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팝니다

   
한스 위르겐 게에제(역자: 우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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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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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1��



>■ 책 소개
정말 부자가 되고 싶고, 성공을하고 싶다면 철저한 계획을 가지고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우리 시대 아빠들은 어떤가? 매일 늦게 귀가하고,야근에만 목매고 상사에게 말 한마디도 못하면서 집에서는 허풍만 떨고 책은 전혀 읽지도 않는다. 말만 많고, 뱃살만 늘어난 채로 나이만먹는다.


책은 무능하고 나약한 아빠들을 반성하게 하면서, 절망적인 상황에도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삶을 개척해나가는 부자, 그런 부자가 될 수 있는 "부자 마인드"에 대해 알려준다. 무엇보다 독자들을 성공한 부자의 모습으로 탈바꿈시키고,부자가 될 수 있는 작은 성공의 경험을 선물해줄 것이다.


아빠를 팔아먹는다는 얼토당토않은 아들 샘의 아이디어는 섬뜩하면서도 재미있다. 아빠가 아들을트레이닝시키는 것도 아니고, 아들이 아빠를 트레이닝 시킨다. 샘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무능한" 아빠를 "유능한" 아빠로 탈바꿈시키기 위한부자 트레이닝을 제시한다.


■ 저자 한스 위르겐 게에제(Hans-JuergenGeese)
1952년 독일의 그로나우에서 태어나 하노퍼 근교의 노르트슈테멘에서 성장했고, 미국 텍사스에서 경제학을공부했다. 지은 책으로 『아빠를 팝니다』『상어 타고 달리기』등이 있다.


■ 역자 우상수
1964년 전북 익산에서태어났다. 단국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마인츠 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2001년 현재단국대학교 강사로 있다. 옮긴 책으로『아빠를 팝니다』등이 있다.


■ 차례
1. 내가 포르노를 본다구요?
2. 아빠, 회사생활 이것밖에 못해요?
3. 내가 아빠를 바꿀 거야
4. 아빠! 부자가 되고 싶지 않으세요?
5. 제가 아빠를 부자로 만들어 드릴게요
6.정말 우리 아빠 맞아?
7. 우리 아빠는 너무 비겁해요
8. 드디어 아빠가 팔렸어요
9. 쉿! 트레이닝의비밀


추천글 - 아빠를 팔 생각을 한 샘은 나보다 고수였다 -개그맨전유성




아빠를 팝니다


내가 포르노를 본다구요?

"여보, 샘이 요즘 무슨 책 읽고 있는지 아세요?"

코라는 평소와 다름없이 밤늦게 퇴근한 남편을 현관에서 맞으면서 불쑥 물었다. 디노는 도대체 뭔가 급해서 넥타이도 풀지 않았는데 그런 말을 급하게 서둘러 묻는지 알 수 없었다. 하긴 만날 밤늦게 퇴근해서 애들에게 인사 한 마디도 건넬 여유조차 없는 그가 샘이 요즘 무슨 책을 읽는지 알 리가 있겠는가. 디노는 작은 복도를 미끄러지듯 잽싸게 걸어, 샘의 방앞에 도착해 방문을 두드렸다. 방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샘은 깊은 잠에 빠졌는지 이름을 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디노는 샘이 어렸을 때 밤늦게까지 램프를 켜고 이불속에서 몰래 책을 읽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켜고는 샘이 누워 있는 침대로 향한 뒤, 침대 위를 조심스럽게 더듬었다. 손을 휘저어도 책으로 여겨질 만큼 딱딱한 감촉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문득 샘의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불빛에 책을 비춰보았다.

"『최고 경영자를 위한 마케팅 전략』?"

그는 책의 제목을 읽어보고는 재빨리 다음 책을 집어 들었다.

"『성공적인 경영인인 되는 길』?"

책상 위에 놓인 책들을 하나하나 불빛에 비춰 보았다. 책상 위에 놓인 책들은 모두 CEO를 위한 경영서적이었다. 그가 책은 책들이 샘이 최근에 읽고 있다는 책이 분명했다. 아내가 걱정하던 성인용 책이란 게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음 날 모처럼 일찍 퇴근한 디노는 아내의 말을 떠올리며 샘의 방으로 향했다. 그의 임무는 단 하나! 아들이 나이에 걸맞는 책을 읽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우리 얘기 좀 할까?"

