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량의 미래를 찾아 떠난 여행

   
이케다 요이치로(역자: 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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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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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4��



■ 책 소개
일본 재무성에서 세계은행그룹을 담당하고 있는 저자가, 세계 최고의 리더들을 다수 배출한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MPP(Master in Public Policy,공공정책학 석사 과정)를 수학한 경험을 그려낸 유학 체험기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강의에서 다룬 다양한 사례와 과제, 토론과 그룹워크, 세계적인석학들의 개성 있는 수업의 현장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리고 케네디스쿨에서 기른 문제의식을 가지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 경험한 다양한 일화를소개한다. 뉴올리언스 재건 자원봉사, 인도 농촌의 마이크로파이낸스 도전, 에이즈 바이러스 고아들의 고뇌와 희망, 사회적 기업가와의 협력 등의다국적 활동을 통해 각각의 정부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 저자 이케다 요이치로 
1977년 타이 방콕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일본으로 돌아가도쿄에서 자랐다. 사립 조호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와세다 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재무성에 입성해 국가 예산 담당기관, 히로시마국세국, 금융청 총무기획국을 거쳐 2006년 9월부터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수학했다. 2008년 6월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취득 후2008년부터 2010년까지 재무성 국제국에서 금융위기 대응, 금융위기 후의 국제협력 및 국제금융시스템에 종사했다. 2010년 여름 이후세계은행 그룹의 담당자로서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세계은행과 일본 정부와의 협력안을 기획, 입안하고 있다. 공무와동시에 정부와 시장, 정부와 지역사회의 커뮤니케이션 갭을 메우는 민관협력네트워크 ‘Crossover21’을 설립했으며, 대표로서 다양한심포지엄과 토론회 등을 주최하고 있다. 

■ 역자 이수경 
대학에서 지리학과 일본어를 전공했다. 현재 일본어로 된 좋은 책을우리말로 옮기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소설 『타임슬립』『파랑새』, 자녀교육서로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법』『딸은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아버지가 자녀에게 주어야 할 7가지 인생의 선물』『매일 10분, 수학 천재가 되는 법』『공부의 신들도 모르는문제해결의 기술』『행복한 부자로 키우는 우리 아이 용돈 교육』, 육아서로는 『현명한 엄마의 육아 기술』『오감을 자극해서 똑똑한 아이로키워라』『반갑다 사랑한다 고맙다 우리 아기』, 자기계발서로『드릴을 팔려면 구멍을 팔아라』『인생의 프로젝트』『젊은 사회적 기업가의 꿈』『스티브잡스의 신의 교섭력』『깨어 있는 자본주의』등 다수가 있다. 

■ 차례
프롤로그 

PART 1 열혈 강의 실황 중계 
1. 하버드 케네디스쿨이란 
Welcometo the Kennedy School 

2. 민관협력
공공정책은 정부만 담당하는 것일까? : 앨런 트래거 교수의 역할극 그룹워크 수업 
케이스 1. 민관협력이 만들어낸 시민 휴식의 장: 뉴욕 센트럴파크 
케이스 2. 관공서의 업무를 바꾸려면 : 골드스미스 시장이 불어넣은 경쟁의 바람 
케이스 3. 미국을 좀먹는국민병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 

3. 소셜 마케팅
고객에게 정책을 팔려면? : 마라 펠처 교수의 소셜 마케팅 수업 

4. 리더십 
리더십은 교실에서 배우는 것일까? : 로널드 하이페츠 교수의 기상천외한 수업 방식

5. 케네디스쿨 포럼 
세계의 리더와 대화하는 장
포럼 1.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있을까 : 로버트 라이시의 경종 
포럼 2. 이라크와 중동의 미래 : 이라크 외무장관호시야르 지바리 

PART 2 책을 덮고세상으로 
6. 뉴올리언스 재건 자원봉사 
NPO, 대학, 민간, 기업의 협력 
7. 인도 농촌의 마이크로파이낸스 도전 
생활수준 향상을 위한바식스(BASIX)의 비즈니스모델 

