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

   
김원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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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스토리
   
13500
2015�� 06��



■ 책 소개


우리말 발음도 어려운 경상도 남자, 4개 외국어 정복에 나서다!


나이 50, 제2외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한 경상도 남자가 있다. 일본어를 필두로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까지 외국어를 배워야 할 절박한 이유나 미래 계획 같은 건 없다. 그러나 처음 일본어 학원에 등록한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 ‘외국어 공부의 달인’이 된 저자의 외국어 정복 비결을 들어본다.


저자가 강조하는 비법은 문법과 단어의 중요성이다. 문법과 단어라는 기초를 갖춘 다음에 기술적 측면을 배워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시간 활용법, 버릴 것은 버리는 지혜 등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비결을 자세히 안내한다.


■ 저자 김원곤
1978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하지정맥류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이며, 전문 의학 서적을 8권이나 저술한 학구파다.


한편으로 그는 ‘낭만적 낙천주의자’이기도 하다. 미니어처 술병수집가이자 대단한 영화광이며, 나이를 초월한 ‘몸짱 의사’로 유명한 것은 모두 ‘낭만’이라는 두 글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물론 그가 젊은 시절부터 추구해온 낭만은 현실도피적 일탈이 아니라 현재 생활과 조화를 이루는 건전한 일탈을 뜻한다. 2003년 나이 50이 되면서 현실적인 필요성이나 미래 계획과는 상관없이 일본어를 시작으로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에 차례로 도전해 2011~2012년 1년 안에 4개 외국어능력시험 고급 과정에 응시한 것도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는 데에 대한 아쉬움과 막연한 공허감’이 큰 몫을 했다.


『20대가 부러워하는 중년의 몸만들기』,『영화 속의 흉부외과』,『Dr. 미니어처의 아는 만큼 맛있는 술』등을 펴냈다.


■ 차례
프롤로그


Chapter 1. 너무 늦은 때란 없다_나이 50에 시작한 4개 외국어 공부
1. 모든 것은 우연히 시작됐다
2. 김 교수의 이중생활
3. 같은 한자권인데 중국어도 한번 배워볼까?
4. 프랑스 와인 상표 어떻게 읽지?
5. ‘사서 고생’의 방점 스페인어
6. 익명의 즐거움
7. 여대생의 조언


Chapter 2. 나의 한계를 시험하다_1년 안에 4개 외국어능력시험 합격하기
1. 버킷리스트
2. 첫 관문 중국어시험 HSK
3. 두 번째 관문 일본어시험 JLPT
4. 세 번째 관문 프랑스어시험 DELF
5. 마지막 관문 스페인어시험 DELE


Chapter 3.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_초라하기까지 한 나의 외국어 이력
1. 경상도 촌놈의 영어 울렁증
2. 하숙집 흑백 TV에서 흘러나오던 AFKN의 추억
3. 나의 지독한 발음 콤플렉스
4. 첫 해외연수의 충격


Chapter 4. 낙수가 바위를 뚫듯이_외국어 잘하는 비결
1. 비결 없이도 외국어 잘하는 비결이 뭡니까?
2. 외국어 공부의 원칙
3. 느린 것을 두려워 말고 서 있는 것을 두려워하라
4. 누가누가 더 끈질기나
5. 모르는 단어는 절대 들리지 않는다
6. 야속한 망각의 힘, 요령 있게 반복하라
7. 지름길에 현혹되지 마라
8. 시간이 없다고요?
9. 버릴 것은 버리는 지혜를


Chapter 5.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_나는 왜 시험의 굴레에 스스로 뛰어들었나
1. 시험 그 지긋지긋한 스트레스
2. 시험공부를 하다 눈이 뜨인 사연
3. 실전이 없으면 증명도 없다
4. 시험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5. 시험을 갖고 놀아라!


Chapter 6. 4語4色의 저마다 매력_내가 4개 국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1. 만만치 않은 일본어
2. 가까운 듯 먼 중국어
3. 한국인에게 유독 까다로운 프랑스어
4 낯설지만 친근한 스페인어
5. 포자미? 팔소 아미고? 거짓짝!


