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과 각종 공공사업 등을 토대로 떠오르는 앙코르 커리어의 사례들을통해 왜곡된 노후보장 개념을 폐기하고, 진정 경제수명을 연장할 의미 있고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앙코르 커리어’란 ‘일과 인생의 새로운단계’다. 베이비부머, 즉 앙코르 세대는 인생 제2막에 ‘소득’이라는 최소한의 버팀목을 세우는 동시에 젊어서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사회적의미’를 추구한다.
앙코르 세대의 움직임은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트렌드가 될 것이다.‘젊어서 벌고 나이 들면 자산으로만 살아가는’ 은퇴 개념은 이미 힘을 잃었다. 베이비부머뿐 아니라 그 뒤를 잇는 젊은 세대 모두는 이제 새로운사회계약을 갈망하고 있으며, ‘오래 일하고 사는 의미 있는 노후’는 지금 대한민국 청장년 모두가 돌아봐야 할 화두가 될 것이다.
■ 저자 마크 프리드먼
‘시빅벤처스(Civic Ventures)’의 설립자이자 CEO. 킹스칼리지와 런던대학교에서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경험봉사단(ExperienceCorps)’을 창설했고, 50세가 넘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사회적 혁신을 이룬 사람들을 찾아서 널리 알리고 지원하는 프로그램<퍼포스 프라이즈(Purpose Prize)&&를 선두에서 이끌었다. 아쇼카재단 책임연구원으로서 2007년 「패스트 컴퍼니(FastCompany)」지가 선정한 ‘미국을 대표하는 사회적 기업가’로 표창을 받았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황금기(Prime Time)』『낯선 이의 친절(The Kindness of Stranger)』가 있다.
■ 역자 김경숙
1962년 서울에서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외 존 그레이시리즈 7권,『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인생은 사십부터』『핫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미친 뇌가 나를움직인다』『마인드짐』『외동아이가 성공한다』『성공프로젝트 마이클 조던 되기』『배드걸 가이드』『오해의 심리학』『협박의 심리학』『정자에서 온 남자난자에서 온 여자』등 다수가 있다.
■ 차례
1장 일할 자유
일과인생의 새로운 국면|베이비부머, 중요한 일을 찾아라|앙코르 커리어의 선구자들|사리에 맞는 삶을 향해
* 앙코르 커리어 1 벼랑 끝에서날아오르다 : 벨마 심슨
2장 황금기의 탄생과 몰락
‘역할 없는역할’의 등장|의미를 추구하는 시기|‘황금기’의 창안|황금기’의 한계를 넘어서
* 앙코르 커리어 2 ‘사회적 기업’의 꿈을 찾아서 :로버트 체임버스
3장 초강력 폭풍
무엇이 새로운 비전을낳는가|절대 은퇴하지 마라
* 앙코르 커리어 3 삶의 마지막 날까지 ‘내 삶’을 산다는 것 : 재클린 칸
4장 인생의 새로운 지도
인생의 다음장|인생의 새로운 절정|마침내 터닝포인트에서|변화하는 은퇴, 변화하는 미래|일의 새로운 단계
* 앙코르 커리어 4 더 나은 세상을 끊임없이모색하다 : 에드 스피들링
5장 열정과 대안의 각축장
더 높은곳에서 오는 부르심|앙코르 커리어를 정의하는 것|드러커, 앙코르 사회를 예언하다
* 앙코르 커리어 5 우리가 가져올 변화에 마음을 열어두라: 샐리 빙엄
6장 앙코르 사회를 향하여
다시 돌아온미덕과 마땅한 결과|앙코르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것|미래를 만들어가다
덧붙이는 말 - 당신의 앙코르
앙코르
일할 자유
일과 인생의 새로운 국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은퇴는 후반생의 중심제도라는 자격을 박탈당하는 중이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후반생에 해당하는 인생의 새로운 국면이 중년기와 진정한 노년기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제 막 전개되고 있는 이 시기는 어느 모로 보나 일과 인생의 새로운 국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베이비부머들은 스스로 원해서든 상황에 밀려서든 (물론 두 가지 이유가 합쳐질 가능성이 가장 크겠지만) 그들의 부모 세대보다 훨씬 나이 들어서까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관리만 제대로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 점점 고령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일하는 삶의 연장’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많은 잠재적 이익을 가져다 주고 국가의 재정상황을 눈부시게 개선한다. 하지만 이런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어도 아직은 어색한 과도기다. 즉 이 시기에 관한 낡은 고정관념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지만 새로운 꿈의 실체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은퇴기의 일자리’, ‘젊어 보이는 노인(young-old) 등 모순어법으로 가득 찬 표현들과 더불어 서로 대립하는 경향과 자가당착들이 이치가 통하기 힘든 풍경을 연출한다.
