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요약

도서정보

■ 책 소개

선현우가 2009년 설립한 온라인 한국어 학습 웹사이트 Talk to me in Korean(이하 톡투미인코리안)은 불과 5년 만에 전 세계 199개국, 870만이 넘는 회원들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한국어 학교로 성장했다. 단돈 500만 원으로 시작한 사업이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외국어 시장에서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가 창업 아이템으로 한국어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또 어떻게 500만 원의 초저가 창업이 가능했을까?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되는 모든 한국어 강의가 무료인데도 그가 돈을 버는 비결은? “나는 한국어에서 블루오션을 찾았다”고 말하는 선현우의 ‘한국어 비즈니스’, 알면 알수록 신통방통하다.

한 번에 몇 가지 일을 해내는 놀라운 열정을 보이는 그는 이 책을 통해 그 열정의 면면을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창업 전에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부터, 창업 초기에 있었던 일들, 외국어 시장의 블루오션인 한글과 한국어에 관한 이야기, 5년 동안의 실적,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헌사까지. 그의 다채로운 이야기는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 삶의 태도,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기쁨을 알려줄 것이다.

■ 저자 선현우

톡투미인코리안 대표.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던 해인 2009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학습 웹사이트 톡투미인코리안을 만들었다. 설립 5년을 맞는 현재, 전 세계 199개 국가에서 870만이 넘는 회원들이 이용하고 있는 톡투미인코리안은 총 9단계로 구성된 한국어 동영상·오디오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어 학습을 위한 보충자료인 다수의 종이책과 전자책을 판매하면서 빠른 속도로 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다. 한국어 학습 동영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을 외국인에게 알리는 민간 홍보사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톡투미인코리안은 2013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으며 대내외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이 밖에도, 8개 국어 능통자인 그는 네이버에서 ‘선현우의 외국어 이야기’라는 이름의 파워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유튜브 계정은 5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EBS 라디오 ‘귀가 트이는 영어’ 및 EBSeTV ‘영자 신문 읽기’를 진행한다. 얼마 전부터는 한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Talk to me in English(이하 톡투미인잉글리시)’ 서비스까지 시작, 현재 (주)지나인(G9Languages)이라는 회사 아래 이 모든 활동을 총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차례

프롤로그: 지구 상에서 명함이 가장 복잡한 사나이

1. 수줍은 비보이, 세상과 만나다

- 모범생의 쓰라린 ‘첫 경험’

- 원어민 앞에서 얼어붙은 입

- 나만의 영어공부법은 바로 ‘채팅’

- 경시대회 1등, 대학까지 쾌속 진학

- 전공은 묻지 마세요

- 비보잉, 바로 저거야!

- 유튜브? 이런 게 있네!

- 어학병? 아니 출판병!

- 출판사 알바로 해외 출장까지

- 해외 인턴십으로 유럽 여행…할 줄 알았지?

- 한국을 이렇게 몰라?

- 파워블로거, 선현우

2. 이것은 창업일까

- 내게 한글을 배우겠다고?

- 창업이 가장 쉬웠어요

- 창업, 꼭 절실할 필요 없다

- 처음 6개월, 씨를 뿌리다

- 딩동! 첫 구매가 이루어지다

- 한 걸음씩 상품을 늘리다

- 매출이 쑥쑥, 이거 놀라운데?

3. 외국어 시장의 블루오션, 한글

- 한글이 돈이 된다?

- 한글을 영어로 가르치다

- 우리만의 경쟁력

- 우리의 경쟁자는 있다? 없다?

- 그들은 왜 한국어를 배우나

- 든든한 지원군, SNS

- 한국어 교원자격증? 글쎄요

4. 이제 겨우 5년

- 수익모델

- 우리 회사는 돈 쓸 줄을 몰라

- 스튜디오도, 녹음실도 없어요

- 국가 지원금 좀 받아볼까? 그래서 1억 쓰느라 진땀 뺀 사연

- 멕시코의 중심에서 한류를 외치다: 전 직원 멕시코 여행

- “오빠”라고 불러다오

- 직원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 우수 학생 열전

- 우리만의 기발한,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프로모션

5. 고마운 사람들

- 사는 것도 부족해서 후원까지 하는 사람들

-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일대일 영어강좌가 흐지부지된 이유

- 우리 같이 일할래요?

- 재능 기부자들

- 이력서 받습니다, 동영상으로!

- 너는 내 운명

- 톡투미인코리안에서 일하고 시포요!

- 유명세 치르는 남자

- 선생님은 나의 슈퍼스타!

