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 경제학

   
레스 레오폴드(역: 조성숙)
ǻ
미디어윌
   
16800
2014�� 04��



■ 책 소개 


글로벌 슈퍼리치가 된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은밀한 머니게임 







실제로 10분만 일하면 페라리를 사고, 30분 더 일하면 노후 보장이 가능하며, 하루 종일 일하면 평범한 미국의 가정이 179년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최상위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어떻게 해서 단 몇 분 만에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의 금액을 벌어들이는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초고소득을 올리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보상이 정당한 것인가, 우리 사회와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긍정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를 솔직하고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는 소수의 똑똑한 엘리트인가, 사악한 투기꾼인가? 저자는 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어떤 부당행위라도 서슴지 않기 때문에 부를 독식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들이 그만한 부를 축적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구조적인 문제로 국가의(혹은 세계의) 부가 극소수 사람들에게 편향되게 흡수되는 현상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 저자 레스 레오폴드 


오벌린 칼리지와 프린스턴 대학교 우드로 윌슨 스쿨을 졸업했다. 뉴욕 노동 및 공공보건연구소의 집행이사이며, 진보 성향 웹사이트인 얼터넷(AlterNet)의 손꼽히는 인기 필자 중 한 명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저널리스트로 활약 중이다. 저서로는 『미국을 훔친 사기극(The Looting of America, 국내 미출간)』이 있다. 







■ 역자 조성숙 


덕성여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스튜피드』『어떻게 극복할 것인가』『퍼펙트 피치』『모닝스타 성공투자 5원칙』 『버핏, 신화를 벗다』 『좋은 기업을 찾기 위한 12가지 투자 분석』 『위대한 투자자들의 12가지 투자 전략』『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주식투자 절대법칙』『까다로운 인간 다루기』 등이 있다. 







■ 차례 


서문 







Step 1 시간당 최고소득자는 누구인가? 


Step 2 벌지 말고 뺏어라 


Step 3 지갑을 두둑하게 하려면 국고까지 털어라 


Step 4 남의 돈으로 굴려라 


Step 5 저위험 고수익 상품이라고 유혹하라 


Step 6 큰돈을 만들려면 큰 판을 벌여라 


Step 7 돈을 벌 수 없는 진실은 묻어라 


Step 8 내부 정보를 흘릴 사람을 물색하라 


Step 9 무엇이 이길지를 알고서 베팅하라 


Step 10 특별 세금 감액으로 덤까지 챙겨라 


Step 11 투기를 억제하면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우겨라 


Step 12 똑똑한 반대 의견이 나오면 초점을 돌려라 







결론 


주 


참고 문헌 




싹쓸이 경제학


시간당 최고소득자는 누구인가?

진짜 부자는 연봉을 숨긴다

실제로 미국에는 목록에는 나오지 않지만 회사 주식을 통해 거대한 부를 일군 억만장자가 아주 많다. 빌 게이츠(570억 달러), 월마트의 월튼 가족(합쳐서 거의 1,000억 달러), 비상장 다국적 자원기업인 코크인더스트리즈(Koch Industries)의 코크 형제(합쳐서 500억 달러)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들은 부자 중에서도 최고 부자이지만 그들이 한 해에 얼마를 버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총액은 연소득과 재는 방법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단 축적된 막대한 부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한번 부를 움켜쥔 사람은 그 부가 영원하다. 축적된 부가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은 앞으로 설명할 싹쓸이 행동 준칙 12단계를 따르지 않는 이상 그런 막대한 부를 쌓기가 쉽지 않다. 부를 통해 생성된 자산귀족은 민주주의를 한계점으로 몰아갈 수 있다. 즉, 부는 능력 위주에서 자산귀족 위주로 나라를 바꿀 수 있다. 우리가 높은 상속세를 물리는(또는 물렸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각 세대는 좀 더 공평한 운동장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물론 억만장자 입장에서는 대중의 관심이 재산의 규모가 아니라 소득에 쏠리기를 바랄 것이다. 관심이 소득으로 쏠릴수록 이들이 대대로 쌓은 부에서 무시무시한 부유세를 물리는 것에 대한 관심은 점점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럴지라도 이 책에서 우리는 소득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소득을 보면 누가 사다리를 가장 빨리 오르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고, 날 때부터 부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높은 소득이야말로 계층 사회의 꼭대기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논점이야 어쨌든 이제 우리는 소득분포 상위 1퍼센트 중에서도 100분의 1인 최상위에 속한 계층의 소득이 얼마인지 알 필요가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이 계층에 해당하는 1만 5,000가구의 평균 연소득은 2,730만 달러였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1945~1970년까지 미국은 노동 계층이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했다. 미국은 슈퍼리치(super rich, 오늘날 기준으로 연소득 3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에게 91퍼센트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했다. 노조 활동은 활발했고 정부는 통신, 트럭 운송, 항공, 월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을 엄격히 규제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탈규제와 부자감세가 힘을 얻으면서 새로운 금융천하가 열렸다. 이때부터 금융 산업은 다른 산업 부문들보다 저만치 앞서 나가 점점 소득 격차를 벌려놓기 시작했다.