8. 에이즈 바이러스고아들의 고뇌와 희망 
케냐 사회의 현실에 ‘사랑의 손’을 어떻게 건넬 것인가 

9. 사회적기업가와의 협력 
소셜 벤처의 가능성 

10. 첫걸음 
케네디스쿨의 메시지를 가슴에 품고 

에필로그




최량의 미래를 찾아 떠난 여행


열혈 강의 실황 중계

하버드 케네디스쿨이란 - Welcome to the Kennedy School

그날이 출발선이었다. 2006년 3월 15일 그날도 나는 습관처럼 잠에서 깨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확인했다. 그날까지 미국에 유학하고 싶다, 아니 그보다는 케네디스쿨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내게 이 한 통의 메일은 내 마음을 뛰게 하고 내 몸을 일으켜 세워준 선물이었다.

 

왜 나는 케네디스쿨을 목표로 삼았을까. 발단은 사회인이 된 지 1년쯤 어느 주말에 만난 책 한 권이었다.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 제목에 이끌린 나는 무심코 발길을 멈추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을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가 라는 발상으로 다양한 학문 영역을 수평으로 커버하는 공공정책이라는 석사 학위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가스미가세키(도쿄 제일의 관청지구)에서 국가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이런 문제의식을 뼈에 사무치게 느끼고 있었던 내게 이 책은 세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모인 사람들과 진지하게 토론하면서 우리 사회에 산적한 정답 없는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라는, 재무성을 처음 선택했을 때 느꼈던 갈망을 다시 품게 했다. 이후 나는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 케네디스쿨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2006년 9월 5일

1년 반 전에 잔뜩 긴장해서 찾았던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중심 공간인 존 F.케네디 포럼에 작고 하얀 의자가 늘어서 있었다. 벽에는 80개국 이상의 국기가 비좁게 걸려 있었고, 그 벽 아래에는 To make this world a better place라는 객관적으로는 조금 과대망상적인, 그러나 공통된 이상을 품고 지금까지 각자 키워온 세계관, 직업관, 인생관을 더욱 깊고 넓게 키우기 위해 전 세계에서 찾아온 240여 명의 MPP 프로그램 신입생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 나눠준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넘기며, 드디어 여기에 왔다!고 외치고 싶은 듯 유독 어깨에 힘이 들어간 동양인이 있었다. 바로 나다


케네디스쿨이란? 

이 물음에 케네디스쿨의 웹사이트는 퍼블릭 섹터(공공부문) 리더 육성을 목표로 한 전문 대학원이다라고 답한다. 2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 나름의 케네디스쿨 모습을 감히 말한다면 이런 느낌이랄까.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교수진과 학생들이 공익, 다시 말해 더 나은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답 없는 문제와 씨름하는 곳. 케네디스쿨은 정답 없는 세상의 현상과 맞닥뜨렸을 때 사물을 보는 법, 생각하는 법을 기르는 데 주안을 둔 곳이다.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다. 지위나 조직, 직업과 상관없이 마음속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열정을 불태우면서 행동하는 인재를 키우는 곳이다.



민관협력

공공정책은 정부만 담당하는 것일까? : 앨런 트래거 교수의 역할극 그룹워크 수업

공공정책 대학원인 케네디스쿨은 관료 양성학교도 정치인 양성학교도 아니다 학생의 60% 정도가 민간 부문, 다시 말해 기업이나 NGO, NPO 출신이며 졸업 후에도 40% 가까운 학생이 민간기업을 선택한다. 왜 사람들은 직업과 상관없이 케네디스쿨로 모여들고 흩어지는 것일까?


공익 실현과 사회문제 해결이 공무원과 정치인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NGO와 NPO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싸우는 비즈니스 퍼슨,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질병과 싸우는 의사, 두꺼운 법률 서류와 분투하는 변호사, 복잡한 언어로 프로그래밍과 씨름하는 시스템 엔지니어, 연구실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과학을 개척하는 연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 협력해서 짊어져야 하는 일이다. 놀랄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 구조에서 사회문제 해결은 정부에게 맡기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현실적이지 않다.


