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혁명

   
사이토 다카시 (역자 : 길영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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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제안
   
9500
2004�� 02��



>■ 책 소개
회의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 답답하고짜증난다는 사람들이 있다. 안 되는 조직일수록 회의가 많다는 말도 한다. 정말 회의를 생각하면 회의(懷疑)만 느껴진다는 얘기도 들린다. 급기야회의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회의무용론"마저 나오고 있다. 도대체, 이렇게 부정적이기만 한 회의는 왜 사라지지 않고 계속 열리는 것일까?세상사람들이 모두 바보가 된 걸까?


이 책의 저자는 회의가 대단히 유용한 의사결정수단이며 여러 사람의 두뇌를 이용해 획기적인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사고 도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람들이 회의에 부정적인 이유는 회의 그 자체가 쓸모 없기 때문이 아니라, 운영하는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흥적인 회의 소집, 미숙한 진행요령, 잘못된 목적 설정 등이 계속되면서 참가자들의 불만 쌓이고 쌓인데다, 이렇게 축적된 불만 때문에 회의의 필요성과 근본적인 가치를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책은 죽어있는 현재의 회의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3가지 혁명"을 일으키라고 말한다. 그첫 번째는 포지셔닝 혁명이다. 두 번째는 키워드 시트 혁명이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는 매핑 커뮤니케이션 혁명이다. 이 세 가지 혁명을 토대로회의 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10가지 법칙을 제시한다.


■ 저자 사이토 다카시
메이지대학 문학부 교수이자신체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의 전문가인 저자는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의 유명 지식인이다. 주요 저서인 『신체감각을되돌린다』와 『소리내서 읽고 싶은 일본어』로 각각 신조학예상과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수상하였으며, 『능력 있는 사람은 무엇이다른가』『질문력』『독서력』등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 역자 길영로·신현호
길영로는 성균관대학교산업심리학과 졸업 후 선경그룹(現 SK그룹) 경영기획실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래 그룹연수원 및 홍보실에서 근무했다. 기획력, 회의진행요령,프리젠테이션, 창조력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였으며 현재는 창조공학연구소 소장으로 SK, 삼성, LG 등 국내 유수 기업의 컨설팅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신현호는 단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 대학원 상학석사를 취득했다.역서로는 『경제학의 계보』『2시간 만에 이해하는 중국』『2시간 만에 이해하는 인도』『2시간 만에 이해하는 러시아』등이 있다.


■ 차례
1. 회의혁명을 일으키는 10가지 법칙
무조건 아이디어부터 제출한다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테마를 설정한다 
3색으로 나누어 듣고 말한다 
인스파이어아이템을 발굴한다 
신체의 모드를 바꾼다 
다른 사람의 두뇌를 사용한다 
화이트보드를 마련한다 
스포츠 감각으로 임한다
전원의 얼굴이 보이는 위치에 앉는다 
무언가를 정한 뒤에 회의를 마친다 


2. 회의혁명 
포지셔닝 
키워드 시트 
매핑커뮤니케이션




회의 혁명


1. 회의혁명을 일으키는 10가지 법칙

① 무조건 아이디어부터 제출한다

논리적 사고력은 비즈니스에서 매우 중요하다. 논리적 사고력 이상 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것은 상황에 맞게 적절히 사용되어야만 비로소 제 몫을 할 수 있다. 단순히 형식적인 논리만을 주장한다면 일의 진행에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논리에 이끌려 겉만 번지르르하게 말할 뿐, 단 하나의 아이디어도 내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남의 아이디어를 부정하기 위해서만 갖가지 논리를 구사하는 사람도 있다. 남의 아이디어를 비판하는 사람이 그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보다 우위에 서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길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을 논리 운운하며 공격하는 것은 텔레비전 앞에서 경기를 관전하며 선수를 비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비생산적인 일에 논리가 사용되는 셈일 뿐이다. 남의 아이디어를 부정하기 위해 논리력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 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하여 자신이 부정하는 아이디어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정정당당한 승부다. 그렇지 않으면 동등한 조건에서 하는 시합이라 할 수 없다. 이는 논리적 사고를 부정하자는 말이 아니라 발상 능력을 더욱 중요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습니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당당하게 제시할 수 있는 의견이 있는가. 이런 점을 생각하며 회의에 임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회의를 할 때면 아이디어 하나 제대로 제안하지 못하면서 잘난 체하며 큰소리를 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는 분명 옳지 않다. 회의할 때 필요한 사람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과제해결에 적합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이 그 회의장에서는 당연히 가장 서열이 높은 사람으로 대접받아야 한다.


