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1등의 경험과 생각을 직접 듣는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전략 참모로 노동당 정권의 실질적인 2인자였던 알래스테어 캠벨이 각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승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그들이 털어놓는 생생하고 진솔한 경험담들과 승리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 통찰력에, 3번 연속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블레어 시대를 열었던 저자 자신의 경험까지 녹여 운명도 이기는 승자의 조건을 밝혀냈다.
정상급 스포츠 스타와 일류 감독, 정치 지도자에서부터 글로벌 기업의 수장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승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지만, 그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볼 기회는 흔치 않았다. 그런 점에서 직접 만나보지 않고는 알 수 없었던 위대한 승자들의 경험담과 진심 어린 조언은 우리의 마음을 파고든다. 감탄이 절로 나오고, 반성도 하게 만든다. 물론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재미도 안겨준다.
이들도 처음부터 승자의 자리에 있던 건 아니다. 타고난 재능이 남들보다 뒤떨어지는 이들도 있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나 연이은 실패, 승리에 대한 압박감, 예상치 못한 위기와 좌절, 새로운 도전 등 극복하기 힘든 역경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그 자리에 올랐다. 그들은 승자의 자리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남다른 전략과 굳은 의지, 끈질긴 노력으로 쟁취하는 것임을 온몸으로 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략과 리더십, 팀십으로 자신만의 길을 구축한 방식이나 극단적인 수준의 강인한 마음가짐, 시각화, 혁신적인 대담함, 불운도 기회로 만드는 습관 등 그들만의 비결을 알려준다.
누구나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그 길이 쉬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승리의 청사진을 따라간다면, 당신이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지리라 확신한다.
■ 저자 알래스테어 캠벨
캠브리지대학교를 졸업한 후, 영국 미디어 기업인 미러그룹에서 기자로 근무했다. 일간지 「데일리 미러」 정치부장 출신으로, 1994년 홍보 비서로 토니 블레어와 인연을 맺었다. 1997년 총선을 진두지휘하며,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정권 창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총리실의 전략 및 홍보 수석으로 근무하면서, 각종 전략을 기획하고 주요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등 2003년 사임할 때까지 토니 블레어에 이어 노동당 정권의 실질적인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과 2005년 선거까지 3번 연속 승리하며 ‘블레어 시대’를 여는 데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 국내외를 오가며 강연과 컨설팅, 저술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혈액암 환자들을 위한 자선 모금 단체인 블러드와이즈 회장이자 [타임 투 체인지] 정신 건강 캠페인 홍보 대사로 있다. 저서로는 『블레어 시대』『행복한 우울증』 등이 있다.
정치계를 떠난 후 기업들과 일하며 승리를 갈망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정치계뿐만 아니라, 스포츠, 비즈니스 분야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며 그들의 경험과 통찰을 토대로 승자의 조건을 밝혀냈다.
■ 역자 정지현
충남대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에 거주하면서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남자는 나쁘다』『루이스 수아레스』『인생학교 일』『행복이란 무엇인가』『공간의 재발견』『종이의 역사』『오페라의 유령』 등 50여 권이 있다.
■ 차례
머리말
Part 1. 세상을 쟁취한 승자의 성공 비결 3가지
Chapter 1. 승자의 성공요소 1. 전략
Chapter 2. 승자의 성공요소 2. 리더십
Chapter 3. 승자의 성공요소 3. 팀십
Chapter 4. 탁월한 전략가. 주제 모리뉴
Chapter 5. 리더십의 화신. 안나 윈투어
Chapter 6. 진정한 팀 플레이어. 에디 라마
Part 2. 승패를 좌우하는 마음의 힘
Chapter 7. ‘올바른 마음가짐’ 없이는 재능도 무용지물이다
Chapter 8. ‘극단적인 사고방식’은 양날의 칼이다
Chapter 9.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시각화의 힘
Chapter 10. 강인한 정신력의 귀감. 플로이드 메이웨더
Part 3. 사람들과는 다른 나만의 길
Chapter 11. 대담함이 성공의 기회를 잡는다
Chapter 12. 혁신은 누구나 할 수 있다
Chapter 13. 데이터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Chapter 14. 데이터 지향적인 혁신가. F1팀과 나렌드라 모디
Part 4. 불운도 기회로 만드는 습관
Chapter 15. 누구에게나 위기는 찾아온다
Chapter 16.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Chapter 17. 승자를 만드는 문화도 중요하다
Chapter 18. 가장 영국적인 리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맺음말
위너스
세상을 쟁취한 승자의 성공 비결 3가지
승자의 성공요소 1. 전략
OST, 승리로 가는 첫 걸음
전략이란 과연 무엇인지 가장 쉽게 아는 방법은 세 가지 머리글자를 떠올리는 것이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이 넘게 내 책상에 자리한 글자이기도 하다.
