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오정환
ǻ
호이테북스
   
14000
2016�� 06��



■ 책 소개
동양 고전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설득법!
이제 고전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해법을 찾아라!

 

동양 고전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설득법. 저자는 사기, 전국책, 한비자 등 동양 고전을 통해 춘추 5패와 전국 7웅이 치열한 약육강식의 각축전을 벌이던 생생한 현장에서 설득이 한 개인과 조직, 국가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조명하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각각의 역사적 장면을 통해 설득의 원리, 사람의 마음을 얻고 움직이는 원리를 밝히고 있다.

 

■ 저자 오정환
미래경영연구원 원장으로 세일즈 기법, 영업 조직 관리, 리크루팅, 동기부여, 리더십, 자기계발 분야의 인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다. 저서로는 『영업, 질문으로 승부하라』, 『성공, 질문으로 승부하라』, 『세일즈 멘토링』, 『한 번 더 세일즈』, 『내 인생 최고의 버킷 리스트, 책쓰기다』, 『세일즈, 심리학에서 답을 찾다』와 시집으로 『앉은뱅이 아버지』, 번역서로 『하이 퍼포먼스 세일즈』가 있다.

 

■ 차례
들어가는 글

 

1장 ‥ 설득의 구조
1. 설득은 왜 필요한가?
2. 최선의 설득 방법은 무엇인가?
3. 제대로 설득하라
4. 설득의 기본 과정
소진의 설득법 | 장의의 설득법

 

2장 ‥ 신뢰부터 챙겨라
1. 설득의 기본, 신뢰
2. 신뢰를 얻는 방법
선심(善心) | 인정(認定) | 관용(寬容) | 신의(信義) | 겸손(謙遜) | 희생(犧牲) | 공감(共感)
3. 호기심과 관심 끌기
질문하기 | 예상을 빗겨나가기 | 칭찬하기

 

3장 ‥ 상대를 파악하라
1. 상대의 상황·문제·욕구·파악하기
상황과 문제 파악하기 | 욕구 파악하기
2. 질문과 관찰하기
질문하기 | 관찰하기

 

4장 ‥ 해결책을 제시하라
1. 위기와 해결책 그리고 이익
위기와 손해 | 위기와 손해를 강조하는 방법 | 해결책 | 이익과 혜택
2. 보여주기·유도하기·증거 제시하기·대안 준비하기
보여주기 | 유도하기 | 증거 제시하기 | 대안 준비하기

 

5장 ‥ 이야기하라
1. 설득의 도구, 이야기
구전되는 이야기 | 역사 자료 | 책, 신문, 잡지, 뉴스 등에 나오는 이야기 |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 | 자신의 체험 사례 | 장소와 사물에 얽힌 이야기 | 창의적인 이야기
2. 쇼를 하라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설득의 구조 

설득은 왜 필요한가?


먼저 역사 속 다음 이야기를 보자.


진나라가 제나라를 치려고 하였으나 제나라는 초나라와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상태였다. 제/초 군사동맹을 끊어버린다면 진나라는 제나라를 치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었다. 이제 진나라의 책사인 장의는 두 나라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초나라 왕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대왕께서 제나라와 관계를 끊으신다면 600리 땅을 초나라에 바치고, 진나라 공주를 대왕의 첩이 되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진나라와 초나라가 며느리를 맞이하고, 딸을 시집보내는 사이가 되면 길이 사돈의 나라가 될 것입니다."


초나라 왕은 크게 기뻐하며 이를 승낙하고 여러 신하들도 모두 축하하였다. 진진이라는 신하만이 제나라와 맺은 맹약을 깨뜨리면 초나라는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초나라 왕은 진진의 말을 듣지 않고 제나라와 맺은 군사동맹을 끊어버렸다. 초나라 왕은 장의에게 후한 선물을 주고 땅을 인수할 장군 하나를 딸려 보냈다.


그러나 장의는 진나라로 돌아가자 수레에 오를 때 잡는 줄을 거짓으로 놓치면서 수레에서 떨어진 척하였다. 그리고는 석 달 동안 왕궁에 나가지 않았다. 한편 초나라가 제나라를 배반하고 진나라에 붙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제나라 왕은 크게 노하여 진나라에게 화친을 청해 진나라와 제나라 사이에 국교가 맺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장의는 조정에 나가 초나라 사신에게 말했다.

"나에게는 봉읍 6리 땅이 있소, 이를 대왕의 좌우에 바쳐 주시오."

