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젬마의 아트 콜라보 수업

   
한젬마
ǻ
비즈니스북스
   
18000
2019�� 05��



■ 책 소개

 

놀라운 아트 콜라보의 세계, 비즈니스의 신대륙을 발견하다!

 

우리는 시간, 공간, 지식, 분야의 한계성에 갇히지 않고 다른 세계와 만나고 결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소통, 상생, 협력, 융합이 중요해지고 있다. 혼자일 때보다 함께일 때 더 큰 힘을 발휘하고 더 멀리 나아가는 사례를 이미 여럿 목격해왔다. 이 책에는 다양한 아트 콜라보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콜라보에 숨겨진 비밀, 기업에 돈을 벌어주는 실질적 콜라보 법칙, 초가치를 만드는 콜라보의 효과 등이 제시돼 있다. 실제 사례와 거기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현장감을 더하며,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만나게 되는 다양한 예술작품과 예술가에 얽힌 사연이 흥미롭게 읽힌다. 무엇보다 아트 전시관을 옮겨놓은 듯 책을 가득 채운 예술작품과 콜라보 제품들의 풍부한 도판 등 멋진 비주얼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 저자 한젬마
저자 한젬마는 대한민국 1호 아트 콜라보 디렉터이다. 아티스트, 아트 디렉터,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 저자, 강연자,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술을 전공했으나 방송, 출판, 비즈니스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유로이 경계를 넘나들며 몸소 콜라보를 실천 중이다.

 

저자는 ‘인터미디언’이라는 타이틀로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을 잇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다. ‘연결자’로서 그의 정체성은 그가 작업을 시작한 2000년대 초보다 어쩌면 ‘초연결’ 시대의 중흥기를 맞고 있는 지금 더 각광받는 주제일지도 모른다. 가장 핫한 주제를 선점한 작가적 예지력보다 놀라운 것은 그가 추구하는 연결과 관계라는 작가적 관심사가 그녀의 삶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업 세계에서도 일관하게 구현된다는 점이다.

 

2012년 코트라와 인연이 닿아 관공서 최초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타이틀을 달고, 예술과 기업이 함께하는 실험적 프로젝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기업과 예술의 만남을 주선하고, 콜라보가 창출하는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우리 기업과 예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라는 별칭으로 우리에게 친숙한데, 다양한 매체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로서 1995년 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그룹전을 포함해 40여 차례가 넘는 전시와 공모전을 가졌다. 그 외에 EBS <청소년 미술감상>, EBS <우리 미술 바로보기>, MBC <문화사색> 등의 방송을 진행했으며, MBC <문화매거진21>, MBC <윤상의 음악살롱> 등 다수의 라디오 프로그램 패널로도 활동했다.

 

대표 저서로『그림 읽어주는 여자』 『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 『그 산을 넘고 싶다』 『그림 엄마』 『화가의 집을 찾아서』 등이 있다.
 
■ 차례
저자의 글 : 쉘 위 콜라보?

 

Chapter 1 콜라보 선수들에게서 배운 것들
벽은 부숴야 제맛이다. 비즈니스 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
하늘은 남을 돕는 자를 돕는다. 시대를 고민한 키스 해링
문제적 남자? 죽음과도 콜라보하는 데이미언 허스트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돈 벌어주는 아티스트 제프 쿤스
열정과 냉정 사이! 절제의 극치 몬드리안
극과 극은 통한다. 아트 콜라보의 선두주자 백남준
모난 것을 맞붙이다. 삼각 사나이 한창우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콜라주맨 장승효
하나를 주면 열을 뱉는다. 도깨비방망이를 쥔 사쿤
마음과 철학까지 융합한다. 한국 팝캐릭터 창시자 이동기
멀티플레이어가 돼라. 아티스트 창업 성공 스토리의 주역, 마리킴과 육심원
스타일에 살고, 스타일에 죽고! 모던 보이 김용호
뻔함을 거부한다. 선 긋는 남자 코마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이중성의 소통, 김지희
인생은 떠나도 브랜드는 남는다. 판타스틱, 원더풀 앙드레 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디자이너, 이상봉
나도 예술가. 예술적 재능을 펼치는 아트테이너들
COLLABO INSIDE 리미티드 에디션