이제 좋은 소식을 전하려 한다! 미국의 소득 피라미드에서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유명 영화배우나 프로 선수가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필요도 없고 세간의 이목이 쏠린 범인의 변호를 맡거나 블록버스터 영화를 감독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직원이 수만 명이나 되는 대기업의 CEO가 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남들처럼 돈 욕심이 많기만 하면 된다.


한 시간에 백만 달러를 버는 사람들

헤지펀드 매니저 상위 10명이 버는 연소득은 앞서 소개한 저명인사들의 거의 10배에 이른다. 그리고 이 최상위 헤지펀드 매니저 10명이 단 한 시간 동안 버는 평균소득은 미국의 평균가구가 무려 17년이나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존 폴슨(John Paulson)의 연소득과 시간당 소득은 너무 어마어마해서 현실성이 없을 정도다.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폴슨이 시간당 버는 돈은 230만 달러가 넘는다. 또한 그가 2010년 한 시간 동안 번 돈을 평균가구가 벌려면 46년 하고도 6개월이 넘게 걸린다. 대파라오 시대 이후로 인류의 소득이 이렇게 과다 집중된 적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 2010년 분야별 최상위 소득 10인의 평균 소득

분야

연소득(1만 달러)

시간당 소득(달러)

일반 가구가

해당 시간당 소득을 버는 데

걸리는 시간

헤지펀드 매니저

175,300

842,788

18년 146일

영화감독/제작자

12,600

60,577

1년 118일

저명인사

11,980

57,596

1년 94일

팝 뮤지션

8,720

41,923

334일

기업 CEO

4,710

22,644

180일

운동선수

4,460

21,442

171일

영화배우

4,430

21,933

170일

작가

2,690

12,933

103일

변호사

2,000

9,615

76일

은행/보험업 CEO

1,660

7,981

64일

평균가구


확실하게 결론이 나온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이야말로 진정한 승자다. 윌 스미스와 타이거 우즈를 들먹여도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천문학적 소득을 더는 정당화하기 힘들다. 엔터테이너와 운동선수, TV와 라디오 쇼 진행자들이 아주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부자인 CEO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연봉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최고 연봉을 받는 은행이나 보험회사 CEO들보다 100배가 넘는 돈을 번다.

헤지펀드 매니저는 무슨 일을 하는가?

헤지펀드란 순자산이 100만 달러가 넘는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는 일종의 뮤추얼펀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큰 차이점이 있다면 헤지펀드에 가입하는 부유한 투자자들은 평범한 미국인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더 높은 수익률을 알파라고 한다. 알파는 쉽게 말해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의 평균수익률을 초과하는 추가적인 투자수익률이다. 헤지펀드는 투자 지식이 있는 부유한 투자자들과 대형 기관을 고객으로 하기 때문에 규제도 최소한도로만 받는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헤지펀드를 이렇게 정의한다.