초나라 사신은 대답하였다

"신이 왕에게 받은 명령에는 땅 600리라고 하였을 뿐, 6리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사신이 돌아가 장의가 한 행위를 초나라 왕에게 보고하자, 왕은 크게 노하여 장군 굴개로 하여금 진나라를 치도록 하였다. 그러자 진나라와 제나라는 함께 초나라를 공격하여 8만 명의 목을 베고 굴개를 죽였으며 단양, 한중 땅을 빼앗아 버렸다.


이 이야기에서 장의의 감언이설에 초나라 왕은 완전 놀아났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설득이 아니라 기만이다.


과거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는 수많은 나라들이 합종과 연횡을 거듭하고 있었다. 어제 친구가 오늘 적이 되고, 어제 적이 오늘 친구가 되는 혼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권모, 술수, 기만이 난무하던 실절이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다투던 때이니 만큼 장의의 기만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한두번은 통할지 모르지만 지속적인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


설득이란 남을 속여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설득은 정당한 방법으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이익이 아니라 설득하는 사람이나 상대방 모두에게 이익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설득은 예로부터 정치 분야든 비즈니스 분야든 간에 유용한 기술로 인식되어 왔다. 설득할 수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더가 조직원을 설득할 수 없다면 인정을 받을 수 없다. 그리하여 동서양을 막론하고 설득에 관한 지식과 기술은 대대로 전승되어 왔다.


설득은 상대로 하여금 어떤 일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사기를 높여 준다. 또한 비전을 심어 주거나 격려와 영감을 주기도 한다. 상대방을 설득할 때는 일대일로 마주 앉아 차분히 할 경우도 있고, 적게는 몇 명에서부터 많게는 수백, 수천 명을 상대로 연설할 경우도 있다. 또한 글이나 방송을 매개로 할 때는 수만, 수십만, 수천만 명을 설득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세일즈맨은 고객을, 부모는 자녀를 설득할 수 있고, 광고는 소비자를, 성직자는 신도들을 설득할 수 있다. 


최선의 설득 방법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설득을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상대방이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법이 최고의 설득법이다. 여불위가 지은 『여씨춘추』를 보면 이러한 방법이 나온다.


위나라 문후가 잔치를 베풀어 술을 마시다가 모든 대부로 하여금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어떤 이는 어질다고 했고, 어떤 이는 의롭다고 했으며, 또 어떤 이는 지혜롭다고 했다. 그러다가 임좌 차례에 이르자 그가 말했다.


"어리석은 군주십니다. 중산국을 쳐서 얻은 땅에 동생을 봉하지 않고 아들을 봉하셨으니 어리석은 군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후가 매우 불쾌하게 여긴 것이 얼굴빛에 그대로 드러나자 임좌는 종종걸음으로 물러나 나갔다. 다시 차례가 돌아 적황에게 이르자 그가 말했다.


"현명한 군주십니다. 제가 듣기로는 군주가 현명하면 그 신하의 말도 정직하다고 합니다. 임좌의 말이 이렇듯 정직하니 현명한 군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문후가 기뻐하며 말하기를, "임좌를 돌아오게 할 수 있겠소?" 하니 적황이 대답했다.


"어찌 안 될 일이겠습니까? 제가 듣기로 충신은 충성을 다하고도 감히 죽는 것을 멀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적황이 가서 보니 임좌가 문밖에 있으므로 그를 불러들였다. 임좌가 들어가니 문후는 섬돌에서 내려와 그를 맞이한 후, 그가 죽을 때까지 높이 받들어 모시는 분으로 삼았다.


문후는 적황이 없었더라면 자칫 충신을 잃을 뻔했다. 위로 군주의 마음을 잘 헤아릴 뿐만 아니라 현명한 신하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사람은 오직 적황뿐이었다.


위 문후는 전국시대 위나라의 개국군주로, 정치와 군사 등의 개혁을 단행하였으며, 특히 각 분야에 인재를 고루 등용하여 나라의 기반을 튼튼히 했다. 위의 이야기로 보았을 때, 임좌는 의로운 신하임에는 틀림없으나 말주변은 없었던 것 같다. 그는 직설적으로 왕의 잘못을 지적하고 몰아붙였다. 사실 모든 신하들이 왕을 칭송하는데 혼자서 그렇게 하는 것은 목숨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사람한테 좋지 않은 지적을 받는 순간 불쾌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늘 좋은 말만 들었을 왕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위 문후도 불쾌하게 여긴 것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반면 적황이라는 신하는 지혜와 함께 말솜씨까지 갖추었던 듯하다. 그는 임금이 무슨 말을 듣기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임금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사실 이러한 말주변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성공적인 설득이란 당연히 상대방의 행동 변화를 목표로 한다. 상대방이 스스로 깨닫고 판단하여 행동 변화를 일으킨다면 그것이야 말로 최고의 설득이다. 설득이 성공하려면 적황처럼 설득하려는 사람의 지혜도 필요하고,  위 문후처럼 듣는 사람의 자세도 중요하다.



