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꼭 다시 성공할 수 있다

   
남상진
ǻ
모루와정
   
12000
2013�� 02��



■ 책 소개
불황이다. 예전 IMF때보다 더한 지독하고도 지속적인 불황이라고 한다. 이런 때 많은 이들은 무의식중에 누군가 기댈 수 있는 이, 무조건 믿고 따를 수 있는 이가나타나 주길 바란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그러한 ‘키다리 아저씨’를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 저자 남상진
젊은 시절부터 인쇄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지독한 파산을 경험하고 건강까지잃었으나, 재기하여 현재 서강총업(주) 서강 출판사의 회장으로 재직. 우수한 출판 기획이 사장되지 않고 빛을 볼 수 있도록 북펀드도 운영하고있다. 2007년 인쇄 출판업에서의 공적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문화포장 수상. 

인쇄 출판 분야 외에도 최근에는 아내와 자신의 건강을 되찾은 경험을 살려, 강원도 영월에 우리나라 유일의 핀란드식통나무 마을인 ‘산이실 전원마을’을 건립하며 인생 제3막을 열어젖히고 있다. 

■ 차례
머리말 

1. 파산과 재기 - 재기에도 노하우가 있다
마이너스 인생의 결심 여행
고통스런 파산의 바닥 생활
바닥을 차고 오를 때 필요한 것
영업 성공의 두 가지 비결 
다시 솟구치면서 - 600만 불의사나이
사람노릇과 사람취급 - 재기의 마음가짐에 대하여 
제조업의 고질적인 불안 극복을 위한 두어 가지 방안 
또 한 번의 실패
수성(守成) 정신 - 두려움에 대하여 
함께 찾아보는 재기 아이템과 사업 노하우 

2. 닥터 하우스와 산이실 촌장 
대자연이 나와 아내의아픈 몸을 어루만지다
산속 영월, 500년 묵은 물푸레나무와 마르지 않는 샘이 있는 곳 
산이실 마을의 태동
내 나이 70에가진 꿈 - 문화재급 청정마을 건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핀란드 빌리지 
부실시공 같아야 100% 황토방
예상 못한 난관과촌장의 역할

3. 인생 한담, 사업단상
어린 목동, 전쟁을 겪다
청춘의 맛과 선전포고
건강, 재기의 기본 - 나의 신바람 양생법 
나의 가슴아픈 연인이자 고향, 인쇄·출판업
내 나라가 인정해 준 것 하나
세계적인 영웅도 부럽지 않게 살아가는법

맺음말
경운조월(耕雲釣月) - 구름을 헤쳐 달을낚다
부록 &>





당신은 꼭 다시 성공할 수 있다


1. 파산과 재기 - 재기에도 노하우가 있다

사람노릇과 사람취급 - 재기의 마음가짐에 대하여

눈물 젖은 빵이란

망하고 나면 좌절과 실패로 인한 분노의 감정 외에 다른 아무것도 좀처럼 생각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술 담배에 빠져들고 그게 길어지면 종국엔 노숙으로 가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과학자들이 사람 침의 독성에 관하여 실험을 했는데, 화가 나 있을 때의 침이 가장 독하다고 한다. 그 침을 동물들에게 투여하면 아주 치명적인 독이 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이나 명상가들은 수행하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감정으로 분노를 꼽는다. 맞는 말이다. 맞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바로 그렇기에 분노야말로 사람을 가만히 사그라지게 내버려 두지 않는 감정이기도 하다. 에너지를 새로 보태주진 못해도 지금 있는 에너지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도록 이를 악물게 한다.


밑바닥을 맛본 사람은 강하다. 평온한 일상만을 누렸던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내가 망해서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섰을 때 이런 소리가 들려온다고 생각해 보라.


"그 자식 망했대."

"그래, 사업 성공했다고 깝죽대는 거 눈꼴시었는데 이젠 완전 거지가 됐구먼. 흐흐흐……."