디노는 가능한 한 부드럽게 이야기를 돌려서 꺼내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불쑥 내뱉은 말은 너무나 단도직입적이었다.

"네가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는 몰랐다. 기분이 정말 좋구나."

디노는 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샘이 자신의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샘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디노는 샘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책상 위의 책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이런 어려운 책들을 벌써부터 읽을 필요는 없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너도 이 아빠처럼 성공하게 될 거야."

그러나 샘은 아무런 말없이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코를 매만지다가, 검지로 콧등을 여러 번 반복해서 두드렸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샘이 어렵게 입술을 떼었다.

"제가 왜 이런 책을 읽는지 알고 싶으세요?"

디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샘은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고는 말했다.

"좋아요. 아빠가 정말 진실을 알고 싶다면 말할게요. 제가 이런 책들을 읽는 이유는…그 이유는 솔직히 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예요."

순간 디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양쪽 볼이 실룩거리면서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고,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샘은 아빠가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말이 없자 다시 입을 열었다.

"매일같이 들어왔다 나갔다 일년 내내 들어왔다 나갔다. 사는 게 뭐 그래요? 정말 지루해 보여요.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빤 자신이 어느 수준인지 아시기나 하세요? 좋아요. 말이 나온 김에 제 생각을 다 말씀드리겠어요. 그러니까 그저 빵 장사꾼 수준에 불과해요. 그…그게 바로 아빠라고요."


디노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초점 없이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서히 정신이 들자 그는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잠시 눈을 감았다. 아들의 말은 일순간에 충동적으로 나온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적어도 몇 년 전부터 가슴속에 담아 온 생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디노는 지그시 눈을 떴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샘과 눈이 마주쳤다. 아들의 눈빛에는 불만이나 비난이 아닌 연민의 정이 묻어 있었다. 그저 고개만 약간 끄덕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힘없이 방을 나가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때 샘이 소리쳤다.

"아빠를 돕고 싶어요!"

디노는 방문을 닫으려다 말고 몸을 돌려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아빠를 바꿀 거야

"회식이 있어서 술 한잔 했어!"

디노는 현관에 들어서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코라와 샘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금요일 저녁마다 그가 들고 오는 케이크를 기다리고 있었다. 디노는 매주 금요일이면 회사에서 만든 케이크를 집으로 가져오곤 했다. 케이크에 새로 첨가된 과일에 대해서 아내와 아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케이크가 개발될 때마다 아내와 아들의 반응은 신제품 결정에 한몫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무슨 과일을 넣었죠?"

주방 쪽에 있던 아내 코라는 디노가 구두를 다 벗기도 전에 큰 목소리로 물었다.

"복숭아야!"

디노가 대답했다.

"쳇! 배를 넣었어야죠. 거기에, 이번 주 용돈을 절반이나 걸었는데…."

거실에 있던 샘이 툴툴거렸다.

"또 내기를 했단 말이야? 아빠가 전해도 말했잖아, 그런 식으로 돈을 쉽게 벌려고 해선 안 된다고. 열심히 일을 해서 벌 생각을 해야지. 그래야 부자가 될 수 있는 거야."

"아빠처럼요?"

샘이 되물었다. 디노는 아들의 반응에 선뜻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저는 우리 집의 이런 칙칙한 분위기가 정말 맘에 안들어요. 전 제 인생을 남들 사는 만큼의 수준으로 살고 싶지 않아요. 말이 좋아 남들 만큼 사는 거죠. 그런 말을 듣는 건 아빠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이나 같은 거 아닌가요? 아빠가 제 말을 무시한다면, 결국 아빠의 인생도 칙칙하고 따분한 수준밖에 안 된다고 봐요."

샘은 말을 마치고 입술을 깨물었다. 눈동자는 어느 때보다도 싸늘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전 아빠가 그렇게 되도록 그냥 두지 않겠어요. 전 무슨 일이라도 할 각오가 되어 있어요. 절대로 그냥 주저앉지 않을 거라고요. 아빠가 스스로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제가 아빠를 변화시키겠어요!"

주방 문가에서 샘의 말을 듣고 있던 코라는 슬그머니 주방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녀는 남편과 아들의 대화에 자신이 끼어들 공간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샘, 그 얘기는 어제 다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아무튼 오늘 그만 하고 내일 다시 얘기해보자."

샘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디노는 샘이 방으로 뛰어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건 네가 진지하게 생각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디노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샘의 귓가에 들려왔지만, 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없이 방으로 향했다. 평소에 아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다 쏟아냈기 때문이다.