②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테마를 설정한다

사회자나 회의 주최자를 벗어나 회의 리더라는 개념에 대해 알아보자. 회의를 지연시키는 사람이 회의 리더를 맡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 회의 리더는 단 한 번의 쓰루패스로 회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사람은 직접 골문을 향해 슛을 쏘는 스트라이커가 아니더라도 골을 넣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회의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회의 리더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바로 결과가 쉽게 나오도록 테마를 설정하는 일이다. 테마를 설정하되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테마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회의 리더가 담당해야 할 대단히 중요한 책무다. 테마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회의의 성패가 갈리는데, 심한 경우 아무리 회의를 해도 창조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없는 테마도 있다.


예를 들면, 개성적인 교육과 훈련 중시의 교육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라는 테마로 회의를 개최했다고 치자. 이 회의는 100년을 얘기해 봤자 아무 결론도 얻을 수가 없다. 이야기가 추상적으로 흐르거나 개인적인 경험을 서로 토로하게 될 뿐이다. 테마설정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공적인 회의석상인데도 우리 아이들이 이러쿵저러쿵, 나는 이렇게 했는데 저런 결과가 나왔다하는 식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당신 집안 일이니 일반적인 경우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거 참 재미있군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어쩔 수도 없었다. 그럴 때에는 도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걸까?하는 자괴감마저 들기도 한다. 테마설정 자체가 매우 비참한 운명에 처했던 서로의 경험을 토로하기라면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모인 사람끼리 서로 사이좋게 자신의 경험담만 주고받으면 그만일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어떤 방침을 결정해야 할 때 개인의 신변 이야기를 듣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다. 테마를 너무 추상적으로 설정하다 보면 그런 허점이 드러날 염려가 있다.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듣고, "그렇군요. 그거 참 리얼하네요"하고 말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현실을 변화시킬 만한 효과적인 의견이 전혀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다. 회의석상에서는 사적인 이야기와 리얼리즘을 확실히 구별해야 한다. 발언이 유효한지 아닌지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면 결코 새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테마를 설정할 때 논의가 너무 추상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③ 3색으로 나누어 듣고 말한다

3색 방식이란 빨강/파랑/녹색의 3색으로 사물을 분류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적용하는 요령은 아주 간단하다. 우선 책을 읽을 때 객관적으로 보아 조금 중요한 부분에는 청색선을 긋고 가장 중요한 부분에는 적색선을 긋는다. 객관성과는 관계없이 자신이 주관적으로 판단해서 감각적으로 재미있다고 느끼는 부분에는 녹색선을 긋는다.


녹색으로 긋는 부분은 다른 사람과 완전히 감각을 공유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적색으로 그은 곳은 당연히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요약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면 적색은 대체로 공유되는 경우가 많다. 회의에서도 이런 구별 방법을 적용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요약보고서나 화이트보드에 내용을 기입할 때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④ 인스파이어 아이템을 발굴한다

실제로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아이템이 있다. 나는 이런 아이템을 인스파이어 아이템이라 부른다. 회의란 본래 참가한 사람들의 두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여는 것이므로, 주최자는 특히 인스파이어 아이템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다. 인스파이어란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것을 말한다. 성경의 창세기에 보면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라는 구절이 있다. 하나님의 후하고 코에 숨을 불어넣으니 생명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스피레이션이란 그것과 비슷한 이미지다. 아이디어란 어디선가 갑자기 후하고 자극을 받아 머리 속에 스쳐 지나가듯 떠오르는 인스피레이션(영감)의 형태로 나타난다. 외부로부터 받은 자극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순간적으로 변환되어 아이디어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스피레이션이다.


