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경영하다

   
조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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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펍
   
15000
2012�� 11��



■ 책 소개
젊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한 구체적인조언!&nbsp& 

뜨고 지는 수많은스타트업 가운데 독보적인 기업 경영 성공을 거둔 한국 벤처 붐1세대의 산 증인인 저자 조성주 사장이 대학생 때 취업 대신 창업의 길로 뛰어들면서경험한 스타트업 경영의 모든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녹여낸 책. 그는 자신이 좌충우돌하며 몸소 체험한 초기기업 경영의 일상다반사들을 세심하게짚어준다. 

창업에 관한 기술적인 면에 치중하는 대신초기기업이 오래 사랑받는 성공적인 중견기업이 되기 위해서 창업자가 가져야 할 핵심 마인드, 기업가정신까지 다소 생각해볼만한 깊이 있는 내용들을담고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현실적인 가이드이자 선배 창업자의 사려 깊은 멘토링까지 담은 이 책은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꿈꾸는 누구에게나 친절한입문서이자 격려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 저자 조성주
우리나라 이러닝 산업의 1세대 기업인으로 기업 HRD 교육을 전문으로하는 캠퍼스21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1998년 설립한 (주)캠퍼스21은 HRD전문기업으로 성장하여 대기업,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 연간수천 개 법인의 교육을 진행해왔고, 2009년 웅진그룹에 인수되어 지속 성장하고 있다. 

그는 캠퍼스21의 대표이사로 재임하는 동안 한국이러닝산업협회 부회장 및 한국이러닝기업연합회 이사직을 수행하며동시에 이러닝에 대한 열정과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으로부터 e비즈니스 대상 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 외에도 조선일보인터넷 대상, 한국정보문화센터 베스트웹코리아 최우수상, 헤럴드경제 대한민국 혁신경영인 대상 등을 주요 기관상을 다수 수상했다. 현재한양대학교에서 전략경영 전공 박사과정에 있고 초기기업들의 임원 및 자문을 맡으며 젊은 CEO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각종 매체에 꾸준히 HRD컬럼을 연재해왔으며 주요 저서로 『업무실행의 기술』『변화와 혁신의 리더』 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PART. 1 기업가정신 
지금은 기업가정신의 시대 
누구나 기업가가되는 시대 
창업은 실패해도 남는 장사다 

PART. 2 사업 기회 
패러다임의 변화가 사업의 기회 
나만의 창업 아이템을고르는 기준

PART. 3 함께할사람들
 
뜻을 함께할 동지를 모으자 
스타트업, 우리도 사람 좀 뽑자!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인재 찾기

PART. 4 자금 조달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회사의 젖줄, 자금 조달 방법 
우리 회사는 과연 얼마짜리인가?
투자자 vs. 경영자 

PART.5 계획·실행·보완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라 
일당백의 마케팅 방법 찾기 
동트기 전이 가장 춥고 어둡다
플랜B를 검토하라 

PART. 6경영자로의 진화
 
장사·자영업·사업 무엇이 다른가 
초보 사장 명품 CEO로 진화하라 
경영자를 진짜 경영자로만드는 것들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리더 

PART. 7 경영은 시스템이다 
우리는 왜 여기에서 일하나 
회사 시스템을구성하는 핵심 요소 

PART. 8 일하기좋은 회사 
좋은 회사는 일이 재미있는 곳이다 
기본이 튼튼한 회사 
에필로그





스타트업을 경영하다


프롤로그 

"지난 8개월이 제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인 것 같네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통 알 수가 없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업계를 평정할 아이템을 발견했다며 자신만만해 했던 후배는 몇 달 안 본 사이에 10년은 늙어버린 듯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무어라 대꾸를 하기도 전에 K군은 신세한탄을 이어갔다.