사실, 이 광범위하고도 중요한 현상이 지닌 핵심 문제들에 대해서는 해답을 찾기는커녕 아직 정식으로 문제제기조차 되지 않았다. 인생의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이들은 어떤 종류의 일을 하고 싶어하는가? 그들은 일을 통해서 무엇을 성취하려 하는가? 그들이 과연 이 모든 것에 서슴지 않고 뛰어들 수 있는 처지인가? 고용주들은 그들을 고용할 자세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우리는 그들이 어떤 식으로 기여해 주기를 바라는가?
이 책은 설득력 있는 대안을 몸소 제시한 사람들이 처음에 어떻게 움직이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후반생에 이르러 ‘일’에 대한, 주목할 수밖에 없는 독특한 비전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 그 비전은 지속적인 소득, 새로운 의미, 좀 더 커다란 가치에 대한 의미 있는 기여가 맞물리는 지점에 ‘앙코르 커리어’라는 꿈을 중심으로 세워진다. 그 꿈은 개인과 고용주, 국가재정의 건전성, 그리고 더 넓게는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꿈이다.
앙코르 커리어의 선구자들은 일에서 놓여날 자유가 아니라 일할 자유를 찾고 있다. 안정된 노후‘를 위해 저축하는 대신 그들은 앙코르 커리어에 찬성한다. 그들은 커리어라는 것이 청년기에 상승하기 시작해 중년기에 절정에 이르렀다가는 곧 하강곡선을 따라 은퇴를 향해 움직인다는 관념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신 새로운 궤적을 그린다. 과거 세대가 이 시기에 삶의 방관자로 물러났다면, 이들은 새로운 궤적을 따라 의미와 영향력의 정점에 이를 것이다.
인생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그들이 일에 대해 갖는 비전은 고령화가 좀 더 진행된 국가에서 일어나는 세대 간의 분쟁과 사회의 붕괴라는 종말론적 시나리오를 피할 비책, 그 이상이다. 인구구조의 급진적 변화를 아무런 계획도 체계도 없이 대충 해결해 나가기보다, 개인적이고 사회적 쇄신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대를 향해, 그리고 장수와 건강이라는 흐름을 타고 모든 세대가 고루 혜택받는 미래를 향해 확실하게 난국을 타개하며 나아갈 기회는 바로 이러한 비전으로부터 생겨난다.
초강력 폭풍
무엇이 새로운 비전을 낳는가
20세기, 경제적?사회적 조건들-수명의 연장에서부터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 돌아온 젊은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줄 필요성과 사회보장제에 이르기까지-은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낳았다. ‘황금기’는 그런 요구와 전국민적 풍조에 딱 맞아떨어졌다. 오늘날은 또 다른 구조적 변화들이 표면으로 떠오르면서 다시 한 번 후반생에 대한 비전을 우리에게 강요하는 동시에 그 비전을 구체화할 기회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 냉혹한 인구통계학
2006년, 거의 7천6백만 명에 달하는 첫 베이비붐 세대가 60세가 되었고, 날마다 8천 명이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그 파도는 가장 늦게 태어난 베이비부머가 60세가 되는 2020년대까지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다. 2030년에는 미국 전체에서 60세 이상 인구가 거의 25퍼센트에 달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선진공업국들 가운데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한다. 일본,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의 경우는 21세기 중반쯤에 60세 이상 인구가 적어도 전체의 40퍼센트를 넘어설 것이다. 심지어 한 자녀 정책이 낳은 예상 밖의 결과를 거둬들이고 있는 중국조차도 2050년이면 인구의 3분의 1이 60세 이상으로 채워질 전망이며, 그것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미지의 요소다.
- 늘어난 수명
2050년까지는 전체 65세 노인의 40퍼센트가 9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46년까지 100세가 넘은 인구가 8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정도면 현재 생존하고 있는 100세 노인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수명의 연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중요성 면에서 그에 못지않은, 건강한 노년인구의 증가세도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중년기의 직업 때문에 건강을 망치지는 않는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어느 정도는 의학과 보건 분야에 쏟았던 사회적 투자에 따라오는 배당금이다. 「슬레이트(Slate)」지의 윌 세일턴(Will Saleton)은 이렇게 쓰고 있다. “그런 투자에 대하여 사람들이 보답하는 길은 연금혜택을 받는 대신 세금을 내면서 오래오래 일하는 것이다.”
