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것과 동업하라

   
김병태
ǻ
토트
   
12000
2012�� 03��



■ 책소개

color=#004080>특별한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치지 말고 특별한 사람을 만나서함께 일하라!

동업으로사업을 6개나 성공시킨 김병태의 인생스토리를 담은 책으로, 스펙 쌓기에 급급한 청년들과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세대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한다.자신의 흥미를 자극하는 모든 것을 사업화할 줄 아는 저자 김병태는 모든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호기심과 동업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로 동업사업에 성공했다. 

특별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당신의 스펙 중 부족한 것이 있다면 동업자의 능력으로 메우면 된다. 그리고 보통사람인 당신의 힘을 믿어라. 성공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것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베스트 상품은 보통사람이 사주어야 탄생한다. 그러니 보통사람을 가장 잘 아는 보통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저자가“보통사람은 힘이 세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생생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동업에 필요한 원칙들을 알려주며, 고정관념을 깨고 가족, 친구, 선배, 후배남녀노소 가리지 말고 자신이 부족한 뭔가를 갖고 있는 사람과 파트너가 되라고 조언한다. 

■ 저자 김병태
휘문고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했다. 고교동창, 직장후배,집안 조카들, 대학동창들과의 동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동업의 달인’이라 불리고 있다. 서부출판사 대표이사, BT&I 여행사 대표이사,코스자산유동화법인 대표이사, 클래식음악 아카데미 풍월당의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형 중저가 호텔체인 애플트리호텔의 이사회의장, 세계에서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여행사 CWT코리아의 회장, 지산골프장의 계열의 리조트개발업체인 지산포레스트리조트의 공동대표, 바이오벤쳐 바이오리더스의특별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차례
Part 1 동업으로 승부하라
Part 2 사업은 살아남는 것이다
Part 3 재미를따라가라
Part 4 변화를 알아채라
Part 5 세상의 모든 것과 동업하라 




세상의 모든 것과 동업하라


동업으로 승부하라

호기심이 없다면 사업하지 마라

어릴 적 일이다. 집안은 늘 고요했다. 어린 나는 그런 엄숙함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틈만 나면 집을 나가 돌아다녔다. 집 앞에 시냇물이 졸졸 흘렀다. 어느 날인가 시냇물이 어디서부터 흘러오는지 궁금해졌다.


그날, 나는 시냇물을 거슬러 한없이 걸었다. 마을을 벗어나 깊은 산으로 접어들어도 무섭지 않았다. 그렇게 한없이 산길을 따라 올라간 곳에 샘물이 있었다. 풀숲에서 퐁퐁 솟아나는 샘물이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고, 그 웅덩이로부터 시냇물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런 호기심이 나를 사업가로 만들었다. 이 말은 곧 남의 삶에 관심이 없는 사람,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내가 벌인 사업 분야에 문외한이었다. 그렇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기 때문에 재미가 있었다. 재미를 느끼니 잘 알게 될 때까지 파고들었고, 공을 들인 만큼 알게 되었다. 또 재미가 있으니 힘든 고비가 닥쳐와도 참고 견딜 수 있었다.


잘하기 때문에 재미가 있는 걸까, 재미가 있으니 잘하는 걸까? 그런 식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재미가 있으니 잘하는 거다, 라고. 학교 성적과는 관계없이 누구나 재미를 느끼는 일은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사업은 보통사람의 몫이다

사업이란 무언가를 파는 일이다. 그런데 상품을 사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보통사람들이다. 그러니 보통사람을 가장 잘 아는 보통사람만이 보통사람들한테 잘 팔 수 있다. 전문가는 좋은 머리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지만 그걸 누구한테,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 같은 보통사람이 필요하다.


보통사람은 모든 문제를 상식적으로 생각한다. 전문가들이 만들어 온 사업계획서를 보면서 이 사업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투자자를 끌어들일 만큼 매력이 있는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인지를 보통사람의 안목으로 살펴보고 상식적으로 계산한다. 사업성을 따질 때의 전문가의 높은 식견이 끼어들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소비자는 전문가의 높은 식견을 이해하지 못한다.


