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 시대, 사야 할 집 팔아야 할 집

   
채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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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13500
2016년 06월



■ 책 소개
‘개인’이 주인공이었던 임대주택시장을 바꾸고 싶던 정부는 ‘민간 기업’의 참여와 확대를 원했다. 마침내 민간 기업형 임대주택, 즉 뉴스테이를 2015년 8월 도입하기에 이른다. 공공분양은 물론 일반분양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임대주택시장에서 현재의 개인 임대사업자, 전ㆍ월세 세입자, 그리고 무주택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주택시장도 거대한 자산시장의 일부로 자산시장의 모든 특징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금융업계의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그리고 많은 기업이 공식적으로 또 뜨겁게 논의되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의 현실과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 저자 채상욱
저자 채상욱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 표준협회 등을 거쳐 현재 하나금융투자의 건설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건설 산업과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 등 대표 건설 기업들을 분석한다. 2011년부터 발표하는 주택시장의 객관적 지표와 전망이 큰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2015년 [인구절벽, 입주 폭탄,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주택가격은 왜 오르는가]라는 리포트로 온라인 부동산투자자들에게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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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머리말 _ 사느냐 파느냐 그것이 문제다

 

제1부. 뉴스테이 시대의 개막 _한국 부동산 시장의 미래는 이미 예견됐다 
임대가 개인의 전유물이라는 걸 수상하게 생각한 적 있는가?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라 이름 붙은)이 부동산 시장을 바꾼다
1990년대 주택시장에서 벌어진 생사의 갈림길
주택 수를 알아야 부동산 시장이 보인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도 집을 더 지어야 한다니
주택 수는 절대 부족하다 : 인구 천 명당 주택 수가 전하는 진실
다주택자의 두 얼굴 : 탐욕의 화신 VS 착한 사마리아인
집이 있어도 남의 집에 사는 사람들

 

제2부. 뉴스테이가 몰고 올 부동산 시장의 파문 _재건축ㆍ재개발과 손을 잡은 자본이 임대시장을 지배한다 
휴거를 부른 공공임대주택 실패와 주택시장 민영화
집 지을 땅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주택시장의 금수저, 아파트 재건축
주택시장의 게임체인저, 뉴스테이의 확산
은행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현실, 한국에 뉴스테이 전성시대가 열린다
주택시장의 만년 조연 단독주택, 뉴스테이와 함께 주연이 된다
주택 재건축.재개발 촉진으로 임대료는 상승 장기화한다
분양은 사라진다 
주택을 거래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죽은 사업도 살려내는 용적률 인센티브의 효과

 

제3부. 사야 할 집, 팔아야 할 집 _무주택, 전ㆍ월세 세입자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2018년 부동산 위기론의 실체
부루마블과 부동산 시장의 비밀
주택가격 전망
주택 수요의 구조에 숨겨진 한국 부동산 시장의 비밀
주택도 주식처럼 투자하라
전세시장의 하이에나, 무피투자
공인중개사가 사라진다
기업에 월세를 내는 삶
부동산 리츠가 밀려온다
한국 주택시장의 미래

 

제4부. 어떻게 주택을 사야 하나 _내 집을 마련하는 실전 노하우 
서울에 20평 1억 아파트 공급이 가능할까?
2015년, 재개발ㆍ재건축의 사업성이 소리 없이 좋아진 이유
지분제와 도급제 방식의 차이를 알자
주택 재건축 투자의 정석
주택 재개발 투자의 정석 
주택 재개발 및 재건축 현황




뉴스테이 시대, 사야 할 집 팔아야 할 집


뉴스테이 시대의 개막 _한국 부동산 시장의 미래는 이미 예견됐다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라 이름 붙은)이 부동산 시장을 바꾼다

본론부터 말해야겠다. 앞으로는 민간 개인이 아니라 민간 기업이 주택을 임대 목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하면서 임대시장의 구조를 근본부터 바꿔놓을 것이다. 이런 전망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이유는, 필자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는 금융투자업계의 거대한 변화를 필드에서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자산운용업계의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금융투자업계에는 작년 말부터 집합투자기구(펀드나 리츠 등)라는 것을 만들어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으로부터 주택을 2,000호~3,000호씩 구매한다. 일반인은 상상하긴 어려운 대규모다.


주택 재개발/재건축 조합 역시 조 단위로 구성된 펀드 등에 거리낌 없이 주택들을 판다. 조합들이 팔겠다는 물량이 너무 많아서 집합투자기구의 설립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급작스러운 변화는 2015년 말 시행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등장한 후 발생한 거대한 물결이다.


금융투자업계가 재건축/재개발 조합으로부터 주택을 수천 호씩 사려고 만든 것이 집합투자기구라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집합투자기구라는 용어는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용어 그대로 모아서 투자하는 기구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가입하는 펀드와 같다고 보면 된다.