수업을 담당한 앨런 트레이거(Alan Trager) 교수는 모건스탠리 같은 투자은행에서 쌓은 금융 전문지식을 무기로 뉴욕 시와 뉴헤븐 시, 보스톤 시의 고문으로 일하며 많은 민관협력 계획안을 짜고, 성공으로 이끈 인물이다. 1972년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선배이기도 한 실무가 교수다.


케네디스쿨의 다른 수업과 마찬가지로 트레이거 교수의 수업 역시 철저한 사례연구법을 채용한다. 수업 시작부터 콜드 콜(사전 예고 없이 학생을 지명해서 발언하게 하는 것)로 학생에게 사례의 개요를 설명하게 하고, 이후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학생끼리, 또 학생과 교수간의 토론과 질의응답을 통해 사례에서 중요한 핵심을 뽑아내는 대화식 수업을 진행한다. 매번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사례를 다루기 때문에 4개월 동안 40건이 넘는 민관협력 사례를 만나게 된다.


1학기에 한 번, 저녁 6시에서 9시까지 특별히 흥미로운 그룹워크가 펼쳐진다. Battle of the Partnership이라는 이름의 이 그룹워크는 40여 명의 학생을 4~5명씩 작은 그룹으로 나누고 그룹마다 정책과제 해결책을 민관협력 계획안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민관협력 안건을 다뤄온 실무가인 트레이거 교수가 매회 사례 연구를 통해 강조하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① 대상이 되는 공익이 명확히 정의되는가?

② 민관이 서로 목적을 공유하고 상승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가?

③ 상정할 수 있는 위험에 민관 모두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책임 소재가 명확한가?

④ 민간기업이 참여한 경제적인 동기를 만족하는가?

⑤ 문제해결을 위해서 필요하거나 중대한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가 선별되었는가?

⑥ 계획안에 정통성(이해관계자가 보았을 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이해관계자에게 지지를 얻을 수 있는가?

⑦ 활용할 자산의 소유권이 민관 어느 쪽에 있는지 명확한가?


그룹워크에서도 이러한 점에 유의하면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 팀은 미국 전역에 노출도가 높은 뉴욕 시 공립학교의 어린이 비만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공립학교와 뉴욕 시라는 공공부문과 협력할 기업을 선정하였다. 현재 Smart Spot이라는 새로운 로고 아래 비탄산음료, 화학 첨가물과 유지방을 뺀 상품을 늘려가고 있는 펩시로 결정하였다. 최근 제품군을 늘리고 있는 씨리얼이나 오렌지주스 등 가벼운 아침식사를 뉴욕 시와 협력해서 공립초등학교 아침 급식메뉴로 제공하는 Good Mornings Program으로 완성되었다. 아침식사 시간에는 펩시가 만든 멋진 건강카드로 규칙적인 식생활과 운도의 중요성, 비만 문제 등을 공유함으로써 어렸을 때부터 의식을 제대로 세워나갈 수 있도록 했다.


밤새워 발표 자료를 정리한 끝에 마침내 Battle of the Partnership Exercise 날을 맞이했다. 저녁 6시. 트레이거 교수가 조교 두 사람과 함께 회장에 나타났다. 마침내 배틀이 시작되었다. 첫 그룹의 주제는 뉴욕 시가 재해나 테러 공습을 당했을 때 연락망을 강화하기 위한 휴대전화 회사와 뉴욕 시 소방국 간의 협력 계획안이었다. 다음 그룹의 주제 역시 흥미로웠다. 아프리카 가나 농촌의 생활수준 향상과 고등교육 진학률 개선이라는 과제를 위해 가나정부, NGO, 미국의 대학, 다국적기업이라는 4자 주도의 민관협력 프로젝트다. 세 번째 그룹의 주제는 수많은 사망자를 낸 충격적인 사건,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시에서 무너진 고속도로를 민관협력 체제로, PFI(Private Financial Initiative, 민간 자금을 사용한 인프라 정비)를 사용해서 복구한다는 시의적절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팀은 바로 우리다.


