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사례를 통해 일·관계·건강·믿음 등 인생의 수많은 위기에직면했을 때, 감수할 만한 위험을 분별하고 선택하여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 벤 카슨은 태어나면서부터 마약과폭력이 난무하는 빈민가에서 성장했고, 지금은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의 신경외과 의사로서 매일 뇌와 척수를 다루는 위험한 수술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환자의 생사를 다루며 불투명한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위험을 분석하고 판단하고 감수하는 기술을 익혔다.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언제 위험을감수해야 하는가에 대한 "최선 및 최악의 상황 분석(Best/Worst Analysis)"은 이러한 생생한 경험 속에서 고안된 것이다. 실제로벤 카슨은 자신의 위험 분석 방법을 통해 작고 큰 위기들을 판단하고, 적절한 위험에는 과감하게 도전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샴쌍둥이 분리수술에성공하는 의미 있는 일을 이루어냈다.
■ 저자 벤 카슨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서신경외과·성형외과·종양학과·소아과 교수이자 소아신경외과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위험에 대한 현명한 태도는 세계 최초 샴쌍둥이 분리수술성공이라는 명성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또한 그는 힐러리 클린턴, 낸시 레이건, 월트 디즈니 CEO 로버트 아이거 등이 수상한 바 있는 "링컨메달"의 2008년 수상자이기도 하다. 현재 켈로그, 코스트코, 아메리칸즈 프라미스 등의 대기업의 이사이며, 예일대학교 이사회의 명예의원이다.저서로는 베스트셀러인 『벤 카슨의 싱크빅(Think Big)』을 비롯하여 『인생을 보려거든 큰 그림으로 보라(The Big Picture)』『하나님이 주신 손(Gifted Hands)』 등이 있다.
■ 역자 정미나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주요 역서로는 『괴짜 인재를 얻는 기술』 『인생의 8할은 십대에 결정된다』 『퀘스트』 외 다수가 있다.
■ 차례
프롤로그
Part 1 위험에 미리 겁먹지 마라
Chapter1 생명을 건 도전
Chapter 2 최선과 최악의 갈림길
Chapter 3 감수할 만한 위험
Chapter 4 삶 자체가위험하다
Part 2 감수할 만한 위험을 선택하라
Chapter 5 위험에 대한 오해들
Chapter 6 내 인생을 바꾼 위기의 순간들
Chapter 7 최선및 최악의 상황 분석 공식 : B/W A
Chapter 8 정확한 위험 분석을 위한 질문들
Part 3 실행에 옮겨라
Chapter 9 일에서의위험을 감수하는 법
Chapter 10 건강의 위험을 감수하는 법
Chapter 11 관계의 위험을 감수하는 법
Chapter12 믿음의 위험을 감수하는 법
에필로그
위험을 감수하라
위험에 대한 오해들
진실 1 위험하지 않은 것은 없다
위험은 그 범위가 아주 광범위하다. 이는 삶의 모든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증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에 실시된 뉴스 보도의 연구 결과를 봐도, 미국의 일간신문에 실리는 내용의 35퍼센트와 1면 기사의 47퍼센트 가량이 현시대의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위험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언젠가 그날의 신문 헤드라인 중에서 risk를 컴퓨터로 검색해 봤더니 가장 근접한 검색 결과 634개와 무수한 스크랩 글과 유사 기사들이 떴다.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로부터 위험과 관련된 정보를 줄기차게 듣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진실 2 많이 알수록 걱정도 많아진다
200여 년 전만 해도 의사들은 세균과 질병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서구 문명의 민중들 대다수는, 일 년에 한두 번 이상의 목욕을 너무 자주 씻는 것으로 여겼고 심지어 몇몇 무서운 병에 걸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인간의 몸속에는 세포보다 많은 박테리아가 살고 있음을 말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반적인 건강이 종종 육안을 볼 수 없는 세포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생명의 본질적 구성물인 DNA가 조금만 변형되어도 암을 유발하여 결국엔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음은 이제 일반 상식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듣고 보는 위험과 관련된 그 많은 추측과 통계들은 현대의 기술 덕분에 제기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원자력규제위원회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원자로의 온도가 지나치게 상승하여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용해 현상이 일어나 공기 중에 방사선이 유출될 확률은 연간 1백만 분의 5이다. 또한 질병관리센터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해마다 미국인 2백만 명이 병원 입원 후에 심각한 포도상구균 감염이나 연쇄구균 감염에 걸리며, 그 중 9만 명가량이 사망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불안감은 실상과는 다른 측면이 없지 않다.