제가 아빠를 부자로 만들어 드릴게요

집으로 돌아온 디노는 회사의 구조조정 문제가 못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어두운 표정으로 있자, 아내 코라가 눈치를 보다 못해 끝내 입을 뗐다.

"여보, 회사에서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요?"

"음…아니…별일은 없어.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그래도 무슨 일인지 말씀 좀 해주세요. 당신 표정이 무척 안 좋아요."

"당신도 알듯이…나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야. 암, 그렇지. 내가 회사를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그렇지 않아, 여보?"

코라는 약간 안심이 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무슨 말씀을요. 당신은 절대 그렇게 될 리가 없죠. 휴일에도 사장의 사적인 일을 하는 충성스러운 부하직원이 어디 그렇게 많은가요?"

"음, 그럼…그럼…"

하지만 디노는 속으로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아들 샘과 함께 회사를 갔을 때 사장과 있었던 약간의 언쟁이다. 디노는 무척이나 후회를 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고, 더불어 ‘그런 일쯤이야’ 하고 억지로 마음속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샘은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갈 때 디노와 코라가 나누는 이야기를 우연치 않게 엿들었다. 바로 내일, 아버지 회사에서 구조조정 명단이 발표된다는 이야기였다. 디노는 잘리지 않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사실 샘은 아버지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샘이 아빠와 함께 회사에 가서 들었던 이야기만을 통해서도 샘은 디노가 충분히 회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해고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샘이 신발을 벗고 서둘러 거실로 가서 디노와 코라의 말에 끼어 들었다.

"아빠, 그렇게 불안해하지 마시고, 그냥 당당히 사표를 내시는 게 어때요?"

"샘, 너…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니! 그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할 소리니?"

이번에는 오히려 디노가 코라를 말렸다.

"아빠, 그렇게 회사에서 잘리지 말고 이제 당당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서 아빠만의 성공의 길을 개척해봐요. 제가 옆에서 도와드린다고 했잖아요."

또 다시 코라가 나섰다.

"샘, 너는 아직 어린아이야. 네가 어떻게 아빠를 도와줄 것이며, 어떻게 아빠가 부자가 될 수 있도록 한단 말이니!"

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코라의 언성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디노는 어제 있었던 광고 사진 문제 때문에 9시 정각에 다시 촬영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스튜디오에는 놀랍게도 사장이 먼저 와 있었다. 

"아니, 사장님께서 여긴 웬일이십니까?"

"디노, 자네가 어제 필름을 몽땅 망가뜨렸다면서? 꼬박 이틀 동안 작업한 걸 모두 날려버렸다지? 자네가 무슨 권한으로 만 달러를 순식간에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린 건가."

"사장님, 품질은 품질입니다. 거기엔 어떤 편법도 있을 수 없습니다."

"케이크가 아니라 난 사진을 말하고 있어! 사진을 보고 누가 케이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있나? 사진은 그냥 진짜처럼 보이게 하면 되는 거야."

사장의 말에 디노는 여전히 같은 대답만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래도 품질은 품질입니다. 거기엔 결코 어떤 편법도 있을 수 없습니다."

"정말 자네 왜 이러나. 우릴 모두 얼간이로 보는 건가?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가 없구먼. 자네 맘대로 하게. 대신 이 회사를 떠난 다음에! 자넨 해고야! 어서 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깐!"

디노는 순간 충격에 휩싸였다. 한순간에 자신을 해고한 사장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 디노는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다른 사람들 때문에라도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 날 저녁, 집안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여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해고를 당할 수 있죠? 설마 샘의 말을 듣고 일부러 사표를 내신 건 아니에요?"

디노는 코라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코라는 그 자신도 남편의 실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흥분하며 계속 다그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디노는 사장에게 당한 치욕을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았다. 여기에서 그만하고 싶었다. 샘 역시 아빠의 실직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기 힘들었다. 속으로는 아빠에게 새로운 기회가 있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붙는 격이 될지도 몰라 가만히 있었다. 샘은 조용히 한쪽으로 가서 수화기를 들고 미셀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음. 미셀레. 내가 저번에 부탁한 거 있지? 가능해?"

샘은 미셀러와 통화하면서 고개를 끄덕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를 끊었다.


아침 일찍 학교에 갔던 샘은 그날따라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코라가 이상해서 물었다.

