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내는 경매 뒷담화

   
강윤식
ǻ
랜드프로
   
20000
2021�� 01��



책 소개


경매투자는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경매로 고수익을 내는 모든 비법은 현장에 있다

경매를 잘 하려면? 단순하게 보면 낮은 금액으로 매수하고 높은 금액으로 다시 매도하여 고수익을 올리면 된다. 어떻게 보면 쉬워 보이지만, 말 그대로 이론일 뿐 실제는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건을 선정하고 분석하여 응찰가를 정하고 낙찰받은 후에도 집행과정을 거치기까지 신경 써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턱대로 덤비다가는 큰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강윤식 작가는 이러한 모든 과정을 풀어주는 해결방안은 현장에 있다고 보았다.

직접 발품을 팔아서 현장에 나아가 조사하고 분석하고,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기반으로 [고수익 내는 경매 뒷담화]를 구성하였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지만 원하는 일이 있다면 그 분야를 잘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장 기본적인 항목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긴 시간에 걸친 하나의 경매과정을 끝내고 돌아보면 보이는 것들, 경매현장에서 벌어지는 사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나만의 노하우를 확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안내서가 바로 [고수익 내는 경매뒷담화]이다.

본 도서에서는 물건의 현장조사, 이러한 현장에서 발견할 수 여러 문제점, 법원 현장에서의 대응력, 명도를 위한 집행 등 현장이야기를 잘 그려내고 있다. 이런저런 이론을 곁들이지 않은 날 것의 경매현장이야기. 실제 사례들로 구성된 덕에 이해하기 쉽고 나만의 방식으로 적용하기 쉬운 도서, 경매 초보는 경매에 눈을 뜨는 수단으로, 경매 경험자는 새로운 투자방법의 길을 찾아가는 수단으로 활용해 보자.

■ 저자 강윤식
경매투자법인 ㈜ 밝은 미래 투자 대표. 경매를 시작한 초기부터 끈기있는 투지로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 나갔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 본 궤도에 진입할 무렵 경매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음카페 <프리버드 경매이야기>를 만들었다. ‘버드나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경험담을 쓰고, 회원들의 경매실전 이야기를 공유했다. 20년 이상의 경력이 쌓이면서 규격화된 경매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경매솔루션이 필요함을 느끼고, 본 도서를 편찬하게 되었다. 건국대·중앙대 등에 출강했으며, 현재 랜드프로 경매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 차례
PART01 발칙한 상상력으로 승부하자
Chapter 01 어려운 물건에 고수익이 있다 
Chapter 02 미나리 심으려고요! 
Chapter 03 셜록 홈즈처럼 탐문하라 
Chapter 04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Chapter 05 뚜껑 물건 
Chapter 06 어느 노부부의 경매 이야기 
Chapter 07 뻐꾸기 몸으로 울었다(2) 

PART02 경매를 아시나요
Chapter 01 돈보다 남자 
Chapter 02 부동산은 묵혀야 돈 된다 
Chapter 03 밑장빼기 
Chapter 04 어차피 한양만 가면 되는 거잖아! 
Chapter 05 공매의 함정 
Chapter 06 너무 했습니다! 
Chapter 07 하남시 싱크대 공장 
Chapter 08 이 몽타주가 맞는데 
Chapter 09 재산은 불리는 일보다 지키는 일이 먼저다 

PART03 경매의 승부처는 마무리였다
Chapter 01 여자의 미모는 권력이다 
Chapter 02 가난은 인정도 메마르게 한다 
Chapter 03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Chapter 04 위장 임차인 
Chapter 05 나의 나와바리 

부록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사항에 대한 해석 

 




고수익 내는 경매 뒷담화


발칙한 상상력으로 승부하자

셜록 홈즈처럼 탐문하라

고수익 낼 수 있는 경매 물건은?

얼마나 어렵게 꼬여 있느냐

경매의 투자목적은 수익이다. 경매참여자들은 같은 선상에서 달릴 준비를 하지만 우승을 맛보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다. 은, 동은 개평 한 푼 받지 못하는 냉혹한 게임이다.