집합투자기구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 사용되는 방식은 크게 부동산 펀드와 REITs(리츠)의 두 가지다. REITs(리츠)란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약자인데, 중요한 것은 리츠든 펀드든 민간 기업이 자금을 대고 모집해서 집합투자기구를 만들고 그 집합투자기구를 통해 주택을 수천 호씩 대량 구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5년 11월, 인천 부평구 십정동 216번지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인 십정2구역 재정비사업 조합은 스트래튼 홀딩스라는 민간 부동산 컨설팅 기업에 3,000세대의 일반분양 물량을 모두 매각하기로 결의한다. 민간 기업인 스트래튼 홀딩스는 조합원들에게 다음처럼 얘기했다. 우리가 이 사업의 일반분양 분을 모두 사겠습니다. 전체 분양 중 조합원 분양을 제외한 규모는 일반분양만 총 3,000세대에 분양매출만 대략 8,000~9,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됐는데, 이를 통째로 한 번에 사겠다고 하자마자 8년간이나 지지부진하던 이 사업은 기지개를 켰다.


인천의 한 조합에서 발생한 국내 최초의 사례는 단박에 전국 주택시장, 특히 장기간에 걸쳐 추진하지 못했던 주택 재건축이나 재개발 조합에서 높은 관심을 끌었다. 민간 기업에 미래의 모든 일반분양을 팔 수 있다는 것은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수익을 이미 완료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 조합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바로 한 달 뒤, 인천의 청천2구역의 재개발 사업도 같은 절차를 밟았다. 청천 2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일반분양 물량 총 3,500호를, 한국토지신탁이라는 민간 기업이 부동산 리츠를 설립해서 일괄 매입하기로 확정 지은 것. 금액 규모로는 거의 1조 원에 육박한다. 한국주택 역사상 가장 큰 단일거래다. 이 외에도 광주광역시의 누문 재정비 사업에서 민간 기업(KB신탁)이 총 3,000세대의 일반분양 물량을 일괄 매입하기로 확정했다. 훗날 사업자는 KB신탁에서 스트래튼RE라는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 기업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이 세 건의 거래가 이른바 민간 기업형 임대주택, 줄여서 뉴스테이라고 부르는 사업이다. 대중들에게 비교적 생소한 집합투자기구가 등장하지만, 모두에게 친숙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었기에, 주택시장에 미칠 파문이 점차 커지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 걸까? 먼저 왜곡과 오해로 가득한 한국 주택시장의 실제부터 바로 알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뉴스테이가 등장하게 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도 집을 더 지어야 한다니

피겨여왕 김연아가 여자 싱글 최초로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프로그램을 합쳐 200점을 넘어 기록한 2009년, 한국의 주택보급률도 100%를 넘었다. 당시 김연아의 피겨 점수는 장안의 화제였는데(김연아는 세계기록을 총 11번 갈아치웠다), 필자는 피겨 점수가 200점이 만점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더 놀라고 말았다. 그런데 주택시장에도 그런 지표가 하나 있다. 바로 주택보급률이다.


한국의 주택보급률이 100%가 최대인 줄 알았는데, 2009년 101.2%, 2010년 101.9%를 지나, 2014년 103.5%까지 계속 100%를 넘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유럽/미국/일본은 120%에 가까운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궁금함이 생긴 건 필자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급기야 통계청의 주택보급률 질의/응답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올라온다.


“100%가 넘어간다면 그것은 더 이상 지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요?(2013년 10월 1일)”


보통 100%를 달성했다고 하면 완전한 상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질문이다. 그런데 국토부 담당자는 “무조건 더 지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답글을 남겼다. 그러고는 이렇게 썼다.


주택보급률은 1가구가 소유하는 주택 수의 비율로써 (···) 한 사람이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는 경우도 있으며, 노후화된 주택의 개량, 택지개발 등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므로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고 해서 무조건 주택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보급률 100%인데 왜 더 지을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한 것일까? 바로 보급률의 셈식에 그 해답이 있다. 주택보급률은 분자를 주택 수, 분모를 일반가구 수로 넣고 계산한다(주택 수/일반가구 수×100). 2010년 말을 기준으로 일반가구 수는 총 1,733만이고, 주택 수는 1,767만이므로 이를 계산하면 주택보급률은 1,767/1,733×100=101.9%가 된다. 2014년 말 기준으로는 1,942만 호/1,873만 가구이니까 보급률은 103.5%였다.


그렇다. 대한민국의 주택보급률은 김연아 선수의 피겨점수처럼 마치 달성하면 끝날 것 같던 200점을 넘어서 계속 상승하는 중이다. 중요한 건 보급률에는 만점이 없다는 사실이다. 보급률 100% 초과는 일반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주택 공급이 과잉됐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실상은 한국에 주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게 진실에 더 가깝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분모인 가구 수가 지금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급률이란 통계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분모와 분자의 변화를 함께 봐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쪽 면만 보는 우를 범하기 쉽다.


특히 분모인 가구 수 증가속도가 빠른 나라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국의 가구 수는 지금 이 시각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증가하고 있는 가구 수만큼 미래에 주택이 공급되어야만 할 것인데, 그 규모는 통계청이 조사해서 발표하고 있다.


