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트렌드 X

   
마크 펜 외(역:김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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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퀘스트
   
22000
2018�� 06��



■ 책 소개

 

밀레니얼세대가 주류로 부상하고, 정치·경제의 예측불가능성이 더 커진 사이
‘마이크로트렌드’의 영향력은 두 배로 더 세졌다!

 

1990년대 존 나이스비츠의『메가트렌드』이래로, 한 가지 주류의 시각으로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트렌드서가 미덕이었다. 지금도 한쪽에선 몇 개의 큰 흐름으로 세상 변화를 설명하는 책들이 1년 주기로 새로운 흐름을 발표한다.

 

『마이크로트렌드 X』는 바로 여기에 반기를 든다. 몇 개의 큰 힘이 세상 돌아가는 법을 결정하던 메가트렌드의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 경제는 스타벅스 커피 종류만큼 맞춤화되어 가고, 대중의 선택은 그 어느 때보다 개별적인 세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의 미래를 만드는 것이 사회 전반에 흐르는 거대한 기류가 아니라, 작은 집단들 속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변화라는 대담한 주장을 펼쳐 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아주 여러 개의 작은 렌즈들로 들여다본다. 그리고 동시에 이 작은 렌즈들을 조합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큰 그림을 완성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눈앞의 세상 그 이면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이 결국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을 밝혀내고,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와 만나게 한다.

 

2008년 글로벌 베스트셀러 『마이크로트렌드』는 작은 집단의 행동이 그 집단을 넘어 미국 전역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는 원리를 설명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인사이트를 선물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또 다른 변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1%’들이 만드는 마이크로트렌드의 영향력이 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는 것이다.

 

■ 저자 마크 펜
저자 마크 펜은 여론조사, 마케팅, 광고, 그리고 전략 전문가로 40년 넘게 정재계의 최고위층과 함께 일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여론조사 권위자로서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캠프에서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고 ‘사커 맘’이라는 중대한 트렌드를 포착한 주인공이다. 빌 게이츠와 토니 블레어를 위시한 세계적 리더들과 더불어 포드, 버라이즌, 머크, 맥도날드 등 많은 기업에 조언자 역할을 해왔다. 세계 굴지의 광고홍보기업 CEO를 지내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광고 총괄 부사장을 거쳐 최고전략책임자에 올랐다. 지금은 해리스 폴(Harris Poll)의 회장이자 디지털 마케팅 기업들의 집합체인 스태그웰 그룹(Stagwell Group)의 매니징 파트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마이크로트렌드』를 집필했고, <월스트리트저널>, <폴리티코> 등에 글을 쓰고 있다. 현재 하버드대 정부학과에서 초빙강사로 여론과 여론조사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 역자 김고명
역자 김고명은 음식에 얹는 고명처럼 원문의 멋과 맛을 살리고 싶은 번역가이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영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졸업을 앞두고 번역에 뜻이 있어 학교 밖의 ‘글밥 아카데미’에서 선배 번역가들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이후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에서 실무 능력을 뒷받침하는 학문적 기초를 다졌다. 현재 출판 번역가 모임 ‘바른번역’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애티커스의 기묘한 실종 사건』『도둑비서들』『가족이니까 그렇게 말해도 되는 줄 알았다』『잘하고 싶다, 사랑』『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등이 있다.

 

■ 차례
들어가며 l 작은 변화를 포착하여 10년의 미래를 예측하다
서론 l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변화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는가

 

1부. 사랑과 관계 (LOVE AND RELATIONSHIPS)
1. 이인자 남편
2. 비혼족
3. 개방혼
4. 은발의 독신남
5. 삼혼자
6. 성적 양다리
7. 인터넷 결혼족의 귀환
8. 독립부부

 

2부. 건강과 식습관 (HEALTH AND DIET)
9. 친단백질족
10. 뒤처지는 남자들
11. 90세 인생
12. 약 먹는 아이들
13. 한끼뚝딱족
14. 웰빙 중독자
15. 암 생존자

 

3부. 기술 (TECHNOLOGY)
16. 신흥 중독자
17. 디지털 재단사
18. 강화인간
19. 드론의 시대
20. 노PC족
21. 실직하는 어학 교사
22. 상호작용봇
23. 업데이트된 신종 러다이트
24. 전용기의 불청객
25. 소셜 백만장자

 

4부. 생활 (LIFESTYLE)
26. 독신반려인
27. 평생룸메족
28. 자유분방족
29. 돈 많은 덕후
30. 부자 대마쟁이
31. 지능형 방송 콘텐츠
32. 코리안 뷰티
33. 현대판 애니 오클리
34. 극렬 유비무환족

 