어렵게 결승선을 통과한 낙찰자는 큰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느냐? 승자가 꼭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승자가 된 낙찰자는 수익적인 면에서는 경쟁에 반비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입찰에서 경쟁자를 자연스럽게 따돌리기 위해서는 물건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의 난이도가 높아야 한다. 난이도가 높으면 응찰자들이 현저히 줄어든다. 큰 risk를 안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초보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고수들이 들어가는 물건은 단독입찰이거나 3~4명 정도 몰린다. 고수는 절대로 바글바글한 응찰자 틈바구니에 끼어 있지 않는다. 손도 댈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물건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 어려운 물건만이 고수익이 나는 건 아니므로 미리 포기할 이유는 없다. 비법은 있다.


아무리 어려운 물건이라도 경매는 현장에 답이 있다. 어렵게 꼬인 물건일수록 많은 발품을 팔아라. 분명한 해답은 발품에 있음을 잊지 말아라.


얼마나 빨리 끝낼 수 있을까

수익률은 기간을 전제로 한다. 이때 “어떻게 기간을 줄입니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역시 방법은 있다.


경매 물건을 낙찰받고자 한다면 로드맵을 짜라. 경매 진행 과정은 돌발변수가 곳곳에서 튀어 나온다. 너무 당황하지 마라. 오히려 돌발변수가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그런 변수에 당황하고 있다는 건 낙찰받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낙찰 후 대금납부, 대출, 명도, 매도까지 돌발 상황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짜고 대응책을 준비해 두어라. 시간은 내 편이 될 것이다. 빠른 시간 내에 좋은 결과를 던져줄 것이다.


그렇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어떤 물건들은 경우에 따라 숙성시켜야 수익이 커지는 물건도 있다. 부동산투자는 숙성 발효되면 부패하지 않고 모두가 약이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까

특수물건은 하고 싶어도 실투가 커서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매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이용한다. 자금력이 준비가 되고 문제해결 대안을 갖고 있는 경매물건이라면 오히려 대출 불가능한 물건이 큰 수익을 가져다준다. 대출이라는 허들을 건너지 못하는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앞으로 달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노부부의 경매 이야기

나의 경매 인생에서 통편집하고 싶은 사건이 있었다.


해결방안을 찾지 못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예상과는 너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이렇게 결론이 날 수도 있구나!”하고 새삼 놀라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알지 못한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했다.


경매참여자 중에는 경매를 당해서 입문한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나를 찾아온 허름한 옷차림의 노부부도 그런 경우였다. 사업이 기우는 바람에 경매를 당해봤고 그 이후 재기를 노리며 경매로 쏠쏠한 재미를 본 부부였다.


블루칼라의 행색으로 보아 적은 돈으로 수익을 크게 내는 다른 재주가 있어 보였다. 예상대로 남편은 리모델링업 종사자였다. 리모델링이라고는 하지만 페인트칠, 목공, 배관, 지붕, 누수공사 등을 닥치는 대로 한다고 했다. 호기 어린 목소리로 자재만 공급해 준다면 집도 혼자 지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움직이는 건설사!” 믿기지는 않지만 묘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돈이 좀 모여서 다시 경매를 시작해보려 하는데 경매지식이 부족해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낙찰을 받아 보고 싶다고 했다.


나 : 준비된 금액은 얼마나 되셔요?

노부부 : 약 3,000~4,000만 원 정도 됩니다.


이 정도 금액으로 주택을 취득한다는 건 마술에 가까운 일이다. 더불어 이야기하길,


노부부 : 가급적 대출은 안 일으켰으면 합니다. 수입이 일정치 않고 대출은 무섭습니다.(하느님, 저를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열심히 살아보려는 남루한 차림의 노부부를 저버릴 수 없어서 다시 물어보았다.


나 : 꼭 서울 시내에 주택을 취득하셔야 합니까?

노부부 : 예. 다가구 주택(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공존하며 사는 주거 형태)을 낙찰 받아주시면 구조변경으로 부가가치를 높여서 수익을 내 볼 생각입니다.


