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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초보, 기획과 연애하다

1부 좋은 기획을 위한 준비

기획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이걸 기획안이라고 만든 거야? 초등학생도 이보단 잘하겠다. 도대체 직장 생활 몇 년째인데 여태 기획에 대한 감도 못 잡는 거야? 계속 이따위로 하려면 당장 회사 때려치워!"

나초보는 오늘도 제대로 된 기획안을 내놓지 못해 깐깐하기로 소문난 진저리 팀장한테 진저리 나도록 깨지고 말았다. 기획을 못한다고 허구한 날 깨지는 자신을 볼 때마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기획을 잘해 보려고 관련 책들도 열심히 사서 읽으며 나름대로 노력도 해봤다. 하지만 대부분 읽을 때는 감이 좀 잡히는 것 같다가도 돌아서서 실제 업무에 적용해 보려고 하면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도통 막막하기만 했다. 무엇보다 기획에 대한 확실한 개념이 없다 보니 옆 사람 답안지 베끼다 밀려 쓰는 바람에 몽땅 틀리고 마는 꼴을 겪기 일쑤였다. 우울한 마음을 커피 한 잔으로 달래보려고 휴게실 자판기의 버튼을 눌렀는데 동전만 먹고 커피는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

"어라? 이제 자판기까지 날 무시하는 거야? 우와, 돌아버리겠네. 이놈아, 내 돈 내놔!"

"이런, 자판기 부서지겠네요. 살살 하세요. 무슨 일 있어요?"

전략기획팀의 한기획 과장이 뒤에서 말을 건넨다. 한 과장은 외국의 명문 대학에서 MBA 과정을 전공한 뒤 다국적 화장품 회사에서 근무하다 얼마 전 오로라 화장품에 스카우트되어 온 인물이다.

회사 근처 술집, <공공의 술>.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다 금세 의기투합했고 분위기도 아주 화기애애해졌다.

"그런데 과장님은 어떻게 그렇게 기획을 잘하세요? 무슨 비법이라도 있나요?"

"기획을 잘하는 비법이라. 물론 있지. 나초보, 연애해 봤지? 기획도 연애하듯이 하면 돼. 연애를 하려면 우선 마음에 둔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취미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잖아? 그런 다음에 상대방을 즐겁게 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그렇지요."

"기획도 마찬가지야. 연애 상대는 바로 소비자고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기획인 셈이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전략을 담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기획안이라는 문서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거나 보고하는 자리에서 우물쭈물한다면 사람들은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거야."

기획 미션 - 기획형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

연애 미션 - 어떻게 해야 진정한 킹카가 될까?

"얼씨구? 근무 시간에 여자 꾈 궁리나 하고 앉아 있어? 꼭 일도 못하는 것들이 밝히기는. 도도한 씨를 좀 봐요. 근무시간에 딴 짓 안 하고 열심히 일하니까 기획안도 항상 좋잖아!"

언제 온 건지 오늘도 여지없이 진저리 팀장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오늘따라 대머리가 더욱 눈부셔서 감히 쳐다보기도 힘들다.

"나초보, 표정이 왜 그래? 또 진저리 팀장한테 혼났어?"

"점쟁이 하셔도 되겠네요. 쩝. 어, 근데 이거 뭐예요? 인라인스케이트네?"

나초보가 한 과장 책상 밑에 놓여 있는 택배 상품을 보더니 물었다.

"전에 타던 인라인스케이트가 망가져서 산악자전거 사면서 하나 새로 주문했어. 아, 얼마 전에 산악자전거 동호회에도 가입했거든."

"아니,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에 산악자전거 동호회까지요? 그리고 음악 동호회 활동도 하시잖아요? 취미도 많고 발도 참 넓으시네요."

"취미 생활과 대인 관계를 가능한 한 폭넓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평소의 그런 생활 습관이 기획 업무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 평소에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수집해 두면 기획할 때 많은 도움이 되지."

"그렇다면 기획을 잘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겠네요."