5부. 정치 (POLITICS)
35. 구경제의 유권자
36. 행복한 비관주의자
37. 샤이 보수
38. 헛똑똑이 엘리트의 재림
39. 돌아온 전투적 드리머
40. 최신예 미국인
41. 집콕 유권자

 

6부. 일과 사업 (WORK AND BUSINESS)
42. 자기 데이터 수집광
43. 자전거 출근족
44. 가상 사업가
45. 소액자본가
46. 인터넷 사기꾼
47. 한정 노동
48. 신흥 공장 노동자
49. 부활한 헤이즐
50. 천만장자

 

결론 l 마이크로트렌드 길들이기 




마이크로트렌드 X


사랑과 관계(LOVE AND RELATIONSHIPS)

개방혼

개방혼(open marriages)은 대부분 사람이 금기시하며 쉬쉬하는 주제지만 사실 미국에서는 이를 실험하는 부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남편이나 부인이 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트렌드를 주도하는 쪽이 누구인가 궁금할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주축이 되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이고, 거기에 일부 X세대가 합류해 있다. 이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약 10년 동안 자유로운 탐색을 통해 다양한 관계에 익숙해진 후 뒤늦게 결혼한 사람들이다.


현재의 개방혼은 10년 전의 인터넷 데이트와 매우 비슷하다. 점점 흔해지고 있지만 자녀나 가족 앞에서는 말하지 않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렇다. 개방혼에서는 섹스보다 사랑이 중시된다. 개방혼은 부부라는 관계 외에 또 다른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 관계는 일시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장기적인 것이 될 수도 있으며, 결혼 생활과 완전히 별개로 간주되는 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결혼 생활의 일부로 취급된다. 단, 결혼 생활의 주축은 여전히 두 사람의 부부로, 모든 것이 이 관계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개방혼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성과학자 태미 넬슨은 《새로운 일부일처제: 외도 이후에 관계를 재정립하는 법》에서 이렇게 썼다. “새로운 일부일처제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점점 더 많은 부부가 부부의 애착 관계에서 1차 파트너와의 관계를 ‘기존의 일부일처제’보다 한층 유동적인 시각으로 본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일부일처제에 대한 새로운 개념하에서 각 파트너는 상대방이 현재 주된 애착 대상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라고 가정하면서, 모종의 혼외 애착 관계가 1차 관계를 위협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고 본다.”


개방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사실은 구글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구글에서 검색어에 개방혼이 들어가는 경우가 증가한 것이다. <성 연구 저널> 논문에 따르면, 2006~2015년에 수십만 명이 사용한 익명의 검색 키워드를 분석했더니 “다자간 연애 및 개방혼과 관련된(하지만 스와핑과는 관련이 없는) 단어의 검색 횟수가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개방혼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예전보다 많은 미국인이 개방혼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2016년에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4퍼센트가 정식 연인이나 배우자 외의 사람과 모종의 애정 관계를 맺은 적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 정도면 꽤 큰 수치다. 계산해 보면 표본 중 80명이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선 관계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런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한 사람, 나아가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했지만 비난이 두려워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은 아마 더 많을 것이다.


개방혼도 어쩌면 스와핑과 마찬가지로 잠깐 반짝한 후 쇠퇴해서 더 작은 마이크로트렌드로 남을지 모른다. 또는 사회 전반적으로 결혼의 의미가 퇴색하면서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설령 결혼을 하더라도 예식 때 결혼 서약 같은 것은 빼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현상이 장기적 트렌드가 아닌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것으로 생각하고, 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더 깊고 헌신적인 관계의 가치를 내세우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일부일처족’이 이 마이크로트렌드의 역트렌드가 되리라고 전망한다.


은발의 독신남

요즘 제일 잘나가고 인기가 많은 독신남은 말년에 데이트 시장에서 다시 주가를 올리고 있는 60~70대, 심지어는 80대의 싱글남이다. 그중에는 이혼으로 싱글이 된 사람도 많다. 64세를 기준으로 독신녀가 100명이면 독신남은 62명밖에 안 된다. 그야말로 남자의 일생에서 가장 승산이 높을 때다.


기대수명에 따른 비율도 역대 최고로 유리하다. 미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평균 81세, 남성은 76세다. 남자들은 1940년대부터 여자들보다 일찍 세상을 떠나고 있다. 많은 여성이 남편을 먼저 보내다 보니 말년이 되면 독신녀는 많은데 독신남은 점점 줄어든다.