이렇게 열린 3시간에 걸친 배틀. 모든 팀의 최종 발표를 꼼꼼하게 살핀 뒤에 트레이거 교수는 가장 우수한 민관협력 계획안을 뽑기 위해 두 조교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10분 뒤 돌아온 트레이거 교수의 총평이 이어졌다. 잠깐의 침묵에 이어 발표한 승자는……. 가나 농촌의 생활수준 향상 프로젝트였다. 환호하는 가나팀 뒤로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우리 팀……. 엄청난 준비 기간에 비해서 배틀은 눈 깜짝 할 사이에 끝나버렸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직면할 진짜 배틀, 초지일관해야 하는 나 자신과의 끝없는 배틀에서 승리하기 위한 중요한 본질이 새겨진 열흘이었다.

 

소셜 마케팅

고객에게 정책을 팔려면? : 마라 펠처 교수의 소셜 마케팅 수업

케네디스쿨에 입학하기 전부터 비영리법인과 정부를 위한 마케팅(Marketing for Non-profit and Government Organizations)이라는 수업에 관심이 많았다. 담당교수는 MBA의 명문인 노스웨스턴 대학의 켈로그 스쿨에서 오랫동안 마케팅을 가르치고 세계적인 대기업 나비스코와 M&M 초콜릿으로 친숙한 마스(MARS)에서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약한 마라 펠처 교수이다. 이 수업은 민간기업의 경영 핵심인 마케팅 개념과 수법을 비영리법인과 정부의 운영, 정책 입안에 적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40명쯤 되는 학생 중에는 민간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나처럼 정부 출신자를 포함해 풀뿌리 NGO 활동가, 의사 등 마케팅 개념을 접해본 적 없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에 수업은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라는 아주 기본적인 내용부터 시작되었다.


펠처 교수는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Take ones perspective inside you to increase the probability of success(다른 사람의 견해를 내 것으로 만들어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공을 어떻게 정의할까에 대해 민간기업과 정부, NPO 사이에는 공통점뿐만 아니라 다른 점도 있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먼저 고객의 요구를 끌어낸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마케팅을 전혀 모르는 내 입장에서 매우 흥미로웠던 것은 수요(Needs)가 아니라 욕구(Wants)라는 단어를 쓰는 점이었다. Needs와 Wants를 구별해 Wants에 착안하는 것이 마케팅을 성공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열쇠라고 한다. 다시 말해 아무도 초콜릿은 필요로 하지는 않으며, 차가 없으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초콜릿이 먹고 싶어서 사는 것이다. 핵심은 어떻게 해서 이 갖고 싶어 하는 마음=Wants을 끌어내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을 소셜 마케팅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건강 증진과 의료비 증가 억제를 위해 금연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치자. 금연이 필요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러나 알아도 끊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 그 때문에 금연 추진 정책의 성패는 타깃으로 삼은 사람들의 금연이 필요하다라는 사고방식을 어떻게 금연해보고 싶다로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것은 비영리법인과 정부를 위한 마케팅 수업에서 다루었던 역마케팅 사례이다. 판매한 상품을 시장이나 사회에서 걷어 들이기 위한 소셜 마케팅 전략이다. 대상 상품은 유아침대이다.


플레이스쿨 트래블라이트 크리브(Playskool Travel-Lite Crib)라는 브랜드의 유아침대이다. 이름처럼 여행 중에도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게 접이식으로 되어 있다. 시카고에 거점을 둔 콜크래프트(Kolcraft)라는 유아용품 회사가 제조원이다. 콜크래프트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유명 브랜드는 아니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가장 큰 완구회사인 하스브로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해 월마트 등 대형 소매점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판매되었다. 하지만 콜크래프트와 하스브로가 자신 있게 내놓은 신제품은 휴대용임에도 무겁고 수입품과 비교해서 가격이 너무 비싸 잘 팔리지 않아 2년 4개월간 11,600대를 판매하고 제조와 출하를 중지하였다.


1991년 7월 로스엔젤레스

곤잘레스 집안의 장남인 11개월 된 안소니가 V자로 꺾인 유아침대 상부 테두리 사이에 목이 끼어 의식을 잃어 돌연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아동 학대나 살인용의로 부모를 취조했고, 동시에 안소니가 누워 있던 침대에 혹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연방정부 담당부서에 연락을 취했다.