친구나 지인들의 이러한 말이 돌고돌아 귀에 들어온다. 그 비참함과 분노, 회한의 감정이란……. 당장에 쫓아가 주먹다짐을 해도 시원치 않지만, 그러나 그런 일에 신경 쓰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 시비할 시간에 돈을 벌어야 한다. 분노와 회한을 오기와 전투의지로 바꾸면 그렇게 할 수 있다.


기왕 자존심 상한 것, 이제 재기하려면 당분간 사람 노릇 못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예를 갖출 수가 없다. 지인들의 경조사에도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 설혹 가더라도 부조금은 아껴야 한다. 어떠한 무시를 당해도 감내하고 친구도 내게 도움 되지 않는 사람은 멀리해야 한다. 친구 관계란 어차피 처지와 수준이 비슷해야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건 부인 못할 현실이다.


지금 사람 취급 못 받는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사람 노릇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 가족을 위해서, 자식을 위해서!


다시 일어나기 위한 안간힘은 고통을 불러온다. 그러나 그 고통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눈물 젖은 빵은, 먹고 허기를 면하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다. 다시는 울지 않기 위해 먹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살을 씹듯, 그렇게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 각오의 양식이 눈물 젖은 빵이다.


소 잡아먹는 방법

구두 창갈이처럼 어쩌다 한번 있는 돌출적인 일은 사실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일상이다. 장을 볼 땐 재래시장에서 저녁에 봐야 한다. 아침엔 시작하는 마당이라 비싸다. 저녁 떨이를 노려야 한다.


카드를 없애야 한다. 카드의 편리성은 물론 인정하지만, 절약이라는 측면에서는 단점이 훨씬 많다. 안 사도 될 것까지 사게 된다. 그 카드란 건 말하자면 내가 앞으로 벌 돈으로, 미래의 수입으로 물건을 사게 하는 것이니 얼마나 불안하고 얄미운 것인가.


자, 말 나온 김에 미주알고주알 더 따져보자. 승용차 쓰는 사람은 그 트렁크부터 비워야 한다. 쓸데없는 걸 싣고 다니면 기름을 더 소비한다. 주유도 한 번에 가득해선 안 된다. 그 기름 자체의 무게 때문에 연비가 나빠진다. 내가 어디까지 얼마면 되겠다는 계산을 하고 딱 그것만 넣고 다녀야 한다.


절약과 분투의 결과 조금 형편이 나아졌다고 해서 긴장을 늦추어서도 안 된다. 가난과 실패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정도가 아니라, 이제 이만하면 부유하다는 생각이 들 때까진 절약과 근면의 생활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중국 속담에 국수 한 그릇을 팔기 위해 5리(2km)를 뛴다는 말이 있다. 또 중국 사람은 사과 한 상자를 100원에 샀으면 100원 그대로 본전에 판다고도 한다. 그럼 그런 장사 왜 할까? 그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가격 경쟁에서 일단 이기고 사과를 판 다음 그 빈 사과 상자를 팔아 이득을 취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중국 사람과 장사 경쟁을 벌이지 말라는 말도 나온 것이다. 노력과 성실 앞에 당할 자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가 너무 세밀한 데까지 고리타분하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고 느끼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인생은, 부의 로드맵은 대수롭지 않은 것들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소를 통째로 잡아먹는다고 할 때, 거대한 접시에 오른 그걸 어떻게 먹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한 번에 한 입씩 먹는 것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빌딩을 세우고 기업을 일굴 수는 없다.