인스피레이션이 떠오르기 쉬운 조건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회의 공간을 예로 들어보자. 예전에 나는 한 보험회사에서 개최한 회의에 참가한 일이 있다. 회사측은 회의를 위해 호텔의 컨벤션 룸을 빌렸다(대단히 호화로운 세미나였다). 그런데 호텔에서 회의를 개최했다는 사실이 일종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호텔 회의장은 매우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으며 게다가 호화롭기까지 했다. 당연히 모든 참가자들이 만족스러워 했다. 아무 장식도 없는 무미건조한 장소에서 할 때보다는 훨씬 기분 좋게 회의를 할 수 있었다. 저마다 일상과 분리된 환상적인 공간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듯 했다. 게다가 회사 안에서의 서열관계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느낌마저 갖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특히 여직원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회사가 아닌 호텔 공간이라는 안도감이 그런 작용을 한 것 같다. 남성보다는 여성 쪽이 호텔이나 백화점을 동경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호텔 분위기가 여직원들의 인스피레이션을 자극하고 남성들 또한 그런 여직원들에게 영향을 받아 참가자 모두의 인스피레이션을 촉발하는 공간이 만들어졌던 셈이다.


호텔을 빌리려면 적잖은 돈이 든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돈을 들여 공간을 마련하면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얻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참가자 모두에게 생기게 마련이다. 공짜가 아니라 일부러 돈을 들여 호텔까지 빌렸다. 그런데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하면 바보 취급받기 십상이다. 이런 긴장감 말이다.


그런 마음가짐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 각자 느끼는 부담이 결국 결론을 이끌어내는 에너지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장소 선정에 돈을 들임으로써 인스피레이션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도 있다. 이 경우는 호텔 그 자체가 인스파이어 아이템이 된 셈이다.


⑤ 신체의 모드를 바꾼다

이야기는 앉아서 할 수도 있고 서서 할 수도 있지만 어떤 방법을 택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걸어가면서 토론을 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 방법은 대단히 효과적이다. 대화에 리듬이 생겨 활기가 붙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이따금 워킹 세미나라고 하여 걸어다니며 과제를 해결해 오라고 학생들에게 지시할 때가 있다. 과제를 안겨주고 3인 1조나 2인 1조로 그룹을 만들어 밖으로 내보낸다. 거리를 걸어다니며 아이디어를 내고 돌아오게 한다. 아이디어를 생각할 때는 걷게 하고 강의실로 돌아와 아이디어의 정리를 위해 토론할 때는 의자에 앉게 한다.


워킹 세미나를 시작한 이유는 앉은 상태보다 걷고 있을 때 아이디어가 더 쉽게 떠오르지는 않을까 하는 실험정신 때문이었다. 실제로 걸어보면 갑자기 발상이 변하곤 한다. 각자의 신체가 최대의 인스파이어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걷고, 앉고, 책상다리를 하고, 체조를 하고, 눈을 마주쳐 뜻이 통하게 하는 등 신체의 움직임을 인스파이어 아이템으로 삼아 기분과 두뇌의 모드를 전환하는 데 이용하는 것이다. 계속 걷기만 하면 집중력을 잃기 쉽다. 따라서 의견을 가다듬는 등 집중력이 필요할 때는 의자에 앉아 차분히 생각하면 된다. 걷는 것과 앉는 것을 심신의 별도 모드로 인식하게 하면 개별 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그러면 모두 체인지가 기능한 신체감각 능력이 생긴다.


이처럼 모드를 구별하는 능력은 분위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감각이다. 이 감각이 없으면 정체된 공기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어도 해결방법을 찾을 수 없다. 토론의 내용만을 바꿔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체를 이용해 공간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관리 능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⑥ 다른 사람의 두뇌를 사용한다

서로의 암묵지(말이나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개인적 경험, 이미지, 숙련된 기능 등의 지식. 신체지라고도 함)와 형식지(문서, 매뉴얼, 프로그램 등 말이나 글로 표현이 가능한 형식적인 지식)를 공유하면서 대화를 나누면 아이디어 발상에 도움이 된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신체에 배어있는 암묵지를 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그것을 다른 참가자들이 키워드 형태로 메모하는 동안, 말한 사람의 깊은 속내가 어렵잖게 글로 정리된다. 상호 이 같은 노력을 기울이다보면 서로의 두뇌가 뒤섞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한 두뇌의 뒤섞임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시금석이 되는 것이다. 아이디어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끊임없이 연결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만약 회의 도중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다해도 거기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최초의 아이디어로 이 정도면 되겠지하고 서둘러 결정을 내려 버리는 팀이나 조직은 발전이 없다. 정해진 시간동안 필사적으로 더 훌륭한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바로 그러한 작업을 하는 것이 회의다.