"답답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서 어디서부터 말씀드릴지 모르겠어요. 그냥 다 문젠 거 같아요. 주말이고 공휴일이고 할 것 없이 일하는데 결과가 얼른 안 나와요. 회사라고 차려 놓고 있으니 돈 들어가는 곳은 많은데 자본금 떨어진지는 오래구요. 몸은 힘들고, 집에서는 눈치 보이고, 어쩌다 사람이라도 구하면 한 달 버티기가 힘드네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시작할 때는 나도 선배님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어요."


마지막 말을 하고는 고개를 떨군 그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10여 년 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웃음도 나왔다.


요즘은 초기기업에게 벤처기업이라는 말 대신 스타트업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첨단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사업에 도전하는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을 벤처라고 하는데, 벤처 중에서도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을 스타트업이라고 부른다. 벤처 창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건너온 말이다.


후배가 털어놓은 고민은 모든 스타트업의 공통적인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돈 문제, 사람 문제 등은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기업이라면 어느 곳이나 겪게 되는 이 흔한 일이 스타트업 기업에게는 모두 새로운 일이 된다.


경영자는 회사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일들을 잘 해내기 위해 결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흔한 일, 즉 다반사(茶飯事)를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경영 전반에 관한 자신만의 원칙이 필요하다. 원칙이 있으면 그 기준에 맞추어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험해 보지도 않았고, 배워본 적도 없으니 원칙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상태로 몇 달을 버텨온 것이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K군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당장은 이런 것을 모르고도 사업 자체를 잘할 수는 있다. 처음에는 잘 몰라도 별로 티가 나지 않을 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K는 온갖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한편으로 그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사업은 운칠기삼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운을 주신 하늘에 감사하며 K를 비롯하여 10년 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그리고 10년 전 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기업가정신 

누구나 기업가가 되는 시대

나는 창업이 끌린다

지금은 언제 창업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자신이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가 가장 적절한 때라고 답한다. 일찍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창업에 도전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창업을 할 만큼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창업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우리는 결국 창업을 하게 된다. 그 시기가 언제냐의 문제일 뿐이다. 회사를 그만 둔 50대부터는 자기 스스로 삶을 살아야 한다. 또 다시 회사에 입사하지 않는 이상 창업을 해야 할 것이다. 이때는 회사에 입사해도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60, 70대가 되면 비정규직으로도 갈 데가 없다. 그때가 되어서야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 창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자. 60대, 70대 직장인이 보이는가? 없다. 하지만 경제 신문을 펼쳐보자. 60대, 70대 사장님, 회장님이 보일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창업가들이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인생에서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자기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그런 방법 중 하나가 창업이다. 창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 되고 있다.


둘째, 직장은 더 이상 안정적인 자리가 아니다. 경제 성장도 더뎌졌을 뿐더러 인사는 적체되고 구조조정은 상시 체제에 이르렀다. 통계에서도 직장인들 대부분이 지금 다니는 회사를 평생 다닐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셋째, 젊어서 한 창업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만들어준다. 시간의 활용 면에서 보자. 창업 후 5년이 지나면 창업자는 또래 직장인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게 된다.


넷째, 시장 세분화는 새로운 창업 기회를 만들어준다. 그야말로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시대에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80%의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 세분화된 모든 영역에서 다 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는 특정 시장의 고객군을 대상으로 전문성을 높인 상품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다양한 시장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섯째, 계획대로만 되면 경제적인 부를 얻을 수 있다. 사업을 통해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아서 돈을 벌 수도 있지만,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아서 돈을 버는 시스템 그 자체인 기업을 팔면 더 큰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창업 붐의 기반이 되는 IT 분야는 인건비를 제외한 창업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이제 훌륭한 아이디어, 능력 있는 팀이 함께 하면 성공할 기회가 있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들려오는 스타트업들의 성공소식은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함께할 사람들

