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소셜 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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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21
   
13000
2014�� 12��



■ 책 소개

소셜 이노베이션 영역을 탐구해 가는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 MYSC 대표의 현장 보고서!

 

비전과 리더십, 글로벌 시대의 핵심 역량 등을 주제로 후배 청년들의 역량 개발에 힘쓰고 있는 저자가, 전작인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2010)> 이후 5년 만에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아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청년 혁신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더듬으며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독자는 마치 현장 학습을 하듯이 이야기 속에 빠져든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의 인연에서부터 그에게 영감을 주고 멘토가 되어 준 세계의 리더들과의 만남까지 차세대 청년 리더를 위한 지침서이다. 2010년에 출간된 저자의 시리즈 첫 책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에서는 역량과 스토리를 키워드로 변화하는 세계와 달라지는 미래사회 리더의 모습을 생각했다면, 이 책에서는 본격적인 변화의 주체로서 소셜 이노베이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소셜 이노베이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이타적 자기개발서로, 소셜 이노베이터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간결한 개론서로, 소셜 이노베이션의 영역을 탐구해 가는 전문가의 생생한 현장 보고서로 역할을 할 것이다. 


■ 저자 김정태

휴먼벤처 캐피털리스트, 소셜 이노베이션 전략가, 디자인씽킹 전도사라는 명칭이 따라붙는 지은이는 사회문제와 사회양극화를 착한 비즈니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인큐베이팅·임팩트투자 전문기관 미스크(MYSC)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유엔본부 산하기관 유엔거버넌스센터에서의 경험,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프로젝트인 비영리기관 북스인터내셔널(Books International) 설립, 사회적 출판사 에딧더월드(Edit the World) 창업 등을 통한 영리와 비영리 융합과 더불어 사회적 디자인, 적정기술, 기업가정신 등의 전문 영역 복합의 사회혁신을 국내외에서 기획하고 실행해 가고 있다.  


고려대학교 사학과 및 동 국제대학원 국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영국 런던의 헐트국제경영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공부했으며, 델(Dell) 소셜이노베이션 펠로우로서 미국 보스턴에서 디자인씽킹과 사회혁신 연수 과정을 거쳤다.  


2014년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조사한 공익 분야 차세대 리더 2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고, 사단법인 소시얼엔터프라이즈네트워크(Social Enterprise Network) 상임이사로도 함께하고 있다. 현재 KOTRA, KOICA, 특허청,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의 공공부문, 공유가치 창츨(CSV)을 고민하는 대기업, 유엔개발계획 등 국제기구와 비영리기관 등에 경영 전략이자 사회혁신 전략으로 사회적기업과 소셜 비즈니스모델을 자문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공저)>, <최신 유엔 가이드북>, <청춘을 아껴봐>,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등이 있으며, 기획자로서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인간중심 공감 툴킷>, <지속가능한 미래예측 툴킷>, <메이크 스페이스: 창의와 협력을 이끄는 공간 디자인> 등을 출판했다. 

■ 차례

프롤로그 


PART1. 국제활동가로서의 첫걸음

불편함과 현실이 만나는 순간
소셜 이노베이터에게 필요한 전공은?
누구나 자신의 경계가 있다
내면의 비이성적인 소리를 들어라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라
큰 행동에 앞서 작은 행동을 반복하라  


PART2. 내가 바라본 세계

소셜 이노베이터는 지치지 않는다
일상에서 의미를 검색해주는 키워드를 만들어라
거버넌스 리더십을 구축하라
고객을 찾아 가치를 전달하라
권한과 권위를 벗어라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세워라
세 가지 질문에 답하라 


PART3. 사회적기업가정신을 찾아서

비즈니스를 탈학습하다
첫 창업에 도전하다
적정기술의 만남, 그리고 비즈니스의 깨달음
사회적기업가정신 유학을 떠나며
사회적기업가정신이란?
사회적경제의 중심지 런던에서 보낸 1년
사회혁신 국제무대에서 자신감을 갖다
배울 때 아낌없이 투자하자
최고의 경험, 프로젝트가젤을 시작하다
햇빛영화관 이야기의 시작
델소셜이노베이션 펠로우로 선발되다 


PART4. 인간중심의 시대: 소셜 이노베이션

직업으로서의 소셜 이노베이터
소셜 이노베이션은 왜 주목받는가?
소셜 이노베이션이 다가온다
소셜 이노베이션의 3가지 관점
소셜 이노베이션의 유형
소셜 이노베이션의 시작과 발전 단계 


PART5. 소셜 이노베이션으로 바뀌어 가는 세상

소셜 이노베이션과 디자인
소셜 이노베이션과 기술
소셜 이노베이션과 비즈니스
소셜 이노베이션과 국제개발
소셜 이노베이션과 금융 


PART6.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행동하라

밀레니얼 세대가 다가온다
누가 가장 글로벌한가?
글로벌 리더십의 오해를 풀어라
개인이 행동에 나설 때
글로벌 리더십의 세 가지 요소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행동하라 

에필로그

 




어떻게 하면 소셜 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소셜 이노베이터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인재상을 요구한다. 지금 이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 중 하나는 바로 사회혁신가로도 불리는 소셜 이노베이터이다.


