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프 : 불만족의 심리학

   
존 네이시(역자: 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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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담
   
13000
2009�� 04��



>& ■ 책 소개
일반적으로, 우리는 원하던것을 얻으면 또 다른 것을 원한다. 이렇게 그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이 ‘더 많이’만을 외치는 불만족 심리의 원인을 ‘원시 본능’에두고, 원시 본능이 과잉 풍요의 세상을 건설하도록 우리에게 압력을 가하는 경위와 이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 현대 문화는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행하라 부추긴다.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토는 “항상 더 많이!”이다. 하지만 이런 삶은 심각한 결과를 야기한다. 우리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지만스트레스와 우울증, 신경쇠약 등과 같은 증세로 심하게 앓아가고 있다. 저자는 ‘더 많이’에서 ‘충분해’로, 이제는 ‘만족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의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8가지 측면에서 나타나는 불만족을 설명하고, 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각 주제별로 심리학자, 뇌과학자, 환경주의자,신경과학자, 정신과 의사, 회계학자 등 전문가들의 실험과 이론, 인터뷰 등 풍부한 내용을 담았으며, 장 끝에 각각의 실천전략을 제시한다.


■ 저자 존 네이시(JohnNaish)
「타임스(The Times)」에 건강과 생활양식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는 ‘만족주의’를 실천하여새롭게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이러한 생활습관을 몸소 실천하여 TV와 휴대전화 없이도 21세기를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증명하고있다.


■ 역자 강미경
이화여자대학교영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전문번역가로 활동중이며, 인문교양 비즈니스 문예 등 영어권의 다양한 양서들을 번역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유혹의기술』『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내가 만난 희귀동물』『야성의 엘자』『허기진 두뇌를 위한 지식의 통조림』『심심한 두뇌를 위한 불량지식의창고』『몽상과 매혹의 고고학』 등 여러 권이 있다.


■ 차례
들어가기 전에 - "더많이"에서 "충분해"로!


1. 대마초보다도 무서운정보중독
정보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전략


2. 엘비스 프레슬리를 죽음으로 몰고 간폭식
폭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전략


3.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물질적탐욕
물질적 탐욕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전략


4. 삶의 질을 파괴하는일중독
일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전략


5. 과도한 다양성으로 인한 선택의고문
선택의 고문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전략


6. 불행을 초래하는 지나친 행복추구
지나친 행복 추구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전략


7. 생태계 파괴를 야기하는과속성장
과속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전략


8.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것
만족주의를 위한 실천전략


& 옮긴이의 글 - 현재에 만족할 줄 아는삶





이너프 : 불만족의 심리학


들어가기 전에 - 더 많이에서 충분해로!

오늘날 우리는 전례 없는 풍요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심한 스트레스, 우울증, 신경쇠약 등과 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다. 불행하기는 지구도 마찬가지다.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원시 본능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문화에서 당장 탈피해, 현재 우리 손에 쥐어진 전례 없는 업적을 깊이 음미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더 많은 것은 필요하지 않다. 더 많이에서 충분해로 바뀌어야 한다. 만족이 곧 티핑 포인트다. 이 한계를 넘어서서 더 많은 것을 원한다면, 우리의 삶은 더 나빠질 것이다.


말은 간단하다. 하지만 만족으로 가는 길은 곧 복잡한 미로로 바뀐다. 우리를 이곳까지 인도한 진화의 과정이 문제다. 인류는 나무 위에서 내려와 세상을 떠돌아다니다가 빙하기, 기근, 역병, 재난을 거쳐 물질적인 풍요를 구가하는 기술 문명의 시대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 원해, 더 많이, 지금"으로 요약되는 원시 본능에 사로잡혀 있다.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멋지게 성공했다. 덕분에 우리는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바로 그런 본능 때문에, 우리 인간은 우주의 쓰레기장으로 내던져질 운명에 처해졌다. 이제는 우리의 원시 본능과 그런 본능을 부추기는 것을 모두 과감히 내던져야 할 때가 왔다. 나는 이 책에서 진작에 폐기 처분했어야 할 원시 본능에 사로잡혀 고민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고자 한다.


인간은 충분한 양식과 안락한 상태를 갈구했지만, 그런 욕망을 채우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두뇌에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해라는 생각이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신경 과학과 의료 기술의 발달 덕분에, 우리의 두뇌를 지배하는 그러한 원시 본능의 실체가 어렴풋이나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러한 발견은 진화심리학(인간의 심리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학문-역주)의 발전과 더불어, 온갖 형태의 그릇된 본능을 자극하는 문화가 구축된 과정을 설명해준다. 여기서 그릇된 본능이란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것을 원하거나, 충분히 편안한데도 더 열심히 일하려는 심리를 말한다. 사람들이 여가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바빠지고, 바쁠수록 더 많이 먹게 되는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심리 때문이다. 그와 같은 요인들 때문에 인간의 불필요한 욕망이 문화 체계에 영향을 주고, 문화 체계가 다시 인간의 불필요한 욕망을 부추기는 이른바 피드백 고리(서로 다른 요소가 상호 간섭해서 하나의 틀을 이루거나, 예상 밖의 성질을 띠게 되는 현상-역주)가 형성되는 것이다.