OST - Objective 목표, Strategy 전략, Tactics 전술
목표와 전략, 전술은 성공의 핵심 열쇠이다. 분명한 목표가 없으면 승리를 정의할 수 없고, 분명한 전략이 없으면 이길 가능성이 없으며, 전술만 있으면 이길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목표가 가장 먼저인 이유는 매우 중요한 초기 단계이며, 어느 정도 쉽게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의 살아있는 전설 웨인 그레츠키가 "나는 퍽이 있었던 곳이 아니라, 퍽이 가는 곳을 향해 스케이트를 탑니다."라고 말했듯이, 목표는 당신이 가고자 하는 곳,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나타낸다. 또한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총리가 어느 고위직 공무원에게 한 말에 나오는 바로 그것이다. "나도 그것이 뭔지는 압니다. 그것 말고 방법을 말하세요."
하지만 원하는 목표가 반드시 승리와 동의어는 아니다. 목표를 무엇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일례로 성적 부진으로 위기에 처한 축구팀은 매 경기마다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하위 리그로 강등되지 않는 것을 시즌 목표로 삼을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최상의 팀은 자국 리그나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놓치면 패배한 것이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토니 풀리스 감독은 2014년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되었다. 전 시즌까지만 해도 최하위 수준이었던 팀을 중간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맨유는 훨씬 더 많은 경기에서 승리했음에도 패배했다.
반면 영국 석유업체 BP의 CEO였던 존 브라운 같은 기업리더들은 장기적인 관점을 견지한다. 그는 비즈니스에서 승리란 특정부문에서 지속적으로 남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물론 기업의 성공이 언제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평가되어온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도 인정한다.
브라운은 최근에는 이사회와 주주, 시민단체, 사원들 모두가 질문이 많고 여기저기에서 많은 정보를 취득한 소비자들도 항상 기업에 사기 당하고 있다고 느끼므로 좀 더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승리를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목표를 신중하게 정의해야 한다는 점은 개인에게도 해당한다. 나는 40대에 달리기를 시작해 2003년 런던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물론 1등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초보라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더라도, 그해 여성 신기록을 세운 영국의 폴라 래드클리프를 비롯해 세계적인 마라토너들이 대거 출전하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자신의 평소 기록과 동년배들의 평균 수준에 비추어 승리를 규정하고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었다. 육상 전문가들은 40대보다 50대에 가깝고 마라톤을 이제 막 시작한 나 같은 초보 마라토너는 4시간 이내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승리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4시간 완주가 나의 목표가 되었다. 나의 훈련 일정도 그 목표를 위해 짜여졌다. 3시간 53분 1초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승리했다는 사실에 날아갈 듯한 기쁨과 성취감을 느꼈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어떻게 목표를 정해야 할지 난감하게 느껴진다. 결국 자신에게 적합한 목표인지 판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맥박이 얼마나 고동치는지 확인하는 것일지 모른다. 승리를 강력하게 원할 만큼 야심찬 목표라야 한다. 또한 실패하면 정말로 분노가 치밀 만큼 간절한 목표라야 한다.
나는 성공한 사람들의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이 성공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이야기에 언제나 감명을 받는다. 브레일스포드는 "사실 성공하고 싶은 마음보다 실패하기 싫은 마음이 더 큽니다."라고 말했다. 호주 풋볼 스타이자 감독인 리 매튜스 역시 "성공하고 싶은 마음보다 실패하기 싫은 마음이 항상 자리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치 분야도 마찬가지다. 토니 블레어 캠프도 실패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선거 당일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목표에 강력한 야망을 달아주었다.