"그런데 이왕이면 단순한 관심이나 호기심보다는 좀더 분석적인 자세로 접근하면 훨씬 좋지. 예를 들면 길을 가다가 어떤 매장의 인테리어가 멋있다고 생각되면 다른 매장들과 어떤 점에 차이가 있는지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는 거야.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기획 업무를 할 때에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차별화할 수 있는지 또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좀더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지."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억지로 시간을 내서 시험 공부하듯 하면 금방 제풀에 지치기 마련이야. 그냥 평소 생활에서 관심과 노력을 조금만 더 기울여 재미있게 접근해 보겠다고 생각해야 더 효과적이지. 연애도 마찬가지야. 도서관에 가서 연애학개론 책 외운다고 갑자기 사랑이 찾아오겠어? 그보다는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해 꾸준히 노력하면서 맘에 맞는 이성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해야지."

기획을 잘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도전하길 즐기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채널을 늘려간다. 또한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유용한 자료들은 체계적으로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안다. 그리고 이렇게 모아진 남의 정보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체험해 생생한 나만의 정보로 만든다.

2부 나도 기획에 도전해 보자

7단계만 알면 누구나 기획을 잘할 수 있다

"기획의 과정은 7단계로 이루어지거든. 사람들이 기획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이러한 기본 단계를 잘 모르기 때문이야. 이것만 이해하면 어떤 기획 업무가 주어지더라도 해낼 수 있는데 말이야. 기획의 7단계도 연애하는 과정과 아주 비슷해. 나초보의 절실한 문제인 연애를 기획 주제로 삼아서 설명해 볼까?"

"기획의 1단계는 무엇을 왜 기획해야 하는지 기획 과제를 정의하는 단계야. 그럼 지금 무엇을 기획해야 하지? 과제가 뭘까?"

"흠……. 저의 연애 성공을 위한 기획을 시작하는 거죠."

"그렇지. 그런데 그냥 그렇게 밋밋하게 말하기보다는 광고 카피처럼 제목을 붙여보면 어떨까? 누가 들어도 이해하기 쉽고 좀더 그럴듯하게 말이야. 나초보의 솔로 탈출 대작전! 어때?"

"기획의 2단계는 1단계에서 정의한 기획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이야. 우선 나초보가 솔로 탈출을 하려면 상대가 있어야겠지. 좀더 세부적으로는 아마 20대 여성이 될 거야. 타깃을 파악했으면 그 대상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분석해야 되거든. 요즘 20대 여성들은 어떤 것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또 좋아하는 남성형은 어떤 스타일인지를 조사하는 거야. 아, 어떤 분위기의 데이트를 선호하는지 등도 알아야 그녀들에게 호감을 주면서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겠지."

제대로 된 기획을 하려면 구체적인 타깃, 즉 소비자로 어떤 사람을 설정할 것이며, 그렇게 설정한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인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무조건 많은 사람을 소비자로 설정하려고 욕심을 내다 보면 목표로 하는 소비자의 특성이 애매해져 이도 저도 아닌 기획이 되어 실패하기 쉽다. 그래서 소비자 분석에는 정확한 소비자 층을 선정해 세분화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획의 3단계는 2단계의 시장 분석을 통해 나온 결과를 토대로 기획 아이디어를 내고 기본 전략을 정리하는 단계야. 2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이상형을 기준으로 현재의 나초보를 바라보니 뭐 하나 내세울 만한 점이 없다는 현실에 부딪혔지? 그렇다면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흠……. 그럼 뭔가 변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획기적인 변신이 필요하지. 그게 바로 기획 컨셉이 되는 거야. 고객, 즉 시장이 원하는 요구를 알았다면 그에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한 거지. 그런데 나초보의 경우엔 한두 가지 고쳐서 해결될 상태가 아니니까 대대적인 변신과 혁신을 통해 새로 태어나야 되는 거야."

나초보는 여태까지 많은 자료와 복잡한 분석 그리고 어려운 전문 용어로 치장하는 것이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 과장의 설명을 듣고 보니 자신이 기획에 대해서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그런 식으로 기획을 하다 보니 힘들고 어려워서 이도 저도 아닌 결과만 나왔던 것이다.