"보통 사람이면 무엇합니까? 돈이 있어야 사업을 하지요."

"보통 사람이면 무엇합니까? 인맥이나 배경이 있어야 사업을 하지요."


만일 이렇게 말한다면 당신은 상당히 큰 오해를 하고 있다. 보통사람이 사업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돈이나 인맥이나 배경이 없기 때문이다. 능력과 돈과 인맥은 사업 파트너에게서 빌려오면 된다.



사업은 살아남는 것이다

사업은 돈 먹는 하마

내가 만들려고 한 지도는 항공사진을 찍어놓은 것처럼 정확한 것이었다. 전국의 모든 도로와 주요 건물이 한글과 영어, 한문으로 표기되고 좌회전이 되는지 안 되는지, 유턴은 어디서 해야 되는지까지도 모두 한눈에 표시되어야 했다. 또 색인을 보고 가로축과 세로축을 이으면 전국 어디라도 곧바로 찾아낼 수 있는, 그야말로 꿈의 지도였다.


사업 초기에는 지도를 만드는 일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사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자 내 머릿속에는 돈 생각만 가득했다. 하루하루가 다 돈이었다. 아파트 전세금은 여섯 달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돈은 없는데 월급날은 빛의 속도로 들이닥쳤다. 수입은 없어도 월급은 줘야 하고, 매출이 없어도 경비는 지출해야 했다.


나는 더는 돈을 빌릴 재간이 없었다. 아무도 나를 만나주려 하지 않았다. 사업을 벌인 지 2년 만에 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기피인물이 되어 버렸다.


죽고 싶을 때가 살아야 할 때다

마침내 지도책이 나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국 주요도시의 도로명이 손에 잡힐 듯 세세하게 그려진, 좌회전 우회전 유턴까지 완벽하게 표시한, 수천 개의 색인을 붙여 전국 어디라도 한눈에 찾아볼 수 있게 만든,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지도책 한 권이면 전국 어디라도 붕붕 달려갈 수 있는, 무려 167쪽짜리 지도책. 나는 가슴이 터지는 듯했다. 이런 걸 내가 만들었다니!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하루에 세 권 이상 팔리지 않았다. 책이 팔리지 않으니 그동안 빌려 쓴 돈을 갚을 길이 막막했다. 그런데도 현실은 당장 또 돈이 필요했다. 사업이란 하루하루 돈을 써야만 글러간다는 걸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나는 빚의 수렁에 빠져 버렸다.


죽어버려야지, 라는 생각으로 한강에 갔다. 강가에 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식구들과 친구들에게 짐을 지운 무례한 일들이 수도 없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나는 진정 재앙인가. 그렇다면 죽어야지, 죽어서라도 속죄를 해야지.


그런데 문득, 내가 죽으면 그들은 도대체 뭔가 싶었다. 나를 격려해주고 부인 몰래 보너스까지 털어준 그들을 두고 죽는다는 건 비겁한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면 그들 앞에 불려가 치도곤이라도 맞아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눈물을 씻고 일어났다. 이게 바닥이라면, 더 이상 굴러 떨어질 나락이 없다면 살아볼 만하지 않은가. 나는 살기 위해 일어섰다.



재미를 따라가라

모르는 건 무조건 배워라

직원 다섯 명이 하는 일이 복잡해야 얼마나 복잡하겠나, 처음엔 그리 생각했다. 회사가 작다고 좀 만만히 본 것이다. 고객 상담하고, 항공권을 간단히 계산해서 파는 게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막상 일을 해 보니 항공권을 둘러싼 일들은 의외로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공부가 필요했다.


"선배님, 오늘 시간 있으세요?"

백 선배를 다시 찾았다.

"글쎄 자네를 따로 만날 시간은 없는 거 같은데 급한 용무인가?"