- 경제적 불안정
개인예산이든 국가예산이든 어느 쪽으로도 30, 40년씩 지속되는 노후생활을 버텨낼 수는 없다. 게다가 지금껏 노후자금 설계라는 의자에 다리가 네 개 있었다면 그중에 세 개가 흔들거린다. 개인저축, 퇴직연금, 그리고 사회보장연금은 날이 갈수록 부실해지고 있다.
- 흔들리는 자격기준
그렇다고 사회보장제도가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메디케어에 대한 국가지출이 처음으로 교육재정을 초과했고 그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다. 정치가들은 근로소득세를 올리거나 사회보장 혜택을 줄이는 정책의 효과를 놓고 격론을 벌이겠지만, 그들은 결국 또다시 불가피한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불가피한 현실이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더 늙어서까지 일을 하지 않으면 사회보장제도는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사실이다.
- 인재 부족
2010년이 다가오면 6천 4백만 베이비붐 세대(미국 전체 노동력의 40퍼센트가 넘는다)가 ‘은퇴연령’에 가까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수적으로는 훨씬 적지만 X세대(1971년에서 1984년 사이에 출생한 연령층을 일컬음-옮긴이)가 그들의 뒤를 이어 은퇴하고 나면 노동시장에는 그들을 대체할 숙련된 인력이 거의 없어질 것이다. 한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2010년 미국에는 ‘정규직’ 기준으로 줄잡아 9백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며 2020년에는 1,810만 명 이상의 상근 노동자가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런데 미국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07년까지 2014년까지 55세 이상 근로자의 증가는 전체 노동력의 증가세에 비해 4배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수많은 회사들이, 한때 끝도 없이 밀려드는 일들을 깔끔하게 처리했던 관리자급 수천 명을 회사에서 내쫓고 난 뒤 뒤늦게 인적자원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다.
- 이어지는 커리어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데 반해 커리어의 수명은 짧아졌다. 사실, 길게든 짧게든 여러 직업을 거치는 일은 흔한 일이 되었다. 베이비붐 세대는 그저 그 풍조를 확대하고 있을 뿐이다. 과거에는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는 대개는 일터에서 영원히 떠나는 것이었다. 오늘날은 베이비붐 세대가 중년기의 커리어에서 ‘은퇴’를 하면서도 영원히 노동시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기에 ‘은퇴’라는 말이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메트라이프 생명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0세에서 65세까지의 사람들이 ‘은퇴’ 후 다시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기 위해서다. 중년기에 하던 일이 자연적으로 수명을 다해 그만두게 된 베이비붐 세대는 더 이상 “이제 몇 년 동안 무얼 하지?” 같은 질문은 하지 않는다. 대신 “이제 몇십 년 동안 무얼 하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그저 다른 직장을 구해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커리어, 새로운 일을 찾아볼 것이다.
- 개인의 건강
일은 사람들의 건강에 나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그것도 옛날 얘기다. 실제로 위험을 수반하는 직종들이 적지 않고, 오랫동안 그 일에 종사하다 보면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일하는 삶의 연장이 후반생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향상시킨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거듭된 연구 결과는 일이 젊음의 원천이고 은퇴는 그 반대라는 것을 시사한다. 1920년에 태어난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예루살렘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70세가 넘도록 계속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은퇴한 사람에 비해 82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2.5배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노화연구소 소장 존 트로자노스키(Jone Trojanowski)는 이렇게 말한다. “신체의 모든 부위를 계속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과 활발하게 관계를 맺을수록 건강이 좋아집니다.”
- 일과 의미
비록 베이비붐 세대가 이런저런 이유-돈을 벌고, 건강을 유지하고, 사람들을 사귀고, 성취감을 느끼고, 바쁘게 살고, 정체성을 지키고-로 다른 세대보다 오랫동안 일을 하지만, 결국 의미 있는 일을 찾도록 사람들을 몰아가는 진정한 힘은 경제문제나 사회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내부에서 나온다. 그것은 발걸음의 변화처럼 단순하고, 세상을 바꾸는 것처럼 야심차고, 유예되었던 꿈을 되찾는 것처럼 심오한 무언가를 요구하는 내면의 목소리다.