오늘날 우리는 믿기 어려울 만큼 방대한 양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몇몇 위험에 대하여 그 실제적인 위험도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인식을 갖곤 한다. 예를 들어, 평균적으로 추산할 때 올해 미국인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7만 분의 1가량이지만, 실제적인 발생 가능성은 7,000분의 1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명적인 심장마비에 걸릴 가능성을 20분의 1 정도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 실제적인 발병률은 3분의 1에 근접한다. 보고 듣는 모든 위험에 반응해봐야 무익하다. 차라리 손을 쓸 수 있는 위험을 가려내도록 애쓰는 것이 더 현명하다.
진실 3 많은 위험들은 걱정할 가치도 없는 것들이다
날마다 쏟아지는 막대한 위험 관련 정보들에 일일이 대처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피할 순 없다. 그냥 웃어넘길 수도 없다. 걱정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알 길이 없다. 그리고 어떤 위험이 진짜인지, 또는 어떤 위험이 가족의 미래와 인류의 생존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위험에 관해 생각하면 할수록 더 많은 위험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래서 경고를 무시하고 싶어지고, 위험에 관련된 불안한 얘기는 모두 못들은 체하고 싶어진다.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무수한 위협들로 인해 불안해하길 거부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때로는 이것이 적당한 전략이기도 하다.
밤에 잠들지 않고 누워서 매년 실내 탈취제로 인해 상처를 입는 3,300명 중 1명이 될까봐 걱정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나는 가끔 아이들과 기분전환 삼아 지하실에서 당구를 치곤 하는데, 그때 내가 매년 당구를 치다 다치는 5,000명 중 1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내와 아이들이 카슨 일가의 현악사중주단이 되어 연주를 할 때도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을 할 뿐, 해마다 8,000명이 악기로 인해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걱정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런 세 가지 위험들 모두는 내가 올해에 전염병에 걸릴 가능성보다 천 배 더 높다. 말하자면 2,500만 분의 1인 전염병에 걸릴 확률에 대해서도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진실 4 모든 위험을 제거할 수는 없다
현시대에서는 정보가 곧 힘으로 통하며 교육, 과학, 기술 분야에서는 정보를 으뜸으로 여기고 있다. 이렇다 보니 어떤 위협이든 발견, 관찰, 판단할 수만 있다면 완벽히 제거할 수 있고, 또 제거해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제로 리스크(zero risk, 무결점)는 50년 전에 국회에서 암 유발 위험성이 전혀 없는 식품 첨가제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기된 기준이다. 이 기준은 과학자들이 성분 분석에서 백만 배율로 측정이 가능했던 시절에는 충분히 타당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과학자들이 퀸틸리언(quintillion, 1백만의 3제곱, 1018)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령 다이옥신 같은 물질 1.5티스푼을 미국의 오대호 속에 넣고 잘 섞어서 아주 고르게 퍼뜨려놓아도 그것을 다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무결점 기준이 현실적이거나 경제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반대로 일어날 법한 모든 위험을 기를 쓰고 인지하려고 한다면, 그래서 모든 위험 요소와 주의 사항을 일일이 신경 쓴다면, 얼마 가지 못해 무기력감에 빠져서 아침이면 침대에서 나오기 싫어질지 모른다. 언제고 닥칠 수 있는 그 모든 위협들에 맞서기가 겁나서 말이다. 우리가 사는 오늘날의 사회는 위험과 떨어져서는 살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위험들을 모조리 다 제거할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어봐야 우리 앞에 놓인 위험에 대처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진실 5 때로는 위험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아폴로 호를 쏘아 올리며 최초의 달 탐사 임무에 이바지한 새턴 5호 로켓을 개발했던 과학자들이 이런 말을 했다. "새지 않는 밸브가 필요해서, 그런 밸브를 개발하기 위해 가능한 온갖 노력을 해본다고 치자. 하지만 현실의 세계에서는 아무리 해도 새지 않는 밸브를 얻을 수가 없다. 그럴 때는 새는 것을 어느 정도까지 용납할 수 있는지를 정해야 한다."