좋은 전략이긴 하다. 4,000만 원짜리 다가구 주택이 서울 시내에 존재한다면 말이다. 저렴한 물건을 찾아달라는 말과 함께 감정 금액보다 아주 많이 저감된 물건을 원한다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이렇게 되면 나보고 마술을 넘어 사기를 쳐 달라는 건데.)


시간이 흐를수록 노부부는 초조해져 갔고 한 계절이 훌쩍 지나 가버렸다. 정성이 하늘을 움직였는지 자금 여력에 맞는 연립주택이 포착되었다. 물론 노부부의 마음에 들어야 하겠지만 일단 추천해 보기로 했다.


나 : 입찰 한번 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노부부 : 해볼까요?


이 분도 나처럼 “싼 마이”스타일이라서 감정가 대비 50% 이상 되는 물건은 아예 쳐다보지를 않았다. 이번 물건은 저감폭이 커서 흔쾌히 입찰하겠다고 한다. 현장조사를 끝내고 입찰기일에 법원에서 만났다.


노부부 : 집사람이 최저금액으로 쓰라고 하네요?

나 : 예? 너무 많이 떨어졌어요. 몇백만이라도 더 쓰시죠. 6,000만 원은 넘겨야 낙찰받을 거 같습니다!

노부부 : 안 됩니다. 그냥 최저가격 쓰겠습니다.


최저 입찰 금액이 57,344,000원이었다.


나 : 5,800만 원도 안 되겠습니까? 단 한 명만 들어와도 떨어지는 겁니다.

노부부 : 그냥 57,344,000원 쓰겠습니다.

(아! 저감률 41%인데 최저금액을 쓴다고? 해도 해도 너무한다. 경매를 엿장수처럼 여긴 모양이다!)


마침 방송도 있고 해서 개찰까지는 보지 못하고 먼저 자리를 뜨게 되었다. 물론 낙찰이 어렵다고 생각했고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30분 후 전화가 왔다. 단독입찰로 낙찰되었다고. (앗 정말 닥치고 응찰이다!)


어려운 분들인데 몇 푼 더 올려 썼다가 단독 낙찰되었으면 얼마나 섭섭했을까 생각해보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낙찰금액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라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


통계와 시세 그리고 낙찰가율 등을 종합해서 응찰할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운이 작용하지 않으면 재미를 볼 수 없다. 다행히 엄청난 기운이 작용한다면 과학적인 응찰가격은 무용지물이 된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오늘 그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낙찰을 받았으니 이제부터는 내 차례다. 그런데 대금납부기일을 며칠 남겨두고 대출 좀 알아볼 수 있겠냐며 전화가 왔다.


여기저기 금융기관에 대출의뢰를 했다. 그런데 회신이 이상하게 날아왔다. 문제점이 있었다. 한 필지 위에 실선처럼 가옥 4채가 건축되어 있었다. 물론 대지지분도 1/4로 나누어 실소유하고 있지만 분필하거나 대지권으로 할당해 놓은 상태가 아닌 공유 지분 상태였던 것이다.


한 필지 위에 존재하는 건물이 4채다 보니 주민등록번지에는 4채 전입 세입자가 등재되어 있었다. 낙찰받은 부동산은 A 소유의 건물과 그에 부속되어 있는 토지였다.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임차인들이 동일 필지 위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세입자 현황조사서에 전원 등재되어 올라왔다. 미치고 환장할 일이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B와 C는 타인의 소유건물 임차인으로서 앞 건물과 옆 건물의 임차인인데 같은 번지 내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세대열람 내역에 선순위 임차인으로 등재시켰다.


다음날 아침, 앞집 임차인 C씨에게 찾아갔다.


나 : 앞집 낙찰받은 사람입니다. ‘미거주 확인서’를 써 주십쇼.


그러자 별 미친 사람 다 봤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당연한 일이다. 옆집 경매로 인해 본인이 ‘미거주 확인서’를 작성해줄 이유가 없다. 싫은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박카스 경매의 달인 아닌가! 박카스 한 통을 사 들고 다시 찾아갔다.