우리 중 누가 소셜 이노베이터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음의 예를 생각해 보자.


* 평소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 거대한 문제 앞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 결과와 상관없이 문제해결 과정에서 열정과 창의력이 분출된다.

* 전례가 없고 사례가 없다는 현실에 막막함보다 도전의식을 느낀다.

* 혼자보다는 팀과 함께할 때 혁신 능력이 강화된다고 믿는다.


만약 당신이 소셜 이노베이터라면 위의 5개 항목 대부분이 자신을 설명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소셜 이노베이터는 특정 분야에 상관없이 자신이 직면하는 문제를 창의적이며 혁신적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 자체에 미쳐 있는 사람이다. ‘미쳐야 미친다’란 말처럼, 소셜 이노베이터는 직면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최대한의 지식, 사회적 자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문제에 미친 듯이 달려든다. 돈키호테가 이성적인 판단 없이 거대한 풍차를 향해 달려가듯, 소셜 이노베이터는 문제의 해결 가능성과 상관없이 문제 그 자체를 쫓아가는 원초적인 사냥꾼이자 유목민이다. 어느 때는 국제 개발의 빈곤 문제에 몰두했다가 난민이나 환경 분야를 접하면 다시 그 분야에 푹 빠져드는 모습은 소셜 이노베이터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성이다. 소셜 이노베이터는 특정 분야나 문제에 매몰되지 않는다. 이들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론과 영감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분야를 넘나드는 것을 즐긴다.


경험을 돌이켜보면 나 역시 소셜 이노베이터가 아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과연 어떤 분야가 나의 전문 분야일까?’라는 걱정이 들 만큼 나는 내 분야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무슨 분야인지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관심’ 분야 중에 내가 마지막으로 선택할 분야가 무엇인지 확신이 없었던 셈이다. 남들은 자신의 ‘분야’를 선택해 파고들어 갈 때, 나는 들에 나간 사냥꾼이 그날그날의 상황에 따라 토끼며 멧돼지를 사냥하듯 접하게 되는 이슈가 무엇이든지간에 여러 이슈를 섭렵해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서재의 책장에는 이러한 궤적을 증명하듯 다양한 분야의 세미나와 워크숍의 자료집과 관련 서적이 가득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특정 분야가 아니라 어떤 분야의 문제든 그 문제를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해결해가는 과정 자체에 몰두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한순간에 ‘이것저것 참견하는 한량’에서 ‘이곳저곳 파고드는 소셜 이노베이터’로 정체성이 바뀐 것은 엄청난 계기였다. 예전에는 ‘왜 한 분야에 진득하게 파고들지 않으세요?’란 말에 왠지 모르게 불편한 마음이 들고 명확히 대답할 수 없었다면 이제는 답변할 관점이 생긴 것이다. 나는 한 우물을 파는 것보다 지하에 흐르는 수맥을 따라 찾아가는 것에 더 끌렸을 뿐이다.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이 찾아왔다. 나는 소셜 이노베이터였다.


나와 같이 그러한 정체성을 느낄 소셜 이노베이터 혹은 잠재적인 소셜 이노베이터를 격려하기 위해 나는 이 글을 쓰고자 한다. 내가 이 길로 들어서게 된 경로와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함께 나누고 싶었고, 소셜 이노베이터가 구사하는 전략이자 방법론 역시 꼭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비영리, 영리, 국제기구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느꼈던 경험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소셜 이노베이터로 등장하는 후배들에게 미약하나마 조언과 격려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또한 주변의 소셜 이노베이터를 보면서 뭔가 불편함을 느꼈던 분이 이 글을 통해 그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이 글의 목적은 분명 달성된 것이라 믿는다. 당신은 소셜 이노베이터인가?


소셜 이노베이터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국제활동가로서의 첫걸음

소셜 이노베이터에게 필요한 전공은?

지금도 종종 질문을 받는다. ‘소셜 이노베이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전공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중고등학생들이 있다. 일반 기업에 다니면서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서 무엇을 전공해야 할까요?’라고 보다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소셜 이노베이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학부나 대학원에서의 전공이 존재할까? 만약 있다면 무엇을 전공해야 할까?


