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역자: 박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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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18000
2013�� 03��



■ 책 소개
『행복은 혼자 오지않는다』로 독일은 물론 국내에까지 ‘행복’ 열풍을 일으켰던 괴짜의사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의 신작. 의학박사인 동시에,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코미디언, 무대 공연가, 웃음트레이너,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하며 많은 이들에게 건강한 웃음과 일상의 행복을 선사해 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인간관계의 유일한 해법이자 고금을 통틀어 언제나 경이로움의 대상인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특유의 입담으로 ‘사랑’이라는 인간의 필연적 감정에 대한 솔직하고 유쾌한이야기들을 의학, 과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펼친다. 남녀 관계와 부부 관계, 연애와 섹스에 대한 거침없는유머 또한 여전히 건재하다. 이 책을 통해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또한 커플은 싱글을, 싱글은 커플을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음껏웃을 수 있다. 또한 무엇이 실연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정말로 도움이 되고, 어떻게 하면 부부 싸움을 더 잘할 수 있으며, 손잡고 떠난 여행에서다시 사이좋게 손잡고 돌아올 수 있는지도 배울 수 있다. 

■ 저자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Eckart vonHirschhausen)
196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 의학과 언론학을 공부했다. 대학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좀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방송출연과 무대공연을 시작했다. 의학박사, 코미디언,카바레티스트, 웃음트레이너, 강사, 베스트셀러 저자로 독일의 각종 매체와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유익하고 지적인 유머, 마음에 깊이남는 메시지, 수준 높고 건강한 웃음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TV 프로그램 ‘슈미트&포허’의 ‘히르슈하우젠 아카데미’ 코너 진행자로도 유명하며 병원과 직장, 공공장소에서 치료를위한 웃음을 지원하는 ‘치료를 돕는 유머 재단’ 활동도 겸하고 있다. 2009년까지 ‘행복을 가져오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전국순회공연을 했고50만 명 이상이 라이브로 관람했다. 그의 첫 책 『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는 독일에서 350만 부 이상 팔리며 2008년 독일 주요서점과 아마존 베스트 1위에 장기간 올랐으며, 2년 뒤 출간한 행복에세이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도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독일에서만 150만 부 이상이 팔렸고, 지금까지도 ‘행복’에 관한 부동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 역자 박규호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독일 에어랑엔-뉘른베르크 대학에서 독문학, 연극영화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우리들의발라카이』『슈뢰딩거의 고양이』『손이 지배하는 세상』『권력과 책임』『에리히 프롬과 현대성』『철학이라는 이름의 약국』『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인간』『심리학의 모든 것』『사랑, 그 혼란스러운』 등의 책을 번역하였다.

■ 차례
들어가며 

1. 사랑은 혼자 오지않는다 
무조건적 사랑의 조건 
노래와 그림자 
우리는 무엇을 찾는가? 
절대 실패하지 않는 섹스 팁
사랑의 증거카드와 싸움카드 
싸움의 기술 
싸우지 않으면 싸움은 성립되지 않는다 
결혼시장의 황금률 열 가지
긴장된 휴식 
당신은 너무 낭만적이지 않아! 
대화가 필요해 
리드미컬한 통계학 스토리 
2. 사랑 그 자체 
친구로 남는다는 것!
가장 아름다운 시절? 
나의 여행 타입은? 
가슴에 품은 박테리아 
부끄럼쟁이들을 위한 농구 경기 
‘마마’라는이름의 오해 
까마귀의 가르침 
내겐 너무 과분한 당신! 
미안해, 정말! 
이제는 내 자신과 결혼한다 
능동적참회의 노래 

3. 사랑은 배, 다리,엉덩이로 
물고기 밥 
당신이 미처 알지 못하는 가슴의 모든 것 
아름다움의 대가 
스팸, 정자, 은방울꽃
시간의 이빨 
신경생물학적으로 정확한 최초의 사랑노래 