우울한 현실이지만, 다행히도 알게 모르게 서서히 문화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자족하는 마음으로 삶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만족과 건강한 정신과 활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개개인이 더 많이!를 외치는 습성을 버리고 만족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그런 문화가 점차 정착되어 나갈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만족의 철학은 정신의 개혁을 요구하기도 한다. 우리의 두뇌는 스스로가 영원할 것처럼 생각한다. 시인 월트 휘트먼의 말처럼 우리의 두뇌는 "너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고, 다 할 수 있어"라고 속삭인다. 이런 자기 위주의 사고방식은 무한한 자기실현을 약속하는 현대의 소비문화에 자극을 받아 더욱더 극성을 부린다. 하지만 만족의 철학은 무한한 약속이라는 당근이 우리의 코앞에서 항시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만족에 이르는 길이 열린다. 만족스런 상태에 도달하면 곧 중단하고 그때까지 확보한 것을 즐겨야 한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면 더 즐거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그곳에 멈추어 서서 그동안 이룩한 것을 흡족한 마음으로 돌아보라.



대마초보다도 무서운 정보중독

1996년,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는 새로운 사회적 질병을 발견하고 거기에 "정보피로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로이터 통신사의 해외 각 지사에서 많은 정보를 접하며 일하는 직원 1,3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당시 그들이 접한 정보의 양은 요즘에 비하면 비교적 적은 셈이다.) 인터뷰 대상자들 가운데 3분의 2가 정보 과다에서 생기는 스트레스 때문에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머뭇거리는 습관이 생겼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상태에서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런던 대학교 연구진은 정보 과다가 대마초보다 더 심한 환각 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대마초를 한 대 피울 경우 IQ가 일시적으로 4점 감소하는 데 비해, 문자로 된 데이터를 다루고 이메일을 보내는 상황에 처할 경우에는 10점이 감소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하룻밤을 꼬박 지새우고 나서 두뇌 기능이 저하되는 수준과 비슷하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계속해서 중간 중간 서류함을 점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집중력이 고갈되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정신이 늘 산만한 상태가 되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메시지 때문에 오히려 생산성이 저하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대신 문자메시지에 집착하다 보면 인간관계도 소원해진다. 런던 대학교 연구진은 그러한 강박 상태를 인포마니아(infomania, 정보중독증)라는 신조어로 표현했다.


정보 과다가 야기하는 강박 상태가 얼마나 심한지 알고 싶으면, 북적이는 술집에 가만히 앉아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면 된다. 원래 그런 자리에서는 일행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문명사회의 예절이지만, 휴대전화가 울리는 순간 그런 관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우리는 점차 인포마니아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역설은 전례 없는 풍요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대변한다. 궁핍과 위협으로 점철된 몇천 년의 세월을 극복해오면서 터득한 생존 전략이, 이제는 오히려 주어진 풍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가고 있다. 인포마니아의 뿌리는 진화를 거듭해 온 우리의 심리 안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더 많은 음식, 더 많은 일과 소유, 더 많은 선택과 행복을 갈구하는 파괴적인 충동은 모두 여기서 생겨난다.


우리는 정보를 모으는 데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는 바람에, 정작 정보를 이용해 유익한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가 많다. 차분히 앉아서 적절하고 유용한 정보를 취사선택하기보다 음탕하고, 난해하고, 혼란스럽고, 모순되는 정보를 매일 우리의 두뇌 속에 쓰레기처럼 쌓아놓다 보니 이해력이 현저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용트림을 해댄다.


