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더글러스 스톤
갈등 해결,커뮤니케이션, 협상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회사 트라이애드 컨설팅 그룹의 파트너이며, 하버드 로스쿨의 법학 강사이다. 10년 동안 하버드 협상프로젝트의 부책임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상처와 용서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브루스 패튼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의 공동 설립자로서 현재 프로젝트의 부책임자이며,기업과 각종 단체들에 상호관계, 협상관리, 갈등 해결 등에 대해 자문하는 세계적 컨설팅 회사 CMI/Vantage Partners LLC의파트너이다. 남아프리카의 헌법 구성에 참여했고, 1980년의 이란 인질 사건을 해결했으며, 교육 개혁을 위한 노사문제 타결에 기여한 경험이있다.
쉴라 힌
하버드대학에서 학생들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협상 이론을 가르치고 있으며,커뮤니케이션과 갈등 해결에 관한 글을 발표하고 있다.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기업 임원들과 갈등에 휩쓸려 있는 노사협상팀, 상속 문제로갈등을 겪는 가족들, 인종 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 사회 등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고 있다.
■ 역자 김영신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한국외대통역대학원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하와이대학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한국외대, 한양대, 서강대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2003년 현재한국외국어대학에서 "번역의 이론과 실제"를 가르치고 있으며, 서울시장 동시통역, TV 외화 번역 등 전문번역가로 활동해왔다. 옮긴 책으로는『무엇이 세계를 움직이는가 1-우주』, 『무엇이 세계를 움직이는가-마르크스』, 『소중한 사람께 드리는 지혜의 말』, 『어려운 대화』, 『클릭이브 속으로』, 『클릭 미래 속으로』(공역) 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 어려운 대화의 심리구조
Ⅰ. ‘대화’라는 딜레마 : 대화는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
1. 어려운 대화의 세 가지 심리유형
2. 갈등 대화 : 누가 옳은지 따지지 말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라
3. 갈등 대화 : 상대방의 의도를 곡해하지 말라 -의도와 결과를 구분하라
4. 갈등 대화 : 비난하지 말고 원인을 파악하라
5. 감정 대화 : 먼저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라
6. 정체성 대화 :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라 - 무엇이 중요한지 자신에게 물어보라
Ⅱ. 차원 높은 대화를 위하여 : 전달하려는 대화에서 배우는 대화로
7. 대화의 목적이무엇인가? : 거론해야 할 때와 포기할 때
8. 대화 시작하기 : "제3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라
9. 대화에서 배우기 : 내면의소리에 귀기울여라
10. 표현하기 : 명확하고 힘있게 자신을 대변하라
11. 문제해결 : 대화를주도하라
대화의 심리학
Ⅰ. ‘대화’라는 딜레마 : 대화는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
어려운 대화의 세 가지 심리 유형
종류가 다른 수백 건의 대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화에 어떤 공통적인 구조가 있다는 것과 그 구조를 이해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려운 대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효과적인 첫걸음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은 모두 세 가지 유형의 대화, 즉 ‘갈등 대화?감정 대화?정체성 대화’ 중 하나에 해당된다. ‘갈등 대화’는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부분이다. 누가 옳은지, 상대방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누가 잘못한 건지에 관한 주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진실?의도?책임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 있어서 우리들은 흔히 잘못된 추측을 한다. 우리가 큰소리로 자신의 견해를 주장할 때 대화를 지배하는 것은 ‘나는 옳고 당신은 틀렸다’는 전제이며 대부분 그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간단한 전제가 수많은 문제의 원인이 된다. 중요한 것은 어려운 대화들은 대부분 어떤 사실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상충하는 인식과 해석, 그리고 가치관에 관한 것이다. 진실이 무엇인가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가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의 의도를 잘 모르는 경우에도 자신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어떤 사람의 의도를 잘 모르는 경우, 대부분은 그 의도를 나쁜 것으로 간주한다는 사실이다. ‘갈등 대화’에 있어서 우리가 범하는 세 번째 오류는 비난하기다. 어려운 대화의 경우 대부분은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 누구 탓인가를 따져 비난하는 데 중점을 둔다. 비난하면 결과는 의견 차이와 부인(否認)이며, 두 가지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양자택일의 대답만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비난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려운 대화는 ‘갈등을 푸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거기에는 감정도 수반된다. 