Chapter 7. 언어를 아니 문화가 보이네_외국어 공부의 소소한 재미들
1. 초다언어 구사자란?
2. 바벨탑의 저주
3. 언어의 천재들은 승승장구?
4.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에필로그
부록


 




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


너무 늦은 때란 없다 – 나이 50에 시작한 4개 외국어 공부

모든 것은 우연히 시작됐다

이제 나이 50인데 더 늙기 전에 외국어라도 하나 더 배워볼까. 2003년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영어 외에 새로운 외국어를 배워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나 미래의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찌 표현하면 순수하게 지적 호기심이 발현된 것이라고 멋있게 말할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당시 주 5일제가 확산되고 직장에서 직급이 올라감에 따라 조끔씩 여유 시간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 이유였을 것이다. 어쩌면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는 데에 대한 아쉬움과 막연한 공허감이 더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무슨 언어를 배울까

모처럼 뜻깊은(?) 결심을 하고 나자 다음 단계는 어떤 외국어를 배울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언뜻 떠오르는 것만 해도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러시아어 등 여러 언어가 있었다.


일단 프랑스어와 중국어는 접어두기로 했다. 프랑스어는 발음이 어렵기로 유명해 그렇잖아도 발음에 심각한 콤플렉스를 가진 나로서는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언어로 생각됐다. 중국어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부터 한자를 배운 세대라 접근이 한결 쉬울 것으로 생각됐지만, 문제는 역시 발음이었다. 그다음 떠오르는 언어가 독일어였다. 일단 고교 때 배운 경험이 있는 데다 독일어로 대학, 대학원 입학시험을 치른 전력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독일어는 아무래도 용도에 한계가 있었다. 스페인어와 러시아어는 배우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긴 했으나, 당시에는 너무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친근한 일본어

그렇게 따져가다 보니 결국 남게 된 것이 일본어였다. 옛날부터 일본어 문장을 우연히 접했을 때 적당한 한자 실력만 있으면 불과 몇 개의 일본어 조사만 알아도 웬만큼 문장 해독이 가능하단 걸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었다. 발음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어순을 비롯, 한국말과 유사점이 많다는 것도 무척 고무적이었다.


결국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나의 공부 대상은 일본어로 귀착됐다. 당시 나의 심정은 세월이 더 가기 전에 일본어를 한번 제대로 배워 보자!라는 목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같은 한자권인데 중국어도 한번 배워볼까?

일본어 공부를 위해 2년 가까이 학원 주말반에 다니다 보니 더는 들을 만한 강좌가 없었다. 그렇다고 주중에는 시간을 내기 어려워 고민이 깊어졌다. 그런데 문득 발상의 전환을 해보기로 했다. 일본어는 웬만큼 배웠으니 독학으로 실력을 유지하고, 그 대신 같은 한자문화권인 중국어에 도전해보기로 한 것이다.


프랑스 와인 상표 어떻게 읽지?

일본어, 중국어를 이미 배우고 있던 상태에서 2006년 나는 프랑스어를 새롭게 시작했다. 사실 프랑스어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 공부가 지금까지 이어지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나는 프랑스어 발음에 대해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서 고생의 방점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도 모자라 2007년 1월부터는 스페인어를 새로 배우기 시작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돈을 줘도 하지 않을 늙어 고생에 그야말로 방점을 찍는 일을 벌이고 만 것이다.


앞서 프랑스어를 배우게 된 동기도 소박했지만, 스페인어를 배우게 된 동기는 그보다 더 단순했다. 따지고 보면 스페인어를 배워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일상 업무는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장래에 스페인이나 중남미를 여행할 계획조차 없었다.


그런데도 스페인어를 배우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프랑스어 강좌를 함께 듣던 많은 학생들이 "스페인어는 한국 사람 입장에서 발음이 매우 쉽다."고 한 것이다. 또 프랑스어에 대한 기초 지식만 있으면 두 언어의 문법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추가로 배우기가 매우 쉽다고 했다. 그때는 마침 프랑스어에 대해 조금씩 자신감이 붙어갈 때라 은근히 귀가 솔깃해졌다. 마음속 한편으론 이런 치기 어린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 영어 이외에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를 이미 하고 있는데 여기에다 스페인어까지 할 수 있으면 정말 멋있을 거야."


