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만세

   
남규홍
ǻ
도모북스
   
15000
2011�� 01��



■ 책 소개
SBS스페셜 ‘나는한국인이다’ 시리즈 <출세만세&& 남규홍 PD의 못다한 출세 이야기!

방송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한국인의 출세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한국인에게 출세는 어떤 의미이며 왜 갈망하는지 출세의비법은 무엇인지 출세한 자와 못한 자의 책임과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타인이 삶을 결정지을 수 있는 위치로 출세를 한 이들의 모습을보여주면서 "출세"는 남들을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방송분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프로그램<출세만세&&를 기획, 제작한 저자가 들려주는 출세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아 "출세"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해부한다.

전체 4부로 구성되어 1부에서는 마지막 홀로남은 자를 뽑은 이유와 완장촌에서의 경험한 멤버들의 개인별 소회를 추가하여 완장촌을 완성하였다. 2부와 3부에서는 방송의 내용을 더욱 자세히설명하여 이해를 돕는다. 4부 에서는 기업인과 목민관, 정치인의 대표 리더 이외에, 한때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출세한 리더들이 허심탄회하게털어놓는 출세와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서,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출세에 대해 생각해보고 다양한 해석을 내리기를기대한다. 또한 자신한테 맞는 출셋길을 찾아 노력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에 대해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기를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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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남규홍
충북 충주에서 나서 학창 시절은 서울에서 보냈다. 고려대법학과를 졸업하고 잠시 고시준비를 하다 그만두고 재미난 삶을 찾아 결국 PD로 밥벌이하며 살고 있다. 

서울방송 교양국 PD로서<한밤의 TV연예&& <백만불 미스터리&& <생방송 세븐데이즈&&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을 연출했다.외계인의 눈으로 지구인을 본다는 인간 본성 탐구프로그램 <신기한 지구인&&을 기획했지만 정규 런칭에는 실패했다. 2009년 제21회한국PD대상 실험정신상을 탄 <인터뷰게임&&을 기획, 연출했다. 인생의 고민에 대해서 파란 마이크를 들고 본인이 직접 주변 사람을인터뷰하는 방식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 프로그램은 그 독창성이 인정받아 프로그램 포맷이 해외수출 논의 중이다. 
2010 신년특집 SBS스페셜 ‘나는 한국인이다’ 시리즈 4부작<출세만세&&편을 만들었고 한국PD연합회가 주는 ‘이달의 PD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2011신년특집 SBS스페셜 ‘나는 한국인이다’시리즈 3부작<짝&&편을 제작하였다. 

<출세만세&&는 ‘출세’라는 도발적인 주제를 잡아 한국인의 뇌관을 건드린 프로그램으로 기존 다큐멘터리와는 다른대담한 실험기법이 돋보였다. 오래전부터 한국인들의 정서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출세에 대한 욕망의 근원을 파헤치고 출세라는 화두를 통해한국인의 근본적인 가치관, 정서, 내면적인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다. 

또한 우리 시대 출세한 자의 의무와 책임을 묻고 있다. 진정한 출세 의미는 무엇이고 과연 우리 시대의 리더들은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출세’라는 음지언어를 양지언어로 끌어내 말 그대로 출세시켰다. 그래서 출세한 리더들이제대로 대한민국을 이끌어줄 때 우리 삶의 질이 더 나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SBS스페셜 ‘나는 한국인이다’ 시리즈는 어떤 키워드를 통해 한국인을 들여다보려는의도로 기획하였다. ‘출세’를 통해서 혹은 ‘짝’을 통해서 우리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본능과 본성에 충실한 한국인의 모습이 다르게 드러날 수있다는 생각으로 처음 시도했다. 밖으로만 향해있던 한국인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고 세대와 계층 간 이해와 소통을 돕기 위한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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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1부 출세의 이유 - 나도 완장을 차고 싶다
완장이라는 것 | 소설이 아닌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출세한 권력자의 편에 선다는 것 | 출세의 이유는‘권력’인가 | 은밀한 욕망, 출세! 완장촌을 가다 | 나도 완장을 차고 싶다 | 완장촌의 초대 완장 | 권력의 교체 | 2대 완장의 시대 |완장에 도전하다 | 3대 완장의 시대 그리고 새로운 권력의 탄생 | 4대 완장의 시대 그리고 완장촌을 떠나던 날 | 완장촌, 완장 그리고 권력에대한 인터뷰 | 완장촌이 남긴 것 | 사회학자 이재열 교수가 바라본 ‘완장촌의 사회학’ 