임차인은 이거 써주면 안 되는데 하는 표정이었지만 손은 이미 박카스를 받고 있었다. 일단 뇌물 공세는 그 정도 해두고 할리우드 액션으로 들어갔다.


나 : 제가 이 뒷집을 낙찰받으려고 10년 동안 돈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부모님이 아파서 병원비에 보태다 보니 잔금납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대출을 받으려 하는데 사장님의 ‘미거주 확인서’가 필요합니다.


30분가량 설명을 했더니 그때서야 안타깝다는 듯 확인서에 도장을 찍어준다.


별짓을 다 한다. 경매는 역시 종합예술이다.



경매를 아시나요?

밑장빼기

오래전에 요양복지사업을 하는 젊은 원장을 알게 되었다. 젊은이 특유의 전투력과 추진력이 강했고 노인에 대한 공경심이 높은 건실한 사업가였다. 사회복지사업을 하며 대학에서 강의도 하는 친구였는데 효심이 지극했다. 노인목욕차량으로 시작한 자그마한 복지사업이었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많은 지사를 보유한 큰 사업가가 되었다. 사회복지사만 700명을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노인 복지사업체로는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했다.


어느 날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집이 작아서 이사하려 하는데 마침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에 큰 평형의 아파트가 경매로 나와서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내온 사건이 바로 이 사건이었다.


응찰 결정 후 물건분석에 들어갔다. 현장조사를 해보니 단지는 잘 조성되었는데 인적이 드문 황량한 곳이었다. 시세는 분양가 밑으로 빠져 있었다. 지하층은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있었고 수영장까지 갖춘 초고급 아파트였다. 이 아파트 1,700세대 중에서 펜트하우스는 6가구뿐이었다. 그중에 한 가구가 경매로 나온 것이다. 그 나름 희소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


돌아와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공매도 같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하~ 그럼 경매는 치열하니까 바닥으로 깔고 들어가고 공매에서 승부수를 던져보자! 사람들의 관심도를 알아볼 겸!) 낮은 금액으로 경매를 응찰했다. 그런데 어떤 미친 인간이 감정 금액보다 7천만 원을 더 쓰고 들어왔다. 깨끗하게 물을 먹었다. 경매에서 미끄러진 원장이 걱정하며 물어보았다.


원장 : 공매로 가면 될까요? 경매 낙찰가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낙찰받은 사람에게 소유권을 넘겨주는 건가요?

나 : 그렇지 않아요. 먼저 납부하는 사람이 소유권을 가져오는 겁니다.


회원가입부터 입찰서작성까지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이제 금액만 정하면 되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공매는 경매보다는 싼 가격으로 낙찰이 된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응찰가격을 산정했다. 4억 8천5백만 원으로 응찰했다. 경매낙찰가격보다 1억 이상 낮은 금액이다.


원장의 효심이 하늘을 감동시켰는지 무난히 낙찰을 받을 수 있었다.


일명 밑장빼기! 경매로 낙찰받은 사람은 자기가 소유권자가 되는 줄 알고 있을 것이다. 밑에 도사리고 있던 공매를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6일은 매각허가 결정기일이다.


9일 오전부터 공매 대금 납부기일이 시작되었다. 맘이 급해진 의뢰인은 9일 아침 대금납부를 하겠다면서 이리저리 돈을 끌어모았다. 대단한 자금동원력이었다. 9월 오전 대출 없이 4억 8천 5백만 원을 납부하고 소유권이전 신청을 했다.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있는 이 순간 경매 낙찰자는 아마도 어딘가에서 멍 때리고 있을 것이다.