여대생의 조언

우연을 필연으로

어느 날 휴식 시간에 가벼운 잡담을 나누던 중 여학생이 중국어능력시험인 HSK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중국어를 전공하는 학생 처지에선 HSK를 치르는 게 필수 과정이라는 설명이었다. 비록 시허믈 준비하고 그 결과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당락에 관계없이 시험을 치르는 과정은 그간 공부한 것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 말을 듣고 내가 "그렇다면 나도 한번 재미로라도 쳐봐야겠네." 하고 농담처럼 말하자 그 여학생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시험을 치러야 할 아무런 이유도, 특별한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이 나이에 새삼스럽게 무슨 시험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혹시 시험에 떨어져 괜한 망신이나 당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앞섰다.


그런데 그 후 며칠 동안 이상하게 시험에 대한 미련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오랜 공부에서 오는 단조로움에서 탈피하고자 내 나름대로 다양한 형식의 강좌를 들어보려 애쓰던 차에, 시험이라는 중간 목표가 있으면 공부 효율성을 확실히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니 열심히 준비해 시험을 치면 설령 떨어지더라도 그 자체가 오히려 즐거운 추억이 되지 않겠느냐는 묘한 심리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정해진 시한 내에 그 시험에 반드시 합격해야 하는 절박한 사정이 없는 만큼 시험 자체를 즐기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이렇게 일단 시험을 보기로 결심이 서자 그다음 시험 준비 과정은 오히려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생각해보면 2003년 우연한 기회에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 그것이 4개 외국어로 이어져 지금까지 꾸준히 계속되듯, 4개 외국어능력시험 도전도 어느 날 마치 바람이 옷깃에 스치듯 문득 나에게로 다가왔다. 모든 것은 우연히 시작됐다.



낙수가 바위를 뚫듯이 – 외국어 잘하는 비결

비결 없이도 외국어 잘하는 비결이 뭡니까?

50이 넘은 나이에 4개 외국어 공부에 도전한 나의 특이한 이력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 있다. "외국어 잘하는 비결이 뭔가요?" 묻는 사람들의 심정을 짐작 못하는 바는 아니나, 나로서는 참 난감한 질문이다.


비결(秘訣)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은 자기만의 뛰어난 방법이란 의미다. 첨예화한 경쟁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자기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유리할까. 그러다 보니 현대에 와서는 비결이나 비법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이 더욱 강해지는 것 같다.


작심삼일 신드롬

다이어트와 운동도 작심삼일이 많지만, 외국어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의욕에 넘쳐 도전하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만약 외국어 공부의 비결이 있다면,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어 공부에 있어 정말 비결이라는 것이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마치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동굴 속에서 무술 비결이 쓰여 있는 책을 발견한 뒤 이를 독파함으로써 사흘 만에 절정 고수가 되는 식의 비결은 있을 수가 없다. 모름지기 세상일의 상식적 얼개는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외국어 공부의 원칙

무슨 일을 하건 원칙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태권도의 품새나 복싱의 기본자세처럼 마치 초보자의 영역처럼 보이지만 절정의 고수일수록 기본 원칙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 경험에 근거해 누구나 지키면 좋을 외국어 학습의 원칙을 말해보겠다.


먼저 문법과 단어로 튼튼한 뼈대와 근육을 갖춘다. 어떤 운동이든 세부적인 기술을 익히기 전에 먼저 튼튼한 체력을 갖춰야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외국어 학습에서 뼈대는 문법, 근육은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약한 뼈대와 근육으로도 시작은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기는 어렵다.


문법과 단어라는 기본 체력을 갖춘 다음에는 이를 바탕으로 기술적인 측면을 배워나가야 한다. 야구에서 받고, 던지고, 치고, 달리는 기술이 필요하듯, 외국어 학습에도 네 가지 중요한 기법이 있다. 즉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사천왕이 그것이다.