⑦ 화이트보드를 마련한다

화이트보드는 전 참가자가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전원이 무리 없이 화이트보드에 시선을 향할 수 있는 위치에 보드를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화이트보드로 사고가 집중되기 쉽고 생산적이다. 참가자들이 고개를 숙여 각자 앞에 놓인 자료를 보기보다는 화이트보드에 시선을 집중해야 사고의 에너지가 한 점에 모일 수 있다. 이는 사람이 모인 공간에서 나오는 절대적인 힘이다. 벽에 걸려있는 칠판보다는 바퀴가 달려 이동이 가능한 화이트보드가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너무 작은 화이트보드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여러 가지 사고가 끊임없이 나오려면 아무래도 여백이나 공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백이 작을수록 아이디어는 일찍 고갈된다. 대형 화이트보드를 준비해야 토론이 궤도에 오를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한바탕 논의가 진행되어 화이트보드가 어지럽혀졌으면 중요한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는 등 토론의 성과를 확인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보드에 적힌 것 중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참가자 전원이 공유한다.


최근에 나온 화이트보드 중에는 보드에 기록된 내용을 그대로 종이에 출력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이런 화이트보드라면 토론이 끝난 시점에서 화이트보드에 적힌 모든 아이디어를 종이에 옮겨 공유할 수 있다.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표나 기록된 상태로만이 아닌 결과물이 공유다.


"화이트보드도 없는 회의는 탁상공론으로 끝날 뿐이다."


앞으로는 이런 마음을 먹을 정도의 강한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회의를 공중전으로 끝나게 하지 않겠다는 결의의 상징이 화이트보드이다.


⑧ 스포츠 감각으로 임한다

신체감각을 회의 운영의 기초적인 감각으로 파악하는 움직임이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신체론이 전문이므로 신체감각의 관점에서 회의나 수업에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이따금 "왜 이렇게 신체를 병들게 하면서까지 회의를 지속하는가. 더 이상 끌어봐야 시간 낭비일텐데…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는 직접 스포츠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스포츠를 할 때는 신체 그 자체가 문제가 된다. 시합을 앞두고 있는데도 몸을 풀지 않는다면 결과는 불 보듯 훤하다. 우선 무엇보다 워밍업이 필요하다. 워밍업을 하고 나면 신체 감각이 활성화된다. 그런 상태에서 시합에 참가해야 좋을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무슨 일이든 두뇌를 이용해 하는 일을 할 때에는 신체 감각에 신경을 써야 한다. 모두 마찬가지다. 축구 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기량이 출중한 선수의 두뇌는 항상 최고 속도로 회전한다. 이런 상태가 되어야 상황판단을 적절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의도 마찬가지다.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면 자신은 물로 참가자들의 신체 상태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나는 회의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특히 축구와 비슷하다. 한 골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점과 팀웍을 중시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축구에서 한 골이 갖는 의미는 회의에 하나의 결론을 정하는 일로 비유될 수 있다. 더욱이 11명의선수가 일치 단결하여 골을 얻어내야 한다는 점에서도 일반적인 회의의 이미지와 흡사하다. 물론 서너 명 정도가 모여 회의를 해도 좋지만 10명 전후의 사람들이 회의를 해야 충분한 의사 소통이 가능하며, 아이디어를 내는 단계에서 잘 조정만 된다면 훨씬 분위기가 활성화될 것이다. 게다가 한 번을 결정하더라도 의사결정 단계까지 회의의 전 과정을 참가자 모두가 함께 체험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축구와 비슷하다. 의사결정 과정을 직접 체험한 사람일수록 결정된 의견에 대해 애착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 볼 때, 참가자를 너무 소수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참가자 수가 20명 이상을 넘게 되면 통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즉, 인원이 너무 많아도 좋지 않다는 점 역시 회의는 축구와 비슷하다.