우리의 삶은 정보의 쓰레기더미에 파묻혀 꼼짝달싹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단 불법 스팸만이 아니라 영양가는 하나도 없이 시간만 빼앗는 무익한 정보가 이메일, 전화, 컴퓨터 문자메시지를 통해 매일 우리에게 전달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언론계도 다른 매체 사업과 마찬가지로 영혼을 잠식하는 오염된 정보의 강물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정보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전략

정보 다이어트를 시도하라 | 시간표를 짜라 | 새로운 습관을 발전시켜라 | 이웃들과 어울려라 | 이메일에 방해받지 않도록 주의하라 | 헛된 기대를 버려라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물질적 탐욕

값비싼 자동차는 우리가 갖고 싶어하는 그 모든 물건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하지만 값비싼 자동차를 소유했다고 해도 삶이 더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쾌락 적응이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우리는 온갖 도구와 새로운 물건과 잡동사니를 사들이기만 할 뿐, 그런 물건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는 세상을 계속 만들어나가고 있다. 저가의 물건은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사소한 불만을 해소해주겠다는 약속으로 종종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그런 물건은 단지 무엇인가를 사고 싶다는 충동을 일시적으로 달래줄 뿐이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에모리 대학교 연구진이 쇼핑객들의 두뇌를 조사한 결과, 상품을 보고 그것을 구입할 생각을 하는 순간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도파민은 사냥감을 발견한 데서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그 이상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즉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물건을 갖고 싶다는 욕구가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물건을 구입하고 나면 도파민은 몇 분 안에 자취를 감춘다. 그 뒤에는 종종 공연히 물건을 샀다는 후회가 밀려오곤 한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는 습관을 버리더라도 우리는 종종 다른 식으로 유해하고 불합리한 행동을 저지른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영국인은 7주에 한 번꼴로 각자의 몸무게에 해당하는 무게의 쓰레기를 버린다. 각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잔뜩 실은 채 끝없이 밀려드는 청소 차량 행렬을 감당하려면, 쓰레기 처리장 운영 방식을 전문화해야 한다.


폐품 처리장을 찾는 물건이 모두 쓰레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폐품 처리장 모퉁이에서 헛간처럼 생긴 YMCA 중고 매장을 운영하는 피터 베크와 그의 직원들은, 가정에서 버린 물건들을 싣고 오는 청소 차량을 점검해 쓸 만한 물건들을 골라 창고에 보관해놓는다. 그는 사람들이 내다버리는 물건의 질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매장에선 이런 질 좋은 물건을 검소한 서민층에게 되팔아 일주일에 평균 1,200파운드가 넘는 수익을 올린다. 이처럼 쓰지도 않을 물건을 만드느라 귀중한 자원이 낭비될뿐더러, 제작 과정에서는 온실 가스가 배출된다. 게다가 쓰레기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또다시 부담만 안겨주게 된다.


■물질적 탐욕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전략

물건을 사고자 할 때는 실제로 필요한 물건인지, 비슷한 물건을 이미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생각하라 | 직접 만들라 | 진정한 물질주의자가 되라 |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말라 |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생각하라 | 값싼 물건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 특별 세일을 경계하라 | 환경을 생각하라 | 웹사이트를 경계하라



삶의 질을 파괴하는 일중독

정신과 의사인 브레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 중독자들 가운데 처음부터 스스로 일중독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이 환자들의 진짜 문제는 삶의 나머지를 회피한다는 데 있습니다. 환자들 중 상당수가 관계나 자신의 감정을 외면합니다. 그래서 계속 더 열심히 일에 매달리다가 삶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나를 찾아옵니다."


과도한 업무가 가져오는 이런 극단적인 사례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여준다. 늦게까지 일하는 우리 문화는 끊임없이 더 많은 일을 만들어내면서 현대의 존재라는 정말 풀기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게 만든다. 무의미하게 계속 물건을 사들이는 쇼핑 중독과 마찬가지로, 일 중독 역시 실존의 허무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를 기만하는 또 다른 형태의 현실 도피다.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례없이 많은 시간과 공간과 기회에 직면해, 삶의 의미와 목적을 둘러싼 문제에 직면해 우리는 갑자기 기억해낸다. 아, 사무실에 아직도 할 일이 많이 있지. 끝없는 야망이라는 이름의 브라스 밴드 뒤를 따라 행진하면서 우리는 그 큰 문제를 망각한다. 언뜻 보기에 행진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오늘날 성공한 축에 들어가려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의 부와 권력과 명성을 거머쥐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면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고대 문명사회에서는 그저 웬만큼 성취하면 성공했다고 여겼다. 일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개발하고, 그러고 나서 그 재능을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으면 성공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우리 현대인들은 충분히 성취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한, 우리는 삶의 무수한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는 자유를 영영 누리지 못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제공하는 안락과 편의를 적절한 수준에서 즐기면서 열심히 일하되,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고 만족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만족주의의 과제다. 냉혹한 기업의 세계에서 체계의 소모품으로 전락하지 않고도 충분히 야망을 펼치면서, 뒤처지지 않고 남들과 나란히 보조를 맞춘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다들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으로 우리를 내세울 수 있을까? 일단 무조건 사들이고 본다. 그저 옆집 사람을 따라잡기 위해. 그러고 나면 남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 갈수록 값비싼 최신 물건을 구입한다. 하지만 효과가 없다.


