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전기차 시대가 온다

저   자
권순우
출판사
가나출판사
가   격
18,000원(304쪽)
출판일
2019년 04월






수소 전기차 시대가 온다


수소 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다

수소, 인류가 찾던 꿈의 에너지일까?

수소는 15세기 말 유럽의 실험자들이 산으로 금속을 녹이는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발견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저 공기가 나온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 수소의 특성을 발견하고 이름을 붙인 것은 200여 년이 흐른 후다. 다른 기체들과 구분되는 수소의 고유한 특성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영국의 귀족 헨리 캐번디시다. 캐번디시는 1770년대 후반, 수소를 순수한 산소와 연소시키면 오직 물만 남는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하고 그 결과를 「공기에 대한 실험」이라는 유명한 논문으로 발표했다.


에너지로서의 수소를 주목한 인물은 유전학자였던 존 버든 샌더슨 홀데인이다. 겨우 20대 후반에 불과했던 1920년대에 홀데인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유명한 강의를 진행했다. 홀데인은 수소의 에너지 밀도가 지금까지 알려진 에너지 가운데 가장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액체수소는 중량 대비 효율이 가장 좋은 에너지 저장 수단이고, 파운드당 발열량이 가솔린보다 3배 많다”고 주장했다.


수소는 평화의 에너지이다. 인류는 불을 발견한 이래 에너지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나무에서 석탄으로,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는 에너지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특히 석유는 지구상의 특정 지역에만 매장돼 있어 힘을 원하는 국가들은 중동을 비롯한 석유 매장 지역의 패권을 잡기 위해 싸웠다.


석유가 에너지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래 에너지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석유를 가진 국가는 자원을 노리고 침입하는 열강들에 의해 분열하고 갈등하며 피를 흘렸다. 석유가 없는 국가는 궁핍하게 살거나 에너지를 얻기 위해 싸워야 했다. 자원의 축복이 아니라 자원의 저주였다. 에너지가 모든 곳에 존재한다면 에너지 때문에 인류가 피를 흘리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수소는 태양이 내리쬐는 곳, 바람이 있는 곳, 파도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만들 수 있다.


수소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에너지의 진화다. 궁극적으로는 탄소가 아예 없는 에너지, 수소를 향해 가는 것이 에너지 전환의 필연적인 흐름이다. 수소는 효율이 높다. 수소의 질량당 에너지 밀도는 142kJ/g에 이른다. 이는 수소의 질량당 에너지가 휘발유의 4배, 천연가스의 3배 수준이라는 의미이다.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 발전효율도 47%로, 화력(35%)이나 태양광(17%)보다 훨씬 높다.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료전지가 필요하다. 연료전지(燃料電池, Fuel Cell)는 연료와 산화제를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이다. 쉽게 말해 수소를 집어넣으면 전기가 나오는 발전기라 할 수 있다.


LPG 가스를 폭발시키는 것처럼 수소를 폭발시켜 에너지를 얻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수소에 불을 붙여 폭발시키고, 그 폭발력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방식도 있긴 하다. 하지만 영하 253℃의 액체수소를 자동차 안에 보관하기도 힘들고 연소시킬 때 너무 많은 수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런 방식을 연구하는 곳은 거의 없다.


수소전기자동차를 이야기할 때 수소폭탄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수소를 연료로 에너지를 얻을 때는 연료전지를 통한 화학적 반응으로 전기를 얻는 방식을 이용한다. 수소 연료전지는 수소 자체를 이용하지만, 수소폭탄은 중수소와 이중수소라는 다른 물질을 이용한다. 중수소와 이중수소는 수억℃의 고온과 초고압에서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물질로, 태양 정도 되는 가혹한 환경에서 발생한다. 수소폭탄은 수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수소 에너지가 널리 보급되는 데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자동차를 수소전기자동차(FCEV: Fuel Cell ELECTRIC Vehicle)라 부른다. 수소전기자동차에는 차량 내부에 발전기인 연료전지 발전기와 수소연료 공급장치, 수소탱크 등이 탑재되어 있다. 연료전지 발전기는 내연기관으로 치면 차량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매연과 소음이 발생하는 석유 발전기와 달리 캠핑용 연료전지에 수소(메탄올)를 넣으면 진동 없이 조용하고 깨끗한 전기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수소는 벙커C유를 이용하는 선박에도, 디젤 발전기를 사용하는 기차에도 사용 가능하다.