헤지펀드는 투자 활동에 대해 상대적으로 제약을 받지 않는 투자풀(investment pools)이다. 헤지펀드는 (아직은) 비교적 규제를 받지 않으며 아주 높은 수수료를 부과한다. 고객이 돈을 인출하기를 원해도 반드시 돌려줄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은 어떤 식으로 투자를 하는지 고객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헤지펀드는 항상 수익을 내야 한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 고객은 돈을 빼서 최근에 높은 수익을 낸 다른 헤지펀드로 옮겨간다.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3~4년마다 초대형 홍수급의 재난이 펼쳐진다. 헤지펀드에 돈을 맡기는 사람들은 대개 스위스 제네바의 부자들이거나 코네티컷 주 그린위치에 사는 부유층이다.


공적 연기금, 기부금 신탁, 재단,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 정부 자산을 운영하는 정부 직속의 기금), 가족신탁펀드, 자산 매니저, 보험회사, 은행 등 기관투자자들은 헤지펀드가 약속하는 고수익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헤지펀드에 투자되는 자본의 56퍼센트는 기관에서 나온 돈이다. 공적 연기금은 헤지펀드 투자 원금의 9퍼센트를 차지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재간접펀드(fund of fund,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와 자펀드(feeder fund, 여러 펀드를 집중하여 통합 운용하는 펀드를 모펀드(master fund)라고 하고, 모펀드가 발행한 펀드 지분을 취득하는 펀드를 자펀드라고 한다)다. 재간접펀드와 자펀드는 대부분의 경우 부자 투자자들을 위해 다양한 헤지펀드에 투자한다. 헤지펀드의 투자 원금에서 재간접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2.3퍼센트다. 원래대로라면 이들 재간접펀드와 자펀드는 부도덕한 헤지펀드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헤지펀드를 뮤추얼펀드에 비유하는 것은 솔직히 억지스럽다. 뮤추얼펀드와 달리 헤지펀드는 어느 분야에든 다 투자할 수 있다. 주식, 채권, 옵션, 선물, 원자재, 차익거래, 파생상품은 물론이고 부동산 같은 비유동자산 등 현대에 알려진 금융상품이라면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헤지펀드는 시장이 오르건 추락하건 보합상태이건 상관없이 이익을 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시장이 붕괴할 때도 헤지펀드는 일반 뮤추얼펀드가 겪는 극심한 추락은 겪지 않아야 한다.


헤지펀드는 기능적으로는 가끔씩 다른 종류의 투자 펀드로 변신하기 때문에 딱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어떤 헤지펀드는 벤처캐피털 사업을 벌이면서 차세대 페이스북이 될 만한 기업이 없는지 찾아다닌다. 어떤 헤지펀드는 행동가 역할을 한다. 이런 행동주의(activist) 헤지펀드는 실적이 저조한 기업의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흑자가 날 때까지 경영진을 쪼고 또 쫀다. 어떤 헤지펀드는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모펀드(private equity firm)처럼 행동한다. 다시 말해 소수 투자자들로부터 비공개로 자본을 모아 회사를 인수하고 근로자들을 정리해고하고 회사에 부채를 지운 다음, 일반 대중에게 회사 주식을 되팔아 막대한 차익을 남긴다. 어떤 헤지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라면 분야에 상관없이 여기저기 조금씩 다 건드리기도 한다.


헤지펀드가 얼마나 많이 있고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대부분의 헤지펀드들은 하이 파이낸스(high finance, 대규모의 복잡한 금융거래)의 세상에서 금융상품을 사고팔면서 돈을 번다. 새로운 회사를 세운다거나 오래된 회사를 일신한다거나 유형의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뮤추얼펀드 매니저와 달리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투자수익에 따라 버는 돈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들 역시 위험을 감수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운용 중인 투자자산의 2퍼센트를 운용 수수료로 받고 차익의 20퍼센트를 성과 수수료로 받는다. 슈퍼리치와 기관은 현재 8,000~1만 개 정도의 헤지펀드에 2.2조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상위 200개 헤지펀드에 몰려 있다.