사실 대학에서의 전공이 개개인의 전문 분야로 연결된 시기는 한국 역사에서 길게 잡아봐야 50년이 넘지 않을 것이다. 한국전쟁의 결과로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어야 할 때 ‘출신 전공’은 곧 해당 분야 전문가를 의미하는 확실한 증거로 여겨졌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는 경영학을 전공한다고 꼭 경영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처럼 학부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고 역사 이외의 일을 할 때 결격 사유가 되는 시대도 아니다. 전공 분야가 전문 분야로 꼭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공은 사회문제를 깨닫게 하는 길잡이

결론적으로 소셜 이노베이터에게 딱 어울리는 전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공학이든 법학이든 경제학이든 생물학이든 그 어떤 전공이라도 소셜 이노베이터로 성장하는 데 문제가 없다. 앞서 소셜 이노베이터가 ‘어떤 사회문제든 자신이 공감하는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해가는 과정 자체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을 떠올려보자. 이때 자신의 전공은 자신이 공감하는 특정 사회문제를 발견하는 일종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역사학의 길잡이든, 생명공학의 길잡이든 소셜 이노베이터는 이러한 길잡이의 도움을 받아 보다 보편적인 사회문제로 들어갈 용기를 얻는다. 일단 문제를 발견하고 용기를 얻으면 소셜 이노베이터는 더 이상 자신의 전공이나 전문 분야에 얽매이지 않는다. 소셜 이노베이터가 펼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경험과 성찰이 스스로에게 새로운 전공이 되기 때문이다. 여행자에게 여행이 익숙해질 때 가이드가 더 이상 필요 없듯이, 소셜 이노베이터에게 전공의 기능 역시 비슷하다.


광장과 길거리로 나가게 만드는 전공을 택하라

인문학을 전공한 내 경험을 나누어본다면, 인문학과 같은 ‘인간중심의 관점과 성찰’에 도움을 주는 전공은 우리에게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은 바로 ‘광장’이다. 역사상 가장 지혜로웠다는 솔로몬왕은 ‘잠언’이라는 전략서를 남겼다. 솔로몬은 잠언에서 “지혜가 길거리에서 부르며 광장에서 소리를 높이고, 시끄러운 길목에서 소리를 지르며 성문 어귀와 성중에서 그 소리를 발하여”라고 기록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길거리와 광장이라는 부분이다. 솔로몬은 흥미롭게도 지혜가 바로 길거리와 광장에 가득하다고 말한다. 길거리와 광장은 어떤 공간인가? 바로 사람이 모이고 떠들고 관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솔로몬의 성찰과 같이 ‘지혜’는 조용한 연구실이나 도서관보다 떠들썩한 광장과 길거리에서 발견될 확률이 높다. 다양한 지식과 사상이 연결되고 과거와 현재, 미래의 흐름이 섞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람이 경계되지 않는 곳에서 ‘지혜’가 나온다는 말이다.


사실 지혜의 어원은 ‘듣는 마음’이다. 광장과 길거리에서 이런저런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지혜가 시작된다. 소셜 이노베이터는 자신의 해결책을 먼저 만들어 이를 실행할 곳이 어디인지 기웃거리지 않는다. 오히려 광장과 길거리에서 누군가는 외면하고 무시하는 작은 이야기를 찾아나선다.


광장과 길거리에서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작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어떤 전공도 소셜 이노베이터에게 도움이 된다.



인간중심의 시대: 소셜 이노베이션

소셜 이노베이션은 왜 주목받는가?

<더 나은 세상을 여는 대안 경영>에서 독일 출신의 저명한 소셜 이노베이터 페터 슈피겔은 우리에게 보다 친숙한 소셜 이노베이션의 예를 제시한다. 그것은 복식부기,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국제기구, 소액대출, 주식회사, 국제형사재판소, 크라우드펀딩 등이다. ‘이런 것도 소셜 이노베이션이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미 우리의 삶에 일상용어가 된 개념이 예전에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거나,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개념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한때는 외면당했지만 결국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소셜 이노베이션은 과연 무엇일까?


“어떤 문제건 그 문제를 만들어낸 생각과 동일한 수준으로 접근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이 남긴 이와 같은 명언은 어떤 문제든 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고 체계와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어떤 문제에 대응할 때 사고 체계와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상태에서의 효과는 산책길의 가시를 제거하지 않고, 가시에 찔릴 때마다 소독약을 바르는 행동과 같다.