통계청이 2012년 발표한 2010~2035년의 장래가구추계로는 한국의 2035년 가구 수가 2,226만1,000이다. 2010년 기준 1,735만9,000 가구 대비 약 1.3배 증가하는 수준이다. 인구(가구) 통계에서 유의할 점은 한국의 인구 증가율이 2030년 이후 마이너스로 전환하며 감소하기 시작하지만, 가구만큼은 2035년까지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1인 가구, 부부 가구 등 가구가 분화하고 해체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밝히고 있다. 평균 가구원 수는 2010년 2.71명에서 2035년 2.17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셈법이 나온다. 한국에 연평균 19만6,000가구가 새롭게 생긴다! 이는 국내 주택의 3가지 수요 중 하나인 가구(인구) 수요에 해당한다. 또 이 숫자에는 주택을 구매할 능력이 있는지를 묻지 않는다는 점도 포함된다. 좋든 싫든 인구 증가나 가구 분파에 따라서 2035년까지는 무조건 증가할 가구 수에 맞는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한국은 주택보급률 100%가 넘는 상황인데도, 인구 증가와 가구증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20년 이상은 꾸준히 주택을 공급해줘야 한다. 눈여겨볼 부분은 2035년까지 가장 높은 증가속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1인 가구다. 이에 발맞춰 최근 주택 공급 업체들이 1인 생활에 맞는 주거 공간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합리적이다.



뉴스테이가 몰고 올 부동산 시장의 파문 _재건축/재개발과 손을 잡은 자본이 임대시장을 지배한다

은행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현실, 한국에 뉴스테이 전성시대가 열린다

2016년 3월 14일,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KEB)과 합병하면서 발생한 약 60여 개 중복 은행점포 부지를 재정비해서 주거용 오피스텔을 공급하는 민간 기업형 임대주택 계획을 발표했다. 물량은 2018년까지 총 1만 호에 이른다(글을 쓰는 현재 KT도 도심형 임대주택 공급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재건축/재개발과 연계하는 형태의 뉴스테이가 주로 관심을 받았다면, 하나금융지주의 발표로 민간 기업이 보유한 구도심 택지도 주택용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대중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런 형태의 사업을 민간 제안형이라 하는데, 많은 민간 기업 중에서도 보수적인 은행그룹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뉴스테이가 사업성이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국내에서 민간 제안형 뉴스테이의 첫 사례는 2015년 인천 도화지 구 뉴스테이 사업이다. 이 사업은 국내 대형건설사인 대림산업이 제안했지만, 부지가 충분하지는 못해서 사업의 연속성은 떨어졌다. 그런데 민간 기업 중 구도심에 다수의 사업용 용지를 보유한 은행권(하나금융, KB금융 등)과 KT(한국통신), 한국전력이나 유통 공룡인 롯데그룹과 같은 그룹들이 참여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전국의 요지에 사업용 택지를 확보한 민간 대기업 그룹들은 임대주택 사업이 수익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들은 주택 임대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그중 사업발표가 가장 빨랐을 뿐이고, 곧 다른 민간 대기업들도 이 변화에 동참할 것이다. 소위 뉴스테이 전성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민간 기업형 임대사업자들을 민간 개인형 임대사업자들이 우글거리는 정글로 진입시키기 위해서, 정부는 뉴스테이 사업에 용적률 상향이라는 인센티브 규정을 두었다.


뉴스테이는 앞으로 총 3가지 방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첫째 방식은 청천2구역, 십정2구역 등과 같이 재건축/재개발과 연계한 정비사업 연계형이다. 정비사업에서는 기본적으로 조합분양과 일반분양 물량이 발생하는데, 그 일반분양 물량을 기업이 통째로 매수하는 형태다. 규모도 가장 클 뿐 아니라, 길게 지연되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부활시키는 형태여서 한국 주택시장에 가장 파급력이 큰 사업방식이다.


둘째 방식은 하나금융지주의 은행지점을 재개발하는 것처럼 민간 기업이 보유한 구도심 토지를 재개발하는 민간 제안형이다. 민간 제안형은 앞으로 민간 대기업들의 참여도가 중요해지겠지만, 토지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이 도입될 것이다.


마지막 셋째 방식은 기존부터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던 LH공사가 보유한 토지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다만 이 형태는 사업주체만 공공에서 민간으로 넘어간 것이어서 임대주택의 물량자체에는 변화가 없는 LH형이다. 이 중 가장 빠른 진행은 LH형이었지만, 첫째와 둘째 방식의 뉴스테이인 정비사업 연계형과 민간 제안형이 임대주택시장의 판을 바꿀 게임 체인저다.


분양은 사라진다 

분양과 청약은 한국 주택시장을 대표하는 단어 중 하나다.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 인력을 모집하고, 조합원 분양과 일반분양으로 구분하는 일은 주택시장에서 아주 흔한 풍경이다. 개인은 그 분양을 받으려고 청약통장에 가입하고 적절한 분양지를 기다리는 것이 우리의 주택 구매방식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분양은 사라진다.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왜 그럴까?


먼저, 박근혜 정부가 5/26대책에서 밝힌 대로 제2기 신도시 사업이후 공공택지 보급을 잠재적으로 중단했다. 신규택지에 나올 분양 물량은 앞으로 사라진다. 한국 택지 시장에서 주택 보급 계획에 필요한 물량의 50%나 부족한 공공택지가 공급되는 상태이므로 이것이 바뀌지 않는 한 확정적으로 올 미래다. 위례, 동탄, 세종시 등 신도시의 신규분양이 첫 번째로 사라지는 분양이다.