진정으로 삶이 더 나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 20년 동안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는 서구인의 숫자는 1퍼센트에서 2퍼센트 사이에 머물렀다. 나머지는 안간힘을 쓰며 박탈감을 느낄 뿐이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해결책은 간단하다. 가구 평균 소득(영국의 경우, 주당 355파운드 정도)을 유지하면서 부를 과시하려는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일과 삶에서 만족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너무 쉽다고?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그 이유는, 우리의 심리 저울이 항상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전략

평정을 유지하라 | 긴장을 늦춰라 | 짐을 나눠라 | 저렴한 여가 활동을 찾아라 | 마이크로 휴식을 즐겨라(여행지가 집에서 60분이 넘지 않는 거리에 있어야 할 것, 최대 2박, 여행가방은 최대한 가볍게, 장소는 뜻밖의 곳일수록 좋다, 하지만 법정 공휴일은 무조건 피할 것.)



생태계 파괴를 야기하는 과속성장

19세기 초 이후로 경제학자들은 이른바 경제적 인간이라는 가상의 모델, 즉 일관된 기호와 정서 아래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결정을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존재를 설정해왔다. 이런 편협한 가설에서 지금까지 수많은 경제 이론이 파생했다. 그런 이론들은 세계 시장의 추이를 예측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끊임없이 더 많이 소유하려는 우리의 본성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소비 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했던 전쟁 이후 시대는, 가히 제조업자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도한 소비문화는 인류나 지구에 썩 이롭지 않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오늘날에는 아무리 뻔뻔한 서구의 소비자도 생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공감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일까? 어째서 우리 문화는 곧 재앙이 닥칠 줄 뻔히 알면서도 여전히 성장과 생산을 추구하며 갈수록 많은 것을 소비하고 있는가?


두뇌 활동에 관한 연구 결과는 우리가 오랫동안 궁금하게 여겨왔던 점, 즉 중요한 경제 문제를 제대로 결정하는 능력이 우리에게는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이로써 경제 문제를 개인이나 지구의 생태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가야 하는데도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밝혀진 셈이다.


최근에 BBC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영국인 가운데 거의 절반이 생활 습관을 바꾸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일에 협조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고 응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매주 신문지를 재활용 상자에 넣어 밖에 내다놓는 것만으로 새 자동차와 사치스런 휴가가 환경에 입히는 피해를 상쇄해준다고 믿는 사람들도 셀 수 없이 많다.


도요타의 프리어스처럼 휘발유와 전기 엔진을 동시에 사용하는 이른바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하는 결정을 내릴 때도 우리는 그렇게 현명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것 같다. 2007년 5월 미국에서 프리어스를 구입한 고객 2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요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 중 상당수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세 번째 가족용 승용차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구 온난화와 자원 고갈을 부추기는 자동차를 한 대 더 구입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친환경 자동차인데 뭘 그러느냐고? 맞다, 친환경 자동차. 그런 논리라면 자동차 범퍼에 이런 내용의 스티커를 부착해야 마땅하다."이 자동차는 환경에 덜 피해를 줍니다."


사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속도다. 경제를 둘러싼 복잡하고 다소 음울하기까지 한 그 많은 논의를 떠나서, 점점 다가오는 현실이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우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지점을 지나 줄달음치고 있다. 지구의 상태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고사하고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기에도 역부족인 듯 보인다. 생태 균형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제 활동도 줄이고 인구도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 몰릴 수밖에 없다. 뉴질랜드의 전 총리 제프리 팔머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용어 자체가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환경이든 개발이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우리의 탐욕스런 원시 본능을 가라앉히는 문화를 창조하지 않으면 심각한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토론의 장에서 이러한 주제를 찾아보기가 너무나 어렵다. 우리의 문화가 실존의 허무를 스스로를 기만하는 방법으로 달래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과도하게 일에 집착하고, 없어도 상관없는 물건들을 생산/소비하고, 의미도 없는 생활양식을 선택하지 못해 안달한다.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이 모든 활동은 우리의 생태 환경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개인의 이기심에 바탕을 두면서도 모두의 이익에 부응하는 만족주의가 대안의 길을 제시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사회 지도층의 노력과 문화 개혁을 통해 만족주의의 가치관을 사회 곳곳에 전파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너무 큰 꿈이고, 지나친 낙관주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족주의를 실천하는 데서 나오는 좋은 결과들이 우리 중 몇몇의 삶이라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만족스럽게 해준다면, 짐 모리슨의 명언처럼 변소 같은 세상이 모두 불꽃으로 변한다 해도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과속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전략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깨달아라 | 충동구매를 억제하라 | 돈보다는 시간을 생각하라 | 사치를 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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