진실 6 견딜 수 있는 위험의 선을 정해야 한다
특정한 위험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할 때는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자원 두 가지는 바로 지식과 조물주가 우리 인간을 창조하시면서 주신 놀라운 지력(智力)이다. 이는 위험에 처해 최선의 대응책을 결정할 때도 다르지 않다. 덧붙여 지혜는 지식과는 다르며 때로는 지식보다 더 중요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얻은 모든 정보, 겪어온 모든 위험, 수많은 곳으로부터 들어온 모든 경고가 한데 어우러져 우리의 시각을 왜곡시켜 놓는 일이 너무 빈번하다. 그로 인해 효율적인 위험 분석이나 의사결정을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니 눈앞에 펼쳐진 이 모든 지식 앞에서 넋을 잃은 채 걱정의 늪에 빠져들기보다는 지혜를 발휘하여 상황의 다른 면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진실 7 위험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위험이 없는 삶이란 따분하기 짝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는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마지막 여덟 번째의 진실로 이어져서, 가장 중대한 위험에 대하여 다루게 된다.
진실 8 모두가 어떤 이유로든 죽음을 맞는다
살면서 어느 시점엔가 죽을 확률은 1분의 1이다. 따라서 죽음과 관련하여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심각한 위험 요소는 바로 태어난 것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떻게 죽게 될까에 집중함으로써 위험의 문제에 접근해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위험을 안고 살지를 궁리하는 편이 더 현명하다. 나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남긴 다음의 말에 동의한다. "어려운 일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과감하게 뛰어드는 것이, 큰 즐거움도 큰 고통도 모르는 무기력한 정신의 소유자로 전락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 나는 수년간의 노력 끝에 위험에 직면했을 때 유용하게 쓸 만한 간단한 처방을 발견했다. 내가 지난 수년간 이룩해온 개인적 성공이나 직업적 성과들의 근원을 따지고 보면, 일생일대의 위험을 만날 때마다 이런 실용적이고 간단한 공식을 적용한 덕분이었다.
최선 및 최악의 상황 분석 공식 : B/W A
B/W A 위험분석법의 탄생
한 환자의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그때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 그동안 개발해놓았던 모든 위험분석 기술과 위험 대처법에 대한 모든 교훈들이 응축되어 하나의 간단한 공식으로 만들어졌고, 그 이후로 이 공식을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데니즈 베커는 그 먼 뉴멕시코에서 존스홉킨스 병원까지 온 환자였다. 당시 열세 살 소녀였던 이 환자는 간질 지속 상태였다. 말하자면 지속적인 발작 상태로서, 두 달이 넘도록 발작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발작 때문에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기관절개술을 받은 탓에 몇 달째 말도 못하고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데니즈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아이였다. 발작이 시작된 후로, 미국 전역을 돌며 여러 의사들에게 진찰을 받았으나 상태는 계속 악화되어만 갔다. 의사들은 대부분 똑같은 진찰 소견을 내렸다. 발작이 주로 우성대뇌반구에서 가장 중요한 두 부분인 브로카령(Brocas area, 운동성 언어 중추가 있음)과 운동피질(Motor cortex, 운동기능의 계획 통제 실행 담당)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아이의 부모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던 중에 한 지인이 마란다 프란시스코에 대한 기사를 읽고는 배커 부부에게 전화를 해주었다. 그래서 배커 부부는 우리에게 연락을 해와 딸이 대뇌반구절제술을 받을 수 있을지 봐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 즉시 존스홉킨스 병원 내에서는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 신경과 의사들은 이 환자에게 대뇌반구절제술을 시도하려고 생각하는 것조차도 미친 짓이라고 여겼다. 이는 충분히 타당한 견해였다. 열세 살인 데니즈는 이전에 대뇌반구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따라서 더 어린 환자들만큼 탄력성이 높지 않으므로 기능을 영구히 잃어버릴 가능성이 더 높았다. 