에필로그: 톡투미인코리안 그리고 인간 선현우의 최종 목표

[부록] 외국어 공부법

- 선현우, 외국어 공부를 하는 이유

- 상대성과 착시 현상

- 외국어를 배울 때 ‘모방’의 중요성

- 외국어를 배울 때 도움이 되지 않는 습관들

- “유학 없이도 영어를 잘 할 수 있나요?”

- “어떤 언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면 좋을까요?”

- “외국어를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무엇을 배워야 하나요?”

도서요약

한국어를 팝니다

수줍은 비보이, 세상과 만나다

모범생의 쓰라린 첫 경험

EBS 교육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어도 손색없을 만큼 건전하고 성실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자부한다. 학교에서 시키는 건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하는 줄로만 알았던 순진한 나는 하라는 건 뭐든 착실히 했고, 하지 말라는 건 절대로 안 했다. 학교에서는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방과 후에는 곧장 집으로 가서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히 공부에 흥미가 있었다기보다는, 그렇게 생활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를 몰랐던 것 같다. 성격도 지금과는 달리 소심하고 내성적인 편이어서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지 못해 손해를 본 적도 많았고 남들 앞에 나서야 할 때면 늘 긴장한 나머지 온몸이 얼어붙고는 했다.

중학교 3학년이 되자 고교 진학에 관한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시키는 건 공부든 숙제든 착실히 하려고 노력한 결과, 내 성적은 준수한 편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왠지 공부를 정말 특출하게 잘하는 아이들, 소위 영재들만 갈 것 같은 과학고 준비반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과학 문제집을 풀고, 영어 단어를 외우고,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었다.

그런데…… 결과는 불합격!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한 달 동안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했는데, 나는 뭘 한거지? 실망스럽고 억울한 마음으로 이제는 필요 없어진 과학고 입시용 교재들을 정리하며 영어 단어장과 독해 문제집을 다시 펼쳤는데, 이게 웬일, 내용이 너무나도 생소했다. 단어며 문법 설명이 분명 눈에 익기는 했는데, 정확하게 기억나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제야 나는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내가 지식을 습득한 것이 아니라, 그냥 공부하는 자세로 시간만 채웠다는 걸 알게 됐다.

원어민 앞에서 얼어붙은 입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방학이었지만 여지없이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앉아 있기 힘들 정도로 배가 아팠다. 할 수 없이 조퇴를 하려고 교무실에 갔더니, 문 앞에 금발의 외국인이 서 있었다. 그때 무슨 배짱이었는지 저 낯선 외국인과 대화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어 충동적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막상 외국인 선생님 앞에 서니, 입을 딱풀로 딱 붙여놓은 것처럼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게 아닌가! 원어민 선생님은 나를 보더니 반갑게 웃으며 "Good afternoon"하고 인사를 건넸지만, 그 자리에서 얼어버린 내 입에서 간신히 튀어나온 말은 "안녕하세요(Hello가 아니다!)"였다. 얼마나 당황했던지 이후 내가 어떻게 그 외국인 앞에서 도망쳐 선생님께 조퇴 허락을 받아 집에 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외국인 앞에서 영어를 한마디도 못 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던 나머지 배가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집에 가자마자 영어 문제집을 펼쳤다.

나만의 영어 공부법은 바로 채팅

원어민 선생님과의 충격적인 사건 이후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내가 가장 중시했던 부분은 바로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외국인을 처음 만났을 때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분명, 그동안 내가 수동적으로 영어 단어의 뜻만 외우려고 했을 뿐, 정작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라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궁리를 하다가, 한영사전과 영어 문법책을 구해서 평상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두 다 영어로 바꾸어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몇 달을 지내고 나니, 50명의 다른 학생들과 밤늦게까지 교실에 갇혀 공부하는 것이 답답해졌다. 온종일 수업을 듣는 것도 모자라서 밤 열시가 다 되도록 자율학습을 해야 하는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신분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영어 공부에 올인할 수가 없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새 담임선생님을 열심히 설득했고, 결국 나는 야구부원을 제외하고는 전교에서 유일하게 저녁 여섯 시에 하교하는 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매일 저녁, 방문을 살며시 걸어 잠그고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은밀한 접속을 시작했다.