신뢰부터 챙겨라 

설득의 기본, 신뢰

신뢰는 설득의 바탕이이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믿을 만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그 사람의 평소 행동으로 가늠할 수 있다. 신뢰는 그 어떠한 말보다도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들어가는 글에서 언급한 『한비자』의 <세난> 편을 보자.


유세할 때에 힘써야 할 점은 상대방이 자랑스러워하는 점은 칭찬해주고, 부끄러워하는 부분은 감싸야 한다는 것이다. (중략) 유세의 대의는 상대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며, 말투도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 뒤에야 자신의 지혜와 말재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설득을 하려면 상대에게 신뢰를 얻으라는 말인데, 문제는 이러한 신뢰를 몇 마디 말로 단시간에 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신뢰는 사실 말이 아니라 행동과 관련이 있고, 오랜 시간 동안 상대에게 믿음을 주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 탕왕은 하나라를 멸하고 은나라를 세웠다. 이때 탕왕을 도와 은나라를 건국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이윤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그런 이윤이 탕왕을 만나고 싶었으나 구실이 없자 꾀를 내었다. 『사기』의 <은보기>편에는 이때 이윤이 발휘한 꾀를 이렇게 적고 있다.


이윤이 탕을 만나고자 하였으나 구실이 없자 유신씨의 혼수품인 잉신이 되어 세발솥과 도마를 메고 가서 음식 맛으로 탕에 유세하여 왕도정치를 실현하기에 이르렀다.


앞의 이야기만으로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으니, 설명을 덧붙여야 이해가 빠를 것이다. 유신씨는 동네 이름으로 탕의 아내 친정 부락이다. 또한 탕의 신하가 되는 이윤의 출신지이기도 하다. 잉신은 귀족들 혼례 때 혼수품으로 딸려 나가는 남자 노복을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세발솥과 도마는 요리 기구를 뜻한다.


탕왕과 혼인하여 왕비가 될 사람은 마침 이윤과 고향이 같은 여자였는데, 이윤은 탕왕을 만나기 위해 그녀의 혼수품으로 딸려 가는 요리사가 되었다. 그는 맛있는 음식으로 탕왕에게 접근하여 신뢰를 얻은 후에 요리 과정을 통치에 비유하는 설득을 하여 탕왕에 의해 등용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윤은 왕의 신뢰를 얻기 위해 오랜 기간 기다리고 엿보며 고민했을 것이다. 신뢰가 없으면 어떠한 좋은 말로도 설득하기 힘들다는 것을 이윤은 알았기 때문이다. 신뢰가 없으면 어떠한 좋은 말로도 설득하기 힘들다는 것을 이윤은 알았기 때문이다.


고인이 된 구본형 선생이 쓴 『사람에게서 구하라』에는 국무장관으로 취임한 직후 콜린 파웰이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콜린 파웰이 자신의 지인에게 보낸 펀지 가운데 일부다.


모두들 내가 국무부 조직의 판을 다시 짜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나는 이 사람들이 내 편이 되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그들이 나의 리더십을 믿을 때까지 재조직을 감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콜린 파웰은 변화를 시도할 때 듣고, 배우고,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데 엄청난 시간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만족을 주려고 하지는 않았다. 단지 기반을 조성하는 데 성실하다는 뜻이다. 때가 되면 그는 변화의 앞에 설 준비가 되어 있다. 중요한 점은 자신을 믿고 따르게 하기 위해 먼저 많은 투자를 하고, 그 신뢰를 기반으로 하여 변화를 도모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설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사기』에도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위인들의 모습이 많이 나온다. 먼저 조나라의 평원군을 보자.


평원군 조승은 조나라의 공자 중 하나로, 그중에서 가장 똑똑하였으며, 빈객을 좋아하여 그에게 찾아온 빈객이 수천 명에 이르렀다. 평원군은 조나라 혜문왕과 효성왕에 걸쳐 재상을 지냈다.


