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전쟁에 묻다

   
김도현
ǻ
왕의서재
   
14000
2015�� 02��



■ 책 소개

 

투자자들이여! 아직도 차트, 테마, 소문에 혹하는가?


주식투자와 전쟁은 3가지 상황을 직면한다는 점에서 같다. 피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불완전한 정보에 의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며, 비이성적 감정에 빠져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 전쟁에 묻다』는 이런 3가지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12개의 전쟁 기록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주식투자에 그대로 적용해 생존법을 모색한다.


이 책은 먼저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전쟁 장면을 그린다. 그리고 각 전투가 성공했거나 실패한 원인을 짚어내고 주식투자로 연결한다. 가령 5장은 개인투자자들이 그토록 집착하는 테마주의 허실을 다루는데,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황군은 먹지 않아도 싸운다’는 일본군의 허망한 구호 탓에 처절히 패한 임팔 전투를 통해 테마주의 실체를 만나게 한다.


이러한 전쟁에서 찾은 주식투자의 절대 생존 룰은 12가지이다. 기업을 분석하는 5단계, 200일 이동평균선 활용, 단기매매라는 신화 탈피, 애널리스트 보고서, 테마주 탈피, 삼봉형 패턴의 의미, 혁신과 성장에 투자, 테마보다 트렌드 찾기, 추세와 모멘텀의 반전, 저항선 돌파, 진짜 PE와 PB, 강한 기업의 조건이 그것이다. 주식투자의 관점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저자 김도현
1996년 주식시장에 첫발을 디딘 이래 20여 년을 국내외 시황분석, 우수 고객의 자산관리 컨설팅, 온라인 고객관리 등의 업무를 맡았다. 특이한 제목과 시장을 대하는 관점으로 유명하며, 최근에는 시황분석을 넘어 올바른 투자문화의 조성에 대한 글을 주로 쓰는 투자 분석가로 알려졌다. 2011년~ 2012년에는 온라인에서 투자자들을 관리하며 느낀 개인투자자들의 성공매매전략을 모 일간지에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이라는 칼럼을 통해 기고되어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명품 투자학(공저)』이 있다.


■ 차례
Chapter 1. 준비되지 않은 자의 무모함 / 핀란드와 소련의 겨울 전쟁
Chapter 2. 그깟 자존심 때문에 / 미군과 일본군 간 과달카날 쟁탈전
Chapter 3. 실패한 히트 앤 런 / 디에프 상륙작전
Chapter 4. 나는 천재야 감히 나에게 전문가 따위가 / 히틀러의 과대망상
Chapter 5. 너희 망상에 불가능은 없다? / 임팔 전투
Chapter 6. 살아남고 싶다면 움직여라 / 오마하 해변 상륙작전
Chapter 7. 때늦은 후회가 투자 탄력성을 키운다 / 나치 선전상 괴벨스
Chapter 8. 오늘을 극복할 때만 가치가 있는 내일 / 전격전의 혁신 1940년 프랑스 전투
Chapter 9. 시대의 트렌드를 이해하라 / 진주만 기습
Chapter 10. 동트기 직전 몇 분이 가장 어둡다 / 엘 알라메인 전투
Chapter 11. 돌파의 미학 / 코브라 작전
Chapter 12.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 이니그마와 울트라
Chapter 13. 역경을 통해 강해진 기업을 찾아라 / 101 공수사단
Chapter 14. 에필로그 / 혼란과 무질서의 극복을 위하여




투자, 전쟁에 묻다


준비되지 않은 자의 무모함

투자하기 전 알아야 하는 기본 상식

생면부지의 머나먼 땅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해당 지역에 대한 관광 안내책자 하나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무작정 부딪치고 보는 배짱’으로 간다면 처음부터 순탄한 일정은 포기해야 한다. 마찬가지다.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기업의 주가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면서 대체 이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벌고 누가 경영하는 기업인지’ 관심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필자는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모든 개인투자자에게 과감히 이렇게 권하고 싶다. “인터넷에서 주식투자 게시판을 기웃거리시기 이전에 ‘DART’부터 제대로 활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투자자라면 대부분 DART, 즉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한번쯤 보았을 것이다. 아직 DART를 방문해 보지 않았다면 주소는 ‘dart.fss.or.kr’이니 꼭 들러보길 바란다. DART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상장된 기업이 대외적으로 투자자들에게 공표해야 할 의무가 있는 모든 정보가 담겨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분기보고서, 사업보고서와 같은 정기공시로부터, 유가증권 발행과 관련된 발행공시, 대주주 등의 지분변동과 관련된 지분공시, 자사주 취득·처분 등 여러 잡다한 공시가 있는 기타공시 등 상장기업이 그간 ‘무슨 일을 어떻게 저지르고 다녔는지’ 시시콜콜 기록해 놓은 장소가 바로 DART다.