목표에서 전략으로
목표를 정한 후에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전략을 수립할 때 피해야 할 치명적인 실수가 하나 있다. 바로 전략과 전술의 혼동이다. 얼마 전 독일의 금융업체로부터 자문 요청을 받은 나는 이사회에 참석해 이사들에게 조직의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물어보았다. 결과는 끔찍했다. 이사들의 대답은 두 가지 모두에 대해 명료함이 부족했다.
일부는 목표와 전략의 차이를 알지 못했으며, 일부는 일개 전술에 불과한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지역 투어를 실시해 현지 은행들과의 관계를 재구축한다는 것이 그들이 제안한 전략 중 하나였다. 나는 지역 투어는 지역화란 전략을 위한 일개 전술일 뿐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들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이유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문제는 현실 파악에 있었다. 그들은 의사소통의 문제를 방패삼아 전략 부재라는 현실에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있었다. 이런 일들은 흔히 벌어지는 실수이자, 실패하는 조직이 보이는 전형적인 증상이다.
비즈니스 계획은 전략이 아니라, 전략을 실행하는 수단일 뿐이다. BP의 CEO였던 존 브라운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전략은 목표와 비즈니스 계획 사이에 있습니다. 성공에 대한 관점이 확실한 사람은 전략이 모든 것임을 알죠. 수립한 전략을 고수하며, 절대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 자신을 위해 전략을 세우지만, 뭔가를 전략이라고 부르는 데는 익숙하지 못하다. 다이어트를 살펴보자. 살을 빼고 싶어.라는 모호한 생각을 분명한 O와 S, 믿을 만한 T를 갖춘 작전으로 바꾸기란 어렵지 않다.
목표 : 10킬로그램 감량
전략 : 다이어트(적게 먹고, 많이 움직인다.)
전술 : 섭취 칼로리 기록하기, 운동하기, 냉장고에 사진 붙여놓기, 날씬한 나를 시각적으로 떠올리기,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 이용하기, 다른 다이어터들과 협동하기 등
이렇게 표현하다 보면 현재 계획하는 일에 진정한 목적의식이 주입된다. 문제는 이렇듯 생각을 명료하게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훌륭한 전략가들은 본능적으로 그렇게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요트 선수로 인정받는 벤 아이슬리는 OST를 매우 분명하게 자각한다. 대회에 참가하는 그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바람과 해류에 따라 어떻게 할지 정하는 것이다. "바람과 해류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심층 모델을 만든 후, 그에 따라 전략을 세웁니다. 이런 일이 생기면 이렇게 하고, 저런 일이 생기면 저렇게 한다고 미리 생각해두는 거죠."
그리고 아인슬리는 전략과 그에 따른 전술적인 요소를 분명하게 구분한다. 특히 경쟁 스포츠의 세계에서 전술은 경쟁자의 행동 등 경쟁과 관련 있다. "전략은 날씨와 환경에 대처하는 방식입니다만, 일단 경기에 나가면 모든 게 전술에 달려 있습니다. 단 전술적인 행동은 모두 전략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실 훌륭한 전략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 명료하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하며 외친 단 두 개의 단어가 그의 목표와 전략을 규정했다. 바로 생존과 단순화였다.
"단순함은 복잡한 것보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하게 되면, 산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단순화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상품과 기업 문화, 경영 시스템, 조직 구조 등 전반에 걸친 개혁이 필요했다. 물론 단순화는 그의 리더십 철학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초점과 단순함은 내 신조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단순함은 복잡한 것보다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만들려면 생각을 분명하게 해야 하기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노력은 결국엔 결실로 이어집니다. 일단 하게 되면, 산도 움직일 수 있게 되니까요."
수 년 만에 회사로 복귀한 잡스는 상품 종류가 너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40가지가 넘는 상품을 단 4가지로 줄였다. "단순함은 궁극의 세련됨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런 전략상의 단순함은 현대 산업의 가장 위대한 성공 스토리를 탄생시키는 결과로 귀결되었다. 즉, 기술보다는 심플한 디자인을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선회함으로써 위대한 혁신을 창출했다.