감정은 어려운 대화의 부산물이 아니라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어려운 대화에서 감정을 털어놓지 않는 것은 일시적으로 시간을 절약해주고 불안감을 줄여줄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 물론 느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격언에도 있듯이, 때로 잠자는 개는 그냥 놔두어야 한다. 그러나 ‘감정 대화’의 기술 부족은 당신으로 하여금 잠자는 개뿐만이 아니라 모든 개들을, 심지어 당신의 잠을 방해하는 개들까지도 그냥 두게 만들지도 모른다. ‘세 가지 대화’ 중에서 ‘정체성 대화’는 가장 미묘하고 어렵다. 그렇지만 다른 두 가지 대화에 수반되는 불안감을 해결해주고 우리들의 대화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정체성 대화’는 내향적이다.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어려운 대화 전에, 도중에, 그리고 후에 이루어지는 ‘정체성 대화’는 나 자신에 대해서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그저 상사에게 연봉 인상을 요구하려는 것뿐 이야. 그것은 내 자신에 대한 인식과 아무 상관없어.’
갈등 대화 : 비난하지 말고 원인을 파악하라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좋은 생각이 못된다. 그것은 문제를 일으킨 진정한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다. 대부분의 비난은 부당하거나 부적절하다. 비난하고자 하는 욕구는 당신과 상대방 사이에 생긴 문제의 원인에 대한 오해와 자신이 비난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비난은 상처받은 심정을 간접적으로 토로하는 대체수단이 된다. 우리는 무언가 다른 수단을 찾기 전에 비난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다른 수단이 바로 ‘원인 분석’이다.
비난은 판정에 관한 것이고 원인 분석은 이해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이건 당신 잘못이야”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문제의 원인일 뿐 아니라 무언가 나쁜 행동을 했으며,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비난이 오고가면 자연히 방어적 자세, 고조된 감정, 남의 말 중간에 끼어 들기가 뒤따르고 ‘좋은 동료’, ‘사랑스런 배우자’ 혹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비난받는 자’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며, 결국 그 사람은 비난받는 자가 흔히 하는 행동을 취하게 마련이다.
우리들 각자가 현재의 상황에 얼마나 원인을 제공했는가, 원인을 분석한 다음엔 어떻게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원인 제공에 대한 오해가 몇 가지 있다. 문제에 대한 공동의 원인 제공에 대해 탐색해야 한다는 조언은 때로 “상대방의 원인 제공 부분은 무시하고 자기 자신의 원인 제공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모든 사람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정도로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 비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원인 시스템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신의 느낌을 접어두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인을 찾는다는 것은 절대 비난을 위한 비난이 아니다. “나의 어떤 행동이 그런 상황을 일으키게 했을까?”라고 묻는 것이 원인 분석이다. 당신은 비난받을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감정 대화 : 먼저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라
어떤 일을 거론해야 할지 피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 그런 딜레마에 대응하는 쉬운 방법 중 하나는 문제로부터 감정을 배제하는 것이다. 감정에 대해 얘기함으로써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모르므로, 그것은 큰 도박처럼 느껴진다. 사실 우리가 감정을 털어놓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인간 관계를 망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상처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떤 상황의 중심에 감정이 개입돼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핵심 사안이며 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대화에서 감정을 빼버린다면 양쪽 모두 그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진짜 문제가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정이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교묘하게 대화 속으로 자꾸 들어온다. 표현되지 않은 감정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심리적인 상태나 목소리의 어조에 영향을 미친다. 제스처나 표정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긴 침묵이나 어색하고 이유 없는 거리감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당신으로 하여금 냉소적?공격적?불안정적 혹은 방어적 자세를 갖게 할 수도 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실에 관한 거짓말을 탐지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누군가가 감정을 왜곡하거나 날조하거나 감추고 있는 경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챈다고 한다.