4. 사랑은 지성과 관능 
귀에 대고 말해 봐! 
눈물샘 압박 
하나씩차례로 
따라 세어 봐! 
땀 예찬 
세상에, 정말이야? 
눈도 함께 읽는다 
오랜 관계의 찬가

5. 사랑은 먹고 마시기
영리한 사람은 천천히 마신다 
남자들의 섹스 = 여자들의 식사 
감자의 힘 vs. 의지의 힘 
비흡연자와비수영자에 관하여 
골치 아픈 만취 

6. 사랑은 디테일 
프로이트식 SMS 
너보다 내가 먼저였어! 
장거리관계 
여성과의 관계를 위한 남성용 매뉴얼 
문어 "파울"의 비밀 
꼭지 도는 수도꼭지 
‘전자(e)’면 다야?
휴대폰 위의 막대 
못 버텨 
한 번의 키스…… 

7. 사랑은 영원히 
얼마나 사랑스러운 울림인가! 
“누구나 다 불멸을 좋아하는건 아니다.” 
선물! 
건강 박사가 되는 법 
마지막 팁 
책을 마치며 
당신의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하려 하나요?
펭귄 이야기 

감사의 말 
사진협찬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1. 사랑은 혼자 오지 않는다

대화가 필요해

여자들은 확실히 남자들보다 말하는 걸 좋아합니다. 이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저는 이 점에서만큼은 예외적으로 과학의 편에 서지 않겠습니다. 얼마 전에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 전문저널로 꼽히는 「사이언스」지에 아주 희한한 논문이 한 편 실린 것을 보았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하루 동안 입 밖에 내는 단어들의 총량을 조사하기 위해 구술용 녹음기를 피실험자들의 목에 부착시켜서 측정한 실험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실험에서 남자와 여자는 평균적으로 거의 똑같이 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극도로 입이 무거운 여자나 수다쟁이 남자도 있고 또 그 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양자 사이에는 아무런 유의미한 차이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말 말도 안 되지 않습니까? 심리학 실험들은 대부분 우리가 이미 알고 있거나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다룹니다. 만약 그런 내용의 실험이 아니라면 그 실험이 어떤 조건에서 이루어졌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실험대상자들이 누군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미국의 대학 1학년 남학생들과 독일의 가정주부들을 비교하는 것은 생쥐와 인간 혹은 사과와 배를 비교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저는 일반적인 상태의 남자들과 실험대상이 된 남자들은 절대로 똑같이 놓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목에 녹음기를 달고 다니면 뭔가 얘기할 거리도 더 생길 테고, 그러면 제아무리 과묵한 남자라도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뭐야?"

"이거, 과학 실험 때문에 착용한 거야. 더 이상은 나도 말할 수 없어."

"그거 무슨 녹음기 같은데, 지금 우리 대화를 녹음하는 거야?"

"아니, 그냥 내 말만 녹음해."

"어떻게? 그 기계에 무슨 개별적인 언어 인식능력이라도 있는 거야? 그리고 그거 그냥 PC에서도 들을 수 있어? 아니면 Mac에서만 돼?"

"아니, 내가 알기로는 MP5 방식으로 녹음되고 있어. 하지만 네 PC는 MP4까지만 재생할 수 있을걸."

"와우, 끝내준다! 하지만 외부 클라이드 서버에 컨버팅하면 들을 수 있을 거야. 한번 해보자. 그 장치 어디 있어?"

"안 돼, 말할 수 없어."


남자들 대화는 늘 이런 식입니다. 당연히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을 내용이지만 아무튼 두 남자에게는 수천 마디 이상 지껄여댈 수다거리를 제공합니다. 일반적인 조건하에서는 한 마디도 오가지 않았을 이야기들인데 말이죠!