 

Chapter 2 명화가 명품을 만든다
르누아르, 모네 : 명화를 무료로 사용하는 법
밀레 : 낯선 것에 익숙함을 입히는 명화의 마법
드가 : 명화와 제품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고흐 : 상부상조, 스타 옆에서 스타되기
앵그르 : 명화는 만능 해결사가 아니다
칸딘스키 : 우리가 끌리는 건 스토리다
COLLABO INSIDE 기업이 예술을 활용할 때 필요한 7가지 방법

 

Chapter 3 혼자서는 멀리 갈 수 없다
예술에 SOS를 쳐라
독식은 순간이지만 동행은 오래간다
꿈을 함께 나누면 배가 된다
저울질은 그만, 우선 내편을 만들어라
등잔 밑이 어둡다. 일상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
변신은 창조성을 증폭시킨다
인생도 비즈니스도 타이밍이다
허를 찌르는 상상의 문을 두드려라
역발상의 힘, 콤플렉스를 돋보이게 하라
황금 보기를 황금같이 하라
힘을 합치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
콜라보에 장애란 없다
선한 소비가 선한 세상을 만든다
COLLABO INSIDE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활용 유형과 적용 방식

 

Chapter 4 콜라보의 초가치 효과 1. 예술성
현대카드 : 틀과 경계를 뛰어넘다
BMW : 아트카의 향연, 자동차가 캔버스가 되다
한국도자기 : 자연, 명화, 드라마를 담아라
보네이도 : 시간을 뒤섞은 새바람, 빈티지 열풍
설화수 : 한국의 미로 세계를 make up
COLLABO INSIDE 아트버타이징, 아트 콜라보레이션

Chapter 5 콜라보의 초가치 효과 2. 히스토리
보부코리아 : 상대 맞춤형으로 소통하라
스와치 : 소비가 투자가 되게 하라
코카콜라 : 끝없는 리미티드, 소장 욕구를 자극하다
샤또 무똥 : 술과 예술, 절대 버릴 수 없는 컬렉션이 되다
쌤소나이트 : 여행가방에 나만의 스타일을 담다
바디프랜드 : 휴식도 명품이 되다
제이월드 : 영혼의 끌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COLLABO INSIDE 기업과 예술가의 소통방식

Chapter 6 콜라보의 초가치 효과 3. 확장성
무늬공방 : 가장 서양적인 것에 가장 한국적인 것을 담다
루이비통 :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새턴바스 : 남다른 가치를 만드는 변신은 무죄
자이크로 : 남들처럼 말고 남들과 다르게
패션 콜라보 : 콜라보는 어떻게 패션의 무기가 되는가
이종 간의 결합 : 의외성에서 답을 찾아라
캐릭터 콜라보 : 캐릭터로 브랜드에 생명을 불어넣다
I·SEOUL·U : 브랜드는 블렌딩이다
공간 콜라보 : 서로 다른 콘셉트가 뭉쳐 업그레이드하다
공연 콜라보 : 명품이 되기 위해 루브르로 간다
COLLABO INSIDE 아트 상품 vs 아트 콜라보레이션

 

참고문헌

 




한젬마의 아트 콜라보 수업


콜라보 선수들에게서 배운 것들

벽은 부숴야 제맛이다. 비즈니스 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

벽을 부숴야만 그 너머를 볼 수 있다

뒤샹만큼이나 미술계에 파격을 몰고 온 작가가 있다. “좋은 비즈니스가 가장 훌륭한 예술이다.”라고 발언한 앤디 워홀이다. 그는 친숙한 사물과 상업적 산물을 예술작품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다. 자신의 작업을 ‘팩토리’라 정의하고 스스로 창작의 기계이길 희망했으며, 수많은 조수들과 함께 예술품을 대량으로 제작했다. 기계를 통한 무한복제와 대량 생산으로 공고하게 유지되어온 예술의 정의에 정면 도전한 것이다.


