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자본

   
박은몽
ǻ
소울
   
12000
2009�� 12��



■ 책 소개
남성들이 업무 지향적이라면여성들은 관계 지향적이다! 여자의 자본으로서 관계의 기술에 관심을 가져온 저자는 글로벌 기업의 여성 임원으로 활동하는 여성 리더를 취재하여 그성공 뒤에 관계의 리더십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저자가 찾아낸 해답은 바로 LWHR(Leading women in HumanResources) 회원들이었다. LWHR은 1998년에 시작된 글로벌 기업의 여성 임원들의 모임이다. 이들 여성은 모두 각 기업의 인사 정책및 교육과 관리 등을 담당하는 인사 전문가들로서, 처음에는 말단 직원에서 출발했지만 다른 여성들이 중도에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간 후에도, 여성특유의 관계의 기술을 발휘하여 살아남아 정상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 책은 여성 리더들이 신입 사원 시절부터 임원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에피소드를 청중에게 강의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저자는 이 책을 통해 관계의 기술이야말로 여성의 자본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관계의 리더십에 투자한다면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는 리더가 될 수있다고 조언한다.

■ 저자박은몽
대학에서 행정학을 공부했고, 기자 생활을 수년간 하다가 2005년 「문학과 창작」에서 소설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작가. 다른 어떤 것보다 글 쓰는 일을 사랑하며 현우와 선우를 너무 사랑하는 어머니이다. 저서로 『청소년을 위한 시크릿』『너의 이름보다는 너의꿈을 남겨라』 외 『명품 인생을 살아라』『스무 살과 서른 살은 열정의 온도가 다르다』『우리말 바로쓰기』『선덕여왕』 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PART I 혼자만의 열정, 그걸로어디까지 갈 수 있는데?
여기서 멈춰야 하나 더 가야 하나?
막 나가던 첫사랑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알건 다아는 두 번째 사랑, 그래도 감정조절 힘드네
도가 튼 세 번째 사랑, 상처까지도 쿨하게!
PART II 밑바닥에서 정상까지 오른 그녀들의 ‘관계’의기술
1. 사랑하라, 상처받을 것이다. 그래도 사랑하라 : 김남희_기업 인사 및 노사 협상 전문가
2. ‘단순하게’정리하고 ‘통 크게’ 이해하라 : 김명주_인사 관리 전문 컨설팅 및 교육회사 ‘HR ONE KOREA’ 대표 
3. 조건보다는 협조적인파트너를 선택하라 : 김연희_전 한국리복 인사 본부 이사
4. 그의 영혼을 케어하라, 아이처럼 길들어간다 : 오철숙_Aligned& Associates 공동 대표 인사 관리 전문 컨설턴트
5. 웃고 있는 피에로의 숨은 눈물을 놓치지 마라 :허종옥_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인사 담당 상무
6. 사랑과 야망, 그 사이의 균형을 찾아라 : 김혜원_PCA생명보험(주) 인사 담당전무
7. 너무 빨리 가려 하지 마라, 적을 만들 뿐이다 : 남궁혜림_인사 전문 컨설턴트, 전 다우케미컬 HR CountryManager
8. 야심만만은 편안함만 못하다 : 오숙희_볼보건설기계 부사장
9. 원만한 것과 만만한 것을 구별하라 :이영숙_Aligned & Associates 공동 대표 인사 조직 개발 전문 컨설턴트
10. 확실하게 몰입하고 즐겁게 함께 일하라: 김정현_한국휴렛팩커드유한회사(HP) 인사부 이사
11. 나만의 퍼스널 커넥션을 만들어라 : 박현주_SABIC InnovativePlastics Korea(전 GE플라스틱 인사부 상무
12. 주는 만큼 안 돌아온다, 그래도 나의 아우라는 남는다 :서유순_라이나생명보험 인사 담당 부사장
13. 성공하기보다는 열정적으로 사랑하라 : 신시란_디아지오 동남아시 지역 인사 담당부사장
14.서로 키워 주며 노는 물을 만들어라 : 오경근_한국하니웰 인사 담당 이사

PART III 필요한 사람이라면 사랑하고, 관계하고, 절대 놓치지마라
일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관계 못하는 사람이 잘린다
당신을 미워하는 그에게 말하라 “저랑 차 한잔 하실래요?”
얄팍한 꼼수가 아니라 ‘관계역량’을 키워라




여자의 자본

여자의 자본


PART I 혼자만의 열정, 그걸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데?