독학으로 영어를 익히며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서툰 영어 실력으로 만든 문장이 문법에 맞는지, 정확한 표현인지 등을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인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외우려니 영 재미도 없었다. 그래서 실제로 누군가와 영어로 대화를 나눌 수 없을까 궁리하게 되었고, 선현우표 콩글리시를 부끄럽지 않게 써먹을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을 찾아냈다. 바로 모뎀 시대를 풍미한 하이텔의 영어 채팅방. 누군가 문법을 교정해주거나 정확한 표현을 알려주면, 다른 채팅방에 입장해서 내가 원래부터 사용하던 표현인 양 써먹었다. 그렇게 은밀한(?) 채팅에 푹 빠져 한 달 전화비만 17만 원씩 나와 부모님을 기겁하게 했다. 다행인지 당연한 건지, 늘어나는 전화비만큼 영어 실력은 쑥쑥 늘었다. 그 당시 해외 유학을 가 있던 또래들에 비해서는 돈을 덜 들인 셈이니, 결과적으로는 박씨 물고 날아와 은혜 갚은 전화비랄까.

이것은 창업일까?
창업이 가장 쉬웠어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처음 영어 공부에 빠지고, 경시대회에서 나가고, 외국어 특기생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어학병으로 뽑히고, 영어 교재 출판사에서 일하고, 유럽 여행을 다녀온 이 모든 일이 모여 톡투미인코리아란 하나의 회사로 귀결되었다. 심지어 비보잉까지도 말이다. 내가 처음 유튜브에 빠져든 것도 비보잉 때문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창업은 마치 운명처럼 내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학교를 다니며 잠시 일했던 일본의 외국어 교육업체에서의 경험도 내게 도움이 되었다. 당시 학생치고는 꽤 높은 보수를 받고 일했는데,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거기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서 몇 개월 일하다가 그만두었다. 그 회사의 대표가 미국인이었는데, 회원들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이거 사라, 저거 사라 스팸 메일을 마구 보냈다. 그것도 모자라 강의 하나 만들어놓고는 그와 관련된 부대상품을 모두 유료로 구매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나는 일을 하면서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배우는 사람이 참 피곤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 사이트에서는 처음부터 무조건 무료로 강의해야겠다고 다짐했고, 무료 오디오와 비디오 파일을 만들어 올렸다. 예전 일본 사이트를 통해 내게 한글을 배웠던 사람들이 무료 강의 파일을 보고 반가움을 표하면서 내 사이트로 옮겨 왔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 강의를 널리 퍼뜨려 주었다.

이처럼 모든 일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내가 특출난 능력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뭔가를 엄청나게 준비한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 내게 그럼 어떻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다면, 그냥 평소에 안테나를 세우고 다녔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안테나라는 것은 원래 아무 주파수나 잡는 것이 아니라, 설정되어 있는 특정 주파수만 잡을 수 있다. 나의 안테나는 늘 외국어 쪽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관련해서 어떤 기회가 튀어나오면 바로 걸려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나하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이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업까지 오게 된 것이다.

처음 6개월, 씨를 뿌리다

처음 6개월 동안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20분짜리 오디오 강의는 매일 한 개씩, 동영상은 일주일에 두세 개 정도를 제작해서 올렸다. 강의 주제는 몇 년이 지나도 괜찮은 보편적인 소재로 골랐고, 마라톤 회의를 거쳐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업로드는 한국 시각 기준 새벽 5시로, 미국 퇴근 시간에 맞췄다. 머리를 맞대고 촬영 시나리오를 짜고, 대본을 작성하고, 실제로 녹음해서 각 플랫폼 환경에 맞도록 편집해 우리 사이트와 유튜브에 각각 올리는 데만 세 명이 매달려도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렇게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새로운 강의를 만들어 편집해서 올리고, 다시 시나리오와 대본을 짜고 하느라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하루 평균 열다섯 시간 이상을 일했으니 말 다했다. 야근 수당을 300퍼센트 준다고 한들 그보다 더 열심히 일하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셋은 내 사업이 아니었거나 분명한 비전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나가떨어지고도 남을 고생을 기꺼이, 그것도 신이 나서 했다. 현실의 고단함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물론 계속 무료로 콘텐츠를 올리면서 과연 이게 돈이 되기는 할까, 나중에 유료로 전환하면 사서 볼 사람이 있을까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없지는 않았다. 반년이란 긴 시간을 오롯이 가능성에 투자하며 무임금 노동에 매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불안감보다는 자신감이 더 컸기에 버틸 수 있었다. 사이트로 접속하는 사람들의 수가 계속해서 느는 것이 눈에 보였고, 이들이 모두 잠재고객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올린 무료 콘텐츠들이 온라인에서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6개월이 지나자 사이트 방문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의 예상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였다. 자신감을 가질만 했다.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실제로 꽤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매출이 쑥쑥, 이거 놀라운데?