돈을 벌 수 없는 진실은 묻어라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돈이다

1998년 노벨상 경제학자 두 명이 파트너로 있었고 레버리지가 100배에 달했던 헤지펀드 LTCM이 경제를 침몰 직전으로 내몰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어쩔 수 없이 이 비상장 금융회사에 구제금융을 제공해야 했다. LTCM의 몰락은 그간 이 회사의 전략을 흉내 내고 있던 상당수 헤지펀드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었다. 그해가 시작되었을 때 크레이머는 자만에 젖어 있었다. 1998년을 회상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얼마나 훌륭한지에 대해 자면서도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였다. 단 한 해도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 1987년 붕괴 때도 돈을 벌었고 1989년 소규모 붕괴 때도 수익을 냈다. 수많은 펀드가 끔찍한 실적을 거둔 1990년과 1994년에도 대다수 펀드보다 훌륭하게 위기를 이겨냈다. 아시아 위기가 확산되었을 때도 TV에 전국적으로 출연해 돈을 벌었다.


1998년에 나는 수익을 내는 방법을 완전히 터득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매일 출근해서 약간만 머리를 굴리고, 전화를 하고, 주식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고, 시세 테이프에 뜨는 주가들을 관찰하고, 자료들을 검토하고,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을 듣기만 해도 12시간 동안 40만 달러는 벌 수 있었다. 그동안 기막힐 정도로 잘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심지어 잠시 저조해도 모두가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끔찍한 얼간이였다.


그러다 LTCM이 붕괴했다. 크레이머는 헤지펀드 자본주의에 대해 쓰라린 교훈을 얻었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돈이다. 그것은 사랑이나 좋아하는 스포츠 홈팀과는 다르다. 돈은 움직일 수 있고 녹아내릴 수 있다. 돈은 어디든 가장 좋은 성적을 낼 법한 곳으로 흘러가고, 성적이 가장 나쁜 곳에서는 마치 따분한 텔레비전 쇼의 채널을 돌리듯 쉽게 떠난다. 돈에는 충성심이 없다. 몇 년 동안 남들보다 뛰어난 실적을 거뒀어도 소용이 없다. 바로 그런 이유로 큰 낭패를 보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998년은 내 입에 가장 쓴맛으로 남아 있다.


크레이머의 헤지펀드는 불과 며칠 만에 10, 20, 심지어 30퍼센트까지 가치가 떨어졌다. 가치가 떨어지는 와중에 예기치 않은 환매 사태까지 일어났다. 크레이머는 『어느 월가 중독자의 고백』에서 장장 세 꼭지에 걸쳐 당시의 괴로웠던 심정을 토로했다. 펀드의 가치가 하락하고 현금도 부족했기에 그는 떠나는 투자자들에게 돈을 지불하기 위해 수천만 달러를 빌려야 했다. 결국 허용된 것보다 많은 돈을 차입하려고 보증금 규칙까지 어겨야 했다. 브로커 은행인 골드만삭스가 그의 규정 위반을 알아채지 못해서 담보를 청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 크레이머는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었다.


기자들과 토크쇼 진행자들에게도 소문이 퍼졌다. 크레이머는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는 TV쇼에 나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음을 인정했지만, 자신의 헤지펀드가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도 치명타를 먹일 기회를 노리며 주위를 배회하는 다른 헤지펀드 상어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크레이머가 도산하지 않을 수 없도록 그와 반대되는 포지션에 베팅했다(이것이 시간당 백만 달러를 버는 핵심 전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뭔가가 죽을 수도 있다면 그것이 죽는다는 데 베팅해서 확실히 죽게 해야 한다). 크레이머는 매수를 늘리고 허풍을 떨어가며 필사적으로 핵심 포지션을 방어했다. 의지력과 돈을 건 싸움이었다. 어쨌든 그는 적어도 며칠이나마 상어들을 막을 수 있었다.


크레이머는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크레이머에게는 아직 트레이딩의 여신 카렌이 있었다. 시장이 바닥을 친 시점에 때맞춰 그녀는 아이들을 돌봐줄 베이비시터를 구했고, 트레이딩 데스크로 돌아왔다. 그녀는 펀드가 완전히 문을 닫는 사태에 이르지 않도록 힘이 되어줄 포지션들을 집중에서 살펴보았다. 이제 몇 시간 뒤면 크레이머는 환매를 요청한 투자자들에게 인출금을 지불해주고 펀드를 영원히 접어야 했다.