더러 감정을 참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화가 나면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의 예측과는 반대로 우리가 감정을 참지 못하는 것은 감정을 자주 표현하기 때문이 아니라 감정을 좀처럼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귀기울여 듣는 능력을 방해할 수도 있다. 중요한 감정이 표현되지 않고 억눌려 있으면 왜 스스로를 표현하지 못하는지 의구심을 느끼며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인간 관계의 손상이다. 어떤 관계로부터 감정을 배제함으로써 당신은 그 관계로부터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배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우리가 어리석기 때문이 아니라 감정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감정은 대부분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미묘하다. 더구나 감정은 스스로 위장을 잘한다. 감정은 정상적이며 자연스런 것임을 인정하라. 착한 사람도 나쁜 감정을 가질 수 있다. 누구든 자신의 감정에 대해 항상 만족스럽게 느끼지는 않는다. 당신의 감정도 다른 사람들의 감정만큼 중요하다. 억누르지 마라.
탓하기?판정하기?비난하기는 감정의 종류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의도를 탓하는 것은 방어적 자세와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될 위험이 있다. 게다가 탓하기 자체가 너무 소모적이기 때문에 그것의 동기가 된 진정한 감정을 알아보기 어렵다. 때로는 다른 사람에 대한 판정과 자신만의 느낌에 대한 표현 사이의 차이점을 말하기가 어렵다. 판정을 내리는 동기는 분노나 좌절감이나 상처로부터 유발되며 그것을 듣는 사람은 우리가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불행하게도 그 사람은 우리가 탓하고 비난하는 내용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결과적으로 비슷하게 느껴질지라도 “너는 인정머리 없고 자기중심적이다”라는 말과 “나는 상처받았고 혼란을 느끼고 당혹스럽다”라고 말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원인 제공에 대한 대화를 하고 나서 무언가 미진함을 느낀다면 그때는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감정을 더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체성 대화 :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라 - 무엇이 중요한지 자신에게 물어보라
정체성의 종류는 많지만 세 가지 공통점이 있으며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의 밑바탕을 이룬다. “나는 능력이 있는가? 나는 착한 사람인가?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가?” 그런 대화는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땅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당신은 균형을 잃게 되고, 그에 대한 당신의 심리적 반응은 ‘어려운 대화’를 ‘불가능한 대화’로 만드는 지경에 이른다. 그렇지만 당신의 정체성에 타격을 입었을 때가 바로 그 문제를 인식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다. 정체성을 취약하게 만드는 최대의 원인은 ‘흑백논리’적 사고다. 이것의 가장 큰 위험은 우리들이 피드백에 대해서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함으로써 우리의 정체성을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려운 대화를 하면서 부정적인 정보는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은 물에 젖지 않고 수영을 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거부하는 데는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가 요구되며 조만간 자기 자신이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를 지탱하기가 어려워진다.