요즘은 규모가 상당한 회사에서 신문도 끊는 판이다. 신문 한 부, 그거 사실 한 달 구독료가 얼마나 되나. 더구나 개인도 아닌 회사에서. 그게 다 일상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이러한 각오와 자기혁신 없이는 넘어진 수렁에서 몸을 일으키기는커녕 어떤 작은 일 하나도 이루어낼 수 없다. 담배? 그거 끊기 참 어렵다. 골초가 안 좋은 상황을 만났을 땐 담배부터 생각나는 법이다. 그것은 정말 강력한 유혹이다. 나도 예전엔 담배가 없으면 죽는 줄 알았다. 담배 욕심은 또 얼마나 대단했는지, 서랍 가득 내가 즐겨 피웠던 팔말과 럭키스트라이크를 채워 놓아야 직성이 풀리고 안심이 되곤 했다. 그러나 나는 끊었다. 우선,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담배라는 게 묘해서 피우다 보면 도저히 끊을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담배는, 끊을 수 있다. 용기를 내야 한다. 끊고, 더 활기차게 아침을 맞고 뛰어나가야 한다. 그게 재기의 첫 걸음이다.


망해버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야 하질 않겠는가. 그 기본도 안 하고 어떻게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까.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결심이다. 결심! 무슨 금단 현상이 어떻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고 금연 패치가 어떻고… 그런 데이터나 통계, 혹은 보조 수단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나. 결심 하나, 마음 하나 제대로 딱!, 돌려 먹으면 금단 현상이 뭔지도 모르고 지나간다.



2. 닥터 하우스와 산이실 촌장

대자연이 나와 아내의 아픈 몸을 어루만지다

심장을 꺼내놓은 나

살다보면 사람은 누구나 큰병이 찾아올 수 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그럴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한 큰병을 만났을 때 처음엔 당황하고 어이가 없는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병에 겁을 먹거나 지레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병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투병 의지를 갖고 당당히 생활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50대 후반의 어느 월요일 아침. 나는 그 전날까지 한 10여 년간 매주 빠지지 않고 일요일이면 등산을 다녔다. 전날 산을 내려올 때부터 이상하게 가슴이 갑갑하더니 다음 날 출근할 때까지 그 갑갑증이 가시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져 왔다. 가슴을 뭔가로 팍 막아 놓은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내 몸에 뭔가 심상치 않은 증상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사람은 제 몸에 관한 한 누구나 의사라는 말도 있는 모양이다.


일단 출근을 미루고 병원을 찾았는데 이게 웬일, 바로 입원을 하고 몇 가지 검사를 한 후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게 아닌가. 심장에 문제가 크게 붙었다는 것이다. 수술도 아주 대수술을 받아야 할 판이었다.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관 세 개가 다 꽉 막혀서, 허벅지 혈관을 일부 떼어 심장의 막힌 부분을 우회하여 그곳 혈관을 다시 잇는, 동맥 우회술이라는 이름의 수술이었다. 수술 시간 동안 심장도 꺼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의학이 훨씬 더 발달해서 심장을 꺼내놓는 모험을 감행하지 않고도 그 같은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하던데 당시엔 그게 최선이라 했다. 수술 성공률이 매우 낮다고도 했다. 즉, 살 확률보다 죽을 확률이 훨씬 더 높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내가 설마 이깟 병에 질까. 그 지독한 파산도 딛고 일어선 내가. 죽으려면 그때 죽었지……. 나는 자신이 있었다. 떨지 않았다. 그래서 가족들에게도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곤 했다. 수술 전에, 결과가 잘못돼도 의료진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사인을 할 땐 아, 내가 정말 큰 수술을 받긴 하는구나 싶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막상 침대에 눕혀져 수술실로 들어갈 때는 내가 과연 이 빛과 저기 가족들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우려의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 전까진, 사인을 하고 나서도, 나는 병을 이기리라는 확신에 추호도 흔들림이 없었다.


수술은 장장 8시간 동안 지속됐다고 한다. 나는 수술실 들어간 지 10시간 만에 깨어났다. 깨어났으니 산 것이었다. 죽음의 확률이 훨씬 더 높았지만 내가 이긴 것이다. 수술 후 대개는 2주간은 입원해 있는 게 보통이라고 했지만 나는 1주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뇌혈관이 터진 아내

내가 그 큰 수술을 받은 지 5년쯤 지났을 무렵, 아내가 쓰러졌다. 아내 나이 마흔여덟의 연말, 12월 30일 밤의 일이었다. 그날 저녁 아내는 저녁 먹은 게 몹시 체해 있었는데, 마침 바로 그때 동생의 파산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음식이 체한 탓에 혈압이 이미 상승한 상태에서 쇼크를 받으니, 뇌혈관이 몰려드는 혈압을 이기지 못하고 그중 가장 약한 곳이 터지고 말았다.