그런데 문제는 잡스가 했듯이 OST에 대한 명료한 생각을 쉽게 떠올릴 수 없다는 점이다. 잡스는 본질을 파고드는 데 탁월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질을 찾는 데 고전한다. 그렇다면 이를 깨달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잡스의 방식이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 즉, 내부를 분석해 잘못된 부분을 찾아 이를 해결할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특히 잡스가 복귀했을 때의 애플처럼 상황이 좋지 않다면, 본질을 파고들기가 한결 수월하다.
잉크로 생각하라
그런데 전략을 구상한다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거나, 말로만 하는 경우가 있다. 글로 표현하지 않는 전략은 전략이 아니다. 메릴린 먼로도 잉크로 생각하세요라고 했다. 말도 중요하지만, 말로만 하다 보면 전략의 중요성이 사라져버릴 수 있다.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신노동당 리더들은 전략을 반드시 글로 기술해 최대한 널리 전파하려고 노력했다.
애플의 R&D를 담당하는 첨단기술그룹 책임자인 샐리 그라이즈데일에 따르면, 무엇이든 글로 적는 것은 애플의 핵심 문화로 자리잡았다. "애플에서는 모든 것을 글로 적습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죠. 유동적인 요소가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워런 버핏의 연간 보고서 역시 전략에 대한 표현이다. 또한, 과거의 분석이자 미래로 가는 이정표이다. 리처드 브랜슨도 언제나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습관적으로 메모를 한다. 타인에게 대한 인상이나 타인의 견해 등을 적으며, 생각을 명료하게 정리한다. 진정 최고의 전략은 단 하나의 단어, 단 하나의 구절, 단 하나의 문단, 한 페이지, 책 한 권으로 표현된다.
전술을 전략으로 착각하지 마라
전술을 전략으로 착각하는 위험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했지만, 한 번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 훌륭한 전략은 원대하고, 대담하며, 일관성이 있다. 토니 블레어는 현대화를 원했다. 스티브 잡스는 단순함을 원했고, 클라이브 우드워드는 디테일에 주목함으로써 탁월함을 추구했다. 물론 모든 전략이 한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전략은 명료함이 도드라지는 법이다.
그런데 전술이 전략을 이기면 결과는 뒤죽박죽이 된다. 목표를 알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한 전략이 없다는 말과 같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시도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경영진의 행동과 태도에 끊임없는 의문을 던지는 기업은 전략적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팀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어라고 불평하는 스포츠팬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 대중이 전략을 감지할 수 없다면, 이는 리더십과 소통의 실패가 아니라 전략의 부재일 가능성이 높다. 경영전략의 대가인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마이클 포터는 말했다. "전략이 없는 기업은 무엇이든 시도하려고 합니다." 이 말은 기업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 적용할 수 있다.
단기적인 전술은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전술에만 집중하다 보면 기회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기회주의는 전략이 아니라 언제나 전술에 있다.
실행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전략과 전술이 아무리 훌륭해도 이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위대한 조직은 OST 단계에 따라 항상 역동적으로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도록 해야 한다.
일례로 신노동당은 그리드를 활용했다. 그리드는 일주일간 추진할 실행 계획을 한 페이지에 기술한 도표를 말한다. 하루 동안의 실행 계획이 한 열로 되어 있으며, 중요도에 따라 가장 중요한 항목이 맨 위에 오는 방식으로 기술한다.
물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각 행사를 적는 다이어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제대로 사용하면 전략의 핵심 추동 장치가 될 수 있다. 다우닝가에 있는 총리 관저에 처음 갔을 때 그와 비슷한 게 전혀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각 부서들은 개별 플레이를 하고 있었기에, 전반적으로 전략을 참고하고 싶어도 어림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보수당의 전략 부재를 유리하게 활용한 우리였기에 상황을 바로잡기로 했다. 전략을 위한 전술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려면 이에 적합한 사람들과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사람들과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말만 그럴 듯하게 하고는 제대로 시행하지 않을 때가 많다.
우리는 야당인 보수당으로부터 조직 아이디어를 얻어 정부에 적용했다. 실제로 그리드는 정부에 하나의 조직으로서의 응집성을 더해주었다. 상당한 저항도 있었지만 우리는 새로운 구조를 통해 전략적 소통을 실현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드를 통해 모든 것을 감독하고 전략적 우선순위와 맞도록 조정했다. 물론 그러다 보면 관련부서와 장관들 간에 충돌이 생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이 정확하게 맞아 들어가면서 이 방법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깨달음이 커져갔다.