여전히 제기되는 한계와 눈부신 가능성

수소는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양이 존재하지만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순수한 수소는 어디에도 없다. 석유는 석유가 매장된 곳에 관을 꽂아 끌어올려 쓰면 되지만, 수소는 그렇게 모여 있는 곳이 없다. 수소는 다른 원소들과 결합한 형태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별도의 정제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즉, 순수한 수소를 만들려면 또 다른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수소가 있는 대표적인 물질은 물과 화석연료다. 물에서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전기분해를 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를 연료전지에 주입해 전기를 만든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 전기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에너지는 전환 과정을 거치면 줄어들게 마련이다. 친환경성 역시 마찬가지다. 수소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발생되는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화석연료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고 나면 탄소가 남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 수소를 사용하는 것인데,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모순이다.


수소는 기술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효율적이지도 않고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수십 년간 마성의 에너지 수소에 수많은 정부와 기업들이 엄청난 돈과 열정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대중화시키지 못한 이유는 바로 이 ‘기술적인 조치’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이 이뤄지면서 사용화에 근접해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손이 닿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인간은 무분별하게 에너지를 사용했고, 그 결과 급격한 온실가스 발생으로 기후 변화를 초래했다. 그중 55%는 이산화탄소 때문이었다. 각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37% 감축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것, 성장을 억제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수소는 아름다운 에너지이기 때문에 100년 동안 인류를 유혹해왔다. 꽤나 많은 사람이 수소의 매력에 빠져 무한하고 평화롭고 깨끗한 에너지를 탐닉했다. 하지만 너무도 높은 진입 장벽에 부딪혀 엄청난 정부 예산, 기업 연구개발비를 탕진하게 하고 여전히 대중화가 불확실한 에너지로 남아 있다.


그러나 2019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다시 수소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에는 수소가 그 많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대중적인 에너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기술은 예전보다 훨씬 더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터무니없이 비싸고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내구성 등에서 한계가 있었던 수소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자동차와 동등한 수준까지 품질이 향상됐다. 무엇보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와 그에 따른 각국 정부의 환경 규제가 수소사회를 만들어가는 최대 동력이다.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 화석연료의 저항은 어마어마할 것이고 수소의 현재 기술 수준은 대중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분명한 것은 한참을 돌아서 오긴 했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걷고 있는 길의 끝에는 깨끗하고 평화적인 에너지를 꿈꿔온 사람들의 이상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만큼 우리 아이들이 더 깨끗한 세상에서 살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수소의 가격은 얼마일까

수소사회를 여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수소 가격이다. 수소전기자동차 자체나 충전소 설치비용, 연료전지도 비싸지만, 수소 가격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다. 수소가 너무 비싸면 수소사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가격은 참 어려운 주제다. 휘발유 가격은 주유소 앞에 걸린 간판의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수소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인 가격이라고 할 만한 기준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수소는 석유화학 단지에서 생산돼 반도체, 태양광셀, 정유공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개인 판매는 거의 없고 대부분 기업 간 거래이기 때문에 협상에 의해 가격이 정해진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나는데, 이는 수소의 운송비용 차이 때문이다. 석유화학 단지가 있는 울산, 여수, 대산 등에는 수소 파이프라인이 구축돼 있어 운송비가 매우 적게 든다. 그래서 파이프라인이 설치된 지역의 수소 가격은 싸고 석유화학 단지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비싸다. 1kg당 수소 가격이 울산은 5000원, 광주는 8000원이다. 강원도는 1만 원으로 울산에 비해 두 배나 비싸다. 울산에 사는 사람이 수소전기자동차를 타면 디젤보다 연료비가 싸지만, 강원도에 사는 사람은 디젤 자동차의 기름값이 더 싼 것이다.


한국에 수소는 얼마나 있을까?

수소의 공급량도 가격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수소가 많으면 가격이 낮을 테고, 수소가 부족하면 가격이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수소는 얼마나 있을까? 몇몇 수소 찬양론자들은 한국에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가 있어 부생수소가 충분히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말은 다소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에 이미 부생수소가 190만 톤이 매년 생산되고 있고 추가로 4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정말 수소전기자동차에 넣은 부생수소가 추가로 40만 톤이 있을까?


일단 수소전기자동차 업계에는 수소가 충분히 많다고 설명을 해야 할 유인이 있다. 그래야 수소전기자동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고, 수소 가격도 낮게 형성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수소를 공급하는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수소가 없다고 주장해야 향후 수소 가격을 높게 부를 수 있다. 수소 가격은 수소 생태계를 만드는 핵심 키워드다.