그래서 이런 물건들을 전자오락기라고도 부릅니다. 세계의 모든 남자들이 누구나 스스럼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오락 도구죠. 아무리 소통환경이 척박하더라도 네안데르탈인들의 동굴부터 현대의 전자상가까지 변함없이 통용되는 존경의 외침 "와우!" 하나면 진짜 더 이상의 대화가 필요 없으니까요. 상대가 메머드건 메가바이트건 상관없이 국제적으로 다 통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말하는 걸 좋아한다는 제 입장을 고수하겠습니다. 소아신경과에서 일할 때 발달과정에 있는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을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은 항상 먼저 말을 시작하고 나중에 그만 두더군요. 그리고 이 패턴은 자라면서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제 말을 도저히 못 믿겠다는 분은 어디 한 번 대답해 보세요. 세상 어디서든 여자 둘이서 함께 낚시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추가하겠습니다. 자기공명촬영을 통해 우리는 생각할 때 뇌의 어느 지점이 활성화되는지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만히 쉬고 있는 상태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보입니다. 여자들은 뇌피질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관찰됩니다. 뇌피질은 사고와 언어능력이 만들어지는 곳입니다. 남자들은 기저부에서만 약간의 활동이 감지됩니다. 일종의 대기상태에 있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여성들에게 간곡히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소파에 앉아 있는 남편에게 불쑥 "여보,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어?"라고 물었을 때 그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의미심장한 얼굴로 "아무 생각도 안 해!"라고 대답한다면, 제발 부탁 드립니다.


그 말을 믿어 주세요!


2. 사랑 그 자체

가장 아름다운 시절?

현대인에게는 지난 4만 년 동안 인류가 한 번도 가진 적이 없는 만큼의 많은 휴가와 여가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그것도 스트레스입니다. 바라는 휴식을 얻으려면 여행을 무사히 잘 치러야 하니까요.


많은 커플들에게 스트레스는 여행을 떠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됩니다. 첫 번째 위기는 장소를 물색하는 시점에 벌써 찾아옵니다.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멀리까지 가?" - "당신이 누군가와 이미 가본 곳에는 가고 싶지 않아!", "다른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건 어때?" - "그럼 나하고 단둘이는 재미없다는 거야?"


이혼하는 부부 3쌍 중 하나는 함께 휴가를 다녀온 뒤에 갈라섭니다. 그리고 휴가지에서 5쌍 중 하나는 관계에 심각한 금이 갈 정도로 격렬하게 다툽니다. 해변이나 바에 가서 유심히 살펴보면 여행 와서 새로 사귄 사람들보다 서로 싸운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부부 몇 쌍에게 신혼여행 때 갔던 곳에 다시 가보고 싶지 않은지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천만에 말씀"이라더군요. 혹시 다시 결혼하고 싶은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같은 사람과 다시 한 번"은 물을 필요도 없어 보였습니다. 살인범은 범죄 현장에 언제고 꼭 다시 나타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부들은 신혼여행지에 다시 가기를 꺼립니다. 왜 그럴까요? 여기에는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보호하고픈 욕구가 감추어져 있습니다. 반복은 유일무이한 가치를 훼손시킬 테니까요. 기억 속 장면은 그곳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보다 아름답기 마련입니다. 하물며 현재 그곳의 실상과는 아예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 오래전 일입니다. 그때는 상대방의 다른 점들이 모두 흥미로운 자극이었는데 지금은 상대방의 모든 점들이 나를 자극합니다. 이럴 땐 대화가 도움이 됩니다. 혹시 직행 항공과 논스톱 항공의 차이를 아십니까? 직행 항공은 중간에 잠시 착륙하여 쉬었다 가지만 논스톱 항공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비행합니다. 휴가 때 서로 사이좋게 대화하는 법을 여기에 빗대어 말하자면, 문제를 최대한 직행으로 터놓고 말하되 논스톱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그게 잘될까요? 전에 인터넷에서 여행심리학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과학적 상담치료 협회의 라인홀트 슈미츠-슈레츠마이어라는 사람이 쓴 글인데 "많은 커플들이 해변에서 흠잡을 데 없는 매끈한 몸매들을 구경하면서 오래전 이미 지나간 시절에 대한 부질없는 감상에 사로잡힌다"고 말하더군요.