“예술은 손맛이 있어야지. 예술가가 직접 만들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사인을 넣다니.” 당시 앤디 워홀의 작품에 대한 대중의 비판과 독설은 넘쳐났다. 하지만 시대를 반영한 그의 작품은 예술의 역사를 바꾸는 데 한 획을 그었다.

앤디 워홀은 “예술은 비즈니스고, 비즈니스는 예술이다.”라는 순수예술계에서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하며 ‘비즈니스 아트’라는 단어를 탄생시켰다. 예술과 비즈니스를 동격으로 설정하고 동행을 주장한 그야말로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창시자다.


앱솔루트와 앤디 워홀의 만남

1985년 미국 시장 유통 담당자였던 미셸 루스가 친분이 있던 앤디 워홀에게 앱솔루트 병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 달라고 부탁했고, 이를 계기로 그들의 협업은 시작되었다. 사실 예술과의 동행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기업은 거의 없다. 앤디 워홀 같은 거장의 경우야 예외겠지만, 이름도 모르는 예술가라면 이처럼 과감하게 함께하겠다는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보편화되기 전인 1980년대에 이처럼 과감한 용기를 낸 것을 보면, 앤디 워홀도 앱솔루트도 분명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들이다.


약병을 연상시키는 앱솔루트 술병에서 영감을 받은 앤디 워홀은 1985년, ‘앱솔루트 워홀’이라는 콜라보 작품을 탄생시킨다. 그 후 앤디 워홀은 키스 해링 등을 아트 콜라보레이션 파트너 후보로 제안했다고 한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면서 예술가들과 소통하며 동행하는 것이 하나의 기업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예술품만 남는 시대가 아니다. 아트 콜라보레이션 제품 또한 영원할 것이다. 살아생전 앤디 워홀이 너무나 사랑했을 뿐 아니라, 컬렉션을 한 것으로 유명한 샴페인 돔 페리뇽도 앤디 워홀 아트 콜라보레이션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한 바 있다. 유모차 브랜드 부가부 또한 앤디 워홀 재단과의 협약을 통해 ‘앤디 워홀 유모차’ 시리즈를 4회나 출시했다. 최근에는 캘빈 클라인과 유니클로가 앤디 워홀의 작품으로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화폭 안에서 예술로 제품을 그렸던 그의 행위는 그 자체로 아트 콜라보였던 게 아닌가. 팝아트는 결국 아트 콜라보의 시조가 아닌가. 아트 콜라보 선구자는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아닌가. 이런 생각들을 연결지어 본다.


극과 극은 통한다. 아트 콜라보의 선두주자 백남준

유럽의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세계적인 예술가이자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 그는 피아노를 때려 부수고, 자신의 머리를 먹물에 담근 후 그 머리를 붓 삼아 바닥에 깔린 긴 종이에 획을 긋는 등 전위적인 예술활동을 했다.


이는 모두 ‘플럭서스’ 운동에서 벌어진 아방가르드 전위예술 행위이다. 플럭서스(Fluxus)는 변화, 흐름, 움직임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다. 음악, 시각예술, 무대예술, 시 등 다양한 예술형식을 융합한 통합적인 예술 개념을 탄생시킨 탈 장르적인 운동이다. 또한 1962년 독일에서 시작해 1970년대 초까지 활동한 극단적이고 실험적이었던 전위예술 운동이다.


예술과 상품화를 반대한 백남준의 아트 콜라보

플럭서스는 ‘삶과 예술의 조화’를 표방하며 출발했고, 특히 예술을 상품화하는 경향에 반발하여 자신의 작품을 상품화할 수 없도록 했다. 대표적인 예술가로는 마키나우스, 요제프 보이스, 존 케이지, 백남준, 오노 요코, 레이 존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고급예술, 일상의 레디메이드(Ready made) 일체를 해체하고 부정한다. 기록과 결과가 아닌 그냥 과정, 흐름, 행위에 목적을 둔다. 예술의 틀 안에 갇힌 예술에 대한 항변이다.