사실 전략은 논쟁을 피하는 도피처가 아니라, 벌이기 위한 장소와 같다. 또한 전략은 행동이지 이론이 아니기에, 최고의 전략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유연하게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드와 함께 실행한 원칙 중 하나는 무한 신뢰를 위한 최대한의 개방성이었다.
산업스파이와 지적재산권 상실을 우려하는 기업들이 폐쇄적인 것도 이해는 된다. 어쩌면 비밀주의가 애플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수록 조직 전체에 이득이 된다. 일례로 잭 웰치에게 기업 성공의 비책은 기업 내의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에게 모두 동일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었다.
현재 그리드와 같은 시스템이 없는 곳은 거의 없다. 많은 기업들이 사용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당연한 일인 경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서 전략의 법칙이 또 하나 나온다. 그 어떤 일도 자동으로 실행될 거라고 지레짐작하지 말고, 일이 확실하게 처리되도록 해야 한다.
불운도 기회로 만드는 습관
누구에게나 위기는 찾아온다
빌 클린턴이 자초한 위기
내가 직접 겪은 다섯 가지 확실한 위기가 있다. 바로 911 테러 이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코소보 분쟁 개입, 2000년 시위, 2001년 구제역 파동이다. 전국적인 식량 부족 사태나 질병 확산, 정상화를 위한 군대의 개입, 이런 것이 바로 국가적인 위기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런 사건들을 살펴보는 대신, 수백만 명의 생명에 영향을 끼치는 위기와 전혀 거리가 먼 사소한 개인적인 문제에 불과했던 사건을 살펴보기로 하자.
빌 클린턴과 위기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사람이 모니카 르윈스키라는 여성 인턴을 떠올릴 것이다. 자신이 죽은 후에도 그러리라는 것을 빌 클린턴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처음에는 성적인 허물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클린턴은 예전에 바람을 피운 전력이 있었기에 적들이 냄새를 맡고 달려들었다.
공화당은 강력한 적을 제거할 기회라고 보았다. 클린턴 성추문의 특별검사로 이름을 날리게 된 케네스 스타는 넘치는 정치적 의욕과 끈기로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당시 클린턴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남자로 묘사되었지만, 르윈스키 사건이 일어나고 몇 년 후 런던 리츠 호텔에서 만났을 때 나에게 고백한 것처럼 자신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이지만, 소파에서 잡니다."
클린턴 사건은 위기의 핵심을 잘 드러내준다. 위기는 단순히 뭔가 잘못된 상황이 아니다. 문제는 언제나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비교적 쉽게 고칠 수 있다. 반면에 위기는 잘못된 상황이 아니라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불거지는 위협적인 사건을 의미한다.
클린턴의 르윈스키 성추문이 그러했다. 부부간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었음에도 빌 클린턴은 그 사건으로 백악관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쌓아온 명성도 무너졌으며, 국가 전체가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게다가 클린턴은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도 못했다. TV 연설에서 "저는 르윈스키 양과 성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한 것이 단적인 증거다.
사실 식량 부족이나 군사적 위기 등 국가적인 위기는 아닐지라도 클린턴의 위기도 개인적으론 심각한 위기이다. 이에 대처하는 방식 역시 다음과 같이 다른 위기들과 비슷하다.
위기 대처 목표 : 위기를 종식시키자! (더 강인해지는 것은 보너스)
위기 대처 전략 : 위기에 따라 다르다.
위기 대처 전술 : 전략에 따라 다르다.
1단계. 평상심과 집중력을 잃지 마라
빌 클린턴의 르윈스키 성추문이 위기의 본질을 드러내준다면 그의 전반적인 대처법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떠오르는 날이 있다. 1998년 10월 6일 케네스 스타의 보고서가 발표된 날이었다. 당시 빌 클린턴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케네스 스타가 발표하면 전 세계 뉴스 기관들이 그의 성생활에 대해 떠들어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힐러리가 사람들 앞에서는 미소를 짓다가 카메라가 없을 때는 곧바로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는 모습을 백악관에서 직접 목격했다.