"샘, 오늘은 학교가 왜 이렇게 일찍 끝났니?"

"미안해요. 엄마, 오늘은 학교를 가지 않았어요."

"뭐라고? 그럼 넌 도대체 아침에 어딜 간 거야?"

"그냥, 좀 만날 사람이 있어서요… 아빠의 미래에 대해서 상의할 사람이 있어서요."

그런 후 샘은 가방을 풀고는 방에다 던져 놓고 거실에서 무슨 작업을 하는 듯 했다.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종이에 뭔가를 쓰고 있었다.

"뭘하는 거냐?"

디노가 물었다.

"아빠의 새로운 인생에 관한 거예요."

"나의 새로운 인생? 내 인생 계획을 네가? 어떻게? 나도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네가 내 인생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 아빠를 부자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갖고 있어요."

"이 아빠를 부자로 만들기 위해… 여하튼 고맙다."

샘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러자 아들의 말을 되새기고 있던 디노는 더욱더 큰 소리로 웃었다.

"아빠! 외출 준비하세요!"

샘이 명령하듯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순간 디노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외출 준비하시라고요! 오늘은 아빠에겐 중요한 날이에요. 대단한 사업가로 다시 태어날 거예요."

곧 디노는 아들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5분 정도 지난 후 디노는 식탁에 앉아 뒤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

디노가 샘에게 물었다.

"뭐가요?"

"그러니깐 네가 말한 거 말이다. 새로운 인간인가, 진정한 직장인인가 하는 거 말이다."

"아직 정확하게 말씀드리긴 힘들어요. 하지만 분명히 방법이 있으니 걱정 마세요."

"글쎄, 그게 도대체 뭐냐니깐?"

"우선 밖으로 나가요. 아빠를 굉장한 사업가나 상당한 부자로 만들어줄 방법이 있어요."

샘은 재미있는 계획이 있다는 듯 혼자 웃었다.



드디어 아빠가 팔렸어요

샘은 아빠의 트레이닝이 점차 전문화되어 가고 있는 시점이라 조언이 더 필요해 또다시 미셀레의 아빠를 만나고 돌아왔다. 샘이 집에 들어서자 코라는 저녁식사 준비를 막 마친 후라 샘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더니 코라는 약간의 한숨 어린 목소리로 푸념을 늘어놨다.

"아까 시장에 갔더니 별로 살게 없더라. 하지만 맛있게 먹으렴, 샘."

샘이 보기에도 예전에 비해서 식사가 훨씬 부실해진 것이 사실이었다. 아버지의 정기적인 월수입이 끊어진 이후부터 생긴 현상이다. 하지만 샘은 그런 것에 대해 어떤 불평불만도 하지 않았다.


밥을 먹으면서도 샘은 힐끗힐끗 디노의 얼굴을 쳐다봤다. 트레이닝에 지쳐 짜증을 내던 그런 얼굴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뭔가 근엄해 보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중대한 결심을 앞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빠, 이제 드디어 창업을 하기로 결심하신 거예요?"

디노는 샘의 말을 곱씹어보는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흠… 그간 여러 군데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큰 도움이 안 되지 않았니. 그러다 보니 이제는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내 인생을 개척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생활을 해서 부자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어. 비록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세상에는 그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간 부자들이 이미 많지 않니. 이제 이 아빠도 당당한 부자의 대열에 끼려고 한다."

샘은 먹던 음식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입을 벌리며 기뻐했다.


"하지만 샘, 이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는 생각뿐인데, 그것만 가지고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단정하겠니. 이제 시작일 뿐이야. 그것만 가지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아."

"그래, 그건 네 엄마 말이 맞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마음만 가지고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거야. 밑천이 있어야 하는 거지. 하지만 우리 집은 이제 더 이상 팔 것도 없고 남에게 돈을 빌릴 수도 없는 처지야. 은행에서 장기 실직자에게 돈을 빌려주지도 않을 거고…. 마음이야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지만 문제는 돈이란 말이다."

샘은 부모님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부모님의 말이 어느 정도는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디노는 저녁을 먹은 뒤에도 책에 빠져 있었다. 그때 샘이 다시 아빠에게 다가갔다.

"아빠, 이제 모든 게 다 준비됐어요. 아빠는 훌륭하게 트레이닝을 해냈고, 이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만 하면 돼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아까도 말했잖니. 밑천이 있어야 한다고. 일단은 최후의 수단으로 이력서를 계속 내면서 창업 준비를 할 생각이다. 하기 싫다는 말이 아니야."