아방가르드는 ‘모든 것이 예술이고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사명을 향한 질주이기도 하다. 다다이즘(Dadaism)이 큰 획을 그었고, 플럭서스 또한 그 정신을 잇고 있으며, 우리가 상업적이라고 하는 팝아트 역시 놀랍게도 이 정신을 잇는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공장이라는 작업실에서 대량생산 방식으로 대중적인 소재의 작품을 제작한다. 이는 고급예술의 권위와 개념을 무너뜨리는 행위의 일환이다.


플럭서스는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 사이를 자유로이 오갔다. 결국 백남준이 비디오아티스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비디오와 TV라는 매체를 활용해 이러한 융합, 즉 콜라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예술을 부정하는 전위행위를 했고, 놀랍게도 예술의 상품화에 반대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선두주자이기도 했다. 앱솔루트, 스와치, 삼성전자 등 굵직한 대기업들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작품 사용을 승인하고 동행을 승낙했다.


예술과 비즈니스는 대립적 관계가 아니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든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상업 행위인가? 작품의 고유성은 존재하지만, 장르 간의 경계가 없고 융합이 자유로웠던 백남준에게는 콜라보 또한 시대 변화에 따라 확장된 개념의 예술 아니었을까?


기업 입장에서는 상업적 성공을 위한 행위이지만, 예술가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작품이 비즈니스 분야와 융합해 전에 없던 것이 탄생하는 또 하나의 창작 기회인 셈이다. 이렇게 각자의 철학과 요구가 명확하다면 그들의 만남, 융합, 창조는 한걸음 더 나아가는 일종의 전위예술이기도 하다.


새로운 결합을 시도하는 신선함에 끌렸을 백남준의 아트 콜라보 행위는 상업적 성공과 상관없는 실험과 도전이었다. 전위예술과 비즈니스, 너무도 달라서 양 극단에 놓여 있을 법한 둘의 만남. 어쩌면 극과 극은 통하는지도 모른다.



마음과 철학까지 융합한다. 한국 팝캐릭터 창시자 이동기

대중성과 예술성의 융합이 갖는 가치

예술의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 끊임없는 긴장과 균형을 유지하면서 색다른 융합을 이루어낸 작가가 있다. 코리안 팝아트의 1세대 선두 주자로 꼽히며 ‘아토마우스’를 창조한 작가 이동기다.


이동기의 아토마우스는 매우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작가가 그린 캐릭터였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미국 디즈니 미키 마우스와 일본의 아톰 캐릭터를 결합시키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혼성 이미지 캐릭터를 보면서 한국인의 자화상을 발견한 이동기 작가. 그는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변화해 나가는 한국 문화 속에 서 있는, 작가 자신과 동시대인들의 자화상을 발견했던 것이다.


아토마우스는 한국적 정체성을 반영하면서도 미국과 일본이라는 대표성을 보여주는 글로벌 캐릭터이기도 하다.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유명세의 파워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한국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하되 국제적 감각을 겸비한 다면성 때문에 기업들은 아토마우스와의 소통에 열광한다.


코란도, 지포 라이터, 하이트 맥주, 아이페이스, 해리메이슨, 오즈세컨, 삼성전자 등등 수많은 기업이 그를 원한다. 하지만 원한다고 무조건 콜라보를 하지는 않는다. 이동기 작가는 아토마우스가 과연 그 기업의 제품과 제대로 소통하고 효과적으로 콜라보를 할 수 있는지를 기업보다 더 심각하게 고민하는 예술가다. 그래서 비록 콜라보레이션을 하지 못한다 해도 그와 만나서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은 이미 콜라보를 시작한 것과 다름없다.


콜라보레이션은 상호 신뢰를 통한 융합이다

어느 날 홈쇼핑회사에서 이동기 작가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 회사는 이미 많은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면서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어 지쳐 있는 상태였다. 숱한 고충을 겪은 탓에 아트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회의적일 법도 한데 담당자는 이동기 작가와의 콜라보만큼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동기 작가처럼 융합과 결합을 작품의 모토로 삼고 있는 작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일지라도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가장 중요한 동시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상호 신뢰다. 신뢰가 깨지면 콜라보는 끝이다. 나는 이동기 작가와의 콜라보를 제안하기 전에 담당자에게 콜라보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조언해주었다.