2부 출세의 의미 - 한국인의 출세기
 
‘출세의 표본 집단’을 통해 출세를바라보다 | 출세 명당을 찾아서 | 출세 1번지 야소골을 만나다 | 야소골 사람들의 출세기 백 년 | 야소골의 출세 비결 | 계속되는 야소골의출세 행진 | 한국인의 강한 출세 욕구, 그 이유는 | 한국인만의 독특한 출세 의식, 그 배경과 특징 | 존경받지 못하는 출세 | 봉건영주와노블리스 오블리주 그리고 한국 지도층 | 리더가 군자이기를 요구하는 사회 

3부 출세의 법칙 - 개천의 용을 꿈꾸는 당신에게 
장군일까? 노숙자일까? | 한국인의출세 공식 | 출세 드라마, 출세 인생의 기본조건 | 출세하는 사람은 이유가 있다? | 회사원들 출세에 대해 말하다 | 우리가 알고 있고 믿고있는 출세의 요소-성적 |&nbsp& 우리가 알고 있고 믿고 있는 출세의 요소-운칠기삼 | 개천의 용은 사라졌다 | 한국인 ‘출세에 대한 마음의지도’를 조사하다 | 출세를 바라보는 이중적 시선 | 권력을, 혹은 권력자를 대하는 방법 | 출세의 비법

4부 출세의 완성 - 리더에게 길을 묻다 
누구나리더를 꿈꾸지만 리더의 길은 쉽지 않다 | 리더에게 길을 묻다: 기업 CEO 편 박용만_(주)두산 회장 | 리더에게 길을 묻다: 목민관 편김문수_경기도지사 | 리더에게 길을 묻다: 정치인 편 유시민_전 보건복지부 장관 | 출세한 자 출세를 돌아보다 | 출세한 한국의 리더들을만나보니… | 박지성의 출세는 왜 묻지 않는가 

에필로그 
인물색인





출세만세


프롤로그

당신은 출세하셨습니까? 라고 질문을 하면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은 아마 0.1퍼센트도 안 될 것이다. 당신은 성공하셨습니까? 라고 질문을 바꾸면 여기저기서 손을 드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최소한 1퍼센트 이상은 될 것이다. 그만큼 성공에 대한 잣대는 관대하고 다양하다.


그런데 출세에 대해서는 야박하다. 출세한 사람을 비난하고 시샘하면서 한편으로는 열광한다. 대단히 부러워하지만 존경하지는 않는다. 그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출세를 바라보니 출세에 대한 개념이 좋을 리 없다. 출세 개념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편견도 심하다. 현실을 봐도 출세하기는 희박해 보이고 본인 주변을 둘러봐도 출세한 사람은 드물다. 내 주변에도 출세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고 바라지만 그것은 그냥 바람일 뿐이다. 성공은 여기 있고 출세는 저기 있다. 성공은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출세는 그분들의 이야기가 된다.


한국인은 성공이나 출세에 대한 열망이 그 누구보다 강하다. 신분상승 욕망의 용광로에 대한민국이 절절 끓고 있다. 출세 욕구와 성공의지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자신보다는 자식이 더 출세해야 한다는 욕망 때문에 대한민국의 교육은 세계 최고로 뜨겁고 말이 많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혀를 째는 국민이다. 성공한 부모들은 출세를 위해 디딤돌이 되어 사는 것이 또 하나의 현실이다. 해외유학 중인 학생들의 부모는 대개 성공한 부모들이고 그들은 성공의 대물림을 떠나 출셋길을 은밀하게 닦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른바 대한민국 상위 0.1퍼센트 계층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돈만으로는 안 된다. 방법은 단 하나, 성공보다는 출세인 것만은 확실하다.