해변에서 대체 왜 쓸데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린답니까? 한번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수도 있을 텐데요. 독일 커플의 경우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하루 평균 8분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차라리 그 몇 분도 없애고 그 시간에 침묵의 수도원 같은 곳에 틀어박혀 함께 묵언 수행을 하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커플들은 휴가 기간을 정신 수양에 할애하는 대신 테라스에 쪼그리고 앉아 커피나 홀짝거리며 시간을 보냅니다. 한 시간당 카푸치노 한 잔. 입술에 거품을 묻힌 채 아무 말 없이.


그럴 때는 차라리 진짜 문제가 있는 다른 커플을 함께 관찰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금방 다시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쉽게 의견 일치를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저 사람들처럼 심하지 않으니 얼마나 행복하냐고 말이죠.



3. 사랑은 배, 다리, 엉덩이로

아름다움의 대가

눈가의 주름은 섹시합니다! 스물다섯 살이 넘어서도 눈가에 주름 하나 없는 여자를 보면 저는 속으로 대체 무슨 크림을 바르는 거지?라고 묻는 게 아니라 이 여자는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하는 걸까?라고 묻게 됩니다.


현대의 여성들은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걸까요? 그들은 인류가 아는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인 보툴리눔톡신을 자기 이마와 볼에 마구 뿌리면서 마치 자신과 타인에게 무슨 호의라도 베풀고 있는 듯이 생각합니다. 부작용의 위험은 의사나 약사에게 문의해야 한다지만 이 경우는 심리학자를 찾아가는 게 더 나을 듯합니다. 말과 더불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은 바로 표정과 몸짓입니다. 또 우리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통해 우리 자신의 감정을 지각합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내면에서 얼굴을 마주 보며 오늘은 어때? 하고 묻습니다. 이때 입 가장자리가 위로 가볍게 올라가면 상태메시지는 기분 좋음입니다.


미국 과학자 데이비드 하바스 연구팀은 이마의 주름살 때문에 보톡스 시술을 받으려는 사람들 40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얼굴에서 감정을 읽어낼 때 여기에는 성별, 호감, 유사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이런 다른 요인들은 모두 배제하기 위해 실험에서는 피실험자들이 책을 읽을 때 얼마나 감정을 올바르게 읽어내는지를 테스트해 보기로 했습니다. 실험은 보톡스 시술 직전과 시술 후 14일이 지난 시점에 피실험자들에게 유쾌하거나, 슬프거나, 화가 나는 텍스트를 각각 읽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때 텍스트 내용이 이해되면 곧바로 단추를 누르도록 했습니다. 텍스트에 담긴 정서적 메시지를 올바르게 읽어 내기까지 누가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요? 유쾌한 내용을 읽을 때는 보톡스 시술 이전과 이후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슬프거나 분노가 치밀게 하는 글을 읽을 때는 보톡스 시술을 받고 난 사람들이 받기 전보다 내용을 이해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맛살을 찌푸리거나 양미간을 찡그리는 특유의 표정을 더 이상 지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텍스트에 표현된 감정들을 해독하고 거기에 동의하기 위한 도구, 즉 얼굴 건반이 없었던 겁니다.


언어는 순전히 추상적인 게 아닙니다.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몸의 안테나 역할이 필요합니다. 얼굴을 직접 대하지 않고 말할 때는 보톡스가 아니더라도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기 일쑤입니다.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도 목소리를 통해 글을 쓰는 의도나 마음 상태를 짐작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간혹 오해가 발생합니다. 요즘 자주 쓰는 ;-) 같은 이모티콘, 스마일 표시, LOL(Laugh Out Lou, 웃겨 죽겠다) 같은 약어들도 복잡한 이야기는 얼굴을 마주보며 하는 게 제일 좋다는 사실을 온전히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포커페이스가 협상에서 유리한 것은 그만큼 우리가 평소 생활에서 감정과 그 해석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겉에 드러난 얼굴의 배후를 들여다보고 싶어 합니다. 상대방의 것이나 우리 자신의 것 모두 말이죠. 하지만 얼굴이 너무 굳어 있거나 화장품 또는 장신구로 덕지덕지 덮여 있어 더 이상 표정을 알아차릴 수 없게 되면 우리 자신의 모습조차도 다시 알아보지 못합니다. 정말 아름답지 못한 일입니다. 부디 제 말에 미소 짓거나 이맛살을 찌푸리길 바랍니다. 아직 가능하다면 말입니다.