콜라보레이션을 힘들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확한 목적과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 기업과 예술가들이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논의할 때 정확한 목적과 액수를 정하지 않고, ‘상황 봐서… 결과 봐서… 나중에 더 지급할 수도 있고’라는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서로 손해 보지 않으려는 머리싸움이 오히려 명확한 의사 표현을 막음으로써, 중도에 당황스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콜라보는 목표와 과정 그리고 결과까지 쌍방이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동행해야만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다. 이처럼 모든 과정에서부터 정확한 목표 공유가 이루어져야 하고 상대와의 심리적, 물질적 융합이 이루어져야 좋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 예술가들과의 콜라보는 그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콜라보레이션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COLLABO INSIDE 리미티드 에디션

그렇다면 작품과 제품,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작품은 보다 순수한 목적, 예술을 목적으로 하는 결과물이다. 반면 제품은 판매를 목적으로 생산되는 물품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림도 제품의 하나다. 파는 것을 목적으로 창작한 것은 아닐지라도 결국 전시를 하고 판매가 가능한 상태가 돼버리니 말이다. 다만 유효기간이 무한이라고나 할까.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작품의 가치가 상승해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대가 형성되기도 하지만.


여기엔 어떤 원리가 숨어있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생기는 당연한 효과다. 갤러리는 그림을 판매하는 그림 마켓인 셈이고, 아트페어는 그림마켓 축제다.


이런 흐름 속에서 그림의 가격이 부담스럽고, 대중적이지 못한 측면을 해소하기 위해 판화라는 장르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 판화는 그림을 복제한 것인데, 한정 수량을 기재하여 리미티드 에디션을 창작한다. 다량 복제 생산한 작품이기에 오리지널 작품에 비해 가격이 현저히 낮고, 원화를 소장하지 못한 이들에게 소장의 기회를 주는 장르다.


이와 달리 그림들이 완전히 제품으로 변모하는 경우가 있다.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복제하여 무제한 생산해내는 아트 상품이 돼버릴 때 그것은 제품이 된다. 그런가 하면 생필품들을 포함한 다양한 일반 제품들이 작품이 되고자 하는 현상도 벌어진다. 이 현상은 차별화, 고품격, 소생산을 통한 작품 수준의 제품들이 출시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술 작품을 적용하거나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한 특별한 시도를 하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제품이 탄생하기도 한다. 예술의 옷을 입고 예술적 시도를 통해 예술의 경지에 오르려는 제품들의 창조적 시도다.


게다가 아트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이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특성까지 거머쥐게 되면, 언젠가 경매에서 엄청난 가격을 호가하는 진정한 예술품이 될 수도 있다. 작품이 제품이 되고 제품이 작품이 되고자 하는 현상. 이처럼 어느 순간 작품과 제품의 경계가 애매해지고 서로 그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명작이 되느냐, 평작이 되느냐. 그것은 결국 우리의 치열한 고민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 여기의 나와 미래를 어떻게 연결 짓느냐에 따라 달리 평가될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협업과 동행으로 빚어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혼자서는 멀리 갈 수 없다

저울질은 그만, 우선 내편을 만들어라

서로 다른 주체가 만나 콜라보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아트 콜라보레이션도 마찬가지다. 상업성을 중시하는 기업과 예술적 의미를 중시하는 예술가의 지향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트 콜라보는 시너지가 높은 만큼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 편이다.


신뢰를 얻어야 협력도 가능하

아트 콜라보를 하기 위해 만나는 기업들이 예술을 대하는 태도는 4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예술과 소통은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두렵고 난감해한다. 둘째, 예술에 관심이 많아서 이미 예술가들과 접촉하고 시도를 해보았지만 소통에 실패하고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셋째, 이미 예술가들과 소통하며 기쁨과 성과를 맛보았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넷째, 예술과의 소통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무지하다.