두 번째 사라지는 분양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일반분양이다. 전국의 주택 재건축/재개발 사업 등에서 뉴스테이가 확산할 경우, 일반분양을 모두 집합투자기구가 블록거래를 통해서 분양 없이 매수한다. 이때 모델하우스를 건설할 필요도 없고, 분양 인력을 뽑을 필요도 없다. 조합과 기업 간 매매계약을 통해서 수천 호의 주택이 분양 없이 소유권이 이전된다.


나머지 뉴스테이들도 마찬가지다. 민간 제안형 뉴스테이나, LH형 뉴스테이 모두 분양이 아니라 기업 소유를 전제로 한다. 물론, 민간임대주택법에서는 임대 의무기간을 8년으로 정하고 있지만, 8년이 지나서 개인에게 매각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속해서 임대사업을 할 수 있고 8년이 지난 뒤 집합투자기구가 실물 주택을 매각하고자 할 때는 또다른 기관투자자에게 매각할 가능성이 훨씬 크니까 개인에게 분양 목적으로 매각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한국의 선분양제도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공급 방식이다. 주택 건설 시행사에 유리한 방식이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한마디로 시행사 처지에서 미리 분양하면 원활한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기적 목적의 주택매매거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많았다. 뉴스테이 사업과 택지공급 감소를 통해서 신규분양, 조합사업의 일반분양을 모두 없애는 것은 정책 자체로는 거칠지언정, 분양과 관련된 잡음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만일 청약통장의 금리가 아쉽다면 모르겠지만, 청약을 목적으로 통장을 가지고 있는 거라면 이제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 실제 매수하려고 청약저축에 가입하는 주택 실수요자에게 앞으로 한국의 분양시장 변화는 뼈아프게 다가올 것이다.


미래에는 구매할 여력이 있더라도, 기존과 비교해서 분양주택 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매수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이처럼 크게 변하고 있으며, 과거의 질서를 새롭게 재편해 나가고 있다.



사야 할 집, 팔아야 할 집 _무주택, 전/월세 세입자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주택가격 전망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이 주택시장에 관한 얘기를 하면 마지막 질문은 거의 “그래서 주택 가격이 오르나요 내리나요?” 혹은 “사야 해요 팔아야 해요?”다. 궁극의 관심사라고 해야 할까, 결국 주택도 자산시장의 일부이므로 가격 전망을 해 달라는 요구는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시장 전문가들에게 가장 속 편한 가격 전망은 박스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박스권이란 특정 자산의 가격이 일정한 범위를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는 의미다. 장기 방향성이 없는 상태를 전제로 한다. 요즈음 가격 전망은 죄다 박스권이다.


주택시장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가격은 중요하다. 코스피(KOSPI)와 코스닥(KOSDAQ)시장의 지수, 즉 가격은 시장을 단 하나로 설명해주는 가장 훌륭한 지표다. 이는 주택에서도 똑같다. 신규 분양하는 주택수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시장을 설명할 수 있는 부동산 지표란 바로 가격이다. 그럼 무슨 가격일까? 재고주택의 가격이다.


증시에 기업을 새로 상장시키는 것을 주식공개(IPO)라고 하는데, 이때 상장기업의 주가가 상장 전에 먼저 결정된다. 이는 마치 신규 주택분양과 비슷하다. 그러나 일단 상장하면, 상장 전에 생각했던 주가가 유지되지 않고 시장에서 결정하는 가격을 따라가게 된다. 거래는 경제의 기본이므로 거래를 통해 형성된 가격이 시장가격이 되며, 이는 주식과 부동산 모두 똑같다.


주택시장에서도 일반분양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재고주택의 가격 추이를 더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 주택 가격에 대해서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관심을 두고 자국 시장의 재고주택 가격을 전망한다.


한국에서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포함해 다수의 연구기관과 국책기관들이 주택시장의 가격을 전망하며 매년 초에 발표한다. 그리고 필자가 일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민간연구소 역시 가격 전망을 발표한다. 2016년 이런 다수의 기관에 의해 도출된 결론은 주택가격은 약 1.5~2.0% 상승, 그리고 임대가격은 약 3.0~3.5% 상승이다. 필자도 2016년 주택시장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상저 하고의 가격 추이를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장기 주택 가격은 어떻게 변화할까? 중장기 가격의 변화, 즉 가격의 방향성은 주택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다. 이 때문에 KDI에서는 2012년 말 500페이지가 넘는 분석자료를 통해 거시경제 변수가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총정리한 자료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GDP(국내총생산), 금리, 금융시장 조건, 인구사회 구조, 주택 재고와 주택 수요, 공급 등 주택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매크로 지표들과 가격 간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를 담았다.