출세를 못한 99.9퍼센트의 사람들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비록 출세는 할 수 없지만 출세한 사람을 선택하고 지지하고 감시할 수는 있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출세한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들 삶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올바른 리더가 되는 것은 어려워도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현명한 판단력과 올바른 정신만 있으면 된다. 출세에 대한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도 그 이유이다. 우리 사회에서 출세는 무엇이고 출세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어사전에 출세를 찾아보면 세상에 나왔다는 뜻으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유명해지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의 출세는 세속적 의미의 출세와 융합하여 출세 이미지에 거대한 그늘을 만들고 있다. 대체 출세라는 것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출세에 대한 해석을 달리해보기로 했다. 사물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출세란 화두를 가지고 일 년을 고민한 결과, 결론을 내렸다. "오랫동안 준비한 사람이 만인을 위해 봉사하러 세상으로 나오는 것을 출세라고 한다."


출세만세를 통해 내린 출세에 대한 정의다. 음지의 언어를 양지로 끌어내 말 그대로 출세시켰다. 출세는 위대한 것이니 더는 숨지 말고 출세한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옳다. 다만 충분하게 준비된 사람만이 그 자격이 있다. 출세가 그렇게 위대한 말이라면 출세는 하고 볼 일이다. 오히려 긍정적인 의미의 출세 욕구를 자극하여 현재의 난관을 극복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세자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다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는다면 이 사회는 한층 발전할 것이고 그 혜택은 반드시 자신한테 돌아올 것이다.



1부 출세의 이유 - 나도 완장을 차고 싶다

출세의 이유는 권력인가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은 출세의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이만큼 피부에 와 닿는 말이 있을까. 억울하다는 감정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부당하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될 때 생긴다. 억울한 일이 많다는 것은 한국사회가 그만큼 투명하고 깨끗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방법은 하나, 출세해서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출세해야 했고 내게 유리하게 게임의 법칙을 바꾸어야 했다. 공정하지 못한 세상에서는 그것이 법이었고 신의 뜻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출세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다음이 높은 지위에 오르고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아주 소수 사람만이 출세 본래의 의미를 쫓아 "오랫동안 준비하여 높은 지위에 올라 만인에게 봉사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올" 것이다.


출세와 권력은 종종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완장은 권력의 상징이다. 권력의 크기는 다를지라도 권력을 추구하는 욕망은 모두 비슷하다. 작은 권력이든 큰 권력이든 권력의 법칙은 동일하다. 과연 한국인은 권력에 대해서 어떤 생각들을 하고 무슨 반응을 보일 것인가?


완장촌이 남긴 것

완장촌 다큐멘터리는 인간의 권력에 대한 의지와 그 작용에 대해 그린 것이다. 그 결과 7인밖에 되지 않는 가상 공간에서조차 인간의 상승욕구는 발생하였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실험자들도 이틀을 내버려두었더니 그 속에서 욕망을 키워갔다. 자연스럽게 권력에 대한 욕심이 커졌고 권력관계가 생겼으며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 깊어졌다. 완장 하나가 이렇게 사람을, 사람 사는 풍경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바로 이것이 한국인의 모습이고 내 모습인 것 같았다. 끝내고 보니 어떠한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삼았어도 결과는 비슷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완장이란 말에 거부감이 생기고 권력의 속성을 마주하는 데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우리의 모습이다. 실제 사회는 완장촌보다 훨씬 복잡하고 심한 권력관계가 작동한다. 세상의 축소판인 완장촌의 메시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여드레 동안 진행된 완장촌 권력투쟁기는 끝났다. 그러나 완장촌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완장촌은 이제 현실 속의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더 큰 완장을 찰 수 있을까? 내가 완장을 차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왜 내가 아니고 당신인가? 준비하고 또 준비하다 보면 내게도 기회가 올까? 나도 완장을  차고 싶다는 완장을 향한 한국인의 욕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부 출세의 의미 - 한국인의 출세기

야소골 사람들의 출세기 백 년

억척어멈 송무개 씨의 출세관

송무개 씨는 3남 1녀를 두었는데 자식들이 모두 공부를 잘해 장남은 고등학교 고사가 되고 차남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이 되었고 막내는 한의사가 되었다. 자식농사를 잘 지어 모두 부러워했는데 몇 년 전 날벼락 같은 일을 겪었다.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재경부(현 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 일하던 차남이 과로사로 순직한 것이다. 차남 이문승 씨는 야소골에서 처음으로 배출한 행정고시 합격생이었다.