대구에서 비누를 수출하는 기업 향원의 대표를 만났을 때 느낀 첫인상은 두 번째 케이스에 해당했다. ‘향원’이라는 로고도 서각가를 통해서 디자인했으며, 패키지는 일본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적용했다. 한국의 A라는 예술가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접촉했으나 서로의 저울질로 마음에 상처만 받은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코트라의 아트 디렉터인 내가 예술가와의 중개를 얼마나 제대로 해줄 것인지 의심이 가득했다.


“저희에게 어울릴 만한 예술가로 누가 좋을까요? 추천 한번 해보시겠어요?”


일종의 한젬마 테스트였다. 나는 성심껏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 그 과정은 신뢰를 얻기에 필요한 과정이었다. 슬그머니 마음의 문이 열리자 향원 측에서 역제안을 해왔다. 예술가 A와 콜라보를 하고 싶은데 성사시켜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밉지만 미련을 떨칠 수 없어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그 예술가.


다행히 그 예술가는 내가 잘 아는 지인이었고, 기업의 요구대로 추진해볼 수 있었다. 물론 그 전에 왜 그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는지에 대해 알 필요가 있었다. 나는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 예술가와 협업했을 때 기업 입장에서의 장단점도 설명해주었다. 그런 합리적인 토의 과정은 예술가와의 머리싸움과 저울질로 인해 쌓였던 불쾌한 앙금을 씻어내는 과정이 되었다.



황금 보기를 황금같이 하라

누가 나의 고객인지 이해하고 분석하라

기업들도 여성을 타깃으로 각종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약회사도 마찬가지다. 두통약 펜잘은 제품 케이스에 클림트의 명화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입힌 후, 여성 소비자층을 섭렵하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제품의 핵심 타깃이 여성임을 감안해서 그들의 이목을 끌만한 패키지 디자인을 한 것이 주효했다.


종근당은 ‘약효도 명품이 있다’는 구호를 내세웠다. 진통제 시장의 주요 소비자가 20~30대 여성이라는 점에 착안해 ‘핸드백에서 꺼내는 예술’이라는 콘셉트로 명화를 사용했고, 고급스러운 패키지로 여성들의 핸드백 한켠을 차지한 것이다.


이들 회사는 명화가 지닌 명시성과 주목성, 유명세를 홍보 포인트로 삼아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뻔한 약품 케이스가 아니라, 익숙한 명화로 포장된 약은 왠지 모를 안정감과 선호도를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여성들이 선망하는 고급스러움을 잔뜩 품은 골드 박스 아닌가(물론 노란색에 가깝게 보이기는 하지만, 인도에서는 노란색이 행복의 상징이요, 중국에서는 황제의 색인 것처럼, 우리에게도 긍정과 영광, 역동성이 느껴지는 색이다).


여성을 사로잡는 황금빛 유혹

미술사에서 금색을 가장 많이 사용한 예술가는 단연 클림트가 아닐까 싶다. 금세공사 아버지와 오페라 가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스트리아인 클림트. 그는 빈의 응용미술학교를 졸업한 후, 남동생과 함께 벽화를 그리는 스튜디오 ‘예술가 컴퍼니’를 개업해서 주로 왕궁, 저택, 극장 등에 장식화를 그렸다.


영화 <에곤 쉴레>에는 당대 최고의 대가 클림트가 풋내기 화가인 에곤 쉴레를 돕고자 자신의 모델을 내어주는 조력자로 등장한다. 클림트는 싱글이었지만 여성 편력은 화려했다. 펜잘의 케이스에 등장한 모델 아델 블로흐 바우어 부인을 비롯해 사교계 여인들 뿐 아니라 수많은 모델들과 깊은 관계였다고 한다. 클림트가 죽은 후 14명의 여인들이 친자 확인 소송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여성 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여성을 사랑하고 여성들이 사랑할 그림을 남긴 클림트. 그의 생은 사라졌어도 여성을 사로잡는 금빛 가득한 그림은 영원히 남아있다. 심지어 여성들의 통증을 덜어주는 약의 케이스에 담겨 여성 품에 안기는 그의 예술은 참으로 일관되고 치밀하고 지속적이다. 예술가의 작품성과 소비자를 공략하는 기업의 전략이 딱 맞아떨어진 참으로 정확한 아트 콜라보 아닌가.