물론, DART를 열심히 뒤진다고 해서 ‘내일 주가가 어떻게 될지’에 관한 정보를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홈페이지 왼쪽 맨 위에 쓰여 있듯이 DART는 충분히 ‘대한민국 기업정보 창’이라 할 만하다. 특히 여기에 실린 공시는 매우 믿을 만한 내용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증권업계에서 ‘믿을 만하다’는 평가를 듣기는 진짜 쉬운 일이 아니다.


DART에서 봐야 할 내용은 많지만, 가장 기본적인 점검 사항이 바로 상장기업의 ‘사업보고서’, 혹은 ‘분기보고서’이다. 사업보고서를 열어 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눈앞에 펼쳐진다.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큰 무리 없이 기업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사업보고서를 통해 점검해야 할 대표적인 내용을 본다면 다음과 같다.


1. 회사의 개요와 연혁: 특히 회사의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다든가 이름을 많이 바꿨다든가, 심지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 많다든가 하는 기업들은 조심해야 한다.

2. 자본금 변동사항: 별다른 이유도 없는 유상증자, 전환사채, 신주인수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금을 많이 늘린, 즉 유통물량을 많이 늘린 기업들은 주의 대상이다.

3. 사업의 내용: 진짜 많은 내용이 있다. 최소한 주력제품이 뭐고 매출비중들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 보자.

4. 주주에 관한 사항: 주식시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고수들은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대주주를 잘 알아야 주가를 이해한다’고. 주요 주주는 누구인지, 외국인·기관 중 대량으로 물량을 가진 수급주체는 있는지 점검해 보자.

5. 재무제표: 진짜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실제 재무제표를 보고 자기의 관점에서 기업의 적정주가를 생각해 본다면 투자에 많은 도움이 된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말만 믿어라

진짜 중요한 이야기다. ‘너한테만 가르쳐줄 테니 이 주식 사 봐.’라는 말을 함부로 믿으면 큰일 날 수 있다. 투자의 세계는 냉정한 법. 그 누구도 투자의 결과에 대해서는 투자자 이외에 단 한 사람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필자는 ‘정식으로 자격증을 보유한 금융기관 직원들’의 말을 믿으라고 하고 싶다. 최소한 그들은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이 고객들에게, 혹은 외부투자자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감시하는 인력도 따로 존재한다. 또 금융기관직원들이 규정에 위반된 투자권유를 하여 손실이 발생했을 땐 각종 절차에 따라 투자자가 구제받을 방법도 존재한다.


투자의 천재라고 알려진 워런 버핏이 꾸준하게 수익을 내는 이유는 ‘주가가 상승할 종목을 잘 찍기 때문’이 아니라 ‘적정한 수준의 주가 대비 저평가된 종목을 가려낼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럼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자산관리자는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A.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제공해 줄 수 있다. 특히 기업의 펀더멘털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리서치 센터를 보유한 금융기관의 자산관리자는 ‘자기 회사 애널리스트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매우 강력한 기능이다.

B. 기업에 대한 정보를 비전문가인 개인투자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줄 수 있다. 개인투자자 중 현금흐름, 추정실적, 기업가치, 지분변동 등의 용어들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C. 보유한 기업, 관심 있는 기업의 주가와 관련된 이벤트가 생기면 그것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투자자에게 설명해 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자산관리자의 기능이기도 하다.


결론은 간단하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며, 정체가 불분명한 사람 말을 따르지 마라. 특히, 자기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이유가 하나도 없는 사람 말은 매우 선별적으로 가려가며 들어야 한다.



나는 천재야 감히 나에게 전문가 따위가

매매할 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이유

오늘도 수많은 전문가, 즉 애널리스트들이 주식시장에서 새로운 종목에 대해 새로운 의견을 내놓고 있건만, 개인투자자들은 요지부동, 실적추정도 투자의견도 없는 테마주, 작전주 등을 꾸준하게 매매한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우량종목들도 많은데 왜 이런 종목들을 매매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이유는 둘 중 하나다. 하나는 대형종목들의 변동성에 만족하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가들이 말리든 말든 나름대로 테마주를 매매해서 몇 번 성공한 경우다. 즉, ‘나름대로 내 전략과 원칙을 가지고 테마주, 작전주를 매매해서 수익을 낸 적 있는데 어리바리 전문가라고 나와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태도인 것이다.