십여 년간 남편 병수발하며 삼형제를 대학 교육시킨 것을 보면 대단한 분이다. 빤한 농사를 지으며 셋을 어찌 대학 보냈을까 궁금했다. 마을 사람들이 송무개 씨에 대해 한 말이 인상적이다. "그 사람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통영에 나물 팔러 다녔어요. 산에 나물 캐러 다니다 뱀에도 두 번이나 물리고. 그렇게 고생하며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워냈어요. 정말 본받을 분입니다."


송무개 씨의 삶 속에는 자식에 대한 감정이 숨김없이 나타나고 출세에 대한 정서와 가치관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었다. 그것은 출세와 인생의 절절한 변주곡이었다. "무슨 노동일이 힘들어 못 해도 아들이 공부만 하고 있으면 일해라, 그런 소리는 도저히 안 한다. 촌에서 일하면 보리 벤다고 가을 추수한다고 학교 안 보내는데 우린 그런 적이 없고 공부하라고 하지. 공부 많이 시킨 것도 고생이다. 세상 살지도 못하고 욕만 보고 저리 갈 거였으면. 말하기는 우리같이 땅 파고 살지 말고 공부만 하면 편할 거라고 그리했는데 그게 아니고 저리 힘들게 하다가 세상을 갔는가 싶어서 그게 더 힘들다."


최고로 출세한 사람도 행복할 수 없었다는 충격에 사람들은 당황한다. 어머니 역시 출세하면 인생이 바뀔 것이라고 믿었던 소신이 흔들린다. 출세가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진리를 왜 죽음으로 알려야 하는 걸까? 아들은 엘리트의 과열경쟁 속에서 과연 행복을 꿈꾸었을까? 어머니 몰래 홀로 처절한 출세 전투를 한 것은 아닐까? 남에게 뒤처지지 않겠다는 자존심 속에 스스로 속박과 굴레에 갇혀 살다가지는 않았을까? 아들의 죽음으로 어머니의 출세관은 변해갔다.


그런데 송무개 씨의 삼형제 출세기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막내 아들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막내 문욱 씨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남들이 부러워하는 신의 직장이라고 하는 한국은행 입사가 어머니는 못 미더웠던 모양이다.


"어떤 일을 하길 원했었는데요?"

"어떤 일을 원해? 검사 판사!! 그래 하다가 잘 되면 국회의원도 나올 수가 있고."


정작 당사자인 이문욱 씨는 괴로웠다. 남들에게는 신의 직장이지만 자신에게는 노예의 직장이었다. 관료적인 조직생활에 체질이 안 맞아 속병이 났다. 심각했고 문욱 씨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이 년 육 개월 간의 직장생활을 과감히 접었다. 속병이 생기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아들을 보고 어머니도 부랴부랴 아들의 뜻을 존중해 주었다.


지금 막내아들은 통영에 한의원을 개원하고 어머니와 살고 있다. 주말마다 어머니를 모시고 목욕을 가고, 퇴근 후 저녁 식사를 마치면 나란히 마을을 산책한다. 차남이 죽고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어머니를 위해 막내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머니 곁에 있어주는 일이다. 어머니도 더 이상 아들이 판검사가 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건강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엘리트끼리 출세 경쟁하며 모진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차남의 죽음으로 인해 송무개 씨 가족의 출세관은 바뀌고 있다.