그런데 1992년 11월 아칸소 주에서 생후 9개월 된 아만다가 똑같은 침대에서 돌연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두 달 뒤인 1993년 1월, 로스앤젤레스의 탁아소에서 11개월 된 소피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당시 상황은 위의 두 사건과 마찬가지로 V자로 휜 상부 테두리에 끼어 사망한 것이었다. 수상하게 생각한 검시관은 CPSC에 연락했다. 이 시점에서 미국 시장에 유통되는 모든 상품의 안전성을 확인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미국소비자안전위원회(CPSC)는 리콜을 염두에 둔 본격적인 탐사에 착수했고, 마침내 그 침대가 어떻게 아기를 죽였는지 밝혀졌다. 잠에서 깬 아기가 침대 안쪽에서 몸을 앞으로 내밀어 체중을 실으면 쉽게 구부러져서 위쪽 테두리가 V자로 꺾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CPSC는 제조원인 콜크래프트에 상품을 시장에서 거둬들일 것을 요청했다.


왜 CPSC는 소비자를 보호할 파수꾼으로서의 임무를 다하지 않았을까? 그 원인은 CPSC의 법적 권한이 매우 미약하다는 점이다. 상품의 안정성에 대해서 소비자에게 경고를 내리려면 사전에 제조업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CPSC는 매번 당신네가 만든 이 상품에 사고 보고가 올라와 있는데, 소비자에게 경고를 해도 괜찮겠냐?고 기업에 묻고, 기업이 안 된다고 일축하면 결국 대응을 기업에 맡겨버리는 그런 약소기관이었던 것이다.


CPSC의 조사 요청을 받은 콜크래프트는 마지못해 리콜을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CPSC와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상품의 위험성과 함께 상품 회수의 필요성을 공표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목숨을 건 역마케팅이 시작되었다.


콜크래프트가 리콜 캠페인을 종료하고 3년 뒤인 1996년 10월 10일 다시 비극이 일어났다. 인디애나 주의 탁아소에서 일하는 셰리 밀러는 두 살 반 된 크리스틴이 침대 테두리에 머리가 끼어서 숨 막혀 하는 것을 발견했다. 1998년 8월 19일 이번에는 시카고에서 17개월 된 대니가 역시 V자로 꺾인 테두리에 목이 끼어서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베이비시터도 대니의 부모도 이 침대가 3년 전에 리콜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 소식을 들은 콜크래프트는 기자회견에서 그만큼 리콜 캠페인을 벌여서 위험성을 알렸는데도 아직까지 사용하는 소비자기 있다는 것은 정말로 유감스러운 일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피해자 부모의 분노는 제조원인 콜크래프트와 하스브로에 대한 소송으로 발전했다. 그동안에도 결함상품이 초래한 유아 사망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났다.


이번 사례의 가장 큰 핵심은 소비자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바꾸는 것보다 오히려 결함상품인 접이식 유아침대를 가진 사람들에게 얼마나 빨리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가이다. CPSC는 회사의 미온적인 역마케팅 캠페인에 마음을 졸이기보다는 공표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소비자 단체나 육아 관련 NPO에 제공하여 콜크래프트와는 다른 경로로 리콜 캠페인을 실시했어야 했다. 육아 관련 NPO는 주부나 탁아소 직원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들이 풍부한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역마케팅을 상당히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책을 덮고 세상으로