"바닥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어?" 나는 그녀가 본 것을 나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우리 앞의 트레이딩 데스크 위에 있는 여덟 개의 스크린에서 시장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할 수 있어? 이게 바닥이 맞는지 어떻게 알아? 당신 생각이 옳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어?"


"간단해." 아내는 몸을 숙이고는 방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바닥에서는 아무리 강심장이고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들도 이성을 찾지 못하거든. 바닥에 이르면 마지막 항복이 생겨." 그녀는 무슨 말인지 내가 이해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지미, 당신도 바닥에 닿으니까 항복했어. 포기한 거지. 그래서 난 그게 바닥이란 걸 알았어."


하늘이 도왔다. 최후의 순간에 크레이머펀드는 구원을 받았다. 엘런 그린스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시장은 반등했다. 그해 마지막 분기 동안 크레이머펀드는 잃은 돈을 다 만회하고 거기에서 조금 더 벌었다. 크레이머펀드는 다시금 성공적인 헤지펀드로서 시장을 주도하게 되었고 크레이머는 전보다 조금은 성숙해졌다. 몇 년 뒤 크레이머는 건강을 위해 헤지펀드를 접고 전업 작가와 미디어 인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헤지펀드는 어떻게 시장을 속였는가?

"그냥 다 조작, 조작, 조작이다." 크레이머는 그렇게 말했다. 크레이머가 더스트리트닷컴의 애런 태스크(Aaron Task)와 했던 인터뷰 영상이 2007년 3월 유튜브에 올라오자마자 엄청난 폭풍이 몰아쳤다. 여기에 실린 인용문은 모두 안티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녹취본을 발췌한 것이다.


크레이머 : 그런 일이 많았다. 우리 헤지펀드가 쇼트포지션을 취할 때면, 그러니까 그 상품의 가치가 하락해야 할 때면 나는 선물 가격을 움직이기 위해 사전에 강도 높은 행동을 취하곤 했다. 별로 큰돈이 들지도 않는다. 반대로 롱포지션을 취했기 때문에 해당 상품이 낙관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면 시장에 뛰어들어 주식을 무더기로 사서 확실히 오르도록 수를 썼다. 한 500만 달러 정도의 자본만 투입하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그건 재미도 있고 돈벌이도 좋은 게임이었다. 시장을 끌어올릴 수도 있고 가치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면 부정적 전망을 만들어낼 때도 자주 있다. 이를테면 하루 전체라는 조금 긴 관점에서 트레이딩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이제 나는 선물 가격을 끌어올릴 거야. 그리고 이제 진짜 매도자들이 들어올 거야. 진짜 시장이 움직이는 거지. 그들 때문에 가격이 내려가고 부정적인 전망이 생겨나지. 하루 전체를 기준으로 평가할 때는 쓸 만한 전략이다. 나는 헤지펀드에 몸담은 사람에게는 이 방법을 쓰라고 권한다. 법을 어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주 빠르게 돈을 버는 방법이고, 만족감도 아주 크다. 물론 이 업계에 있는 누구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크레이머는 애플이나 블랙베리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Research in Motion, RIM) 같은 핵심 종목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런 대형주들이 움직이면 시장 전체가 따라서 움직였기 때문이다(2007년에는 그랬다). 그는 만약 쇼트포지션을 취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움직이기 위해 판을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크레이머 : 이제 내가 쇼트를 취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내가 하는 것은 리서치인모션을 보유한 무수한 투자자들에게 한 방 먹이는 것이다. 이제는 선동(foment)이 불가능하다. 그건 위법이다. 주가가 하락하도록 직접 움직이는 것은 안 된다. 그래도 어떻게든 그렇게 한다. SEC가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부분 때문에 나는 이런 선동을 불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산 가치가 별로 오르지 못한 헤지펀드는 죽지 않으려면 정말로 많은 것을 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내가 처음에[즉, 특정 금융상품을 구입해 리서치인모션의 주가 하락을 이끄는 작업을 시작했을 때] 했던 말과 달라진다.