여기서 멈춰야 하나 더 가야 하나?

오 선생은 글로벌 기업에서 임원을 지내다가 얼마 전 퇴직하여 컨설턴트를 하면서 주로 여자 후배들을 위한 상담과 코칭을 해주고 있다. 어느 날, 30대 후반의 김지연이 오 선생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커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 지연은 오 선생을 붙잡고 이야기를 쏟아냈다.


지연은 중소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여 대기업에 입성한 후 이제까지 고속승진으로 탄탄한 자기 위치를 만들어 왔다. 특유의 꼼꼼함과 일에 대한 열정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탁월한 일처리로 조직의 인정을 받으며 나이에 비해 일찌감치 과장을 달았다. 그런데 고대하던 차장 승진에서 벌써 여러 차례 낙마했던 것이다. "그래서 오 선생님에게 코치를 받고자 이렇게 면담을 신청한 겁니다."


"이제 어떻게 하고 싶어요?" 오 선생이 물었다. "이런 배신감을 안고 회사로 돌아갈 순 없어요. 회사 안 다닌다고 굶어 죽는 거 아니니까 일단 장기 휴가나 내고 쉬겠어요." "만약 지연 씨가 일보다는 가정에 더 충실하고 싶어서 쉬는 거라면 또 다른 문제겠지만……위기가 닥쳤을 때 홧김에 자신의 커리어 인생을 중단하는 것은 사춘기 소녀와도 같이 철없는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을 한 번 점검해보세요. 당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실무자가 아니에요. 단순히 일을 잘하는 건 조직이 지연 씨에게 기대하는 바가 절대로 아닐 거예요." 지연이 답했다. "회사에서 일만 잘하면 되지, 더 이상 뭐가 필요하단 말예요?" "리더! 리더가 되는 거예요. 리더가 된다는 건 이제까지와 같이 일을 잘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죠." 오 선생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사회의 각 분야에서 알파걸의 활약이 눈부신 요즘이다. 교육계나 국가 고시, 의료계 등 각종 전문 분야에서는 특히 여성들이 남성들을 추월한 지 오래다. 그러나 대기업 등의 큰 조직에서는 여전히 여성 임원 비율이 10퍼센트를 훨씬 밑돌고 미국의 경우에도 중간 지위에 있는 여성들의 비율은 증가했지만 최고 지위에 있는 여성의 수는 아직까지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컨설팅 및 코치 전문회사 Aligned & Associates의 공동 대표인 오철숙 씨는 수많은 여성 고급 인재들이 중간 관리자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도중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들이 리더가 되기 위한 성장통의 고비를 넘기기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공동 대표 이영숙 씨 역시 실무자에서 관리자나 팀장의 위치로 올라갔을 때 여성은 일대 전환을 맞는다며, 커리어 라이프가 질적으로 한 단계 올라서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그 터닝포인트에 달려 있다고 얘기했다.


왜 수많은 여성들이 혼자서만 일을 잘하는 실무자 차원에 머물러 있는 걸까? 일을 사랑한다는 열정만으로는 2퍼센트 부족하다. 해답은 관계’에 있다. 아무리 일을 잘하고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관계를 잘 맺지 못한다면 리더의 자리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PART II 밑바닥에서 정상까지 오른 그녀들의 관계’의 기술