"시간을 내서 따로 만나달라는 게 안심하시구요. 선배님, 하루 중에 언제가 제일 한가하신가요?"

"그거야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갈 때지."


그날, 나는 백 선배님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주차장에서 기다렸다가 선배의 차에 올라탔다.


"무슨 일인데 주차장에서 기다리기까지 하나?"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있어서요. 뭣보다 항공권을 팔아봐야 마진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것 갖고 회사가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과장을 하라고 했더니 사장을 할 모양이군. 너무 급해, 그러다 체한다구."


이태원의 집까지 가는 동안 백 선배는 내가 궁금해 하는 것들을 설명해 주셨다. 나는 꽤 오랫동안 백 선배에게 퇴근길 과외를 받았다. 선배는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말씀을 해주셨다. 여행업의 걸음마도 떼지 못한 나는 말씀의 절반도 채 알아듣지 못했지만 밑그림을 그릴 수는 있게 되었다.


"여행사를 잘하려면 항공사를 잘 알아야 하네. 무슨 사업을 하든지 이해관계에 놓인 상대방 회사의 업종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하네. 세상에 일방적인 거래는 없어. 내가 상대에게 무언가를 얻기 원하면 나도 상대에게 주는 게 있어야지. 그러려면 무얼 줄 건지 알아야겠지."


욕심을 버리면 새로운 길이 있다

모든 건 때가 있다고들 한다. 살아보니 맞는 말이다. 공부할 때가 있고, 일할 때가 있고, 연애할 때가 있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걸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수십 년 간 사업을 하면서 내가 깨달은 방법은 욕심을 덜 부리면 된다는 것이다. 그 이상의 답은 없다.


지도책이 십만 부 이상 팔리고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나는 지도책 출판을 접었다. 자가용이 늘어나면서 지도책 시장이 확대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러니 더욱 더 지도책 출판을 계속해야 되지 않느냐고들 했다. 내 생각은 달랐다. 시장이 넓어지면 숨어 있던 경쟁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그럴 경우, 나에게 경쟁력이 있을까. 나는 없다고 보았다. 어쩌다 대박을 치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좋은 상품을 낼 자신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1987년 연말이 되자 지도책이 서점에 좍 깔렸다. 내가 지도책을 판촉용으로 써 달라고 밥과 술을 살 때는 모른 척하던 자동차 회사에서 앞장을 서서 판촉용 지도책을 만들어서 배포했다. 마침내 지도가 대중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가운전자가 급증하고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되면서 자가운전자용 새 상품만 20여 종이 넘게 출판되었다. 국립지리원에 등록된 업체만도 25개 사에 이른다.는 신문기사가 나왔다.


하와이 관광패키지도 그러했다. 1989년 해외여행이 완전 자유화되자 여행사는 두 배로 늘어났다. 자고나면 새로운 여행사가 생겼다. 누가 죽고 누가 살지 아무도 몰랐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이에 또다시 적자가 났다. 나는 결국 하와이 패키지관광을 접었다. 대신 기업체 세일즈에 전념했다. 외국계 회사는 모두 나의 잠재 고객이었다. 그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변화를 알아채라

동업은 여자 파트너가 더 낫다

나는 여자와 일하기를 좋아한다. 출판사를 할 때에 월급을 못 주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회사를 지켜준 이들도 여직원들이었다. 흔히 여자와 동업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건 해보지도 않고 하는 소리다. 여자와 한 번 일해보라. 여자들은 절대로 상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의리는 남자들의 몫이라는 건 잘못된 이야기다. 여자들이야말로 의리를 지킨다.


게다가 판단력은 얼마나 예민한가. 남자들은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미묘한 것들을 여자들은 용케 잡아낸다. 육감이라고 하는, 남자들에게는 없는 민감한 촉수가 발달해 있다. 여자 파트너들은 사업이 어려워지는 순간을 정확히 집어낸다.


여자는 속이 좁아 사업하기에 힘들다는 이야기는 모두 터무니없는 속설이다. 통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나의 여성 동업자는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 주었다.