이것은 빼도 박도 못하는 불법이다. 하지만 펀드의 자산 가치가 하락해서 앞으로 엿새 뒤에는 회사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처지라고 하자. 만일 내가 그런 입장이라면 시장 선동이 아주 중요하다. 리서치인모션이 별로 좋지 않다는 식의 인상을 만들어야 한다. 리서치인모션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가 한 말은 언론을 조종하고 루머를 퍼뜨리는 등 법에 저촉되는 행동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SEC는 루머 유포를 증권 가격을 조종할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기소가 성립되려면 "첫째로 루머가 부정확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하고, 둘째로는 시장이 루머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하며, 셋째로는 루머가 부정확하다는 것을 피고가 알았거나 몰랐을 리가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면 크레이머는 법규를 위반했는가?


크레이머 : 다시 한번 말하지만 회사의 생존이 걸려 있다면 리서치인모션을 꺾는 게 중요하다. CNBC의 금융 전문 기자 로버트 피사니(Robert Pisani) 같은 사람들을 수중에 넣어야 한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리서치인모션에 큰 문제가 있다고 소문을 퍼뜨린다.


그런 다음 「월스트리트 저널」에 전화를 해서 리서치인모션에 대해 근거 없는 기사를 내줄 멍청한 기자를 손에 넣는다. 그리고 팸(Palm)이 엄청난 제품을 만들어 곧 출시할 거라고 말한다[당시 팸파일럿은 블랙베리의 강력한 경쟁 제품이었다]. 오늘만 날인 것처럼 이 모든 일을 하루 안에 다 해야 한다.


애플의 주가를 끌어내리려면 베리존(Verizon)과 AT&T가 거기 휴대전화[아이폰]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루머를 퍼뜨리는 게 아주 중요하다. 누워서 떡 먹기다. 게다가 애플이 맥월드에 휴대전화[아이폰]를 선보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루머를 퍼뜨리는 것도 전혀 어렵지 않다. 애플 관련 보도를 쓰는 기자들은 이런 기삿거리를 원하는 데다, 익명의 애플 직원에게 귀띔을 받은 것이므로 믿어도 좋다고 덧붙이면 된다.


태스크 : 거기에 대해서는 별 코멘트가 없을 것 같다[즉, 애플이 루머에 대해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을 것이므로 소문만 퍼뜨리고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뜻이다].


시장의 이면이 드러난다면(그리고 크레이머의 말이 옳다면) 상위 헤지펀드 모두가 감독 당국의 조사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크레이머는 새빨간 거짓말만이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떻게든 승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패배의 트라우마를 맞이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돈을 빼 도망가는 두려운 현실을 맞이해야 한다.


ss


특별 세금 감액으로 덤까지 챙겨라

미국의 조세 불평등

먼저 소득세의 역사를 잠깐만 살펴보자. 연방소득세율과 조세 구멍은 매번 계층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싸움터였다. 1800년대 말까지 연방정부의 재원은 대부분 역진소비세와 관세로 충당했다. 부자들은 소득세라는 것을 거의 인식조차 하지 않았다. 남북전쟁 동안 한시적으로 소득세가 부과되었지만, 소득세가 국가 차원의 중대한 안건으로 자리 잡은 것은 1880년대 포퓰리즘 운동이 등장한 이후였다.


1913년 16차 수정헌법 이후 슈퍼리치들에게는 우리 평범한 소시민들보다 높은 소득세율이 부과되었다. 정부가 부의 축적을 가능하게 하고 부를 유지하도록 지원해주는 데 대한 대가였다. 하지만 소득세율은 사회와 경제 환경에 따라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했다. 1913~1915년까지 연간 50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은 7퍼센트의 연방소득세를 내야 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1918년에는 백만장자들은 50만 달러를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무려 77퍼센트나 되는 연방소득세를 냈다. 그러다 자유방임주의와 친기업 성향이 사회 전반에 강하게 자리 잡았던 1920년대에 와서 직접소득세율은 24퍼센트로 떨어졌다.