조건보다는 협조적인 파트너를 선택하라 : 김연희_전 한국리복 인사 본부 이사

- 샤방샤방~ 몸에 밴 친절과 상냥함

강단에 오른 김연희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데 마치 항공기 승무원처럼 상냥하고 친절해 보인다. 그녀의 세련된 매너는 우연히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녀는 1985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조선호텔 영업 이사의 비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내가 맡은 일은 직접 호텔의 손님에게 서비스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호텔 전체의 분위기가 고객을 중심으로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하는 마인드를 요구했기 때문에 나도 자연히 그런 마인드를 익히게 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러 국적과 문화를 가진 윗사람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그 사이에서 원만한 관계를 구축하며 상반된 시각과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어려움이 컸다. 그때 익힌 서비스 정신과 관계를 조율하는 감각은 그녀가 커리어 우먼으로서 성장하는 데 있어 훌륭한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 일시적인 이익보다는 인간에 대한 신의가 우선

조선호텔에서 근무하다가 퓨리나’로 옮겨 사장 비서로 일하던 그녀는 인사 관리 매니저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사 관리를 하려면 술자리 같은 비공식적인 만남도 많이 가지면서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여자라서 한계가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녀는 생각이 달랐다. 그녀는 술자리에서 따로 주고받는 거래가 얼마나 가겠느냐며, 차곡차곡 신뢰를 쌓아갈 때 더 제대로 된 인사 관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사 관리자로서 저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어드바이스를 해줍니다. 다른 직장을 구하려거든 잡을 가지고 있을 때 미리 구해라. 쉬면서 구하기는 어렵다는 거죠. 인사 관리 책임자인 저부터도 다른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는 사람이라면 뭔가 문제가 있는 걸까, 하고 약간 확인하고 싶어지니까요. 그런데 막상 제가 퓨리나를 그만둘 때 무작정 그만두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했죠."


그녀는 한 1년을 쉬고 나서야 다른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프랑스계 전기전자회사에서 2년 정도 근무하고 난 후 다시 한국리복과 연결되었다. "김연희 씨가 전에 다니던 회사들은 노조가 없는데 우리 회사는 노조가 있습니다. 노조 경험이 전혀 없는데 그 점에 대해서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리복 사장이 물었다. "노조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은 없지만 노조 협상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아닙니까? 사람 관계에서 무엇보다도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신뢰를 쌓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그녀의 채용은 결정되었다.


- 을’의 입장에서 사람들을 대하면 만사 OK!

"호텔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서비스 정신이 몸에 배게 됩니다. 나보다 남을 더 배려하고 자신의 기분보다 상대방의 기분에 맞춰서 말하고 행동하는 좋은 습관은 조직에서 굉장히 필요한 자질 중의 하나죠. 특히 직원들을 이끌고 가야 하는 리더라면 리더십을 발휘하기 전에 먼저 서비스 정신을 실천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서비스 정신은 스스로를 을의 입장에 놓을 때 가능하다. 을의 입장에서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자세, 그것은 바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의 자세다.


"여러분, 관계의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세요? 바로 운이에요. 좋은 사람을 만나는 운 말입니다." 농담처럼 내뱉은 말에 청중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어떻게 계속해서 인복이 좋을 수 있을까? 좋은 사람만 만나게 하는 행운이 유독 그녀를 따라다녔을까? 그게 아니라 그녀가 누구를 만나더라도 적극적인 서비스 정신을 통해 좋은 관계를 만들어왔던 것이다.


- 화려한 조건보다는 나에게 협조적인 파트너를 선택하라

당신은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잘 맞는 직장을 찾아주십시오.김연희의 친구인 한 여성이 상사로부터 이런 서신을 받았다. 그녀는 당황스럽고 분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구하기로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실력 있고 스마트한 인재라고 생각했는데…….김연희는 회사로부터 사직을 권유받았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직장에서 사직을 종용당했다면 분명 능력이 없거나 뭔가 문제가 있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같은 사람, 같은 능력이라도 누구와 함께 일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궁합 때문이다. "친구는 다른 직장으로 옮겨서 두각을 드러내 승진도 하고 연봉도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능력이 없거나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단지 다니던 회사와 맞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직장을 구할 때 우리는 객관적인 조건부터 살핀다. 연봉이 높고, 전망이 좋은 업종이어야 하고, 근무 환경도 럭셔리하면 더 좋고. 그러나 조건보다는 자신과 코드가 맞는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조건이 좋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외형만 고려해 직장을 구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 "배우자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건이 좋은 사람보다는 나의 일과 생활에 협조적일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게 가장 현명합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더라도 나의 일에 협조적이지 않다면 함께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협조적인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협조적인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리더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파트너가 될 수 있어야 한다. 혼자만의 능력을 과시하기보다는 서로의 파트너로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만의 성과는 시기와 질투를 불러일으키지만 함께 이룬 성과는 신뢰와 지지를 가져다준다. 