수소 공급자와 소비자가 희망하는 수소 가격의 간극은 너무나 크다. 수소 가격이 낮으면 충전소 사업자는 물론 충전소 부품을 만드는 업체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수소 가격을 둘러싼 수소 공급자와 소비자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수소 가격을 인식하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현재 기준으로 수소 공급자가 원하는 수소의 kg당 가격은 5만 5000원,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은 kg당 7000원이다. 그러니 거래가 되겠는가?


소비자들이 수소 가격을 생각할 때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은 다른 차종의 연료비다. 심리적인 부분에서 전기자동차나 LPG차보다 비싼 것까지는 어느 정도 용납이 되지만 디젤차보다 비싼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 반면 공급자에게 중요한 것은 원가다. 여기서 공급자는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판매하는 사업자만이 아니라 수소를 생산하는 사람, 수소를 운송하는 사람도 포함된다. 이 모든 원가가 가격에 반영돼야 한다. 


그러나 이 간극은 수소전기자동차 보급이 확산되면 좁혀질 수 있다. 수소전기자동차가 많이 보급되고 가동률이 높아지면 수소의 생산, 운송, 판매에 드는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수소전기자동차의 대중화가 이뤄지면 수소 가격이 낮아진다. 결국 초기에 대중화가 이뤄질 때까지 누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가 문제로,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 정부의 지원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소 가격은 수소 생태계 구축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다. 가격을 낮추려면 누군가 초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모든 주체들에게는 초기 비용을 내지 않고 시장이 형성되면 진입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욕망이 있다. 정부는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해 지원을 하는 한편, 향후 이익을 예상할 수 있는 민간사업자들이 초기 비용을 형평성 있게 부담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국의 수소전기자동차 개발자들

20년 만에 빛을 보는 수소전기자동차

2018년 12월 11일,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만드는 현대모비스 충주 공장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2공장의 기공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2017년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 시스템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1공장은 설림 1년 만에 연간 생산 능력 3000대를 모두 채웠다. 2013년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전기자동차 투싼을 만든 후 5년 동안 판매량은 1000대에 불과하다. 그랬던 수소전기자동차를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만 5000명을 넘어섰다.


그간 수소전기자동차는 안팎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많은 사람이 현대자동차가 전 세계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수소전기자동차에 집착하느라 정작 중요한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심지어 정부 예산을 빼먹는다고 비난했다. 그랬던 현대자동차의 수소 연료전지가 자동차에 쓰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진화해 전 세계 수요자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대량생산을 위해 공장을 증축하게 된 것이다. 이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당시 수석부회장은「FCEV(수소전기자동차)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수소 연료전지 대량생산 계획을 밝힌 것은 세계 최초였다. 언론은 이날 발표를 ‘정의성의 충주 선언’이라고 명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연 3000대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생산 능력을 오는 2022년 약 13배인 연 4만 대 규모로 확대하고, 2030년에는 수소전기자동차 50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연 5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것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원대한 목표다. 내연기관자동차나 배터리전기자동차 시장은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라 시장 점유율 10%도 넘기기가 힘들다. 하지만 누구보다 앞서 수소전기자동차 기술을 갖추었으니 수소전기자동차 시장에서 만큼은 세계 1,2위를 다퉈보겠다는 것이 현대자동차의 포부다.


2018년 12월 구글 계열사인 자율주행차 회사 웨이모는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원’울 사용화했다. 웨이모원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웨이모, 구글의 기술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웨이모원의 자동차를 크라이슬러가 만들었다는 사실은 거의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차량공유 플랫폼 우버가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여기에 납품하는 차가 볼보의 차량이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머지않아 현대자동차가 만든 연료전지를 탑재한 다른 브랜드의 자동차를 보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누가 자동차를 조립했는가보다 어떤 핵심 기술을 가진 자동차인가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CES에서 현대자동차는 차세대 수소전기 자동차 넥쏘를 서보였다.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춤 넥쏘가 서울에서 평창까지 200km가 넘는 거리를 혼자서 달려갔다.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에서 한국의 수소전기자동차와 수소 연료전지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졌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디젤 트럭 진입이 금지되는 추세다. 프랑스 파리는 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차량을 5등급으로 나누어, 5등급 차량은 도심 주행을 금하고 있다. 200년 이전 생산된 디젤 차량은 5등급으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물류 트럭의 약 14%에 달한다. 독일에서는 2008년부터 베를린, 쾰른, 하노버 등에서 배기가스 배출량이 많은 차량의 진입을 통제하는 ‘움벨트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18년 2월,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슈투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 시 당국이 디젤 자동차 운행을 제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 이후 함부르크 시 당국은 디젤 차량의 진입을 제한하는 조치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대규모 물류 트럭이 도시에 진입하지 못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답이 없다.