뜻을 함께할 동지를 모으자

휴렛과 팩커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빌 게이츠와 폴 앨런,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마크 저커버그와 더스틴 모르코비치 그리고 숀파커….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이 쟁쟁한 사업가들은 모두 창업 동료가 있었고, 시작하자마자 창업팀으로 같이 일할 사람을 확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업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다. 자금 관리도 해야 하고, 사람 관리도 해야 한다. 이런 일을 전부 한 사람이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가능하면 창업자가 부족한 분야를 중심으로 함께할 사람이 있으면 좋다. 그런데 그것이 단지 사람을 채용해서 함께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창업가 마인드로 함께 고민하고 실행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이른바 창업동기, 창업팀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창업팀의 장점

먼저 창업팀의 장점은 창업 초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의 초기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인건비다. 창업팀으로 창업을 할 경우 회사의 자금 상황에 맞추어 적정 수준의 급여를 책정하거나 최소한의 급여로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IT기업의 경우 컴퓨터, 서버, 임대료만 있으면 된다.


또한 창업팀 멤버들이 열정으로 뭉친 창업 기업은 기업의 비전을 명확히 공유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쟁이가 아니라 내 사업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열정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일이 힘들어도 비전을 가지고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창업팀으로의 창업은 자기 수준에 맞는 멤버와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창업팀이라고 하면 각자 자신이 맡은 분야가 있다. CEO는 디자인을, 다른 사람은 기획을, 개발을, 마케팅을 맡는 식이다. 해당 분야를 실제로 잘 하든 조금 부족하든 처음부터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같이 일하게 된 조합이다. 창업을 함께할 만큼 신뢰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제 투자 유치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결국 투자자는 창업자 혹은 창업팀을 믿고 투자할 수밖에 없다. 누가 경영하느냐에 따라 잘될 것도 안 되고, 안 될 것도 잘되는 것이 사업이다. 어떤 투자자들은 어떤 사람들이 어떤 비전을 갖고 모여 있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보기도 한다. 초기 운영비용도 줄일 수 있고, 멤버 구성이 안정되어 있으므로 사업의 지속성이 가능하고, 핵심 멤버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찰떡궁합 창업팀 만들기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오던 사이인 경우 사업을 함께할 만한 친구인지 직감적으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좋은 창업팀을 만들려면 어떤 점들을 유의하면 될까? 몇 가지 체크할 사항들을 알아보자.


첫째, 삶의 방식이 같은 사람을 찾는다. 그 사람의 업무 스타일이나 역량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공유할 수 있는지 보도록 하자. 둘째,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보완적이라는 것은 우선 핵심 역량이 보완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지속적으로 비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향후 1∼2년 내 발생 가능한 일들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비전을 공유해보자. 넷째, 도원결의는 가급적 문서화하는 게 좋다. 현재 창업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미래에 있을 수 있는 헤어짐의 경우에 대하여 최소한의 문서로 남겨놓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헤어지더라도 서로 큰 분쟁 없이 웃으며 헤어질 수 있다. 다섯째, 지분은 N분의 1이 아님을 알자. 장기적으로 함께한다는 가정 하에 각자 역할에 따라 책임과 권한을 가져갈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을 미리 마련해둔다면 좋을 것이다.



자금 조달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투자는 사람을 보고 들어온다

결국 아무데서도 투자를 받지 못한 채 캠퍼스21을 시작하게 되었다. 부모님께서 사업자금을 지원해주실 형편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내 수중에 있는 돈만 가지고 시작했다. 내가 세상을 잘 몰라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표현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나는 정말 단순하게 빨리 매출을 올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시작한 캠퍼스21의 첫 번째 투자가 용산에서 컴퓨터 매장을 운영하는 L대표의 투자였다. 이후 두 번째 투자는 1999년 여름, 당시 우리 회사의 대표 강사이자 사외이사이며,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K이사가 투자자들을 소개해준 것이다. 1999년 하반기가 되자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닷컴 붐이 불면서 인터넷 공모라는 자금 조달 방식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고 나서 1999년 가을에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자금조달을 진행했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로는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자금 조달 과정을 돌이켜보면 명확한 공통점이 있다. 내 짐작대로 사업계획서 자체가 중요한 요인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투자를 유치하는 데 사업계획서가 기본인 건 당연하지만 정작 투자자들이 눈여겨보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투자는 나를 믿고 투자해주신 분,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를 가지고 투자해주신 분들을 통해 들어왔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투자자가 갑자기 사업 아이템이 좋다고 투자하는 경우가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나는 괜찮은 스타트업이 있으면 그들의 멘토 역할을 하기도 하고, 따로 벤처캐피탈에 소개시켜 주기도 하고, 직접 엔젤투자를 하기도 한다. 입장을 바꾸어 보니 결론이 보다 명확해졌다.