"아빠, 그러면 투자를 받으면 어때요? 투자는 흔히들 하잖아요. "

"투자? 그러면 더할 수 없이 좋겠지만 도대체 누가 나에게 투자를 하겠니. 돈이 있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확실한 무언가가 없으면 투자를 하지 않는단다."

"좋아요, 아빠 그럼 집을 팔아버리는 게 어때요?"

디노의 눈은 다시 동그래졌고, 곧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샘의 황당한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코라도 한마디했다.

"샘!"

그러나 샘도 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요. 다시 취직을 한다는 건 옛날로 돌아가는 거나 마찬가지고, 그렇다고 여전히 지금처럼 사는 건 더 힘들 일이잖아요."

코라가 발끈해서 말했다.

"그럼 잠은 어디서 잘 거고, 밥은 어디서 먹니? 길거리에서 먹으려고 그래?"

"가게에서 하면 되죠. 비록 힘들겠지만 가게에서 먹고 자면서 일을 하면 되잖아요."

이번에는 디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샘. 집도 없이 가게에서 먹고 자는 건 불가능해. 만약에라도 사업이 잘 안 되면 이제 우리는 완전히 길거리에 나앉는 거야. 노숙자 알지? 그렇게 돼버린단 말이야! 온몸에 꼬질꼬질한 때를 묻힌 그런 거!지!"

샘도 디노와 코라의 완강한 어투에 약간 풀이 죽은 듯 했지만 잠시 후 샘은 심호흡을 깊게 한 뒤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좋아요, 아빠. 정 그러시다면 우리 마지막 방법을 사용해봐요."

디노와 코라는 ‘이번에는 또 무슨 황당한 방법이야?’하는 표정으로 샘을 쳐다보았다. 샘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킨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빠를 파는 거예요!"

디노는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요, 신문에다 광고를 내서 아빠를 판 후에 그 돈으로 사업을 시작해보는 거예요. 지금 우리 집에는 팔 물건도 없고, 누가 투자를 해줄 사람도 없다고 하셨잖아요. 또 돈 있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면 투자를 하지도 않구요. 그렇다면 가장 확실한 건 아빠밖에 없어요. 어린 저나 엄마를 사갈 사람은 없을 테니까, 아빠를 파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디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책을 다시 집어 들었고, 코라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설거지를 하러 갔다.


어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음 날도 여전히 조깅은 계속됐다. 디노 역시 아직 구체적인 미래의 방향이 설정되지는 않았지만,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미래에 분명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매일 아침 건강을 위한 조깅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리고 샘은 어제 꺼냈던 아빠를 파는 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디노 역시 다시는 언급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둘은 이제 티격태격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달릴 뿐이었다. 그렇게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온 디노는 샤워를 먼저 했고 그동안 샘은 책상에서 무언가 열심히 쓰고 있었다. 그러더니 아침밥을 먹고 학교로 가기 전에 들고 있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것이 아닌가.


"아빠, 이게 아빠를 파는 신문 광고 문구예요. 한번 보시고 수정할 게 있으시다 싶으면 체크를 해주세요."



우리 아빠를 팝니다!


저희 아빠 디노는 실직 기간 동안 꾸준히 공부를 했고, 이제 사업을 위한 모든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나이는 좀 있지만 성실할 뿐만 아니라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마음자세까지 갖추었습니다.


가격은 5만 달러입니다.

아래의 주소로 연락을 주세요.

-디노의 아들, 샘-



디노는 한편으로는 화가 났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괴감에 빠졌다. 가장으로서의 무능함은 그 어떤 것으로도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때 디노가 천천히 코라와 샘을 바라보더니 마음의 결정을 한 듯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그래, 좋다 샘. 네 생각대로 해보자. 어차피 이렇게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으니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아빠를 살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아빠를 팔아서라도 사업 밑천을 마련하고 그걸로 우리가 부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아빠의 갑작스러운 결심에 샘도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 했지만 서서히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광고가 나가고 디노의 결심이 선 뒤 샘의 집에는 하루종일 긴장감이 흘렀다. 그렇게 삼 일째 되던 날. 밖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를 지르며 현관으로 뛰어 들어왔다. 샘이었다.

"아빠, 엄마, 드디어 왔어요! 아빠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구요!"