경매의 승부처는 마무리였다

여자의 미모는 권력이다

수강생들을 끌고 다니던 2006년도 초겨울이었다. 한여름과 한겨울은 가급적 현장학습을 다니지 않는다. 현장조사를 열심히 해봐야 소득을 얻기 힘들다. 날씨 때문에 가성비가 영 나오지 않는다. 학습자들도 지치고 강사도 힘들기 때문에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 어느 날, 올해 마지막 현장학습이라 생각하고 용인시 처인구 좌항리 쪽으로 현장학습을 나갔다. 그때 봤던 물건 중 특이한 아파트 하나가 있었다. 경매정보지를 봤더니 나 홀로 아파트가 논바닥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인근을 아무리 돌아봐도 전부 논이었다. 이 일대가 “농업진흥지역”인데 어떻게 아파트 건축허가가 나왔는지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수강생들에게도 이런 사실을 알려주었다.


현장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이 물건은 내일 매각기일인데 시세 조사도 충분치 않고 제반(명도) 여건도 만만치 않아 수익내기 어려우니 응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얼마 후 현장 답사를 같이 다녀왔던 분 중에 한 분에게 연락이 왔다. 누군지 금방 알 것 같았다. 하얀 피부에 출중한 미모를 갖춘 이혼녀 아줌마였다.


답사자 : 제가 사고를 쳤네요.

나: 무슨?

답사자 : 현장조사 다녀왔던 ㅇㅇ 아파트를 단독으로 낙찰받았어요. 찝찝해서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매 가격을 알아보았는데 턱없이 높은 금액으로 낙찰을 받았을 뿐 아니라 매매도 전혀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불허가를 낼 수 없을까요?


전화 목소리는 차분하고 분명했지만 애타는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나 : 제가 그 물건 안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왜 받으셨어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답사자 : 혹시 선생님이 저희를 따돌리고 혼자 입찰하시려고 그렇게 말한 줄 알고.……. (이분이 인생의 파도가 있네! 남자 말 믿지 못하는 파도가 있어!)


불허 결정이 나와야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서류를 열람해보고 민사집행법을 찾아보았다. 이리저리 방안을 찾아보아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제의를 했다.


나: 법도 정상참작이라는 게 있는 겁니다. 탄원서를 한번 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답사자 : 어떻게요?

나 : 구술하듯이 본인의 딱한 사정을 써내 봐요.


나뭇가지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리 해보라고 했다. 법원필기대는 경매계 앞에 놓여 있고 모든 경매계는 필기대를 정면으로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미모의 이혼녀는 거기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탄원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제가 곰돌이 눈을 붙이면서 한푼 두푼 돈을 모아…… 중략…… 삼류 브로커가 경매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입찰에 응했으나…… 경매를 잘 모르고 현지사정도 밝지 않아 높은 금액으로 응찰하게 되었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생계를 이어가기… … .”


눈물은 탄원서에 고스란히 떨어져 얼룩졌다. 미모의 이혼녀는 필기대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울고 있었고 탄원서 속의 3류 브로커는 바로 나였다. 경매계 직원들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는가! 예쁜데… … 그것도 엄청나게 예쁜데…….


정의롭고 봉사 정신 투철한 경매계장들은 앞다투어 미모의 여인 옆으로 모여들었다. 아니 민원인에게 모여들었다. (평소에는 굉장히 바쁜 분들이 이날은 어찌 시간이 많으신지!)


무슨 일 때문에 서럽게 우시는지? 도와줄 건 없는지? 연락처와 사는 곳을 적어주시면 꼭 연락드린다느니 끈적끈적한 멘트가 날아다녔다.


이 사건은 딱 일주일 만에 불허가 처리되었고 보증금은 한 푼 부족함 없이 돌려받았다. 이 따뜻한 이야기를 카페에 써 올렸더니 다들 박수를 쳐주고 축하해 주었다. 이 소식은 멀리 전파되었고 낙찰 가격을 잘못 적어내고 불허가를 준비해오던 회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본인의 사건이 이번 사건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에 본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혹시 양식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했다.


양식이 있을 리 없다. 진심을 담아 작성해서 제출해 보라고 했다. 며칠 후 연락이 왔다. 법원으로부터 허튼짓 하지 말고 하루빨리 대금 납부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카페는 닉네임을 쓰기 때문에 성별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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