사업계획서를 통해서 사업 전반에 걸친 이해, 창업자의 신념, 사업의 개연성, 시장 규모, 사업 방향 등을 살펴보게 된다. 사업계획서를 통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다음으로는 실행가능성을 본다. 계획보다 중요한 것이 실행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많아도 실행할 능력이 안 되면 그 사업은 힘들다.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는 누구나 투자 기업이 잘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가능성도 높지 않다. 확률적으로는 투자금을 모두 날릴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럴 때 정작 사업에 투자를 결정짓게 하는 것은 "사업 내용이 해 볼만 한 것 같다. 물론 리스크도 있지만 이 사람들이라면 투자금을 효과적으로 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사업계획을 실행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믿어보자"는 생각이다.



계획·실행·보완 

동트기 전이 가장 춥고 어둡다

얼리어답터와 주류시장 사이, 캐즘

스타트업이 꼭 알아야 할 용어로 캐즘(Chasm)이 있다. 캐즘이란, 혁신자와 선견자가 주류인 초기 시장과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는 주류 시장 사이에 단절되어 있는 큰 틈새를 말한다. 제프리 무어라는 전문가에 의해 탄생된 용어이며 미국 벤처업계의 성장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 이론이다.


대개의 경우 신상품이 출시되면 모든 사람들이 나오자마자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유형에 따라 혁신자와 선견자층인 얼리어답터들이 먼저 구매를 한다. 그리고 뒤를 이어 일반 대중들이 그 상품을 구입한다. 문제는 얼리어답터들이 상품을 구매한 후 소문이 나고 알려져 대중들이 뒤이어 상품을 구매할 때까지의 간격이 생기는데 이 양자 간의 간극이 지나치게 벌어짐으로써 캐즘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캐즘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캐즘에서 빠져나오려면 기존 정체된 고객 집단에서 더 많은 고객이 있는 곳으로 옮겨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이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를 분석해서 주류 고객을 끌어들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캐즘 뛰어넘기

미국에는 카쉐어링(자동차 공유 서비스) 서비스를 하는 집카(ZipCar)라는 회사가 있다.


카쉐어링은 흔히 아는 렌트카와는 다른 개념이다. 집카에서 집스터라고 불리는 회원은 이용 가능한 자동차를 고르고, 인터넷과 전화로 예약할 수 있다. 시간 단위로 예약할 수 있고 예약한 시간만큼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모든 자동차는 인근에 정해진 전용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다. 자동차를 이용하며 나오는 모든 비용은 회비에 포함된다. 회원은 가입비 25불과 연회비 50불을 내면 차를 사용하는 시간당 3∼6불의 사용료를 지불한다. 각종 세금을 부담하며 차를 소유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경제적이다. 현재 집카는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으며 공유 경제의 대명사인 기업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도 처음 생길 때부터 계속 승승장구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최선을 다했고 언론의 주목도 받았지만 성장 속도는 느려서 시작한 지 4년째인 2003년에도 3개 도시 130대의 자동차와 6,000명의 회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른바 캐즘에 빠진 것이다.