평원군의 저택 누각은 민가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있었는데, 그중 한 민가에는 절름발이가 살고 있었다. 그는 다리를 절면서도 손수 물을 길어다 먹었다. 어느 날 평원군의 애첩이 그 모습이 우습다고 깔깔거리며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자 이튿날 그 절름발이가 평원군의 저택으로 찾아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공자께서 선비들을 아주 잘 대접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또 선비들 역시 천 리를 멀다 여기지 않고 공자를 찾아오는 것은, 공자께서 선비들을 소중히 여기고 첩을 하찮게 여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공자의 첩은 제가 다리를 절뚝거리고 곱사등인 것을 보고 비웃었습니다. 그러니 저를 비웃은 애첩의 목을 베어 주십시오,"


그러자 평원군은 웃으며 "알았소."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절름발이가 물러가자 평원군은 이렇게 말하였다.


"이 녀석 좀 보게, 한 번 웃었다는 이유로 내 애첩을 죽이라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


평원군은 끝내 애첩을 죽이지 않았다. 그러자 그때부터 빈객들이 하나둘씩 떠나더니 일 년이 채 못 되어 절반이 줄어들고 말았다. 평원군은 그 까닭을 몰라 "내가 여러분을 대우하는 데 조금도 소홀함이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떠나는 식객이 이렇게 많으니 어찌된 일이오?" 하고 빈객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문인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지난번 절름발이를 비웃은 첩을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공자께서는 여색을 좋아하고 선비쯤은 하찮게 여기는 분으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이에 모두들 떠나는 것입니다."


그제야 평원군은 절름발이를 비웃던 애첩의 목을 베어 들고 몸소 그를 찾아가 사과하였다.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자 다시 빈객들이 모여들었다.


신뢰는 영향력과 관련이 있다. 신뢰를 잃으면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왕의 아들로 태어나 나라의 재상을 지낸 지체 높은 사람이 애첩의 목을 베어 들고 하찮은 절름발이를 찾아가서 사과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원군의 인물 됨됨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오히려 건방지다며 절름발이의 목을 베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원군은 이렇게 겸손해짐으로써 사람들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중국의 전국시대 조나라 군대가 정평전투에서 진나라의 백기장군에 의해 40만 명이 생매장당한 일이 있었다. 이 참담한 일 뒤에는 무능한 리더십의 소유자인 조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다음은 리더가 신뢰를 잃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조괄의 사례이다.


조괄은 소년 시절부터 병법을 배워 군사에 관한 이야기를 잘하였다. 천하의 병법가로서는 자기를 당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자부하였다. 일찍이 그의 아버지 조사와 병법을 토론하였을 때 아버지도 아들 조괄을 당해 내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조사는 아들을 칭찬하지 않았다. 조광의 어머니가 그 까닭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전쟁이란 목숨을 거는 것이오, 그런데 괄은 그것을 가볍게 말하고 있소, 조나라가 괄을 장군에 임명하는 일이 없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일 그 애가 장군이 되는 날이면 틀림없이 조나라 군대를 망치고 말 것이오."


이리하여 조괄의 어머니는 조괄이 출정하기에 앞서 왕에게 글을 올렸다. "조괄을 장군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왕이 그 이유를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처음 제가 그의 아비를 모셨을 때, 마침 그의 아비는 장군으로 있었습니다. 그의 아비는 직접 먹여 살리는 부하가 수십 명이나 되었고 친구는 수백 명에 이르렀습니다. 대왕이나 왕족들에게서 하사받은 물품은 모조리 군리와 사대부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또한 출정 명령은 받은 그날부터는 집안일을 먼저 돌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괄은 하루아침에 장군이 되어 높은 자리에 앉게 되었으나, 군리들 가운데 그를 우러러보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대왕께서 내리신 돈과 비단은 집에다 저장하고, 이익이 될 만한 땅이나 집을 둘러보았다가 사들였습니다. 대왕께서는 어찌 그 아비와 같을 것이라 생각하옵니까? 아비와 자식은 마음 쓰는 것부터가 다릅니다.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그 아이를 장군으로 보내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나 왕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어미는 더 이상 말을 말라. 나는 이미 결정을 하였노라."


그러자 조괄의 어머니는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께서 굳이 그 아이를 보내신다면, 그 애가 소임을 다하지 못하더라도 저를 자식의 죄에 연루시켜 벌을 내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왕은 이를 승낙하였다.