그런데 이제 뉴스테이의 등장으로 주택시장의 가격 전망은 약간 달라져야 할 것 같다. 필자는 거시경제 측면의 다양한 변수가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현재의 주택시장은 과거의 주택시장과 3가지 요소가 달라졌기 때문에 가격 강세가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첫째 요소는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전국적으로 약 700만 호에 이르는 노후주택들이 뉴스테이 등에 의해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할 경우, 용적률이 50%포인트 증가할 수 있게 바뀐 점이다. 민간임대주택법상 용적률이 기존 250%에서 300%로 50%포인트 상승하는 변화는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20% 상승한다는 의미다((300-250)/250=20%). 이는 집합투자기구와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만나는 경우에 한정된 상승 요소지만, 법규로 보장된 것이고 계산이 명확해서 재고주택의 가격상승을 자극할 것이다. 이미 단독주택 중심의 주택 재개발 사업지들이 이를 입증했다.


뉴스테이는 아파트나 단독주택 구분이 없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모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노후 단독주택(빌라)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기에, 이는 단독주택에 더 부합하는 가격 상승 요소다.


둘째 요소는, 아파트 시장의 변화로, 재건축 연한이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되면서 미래가치가 현실화하는 시기가 더 빨라졌다는 점이다. 2016년부터 9/1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시작하기 때문에, 10년 단축된 미래가치 도달 시점은 곧 현재 가격의 상승으로 귀결된다.


미래 가치를 현재 가격으로 표시할 때는 이자율로 할인하는 방식을 쓴다. 미래 가치를 6억 원이라 하고, 이자율을 3%라고 할 때, 미래 가치 도달 시점이 5년인 것과 15년인 것은 현재 가치가 상당히 다르다. 전자는 현재 가치가 5억2,000만 원인 반면, 후자는 현재 가치가 3억 8,000만 원으로 1억4,000만 원의 차이가 난다.


9/1 부동산 대책을 통해 1987년 준공 주택부터 재건축 연한이 2년 단축되는 효과가 시작되니까 재건축 아파트의 잠재가치 실현 시기의 단축은 현재 가격을 상승하게 하는 요소로 점차 작용할 것이다. 9/1대책은 그런 의미에서 준공 40년이 되지 못했던 아파트만의 이슈다.


셋째 요소는 새로운 점유 주체로서 기업이 주택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연평균 약 10만 호에 달하는 주택을 기업이 구매한다면 최소 30~40조 원의 자금이 주택시장에 유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연평균 재고주택 매매가 약 80만 호 수준이고, 매매거래 주택가격을 평균 4억 원이라고 하면 평균 거래규모는 약 320조 원에 해당한다. 기업의 주택 신규구매 30~40조 원은 그래서 약 10%의 초과 수요로 연결된다. 특정 자산시장에서 수급이 증가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가격 상승 조건이다. 주식시장이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설명하는 시장이고, 부동산 시장 역시 거대한 자산시장의 일부다.


이들 3가지 요소의 변화가 나타날 중장기 주택시장의 가격 흐름은 상당히 오랜 기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경색할 리스크는 없을까? 지금 시점에서는 한국이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것과 정치가 가장 큰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확대된다거나 부동산 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 확실히 주택시장의 안정성을 해치는 요소다.


먼저, 주식이든 채권이든 부동산이든, 원화 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한국의 투자자들은 원화 자산의 구조적 한계로 환율이 급변하는 데 따른 리스크에 대해서는 이를 헤지(회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자산 가격은 국내 변수뿐 아니라 국외 경기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1998년, 2008년, 2011년 등 거의 모든 한국 경제의 위기는 늘 세계 경제불황과 함께 왔다. 오늘날에도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미국, 유럽, 중국이나 일본 등의 경제 상황을 매일 살펴야만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러니 이를 헤지하는 것은 필수라 여겨진다.


한국 주택시장의 미래

과거 주택 공급 집중 시대에는 주택개발사업의 시행, 시공, 그리고 분양 등 양적 지표를 채우기 위한 공급 중심의 비즈니스가 전성기를 이뤘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과 시행사 들이 이러한 자리를 차지했고 수십 년에 걸쳐 그 이익을 누렸다. 선분양과 토지 매각가격에 대한 논란에도 다양한 인센티브가 있었고 그들이 주택시장의 주인공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양적 확장기가 더는 지속하기 어렵게 됐다. 이제는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변화, 점유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주택시장에서는 기업형 임대주택 시대에 임대-유지/관리-유통-리폼 등 이른바 후방 밸류체인이 발전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변화는 이미 주택시장이 발달된 나라들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것이어서 새삼 특별할 것도 없다. 한국의 임대주택시장이란 민간 개인이 99%를 운영했던 만큼 질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었다. 임대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은 기업형 임대주택 서비스의 향상과 함께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의 주거서비스는 민간 개인의 주택서비스와 질적으로 차별화된다. 한국의 경우에도 기업형 임대주택의 임대관리회사로 등록한 회사들은 새로운 주거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동탄2(A-14)의 대우건설 푸르지오 서비스는 맞춤형 교육, 소모품 교체, 내외부 청소 등을 부가서비스로 제공한다고 밝혔고, 위례신도시의 대림 코퍼레이션은 세탁, 이사, 육아 등의 오렌지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예고했다. 일본의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자와 유사한 서비스들을 한국 최초로 제공하는 것이다.