샘의 말을 듣자 디노는 오히려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아직도 ‘설마’하는 기분을 떨쳐내지 못했다. 편지를 건네받는 디노가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편지를 읽어가기 시작했다.



디노 & 샘


귀하의 광고는 잘 보았습니다.

이 기발한 광고를 저는 아주 깊은 생각을 가지고 보았고,

이렇게 결정을 내리기까지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디노’씨를 살 의향이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3일 이내에 전화를 주시고 저희 회사를 찾아와주십시오.



"아빠, 일단 제가 전화를 해볼게요. 그리고 약속을 잡으면 진짜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잖아요.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샘이 전화로 달려가 편지에 적힌 번호대로 숫자를 눌렀다. 잠시 후 회사 관계자와 통화가 이루어졌고 모든 것이 장난이 아닌 사실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우쭐해진 샘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편지를 흔들며 집안 구석구석을 뛰어다녔고, 디노는 코라를 꼭 껴안았다.


다음 날 아침, 샘과 디노, 코라는 묘한 흥분감에 빠졌다. 드디어 오늘, 디노를 사겠다는 그 투자자를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디노는 예전에 샀던 고급스러운 양복을 다시 꺼냈다. 코라가 말없이 다가가 그런 디노 부자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디노가 양복 입는 걸 도와주었다. 그렇게 셋은 나갈 채비를 마쳤다. 그리고 편지 봉투에 적힌 주소가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족히 30층은 넘어보일 듯한 고층 건물 입구에는 경비원이 무전기까지 들고 서 있었다. 드디어 디노는 투자자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크고 널찍한 책상에 약간은 자유스러운 듯한 복장, 양복은 입었지만 넥타이는 하지 않은 깔끔한 와이셔츠가 유난히 돋보였다. 그는 책상에서 일어나 두 팔을 약간 벌리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반갑습니다, 디노 씨. 자 이리 앉으시죠."

그리고 그는 샘을 쳐다보았다.

"샘, 그 동안 잘 있었니? 다시 만나게 돼서 반갑구나."

샘이 가볍게 그를 향해 웃어주었다. 순간 디노와 코라는 어리둥절했다. 투자자가 말을 이었다.

"샘, 드디어 네가 성공을 했구나. 축하한다."

"그렇지 않아요, 드라봉 씨. 다 아빠의 노력 덕분이에요. 저는 옆에서 아빠가 잘 할 수 있게 도움만 주웠던 걸요. 아빠가 스스로 의지를 갖지 않으셨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었던 일일 거예요."

 

정확히 상황 파악이 안 된 디노가 샘과 드라봉을 번갈아봤다. 그러자 디노의 상태를 파악한 드라봉이 디노에 말을 건넸다.

"디노 씨, 잘 이해가 안 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 모든 일의 배후에는 바로 당신의 아들 샘이 있었어요. 당신의 똑똑한 아들이 아빠를 5만 달러에 팔 수 있게 만든 거예요."

"네? 그렇다면 애초에 제가 팔릴 예정이었단 말인가요?"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당신 스스로 자신을 팔아서라도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책임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결코 당신은 팔리지 않았을 겁니다."


드라봉은 즉시 즉시 5만 달러 수표를 여자직원에게 가져오게 했고, 곧바로 사인을 한 후 디노 앞에 내놓았다. 디노는 사뭇 떨리는 손으로 5만 달러를 손에 쥐고 코라를 쳐다보았다. 코라 역시 흥분한 마음을 갖추지 못했다. 이때 다시 디노가 물었다.

"그런데 드라봉 씨, 저를 사서 어떤 용도로 쓰실 건지요?"

"그건 이미 샘이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저는 이 돈으로 노예를 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업을 해나가면서 저를 도와줄 수 있는 노련하면서도 성실한 사람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디노 씨의 이야기를 듣게 됐고 절반 트레이닝이 된다면 충분히 저와 함께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제가 운영하는 K마트에서 빵집을 열고 입점을 하세요. 5만 달러면 사업 밑천은 충분히 될 겁니다. 그리고 사업이 성공하면 저에게 수익금을 나눠주시면 됩니다."

"그럼 드라봉 아저씨! 저희 아빠가 드디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시는 거예요?"

"그럼! 똑똑한 샘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새로운 베이커리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거지."

"와! 아빠 축하해요!"

"여보, 축하해요! 드디어 당신의 노력이…"

코라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것은 디노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기뻤지만, 조금은 어리둥절했지만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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