조괄은 장군으로 임명되자 군령을 모조리 뜯어고치고 군리들을 전부 교체하였다. 그 무렵 진나라 장군 백기가 기병을 보내어 거짓으로 달아나는 시늉을 해 보이고, 조나라 군대의 식량 보급로를 끊은 다음 조나라 군대를 둘로 갈라놓았다. 조나라 군사들은 이미 조괄에게서 마음이 떠나 있었고, 이렇게 40여 일이 지나자 조나나 군사들은 굶주리기 시작하였다.


조괄은 마침내 정예 부대를 앞세우고 그 자신도 백병전에 가담하였다. 진나라 군사는 조괄을 쏘아 죽였다. 조괄의 군대는 패하여 수십만 명이 진나라에 항복하였다. 진나라는 이렇게 항복한 조나라 군사들을 모조리 구덩이에 묻어 죽였다. 조나라는 이 싸움을 전후로 약 45만 명이나 되는 군사를 잃었다.


한 개인이 신뢰를 얻지 못하면 문제는 그 개인으로 끝난다. 하지만 리더는 다르다. 리더의 잘못은 곧 조직의 붕괴, 회사의 몰락, 나라의 패망으로 이어진다. 평원군이 절름발이를 비웃은 애첩을 죽이지 않자 빈객들이 하나둘 떠나더니 일 년이 채 못 되어 절반이 줄어들었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다.


그러나 조괄의 경우는 다르다. 조괄이 군사들에게서 신임을 얻지 못한 결과는 너무나 참혹하다. 무려 45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조괄과 그의 아버지 조사를 비교해 보면 그 원인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조괄의 아비인 조사는 장군이었을 때, 그가 직접 먹여 살리는 부하가 수십 명이나 되었고, 친구는 수백 명에 이르렀다. 대왕이나 왕족들에게서 하사받은 물품은 모조리 군리와 사대부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출정명령을 받은 그날부터는 집안일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 그러나 조괄은 부하들 가운데 그를 우러러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왕이 내린 돈과 비단은 집에다 쌓아 놓고 이익이 될 만한 땅이나 집을 매일 둘러보았다가 사들였다. 리더가 재물을 모아 부자가 되려는 데 관심이 많으니 어떻게 신뢰를 얻겠는가?


조괄과 콜린 파월을 비교해 보아도 확실히 대비된다. 콜린 파웰은 조직원들이 자신의 리더십을 믿을 때까지 조직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조괄은 장군으로 임명되자마자 군령을 모조리 뜯어고치고 군리들을 전격 교체하였다. 이러니 조나라 군사들은 마음이 떠났고, 당연히 조괄의 명령이나 말은 영향력을 잃었다. 리더가 신뢰를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조괄이 이 전투에서 패함에 따라 결국 수도 한단까지 포위당하면서 조나라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신뢰는 설득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아무리 설득의 구조를 활용하여 화려한 말을 쏟아낸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그 말을 믿지 않으면 공염불로 그치고 만다. 앞의 몇몇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신뢰는 하루아침에 말로써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뢰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신뢰를 얻는 방법

희생

자기 욕심만 챙기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조나라 장군 조괄이 장평 전투에서 패하며 군사 40만 명이 생매장당한 일을 기억할 것이다. 이 전투의 패인은 조괄이 자기 욕심 채우기에만 급급하여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조괄의 어머니가 한 말을 떠올려 보자.


대왕께서 내리신 돈과 비단은 집에다 저장하고, 이익이 될 만한 땅이나 집을 둘러보다가 사들였습니다.


자기희생을 모르는 조괄과 비교할 만한 인물로 한나라 장군 이광이 있다. 청렴하고 정직한 이광은 상을 받으면 그것을 부하들에게 나누어 주고, 음식도 사병들과 똑같이 취하였다. 이광은 죽을 때까지 40여 년에 걸쳐 녹이 2천 석이었는데도 집에는 남겨둔 재물이 없었으며, 재물에 대해 일체 말하는 일이 없었다. 군사를 인솔함 때 먹을 물과 물자가 결핍한 사막 한가운데 이르면 물을 보아도 군졸들이 다 마신 뒤가 아니면 먼저 먹는 법이 없었고, 군족들이 밥을 다 먹을 뒤에야 먹었다. 이렇게 관대하면서 엄격하지 않아 군졸들은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그의 명령에 복종하였다.


이처럼 자기희생이 없는 리더는 결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자기희생으로 신뢰를 쌓은 또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자.