상대방의 피드백이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 우리가 과장을 할 때 우리들은 마치 상대방의 피드백만이 자신의 자아상에 대한 유일한 정보인 것처럼 행동한다.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상대방이 말하는 것이 우리의 자아상을 결정짓게 만든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자신의 정체성 요소들을 인식하라. 당신의 정체성에 지진을 일으키는 요소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예민한 부분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당신의 민감한 부분을 알기 위해서는 어려운 대화 중에 어떤 요소에 대해서 당신이 이성을 잃게 되는 경향이 있는지를 잘 관찰하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다각화하라. ‘그리고 자세’를 견지하라. ‘나는 완벽하다’와 ‘나는 아무 쓸모가 없다’ 사이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을 피하고 자신에 대해서 실제로 무엇이 사실인지에 대해 가능한 한 명확한 그림을 그리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신은 얼마든지 실수할 수 있다. 만일 당신이 자신도 가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어떤 상황에 대한 상대방의 정당한 이야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더욱 어렵다. 또 자신의 의도가 전적으로 좋은 것이었다고 주장하기 전에 잘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의 동기유발의 복잡성에 대해 스스로 정직해짐으로써 우리는 의도가 나빴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균형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대화 중에 균형을 찾으려면 상대방의 반응을 컨트롤하려고 하지 마라. 특히 중요한 정체성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대화에서 당신은 이미 갈등이나 수치심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며 상대방의 반응 때문에 또다시 압박을 느끼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고 싶지 않아. 특히 내게 화를 내게 하고 싶지 않아.‘ 당신은 이미 스스로 기분 나쁘게 느끼고 있으며 상대방의 반응이 나쁘면 참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당신은 상대방으로부터 그런 반응을 당하지 않고 대화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반응을 완화시키거나 억누르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태를 호전시키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정말로 어려운 대화에서나 나쁜 소식을 전달할 때는 상대방의 반응을 컨트롤하려 하지말고 ’그리고 자세‘를 취해야 한다. 때로 당신은 자신이 문제에 너무 몰입해있고 정체성에 일어난 지진으로 많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화를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를 계속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이럴 때는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라. “나는 당신의 반응에 너무 놀랐어요. 그래서 당신의 말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갖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균형을 되찾을 때까지 대화를 미루는 것은, 대화를 하면서 더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해준다. 때에 따라서는 ‘정체성 대화’를 명시적으로 하는 것이 상황의 핵심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내가 좋은 배우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라고 느껴지는군요. 당신도 역시 그렇게 느끼고 있나요?” 필요할 때는 도움을 요청하라. 도움을 청할 정도로 그들을 신뢰함으로써 당신은 그들에게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언젠가는 당신도 그들의 호의를 다시 갚아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Ⅱ. 차원 높은 대화를 위하여 : 전달하려는 대화에서 배우는 대화로
대화의 목적이 무엇인가? : 거론해야 할 때와 포기할 때
대화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의 진정한 원인이 당신 안에 있는가? 그 문제에 대해서 대화보다 더 좋은 해결 방법이 있는가? 당신의 목표는 합리적인가?’
어떤 사람들은 문제의 해결을 그냥 포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도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진정으로 포기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그 해답과 비결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포기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며, 그 여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포기하고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려면 ‘정체성 대화’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사람에게 해방감을 주는 네 가지 전제를 소개하겠다.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은 나의 책임이 아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다. 상대방에게도 한계가 있다. 당신은 상대방에게 당신의 감정과 관점에 대해서, 혹은 그들이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말할 것이며, 상대방도 이해한다고 하고 서로 행동을 변화시키기로 동의한다. 그렇지만 당신을 괴롭히는 일은 반복되고 당신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는 이것이 나를 화나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럼 뭐야? 내가 자기한테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거야?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당신이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상대방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갈등과 나의 존재는 별개다. 다른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관련시켜 자신에 대한 정의를 내릴 필요는 없다. 당신은 갈등의 지속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냥 포기하는 것이 관심이 없다는 의미로 보이지 않을까 두려워 쉽게 결정할 수 없지만 포기한다는 것이 무관심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제를 거론할 경우에는 다음 세 가지 목표를 기억하라.
‘상대방의 이야기 듣기,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기, 함께 해결하기.’
이 목표는 당신과 상대방이 세상을 바라보는 견해가 다르고,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모두 나름의 정체성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준다. 결국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목표는 배우려는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며 ‘세 가지 대화’를 통해 노력하면서 내면적 자세를 ‘단정’에서 ‘호기심’으로, ‘논쟁’에서 ‘탐색’으로, ‘단순성’에서 ‘복잡성’으로, ‘또는’에서 ‘그리고’로 바꾸어 나가야 가능한 것이다. 이런 변화가 대화를 잘 풀어나가는 데 수반되는 어려움과 당신의 대화 방식을 변화시키는 힘의 원천이 된다.