그런데 그날 클린턴은 케네스 스타의 보고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토니 블레어와 전화 통화를 했다. 당시 나는 그 통화를 함께 청취했다. 당시 클린턴은 케네스 스타가 아니라 러시아 핵무기 해체에 관한 중요한 사안에만 집중했다. 토니가 전화 통화를 끝내면서 "오늘 행운을 빕니다."라고 했을 때 "두고 봐야죠."라고 대답한 것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나는 훗날 빌 클린턴에게 그 날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제 목표는 무척 간단했습니다. 생존이 목표였죠. 이를 위한 전략은 대통령인 제가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술은 제가 업무에 집중하고 있음을 미국인들이 알게 하는 것이었죠. 이것이 저를 지켜주었습니다."
그의 자서전이 발간된 후, 그를 인터뷰했을 때에도 역시 평상심을 유지하며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그에게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무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OST 법칙을 고수했다. 그것이 바로 승자의 사고방식이다. "제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었습니다. 국민들이 준 자리였고, 맹세까지 하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대통령이라는 게 좋았습니다. 대통령 자리야말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케네스 스타나 미디어에 대해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매일 대통령으로서 하는 일들은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제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일에 기운을 빼는 대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외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나요?"
"물론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알다시피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가족과 친구들, 참모, 내각 모두 자리를 지켜주었으니까요. 다들 저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의회는 탄핵을 진행할 예정이었죠. 그러다 미디어는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돌아왔지만, 당시에는 끔찍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 일을 하러 갔습니다. 저에게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매일 되뇌었습니다. 계속 속상해하며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일에 집중하는 것과 지금 이 시간이 삶의 지극히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며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죠."
정말로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능력은 클린턴이 르윈스키 사건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는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중상모략이 과하다는 사실도 알았고, 대중 역시 그 사실을 알 것이라고 믿었다. "정지척인 문제가 복잡하게 개입되어 있어 저로서는 오히려 싸우기가 쉬웠습니다. 저는 그저 매일 일어나 싸웠습니다." 덕분에 그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다.
"제가 케네스 스타나 사생활 등 사람들이 물어보는 질문에 답하느라 시간을 쏟는다면 TV에서 밤낮으로 그 이야기만 다룰 터였죠. 그러면 그런 질문에 답하는 데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해도, 사람들은 제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아예 그 일에 대해 말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를 공개적으로 방어하도록 하고, 저는 미디어를 상대로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국민들이 미디어에서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제 혐의에 대해 판단할 테지만,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할 일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처럼 평상심을 유지하며 OST에 분명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위기관리의 첫 번째 요소이다. 그런데 실제 위기 상황에서는 OST가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하면 공황상태에 빠져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사방으로 정신이 쏠리는 것이 본능이다. 할 일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리고, 상황을 해결하려고 무작정 나서기 쉽다. 그러다 보면 위기에 휩쓸려 헤맬 가능성이 높다.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는 방식은 주변의 잡음을 잠재우는 데도 효과가 있다. 어떤 위기든 많은 외부인들이 청하지도 않은 조언을 해주려고 안달한다. 그러나 거기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빌 클린턴도 이렇게 말했다.
"공인들은 일시적인 언론 보도가 현실을 규정하도록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외부의 강력한 목소리가 들어와 우리 삶을 좌지우지합니다. 이는 결국 긍정적인 자세를 무너뜨릴 수 있는 권리,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를 무너뜨릴 수 있는 권리, 공인으로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무너뜨릴 수 있는 권리를 제3자에게 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2단계.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뭔가 잘못되었을 때 자신의 잘못이 아니기를 바라거나 잠시 후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하지만 자신조차 속이고 싶은 이런 행위들은 모두 잘못되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머독 소유의 언론사 뉴스 인터내셔널이 유명 인사들의 휴대전화를 불법으로 해킹한 사건으로 위기를 맞이했던 머독 제국을 생각해보자. 머독은 개인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했다. 뉴스 인터내셔널도 위기가 저절로 해결되기를 바라며,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면 사태를 모면하려는 생각 대신, 먼저 진상 조사를 시작했을 것이다. 결국 외부에서 조사가 들어왔고, 머독 제국은 곤경에 처했다. 그동안의 명성에 금이 갔음은 물론이다.