앙코르 커리어 - 더 나은 세상을 끊임없이 모색하다 - 에드 스피들링
1961년부터 1999년까지는 화려하고 풍요로운 나날이었다. 나는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책을 냈고, 승진을 했고,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나는 그 모든 것에 감사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내 가슴속에 어떤 열망이 커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엔 모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분명해졌던 그 열망은 절망의 끝자락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리로 옮겨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50대 후반에 이르러 이렇게 속절없이 세월만 흘려 보내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 집에는 세 아이가 함께 살고 있었고, 큰아이가 막 대학을 졸업했을 때였다. 내 결정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돈이 문제였다. 가족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면 내가 돈을 얼마나 벌어야 할까? 내 결심이 아내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대학교수인 아내도 커리어를 바꾸고 싶어하던 참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나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거였다.
지인의 소개로 집 없는 사람들의 임시 거처인 세인트 존스 호스피스(St. Johns Hospice)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곳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사회적 약자를 돕고 싶다는 나의 깊은 열망을 채워주는 곳이었고, 정책을 수립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자리였다. 바로 그런 점이 내 마음을 움직였고, 그곳에서 나는 엄청난 것을 얻었다.
가끔 점심을 같이 먹는 노숙자가 있는데, 그는 정말로 술을 끊으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우리는 그를 도우려고 우리 방식으로 노력하고, 그를 이해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문제를 대신 나서서 해결해 주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함께 앉아서 점심을 먹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그럼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 대화를 통해서 외려 더 많은 것을 얻는 쪽은 나다. 그들을 가르치려 하거나 충고하려 하거나 상담해 주려고 하지 않고 동등한 인간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아주 간단한 문제 같아도 실천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우리는 그들을 같은 인간으로, 그들의 처지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일방적으로 베푸는 게 아니라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것은 매우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이 분야에는 젊고 훌륭한 인재들이 너무나 많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모색하는 조직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뿌듯하다. 그리고 이 세상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이 젊은이들에게서 본다.
앙코르 사회를 향하여
다시 돌아온 미덕과 마땅한 결과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미국에서 은퇴자들은 ‘역할 없는 역할’을 떠안고 사회 변두리로 내몰렸다. 사회보장연금, 퇴직연금, 메디케어는 고용주들과 정책 담당자들이 고령 노동력을 노동시장에서 몰아내려고 애쓰는 가운데서 은퇴자들의 경제적 안정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나 경제적 보상만으로는 사람들의 인생계획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기 힘들었다. 그러자면 은퇴를 여가생활과 동일시하는 발상의 전환, 그리고 눈부신 사회개혁이 필요했다. 그 두 가지가 결합되자 오랫동안 거부당해 온 인생의 단계가 이제는 오히려 수백만 명이 그것을 누리기 위해 저축하고 절약하면서 갈망하는, 소중한 전망이 되었다.
이제는 또 새로운 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자신의 재능을 진정으로 발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기 자신뿐 아니라 국가경제에 계속해서 이바지하도록 사람들을 이끈다. 이런 정황 속에서, 이제 막 생겨나서 세를 불리고 있는 혁신적인 단체, 사회적 기업, 선도적인 집단들은 앙코르 커리어의 가능성을 입증해 내면서 사회적 풍경을 바꾸기 위해 힘찬 걸음을 내딛고 있다.
전국적으로 경험봉사단원 2천여 명이 20개가 넘는 도시에서 2만여 학생들이 뒤처지지 않고 학교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주일에 15시간을 헌신적으로 일하는 경험봉사단원들은 생활비에 못 미치는 적은 돈을 월급으로 받는다. 애당초 단기 평화봉사단과 같은 개념으로 출발한 이들 경험봉사단은 자신들의 앙코르 커리어를 생각 외로 오래 유지하면서 특히 공교육을 튼튼히 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기업들 역시 자사와 지역사회에게 도움이 될 기회를 찾고 있다. IBM 사는 자사의 선임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를 갖게 하고 궁극적으로 교직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교직전환 프로그램(Transition to Teaching)을 시행하고 있다. 회사는 거기에 소요되는 교육비를 전액 또는 일부 부담하는 뜻에서 직원 한 명당 1만 5천 달러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4개월까지 유급휴가를 쓸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지역사회 수준에서는 시빅 벤처스(정년퇴직자의 경험과 연륜을 활용하여 사업화를 돕고 노년의 새로운 삶을 지원하는 단체-옮긴이)에서 지원하는 넥스트 챕터(Next Chapter) 프로젝트가 전국적으로 수십 개의 커뮤니티를 결성해 놓았다. 대학이나 도서관 등의 단체나 조직이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들은 중년기 커리어를 넘어서 앙코르 커리어의 시기로 이행하는 사람들을 돕는다. 관계 맺기와 방향 찾기라는 두 가지 주체에 초점을 맞춰 움직이는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은 후반생에 선택할 수 있는 직업들을 탐구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앙코르 커리어를 포함해서 사회에 봉사할 기회를 찾는 사람들을 돕는다.