재미있는 가정을 해 보자. 가까운 미래, 우리나라 어느 방송사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가위, 바위, 보’ 이벤트를 추진한다. 규칙은 간단하다. 방송사는 전 국민에게 1인당 1,000원씩 게임원금을 지급한다. 전 국민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조를 짜서 가위, 바위, 보를 하는데, 이긴 사람은 진 사람 투자원금을 몽땅 가져간다. 그리고 그다음 날에는 이긴 사람들만 모여 다시 한 번 가위, 바위, 보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결국 한 번 이기면 2,000원, 두 번 이기면 4,000원, 세 번 이기면 8,000원……. 이런 식으로 승리의 대가는 2의 승수에 비례하여 늘어난다.


그럼, 이런 식으로 계속 가위, 바위, 보 게임을 하다 마지막 열 명이 남으면 판돈이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국민 수를 얼추 5,000만 명으로 잡고, 참여하는 인원이 열두 명으로 줄어들 때까지 계속 가위, 바위, 보를 하다 보면 판돈은 83억 원까지 늘어난다. 이 대목에서 방송사는 게임을 멈추고 최후의 승자 여섯 명에게 83억 원씩 지급했다고 상상해 보자. 그리고 방송사는 내년에 같은 게임을 다시 한 번 하겠다고 공표한다. 어떤 일이 발생하겠는가?


일단 서점은 ‘가위, 바위, 보 잘하는 방법’에 관한 책으로 넘쳐 나겠고, 승자인 다섯 명은 우리나라에서 가위, 바위, 보를 제일 잘하는 사람으로 대우받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최후의 승자 다섯 명은 통계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다섯 명임을 알 수 있다.


즉, 가위·바위·보를 연속으로 23번 이길 수 있는 확률은 0.0000119209퍼센트로 매우 적지만, 최종 6명의 승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 가위, 바위, 보를 시키면 결국 누군가는 이 확률을 극복하고 승자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가위, 바위, 보 게임의 승자인 6명은 ‘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들’일 뿐 그들이 가위, 바위, 보를 거의 ‘신’의 수준으로 하는 능력을 가질 가능성은 극히 적은 것이다. 간단한 예로 우리가 로또에 당첨된 사람을 보고 ‘운이 무지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칭할 뿐 ‘로또를 무지하게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주식투자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개인투자자가 순수하게 단기 투자의 목적으로 주식을 매수했을 때 주가가 당장 상승할 확률은 몇 퍼센트일까? 상황과 종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무난하게 50퍼센트로 생각해 보겠다. 주가가 상승할 확률이 50퍼센트를 넘는다면 당연히 주가가 더 오를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주가가 하락할 것이니 인단 50퍼센트가 가장 무난한 확률이다.


그럼 주가가 상승할 확률이 50퍼센트인 ‘도박’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연속으로, 예를 들어 5회 이상 단기 매매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가령 개인투자자가 아무 생각 없이 개별종목을 매수하여 5번 연속 수익을 내며 매도할 가능성은 3.1퍼센트로 매우 작지만 존재하기는 한다.


매매하는 종목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없이 단기적인 차트의 지표만 보고 매매했는데 지속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경우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는가를 해석하는 관점이다. 과연 개별종목의 주가를 예측하는 신비한 지표가 차트 속에 숨어 있고 개인투자자는 그 비결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그럼 지속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개인투자자가 시장에 존재한다는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여기에 대해 필자는 다음의 2가지 원인을 말하고 싶다.


개인투자자들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기보다는 시장 상황이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매매에 적합했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개별종목이나 테마 종목이 시장의 분위기를 지배하며, 기관투자자들이 뛰어드는 국면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인 시장국면은 장기간 지속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단순히 운이 따랐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파생상품 매매다. 워낙 투자 레버리지가 높은 매매이다 보니, 몇 번만 성공적으로 매매하면 수익도 짭짤하고 투자의 정석을 깨우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이러한 운이 계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늘을 극복할 때만 가치가 있는 내일