표현하기 : 명확하고 힘있게 자신을 대변하라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면 인간 관계도 잘 유지할 수 없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양쪽 모두가 자신과 상대방의 진실함을 서로 체험할 대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이런 관계는 더 편안할 뿐만 아니라(본연의 자신이 됨으로써 마음이 편하므로) 영혼을 살찌우는 것이다(“나의 상사는 내 약점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좋다고 생각한다.”). 당신을 자신을 표현할 자격이 있다. 만일 당신이 마음 속 깊이 진심으로 이 말을 믿지 않는다면 당신은 상당히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표현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 반드시 표현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것은 또 다른 형태로 자신을 괴롭히는 일일뿐이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라. 당신에게 중요한 것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지만 우리는 종종 그것을 망각한다. 어떤 때는 가장 중요하지 않은 말을 하면서 되풀이하기까지 한다. 그리고는 상대방이 우리가 정말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알아주지 못한다고 투덜거린다.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말해라. 상대방이 추측하도록 만들지 마라. 우리가 중요한 이야기를 회피하는 방법 중 하나는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바로 말하지 않고 대화의 밑바닥에 깔아놓아 숨기는 것이다. 간접적인 메시지 전달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대화에 임하는 것과 회피하는 것의 중간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둘 다 열심히 하는 것도 둘 다 안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둘 다 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둘 다 하되 나쁜 방법으로 하는 것이다. 즉,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명확하게 전달하지도 못하면서 그 대화에서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던 모든 문제를 야기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크리스 아지리스 교수는 간접적인 메시지 전달 방법과 비슷하지만 종종 파괴적인 의사소통 방법을 ‘부담 덜기’라고 부른다. 힌트를 주거나 질문을 유도함으로써 어떤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통해 그 강도를 낮추려고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부담 덜기’는 세 가지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말하기는 민망하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겠다.” 이런 메시지들이 양쪽 모두를 더 불편하고 방어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 말을 듣는 사람은 으레 당신이 전달하고자 했던 실제의 메시지보다 더 나쁜 상황을 상상한다. 그런 주제를 더 명확하게 전달하고 논의할 수 있는 방법은 당신의 생각을 직선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상황에 대한 상대방의 견해가 어떻게 다른지,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뜻을 정직하게 밝히는 것이다. 당신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당신의 의견을 ‘절대적 진리’로 제시하지 말라. 만일 당신이 무언가가 ‘부적절하다’고 말하고 싶다면 판정의 말 앞에 “내 생각에는……”이라는 표현을 꼭 붙여라. 그러나 판정의 말은 안 쓰는 편이 더 낫다. 또 당신의 결론이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라. 그것은 당신의 견해라는 뼈대에 살을 붙이는 것과 같다.
‘항상’, ‘절대로’ 등으로 과장하지도 마라.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비교적 효과적이지만 심각한 결점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빈도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그건 사실이 아냐. 당신이 작년에 사무실 대항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상을 탔을 때 나는 당신에게 몇 마디 좋은 말을 했어.” 이런 반응은 당신을 더욱 화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둘째로, 이런 단어는 상대방이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당신의 말을 듣는 사람에게 그들은 바보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기보다는 행동의 변화를 고려해보도록 이끌고 권장하는 방법으로 당신의 느낌을 전달해라. 자신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비결은 궁극적으로 당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신 자신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생각하고 느끼고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당신이다. 만일 당신이 그것을 생각하고 느낀다면 그것을 말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누가 옳은지, 누가 무엇을 했는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등과 같이 당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주장을 하려고 하면 문제를 일으킬 뿐이다. 당신의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히 말하라. 그리고 힘있게 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