또 여자들은 절대로 낭비하지 않는다. 쓸데없이 접대비를 낭비해서 회사를 어렵게 하는 여자 사업가를 본 적이 있는가? 여자들에겐 곡식 몇 줌과 열매 몇 개로도 자식들을 먹여 살리는 유전자가 있다. 살아남기 위한 모든 전략을 여자들은 선천적으로 갖고 있다.


사업은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어떤 사업이라도 위기는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훌륭한 과실수라 해도 일단은 과일이 열릴 때까지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과일을 따는 순간까지 잘 참고 견디는 것, 그동안의 비용을 적절히 나눠 사용하면서 버티는 힘은 여성이 남성보다 확실히 우월하다. 그래서 여자는 최상의 사업 파트너이다.


여성과 남성은 서로 다르다. 동업을 통해 서로 상호보완 하는 게 좋다. 여자와 일하는 남자는 잘난 척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한다. 나도 그랬다. 여성 파트너에게 잘 보이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다.


나는 사람을 관리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을 관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여러 회사를 경영해 왔지만 단 한 번도 내가 누구를 관리한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도 없다. 회사란 여러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런 회사에서 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갈등을 푸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적어도 밥줄을 놓고 시소를 벌이지는 말아야 한다. 그건 인간으로서의 예의가 아니다.


사람 마음이 엄청나게 복잡한 거 같지만 실상은 그리 복잡할 것도 없다. 아무리 뒤숭숭하게 뒤얽힌 실타래라도 한 가락 가닥만 잡으면 의외로 술술 풀려버린다. 경영자나 직원이나 사람 사는 것은 그다지 다를 게 없다. 누구나 마음속엔 말하고 싶은데 차마 먼저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막상 말해 버리고 나면 별것도 아니다. 나는 그런 것을 털어놓도록 자리를 깔아주고 그 이야기가 끝나도록 들어줄 뿐이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나는 직원들의 삶이 궁금해서 말을 걸었고, 그들은 자기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그런 중에 끈끈한 신뢰가 쌓였고, 그것이 바로 어려움을 견디면서 회사를 키워간 힘이 되었다. 만일 내가 달콤한 말과 몇 푼의 돈을 미끼로 직원들을 관리하려고 들었었다면 과연 우리 사이에 신뢰가 쌓였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믿음이 중요하다. 믿음은 서로의 마음을 읽는 데서 시작된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타산의 목적을 갖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필히 실패한다. 어떤 사업을 하든지 사람과 사람의 일이다. 사람에 대한 끝없는 신뢰를 쌓는 게 사업의 첫걸음이다.



세상의 모든 것과 동업하라

지는 게 이기는 거다

동업전문가로 소문이 나자 나한테는 사업아이디어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나는 그들의 아이템을 검토하면서 어떤 일이 더 재미있고 가치가 있을지를 가늠하며 묻는다.


나는 절대로 제안서만 보고 흥분하지 않는다. 매력이 당길수록 안 된다, 재미없다, 시시하다며 딴죽을 걸고 제안서에 적힌 것을 반대로 묻는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신경정신과 의사가 진단한대로 소심함이 바로 나의 첫 번째 사업비결이다.


두 번째 비결 역시 나의 소심함이다. 동업을 하면서 갈등이 없다면 이상한 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늘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그 갈등이 사업에 대한 결정에 관한 것이라면 서로 의견을 절충해 나가면 된다. 그러나 인간적인 갈등이라면 견디기 힘들다. 그럴 때면 내가 먼저 손을 놓고 떠나 버린다. 남들 보기엔 참으로 바보 같은 일이지만 덕분에 나는 아무하고도 원한을 쌓지 않을 수 있었다.