남이 하는 말을 누가 제대로 이해하는지는 얼굴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보톡스를 맞으면 처음 만났을 때는 한 5년은 젊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곧 IQ가 30 이상 떨어진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보톡스를 싫어하지 않는 남자들도 있습니다만, 저라면 조심하겠습니다.



4. 사랑은 지성과 관능

귀에 대고 말해 봐!

상대방에게 호감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자들은 대개 자기 자랑을 잔뜩 늘어놓으면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천만에 말씀이죠. 관심을 끌려면 먼저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정말로 관심을 갖는다면 더 좋고요. 그러니 관심 있게 질문을 던지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세요! 영리한 남자라면 여성의 가장 중요한 성감대가 두 귀 사이의 어느 지점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른쪽 귀와 왼쪽 귀에서 감성적인 메시지에 자극받는 정도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양쪽 뇌가 서로 다른 일을 한다는 건 이제는 초등학교 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막상 설명하려면 보기보다 꽤 복잡합니다. 일단 대략적으로만 말하자면, 왼쪽 뇌 반구는 말을 해석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문장이나 단어들과 더 가깝고 오른쪽 뇌 반구는 말에서 울리는 멜로디와 더 친숙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신경들은 머릿속에서 서로 교차하므로 오른쪽 귀로 들어온 자극은 왼쪽 뇌 반구에 더 강하게 전달됩니다.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과학적으로 볼 때 사랑의 말은 왼쪽 귀에다 속삭이는 게 더 좋습니다. 그래야 감성적인 오른쪽 뇌 반구에 더 확실히 안착할 테니까요. 그곳은 말의 내용보다 소리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단지 부드럽기만 한 목소리보다는 음악적 화음과 멜로디가 어우러진 목소리가 더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담배를 빌리고 싶으면 상대방의 오른쪽 귀에다 말을 걸어야 합니다. 부탁하는 소리는 말솜씨가 잘 먹히는 왼쪽 뇌 반구에 전달되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와 같은 관계를 다니엘 마르졸리와 루카 토마시는 이탈리아 나이트클럽의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대체 어떻게 서로 말을 나누는지 그 특유의 대화 방식을 연구하던 중에 발견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시끄러운 환경에서 웃고 떠들며 어울리는 3백 명에 가까운 클럽 방문객들을 관찰했는데, 이 사람들은 대화의 4분의 3가량을 듣는 이의 오른쪽 귀에다 대고 말했습니다. 이게 단순히 우연일까요?


그다음 두 사람은 미끼로 여성 한 명을 그곳에 투입했습니다. 이 여성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리며 160여 명의 클럽 방문객에게 접근하여 그들이 자신의 말을 좀 더 잘 알아듣고 싶을 때 어느 쪽 귀를 내미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러자 전체의 58퍼센트는 오른쪽 귀를 내밀었고 42퍼센트는 왼쪽 귀를 내밀었습니다. 여자들만 살펴보았을 때 오른쪽 귀를 내미는 비율이 훨씬 높았습니다.


세 번째로 두 연구자는 클럽 방문객들에게 의도적으로 담배를 요구하면서 다시 오른쪽 귀와 왼쪽 귀의 차이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오른쪽 귀에 대고 부탁했을 때 성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때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담뱃불인지, 아니면 마음의 불길인지는 좀 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두 연구자는 일상적인 행동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이 같은 양쪽 뇌 반구의 비대칭에 관한 연구가 거의 발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들의 성과를 무척 자랑스러워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남성을 미끼로 클럽에 들여보내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리며 여자들에게 접근하게 했다면 비대칭은 훨씬 더 뚜렷하게 나타났을 겁니다. 여자들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말 안 해도 알 테니까요.