그런데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능력은 각기 비슷한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서 비슷한 정도로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의 타고난 자질과 능력에 따라 그 속도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중간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속도 차이에 관계없이 열심히 공부를 지속해나가면 결국은 모든 분야에서 고르게 향상된 수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느린 것을 두려워 말고 서 있는 것을 두려워하라

2011년 3월 13일 HSK 6급 시험을 치르자마자 다음 시험인 JLPT를 준비했다. 그런데 4월 초에 접어들자 벌써 중국어에 대한 감각이 이전 같지 않다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맹렬한 공부 덕에 중국어 시험일에 임박해서는 당락 여부와 관계없이 실력만큼은 스스로 생각해도 웬만큼 수준에 오른 것으로 생각됐다. 그런데 불과 보름 만에 중국어 감각이 옅어지고 있다는 느낌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것도 중국어를 완전히 손에서 놓은 게 아니라, 일본어에 중점을 두면서도 감각 유지를 위해 하루 10분 이상은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더욱 곤혹스럽게 느껴졌다.


상황이 이럴진대 외국어 공부를 하다가 중간에 수개월 내지 심지어 1~2년씩 중단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그 결과는 너무도 자명하다.


천재성이나 재치, 전략 따위는 불필요

사실 외국어 공부를 할 때 토끼처럼 빨리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과 거북이처럼 꾸준히 자신이 정한 길을 가는 끈기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 최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우화 속의 거북이처럼 비록 순간순간의 성과가 미약하더라도 꾸준히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 결국 목표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외국어를 공부하다가 중단하게 되면 이솝우화의 토끼가 잠시 쉰 것보다 훨씬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토끼는 잠시 쉬더라도 다시 그 장소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출발하면 된다. 그렇지만 외국어 공부는 상황이 다르다. 공부를 중단하는 순간 그냥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야속한 망각의 힘에 의해 자기도 모르는 새 빠른 속도로 뒤로 떠밀려 가게 된다. 최악의 경우엔 아예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이렇게 되면 한때 외국어 공부를 했다는 희미한 추억만 남아 있을 뿐, 애써 이룬 결과물들은 그야말로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어학 공부의 승패는 천재적 논리력이나 반짝이는 재치가 필요 없다. 절묘한 전략이나 세밀한 작전 같은 것은 더더욱 필요하지 않다. 그냥 우직하게 미련스러울 정도로 계속하는 것만이 궁극적인 승리를 가져오는 비법의 알파요 오메가다.


버릴 것은 버리는 지혜를

4개 외국어를 하나의 큰 틀로 생각한다

4개 외국어를 새롭게 배우는 것은 누구나 짐작하듯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할 게 정말 많다. 영어만 놓고 봐도 그렇다. 영어 공부를 할 때 우선 생각나는 것만 해도 문법, 독해, 청취, 회화, 단어 등을 시간을 적절히 배분해 골고루 꾸준히 해아 한다. 그런데 이것을 다 실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느 하루는 청취 공부에 역점을 두고 그다음 날은 단어 공부, 또 다음 날은 문법 공부를 하는 식으로 공부를 하다 보면, 힘들고 힘들지 않고를 떠나 영어 공부에 그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마음이 움츠러들 때가 많다. 그리고 이런 부담감으로 자신감을 잃게 되면 결국 영어 공부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다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라는 영어와는 또 다른 새로운 언어 네 가지가 새삼스럽게 추가된다고 생각하면 우선 엄두가 나지 않아 정신적으로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괜한 정신적 위축을 피하고자 내가 취했던 심리적 방어책이 바로 4개의 외국어를 마치 하나의 외국어처럼 큰 틀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하면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라는 4개의 독립된 언어들이 아니고, 중일프스라고 불리는 가상의 외국어 하나를 새롭게 배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령 중국어 공부는 문법 공부, 일본어 공부는 독해 공부, 프랑스어 공부는 청취 공부, 스페인어 공부는 회화 공부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전체 공부량을 의식적으로 축소했다.


나는 이런 방법으로 놀라운 효과를 봤다. 방대해 보이던 4개 외국어 공부 영역이 일시에 줄어들면서 간명하게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복잡해 보이는 일이라도 단순하게 생각하도록 노력하면, 드넓은 숲 속을 헤매다가 어느 순간 숲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처럼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의 전체적인 모습을 한눈에 보게 되면 어렵게만 생각되던 일들이 갑자기 실현 가능한 일로 다가올 수 있다.