펜잘은 기존 제품에 포장만 바꾸는 전략만으로도 소비자들과의 소통력을 증대시켰다. 통증을 완화하는 그저 그런 진통제가 아니라 여성을 사랑하고 여성과 교감한 예술가의 영혼으로 고통을 치유한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의 성향과 니즈를 제대로 간파한 후 이루어지는 콜라보는 그 어떤 광고보다 세련되고 효과적이다.



콜라보의 초가치 효과 3. 확장성

패션 콜라보 : 콜라보는 어떻게 패션의 무기가 되는가

패션 분야에서 시도된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1965년 이브 생 로랑의 몬드리안을 시조로 꼽는다. 당시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단어를 흔히 쓰지 않았기에 오마주로 인식되었지만. 어쨌든 그 이후 명품 브랜드들은 명화와 다양한 콜라보를 시도하며 진화하고 재창조되었다.


베르사체의 앤디 워홀 드레스, 돌체앤가바나의 고전 르네상스 명화 프린트, 정통과 빈티지 체크의 버버리와 펑키하고 도발적인 웨스트우드의 만남, 그리고 최근 루이비통과 제프 쿤스의 마스터즈 시리즈까지. 패션 분야에서 콜라보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으며 협업의 주체와 방식, 유형 또한 매우 다양하다.


SPA브랜드의 강자 유니클로의 저력

의류 기획, 디자인, 생산, 제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을 일명 SPA (Speciali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라 하는데, 지금이야말로 SPA의 시대다. 싸고 질도 괜찮으면서 유행을 선도하는 제품을 소비자들이 마다할리 없으니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스페인의 자라, 미국의 GAP과 MANGO, 스웨덴의 H&M, 일본의 유니클로를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선두는 단연 유니클로.


특히 유니클로는 매우 전략적인 협업 체계를 유니클로 UT 특별 전시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기존 전시와 차별화해 ‘아트 앤 컬처’ (Art & Culture), ‘브랜드’ (Brands), ‘캐릭터’ (Character)라는 세 가지 테마 아래 다양한 라인업 중 9가지를 선별해 전시했다.


먼저 아트 앤 컬처 존. 유니클로는 ‘뉴욕현대 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 MoMA)과 협업해 앤디 워홀, 장 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재해석해 티셔츠로 만든 ‘서프라이즈 뉴욕’ (SPRZ NY) 라인을 출시해왔다. 여기서는 예술과 패션의 만남을 상징하는 ‘SPRZ NY’ 라인업이 선을 보였다.


브랜드 존에서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다섯 편의 미국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아메리칸 무비즈’, 영국의 대표적인 인테리어 브랜드인 ‘스튜디오 샌더슨’, 그리고 21개 브랜드의 대표 상품들을 그래픽으로 표현한 ‘더 브랜드 마스터피스’, 전 세계인들로부터 꾸준하게 사랑받는 ‘레고’ 등의 라인업이 소개됐다.


이 전시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유니클로가 그저 단기적인 이벤트나 유행으로 가볍게 속도를 내는 브랜드가 아니라, 체계적인 전략과 내공을 지녔음을 알려주는 전시였다. 신선하면서도 도전적인 콜라보를 통해 가늠하기 힘든 저력을 지닌 기업임을 당당히 선포한 것이다.


함께 콜라보한 상대들도 쟁쟁하다. 그 저작권료만 해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사실 하이엔드 디자이너가 SPA와 손을 잡고 동행하는 기이한 현상은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며, 어느새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 독점은 끝났고, 공유 협력의 시대가 왔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더 멋진 것을 만들 수 있다면 콜라보하지 못할 대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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