맞습니다. 이런 식의 연구로는 여자들의 속 깊은 수수께끼를 풀어낼 수도 없고, 양쪽 귀의 세분화되고 차별화된 지각 능력을 올바로 평가할 수도 없습니다. 여자들은 귓전에 대고 외치는 고함조차 알아듣기 힘든 120데시벨이 넘는 디스코텍의 소음 속에서도 홀 반대편 구석에서 다른 여자 친구 둘이 나누는 대화를 한 마디도 빠짐없이 다 엿들을 수 있는 희한한 능력의 소유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대화를 나누는 친구들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게 말이죠.



5. 사랑은 먹고 마시기

감자의 힘 vs. 의지의 힘

인간에게 습관화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음식을 먹을 때 그렇습니다. 만날 똑같은 메뉴를 물리도록 먹다 보면 과식은 아예 불가능해집니다. 반대로 단조롭지 않은 식단은 먹는 즐거움을 불러내는 마법의 주문입니다. 손님을 초대할 때도 이런 이유에서 다양한 코스를 준비하게 됩니다. 요리는 각기 다른 성분의 맛, 온도로 먹는 이의 오감을 자극해야 하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성대한 만찬은 습관화에 대한 문명의 선전포고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그와 같은 식사에도 익숙해지고 맙니다. 심지어 랍스터 요리조차도 지루한 포만감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신경계의 학습곡선은 늘 처음 먹을 때의 맛을 가장 좋은 맛으로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힘겹게 산꼭대기에 오른 뒤에 마시는 첫 모금의 물이 서른세 번째로 마시는 물보다 훨씬 더 맛이 좋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자 칩에서 도무지 손을 뗄 수 없는 건 왜일까요? 감자 칩의 맛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그대로인데도 말입니다. 무심코 집어 먹다 보면 어느새 한 봉지를 다 비우고 맙니다. 예전에 포르투갈에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 세 들어 살던 집에서 간단한 점심으로 감자 칩을 주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봉지째 내놓은 게 아니고 접시에 담아서 내왔는데 식사로 그런 걸 먹는다는 게 당시엔 너무나 이상했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감자구이인데 말이죠. 아무튼 그렇게 접시에 담아서 내오니 훨씬 덜 먹게 되더군요. 혹시 다이어트 중이라면 한번 따라 해보시기 바랍니다. 감자 칩을 고급스러운 자기 접시에 담아서 하나씩 천천히 먹는 겁니다.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해서.


봉지에 든 감자 칩은 하나씩 먹지 않고 뭉텅뭉텅 집어 먹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칩이라는 단수보다 칩스라는 복수형이 일반적으로 사용됩니다. 한번은 영양학자들이 감자 칩 일부에 붉은 색 식용색소를 입힌 다음 피실험자들에게 먹게 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차곡차곡 포개어진 감자 칩 열 개마다 한 개씩 붉은색 식용색소를 칠해 아홉 개를 먹고 나면 열 번째는 붉은 색 감자 칩이 나오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피실험자들은 감자 칩을 평소의 절반밖에 먹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얼마나 먹는지를 의식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이 모두가 진짜 허기나 포만감과는 무관합니다. 우리는 내면의 공허함을 이런 먹거리로 달래려 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별로 좋지도 않은 지방으로 잔뜩 배를 채우고 나면 후회가 밀려오면서 마음은 더욱 울적해집니다. 몸이 진짜로 느끼는 포만감은 장이 음식물을 해독하여 각 성분을 혈액을 통해 뇌에 전달하고 나서야 비로소 찾아옵니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장에서 보낸 신호는 숟가락질을 제때에 멈추기에는 너무 늦게 뇌에 도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몸에서 보내는 허기 신호는 포만감 신호보다 훨씬 더 세분화되어 수시로 작동하는데, 이는 진화론적으로 볼 때도 의미가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무언가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게 중요했으니까요.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 반대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먹을 것을 감추는 일이 생존에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뇌의 신호를 가지고 우리 자신을 속이는 갖가지 새로운 방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먹을 게 부족할수록 식욕이 더욱 극성을 부린다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커다란 과자통에 비스킷이 가득 있을 때보다 두 개밖에 안 남았을 때 사람들은 더 맛있게 먹습니다. 똑같은 비스킷인데도 말이죠. 밤에 클럽에 가보면 이런 비스킷 이론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남은 최후의 2인이 되면 저절로 매력이 생길 거라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이론과 실제는 언제나 딜레마입니다.