동업을 하며 여러 사람의 사업 파트너를 만났다. 그들 모두 추구하는 가치가 달랐다. 누구는 명예를 최고로 여겼고, 누구는 이익을 최고로 내세웠다. 그럴 때면 나는 늘 그들에게 맞췄다. 명예를 좋아하는 사람과 일할 때는 절대 내 이름을 내세우지 않았다. 늘 그 사람 뒤에 그림자처럼 숨어서 그 사람을 빛내 주었다. 이익을 원하는 파트너에게는 70퍼센트 이상이라도 주었다.


그렇게 동업하면 손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절대 손해가 아니다. 내가 만일 그 사람과 동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20퍼센트, 30퍼센트의 이익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와 함께 한 사업에서 얻은 경험들은 어디 가서도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내가 비록 파트너보다 적은 배당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역시 나도 이익을 보았다. 절대로 손해 본 게 아니다.


사업이든 인생이든 져 주는 게 이기는 거다. 져 주고 떠난 사업이라도 사람은 남았다. 져 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나와 다른 재능, 내게 없는 자본과 판단력을 파트너한테서 얻어야만 멀리 갈 수 있다. 파트너와 손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망해도 후회하지 않을 명분 있는 사업을 해라

나는 사업아이템을 고를 때마다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있다. 바로 명분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당연히 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명분 없는 사업을 하다가 망하면 재기하기 힘들다. 돈보다는 내가 왜 이 사업을 하는지에 대한 명분이 중요하다. 명분이 있고 창의적인 사업은 망해도 폼이 난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될 일이어서 내가 나섰다고 남들 앞에서 명분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망해도 명분을 쌓았다면 언제든 재기할 수 있다. 나는 그런 사업만 고른다.


나는 출판사 사장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전국도로교통지도를 만들었다. 다행히 성공했지만 만약 망했더라도 최소한 올림픽을 목전에 둔 나라에 지도책 한 권 없다는 불명예는 벗게 했을 것이다. 나는 여행사 사장으로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글로벌여행사를 도입했다. 그리고 상장시켰다. 다행히 성공했지만 만약 망했더라도 100여 개국에서 협조해 일사불란한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여행서비스 도입의 당위성을 알렸다는 안목은 인정받았을 것이다. 나는 적자 나는 클래식커뮤니티 풍월당에 상당한 자금을 출자하여 3년 만에 꽤 흑자가 나는 사업으로 바꾸어놓았다. 다행히 성공했지만 만약 망했더라도 오페라를 통해 우리나라 지도층인사들의 문화지수를 높인 것과 클래식 음악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인정받았을 것이다. 위 사업 말고도 나는 늘 명분을 먼저 생각했다.


나는 요즘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한국형 비즈니스호텔 체인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직 성공 여부는 모른다. 그러나 성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흑자가 나든 적자가 나든 매출의 10퍼센트에 가까운 로열티를 꼬박꼬박 외국기업에 갖다 바쳐야 하는 기존 비즈니스 호텔과는 확실히 다르다.


망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명분 있는 사업에 달려들라는 것이 나의 사업 철학이다. 나는 이 교훈을 500만 원 주고 배웠다. 나는 지금도 500만 원짜리 야구공 제조사업 동업계약서를 금고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프로야구 도입기에 주전에서 탈락하여 하릴없이 소일하던 야구선수 친구와 야구공을 만들어 각 구단에 납품하겠다는, 아무런 전문성도 명분도 없는 사업에 500만 원을 투자했다. 당연히 망했다. 친구는 돈을 못 벌어서 화가 났지만 나는 돈을 날린 것보다 폼 나는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멍청한 사업에 내 청춘을 쏟아 부은 게 한심했다. 아무에게도 말은 안 했지만 그때 결심했다. 두 번 다시 명분 없는 사업은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그 이후로 명분 없이 그냥 돈이 잘 벌린다고 제의해 오는 사업에는 한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이후에는 한번도 사업에 실패하지 않고 꾸준히 성공을 이어갈 수 있었다. 명분은 사업의 강력한 추진력이다. 내 사업의 명분 때문에 파트너를 격려하며 끝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물론 누군가 나섰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라는 폼 나는 말을 거의 매일 입에 달고서 말이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