또한 발작은 그녀의 뇌 중에서도 특히나 다루기 힘든 부분에 집중되어 있어서 수술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지속적인 발작으로 인해 몸에 큰 타격이 가해진 터라, 건강 상태가 이미 나빠질 만큼 나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까지 존스홉킨스에서 모든 대뇌반구절제술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세 사람이었던 프리만 박사, 바이닝 박사 그리고 나는 그와 생각이 달랐다. 우리는 대뇌반구절제술을 직접 집도해왔고 그만큼 그 방면에선 전문가적 소견을 구축한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환자가 그 수술을 받기에 적절한지 아닌지에 대한 최대 발언권은 우리에게 있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은 수술에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며칠 동안 수차례의 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논쟁이 심해지자, 수술을 연기하면서 예사롭지 않은 결정이니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정하기로 했다. 나는 며칠 동안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간청했으나, 어떤 식으로든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가장 반대했던 사람이 장기간의 국제학술회의에 참석차 해외로 떠나게 되었다. 우리 대뇌반구절제술 팀은 그동안은 시끄럽게 항의해댈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우리의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나는 배커 부부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대뇌반구절제술이라는 극단적 치료가 필요한 아이를 둔 다른 부모들에게 했던 말 그대로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저대로 놔두면 데니즈는 죽습니다. 이 수술을 하더라도 죽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수술을 하면 적어도 가능성은 있습니다." 배커 부부는 그 뜻을 분명히 알아들었다. 그들은 데니즈에게 최소한 성공의 가능성이나마 주고 싶어 했다.
수술은 대체로 우리의 계획대로 되었다. 하지만 대뇌반구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이 종종 그렇듯, 데니즈도 여러 날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마침내 깨어났을 때 아이에게는 발작이 멈추어 있었다. 퇴원할 만큼 회복이 되었을 때는 말도 했다. 그리고 몇 주 후에는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꾸준히 호전되어갔다.
그 수술의 성공으로 내가 얻은 이득은 앞으로 남은 생애 동안에도 계속 덕을 보게 해줄 것이다. 사실, 수술 후에 기다리는 일밖에 할 수 없었던 며칠은 참으로 힘들었다. 그때는 아직 수술의 결과도, 수술이 데니즈에게 도움이 되었는지의 여부도 알지 못했다. 아직은 누구의 행동 방침이 옳았는지에 대해서 단정할 수도 없었고, 수술 결과가 환자, 환자의 가족, 의사들 그리고 병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였다. 그 며칠 동안 나는 내가 기꺼이 감수했던 그 위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어떻게 해서 이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는가? 이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확신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위험은 어떤 경우에 감수해야 하는가? 위험을 무릅쓰기에는 너무 무모한 수술이란 어떤 경우이며, 그것을 어떻게 판가름하는가?
내가 이렇듯 이 수술에서 유독 그 타당성을 붙잡고 전력을 다했던 이유는 뭘까? 명백히 위험하다고 보였던 수술을 강행하려 한 내 결정을 변호하기 위해서였는지 모르겠다. 반대자들의 말에 반박해야 할 테니 말이다. 나는 결정 과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되돌아보며 머릿속에 그런 질문들을 계속 생각해봤다. 그러다 그 전에 위기 상황에서의 위험 분석과 대조해가며 데니즈 케버의 경우에 대한 위험 분석을 해보게 되었다. 이전까지 내가 의사결정을 통해서 터득하게 된 것은 뭔가? 이전까지 내가 터득한 위험 대처 요령은 무엇인가? 바로 이때가 내가 최선 및 최악의 상황 분석(Best/Works Analysis, 즉 B/W A라는 다음의 네 가지 질문을 생각해낸 때였다.
■이 일을 할 경우 예상되는 최선의 결과는?
■이 일을 할 경우 예상되는 최악의 결과는?
■이 일을 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최선의 결과는?
■이 일을 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최악의 결과는?