리더가 군자이기를 요구하는 사회

출세와 권력은 동전의 앞뒤처럼 함께 간다. 출세해서 권력을 얻은 자에게는 그 힘에서 오는 권위가 있다. 권력과 권위는 인간을 복종시키는 힘이며 위력이라는 의미에서 예로부터 흔히 동의어로 사용되어 왔다. 사람들이 그 정당성을 승인하여야만 권력은 비로소 권위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권위를 낡고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군사독재 정부를 오래 거치면서 권위의 부정적인 모습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 권위주의 시대에는 권위에 대한 문제를 의식하지 못했다. 1980년대부터 정치권의 신뢰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권위에도 문제가 생겨났다. 정당한 권력에 의한 권위가 아닌 권위적인 권력에 의한 권위가 숨을 조여 왔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권위적인 권력을 없애는 데는 성공했으나 대체할 가치관을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권력 부재 상태로 내몰리면서 그 부작용이 나타났다. 민주화와 함께 권위주의가 깨지면서 권위까지도 무너졌던 것이다. 허태균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는 권위가 필요하며, 권위와 인격을 동일시하면 안 되며 조직이나 기관의 권위가 무너지면 끝장이라고 말한다.


"출세한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지 못한 것은 이 시대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지금까지의 시스템이 그러했기에 누구나 반칙도 하고 변칙도 했습니다. 보통 어떤 자리라는 것은 역할을 의미하는데 우리는 그 역할을 잘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맞는 엄격하고 높은 도덕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출세한 자를 역할로 안 보고 자리나 지위로 보는 것이지요. 그런데 출세한 사람 중 도덕군자가 있습니까? 우리 기존 사회에서는 도덕군자가 있을 수 없습니다. 먹고 살려면 때가 탔고 집 사려면 변칙을 저질러야 했기 때문입니다. 자기는 도덕군자가 아니면서 왜 도덕군자를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장은 시장의 역할을 잘하면 되는 거지 도덕군자인 시장을 기대하는 것부터가 잘못입니다. 현재로서는 구조상 있을 수 없습니다. 방법이 있다면 시간이 흘러 세대가 바뀌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사회가 군자로서 출세하긴 틀린 구조인데도 오히려 권력자에게는 군자이길 바라는 모순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허태균 교수의 말처럼 지위는 역할로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우리나라는 문화가 그렇지 않다. 리더는 도덕성에 대한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그 기대치가 너무 높다. 그래서 항상 배신감이 더 크고 분노하고 절망한다. 성공의 규칙에 대해 얼마나 반칙을 했느냐 하는 과정에만 천착하고 있다.


출세와 관련해 정서적인 극단을 오가는 것, 나를 배제하면 완전한 인간을 리더로 요구하는 것, 지금 국민이 스스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 우리는 서양에서 삼백 년 겪는 일들을 지난 삼십 년 간 겪어왔다.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성숙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학습을 할 만한 시간이 필요하다.



3부 출세의 법칙 - 개천의 용을 꿈꾸는 당신에게

한국인 출세에 대한 마음의 지도를 조사하다

현재 출세의 특성

명문대, 박사, 대기업, 후원자, 배우자 능력, 인맥, 조직, 방송, 배짱, 대세, 순응 이런 출세 키워드가 현재 출세를 나타낸다고 본다. 주로 청와대 사람들, 한나라당, 소망교회, 고대, 영남, 강남 출신한테서 두드러져 보인다.


현재의 이명박(이하 MB)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출세의 모습이다. 소위 고.소.영(고대 출신, 소망교회, 영남, 강남부자)으로 상징되는 출세한 집단들의 속성이다. 과거에도 출세는 어려운 것이었지만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현재 출세는 과거 출세에 비해 더욱 어렵다. 왜냐하면 과거 출세의 조건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그 조건들이 상호 융합하는 출세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과거에 출세한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교육을 통해 학벌과 학위를 따서 지식전문가가 되는 방법이다. 둘째, 돈을 많이 벌어 중소기업 이상의 사장이 되면 출세한 것으로 생각했다. 셋째, 고시에 합격해 판검사나 관료가 되거나 정치권에 영입돼 선출직 정치인으로 출세하는 방법이 있다. 학벌, 돈, 고시와 선거 등은 한국인이 출세에 이르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과거엔 그렇게 자수성가한 개천의 용들도 많았고 그것이 가능했던 사회였다.