앙코르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것
이런 신호들이 고무적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베이비붐 세대가 점점 나이 드는 것을 위기에서 개인적?사회적 쇄신의 기회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새로운 개척지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개개인의 문제들을 한 번에 한 명씩 언제 다 해결하겠는가? 어떻게 해야 눈앞에 놓인 고령인구의 폭발적 증가에 때맞추어 이 새로운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이런 핵심 질문에 대답하려면 우선 현재의 상황을 좀 더 거시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50년간 우리 경제와 사회에, 개인의 행복과 세대 간의 연대에, 노동시장의 효율성과 경제적 지불능력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은 사람들을 일터에서 밀어내는 낡은 방식들을 거꾸로 뒤집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새로운 계약을 상상해 보라. 만일 당신이 중요하고도 새로운 단계의 일에 참여하기로 서명을 하고 고용되면, 만일 당신이 여기에 투자를 하고 준비한다면, 사회는 당신과 이렇게 합의할 것이다. ‘우리는 당신이 일을 계속하기 어렵게 하고 복잡하게 만드는 모든 장애물과 장벽들을 말끔히 치울 것이다. 그리고 의미 있는 세컨드 커리어로 향하는 경로들을 많이 개발할 것이다. 우리는 당신이 가치 자산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당신의 기술과 경험,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심지어 당신이 가끔씩 한숨 돌릴 수 있도록 휴가를 줄 것이고, 인생의 다음 단계를 위해 재정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며, 그때그때 개인적인 사정에 맞추어 융통성 있게 일하도록 해줄 것이다.’
이 새로운 계약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년기에 갖지 못하는 기회, 즉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을 기회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지속적인 수입과 자아정체성, 사회적 유대감, 후반생의 의미와 목표를 갖게 해주는 직업군, 앙코르 커리어를 찾을 기회를 얻을 것이다. 그러한 새로운 사회계약은 정책뿐 아니라 태도에, 투자뿐만 아니라 상상력에도 종합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미래를 만들어가다
그저 신문만 집어 들어도 디스토피아를 향해 나아가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중요 분야의 노동력 부족 현상,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상황,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채 후반생으로 접어들고, 생산적인 분야에서는 완전히 배제된 채 자신의 재능이나 경험과는 무관한 일자리로 밀려나는 그들의 모습이 신문지면을 가득 채운다. 그 결과는 점점 깊어가는 우울증, 잃어버린 기회, 수요 없는 공급, 공급 없는 수요로 나타난다. 이것은 말도 안 되는 미래다.
우리는 시대의 가장 중요한 발전 두 가지가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그 하나는 일하는 삶이 놀랍도록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점을 점점 뚜렷하게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나은 일과 더 나은 삶을 위해 난관을 헤치고 진보하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은 논리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엔 리더십이 필요하다.
피터 드러커가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에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더 큰 선택, 건강과 장수의 높은 파도를 타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냐 아니면 그 기회를 손가락 사이로 흘려버릴 것이냐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일부 유명인사들은 이렇듯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이미 화답하고 있다. 2006년에 50세를 맞이한 빌 게이츠는 앞으로 2년 안에 마이크로소프트 사 CEO 자리를 그만두고 지구촌의 건강과 교육, 그 밖의 긴급한 사회문제들을 위해 풀타임으로 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적 도전은 물론이고 지적 도전인 동시에 경영상의 도전인 이 일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일에 비해 훨씬 더 위압적일 것이며, 거기서 얻는 보상 또한 어쩌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자신이 나아갈 새로운 궤적을 미리 밝히면서 게이츠는 간단히 이렇게 말했다. “제가 오늘 하는 말이 은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 삶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것입니다.” 이 혁신가들은 앞장서서 동시대인들을 이끌고, 미래를 창조하고, 드러커의 요구에 화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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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무르익어가고, 때는 바로 지금이다. 미래가 우리를 부르고 있다. 자, 무엇을 기다리는가?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