⑨ 전원의 얼굴이 보이는 위치에 앉는다

몇 명이서 그룹 토론을 하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어떠한 배치로 앉는 것이 좋을까 하는 점에도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이상적인 배치는 전원이 전원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앉는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자리를 배치하다 보면 다섯 명이서 토론을 할 때라도 전원의 얼굴이 전원에게 보이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눈과 눈을 맞추는 것은 관계성의 기본이다. 일직선으로 네 명이 나란히 앉게 되면 양끝에 앉은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맞출 수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는 양끝에 앉은 사람들의 관계성은 기본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 신체의 관계성이 기반이 되어야 비로소 서로의 언어가 교류된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한다. 눈과 눈이 서로 마주치지 않으면 자기가 한 말이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어려운 법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누가 말하고 있는지 조차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 상태에서는 누군가 발언을 하더라도 그것은 그저 익명의 의견에 불과할 뿐이다.


⑩ 무언가를 정한 뒤에 회의를 마친다

나의 오랜 경험에 비추어볼 때 회의는 보고사항과 심의사항 두 가지로 나누어지며, 이 가운데 보고사항은 심의사항 보다 먼저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면 보고사항을 다루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져서 심의사항을 정해진 시간 내에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래서는 회의를 개최하는 의미가 없다.


"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순서를 바꿔서 심의사항부터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 같은 나의 제안에 따라 순서를 바꿔서 실시해 보았다. 그러자 심의하는 데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고, 보고 사항은 자료를 나중에 읽어 보십시오하고 끝나게 되었다. 바뀐 것이라고는 단지 순서뿐이다. 중요한 것, 가치 있는 것을 시간적으로도 마저 하자는 것뿐이다.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은 의외로 어렵다. 누구나 처음 하는 일에 시간을 지나치게 써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들여도 후회하지 않을 가장 중요한 사항부터 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 중요도가 높은 것부터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이 모자라 도중에 끝마치더라도 피해가 적어진다. 그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회의 리더의 일이다. 그러므로 회의가 보고사항을 먼저 다루는 시스템이라면 지금 당장 순서를 바꿔 심의사항이나 결정사항부터 먼저 다루게 하는 것이 회의혁명 전야에 해야 할 일이다.



2. 회의혁명

① 포지셔닝

제1혁명은 포지셔닝 혁명이다. 키워드는 직각 이등변 삼각형이다. 회의는 보통 일정 인원 이상이 모여서 진행되지만 기본단위는 우선 두 사람으로 설정한다.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회의의 기본요소로 삼는 것이 회의혁명의 중심 사항이다.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대화의 섬(2인 1조)을 여러 개 만들어 공간배치를 한다. 거기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얻은 아이디어를 이번에는 참가자 전원이 공유한다. 이때 두 사람의 포지셔닝을 상징하는 것이 직각 이등변 삼각형이다. 직각 이등변 삼각형이란 공통의 자료를 정점으로 종이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각도가 직각이 되도록 앉으면 직각 이등변 삼각형이 만들어진다. 직각 이등변 삼각형이라 하면 아주 기묘한 느낌이 들고, 낯설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체험해보면 확실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효과를 직접 체험하려면 우선 얼굴과 얼굴이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상황에서 토론을 해보라.


책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며 토론을 하다가 일정 시점에서 직각 이등변 삼각형 포지셔닝으로 바꾸면 그 순간에 극적인 변화를 체험하게 된다. 거리가 매우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 것이고 지금까지 왜 그렇게 거릴 두고 앉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떤 친밀한 감정까지 맛볼 수 있다.


이는 구체적인 공통이 토양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면 상황에서는 각자의 자료에 따로따로 적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만 직각 이등변 삼각형을 만들었을 때에는 두 사람사이에 하나의 자료가 놓이고 그것을 둘이서 공유하게 된다. 식탁을 둘러앉은 단란한 가족과 같은 감각으로 임해보라. 그러면 같은 테마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음에도 불고하고 대면 상황일 때와는 다른 관계성이 생긴다.