현대자동차가 만든 수소트럭의 첫 대량 구매 고객은 스위스의 에너지기업은 H2에너지다. 2018년 9월, H2에너지는 5년 동안 총 1000대를 유럽 시장에 공급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전기자동차의 국가 노르웨이도 마찬가지다. 노르웨이는 전체 전력의 95%를 수력 발전을 통해 얻는다. 그래서 배터리전기자동차 보급 정책을 매우 강력하게 추진한 결과 전체 승용차의 39%가 배터리전기자동차다. 그런 노르웨이도 물류를 위해 수소트럭을 검토 중이다. 어설프게 수소트럭을 조립하기보다는 수소용 연료전지 사업에 집중해온 현대자동차에게 수소트럭을 만들어 달라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낯선 풍경이지만 선박이나 기차의 동력으로도 수소 연료전지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의 도시는 인구 밀도가 높아 집중적인 인프라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도시가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 유럽에서는 2량짜리 소규모 기차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하루에 한두 번 운행하는 2량짜리 기차 때문에 그 긴 구간 전체에 전선을 까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라, 이런 기차는 디젤 터빈으로 전기를 생산해 동력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디젤 트럭과 마찬가지로 디젤 터빈을 돌리는 기차도 도시에 진입할 수 없게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떠오르는 업종인 드론도 수소 연료전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늘을 날아야 하는 드론에 있어 가벼운 전원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장거리를 이동하려면 배터리가 많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배터리를 많이 탑재하면 그 무게 때문에 주행 시간이 더 짧아질 수 있다. 그런데 수소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가벼운 무게로 더 많은 에너지를 보관할 수 있다.


더 이상 지구온난화로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 세게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로 약속했다. 배터리와 수소가 지난 100년 넘게 수송의 심장 역할을 했던 엔진의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고, 그중 수소는 장거리, 대형 수송 수단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직 대중화를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트럭, 선박, 기차 분양에서 꽤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수소가 발견된 지 250년 만에 처음으로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막 태동하려는 수소경제의 시대에 맞춰 현대자동차는 20년 동안 연구 개발한 수소전기자동차,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식적으로 하나의 사업으로 끌어올리고 세계 최초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만든 독자개발 수소 연료전지

연료전지 독자 개발 과정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기존 방식의 틀을 깨고 더 나은 연료전지를 만들기 위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여러 협력업체는 수많은 시생착오를 거쳤다. 정보는 적극적으로 수소의 실증 연구를 지원함으로써 민간기업들이 마음껏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보일러를 모티브로 연료전지 금속분리판을 만들다

연료전지 발전기는 샌드위치를 세로로 세워놓은 형태다. 한쪽에는 땅콩버터를, 다른 한쪽에는 딸기잼을 바른 빵 사이에 햄이 있는 샌드위치에 비유해본다면, 양쪽의 빵은 분리판, 가운데의 햄이 MEA라고 할 수 있다. MEA는 전해질막(멤브레인)과 전극접합체로 구성된다. 전극접합체에는 촉매인 백금이 들어 있다. 백금은 수소를 수소이온과 전자로 쪼개는 역할을 한다. 전해질막은 일종의 고어텍스 같은 소재로, 수소이온은 통과하지만 수소 분자나 전자는 통과하지 못한다. 갈 길을 읽은 전자를 다른 루트로 흐르며 전류와 전기를 일으킨다.


IFC를 비롯해 이전까지의 모든 연료전지들은 흑연분리판을 썼다. 흑연분리판은 고무판화를 떠올리면 이해가 편하다. 수소가 흘러가는 길을 고무판에 음각으로 새기고 다른 고무판에는 산소가 흘러가는 길을 새긴 후, 평평한 두 면을 붙이면 양쪽에 각각 수소 길과 산소 길이 새겨진 분리판이 된다.