버릴 것은 버린다

외국어 공부의 최종 목표를 원어민처럼 말하는 것으로 두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부터 목표를 완벽하게 설정하면 그만큼 좌절과 포기의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운동을 좋아하는 데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 관리를 겸해 체육관에 규칙적으로 다니고 있다. 그런데 체육관에 처음 나오는 사람들 중에는 처음부터 지나칠 정도로 완벽한 준비를 하고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복장, 신발은 말할 것도 없고 호흡법 및 운동 자세, 운동 방법, 운동 시간 배분, 식이요법 등 어느 하나 빠뜨리지 않고 세세하게 따지면서 운동에 임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기 나름의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면 본인 스스로가 먼저 힘들어하면서 지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반면 시작할 때의 준비도 완벽하지 못하고 실제 운동 과정도 대충 허점이 있지만 오히려 꾸준히 운동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운동이 주는 좋은 효과를 누리면서 점차적으로 처음 부족했던 부분까지 차곡차곡 메워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어학 공부 역시 마찬가지다. 발음 문제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의 rr과 같은 발음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어렵기로 유명한 발음이다. 그런데 스페인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발음을 잘하면 좋겠지만, 이 발음을 제대로 못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즉, 스페인어를 배우는 초창기에는 이런 부분은 과감하게 버리고 다음으로 넘어간 뒤 훗날 어느 정도 공부가 자리 잡힌 다음에 그때 가서 보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란 말이다. 안 그러면 공부 초기에 괜한(?) 일에 많은 시간을 쏟게 되고 이 과정에서 공부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 나는 왜 시험의 굴레에 스스로 뛰어들었나

시험 그 지긋지긋한 스트레스

시험은 본질적으로 괴로운 것이다. 준비 과정 자체가 힘들 뿐 아니라 남에게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는다는 형식 자체가 즐거울 리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시험은 당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거나 비교에 의한 점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어, 이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크다.


그러니 누군들 시험을 좋아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지긋지긋한 시험에 대해 아무런 의무도 없으면서 자진해서 시험의 굴레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스펙 쌓기 위해서도 아니고, 자기 과시용도 아닌, 또 다른 이유에서다. 즉, 긴 목표를 향해 가는 노정에서 그때그때 중간 매듭을 짓는 기분으로 스스로 시험을 치르는 경우다. 바로 이 부분이 필자가 외국어 공부의 비법 중의 하나로 시험을 강조하는 이유다. 시험 그 자체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실전이 없으면 증명도 없다

주위의 인정과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누군가 터뜨려주길 기다리는 마음속 자기 자랑 풍선

흔히 우리들 마음속 깊이에는 터뜨려주기를 기다리는 자기 자랑의 풍선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마음의 풍선은 자기 자신이 터뜨려서는 절대 안 되고, 반드시 남이 터뜨려줘야 진정한 가치를 가진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바로 칭찬과 인정에 의해서라는 것이다.


칭찬의 또 다른 장점은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누구든 주위의 칭찬과 인정을 받으면 이를 계기로 일에 더욱 정진하게 된다. 시험도 마찬가지다. 만일 운이 따라 시험을 통해 주위의 인정을 받게 되면 향후 더욱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게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시험은 스스로의 상태를 냉정하게 평가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사실 공부를 해나가면서 자신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수시로 이뤄지지 않으면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과연 옳은 길인지 모르게 돼 나중에 가서 크게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의미에서라도 시험은 수험생을 괴롭히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수험생의 갈 길을 친절이 알려주는 좋은 조언자라고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험을 갖고 놀아라!

주도하느냐, 끌려가느냐

사실 세상 모든 일이 즐거우냐, 즐겁지 않으냐의 차이는 그 일에 끌려가느냐 아니면 스스로 그 일을 주도하느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시험도 이와 같다! 만일 기회가 된다면 나이와 환경에 관계없이 외국어능력시험 같은 것에 스스로 도전해보는 기회를 한번 가져보라. 입학이나 취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르는 시험과는 차원이 다른 보람이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보람이 공부의 효율을 놀라울 만큼 올려줄 것이다.


흔히 시럼의 굴레에서 벗어나 참된 인간을 만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만일 시험을 갖고 노는 기분으로 자신이 시험의 주인이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시험의 굴레를 벗어나 참된 삶의 길로 들어가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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