그 응급상황에 나는 없었다. 나는 그때 직원들과 연말 회식을 하고 있던 터라 그 식당의 소음 때문에 휴대폰 소리를 듣지 못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갔을 땐 이미 아내는 아무런 의식이 없었다. 나는 즉시 세브란스의 내 주치의를 찾아가 입원실을 잡았다.


수술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했다. 혈압약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3일간은 의식이 전혀 없었고 깨어나서도 열흘간은 사람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라는 옛말이 이때처럼 절절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이야말로 최고의 가치라는 그 당연한 사실이 새삼 가슴을 쳤다. 사업을 하며 한쪽으로 젖혀두기 일쑤였던 건강의 소중함,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더욱이 아내가 쓰러지고 나서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니 사업도 부질없고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내 전 재산을 다 팔아서라도 아내를 치료하고 싶었지만 달리 방안이 없었다. 결국 아내는 오른쪽 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가 된 채 깨어났고 1년 이상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다.


오랫동안 아내는 재활을 위해 스스로 굉장한 노력을 하였다. 도우미의 보조를 받아 일상을 꾸리면서 침도 맞고, 좋다는 치료법이 어디어디 있다 하면 전국 어느 곳이고 다녔다. 그러기를 8년, 그러나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아무리 좋다는 치료를 해도 마비된 몸은 전혀 부드러워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내가 말했다. "어느 공기 좋은 산속에서 자연치유를 한번 해 봤으면 좋겠어요. 이젠 해볼 건 거의 다 해봤잖아요."


그래, 그거다 싶었다. 내가 왜 여태 그걸 생각 못 했을까. 우리는 곧 고향인 양주 인근의 산속부터 시작해서 전국의 공기 맑은 곳에 대한 정보를 모았고 직접 답사해 다니기 시작하였다. 결과적으로 우선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는 강원도 영월에 닥터하우스를 마련하였고, 그곳에서 일주일에 3,4일씩 생활하면서부터 아내는 아무런 의료 시술을 받지 않았음에도 그간의 그 어떤 치료보다도 좋은 효과를 보았다.


나 역시 영월 생활 이후 심장병 관련해서 병원 응급실을 찾지 않았다. 그 전에는 1년에 최소 3,4번은 말 그대로 응급한 상황이 닥쳐서 허둥지둥 병원을 찾았으나 영월 생활 이후 그런 일이 전혀 없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산속의 대자연이 나와 아내의 아픈 몸을 어루만진 것이다.



3. 인생 한담, 사업 단상

건강, 재기의 기본 - 나의 신바람 양생법

암담한 상황, 혼자서는 도저히 심신을 챙길 수 없다면

재기의 제1조건? 그것은 두 말 할 것 없이 건강이다.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은 대개 건강이 안 좋아져 있다. 왜 아니겠는가. 망해가는 회사에서 분투하며 애타지, 실패하고 나서 채권자들에게 받는 압박과 자괴감 등의 그악한 스트레스에 술, 담배로 인한 물리적 피곤까지, 하루하루 버티다 지쳐 쓰러져 잠자리에 들면 막상 불면에 시달리기 일쑤고 아침엔 괴로우니 일어나기조차 싫다. 그리고 더욱 더 지쳐간다. 급기야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상황이 안 좋고 실패를 했을 때일수록 건강을 챙겨야 한다. 몸이 안 좋으면 의욕과 열정도 없어지고, 따라서 수렁에서 헤어나올 방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망했을 당시 나는 부산의 자갈치 시장 상인들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마음이 울적할 때라 몸 역시 축축 쳐졌는데, 그때 그곳에서, 살겠다고 악을 쓰며 장사를 하는 아낙들과, 무거운 지게를 지고 일어나는 짐꾼들의 끙!, 하는 뱃속 기합소리는 내 마음과 몸을 세게 두들기는 듯했다. 말하자면 그들은 모두 심신이 엄청 강인한 사람들이었다.