성장에 투자하라

주가도 크게 하락했고, 자산가치도 튼튼한 저평가된 가치주에 투자하는 편이 좋을까, 아니면 다소 주가상승의 부담은 있지만, 현재 투자자들의 기대를 뛰어넘어 성장하는 성장주에 투자하는 편이 좋을까? 기업 내용을 자세히 분석하고 판단해야 할 문제겠으나, 성장주에 투자하는 편이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때가 뜻밖으로 많다. 애플을 보자. 한창 연평균 20퍼센트 이상 매출이 성장하면서 회사가 커가고 있을 때는 미국의 대형주 평균 대비 2배가 넘는 수준의 기업가치기준으로 거래되었다. 그러다, 매출성장률이 보통기업의 수준으로 회복하자 기업가치 기준이 금방 ‘보통’ 수준으로 돌아가 버린다. 왜 그럴까? 여기에 대해 필자는 다음 3가지 원인을 이야기 하고 싶다.


1. 근본적으로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는 이유가 꼭 그 기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주가가 올라가는 이유는 ‘주가가 저평가됐기 때문’이 아니라 ‘좋은 뉴스가 나왔기 때문’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지금 당장 주가가 싸더라도 투자자들은 이 주식을 사야만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면 매수의 손길을 내밀지 못한다. 반면, 성장주의 경우, 가격은 좀 비쌀 수 있으나, 투자자들이 듣기를 원하는 좋은 뉴스들을 지속해서 가져오기 때문에 결국 망설이다가도 상승하는 주가를 따라서 매수하는 것이다.


2. ‘가치’를 보고 투자한다면, 결국 주가가 상승하는 폭이 제한된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예로, 순자산가치가 1만 원인 종목이 있다고 치자. 이 종목의 주가가 지금 6,000원이라면 청산가치 대비 주가의 비율이 60퍼센트인 셈이다. 지금 당장 청산해 버리면 1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주가가 6,000원이면 아무래도 너무 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기업의 주가가 청산가치 수준으로 회복되더라도 주가상승률은 66퍼센트정도다. ‘잠재적인 주가상승률이 66퍼센트이면 꽤 좋은 수익률이 아니냐?’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나, 언제 주가가 상승할지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 함정이다. 한마디로 66퍼센트의 주가상승이 1년 안에 이뤄질지, 2년 안에 이뤄질지 또는 아예 그런 일이 없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반면, 성장주는 스스로 ‘가치’를 창출해 나간다. 기업의 가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이것이 투자자들의 눈에 보이는 실적으로 나타난다. 한마디로 ‘이 기업은 1만 원짜리인데 지금 주가가 6,000원’이라는 이야기보다 ‘이 기업은 지금 1만 원짜리지만 매년 기업의 가치가 급속히 상승하니 어디까지 청산가치가 상승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투자자들에게 더 끌리는 법이다.


3.주가가 싼 종목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시장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어느 정도 해당 기업을 분석해본 사람들 눈에는 보이는 약점이 있어 주가가 상승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만성적인 적자, 잘못된 지배구조, 부실한 계열사 보유 등을 들 수 있다.

기업의 ‘가치’는 하락한 주가를 끌어 올리는 요인은 될 수 있다. 그러나 혁신은 투자자들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업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요인이다. 괜히 주가만 많이 하락하고 특별히 건들 이유가 없는 만년 가치주보다 항상 새로운 도전을 달갑게 받아들이는 성장주의 주가가 더 많이 상승하는 많은 이유들이 여기에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돈을 많이 잃지 않기 위해’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남보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다.



시대의 트렌드를 이해하라

트렌드를 선도하는 주식의 5가지 조건

필자는 걸 그룹 ‘소녀시대’에 열광하는 중년 아저씨 팬 중 한 명이다. 자고 깨어나면 새로운 노래와 트렌드로 무장한 연예인들이 나타나는 경쟁환경임에도, ‘소녀시대’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는 아직도 필자를 비롯한 열혈 팬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재료가 된다. 반면, 잠깐 인기 연예인 반열에 오르기도 하지만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 도리 없는 연예인들 또한 있는 게 현실의 냉혹함이다.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의 일이 벌어진다. 잠시 시장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가치’가 떠오르는 착한 종목들이 있다. 반면, 한번 ‘테마의 광기’가 휩쓸었던 자리에 남겨진 거라곤 물량부담밖에 없는 못된 종목들도 허다하다. ‘연예인’이나 ‘주식’이나 대중의 따르려 하는 트렌드를 선도하지 못하면 길게 살아남기 어려워진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한 국면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연예인과 주식간 공통점을 5가지 사례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연예인과 주식의 공통점 1: 강렬한 기억을 남긴 아이템