6. 사랑은 디테일

휴대폰 위의 막대

기차 객실에 다정히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과 혼자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당신의 맞은편 좌석에 앉기를 원하나요? 사르트르는 휴대폰이 발명되기도 전에 이미 "타인은 나의 지옥"이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만약 사르트르가 휴대폰이 잘 안 터지는 기차 객실에 홀로 앉아 장시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면 그의 극작품 <닫힌 방>의 스토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그런 곳에서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니, 자기야, 잘 들려, 좀 전에 잠깐 수신이 안 됐던 것뿐이야.", "수신 표시 막대가 하나밖에 안 떠!" 따위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전송 기술상의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다른 승객들은 안중에도 없이 이렇게 소리 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더 크게 말해 봐. 안 들려!" 몇 초간 통화가 끊어지지 않는 순간을 곧 다시 통화가 끊길 거라고 말하느라고 다 써 버립니다. 그리고 좀 전까지 세 번이나 통화를 시도했는데도 제대로 말을 못했다면서 지금 기차를 타고 가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다른 사람이 큰 소리로 떠드는 통화는 왜 그토록 짜증을 불러일으킬까요? 코넬대학 연구팀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남들의 대화를 들으며 자기 일에 집중하는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대화 내용이 온전히 다 들릴 때보다 정확히 안 들려서 내용의 일부를 놓치게 될 때 집중이 더 안 되고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우리는 불완전한 대화를 들을 때 두 배로 더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곁에서 들을 때는 내용에 관심이 없으면 곧바로 신경을 꺼 버립니다. 그런데 대화의 절반만 들리면 자동적으로 나머지 반의 내용이 더 궁금해지면서 머릿속 추측으로 그 반을 채워 넣습니다. 그래서 정상적인 대화보다 반쪽짜리 대화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건성으로 듣지 못하고 저절로 귀를 쫑긋하게 되니까요. 게다가 기차 객실 같은 곳에서는 더욱 스위치를 끄기가 힘듭니다. 똑같은 이유로 자동차에서도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통화를 하면 위험합니다. 자동차 운전자는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의 대화까지 끼워 맞추게 되므로 주의가 두 배로 산만해집니다. 이런 현상은 오래전부터 교사들이 학생들을 조용히 시킬 때 써 오던 수법을 떠올리게 합니다. 학생들이 떠들수록 오히려 목소리를 더 작게 하는 겁니다. 학생들은 무언가 중요한 내용을 놓쳤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시 수업에 집중하게 됩니다.


저를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많던 공중전화는 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직도 어디에 있기는 한가요? 다시 곳곳에 설치하면 어떨까요? 전화기 없이 박스만 세워 놓으면 휴대폰 사용자들이 거기 들어가 문을 닫고 조용히 통화할 수도 있고, 남이 들을 염려도 없으니 좋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정말 중요한 통화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통화에 집중하기도 더 좋고, 한창 재미있게 대화하다가 옆 사람 눈치를 보며 "여기선 통화하기가 좀 곤란해"라든가 "나중에 설명해 줄게"라며 서둘러 끊어야 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요. 특히 기차에는 위급한 소통의 볼일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화장실 옆에 이런 전화박스를 만들어도 좋을 듯합니다. 그러면 옛날처럼 용건만 간단히!라는 스티커가 다시 등장할지도 모르겠군요. 