2010년 12월 10일을 기준으로, 우리 사이트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본 사람은 총 14만 4,587명. 강의 총 다운로드 수는 200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1년간 올린 글들에 대한 전체 페이지뷰도 180만 건이 넘었다. 그다음으로 우리는 나라별 이용자 수도 조사해보았는데, 세계 160여 개국 나라들의 순위를 조사한 결과, 역시나 가장 많은 이용자가 있는 나라는 미국이었다. 놀라운 것은 톡투미인코리안이 여기서 멈추지 않고, 불과 몇 년 만에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 현재, 톡투미인코리안의 강의를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의 수는 총 876만 명으로, 2010년에 비해 약 60배가 늘었다. 강의 총 누적 다운로드 수는 5,000만 건 이상으로 4년 전과 비교하면 약 25배가 늘었고, 강의 포스트의 페이지뷰 역시 약 5,000만 건 이상으로 약 28배가 늘어났다. 시장조사를 철저히 한 것도, 굴지의 기업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사업도 아니었지만, 톡투미인코리안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오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외국어 시장의 블루오션, 한글

한글이 돈이 된다?

한류 붐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한글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일부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하는가 하면, 네팔에서는 한국어 학원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에서도 한글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다.

고백하자면, 처음 사업을 구상할 때 이러한 한류 붐을 예측한 건 아니었다. 솔직히 지금까지도 세계 한글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른다. 확실한 데이터나 명확한 비전 없이 사업을 시작했으니, 돌이켜보면 참 무모한 도전이었지 싶다. 처음에는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요청을 메일로 많이 받기도 해서 수요가 어느 정도 있겠다고만 생각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당시엔 자신감이 충만했다. 그야말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다행인지 필연인지, 온라인 한국어 교육 사업은 그야말로 블루오션이었다.

외국어를 빨리, 그리고 제대로 익히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나라로 유학을 가는 것이다. 그러나 금전적·시간적·공간적 제약 탓에 실제로 유학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차선책으로 자국에 있는 학원에 다니거나, 대학에서 해당 언어를 전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어는 아직 외국에서 영어나 일본어만큼 쉽게 접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어서 현지에서 사설 한국어 학원이나 관련 대학 학과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 서비스는 다르다. 세계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시간을 활용해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게다가 오프라인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사이트에 접속해서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결제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이미 구축되어 있었다. 여기에 한류 붐으로 늘어난 수요와 오프라인 학습 시장의 한계가 맞물리면서 온라인 한국어 교육 서비스는 틈새시장으로 떠올랐고, 거기에 무모하게 뛰어든 우리는 기막힌 타이밍으로 그 시장을 선점했다.

한글을 영어로 가르치다

창업 준비를 하면서 시장 조사를 위해 기존의 한국어 교재를 훑어보는데, 가장 의아했던 점은 기존의 한국어 교재가 몽땅 한국어로 되어 있다는 거였다. 예컨대 초급 한국어 교재의 1장 첫 번째 연습문제 지문이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였다. 이제 겨우 가나다를 떼고 "철수야 안녕" "바둑이도 안녕"을 배우는 수준의 왕초보 외국인이 이런 한글 지문을 어떻게 읽고 배울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나라 말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신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쳐보기로 했다. 그편이 외국 친구들 입장에서는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한국어를 배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학원에서 영어나 중국어를 처음 배울 때 한국인 선생님에게 우리말로 배우는 게 가장 편안한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한 언어로 영어를 선택한 전략은 주효했고, 사이트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다만 이러한 교육 방법은 초급 수준의 학습 단계에서 가장 효과가 크다.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도 단계가 올라가면 한영사전 대신 영영사전을 찾고, 한글 자막 없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도 어느 레벨 이상이 되면 영어가 섞이지 않은 순 한글 강의를 원한다. 이런 수요를 반영하여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야기(IYAGI)다.