그런데 현재 출세에는 교육(학벌), 돈(사업), 고시합격(선거 포함)의 3박자에서 다음 단계로의 변신이 요구된다. 높은 학벌이 있어도 돈이 있어야 유리하고 고시에 합격해도 부자이거나 학벌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즉 과거 한국인은 교육을 잘 받아 교수가 되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고시를 통해 판검사가 되면 그것이 출세하고 여겼다. 그런데 이젠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교육과 돈, 고시합격이라는 기존의 출세 경로에 방송활동 등을 통한 대중의 인기와 명성, 경제력, 집안배경 등이 더해져 사회적 영향력과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들, 그들이야말로 현재 한국인의 마음속에서 출세했다고 인정하는 모습인 것이다.


과거 출세와 현재 출세의 유형을 가르는 것은 마치 단품요리냐 코스요리냐를 구분하는 것과 비슷할지 모른다. 핵심은 권력이 하나 더 결합해 있는 것. 과거 출세는 당대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도 출세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사람들이 보는 출세는 이중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며 뒷문이 든든해야 한다. 즉 당대에 고시합격하고 박사학위 따고 돈 많이 버는 것은 출세에서 부족하다. 적어도 대를 잇는 부자, 권력가, 법조인 정도는 되어야 한다. 강남의 고급아파트를 몇 채쯤 가질 수 있고 빌딩 한두 채는 있어야 권력이 떨어져도 돌아가 먹고살 토양이 있다. 적어도 그쯤 되어야 출세한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 출세가 신분상승 측면이라면 현재 출세는 자신의 높은 신분을 활용하고 확인하는 이미지로 보인다. 현재 자신이 높은 신분에 속한다고 믿을 수 없는 대다수 한국인이 출세에 대해 허탈함과 좌절감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출세형: 고승덕 - 국회의원

경기고 졸업, 서울법대 수석 졸업. 사법고시 최연소 합격, 행정고시 수석 합격과 최연소 합격, 외무고시 차석 합격, 대학 재학 중 고시 3과 합격, 하버드와 예일대 법학 석사, 컬럼비아대 법학박사, 미국 4개 주 변호사, 미국 최대 로펌 B&M 근무 그리고 주식전문가, 방송인, 국회의원까지 고승덕의 이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려하다. 원조 공부의 신으로서 그는 지금도 종종 수험생이나 고시생의 집중 조명을 받는다. 그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어떻게 공부했는지는 많이 알려져 있다. 씹어 먹는 시간이 아까워 어머니에게 주문해 반찬을 잘게 썰어 먹었다는 그의 인터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순간 경악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존경스러웠다. 이런 정신력이면 못할 게 무엇이 있을까 싶다.


그는 누구보다도 앞서 새로운 시대의 출세 방법을 알고 실천한 사람이다. 그 화려한 경력에 대중적인 인기와 유명세를 더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변호사가 되었다. 그는 공부하는 법의 일인자다. 출세하는 법도 공부해서 터득했을 것 같았다. 그가 파악한 출세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물어보자.


"출세하는 법? 한마디로 표현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라. 그게 화두입니다. 똑똑한 사람이 출세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있잖아요. 남의 생각을 하지 않고서 말을 함부로 하기 때문입니다. 대개 자기 소신이라고 말하는 게 남의 마음에 상처 주는 게 많잖아요, 여기서 소신이라든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받아들일 방법으로 이야기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4부 출세의 완성 - 리더에게 길을 묻다

리더에게 길을 묻다: 기업 CEO 편 박용만_(주)두산 회장

지난 95년 말 두산그룹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IMF와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해 소비재 중심에서 중공업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하며 위기를 넘겼다. 두산의 상징인 OB맥주를 비롯한 모든 것들을 과감하게 버렸다. 창업자를 생각하면 맥주를 버리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기존의 것들을 팔아 두산중공업을 인수했고 그 이 년 후엔 고려산업개발, 그 이 년 후에 인프라코어를 인수했다. 인수에 인수를 거듭하며 두산그룹은 변신하고 성장해갔다. 그 모든 실무를 박용만 회장이 맡았다. 두산그룹 사람들이 지금도 박용만 회장을 YM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는 배경이 이해된다. 박용만 회장은 이십일 년 만에 회사 대표가 되었다. 그 과정은 나름 지난했다.