고객들이 집카에 대해 갖는 불만은 이용할 자동차가 너무 먼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집카가 5분 이상 걸리는 곳에 주차되어 있다면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CEO 스콧 그리피스는 이 사업의 핵심이 수요의 밀도라는 데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 집카는 넓은 지역에 소수의 자동차로 고객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타깃 지역을 선정하여 차량을 대거 투입했다. 그리고 블록마다, 집집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집카가 가까이 있음을 홍보했고 이 전략이 주효했다. 집카의 밀도를 높이자 고객 만족도가 급격히 올라가게 된 것이다. 타깃 고객들의 높은 만족도는 입소문을 타고 주류 고객층으로 전이되는 계기가 되었다.


1998년 캠퍼스21은 처음 B2C를 지향하는 IT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오픈했다. 월 8,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매주 2∼3과목씩 오픈되는 유명 저자들의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사이트를 오픈하자마자 여러 언론 매체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가상대학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소개해주었고 사용자도 늘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료회원이 2,500여 명을 기점으로, 나가고 들어오는 숫자가 비슷해지더니 그때부터 회원 수를 늘리기가 쉽지 않았다. 캐즘에 빠진 것이다.


캠퍼스21 같은 경우 캐즘에 빠진 동안 기업 교육 시장이 열리면서 비즈니스의 방향을 기업 교육으로 전향하는 기회가 되었다. 드디어 대기업에서 이러닝을 주류 교육으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중견기업과 공기업에서도 이러닝을 속속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캠퍼스21은 가장 오래된 이러닝 전문 기업, 내실 있고 참신한 기업으로 포지셔닝되어 있어 이러닝 선도 기업으로써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일단 큰 규모의 주류 시장을 만나자 다시 가파른 성장세를 탈 수 있었다.


오늘날 100조 원이 넘는 가치를 인정받게 된 페이스북도 지금까지 오게 되는 데 8년이 걸렸다.


지금 이익을 내며 한창 성장하고 있는 기업의 CEO에게 물어보라. 처음부터 꾸준히 성장해 왔느냐고. 아마 대부분 캐즘의 시기를 거쳤다고 할 것이다. 특히 성공한 IT 서비스일수록 페이스북 성장세와 비슷한 성장 그래프를 그리게 될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은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중간에 캐즘이라는 복병을 만나면 어쩔 줄 몰라 괜찮은 사업을 쉽게 접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때 회사는 얼리어답터들을 만족시키면서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성장을 기대하기보다 살아남는 것을 주력으로 무조건 버텨야 한다.



경영자로의 진화

초보 사장 명품 CEO로 진화하라

좋아하는 일만 할 수는 없다

아무리 구멍가게 수준으로 작게 시작한다 해도 사업은 사업이다.


젊은 창업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나만 바라보고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창업자는 곧바로 경영자라는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여기서 경영자의 좋아하는 일이란 기획, 마케팅, 영업, 개발 같은 직무 단위의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좋아하는 일은 사업 자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경영자의 길을 갈 수 있다.


자본을 조달하고, 조달한 자본 사용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관리하고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수익을 내는 것 못지않게 현금 흐름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늘 확인해야 한다.


사람은 더더욱 중요하다. 함께 일할 좋은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또 채용한 사람들이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연봉과 직급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만들어진 상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할 마케팅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재무제표를 보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매출을 올리는 것 이상으로 세금과 비용을 절감하는 부분 역시 중요하다. 회계를 모르면 손도 댈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일을 혼자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영자는 이런 일들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하고 회사의 규모가 작을 때는 직접 이런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젊은 창업자들은 부담스러워 한다. 자신의 특기 외에 경영이라고 하는 새로운 업무가 맡겨지면 잘할 수 있을까 염려도 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경영의 모든 것을 다 배우고 난 다음에 창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경영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는 순간부터 동기가 부여되어 학습력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창업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직무 단위가 아니고 사업의 미션을 달성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경영도 배우면서 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정을 미리 알고 있다면 아무런 준비 없이 맞닥뜨리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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