기업체들은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창조하고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제품명이나 기업의 로고 개발에서 사회봉사 활동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기획의 4단계는 3단계에서 나온 기본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분야별 세부 실행 계획을 도출하는 단계야. 나초보의 연애 기획 컨셉을 변신으로 설정했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변신해 그녀와의 연애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기획해야지. 예를 들어 분위기 좋은 곳에서 달콤한 대화와 이벤트로 여자 친구를 즐겁게 해줄 수 있겠지. 이건 회사로 치면 제품 판촉을 위한 이벤트 기획이라고 볼 수 있어. 또 친구들한테 술 한 잔 사줄 테니 여자 친구 앞에서 내 칭찬을 좀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마케팅 제휴에 관한 기획이라고 할 수 있지. 여기에 오늘은 어떤 코스로 가니까 1차에서 얼마, 2차에서 얼마쯤 나오겠구나를 미리 예상해 데이트 비용을 마련하고 가격 대비 분위기 지수가 높은 데이트 장소를 고민하는 것은 일종의 자금 기획이 되는 셈이지."

기업의 목적은 결국 이익 창출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서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은 판매의 대상이 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기획이 되고, 돈을 얼마를 벌어서 비용이 얼마 나가고 얼마의 수익이 재무제표(기업의 가계부)에 기재되게 하겠다는 것은 돈에 관한 기획이 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기획이라고 하면 전자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강하고 후자의 경우는 주로 경리/회계 업무로 구분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좀더 전문적인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비용 대비 효과라는 개념을 항상 염두에 두고 기획을 구상해야 한다. 물론 비영리 사업에 대한 기획을 할 때에는 그 효과를 금전적인 측면이 아닌 사회적인 효과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된다. 이처럼 기획을 할 때에는 이 기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기획의 내용이 수익이나 효과로 나타나 되돌아올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기획의 5단계는 4단계까지의 과정을 통해 나온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세부적인 전략들을 일목요연하게 문서로 정리하는 단계야. 아무리 좋은 기획 아이디어와 전략이 있더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거든."

"그렇다면 솔로 생활을 청산하기 위한 핵심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문서로 작성하는 것이 기획의 5단계에서 해야 할 사항이군요."

기획서 표현의 4가지 원칙

① 기획의 내용을 설명할 때 올바른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② 복잡한 논리를 전개하거나 작업 과정을 묘사할 때 가능한 한 시각적인 그림으로 논리 흐름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③ 각종 분석 자료나 현황, 목표 등의 정보를 가급적 계량화해서 그래프나 표를 사용해 이해하기 쉽고 상호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

④ 사진이나 그림 등 다양한 이미지를 사용하여 직접 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그렇지. 여기까지 진행했다면 이제 기획의 6단계로 넘어가야지. 기획의 6단계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기획안을 관계자들에게 프레젠테이션 하는 단계야. 기획안을 만들어 관계자에게 나눠 주면 모두 열심히 읽어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 그래서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설명회를 통해 관련된 사람들에게 기획안을 설명해 주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 그런데 이때 기획안 문서를 그냥 줄줄 읽기보다는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설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원칙

- 긴장을 풀고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 결론을 먼저 이야기할지 나중에 이야기할지를 미리 정해둔다.

- 혼자만 떠들지 말고 참석자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관심을 집중시킨다.

- 대안이나 결론을 강조하고 반복한다.

- 정해진 발표 시간을 지킨다.

"기획안이 아무리 좋아도 현실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면 그건 단지 보고를 위한 보고서가 될 뿐이야. 그래서 실행과 보완이라는 기획의 마지막 단계가 필요한 거야. 기획의 7단계에서는 기획안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 관련 부문을 점검하고, 실행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이나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초보의 기획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분위기 좋은 데이트 장소를 꾸준히 개발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용돈 관리도 잘해야 할 거야. 만약에 친구들이 협조를 안 해주면 점심이라도 사주든지 해야 할 거고.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것 역시 좋은 기획을 실행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야. 단지 기획안이라는 문서 자체가 아니라고."

"기획이란 결국 실행과 사후 관리까지 포함하는 거군요. 이제 저도 책상에 앉아 머리로만 짜내는 어려운 기획이 아니라, 발로 뛰는 진실한 기획을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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