조사는 본래 조나라의 조세를 맡은 관리였다. 그가 조사를 받아내는 데 한번은 평원군 집에서 조세를 바치려 하지 않았다. 이에 조사가 법에 따라 평원군 집안 관리자 9명을 사형에 처해 버리자, 화가 난 평원군은 그를 죽이려 하였다. 그러자 조사는 이렇게 평원군을 설득하였다.


"공자는 조나라 귀인입니다. 만일 공자 댁에서 나라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을 그대로 둔다면 국법을 침범하는 것이 됩니다. 국법이 침범당하면 나라는 약해지고 맙니다. 나라가 약해지면 제후들이 조나라를 엿보게 될 것이며, 만일 제후들이 군사로 압박하면 조나라는 망하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경우, 공자 혼자 부귀를 누릴 수 있겠습니까? 공자와 같이 존귀한 분이 국법에서 정한 대로 나라의 의무를 다하면 위아래가 공정해지고, 나라는 강해질 것이며, 나라가 강해지면 조나라의 기반은 더욱 튼튼해질 것입니다. 또한 공자께서는 가까운 왕족이시니 천하에 누가 감히 공자를 가볍게 대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평원군은 조사의 말에 감복하여 곧 왕에게 그를 천거하였다. 왕은 그를 등용하여 나라의 세금을 다스리게 하였다. 그때부터 조세는 매우 공평해졌고, 백성들은 부유해졌으며, 국고는 언제나 가득 차게 되었다.


진나라가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포위하자, 평원군은 초나라로 가서 구원병을 요청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원군이 채 도착하기도 전에 진나라가 재빨리 한단을 포위해 한단은 함락 직전의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평원군은 심히 걱정하였다. 이때 전사를 지키는 관리의 아들 이동이 평원군을 찾아왔다.


"공자께서는 조나라가 망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으십니까?"

평원군이 말하였다.

"무슨 말이냐? 조나라가 망하면 나는 포로가 될 것이다. 어떻게 걱정하지 않겠느냐?"

이동이 말하였다.

"한단 백성들은 이제 땔감이 없어서 죽은 사람 뼈로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자께서는 후궁 부인만도 백을 헤아릴 뿐 아니라 시녀와 하녀들까지도 비단 옷을 감고 찰밥과 고기를 배가 터지도록 먹고 있습니다. 백성들은 누더기도 제대로 걸치지 못하고 술지게미와 쌀겨도 배불리 먹지 못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또한 백성들은 무기마저 없어 나무를 깎아 창과 화살을 만들어 쓰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런데도 공자 댁에는 종과 경 같은 악기까지 전과 다름없이 지내고 계십니다. 진나라가 조나라를 이기게 되는 날 공자께서는 어떻게 그것들을 계속 소지할 수 있겠습니까? 조나라가 무시만 하다면 공자께서는 그런 것들이 없는 것을 걱정하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공자께서는 부인 이하 저택의 모든 사람을 병졸들과 함께 일을 시킬 것이며, 집안 모든 물자를 있는 대로 다 병사들에게 나누어 쓰도록 하십시오. 그렇게만 하신다면 병사들은 위급하고 고통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는 만큼 공자의 은혜에 더욱 감격할 것입니다."


평원군은 그의 말을 따랐다. 그 결과 결사대를 지원하는 용사 3천 명을 얻게 되었다. 이동은 그 3천 명과 함께 진나라 군대를 향해 돌진하였다. 진나라 군대는 이로 인해 30리나 후퇴하고 말았다. 그러자 때맞추어 초나라와 위나라 원병이 도착하여 진나라 군사는 포위를 풀고 가버렸고, 한단은 무사할 수 있었다.


이광, 평원군 공의휴의 사례는 리더가 자기희생이 없이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광이 자기를 희생함으로 군졸들은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명령에 복종하였고, 평원군이 자기를 희생하자 백성들은 부유해졌으며, 국고는 언제나 가득 차있었고, 공의휴 같은 사람이 정치를 하자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 일반 백성들과 이익을 놓고 다투는 일이 없고, 많은 녹봉을 받는 사람들이 사소한 것이라도 뇌물 받는 일이 없어진 것이다.


『논어』의 <옹야> 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은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먼저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도와주는 자기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어진 자는 자기가 입신하고자 할 때는 다른 사람을 세우며, 자기가 사리에 통달하고자 할 때는 다른 사람을 이루게 해준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