7. 사랑은 영원히

"누구나 다 불멸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당신이 죽는 날을 알고 싶은가요? 아니라고요? 그럼 더 읽지 마세요. 저는 그날이 언제일지 대략은 알고 있거든요.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날들보다 더 확률이 높은 날을 안다고 해야겠네요. 그리고 당신도 이미 그날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당신의 생일이니까요! 「전염병학 연보」(실제로 이런 이름의 잡지가 있습니다!) 최근호에 죽음은 생일을 선호한다!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1969년부터 2008년까지 스위스의 데이터 세트 수천 개를 분석한 내용이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자기 생일에 죽을 확률은 나머지 364일 중 어느 하루에 죽을 확률보다 무려 13.8퍼센트나 더 높았습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어떤 설명에 따르면 그것은 우리가 삶을 완전히 마감할 때까지 무언가를 향한 염원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덕에 몸이 극도로 쇠약해지고 죽음이 임박했을 때도 우리는 자기 몸에 최소한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막 축복의 말을 건네고 나서야 비로소 숨을 거두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어떤 만남이나 사건을 기다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나 경험을 우리는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망 시점을 어느 만큼까지 미루는 것은 특정한 질병에 한해서만 가능합니다. 당연히 직접적으로 사망을 초래하지는 않는 질병들입니다. 그리고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사망 시점을 미루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스위스의 통계학자들은 사인을 토대로 상당히 합리적인 인과관계를 밝혀냈습니다. 생일에 죽을 확률이 높은 이유는 남자들의 경우에는 생일이라고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신 탓에 넘어지거나 사고를 당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밖에 스트레스도 한 몫을 합니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은 특히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발생할 때가 많습니다. 일례로 일요일 오후의 커피타임 때보다 월요일 아침에 심근경색이 훨씬 더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알려진 사실입니다.


생일을 축하하러 온 모든 손님들을 잘 대접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혈압상승의 요인이 됩니다. 생일의 주인공이 이미 지병을 앓고 있기라도 하다면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죽음의 사자가 친히 나설 필요도 없이 친구와 친지들을 보내는 것으로 충분한 셈입니다. 반대로 찾아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혼자 쓸쓸히 술을 마시는 경우도 역시 사망 확률을 높입니다. 함께 마셔 줄 사람 하나 없다는 절망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정말 최악이고요. 말 그대로 birthday blues, 우울한 생일입니다.


사망 확률이 특히 높은 나이가 있을까요? 약물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천재 뮤지션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생일은 아니었지만 28번째 해를 다 채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자 언론에서는 즉각 27클럽에 대해 떠들어대기 시작했습니다. 27클럽은 브라이언 존스, 지미 헨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커트 코베인 등 미처 28세 생일을 맞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한 유명 뮤지션 그룹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정도면 진짜 우연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 프라이부르크의 한 연구팀이 이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영국 차트를 분석하고 1위에 오른 적이 있는 모든 뮤지션의 일생을 추적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27클럽은 신화일 뿐 통계적으로 입증할 만한 뭔가 두드러진 특징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마찬가지로 소위 마의 7년차도 근거 없는 소리일 뿐입니다. 실제로는 결혼 4년차에 헤어진 커플이 더 많습니다).


불멸성을 가장 쉽게 획득하는 방법은 창작활동의 전성기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겁니다. 다만 본인에게는 득 될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공동묘지에 가면 자신이 불멸이며 불가결의 존재라고 믿었던 망자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산 채로 매장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관 안쪽에 초인종을 달아 놓은 특수한 관들도 있었습니다. 실수로 사망진단을 받은 사람이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릴 수 있도록. 초인종이 실제로 몇 번이나 울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기자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은 있습니다. "당신의 무덤에 사람들이 무슨 말을 써주기를 바라십니까?" 저는 즉각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맙소사, 아직 살아 있어요!" 이것이 제가 진짜로 바라는 겁니다. 우디 앨런 식으로 말하자면 인류의 기억 속보다는 내 집 거실에 머무는 편이 훨씬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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