그런데 흑연분리판에는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우선 비용이 비싸다. 흑연분리판 가격 자체도 비쌀뿐더러 하나하나 새겨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어렵다. 다음으로는 흑연분리판은 내구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금속분리판은 흑연분리판의 세 단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다. 우선 1mm 내외로 매우 얇기 때문에 400장 이상 쌓아도 부피가 크지 않다. 또한 깎아서 만드는 게 아니라 프레스로 찍어서 만들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금속분리판도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우선, 금속을 눌러서 만들다보니 한쪽 면을 누르면 반대쪽이 볼록 튀어나오게 된다. 수소 길과 산소 길을 각각 다르게 만들어야 하는데 수소 길을 만들어 프레스로 찍으면 반대편에 산소 길을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 연구진은 IFC 연료전지 방식에서 벗어나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금속분리판 설계를 연구했다. 전 세계에 나와 있는 모든 분리판 특허를 보고 손으로 일일이 그려가며 설계했다. 하지만 흑연분리판 위에 길을 새기던 방식으로는 앞뒷면을 함께 고려한 3차원 설계는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보일러에 들어 있는 열교환기를 떠올리게 됐다. 보일러 안에는 두 개의 길을 따라 한쪽에는 뜨거운 액체가, 다른 한쪽은 차가운 액체가 흐른다. 이 두 액체는 서로 섞이지 않지만 열은 이동하는데, 그렇게 따뜻해진 액체가 관을 따라 방 전체로 흐르며 실내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차갑고 뜨거운 두 개의 액체가 섞이지 않도록 흘러가는 길을 만드는 것이 열교환기의 핵심이다.


열교환기와 연료전지는 전혀 다른 제품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연구진은 수소 연료전지에도 열교환기처럼 서로 다른 물질(산소, 수소, 물)이 흐른다는 공통점과 열교환기가 금속분리판을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전혀 별개의 기술에서 금속분리판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한 것은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기발한 일이었다. 현대자동차 연구진은 열교환기 박람회를 찾아다니며 연료전지와 가장 유사한 설계를 찾아 헤맨 끝에 결국 세 개의 물질이 흐르는 금속분리판을 설계할 수 있었다.


밀봉도 쉽지 않다. 개스킷을 개발하라

불가능해 보였던 금속분리판 설계를 완료하고 처음으로 금속분리판을 만든 날, 현대자동차 연구진은 설레는 마음으로 한 장씩 조심스레 400장의 금속분리판을 쌓았다. 그리고 금속분리판 사이로 산소와 수소를 주입했다. 그러나 부푼 기대가 무색할 정도로 기체가 새기 시작했다. 400장을 쌓아놨으니 어디서 어떤 기체가 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10장을 쌓아도 샌다.


결국 문제는 ‘개스킷’에 있었다. 개스킷은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붙이는 문풍지처럼, 분리판과 분리판 틈으로 기체가 새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금속분리판 개스킷은 분리판과 분리판을 고정하면서 수소와 공기, 물이 흘러 나가지 않도록 밀봉을 해야 한다. 결국 금속분리판에 개스킷을 붙을 접착제가 필요했다.


그때부터 금속분리판의 개스킷은 딱풀로 접착했다. 그러나 버니어 캘리퍼스를 사용해 400장의 분리판을 한 장씩 쌓아가며 딱풀을 바르고 개스킷을 붙이는 것은 엄청나게 지루한 작업이었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개스킷과 접착제를 모두 바꿨고, 심지어 개스킷 물질을 바꾸다가 개스킷용 불소고무 특허까지 출원했다. IFC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터득한 기술, 그리고 IFC 특허를 이용하지 않으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기술을 더해 자체적으로 만든 연료전지 발전기는 2005년부터 생산된 투싼 수소전기자동차와 초저상 FC-버스에 탑재됐다.


그렇게 탄생한 투싼 수소전기자동차는 2007년 상하이에서 열린 미쉘린 챌린지 비벤덤에 참가했다. IFC와 공동 개발한 수소전기자동차로 출전을 했던 2004년 이후 3년만으로, 현대자동차가 스스로 만든 연료전지 발전기를 전 세계에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현대자동차 투싼 수소전기자동차는 연료전기자동차 부문 참가 차량 중 유일하게 소음, 연비 등 환경평가 전 부문에서 최고등급인 A를 받았다. 현대자동차는 연료전지 개발을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면서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시행착오는 실패가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문제가 생겨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암묵지처럼 현대자동차에게는 엄청난 자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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