위의 네 질문을 보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이게 다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믿는다. 기본적인 네 가지 질문 B/W A와 관련하여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어디에서? ■왜? 라는 여섯 가지 익숙한 질문에 답한다면, 위험 분석 시에 초점을 뚜렷이 맞추고 정확성을 기하게 될 것이다. 이 간단한 위험분석 접근법이 우리의 사적/직업적 삶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
관계의 위험을 감수하는 법
자기 중심에서 빠져나오기
나는 원래 내성적인 사람이라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주문한다. 더 친근하게 굴라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라고, 과감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라고 말이다. 내 천성적인 성향은 그냥 구석에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철학적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그다지 사교적인 편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좀 더 어울리는 위험을 놓고도 B/W A를 실시해보면 한결 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좀 더 사교적으로 행동할 경우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은? :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 오해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꾸준히 애쓸 경우 예상되는 최선의 상황은? :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더 깊은 우정을 쌓게 된다. 더 좋은 인상을 심어 따뜻하고 친근한 사람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사교적인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단념할 경우 예상되는 최선의 상황은? : 마음이 더 편안해지며, 현재의 생활과 교우 관계에 만족하며 지낸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애쓰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은? : 불친절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결국엔 은둔자처럼 되어 그토록 바라던 대인 관계 기술을 익히지 못한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예상된다.
여태까지와는 달리 이번의 B/W A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문제였다. 그러한 견지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 특별한 위험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결정하는 데는 나의 개인적 가치관의 안내에 따라야 할 듯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어떻게 될까? 다음의 질문에 뭐라 답하게 될까?
■타인의 시각에서 볼 때, 내가 더 사교적이 될 경우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은? : 내가 그들과 가까워지려는 동기를 오해한다.
■타인의 시각에서 볼 때, 내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꾸준히 애쓸 경우 예상되는 최선의 상황은? : 나에게 더 좋은 인상을 갖게 되어 나를 따뜻하고 친절하며 사귀기 쉬운 사람으로 보게 된다. 나에게 더 호감을 가지며 친해지고 싶어 한다.
■타인의 시각에서 볼 때, 내가 사교적인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단념할 경우에 예상되는 최선의 상황은? : 기껏해야 현상 유지만을 기대할 수 있다.
■내가 다른 이들과 어울리려고 애쓰지 않을 경우에 예상되는 최악의 영향은? : 외롭고 상처 받은 사람들이나 도움과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도 도와주지 못한다. 그러면서 차츰 다정함을 잃고 더욱 차가운 사람이 되어, 다른 이들에게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존재가 된다.
나는 천성적인 수줍음 탓에 다른 사람에게 다가서기가 불편하고 무섭게 느껴졌으나, 자기 중심에서 벗어나니 그런 천성적인 수줍음을 극복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이렇게 내 중심에서 밖으로 나와 살펴보자 다음과 같은 깨달음이 왔다. 깊이 상처 입은 사람이거나 병적인 성격을 가진 극히 일부만 제외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는 친절하고 사교적인 사람을 제대로 알아주게 마련이다. 무슨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그러는 것 같다는 의혹과 의심만 걷히길 기다라면 된다. 내가 항상 다정하고 사교적으로 행동하면 그런 의혹의 수준은 머지않아 사라질 테고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내게 친절하게 반응해줄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핵심은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의 시각에서 생각하기였다. 나는 어떻게 하면 내가 편할까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편하게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결국 내가 수줍어하거나 서먹서먹하게 대하는 것보다는 친절하고 사교적으로 대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을 더 편안하게 해주는 길일 터였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그렇게 했다.