이제 온라인 데이트는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나이야 얼마든 마음만은 청춘인 사람들의 활동 무대이기도 하다. 요즘 은발의 독신남들에게는 데이트를 많이 할 수 있는 방편이 마련되어 있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에는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의학도서관에 따르면, 노년에 데이트를 하는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과 비교했을 때 ‘사회적으로 더 유리한 위치에 있고, 대학 교육을 받았을 확률이 더 높고, 재산이 더 많고, 더 건강하고, 더 큰 사회적 결속감을 드러낸다’고 한다.


은발의 독신남들이 섹스를 많이 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아마 새파란 독신남들보다 더 많이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만끽하고 있는 성생활이 거저 이뤄진다고 보긴 어렵다. 비아그라나 시알리스같은 약물들이 많이 사용된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에 이뤄진 다수의 조사에서 60세 이상 미국인 중 ‘남성의 절반 이상과 여성의 40퍼센트가 활발한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은발의 독신남들에게는 보건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이 몇 가지 있다. 전혀 뜻밖일 수도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성병의 급격한 증가다. 물론 60~70대에 임신을 걱정할 리야 없겠으나 안전한 성행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성병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65세 이상 성인에게서 클라미디아와 매독이 크게 증가했고(각각 52퍼센트와 65퍼센트), 임질은 자그마치 90퍼센트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에이즈 위기가 발발하기 전에 성년이 됐고, 성병이 국가적 차원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도 그들이 성인이 된 이후였다. <뉴욕타임스>는 ‘섹스와 노년의 독신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0년 전국 성 건강 및 행동에 관한 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생 연령의 미국인은 성행위 시 40퍼센트 정도의 콘돔 사용률을 보이지만, 61세 이상 미국인은 6퍼센트에 그친다.”라고 보도했다.


대중문화에도 은발의 독신남을 비롯한 고령자들이 안락의자에서 세월을 보내지 않고 적극적으로 재미를 보려고 하는 세태가 반영되고 있다. 고령자들은 여행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고 있기도 하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화려한 여행이라는 뜻의 ‘그랜드트래블링’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특히 노년의 싱글들을 위한 크루즈 여행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버시크루즈라는 업체는 ‘젠틀맨 호스트’라는 프로그램으로 55세 이상 승객에게 ‘사랑이 싹트는 유람선 여행’을 제공하고 있다.



기술(TECHNOLOGY)

디지털 재단사

원래 맞춤복은 부호들의 전유물이었다. 돈 있는 사람들은 말쑥한 차림새를 위해 거액의 돈을 지불했고, <보그>에는 수만 달러를 호가하며 아무나 입을 수 없는 디자이너의 고급 의상이 실렸다.

하지만 이제 맞춤복은 런웨이의 모델들이나 골드만삭스의 투자귀재들에게만 머물지 않고 대중에게 확산되고 있다. 이것이 앞으로 10년 동안 강한 성장세를 보일 마이크로트렌드다.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재단사들이 업계 밖으로 나오고 있다. 프로퍼클로스나 엠테일러같은 앱을 이용하면 휴대전화로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맞춤복을 주문할 수 있고, 심지어는 휴대전화로 자신의 신체 치수를 직접 잴 수도 있다. 사용법도 휴대전화로 사진만 찍으면 될 만큼 쉽다. 주문을 넣고 2주 후면 맞춤 셔츠나 정장이 집으로 배달된다.


이런 변화를 발 빠르게 감지하는 기업들이 있다. 최근 ‘공학과 의류의 만남’을 표방하며 많은 매장이 문을 열었는데, 그중 하나인 미니스트리오브서플라이에서는 3D 니트 프린터로 즉석에서 옷을 만들어준다. 몸에 딱 맞는 옷이 신속하게 제작되고, 옷감도 친환경만 쓴다.


그치만 스카프라면 모를까, 웹에서 의류를 파는 데는 걸림돌이 있다. 같은 치수라도 디자이너에 따라 옷의 맵시가 많이 차이 난다는 것이다. 업체별로 제시한 치수가 정확히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온라인에서 값비싼 옷을 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치수 측정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아이폰X의 3D 카메라를 이용하면 휴대전화를 이용한 치수 측정의 정확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그에 따라 더 많은 소비자에게 맞춤복 시장의 문이 열리고 있는 만큼 온라인에서 기성복을 사는 사람 역시 늘어날 것이다. 엠테일러는 치수 측정 기술을 이용해 17가지 중요한 치수 정보를 확보한 후 제작에 들어간다. 이 기술 덕분에 반품률이 뚝 떨어졌다.