직장인의 출발도 모두 비슷하다. 그러나 수십 년이 흐르고 나면 출세 딱지는 특별한 누군가에만 붙어 있다. 과연 무엇이 그들을 달라지게 한 것일까. 그들에게도 성공과 출세로 이어지게 한 동력이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그들의 출발 인생은 남들과 달랐을 수도 있다. 그때 그들에게는 끊임없이 정신적인 조언을 해주는 특별한 멘토가 있었을 수도 있다. 직장생활 삼십사 년 차 박용만 회장이 신입사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금과옥조처럼 가슴에 담아놓고 실천해도 좋은 명언이다. 방송 후 블로그 등에 가장 많이 스크랩된 회장의 어록이기도 하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제가 이런 얘기합니다. 대학 사 년 동안 공부 열심히 해서 우리 회사 들어온 신입사원들은 전략을 한번 짜보고 싶습니다, 신사업 개발을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신입사원들한테 그런 일 못 시킵니다. 제가 분명히 얘기합니다. 자네들한테 신사업 개발을 맡긴다? 못 맡긴다! 왜? 아는 게 없으니까, 아직. 그러나 아는 게 없다는 이야기는 초기일 뿐, 일 년이나 이 년이 지나고 난 다음에 얼마만큼 동료보다 더하느냐에 따라서 근본적으로 그 사람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얘기합니다. 처음 출발선에 섰을 때 그러한 조그마한 지식의 차이는 큰 차이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얼마만큼 이 사람이 스펀지 같은 마음 자세를 하고 있는가? 자기가 하는 일, 즉 단순반복적인 일로 시작하더라도 그 업무를 왜 해야 하며 이 업무가 다음에 어떻게 이어지고 그것이 회사의 더 큰 업무로 어떻게 연결이 되고 이것은 수익성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식을 빨아들이려는 사람은 일 년이 지나면 뭘 아는 게 없다가 뭘 좀 아는 사람으로 변합니다. 그러면 금방 차이가 납니다. 리더가 될 사람은."


젊은이에게 보내는 박용만 회장의 출세메시지

성공으로 이어지는 첫걸음은 경쟁, 우위, 생존, 결과, 이런 단어들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그것이 크든 작든 만족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성공이라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본인의 꾸준한 노력과 일관된 생각으로 이루어질 때 값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속적 동기부여의 출발점은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과 내면의 평안이라고 봅니다. 작은 일이라도 우선 자기가 행복하고 편안하고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는 것으로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의 의지에 의한 성실한 노력이 지속하려면 그 과정이 행복하고 어느 정도 만족스러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지속적인 동기부여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결과만 따지기보다는 설사 실패를 했더라도 그 과정의 의도와 노력이 값진 좋은 시도에 대해서는 더 칭찬하고 응원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성공이라는 걸 어찌 절대적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성공의 크기만 좇는 건 이카로스 날개를 달고 태양에 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저는 자신이 만족하는 것도 성공이고, 남들이 값지다고 인정하는 이룸 역시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결과만 놓고 경쟁시키고 질타하기보다는 시도와 과정을 보고 격려하고 인정하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는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최선의 결과 하나만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늘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나의 최선의 결과를 얻느냐 아니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선이 아닐 때 차선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이 안 되었다고 지나치게 낙담하거나 송두리째 방향과 목표를 바꾸는 건 연속된 좌절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차선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이어지고 쌓이면 끝내는 단 한 번의 최선보다 더 큰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최선만이 아니라 차선 또는 차차선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사회 곳곳에 자리 잡으면 자연스레 성공도 많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결과만을 보고 몇 사람의 성공을 규정한다면 더 많은 사람의 실패라는 비용을 지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노력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성공의 이야기와 행복이 넘쳐나는 사회가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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