친절하기
나는 성공하는 방법에 대한 간단한 조언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자주 한다. "사람들에게 친절해라.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친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그 의혹이 걷히면 그들도 당신에게 친절하게 대할 것이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친절하고 당신이 사람들에게 친절하면 훨씬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당신이 친절한 사람이 아니라면 딱 일주일만 친절해보려고 애써라. 당신의 배우자는 물론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친절한 것이냐고? 뒤에서 남의 흉을 보지 마라. 물론 몇몇 이들에게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앞에서 대놓고 흉을 봐서도 안 된다. 누군가 무슨 일로 힘들어하고 있으면 도와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 전에 그 사람의 입장에 서봐야 한다. 인간은 혼자 고립되어 살 수 없다. 우리는 사랑을 나누고 관계를 맺으며 상호교류를 해야 하는 존재이다. 이 실험을 해보면 친절은 전염성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우정과 사랑이 그러하듯 친절도 대인관계에서의 크나큰 위험처럼 보인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꼭 그렇지도 않다. 친절하기란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친절하려면 자신을 상처받기 쉬운 상황에 내맡겨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권을 쥐길 좋아하지 누군가에게 휘둘리기는 싫어하기 때문이다. 친절하게 대하려는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먼저 손을 내밀면 당신은 자동적으로 통제권을 내주는 셈이 된다. 당신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면 당신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친절을 베푸는 데에서 위험을 의식하는 것은 때로는 당신의 자존심을 지나치게 염려함으로써 비롯되는 결과이다. 자기 중심에서 빠져나와 자존심 문제를 넓은 시각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타인에게 친절하게 다가서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잠시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경우에 자존심 문제는 우선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또한 장담하건대, 다른 모든 사람들이 당신에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어떤 느낌을 주는지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되면 인생을 더 수월하고 효과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친절을 베풂으로써 생기는 또 한 가지 효과가 있다. 친절을 습관화하여 함께 일하기에 기분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게 되면 뭔가가 필요할 때나 아주 조금이라도 낙담을 겪을 때마다 어떻게든 그 문제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이들을 두게 된다.
관계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것, 친절을 베푸는 것, 그리고 자기 중심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매우 귀중한 교훈이다. 배워두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적용하기에 더없이 값진 교훈이 되어줄 것이며, 우리가 인생에서 누리는 가장 중요한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부모들을 위한 B/W A
■올바른 정체성을 심어주어라
위험에 저항하는 청소년들은 확고한 자아정체성이 필요하다. 그것이 강인한 성격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모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는 아이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신념이 무엇인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어디인지를 확실히 깨우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특히 자신의 신념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신념과 가치관은 자신이 누구인가, 즉 자신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고 이 세상과 얼마나 잘 맞는가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어디인가, 즉 목적과 목표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도록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활용할 도구를 마련해주어라
아이들은 위험한 십대에 들어서기 훨씬 전부터도 기본적인 B/W A를 간단한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 그러니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해주어라. 우선 아이들이 무슨 일에 대한 허락을 구하면 B/W A 질문들을 함께 검토해보면서 어떠한 논리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는지에 대해 이해시켜라. 그런 식으로 하다가 언젠가 아이들이 아주 흡족한 답을 내놓게 되면 그때부터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게 해라. 오래지 않아 알게 될 테지만, 아이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영리하고 현명해지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위험 분석을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장차 유용하게 쓰일 실용적인 도구를 소개시켜주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로서도 아이들이 현재 맞이하고 있는 위험들을 인지하여 적절히 다루고 줄여나가는 데 도움을 얻게 된다. 또한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볼일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기도 하다.
■적절한 위험은 감수하게 하라
몇 년 전에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는 의미심장한 기사가 실렸다. 십대들과 위험에 대한 기사였는데, 부모들에게 아주 교훈적이었다. 기사의 요점을 간추리자면, 위험의 감수는 청소년기의 보편적 특징이며, 부모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전략은 십대들에게 적당한 위험은 감수해보게 해주는 것이다였다. 「뉴스위크」 기사에서 내린 결론의 핵심은, 십대들에게는 본래 위험을 무릅쓰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십대들은 알코올 및 마약 중독에서부터 불량배와의 교제, 문란한 성관계, 난폭 운전에 이르기까지 온갖 걱정스럽고 위험한 행동들을 일삼곤 하는데, 이 사실만으로도 기사의 결론이 맞는 말임이 입증된다. 그러나 부모들과 사회가 십대들에게 보다 더 적합하고 건전한 위험들을 제시해준다면 우리 아이들이 그런 자기파멸적인 행동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무엇이든 새로운 활동은 십대의 경험과 잠재성에 분발을 촉구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줌으로써 제값을 해준다. 실패나 낙담의 위험성이 성공의 가능성만큼이나 실존하는 활동들이라면 더더욱 제값을 톡톡히 할 것이다. 아무리 부모라 해도 십대 자녀들에게 위험이 전혀 없는 인생을 만들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마주칠 위험과 불확실성을 더 잘 다루도록 준비시켜줄 수는 있다. 다시 말해 위험 분석의 기본적인 도구를 마련해 주는 한편 적당한 위험에 대면할 만한 활동들에 기꺼이 나서도록 격려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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