하지만 1929년에 주식 시장이 붕괴하고 대공황이 이어지면서 이들 슈퍼리치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바뀌었다. 뉴딜 시대의 조세 정책에는 과도한 부가 경제적 비극이라는 국가적(그리고 세계적) 인식이 반영되었다. 1940년이 되었을 때 연소득 500만 달러가 넘는 사람들은 500만 달러를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81퍼센트나 되는 연방소득세를 내야 했다.


또 한 번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부유층이 내는 세금은 더욱 올라갔다. 1944년 최고소득세율이 시작되는 구간은 20만 달러로 떨어졌고, 이제 20만 달러를 초과하는 연소득에 대해서는 몰수나 다름없는 94퍼센트의 세율이 매겨졌다. 1948~1963년까지 40만 달러부터 최고세율이 매겨지는 제도가 변함없이 유지되었고, 이 금액이 넘는 소득에는 91~92퍼센트 사이의 최고한계세율이 매겨졌다.


대공황은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는 망령이었다. 1930년대를 경험한 세대는 경제 번영이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는 교훈을 배웠다. 또한 그들은 경제를 보호하고 사람들의 일자리를 유지시키려면 금융 부문을 억제하고 부의 과도한 편중을 피해야 한다고 믿었다.


한 시간에 백만 달러를 벌고 싶은 사람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일 수 있지만 그때의 미국은 돈을 버는 행위에 대해 상당히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공황과 파시즘에 맞서 싸운 가장 위대한 세대는 공직이 더 숭고한 직업이라고 믿었고 그들의 자녀들도 1960년대에는 대부분 그렇게 믿었다.


물론 백만장자들도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이지만, 실제로는 정부 기관과 군대에서 근무하는 관료들이 사회 계층 서열상 훨씬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은 그런 관행과 믿음이 고리타분한 생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당시에는 국민들에게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는 것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돈을 버는 것 못지않게, 혹은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역경과 세계대전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부자들에 대한 중과세도 흐지부지되었다. 1950년대에 비교적 짧지만 강렬한 경기침체가 시작되었고, 케네디 대통령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케인스 학파의 감세정책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한계세율은 1964~1980년까지 계속 70~77퍼센트 사이를 유지했다. 최고소득세율이 시작하는 구간은 연소득 20만 달러로 떨어졌고 이 과세 구간은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시대에도 계속 유지되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후반 사이에 이데올로기 혁명이 일어났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나친 규제와 중과세정책이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이라면서 탈규제와 감세만이 경제 번영을 되살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유대계 미국인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아인 랜드(Ayn Rand)에 의해 유명해지고,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에 의해 널리 인정받은 엘리트 중심의 세계관이 담겨 있었다. 랜드의 세계관으로 볼 때 크게 성공한 사람들과 부자들은 단연코 우수한 존재다. 랜드는 이런 부유층을 질투해 국가의 힘으로 그들을 속박하려는 사람들을 경멸했다.


밀턴 프리드먼은 이윤추구야말로 단연코 더 번영하는 사회를 이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이윤추구보다 사회의 도덕을 앞세우는 것은 어리석고 파괴적인 행동이라고 했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시장에서의 탐욕은 좋은 것이다. 그 결과로 최상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의 주장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 극대화를 꾀하는 헤지펀드들을 정당화하는 최후의 보루였다.


레이건 시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감세정책이 행해졌다. 70퍼센트였던 최고연방소득세율은 1982년에 이르러 50퍼센트로 떨어졌고, 1987년에는 38.7퍼센트로 더 떨어졌다. 1992년에는 31퍼센트로 떨어져 50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클린턴 정부 시절에는 최고세율이 39.5퍼센트로 다시 조금 올랐고 이 수준은 2000년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흑자예산이라는 상상도 못할 유산을 물려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앨런 그린스펀의 지지를 받으며 최고세율을 35퍼센트로 줄였고 이 세율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지구상에서 부의 분배가 가장 불공평하게 이뤄지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CIA가 매년 발간하는 「월드 팩트북(World Factbook)」에서 미국은 세계에서 42번째로 부의 분배가 불공평한 나라에 올랐다. 영국은 91위, 캐나다는 103위, 독일은 124위, 부의 분배가 가장 평등한 스웨덴은 136위였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