민간 기업의 임대서비스는 다양한 제품의 렌탈, 보안, 청소, 교육, 육아 등의 서비스들을 추가로 늘려가며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임대료는 옵션제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의 유지/관리 그리고 운영 사업이 발전한다는 것도 큰 변화다. 집합투자기구를 통해서 주택을 수천~수만 호씩 보유한 기관은 이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위탁관리로 전문 부동산 자산운용사에게 맡길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한다(그중 하나가 인천 십정2구역, 광주 누문지역을 매수한 스트래튼 홀딩스다).


자산운용업의 한 부분인 대체투자 부문이 특히 크게 성장할 것이다. 물리적 시설 관리 역시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다. 금전 신탁과는 달리, 부동산 신탁은 물리적인 유지/관리가 필수다. 아파트관리업을 생각하면 될 이 시설 관리업은 지금은 청소와 간단한 용역 등에 머물러 있지만, 이후 다양한 기업의 부가서비스(보육, 교육, 렌탈, 도우미 등)와 결합하며 대단히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기업이 보유한 건물의 유지/관리는 감가상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어서, 경제적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법 등이 다양하게 도입될 전망이다.


민간 기업형 임대주택이 만들 세 번째 변화는 바로 유통시장의 변화다. 주택이 집합투자기구 형태로 매수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금융시장에 등장한다. 이 중 일부는 주식시장에 상장해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주식처럼 매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역시 한국에서 볼 수 없던 그림인데, 외국에서는 이미 이런 후방 산업이 발달해 있다.


미국을 보면 상장 리츠가 187개, 리츠의 총자산 규모는 약 862조 원에 이른다(2014년 상반기 기준). 일본도 상장 리츠가 총 88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주택(Apartments) 부문의 리츠 중 최대 규모는 에쿼티 레지덴셜(Equity Residential REITs, EQR)이다. EQR은 1969년에 설립됐고, 주택임대업을 영위하는 공모 리츠다. 시가총액은 약 35조 원에 이르고 11만3,000호가량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이 중 2만3,000개의 자산은 2015년 10월에 매각해서 현재는 8만9,000개 보유). 전체 임대자산 규모는 총 34조 원이다.


리폼 시장도 열린다. 주택의 개보수를 담당하는 리폼도 기존에는 착한 일부의 사마리아인이 개인적 목적으로 했다면, 이제는 기업이 리폼 계획을 밝히고 순서대로 진행할 것이고, 이 역시 전문 기업 간 거래 (B2B) 형태가 될 것이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99%의 개인형 민간임대시장에서 앞으로 얼마의 비율로 민간 기업의 비중이 올라가느냐 하는 쟁점이 있기는 하나, 구도상 민간 기업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크게 네 가지 부문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뉴스테이는 한국의 고질적 병폐인 주택의 점유구조에 메스를 대는 것이어서 그간 간헐적으로 반창고를 붙이던 것 같던 주택정책들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임대주택을 누가 공급하고 어떻게 공급하며 유지할 것인지의 문제, 택지시장에 나타나는 변화, 그리고 어떤 주택 수요가 자극되어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고 매매가와 임대료는 어떤 방향을 갖게 될 것인지 등, 주택시장에 대한 거의 전 부문에 근본적 변화를 불러왔다. 불과 3년 만에 이뤄진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미래의 부동산 시장은 어느 순간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잊지 말자. 앞으로 5년은 과도기요 이후는 달라지는 시대다. 이제부터는 독자들이 선택해야 할 문제다. 필자부터 말하자면, 나는 토지시장이라는 부루마불의 주사위를 굴리는 참여자가 될 것이다.



어떻게 주택을 사야 하나 _내 집을 마련하는 실전 노하우 

주택 재개발 투자의 정석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해서 비교적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재개발이다. 정비사업 절차가 진행 중인 주택 재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재건축 예상 단지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할 때 약간은 복잡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정비사업의 추진 절차와 어느 단계에서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를 간략히 이해할 수 있다면, 자기계산이 가능해진다. 그다음부터는 투자에 적합할지 아닐지를 구분하는 데 어렵지 않으리라 본다.


주택 재개발 사업의 최초 상태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단독주택(빌라)이 밀집해 있는 것이다. 주로 다세대(세대 구분 등기가 가능한 단독주택)주택이나, 연립주택, 혹은 단독/다가구주택 등이 존재하고, 임대료는 주거의 질이 낮으므로 아파트와 비교해서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운영된다.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정비사업은 그 절차가 있고 일견 복잡해보일 수 있지만, 핵심은 사업 담당 지자체로부터 받는 3건의 인가를 중심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가장 빠른 인가 단계가 조합설립인가다.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주체이므로 조합설립은 필수고, 이 단계를 위해서 조합추진위원회라는 것이 발족한다. 조합추진위원회는 일종의 임시조직과 같은 것이며, 조합이 설립되는 순간 해산된다. 조합설립을 받기 위해서는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주민 동의가 필수고, 적정한 동의를 얻지 못하면 조합도 영원히 설립되지 못한다.


두 번째 단계는 사업시행인가다. 이 단계는 조합설립 이후 사업방식을 확정 지어서 주택건설 인허가를 받는 것을 말한다. 사업방식은 지분제인지 도급제인지, 일반분양은 몇 호를 하며, 조합원 분양은 몇 호를 하는지, 공공임대주택은 몇 호를 공급하는지 등 실제 분양이 가능한 수준까지 포함된다.