지금 만일 실패했거나 실패로 곤두박질치기 직전의 암담한 상황에 처한 독자가 있다면, 그리고 혼자서는 도저히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없다면 즉시 그러한 장소로 가서 반나절이라도 돌아다녀 보라. 남대문시장도 좋고 대형 공사판도 좋고 하다못해 지하철 행상이라도 몰래 따라다녀 보라. 삶과 생활의 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 몸이란 것이 묘해서 그렇게 마음 한 번 바꿔먹거나 자극 한번 받기에 따라 땅을 딛는 발바닥부터 달라진다. 걸음걸이가 달라지면 방향도 달라지고 가야할 거리도 짧아진다.


나의 가슴 아픈 연인이자 고향, 인쇄/출판업

인쇄/출판업은 내 20대부터 70평생을 함께 해온 분야다. 나는 이 산업 분야에서 철이 들었고 철저히 망해도 봤고 다시 재기해서 국가 포장을 받기도 했다. 성년 이후 나는 인쇄/출판업에서 태어나 그것을 친구 삼아, 연인 삼아 살아왔으니 한 마디로 인쇄/출판업은 바로 내 인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쇄/출판은 사양 산업?

우리나라 인쇄/출판 산업은 90년대 중반 즈음이 최전성기 아니었나 싶다. 그땐 출판사 차려서 망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까지 있었을 정도였으니. 그러던 것이 한 10년 전부터 슬슬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해서 4,5년 전부터는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다.


대체 어쩌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된 걸까.


전자책도 그렇고,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위시한 IT산업과 영상 매체의 급속한 팽창을 그 주원인으로 흔히 꼽는다. 맞는 말이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은 없고 열 사람 중 여덟, 아홉 명은 스마트폰을 문지르고 있다. 손가락 지문이 닳을 지경이다. 하긴, 그런 시각을 이용해서라도 정보를 얻고 상호 작용을 하며, 혹은 영화나 하다못해 코미디 프로를 즐기는 게 멍하니 있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그런데……미국과 서구 명문가의 자녀교육에서 제1의 절대 금기 사항은 텔레비전을 비롯한 영상매체 시청이다. 자녀가 어릴수록 엄격하게 지킨다고 한다.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 사람의 지성을 관장하는 뇌는 완전히 중립을 지키며 거의 그 기능을 멈추어서, 그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결국 인쇄 매체-책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사람의 뇌신경이 모두 그 인쇄 정보에 집중하며 종합적인 협업 상태에 들어가는 상태라는데 영상매체에 익숙한 사람은 그러한 뇌신경 협업이 원활치 않게 되어 결국 지성인으로 살아가기 어렵다고 한다.


오늘날 영상매체의 활성화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른 나라와 경쟁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독서 인구를 줄이고 사람 머릿속의 생리에마저 영향을 준다면 이 역시 국가적인 차원에서 우려를 해야 할 일이다.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내가 보기로는 만족할 만한 조처가 없는 실정이다.


그래도 내가 출판에 희망을 품고 있는 이유는 예전보다 젊은 인재들이 많이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출판은 기본적으로 1차적인 문화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산업이고 기존 기득권 회사들의 텃세가 심하지 않아 진입장벽이 높지 않으므로 젊고 발랄할 기획력의 인재들이 와서 활동할 운신 공간이 넓다. 게다가 요즘은 교정/교열과 서점 영업까지 모두 외주로 돌릴 수 있어 혼자서라도 출판사를 꾸려갈 수 있는 소위 1인 출판 시대가 되었다.


나는 그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기존의 기획이나 우수 도서들을 벤치마킹이라는 허울로 베끼거나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 그들이 얼마나 참신하게 해주느냐에 우리 출판업계의 미래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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