사랑과 야망, 그 사이의 균형을 찾아라 : 김혜원_PCA생명보험(주) 인사 담당 전무

- 우리가 정말 성공했을까?

까무잡잡하고 아담하고 마른 모습의 김혜원은 첫 직장에서 비서로 일하다가 여자 혼자의 몸으로 유학길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돌아와서 컨설팅회사, 글로벌 기업 등 여러 기업의 요직을 두루 거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현재는 LWHR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녀는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은 우리들을 성공한 여성이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가 성공했을까요? 물론 객관적인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긴 했지만 그것이 곧 성공일 수는 없습니다. 남이 보기에 성공한 모습이라고 해서 자기 자신에게도 꼭 성공한 인생은 아니니까요. 성공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이 원하는 성공이 무엇인지 그것에 대한 확실한 자기만의 관을 세워두어야 합니다."


- 감정의 기복에 흔들리지 마라

조직에서 무시를 받느니 오히려 퇴사하여 좋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묶여 있으면 다른 기회를 오히려 놓치는 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가서 시야를 넓히고 자신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세요.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는 사람에게 인사 관리자들은 보통 이렇게 설득한다. 빈말이나 위선적인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위로와 조언이다.


퇴사를 또 다른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진심어린 위로를 해주면 비로소 마음의 응어리를 내려놓으며 공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감정이란 사람에게 영향력이 대단한 그 무엇입니다. 특히 여성들은 감성이 발달되어 있다고들 합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분위기를 파악하고 상대방의 취향까지도 직감으로 알아내는 재주가 있지요. 이러한 감각은 대인관계에서 아주 유용한 자질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 여자들이 관계에 약하다느니 네트워크에 약하다느니 하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는 걸까요?" 김혜원이 질문을 던지자 청중 중에 한 여성이 손을 들고 일어나 말했다. "여성들은 정치적인 성향이 약하지 않나요? 필요에 의해서 아부하고 싫으면서도 이익 때문에 좋은 척하는 그런 행동은 비위가 약해서 못하잖아요."


"우리의 관심사는 관계’입니다. 상사에게 아부나 하고 줄 잘 서서 무언가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 사내 정치라면 그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닙니다. 그러니 정치는 우리의 논외로 칩시다. 정치가 아닌 관계’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바로 감정을 조율하는 일입니다. 특히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못 견뎌한다는 거죠."


상사와의 관계가 편치 않은 한 여성이 있다. 이 여성은 상사가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느낌 때문에 사무실에서 일하는 하루 종일 마음 한구석이 편치 못했다. 바쁜 상사는 그 여성을 불러, 곧 이사님에게 보고 들어가야 하니까 관련 자료를 한 시간 만에 찾아놓으라는 업무 지시를 내리고 외출했다. 함께 일하는 다른 동료 직원이 있는데도 상사는 유독 자신에게만 잡일을 시키는 것 같다. 그 상사가 시키는 일은 쳐다보기도 싫다. 한 시간이 좀 지나 돌아온 상사는 자료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걸 보고는 불같이 화를 낸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지?" 이 여성이 대답한다. "부장님은 어째서 나만 미워하시죠?" 그녀는 자신만 미워하며 잡일을 시키는 부장에 대한 억울한 심정을 순간적으로 터뜨려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어설픈 감정 폭발 이후 회사 생활만 더 힘들어졌을 뿐이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회사를 그만두겠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성들도 종종 있다. 감정이 최고조로 상해 있는 상태로 오래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감정을 잘 어루만지는 훈련이 필요하다. 김혜원이 말을 이었다. "직장에서는 누군가 나를 미워하는지 또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하면 그 사람과의 대면을 꺼리거나 아랫사람인 경우 드러내놓고 차별을 하는 등, 그렇게 자기감정에만 충실하다 보면 도리어 직장 생활이 불편해지고 운신의 폭만 좁아집니다. 남자들은 상대방에 대한 눈치가 둔한 대신, 알아차린 뒤에는 좀 더 전략적으로 노력합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불신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채는 센스보다 그것을 알아차린 후의 대응이 더 중요하다.    