이야기는 전체가 한국어로 된 강의로, 두 명의 진행자가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오디오 파일과 대본은 무료로 제공되고, 대본을 영어로 번역한 것과 문법 설명 혹은 퀴즈는 유료다. 열혈 청취자, 학생, 또는 고객은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를 올리면 그 오디오 파일을 듣고 받아쓰기를 한다. 우리가 영어 뉴스를 들으며 받아쓰기(Dictation)를 하는 것과 똑같다. 그리고 우리가 제공한 대본과 자기가 받아쓰기한 것을 대조해보고, 얼마만큼 맞았는지, 어디가 틀렸는지를 확인한다. 어떤 친구들은 "선생님, 저 거의 90퍼센트 받아썼어요"라며 자랑하는 글을 올린다. 모드는 단어나 뜻이 나오면 댓글로 물어보기도 하는데, 우리 팀원들이 다시 댓글을 달아 가르쳐준다. 때로는 학생들끼리 서로에게 가르쳐주기도 한다. 우리 학생들 가운데 이렇게 남들이 질문한 것에 선생님들보다 더 열심히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찌나 대답이 친절하고 자세한지 우리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이제 겨우 5년

수익 모델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그렇게 다 공짜로 풀면 돈은 어떻게 벌죠?"

다른 온라인 강의를 보면 보통은 맛보기로 강의 한두 개만 무료로 볼 수 있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 사이트는 모든 강의를 무료로 열어놓아 다들 놀라는 것 같다. 처음부터 무료와 유료의 균형 맞추기가 우리 사업의 관건이었다. 강의는 무료로 제공하되, 강의 내용과 연계한 보충학습 콘텐츠를 개발해 판매하는 수익 모델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강의를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의 수는 870만 명, 정기적으로 강의를 듣는 이용자만 해도 150만 명 정도 된다. 9단계까지 발행된 정규 강의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레벨 1의 첫 번째 강의가 하루 평균 300건 정도 재생되니까, 어림짐작으로 한 달에 1만 명 정도가 우리 사이트에서 한국어 공부를 새롭게 시작하는 셈이다. 말인즉슨, 강의 한 편당 0.99달러를 받으면 레슨 1로만 한 달에 1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사업 초기에 강의의 유료화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계속 무료로 가기로 한 것이 옳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강의에 가격을 매기지 않았기 때문에 파생상품 개발에 더욱 전력을 다하게 되었고, 덕분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만족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사이트를 열었을 때나 지금이나 강의는 똑같이 무료로 제공하는 데도 매출은 100배 이상 늘어난 것 역시 이런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오디오와 비디오 강의, 그리고 이와 관련된 각종 부교재의 판매가 전체 매출의 50퍼센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최근 우리가 새로 내놓은 한국어 첨삭비도 서비스인 하루코리안도 매출신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루코리안은 고급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고자 하는 학습자들을 위한 서비스로, 이를 이용하는 외국인 학생이 한글 문장을 만들어서 올리면 24시간 안에 문장을 교정하고 첨삭을 달아준다. 현재 이 첨삭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어를 공부한 지 6개월 이상 된 사람들로, 한국어 실력을 더 빠르고 확실하게 키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루코리안은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만에 회사 전체 수익의 3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만의 기발한,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프로모션

톡투미인코리안을 만들 때 그다지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프로모션을 곧잘 진행한다.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돈을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기발하고 게다가 재미있기까지 한 홍보 방법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까짓, 하자! - 12시간 유튜브 생중계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중계를 진행할 때의 가장 큰 장점은 시청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12시간 동안 원 데이 인 서울(One Day in Seoul)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이 행사를 통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서울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라이브 중간중간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는데, 한국 문화에 대해 영어와 한국어로 하는 실시간 대화, 한국어 Q&A, 노래 공연, 비보이들과의 대화 및 연습실 생중계, 한국 음식 소개 및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 생중계, 강남과 홍대 거리, 남산에서의 생중계, 미용실 방문, 인기 유튜버들과의 대화 등 최대한 많은 서울의 볼거리들을 담으려고 했다.

한글날 프로젝트 두 번째: 한글 이름 지어주기

우선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유튜브 영상을 올리고, 이를 톡투미인코리안 사이트에 홍보했다. 그리고그 영상에 한글 이름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각자 자신의 모국어 이름을 발음하는 영상 댓글을 달게 했다. 또 영상과 함께 모국어와 로마자 알파벳으로 자신의 이름을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이 프로젝트가 공고된 지 일주일 만에 무려 237명이나 참여를 해주었는데, 우리는 이들 모두에게 꼭 어울리는 한글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모국어 이름의 발음을 바탕으로 한글 이름을 지으려니, 영상 속 참가자들의 이미지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 둘을 조화시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결국 우리는 모든 영상을 하나씩 확인하며, 각자의 이미지에 맞는 한글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동영상일지라도 몇 번을 다시 보고 적절한 이름을 생각해내느라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 보람 있는 일이었고, 우리 사이트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면에서 매우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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