예를 들어 인종 학살이나 종교 탄압 같은 문제가 자국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유엔이나 비정부기구의 비판을 외면하는 폭정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당면한 위기 사항에 인도주의적 접근을 하는 것도 한 가지 해결책이지만, 진정한 해결책은 국제 정치계에서 불문율로 여겨지는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 불간섭이 항상 옳은 원칙이 아니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바로 2005년 유엔총회에서 결의된 보호책임원칙이다. 이는 특정 국가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인권 기준에 따라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유엔이 해당 국가를 대신해 나설 책임이 있다는 국제법상 소셜 이노베이션이다.


2011년 리비아에서 카다피 정부군의 학살이 진행될 때 무고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최초로 적용된 이래,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인 지지와 정당성을 확보한 바 있다. 국제형사재판소 역시 비슷한 경우이다. 오랫동안 형사재판은 국가 고유의 신성불가침 영역이었지만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등 인류의 재앙에 대한 책임을 확인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도입된 국제사회의 소셜 이노베이션이라 할 수 있다.


소셜 이노베이션은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해 표현하자면 ‘어떤 문제건 그 문제를 만들어낸 생각과 시스템을 변화시켜, 문제가 재현되지 못하도록 접근하는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소셜 이노베이션이 다가온다

사실 우리는 무엇이 인류에게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가, 더 중요하게 우리 각자가 기술 중심 이노베이션의 방향에 대해 명확한 선택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노베이션의 방향이 마치 그래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했듯이 세탁기가 인터넷보다 더 변혁적이었다는 의미에 대해 장하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술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님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노베이션 자체가 우리의 삶이 진화할 방향까지 보여주는 것이 아님에도, 이노베이션의 방향에 대해 인류의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이노베이션의 속도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속도가 방향을 결정하는 아이러니와 같은 특이점의 사례를 우리는 비단 기술 영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2008년은 전 세계 금융 분야에 도달한 세계적인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의 금융위기 분석 기사를 보면 ‘금융 전문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금융 파생상품’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표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0억의 가치를 가진 실물자산이 최신 금융공학을 통해 1000억의 금융 가치로 바뀐다든지, 한 지역의 부실채권이 어느새 지구촌 다른 곳에서 높은 이윤이 예상되는 인기 금융상품으로 둔갑한다든지. 우리는 금융 분야에 도래한 특이점의 영향으로 전 세계가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지 지금도 언론을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소셜 이노베이션은 방향과 상관없이 속도감 있게 질주하는 이노베이션이 명확한 방향, 즉 인간중심의 이노베이션으로 재편되는 모든 사회적 변화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 분야뿐 아니라 금융, 비즈니스, 교육, 디자인, 개발협력 등 모든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기술에서는 적정기술, 금융에서는 임팩트투자, 비즈니스에서는 사회적기업, 교육에서는 온라인 대중공개 강좌, 디자인에서는 사회적 디자인, 개발협력에서는 인권 기반 접근 등이 대표적인 각 분야의 인간중심 이노베이션, 즉 소셜 이노베이션을 지칭하는 변화들이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소셜 이노베이션은 해당 단어의 등장 시기와 상관없이 인류 역사에 깊숙이 내재되어 왔던 ‘오래된 미래’였다는 점이다. 아동 노동이 당연시되었던 산업혁명 시기에 영국의 사업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로버트 오웬은 아동 노동을 철폐하고 교육을 제공했으며, 최초의 협동조합 운동을 시작했다. 산업혁명 시기의 아동 중심, 직원 중심의 소셜 이노베이션인 셈이다. 우리의 역사에서 소셜 이노베이션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을까? 많은 전문가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를 소셜 이노베이션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훈민정음 서문을 보면 기득권층이 아닌 일반 백성의 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성 중심’으로 이루어진 언어의 이노베이션이 한글임을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역사를 돌아보면 소셜 이노베이션이라는 개념은 홍익인간과 같이 우리의 오랜 역사에서도 그 사상과 철학을 찾아볼 수 있다.