인도 농촌의 마이크로파이낸스 도전 생활수준 향상을 위한 바식스(BASIX)의 비즈니스모델

2007년 6월 초순부터 한 달 반 동안 나는 인도의 마이크로파이낸스 분야에서 활약하는 바식스라는 금융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과 그 창설자인 무하마드 유누스가 2007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후 마이크로파이낸스는 개발 분야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원래 마이크로파이낸스란 한마디로 개발도상국에서 가난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소액 자금을 대출해주는 사업이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사람들은 그라민 은행에서 빌린 아주 적은 돈으로 개인 사업을 시작해 빈곤에서 벗어날 기회를 만들어 나갔다. 더욱 놀라운 것은 98%라는 상환율이다. 그 배경에는 5명이 한 조가 되어 돈을 빌리고 공동 책임을 지는 시스템과 여성에 특화한 대출, 나아가 개인 사업을 궤도에 올려서 계획적으로 돈을 갚을 수 있도록 정보를 준 그라민 은행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담보가 될 토지나 자산, 아니면 변제 실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원하는 자금을 빌려주지 않는 민간금융 비즈니스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와 금융시스템 불안 해소, 무거운 채무로 고통받는 빈곤층 구제라는 목적으로 실시한 정책의 부작용이 한데 뒤섞여, 인도 농촌의 무수한 영세농가와 소규모 사업주는 기본적인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적 상황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이 태어난 것이다. 1996년에 첫울음을 터뜨린 바식스도 그중 하나다.


그라민 은행을 비롯한 마이크로파이낸스가 세계의 각광을 받게 된 한 가지 원인으로는 대손 위험이 높은 빈곤층을 주고객층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량채권 비율이 배우 낮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먼저 대출에서는 가계를 관리하는 여성으로 구성된 자조그룹(멤버 10명 정도)을 기초로 상호보증제도(멤버 5명 정도)를 조직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이 멤버는 서로 상대편의 보증인이 된다. 평균 대출액은 1만~3만 루피로 매우 적으며, 대출 금리는 월리 2%(연리 24%)가 기본이다. 결코 싸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상호보증제도와 금리 수준은 마이크로파이낸스를 비판하는 주된 목소리이다. 이 점을 바식스 직원에게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상호보증제도는 위험 관리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농가의 저축 장려, 인도 농촌에 신뢰와 규범을 기초로 한 인적 네트워크라는 사회 자본을 만드는 중대한 임무를 띱니다. 그룹에 참가한 여성들은 각자 한 달에 50루피씩 저축해야 합니다. 한 그룹은 5명 전후로 구성되므로 1그룹당 한 달 저축액은 250루피가 되지요. 그룹 멤버 중 누군가가 사정이 생겨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한 경우에는 이 저축으로 융통하는 구조입니다. 그녀들 중 누군가가 빌린 돈을 제대로 쓰지 않고, 또 빌린 돈을 제때 갚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그룹에서 쫓겨나고 다음에는 어떤 그룹에도 들어갈 수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녀들 농가는 기본적으로 그 땅을 떠나기 어렵고, 그런 의미에서 장기적인 관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병에 걸리는 등 불가항력적인 일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룹간의 저축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바식스는 농업컨설팅서비스를 실시해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고 저생산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금리 문제를 보면, 연리 24%는 분명 싸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업계 평균보다 낮은 수치이고, 게다가 변제 실적에 따라 16%까지 내려갑니다. 그리고 그녀들은 지금까지 연리 100%, 200%짜리 고리대금을 썼기 때문에 그와 비교하면 상당히 합리적인 수준입니다."


학교에 다니는 것도 허락되지 않고, 결혼 전에는 부모에게, 결혼 후에는 남편에게 종속된 자신의 인생을 같은 처지의 동료와 함께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남성 중심 사회인 인도에서 여성들에게 그런 계기를 주는 것도 마이크로파이낸스의 큰 의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에이즈 바이러스 고아들의 고뇌와 희망 케냐 사회의 현실에 사랑의 손을 어떻게 건넬 것인가

2007년  7월 18일. 나는 나이로비에서 50킬로미터쯤 떨어진 은공(Ngong)이라는 작은 마을의 인터넷 카페에서 친구들에게 근황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냈다. 자극과 떠들썩함으로 가득했던 인도의 하이데라바드에 이별을 고하고 찾아온 케냐는 정말로 멋진 곳이었다.