- 사랑과 야망 사이, 중심을 잡아라

김혜원은 진정한 성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인생에 대한 긴 안목에서 균형을 맞춰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야심 있는 사람은 가정보다는 일을 중시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가정과 일,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균등과 균형은 다릅니다. 흔히 후배들에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하면 똑같이 5 대 5 이런 식으로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시기에는 5 대 4가 균형일 수 있고, 어떤 시기에는 4 대 5가 균형이 될 수도 있죠." 그러한 균형 감각은 자신만의 저울로 판단해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공을 쌓아가면서 균형 감각이 생기는 것이다. "과거의 나는 무조건 논리적으로만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하고 조금도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지 않고 일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여유를 찾기도 합니다. 관록이 붙었으니까요. 여유 가운데서도 성과를 낼 줄 압니다. 밸런스 감각이 생긴 거지요. 그런데 만약 사회 초년생이 이런 여유를 부린다면 그 사람은 균형을 잡는 게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기초를 아예 다질 수 없을 겁니다." 자신을 편안하게 조절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을 때 주변과의 조화도 가능해질 것이다.


주는 만큼 안 돌아온다, 그래도 나의 아우라는 남는다 : 서유순_라이나생명보험 인사 담당 부사장

- 나를 미워하는 사람일수록 내가 먼저 다가간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갖게 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더구나 직장에서 누군가 나를 미워하면 그와 대면을 피하게 되고 나도 그 사람을 뒤에서 비방하거나 그 사람과 부정적인 입장에 서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장 위험한 관계의 함정이다.


서유순이 처음 인사 관리 파트의 헤드를 맡게 되었을 때 다른 부서 헤드는 모두 남자였다. 인사 관리 업무상 그녀가 전면에 나서서 회의를 이끌거나 조직 전체의 움직임을 주도해 나가야 할 때가 많았다. 점차 그녀가 전면에 나서자 다른 부서 남자 헤드들이 왠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예전에 그녀가 그들보다 직급이 낮았을 때는 우호적이고 회의 때에도 그녀의 의견을 지지해주던 사람들의 태도가 돌변하자 그녀는 당황했다. 그녀는 그들에게 적개심을 갖는 대신 그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강화하고 자신의 입지를 만들어나갔다.


한번은 뒤에서 그녀를 비방하고 다니는 임원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처음 그 사람이 나를 비방하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굉장히 화가 나고 속상했습니다. 그런 비방을 들을 만큼 내가 잘못한 게 없었으니까 무시해버릴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인사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이 반목하는 것을 해결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내가 오히려 적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큰 마음먹고 그에게 찾아가 먼저 화해의 악수를 내밀었던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임원 회의에서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을 때마다 먼저 그를 찾아가 자신이 발표한 내용에 대해 그 임원의 의견을 묻고 의견이 다를 때는 차이점을 미리 설명하여 지원을 받은 후 임원 회의에 들어갔다. 시간이 지나자 가장 공격적이었던 그가 강력한 후원자이자 동료가 되었다. 인내가 필요한 긴 소통의 결과였다.


적을 만들어 운신의 폭을 좁힐 것인가, 아니면 적조차도 내 편으로 끌어들여 나의 파워를 키울 것인가. 나를 미워하는 사람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가. 가식적인 웃음이 아니라 진정한 화해의 손을 내밀 수 있는가. 한 공간에 있다는 이유로 당장 퇴사할 것처럼 미움이 솟구쳐도 이를 뛰어넘어 가슴을 열고 다가가기 전에는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관계의 리더십이다.