이를 또 다른 미디어 스캔들과 비교해 보면 위기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기사 조작과 표절로 사직한 「뉴욕 타임스」기자 제이슨 블레어 사건이다. 사건이 밝혀지자마자 「뉴욕 타임스」 경영진은 직접 철저한 진상 조사에 나섰고, 기사로 다루기까지 했다. 그들은 문제가 있음을 알고 인정했다. 물론 이 일은 장기적으로 「뉴욕 타임스」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3단계. 남들에게도 솔직하게 대하라
앞에서 빌 클린턴이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로 맞이한 위기를 어떻게 이겨냈는지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엄청난 실수를 하나 저질렀다. 자신의 자리와 가정을 지키려는 지극히 본능적인 행동이었기에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는 불륜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고, 그 거짓말이 문제를 일으켰다. 그는 잠 못 이루던 어느 날 밤 아내 힐러리를 깨워 사실을 털어놓기로 결정했을 때가 그의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그는 힐러리가 이미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그를 버리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자신에게 쏟아진 온갖 비난에 맞서 싸울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나에게 말했다.
사태가 공개 청문회로까지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지만, 결국 모든 진실은 밝혀지게 되어 있다. 우리는 이 진리를 집권 초기에 깨달았다. 사건을 잘못 처리하는 바람에 위기로 번졌던 경우가 있었다. 바로 포뮬러 원의 버니 에클레스톤 회장이 노동당에 100만 파운드를 기부한 사건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이다. 기부 특혜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기에 나는 그런 상황이 되기 전에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토니도 처음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토니는 고든을 비롯한 사람들의 권고로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그 이후로 사건에 대한 진실은 조금씩 조금씩 고통스럽게 드러났다. 미디어의 끔찍한 보도와 정치적 공격이 이어진 후에야 광란 사태를 끝낼 수 있었다. 만약 우리가 먼저 주도적으로 나섰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위기에 처하면 차분하게 자세를 가다듬고 개방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 대중들은 정치에 냉소적이기는 하지만, 위기 상황에는 지도자들의 말을 귀담아 듣기 때문이다.
4단계. 필요하다면 신속하게 변화하라
위기는 예측 불가능하게 전개되므로 어떻게 해야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세르비아의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셰비치가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행한 인종 청소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나토가 개입한 일이 단적인 예다.
누군가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는지는 자명했다. 하지만 나토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집합체로서 모든 결정을 설명하고 합리화해야만 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국민들의 큰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반면 밀로셰비치는 사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하고 싶은 말을 퍼뜨릴 수 있었다.
일례로 밀로셰비치가 장악한 세르비아의 국영통신사가 나토와 초등학교에 네이팜탄을 투하했다는 거짓 주장을 퍼뜨리기도 했다. 또한 모든 분쟁에는 실수가 나오기 마련인데, 나토가 실수했을 때는 지나치게 가혹한 기준이 적용되었다. 그러다 나토가 난민 호송대를 세르비아 군대라고 착각해 폭격을 가한 사건이 벌어졌다. 위기를 맞아 팀십이 해체되는 전형적인 사례였다. 그 자체로도 암울한 상황이었는데, 정치적인 측면에서 10배는 더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려면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빌 클린턴과 토니 블레어, 나토 사무총장 하비에르 솔라나, 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 웨슬리 클라크의 후원 아래 중앙집중식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모든 가입국과 즉시 연결되는 24시간 운영체제의 미디어 작전실을 신설했다. 주요 국가 지도자들의 연설과 기자회견, 인터뷰는 시간이 겹치지 않되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했다. 나토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간에 매일 두 차례 화상회의도 했다. 이렇게 24시간 연결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갖추어지자 군대는 정치나 미디어에 신경 쓰지 않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었다.
이렇듯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이 잘못이라고 판단되면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대처 방식을 바꿀 줄 알아야 한다.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만 보내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을 수 있다.
5단계. 앞에 나설 용기가 필요하다
위기 상황이 되면 모두가 공황 상태에 빠져 숨을 생각만 한다. 그러다 보니 용감하게 앞으로 나서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하지만 단지 앞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기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개는 이런 일에 서투르다. BP의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건은 절대로 따라하면 안 되는 위기 대처법의 교과서 같은 사례다. 초 일류기업인 BP가 위기에 대처하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제대로 세웠는지에 대한 의문은 제쳐두고, 실제로 위기가 닥치자 BP는 거듭되는 실언과 실수로 휘청거렸다.