시간이 질적으로 달라지고, 서로의 관계성이 변화하는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질적인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사람은 포지셔닝 감각에 다소 문제가 있다. 그런 사람일수록 오히려 포지셔닝을 자주 바꿔가며 감각을 익힐 필요가 있다. 이런 체험이 직각 이등변 삼각형의 유효성을 알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② 키워드 시트

제2혁명은 키워드 혁명이다. 제1혁명인 포지셔닝 혁명에서 제안한 이등변 삼각형을 무질서하게 공간에 분산시키는 회의 방법만을 실행해도 통상적인 회의보다는 생산성이 훨씬 높아진다. 여기에 더하여 나는 키워드 시트라는 것을 제2혁명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키워드 시트란 앞서 말했던 공통의 토양이 되는 종이를 가리킨다.


우선 자료와 공통의 토양이 되는 종이를 구분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자료는 어디까지나 자료에 불과하다. 무언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참조만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통상적인 회의에 참가해보면 일반적으로 이런 자료가 너무 낳다. 게다가 무엇이 자료이며, 무엇이 회의에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아무렇게나 뒤섞여 있다. 결정해야 하는 것은 별도의 다른 종이에 확실하게 기입한다. 이런 용도의 종이를 회의 시트라고 부른다.


회의 시트는 자료가 아니라 회의에서 결정할 사항을 트리 구조로 세분화해놓은 것이다. 제출된 안의 실행 여부를 논의해야 할 때 특히 효과적이다. Yes-No, 한다-하지 않는다 등의 방법으로 선택 지를 세분화할 수 있다. 한다를 선택하면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여러 가지 선택 지를 미리 상정해 놓는다. 하지 않는다를 선택하면 하지 않을 경우의 선택지도 미리 준비해 둔다. 회의 주최측이 이런 시트를 미리 준비해 놓으면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물론 이미 적어 놓은 것이 선택 지의 모든 가능성을 상정한 것이 아니므로 여백을 많이 남겨 둔다. 토론 도중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면 그 여백에 기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회의 종료 시간이 임박하여 무심코 결정을 내릴 때가 많은데, 회의 시트를 작성하게 되면 그런 폐단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시트는 중요한 사항을 정해진 시간 내에 결정해야 할 때 크게 도움이 된다.


③ 매핑 커뮤니케이션

매핑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명칭은 내가 직접 붙인 것이다. 제1혁명에서 포지셔닝을 정하고, 제2혁명에서 공통의 토양을 만든다. 지금까지 살펴본 제1혁명과 제2혁명은 매핑 커뮤니케이션의 전제조건들이다. 메모를 하면서 사고의 프로세스를 유형으로 만들고 그것을 조합한 다음 두 사람 사이에 백지를 놓고 그곳에 짜낼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남김없이 적는 것. 이것이 바로 매핑 커뮤니케이션이다.


나는 편집자나 학자를 상대로 늘 일상적으로 매핑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다. 벌써 20년이나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매핑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내 능력의 하나로 자리잡았으며, 이것을 통해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매핑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거기에서 곧 바로 기획 안이 완성된다. 즉, 하나의 사례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매핑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나의 습관이다. 또한 매핑 커뮤니케이션은 회의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우선 능숙하게 매핑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몇 가지 포인트에 대해 알아보자.


■ 문장이 아닌 키워드 중심으로 적는다.

■ 질서를 생각하지 말고, 가급적 카오스를 만들도록 끊임없이 적어나간다.

■ B4 용지 전체를 다 사용할 수 있도록 매핑해 간다.

■ 네 귀퉁이 부분만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왼쪽 끝 부분부터 적기 시작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 주어진 시간 내에 아이디어를 모두 짜낸다.

■ 상대방의 말도 메모한다.

■ 자기만의 영역을 정하지 말고 두 사람의 두뇌를 뒤섞는다.

■ 평가는 하지말고, 사소한 것이라도 말로 표현해본다.

■ 상대방의 생각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상이 매핑 커뮤니케이션의 요령이다. 키워드를 많이 나열하고 최종적으로는 그것에 질서를 부여한다. 그 키워드를 살펴보면서 중요도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①, ②, ③ 등의 숫자를 적색 볼펜으로 기입하면 된다. 다른 그룹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자신들이 매핑한 시트를 상대방이 볼 수 있게 한다. 매핑한 시트를 보기만 해도 충실도를 가늠할 수 있다. 성과를 간단하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프레젠테이션의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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