케냐에서 나는 많은 아이들과 헌신적이고 친절한 직원들,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와 아기 고양이가 있는 쉘터 칠드런 재활센터(Shelter Children Rehabilitation Center)라는 고아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드넓은 초원에 덩그러니 서 있는 이 시설에서 지내는 143명의 아이들 중 75퍼센트는 에이즈 바이러스로 부모를 잃었고, 나머지 25퍼센트는 가정폭력과 근친상간 같은 부모의 학대에서 도망쳐 온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고아원에서 일하는 직원 18명은 아이들에게 식사와 기숙사 비용을 제공하고 학교 교육은 물론 장래 독립할 수 있도록 농업이나 컴퓨터, 엔지니어링 등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마련해준다. 내가 이 자원봉사에 참여한 것은 뉴욕에 거점을 둔 NGO인 글로벌 발런티어 네트워크(GVN)의 웹사이트를 통해서였다.


따뜻한 기후와 넉넉한 자연의 혜택을 자랑하고, 1960년 독립한 뒤 내전과도 인연이 없던 케냐. 이 평화의 땅을 조용히 그리고 차근차근 좀먹고 있는 공포. 그것은 전국에 만연한 에이즈 바이러스다. 케냐 정부가 2003년에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성인 125만 명(성인 여성의 9%, 성인 남성의 5%에 해당), 어린이 10만 명이 에이즈에 감염되었다. 게다가 케냐 인구의 14퍼센트만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감염률은 전 인구의 15~20퍼센트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면 케냐에 에이즈 바이러스 공포를 초래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고아원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NGO 직원의 이야기를 종합해본 결과 몇 가지 요인을 추려볼 수 있었다.


① 남성 중심 사회

지금도 전통적인 생활습관을 지키며 사는 마사이족은 일부다처제를 고수한다. 그 밖의 부족에서도, 전통적인 생활습관을 버리고 도심에서 생활하는 중산층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케냐에서 에이즈 바이러스가 중산층과 부유층까지 만연하게 된 배경에는 힘 있는 남성이 여러 여성과 동시에 관계를 맺는 것을 허용하는 문화도 큰 몫을 차지한다.


② 여성의 성기 절제(FGM)와 남성 할례

FGM이란 주로 여성에게서 성적인 유희를 빼앗기 위해 소녀일 때 성기의 일부를 절제하는 풍습을 말한다. 남성 할례란 성인이 되는 첫걸음으로서 소년 시절에 성기의 표피를 잘라내는 의식을 말한다. FGM을 받지 않은 여성은 매춘부로 간주되어 결혼 상대가 될 수 없고, 할례를 끝내지 않은 남성은 성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특히 교외 마을에서 행해지는 FGM이나 할례는 비위생적이기 십상이다. 여러 아이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소독도 하지 않은 칼로 성기의 일부를 잇달아 잘라내기 때문에 의식을 치르는 그룹 중 모자감염으로 에이즈 바이러스에 걸린 아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소독하지 않은 칼을 공유하는 다른 아이에게 에이즈 집단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③ 매춘 횡행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생활수준이 낮은 빈곤층의 도시 매춘이 성행하고 있다. 남성 중심 색채가 특히 강한 농촌에서는 남편의 부정행위에 아내가 이러쿵저러쿵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성의 자신의 행동양식과 관계없이 에이즈에 감염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④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아주 최근까지도 피임기구를 사용하면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등의 기본적인 지식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사회적으로 에이즈는 일반적인 생활로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위험이 매우 낮다 등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올바른 지식도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결국 감염 사실을 숨기기도 하고, 에이즈 무료검사도 받지 않으려고 한다.


빈곤이나 범죄와 달리, 에이즈 바이러스 문제는 그 참상이 눈에 보이지 않고 만연을 억제하거나 증가시키는 요소가 사람들의 행동양식이나 의식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정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직과 개인이 함께 장기간에 걸쳐 노력해야 한다. 이번에 나를 고아원에 소개한 NGO도 그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젊은이나 어린이들에게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보급하고 계몽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도와 케냐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공감의 중요성이다. 빈곤, 착취, 내전, 인권 침해, 환경 파괴, 난치병, 차별, 따돌림 등 사회는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모순과 불행으로 가득하다. 이를 해결하는 출발점은 일어난 현상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모순과 불행에 처한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 분노, 기쁨을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여름의 여로에서 만난 사람들이 내게 조용히 일깨워준 것은 이론을 뛰어넘어 행동을 시작하는 원점, 곧 인간으로서의 공감의 중요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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