당시 CEO는 토니 헤이워드였는데, 전임자인 존 브라운은 이 사건에 대해 매우 명료하게 평가했다. "변호사들이 해결을 방해하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것은 사람의 얼굴인데도, 기업들은 비즈니스 언어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기야말로 휴머니티가 더 많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존 브라운도 2005년에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텍사스 시티에 있는 정유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15명이 숨지고 170명이 부상을 당했다.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 변호사들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실을 알리면 여기저기서 비난이 쇄도할 테니 언급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비극적인 상황일수록 변호사들을 내세우지 말고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6단계. 전방위적으로 대처하라
마지막으로 가장 힘든 과제가 하나 남아 있다. 위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계속 확산되며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문제가 불쑥 나타난다. 논리적으로 보자면 핵심적인 문제가 확대된 것에 불과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 공황 상태에 빠지기 쉽다.
예를 들어 화물차 기사들의 유가 인상 시위 때도 우리는 처음에 운송업계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신문들이 너도나도 석유 사제기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기 시작하자, 머지않아 말이 씨가 되었다. 운송업계 문제가 영국 전체 문제로 확산된 것이다. 방송에서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내보내 더 많은 이들이 사재기에 합류해 석유 재고량을 더욱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결국 이틀 후면 석유 재고가 바닥나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게 되자, 그제야 여론이 시위자들에게 등을 돌리며 위기가 종식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911 테러 사태에 대해선 위기 확산을 감안해 전방위적으로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 사실 그날의 대혼란과 불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전 세계 누구나 TV 뉴스로 쌍둥이 빌딩이 허물어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에 토니는 기존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런던으로 돌아가 회의를 소집했다. 장관과 경찰, 정보기관, 교통 기관 책임자들이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당시 아일랜드 항공사 에어링구스의 CEO였던 윌리 월시 또한 수많은 난관에 대처해야만 했다. "우선 우리 항공사에 사상자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그 다음에는 미국의 영공 폐쇄조치가 내려졌으니, 우리 비행기들의 위치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막 더블린을 출발한 한 대는 회항시킬 수 있었지만, 두 대는 이미 멀리 간 후여서 캐나다에 착륙할 장소를 찾아야 했죠. 하지만 공항들마다 비행기로 꽉 차 있었습니다. 적당한 착륙 장소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거기에 도착하기까지 연료가 충분한지도 걱정이었습니다. 정말 모든 것이 끔찍한 상황이었죠. 위기 대응 센터에 앉아있는데, 두 대 중 한 대의 연료가 떨어지고 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물론 무사히 도착했을 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죠. 그 다음은 재무적인 위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우리 항공사 매출의 50퍼센트는 대서양 횡단 노선에서 발생했는데, 그 매출이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심각한 위기로까지 발전했죠."
위기는 곧 기회다!
일반적으로 처음 위기가 발생한 직후에는 공황 상태에 빠져서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시도하고, 부수적인 문제가 계속 발생해 상황이 악화되기도 한다. 그러다 조금씩 상황이 개선되고, 최종적으로 해결이 되며 교훈을 얻는다.
아주 힘든 상황이 있으면 사태는 악화된 후에야 나아지기 시작한다는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꼭 기억해야만 하는 진리다. 문제 해결에 일관성을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잭 웰치도 "불이 가장 뜨거울 때는 불꽃이 차츰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위기에 직면한 사람들은 위기가 절대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빠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끔찍하게 느껴지는 상황이라도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언젠가는 위기가 끝나게 되어 있다. 또한 다음 위기에는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교훈을 얻게 된다.
윌리 윌시(전 영국항공 CEO)는 히드로 공항 사태를 겪은 경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실수를 통해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죠. 물론 일이 잘못되는 것을 누구도 원하지 않겠지만요. 어쨌든 T5는 지금 훌륭한 곳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실수를 잘 극복했으니까요. 덴버 공항의 경우 수화물 문제가 6개월이나 계속 되었습니다만, 우리는 지옥의 10일을 겪은 후 정상 가동되었습니다. 정말로 보기만큼 끔찍한 상황이었느냐고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스스로의 기대를 초월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자부심이 그대로 느껴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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