하옵소서.
불법은 깊고 오묘하며 접하기가 매우 어려우니 기회가 왔을 때 깨닫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오늘은 말 그대로 흔히 접할 수 없는 논전 『수심팔훈』에서 다루는 행복의 비결에 관해 이야기할 것입니다.
『수심팔훈』은 800여 년 전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당시 티베트 불교는 랑다르마 왕 시절의 억불 정책으로 씨가 말라 있었습니다. 인도의 아티샤 존자는 티베트 불교의 부활을 위해 티베트 국왕의 요청에 망설임 없이 응했고, 티베트에서 불법을 중흥시켰습니다. 대승 정교는 이렇게 다시 티베트에서 찬란한 꽃을 피울 수 있었습니다. 『수심팔훈』의 저자는 바로 아티샤 존자의 제자인 랑리탕빠 존자입니다.
『수심팔훈』에 담긴 8가지 행복 비결
1. 나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한다 : 타인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마음은 여의주보다 존귀합니다. 이 마음을 항상 품어 모든 중생을 사랑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2. 나를 존중하듯 남을 존중한다 : 누구와 같이 있든 교만한 마음 없이 진실한 마음으로 항상 타인을 이롭게 할 수 있기를 원한다.
3. 번뇌는 싹이 틀 때 자른다 : 항상 마음을 살펴 번뇌와 망념이 일어나려고 할 때 그것이 나와 타인을 파멸시킬 것임을 유념하여 즉시 제거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4. 불쌍한 사람을 만나면 사랑스러운 점을 찾는다 : 과거에 지은 악업으로 고통받는 이를 만나면 진귀한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소중히 여기고 가련한 중생을 돕기를 원합니다.
5. 타인의 비방을 큰 은혜로 여긴다 : 누군가가 시기하여 나를 비방한다면 기꺼이 모든 손해와 실패를 내가 받고 그에게는 이익과 승리가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6. 원수를 나의 스승으로 여긴다 : 도움을 주었던 누군가에게 기대를 품었는데 오히려 그가 나를 해한다면 그를 나의 스승으로 여기기를 원합니다.
7. 평생 베푼 선행은 결국 나를 우한 것임을 명심한다 :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방법으로 모든 행복을 중생에게 돌리고 나는 묵묵히 타인의 고통을 받기를 원합니다.
8. 만법이 꿈과 환상임을 알아차린다 : 나의 모든 행동이 세상의 팔법에 오염되지 않게 하시고 만법의 본질은 공성이며 현상이 환몽임을 알아 집착과 속박에서 벗어나 해탈하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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