요약하자면 소셜 이노베이션이란 인간중심의 이노베이션이다. 소셜 이노베이션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속도가 비록 늦어지고 어떤 부분에 일정한 양보가 있더라도 기술이 원래 지향했던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하는 방향을 고수한다. 기술을 쫒아가기에 바쁜 사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사회가 고질적으로 경험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기대한다. 소셜 이노베이션은 사람을 중심으로 속도와 방향이 결정되는 이노베이션이다. 그리고 소셜 이노베이터는 그러한 이노베이션을 옹호함과 동시에 인간중심의 이노베이션이 시작되도록 사람과 공감하며, 사회의 필요를 탐색해 가는 가슴 벅찬 개개인이다.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행동하라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행동하라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가? 바로 우주비행사다. 우주선이 성공적으로 대기권을 벗어나고 안정된 우주궤도에 오르자 다양한 국적의 우주인은 저마다 창밖으로 보이는 지구를 바라보며 경탄해 마지않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조국이 어디 있는지를 찾아보려 애를 쓴다. 자신의 조국을 우주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일 것이다. 자신을 키워준 모국에 보답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고 자신을 국가의 영웅으로 여기고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길 기다리는 국민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에게 신기한 변화가 시작된다. 자신의 국가를 벗어나 옆에 있는 나라와 각자의 대륙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다. 우주선이 이제 더 궤도에 올라 지구를 하나로 조망할 수 있게 되자 이들은 비로소 지구를 하나로 인식하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우주비행사인 술탄 빈 살만 알사우드는 이런 변화를 이렇게 요약한 바 있다. “처음 하루이틀은 우리 모두 자신의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았다. 사나흘이 지나니 자신이 사는 대륙이 어디인지 찾아보게 되었다. 닷새가 되자 단 하나뿐인 지구를 보게 되었다.”


‘최초의 지구인’으로 불리는 벅민스터 풀러는 처음으로 지구인과 우주선 지구호라는 이름을 쓴 인물이다. 그는 평소 세 개의 시계를 차고 다녔다. 자신의 사무실의 시간, 현재 향하는 목적지의 시간, 잠시 머무는 지역의 시간을 알리는 시계였다. 그가 세계 시민의 실에 들어서게 된 데에는 개인적인 비극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건축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고 설상가상으로 어린 딸이 소아마비와 수막염으로 사망한 직후, 서른두 살의 그는 미시간 호수를 바라보면서 자살을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한 가지 희한한 깨달음이 다가왔다. ‘인간은 우주의 일부이다. 이제부터는 내 삶을 인류를 위해 써보자’라고 결심했다. 건축가, 발명가, 혁신가로서 인류의 근현대사에 혁혁한 족적을 남긴 그는 1963년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란 책에서 “우리는 모두 우주비행사다.”라고 결론짓는다.


또 다른 세계 시민을 만나보자. 인터내셔널 저스티스 미션 대표인 게리 하우겐은 미국 법무부의 촉망받는 젊은 리더였다. 그런 그가 1990년 르완다 학살을 조사하기 위해 UN조사팀을 이끌고 현장에 갔을 때 그는 그곳의 불의와 권력 남용에 큰 충격을 받고, 누군가는 해야 할 역할을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받아들인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인 그는 자신이 느끼는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했다. 그가 표현한 세계 시민으로서 아픔을 느낄 때는 언제였을까.


“먼 곳으로 팔려가 섹스 관광객과 외국인 소아성애자에게 강간과 학대를 당하는 수많은 캄보디아 여자아이들의 실상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볼 때, 첩보 수사의 일환으로 캄보디아 매음굴을 찾아가 낯선 사람과 성관계를 강요받는 5~10세 여자아이들을 소개받을 때,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동료 수사관들에게 닥치는 실해 위협, 고위 경관의 부패, 피해자들에 대한 미비한 후속 조치, 부패한 사법 체계를 볼 때.”


그는 세계적으로 고민하고 그리고 개인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앞에서 다룬 세계 시민과 같이 당신 역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세계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소셜 이노베이터에게 문제는 곧 행동에 필요한 에너지와도 같다.


하루에만 국내에 1,000여 건이 넘는 낙태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낙태 찬반 이슈와 상관없이 낙태 그 자체는 누구에게나 슬프고 아픈 경험이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고 또한 슬퍼해야 할 것은 우리가 느끼는 생각을 행동에 옮기지 못할 때 진행되는 ‘생각의 낙태’가 아닐까? 우리의 머릿속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한 소망과 아이디어가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미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누가 소셜 이노베이터인지 이제는 명확해졌을 것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가 여전하더라도, 자신을 넘어서는 세계의 문제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곧 소셜 이노베이터이다. 작은 물맷돌로 거인 골리앗에 맞섰던 소년 다윗처럼 자신이 가진 자원만으로도 먼저 위대한 시작의 작은 첫걸음을 떼는 그들이 곧 소셜 이노베이터이다. 그리고 생각은 전 세계를 휩쓸며 거대한 변화를 인식하지만, 행동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시작하는 그들이 바로 소셜 이노베이터이다.


어떻게 하면 소셜 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는가?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행동하라. 이것이 바로 누가 소셜 이노베이터가 될 자격이 있으며, 어떻게 하면 소셜 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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