- 전면에 나서지 말고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라

일을 하다 보면 종종 잊게 되는 것이 바로 제대로 된 매니저의 역할이다. 남보다 실력이 뛰어나면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건 대단한 착각이다. 매니저란 자신이 일을 하는 게 아니고 팀원들이 일을 하게끔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 개인의 실력보다는 다른 사람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 매니저가 전면에 나서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는 식으로 무조건 지시만 한다면 팀원들의 능력을 사장시키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나의 존재를 키워가기 위해서는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좋습니다. 처음에는 잘 맞지 않고 더디 가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여러 관계들이 한꺼번에 퍼즐 맞추듯이 맞아떨어집니다. 그게 진짜죠!"


그녀는 누군가에게 잘해주고 베풀 때 그 사람이 내 마음을 다 알아주고 고마워하리라는 걸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대가는 그 사람이 나한테 잘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발전이라는 것이다. "조금 부족하고 나에게 서운하게 했다고 단죄하고 다시는 안 보겠다고 그때마다 관계를 잘라낸다면 아무도 내 곁에 남아 있지 않을 겁니다. 나에게 서운하게 했다고 그를 원망할 이유가 없습니다. 리더가 누군가에게 애정을 쏟는 것은 그 사람으로부터 대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귀중하게 여기는 자세가 나만의 아우라가 되어 다른 사람들이 그런 아우라를 지닌 나를 존경하고 따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영향력이고 리더십이죠."

 


PART III 필요한 사람이라면 사랑하고, 관계하고, 절대 놓치지 마라

일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관계 못하는 사람이 잘린다

- 내가 좀 더 노력할게, 손을 잡아봐

워크샵을 마치고 돌아온 김지연에게 세상은 달라 보였다. 그녀는 급하게 나의 성과만을 챙길 것이 아니라 모두의 성과를 나의 일처럼 챙기리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나를 인정해달라고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상대방부터 인정해주리라고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겼다.


"홍 대리, 첫 아이 돌이 다 되어가네. 돌잔치 하면 말이야. 나도 꼭 초대해줘." "네?" 평소답지 않은 김지연 과장의 말에 홍 대리는 깜짝 놀랐다. 아랫사람들의 개인적인 일에는 전혀 관심도 갖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서류만 들여다보곤 하던 김 과장이었는데 먼저 말을 걸며 관심을 보여주다니 믿기지 않다는 눈치였다.


오후가 되자 밀린 보고서들이 쌓여갔다. 부하 직원 한 명이 보고서를 검토받으러 왔다. "좋아. 수고했어, 전수진 씨. 지난번 보고서보다 훨씬 나아졌네. 그런데 말이야, 이 부분은 조금 수정이 필요해 보이는군. 내 자료를 빌려줄 테니 가서 파악해보고 내용을 다듬어봐." "네." 다른 사람이 써온 보고서는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아 늘 짜증을 내곤 하던 그녀였다. 부족한 아랫사람들 때문에 자신의 실적이 깎여나가는 게 못마땅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제 그녀의 눈에 부하 직원들의 단점보다는 개발시켜나갈 잠재 요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관계를 못하면 승진도, 생존도 그림의 떡이다

상상도 할 수 없던 불황 속에서 각 기업에서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인사 관리자들은 말한다. "일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관계를 못하는 사람이 잘린다." 성과가 아무리 탁월해도 관계 속에서 어우러지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이 함께 데리고 갈 수 없다는 뜻이다.


관계의 능력은 위로 올라갈수록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왜 기업에 여직원은 많은데 여성 매니저, 여성 임원은 적은 것일까? 나를 따르고 나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을 만들어 네트워크하지 못한다면 관리자 또는 임원으로서 일할 수 없다. 관계는 단순히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 또 나의 인생에서 나의 자리매김을 확고히 하고 나의 존재를 강하게 하는 비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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