잠시 관심권에서 벗어나더라도 언제든지 열성 팬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종목들은 대중이 지속해서 기억해내는 강렬한 아이템들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IT업종에서 제왕 행세를 하던 애플에 도전장을 내민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갤럭시’로 삼성전자의 주가가 레벨 업 된 이후, 삼성전자가 새로운 휴대폰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트레이더들은 주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연예인과 주식의 공통점 2: 그 자체가 트렌드 기준

장기간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연예인들은 트렌디하다. 단순히 남이 만든 트렌드를 잘 따르는 수준을 넘어 그들이 스스로 트렌드 기준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대중은 인기 스타들이 만들어 낸 트렌드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기꺼이 많은 금액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


시장에서 언제든지 테마로 떠오를 수 있는 인기종목을 선별하는 기준으로도 마찬가지 논리를 적용해 볼 수 있다. 시장지배자가 만들어 놓은 트렌드를 열심히 따라가려 하는 기업 주가와 스스로 만들어 낸 기준이 모든 참여자가 따라야 하는 트렌드가 되는 기업 주가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모바일 업종을 생각해 보자. ‘남이 정해준’ 기준으로 비즈니스가 제약을 받는 기업이 있는 반면, 스스로 기준을 세우면 곧 그것이 ‘법’이 되는 기업도 존재한다. 여러분이라면 어느 기업을 위해 장기적으로 돈을 묻어 놓겠는가?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연예인과 주식의 공통점 3: 숨죽이며 기다리는 뉴스

필자가 ‘소녀시대’에 대한 관심을 멀리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관심이 다른 쪽으로 돌아설 만하면, 뭔가 필자의 관심을 잡아끄는 뉴스를 내놓기 때문이다. 최소한 ‘소녀시대’는 팬들이 심심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실적발표는 시장의 빅 이벤트이다. 심지어 이들 기업이 실적을 발표하는 날이면, 각 증권사 리서치 조직은 매우 바빠지기도 한다. 반면, 다른 대다수 종목은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한다. 필자만 해도 종목과 관련된 각종 뉴스와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설명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이메일과 메신저로 쌓인다. 나름대로 열심히 읽어 보려 하는데, 사실 반 이상은 수신확인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업에 대한 News Flow를 대중이 목 놓아 기다리는 주식을 매수하겠는가, 아니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소 무리해 보이는 뉴스를 서슴없이 내놓음에도 대중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주식을 매수하겠는가?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연예인과 주식의 공통점 4: 좋은 마케팅 능력을 지닌 스폰서

인기 스타들의 개인적인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그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전문적으로 마케팅해줄 스폰서의 존재가 필요할 수 있다. 당신은 재능은 출중해 보이나 아무도 그 재능의 가치를 몰라주는 지망생에게 목돈을 투자하겠는가? 그럴 의사가 있다면, 대중도 ‘그 재능의 가치’를 당신처럼 생각할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주식시장에서도 좋은 마케팅 능력을 갖춘 스폰서들이 존재한다. 바로 해당 종목을 분석하는 담당 애널리스트들이다. 아무리 훌륭한 가치가 있는 기업일지라도 대중이 그 기업의 존재마저 알지 못하고 있다면 주식을 사줄 사람이 없게 된다.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연예인과 주식의 공통점 5: 대중의 신뢰를 배신하지 않는다

인기 스타의 후속곡이 뜻밖에 실망스러울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필자와 같은 열성팬들은 다음 곡을 조용히 기다릴 뿐 마음마저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망시키는 수준을 넘어, 신뢰를 배신한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확 달라진다. ‘이 사람이 예전만큼 재미가 없다’와 ‘이 사람이 알고 보니 아주 딴 사람이었구나’ 하는 인식의 차이는 하늘과 땅 사이 이상이다.


많은 투자자에게 일시적 실적 부진은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결정적 이유가 되지 못한다. 기업의 실적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애널리스트들이 그 모든 요인을 다 고려해 실적 추정을 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심지어 그 종목을 열심히 세일즈해 주었던 애널리스트들마저 예상하지 못했던 행동을 기업에서 저지른다면 해당 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점은 순식간에 바뀌게 된다. 필요 없는 영역으로의 사업 진출, 관계사에 대한 무리한 지원, 대주주의 일방적인 지분 매각, 증자나 전환사채 발행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조금 ‘모자라는’ 기업은 그나마 시장의 관심권 안에 머물러 있을 여지가 있다. 그러나 ‘못된 기업’은 사정이 매우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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