마지막 단계는 관리처분인가다. 이 단계를 위해서 조합은 감정평가를 수행하며, 조합원이 갖는 토지와 건물의 가치를 각각 추정한다. 이 가치가 확정되면 일반분양가와 조합원 분양가 역시 확정되므로, 사업 손익이 결정되는데 이 단계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된다.


일단 관리처분인가를 받게 되면 사업에 반대할 때 토지가 조합에 수용되고, 찬성하면 입주권이 발생하므로 사실상 마지막 단계다. 관리처분인가 뒤로는 이주와 철거가 시작되고 곧바로 분양절차에 진입하게 된다. 단지별, 단계별로 더 자세하게 확인하고 싶으면 지자체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해당 권역의 정비사업 단계를 직접 확인하면 된다(서울시는cleanup.seoul.go.kr에 나와 있다.).


서울에서 미아, 길음 등 강북권 재개발 단지의 경우, 대지지분 25㎡, 예비감정평가(종전 감정평가) 1억 원을 받은 다세대주택 일부를 매매가 1억 5,000만 원에 매입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주택의 입주권을 1억5,000만 원에 매입하고, 전세를 5,000만원에 놓았다. 이 경우 투자 위험과 기회는 어디서 발생하게 될까?


먼저 재개발을 위한 예비 사업계획에서 조합분양과 일반분양의 수 그리고 분양가가 대략 결정된다. 그러면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분양가 예비안이 나오는데, 이를 토대로 조합원들의 입주권을 3억 원이라고 하고(조합원은 3억 원에 70㎡를 공급받는 개념), 일반분양권은 4억 원(비조합원은 70㎡를 4억 원에 공급받는 개념)이 됐다고 하자. 그렇다면 조합원인 경우 사업이 준공되는 과정에서 실제 일반분양까지 성공하게 된다면 약 1억 원의 시세차익(4억 원-3억 원)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재개발뿐 아니라 재건축을 포함한 정비사업의 기본 방식이다. 좋은 정비사업일수록 이 차이가 크며, 나쁜 정비사업일수록 이 차이가 적다고 보면 간단하다. 그리고 이 사업의 원가란 조합원 분양가다. 두 가격의 차가 큰 사업은 원가가 낮은 것이다.


리스크부터 찾아보자. 리스크는 크게 두 가지 측면, 즉 가격 측면과 절차 측면에서 발생한다. 먼저 가격 측면의 리스크는 바로 관리처분 단계에서 수행하는 감정평가액(종후 감정평가)이 예상을 밑도는 경우다.


위 강북 재개발 사업에서 예비감정평가액인 1억 원은 확정액이 아니며, 훗날 관리처분인가를 위해 본 감정평가를 받았을 때의 가격과 현재의 예비감정평가 가격이 다른 경우다. 예를 들어 최초 조합추진 단계에서는 예비감정평가액이 1억 원이었는데, 관리처분까지 가서 받은 감정평가액이 8,000만 원인 경우, 투자자는 결과적으로 본 감정평가액 8,000만 원에 대해서 7,000만 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산 셈이 된다. 기존보다 2,000만 원 더 비싸게 준 것이다. 그리고 해당 사업은 조합분양가와 일반분양가의 차이가 1억 원이었기 때문에, 예상 투자수익 역시 5,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대폭 감소한다.


또 다른 가격 측면의 리스크는 바로 관리처분인가 이후의 분양 경기와 조합추진위원회 단계의 분양 경기 차이에 따른 리스크다. 조합설립 시점인 아니라 분양 시점인 약 3년 후 분양시장이 침체해서 일반분양가를 확정 짓는 단계에서 일반분양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위 사례에서 사업 초기에는 분양 경기가 좋아서 일반분양가를 4억원으로 생각했는데, 훗날 관리처분인가 후 분양 경기 둔화로 미래의 일반분양가가 3억8,000만 원이 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역시 투자수익률이 크게 훼손된다.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조합원/일반 분양가가 확정되지 않고, 조합분양 수나 일반분양 수조차 확정되지 않은(사업시행인가 전 단계이므로) 상태에서, 조합추진위원회나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를 대상으로 투자할 때는 근본적인 리스크, 즉 가격이 미확정된 리스크에 놓이게 되므로, 해당 사업지에 투자할 때는 이를 항상 살펴야 한다.


보통 재개발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공인중개사를 방문해 해당 사업의 일반분양가(즉, 주변 시세)를 문의하면 해당 지역에서 가장 성공한 래미안, 자이 등 가장 좋은 가격에 형성 중인 아파트의 시세를 벤치마크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반분양가는 곧 주변 시세가 될 것이므로 주변 시세를 4억5,000만 원쯤으로 이해하고, 조합원 분양을 3억 원으로 이해하게 되면 최대 차액이 1억5,000만 원에 달한다고 착각해 선뜻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예비감정평가 1억 원의 주택을 1억 8,000만 원을 주고서라도 살 수 있을 가능성이 생긴다.


이런 장기투자에서는 가장 낮은 주변 시세를 적용하고, 가장 보수적인 감정평가액(토지가)을 토대로 사업의 손익을 계산해서 투자해야 한다. 만일 그렇게 했는데도 해당 지역의 프리미엄이 예상을 밑도는 수준이라고 판단된다면, 선뜻 매수하는 것이 유리하다. 결국, 서울/경기 등 노후 단독주택 단지 중 구역지정이 된 곳들은 언젠가는 재개발/재건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기반시설 부족을 고려하면 이곳들을 버리고 다른 곳을 선택할 땅이 서울시 안에는 없다.


위 사례는 필자가 서울 길음, 미아 뉴타운 일대의 실제 투자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물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각 사업추진 단계에서 사업추진이 지연될 가능성(주민의 동의율이 낮거나 사업 방식, 모델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지 못한 상태)이 있다. 이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이 원활히 진행되는

주변 지역에서 투자 대상군을 찾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절차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있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설립인가를 위해서는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75% 이상(3/4 이상), 토지 면적의 1/2 이상에서 토지소유자 동의를 얻어야 한다. 추진위원회 단계부터 잡음이 끼게 되면 원활한 주민동의를 구하기 어려워져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후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인가 단계 전부에서 사업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으므로 절차 측면의 리스크는 재개발 투자에서 필연적으로 안고 가야 한다고 보는 게 맘 편하다.


재개발 투자의 정석은 보통 관리처분인가까지 받고 일반분양이 임박한 단지의 조합입주권을 매수하는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 단계에서라면 절차상 리스크도 없을뿐더러, 관리처분단계의 감정평가 리스크도 사라지고, 말 그대로 일반분양만 남는다. 한데 이런 방식과 신규분양 아파트의 일반분양에 투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 다를까?


이 정도로 진행된 단지까지 왔다면 비조합원 신규분양권과 조합원 입주권의 가격이 사실상 거의 같은 수준까지 왔을 것이다. 따라서 투자라고 부르기도 모호하다(그런데도 리스크가 낮다는 이유로 투자의 정석 대우를 받는다.).


그렇다면, 재개발 사업 투자의 기회란 무엇일까? 2015년부터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 정비사업의 공공임대주택 의무공급비율이 낮춰지고, 일반분양가를 높일 수 있게 분양가상한제를 해제하고, 일반분양의 수도 증가시켜 사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뉴스테이의 등장으로, 절차 측면의 리스크는 분명히 과거와 비교해서 낮아졌다는 것이 포인트다.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의 재정비 사업들이 더는 뉴스테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꺼려하지 않게 됐다. 일반분양 수를 늘림으로써 해당 대지의 가치가 기존 대비 20%가량 상승할 기회를 맞이했다. 그러므로 재개발 투자의 정석인 관리처분 직후를 노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사업추진인가 이전 단계의 재개발 대상 사업지를 자세히 분석해서 약간은 중장기 투자를 한다는 각오로 접근하는 것이 기대수익을 더 높일 방법이다.


주식시장에서는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판다는 말이 있다. 이를 주택 재개발 사업과 결부시키면, 조합설립인가 직전에 매수하고, 관리처분인가 직전(리스크 확대 국면)에 매각하는 것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물론 이 기간에 길고 긴 인허가 리스크와 가격 불확실성 역시 안고 가야 하지만, 토지면적이 작은 건축물을 사더라도, 재개발에서는 조합입주권이 발생하므로 이를 고려해서 비교적 사업의 초기 단계부터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붙는 프리미엄은 결국 다 비슷하다. 주식시장처럼 부동산 시장도 결국 모든 거래는 가격을 가진다. 내가 해당 지역에 남들보다 싸게 산다면 유리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주식을 잘 분석했건 아니건 무조건 싸게 산 투자자가 유리한 것이 모든 금융상품의 기본이다. 그러나 우연히 싸게 사는 기회가 한 번은 올 수 있을지언정, 두 번 세 번 연거푸 오지는 않는다. 자기의 계산이 있어야만 두 번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계산하는 법을 연마하기 위해서, 투자에 따르는 위험과 기회를 분명히 구분하고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 재개발 사업을 소액부터, 초기 단계부터 진입하는 것은 그래서 대단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부동산은 첫째도 발품, 둘째도 발품, 셋째도 발품이라는 시시콜콜한 조언을 하기 전에, 숫자를 기준으로 주택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손익은 투자할 토지의 (1)거래가격과 (2)감정평가액, 그리고 (3)조합분양가와 (4)일반분양가의 4개 숫자로 구성된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이 숫자들을 달달 외고 다녀라. 이 숫자는 책상 앞에서도 알 수 있는 숫자다. 많은 사람이 숫자 이면에 가려진 가치와 위험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발품은 저 4개의 숫자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극대화하려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우리의 투자 손익은 일반분양가-조합분양가 > (매수거래가격+세금)-감정평가액일 때 플러스이고, 반대일 때 마이너스가 된다. 사업의 큰 그림을 이해하면 각각의 숫자의 미세한 변화를 오프라인을 통해서 발품을 팔아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좋은 물건은 결코 네이버부동산이나 온라인 중개거래로 올라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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