고급 의류 쪽으로 가면 아직도 옷을 가봉하고 몸에 맞추는 데만 2주가 걸린다. 하지만 이제는 그와 같은 옷을 주문받아서 다 완성하기까지 2주면 충분하기 때문에 백화점 의류 코너가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랄프로렌같은 제조사는 어쩔 수 없이 맞춤복 흉내를 내며 셔츠에서 폴로 말 로고를 떼고 고객의 이니셜을 새길 수 있게 했다. 디지털 재단사들은 이들의 전략에 맞서 공급사슬, 채용 과정, 매장, 제조시설, 자재 수출입 등 의류 업계의 모든 요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고급 시장의 주자들은 나름의 기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도태되지 않고 ‘맞춤’의 흐름을 쫓아갈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도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더 크고 더 저렴한 맞춤 코너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미 몇 군데 매장에 엑스박스용 카메라를 이용해 정확한 치수를 잴 수 있는 측정실이 만들어졌다. 나는 오프라인 업체들이 온라인의 경쟁자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앞으로 이런 행보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는 빅데이터도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치수를 전자적으로 기록해 놓을 것이고, 모든 의류 제조사가 그것을 이용하려고 들 것이기 때문이다.


강화인간

이미 우리의 신체 감각을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단계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한다. 이 기술은 우리를 지금보다 더 강하고, 더 빠르고, 더 민첩하게 만들 수 있다. 세상은 바야흐로 강화인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장애인 보조 기술이 어느 때보다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이를테면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특수 장치, 신형 보청기, 3D 프린터로 제작 가능한 의수와 의족 등이 나와 있고 상이군인을 돕기 위한 AI도 성큼성큼 발전 중이다. 머잖아 훨씬 많은 미국인이 이런 기술을 받아들여 개구리 같은 도약 능력을 갖추게 되거나 망막에 야시경을 이식하는 등 인체를 전에 없던 방식으로 개조할지도 모른다. 지금도 다리가 절단된 환자가 3D 프린터로 하이힐용 다리와 운동화용 다리를 만들어 착용할 수 있다. 이렇게 인공 기관이 발달하면, 앞으로는 평범한 사람들도 팔이나 다리를 원하는 대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다.


군사 방면으로는 아마도 이미 여러 가지 강화 프로젝트가 물밑에서 가동 중일 것이다. 최근 미군은 전기 자극법의 발전에 힘입어 ‘슈퍼 네이비실’ 부대를 결성했다. 대원들의 뇌에 충격을 가하면 이들의 반응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더욱 초인적인 힘이 발휘된다.


이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치안기관에서는 어느 때보다 효율적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훨씬 더 정확하고 확실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게 된다. 경찰관의 몸에 엑스레이 영상을 볼 수 있는 눈, 화약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코, 금속을 감지하는 음파 탐지기가 있다면 번거롭게 검문소를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 인공지능이 누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지 인지할 것이며, 만일 그 사람이 미심쩍은 움직임을 보인다면 저지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해야 할지도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벌써 실용화된 강화인간 기술도 있다. 바로 인공 망막이다. 인공 망막은 이미 2013년부터 이식되기 시작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는 어둠 속에 살다가 인공 망막을 이식받은 사람들이 이제 “큰 글씨를 읽고, 천천히 움직이는 차를 보고, 식기를 분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에 이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확산되면 안경이 대부분 사람에게 과거의 유물로 전락해 위비파커 같은 회사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기술이 이미 시력이 좋은 사람에게 접목된다면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깨알 같은 글씨를 읽거나 웨이즈 같은 전용 앱보다 도로 상황을 더 잘 파악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강화인간이 진정으로 도약하려면 사회와 정부가 이런 발전의 산물을 잘 관리할 규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으로서는 끝이 없는 관료주의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투자를 꺼릴 것이다. 첨단 웨어러블 기술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생물학적 변형을 목표로 한 기술은 정반대다. 승인되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선뜻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POLITICS)

구경제의 유권자

1990년대 중반 미국과 영국은 생산직 일자리가 안정화되는 한편으로 신경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른바 신시장을 순회하고 세금 우대 프로그램을 도입해 신경제를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북미자유협정이 발효되고 새천년이 시작되자 생산직 일자리가 급감했다. 한동안 증가하던 생산직 일자리는 2000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붕괴했다.


아마 대공황 이후로 생산직 일자리가 이렇게 심한 타격을 입은 적은 또 없을 것이다. 수백만 명이 삽시간에 생계 수단을 잃었다. 하지만 부시와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전반에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거의 외면하다시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밖에도 몇 가지 거대한 트렌드가 맞물려 생산직 일자리의 감소를 부채질했다. 탄광 지역 같은 곳에서는 많은 젊은이가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러 도시로 떠났고, 그에 따라 지역에서는 경제 문제가 악화되고 가정이 분열됐다.

이 시기에는 수년간 이민자 유입도 상당했다. 경제 위기와 시리아 내전 같은 무력 충돌로 인해 수백만 명의 난민이 유럽 대륙으로 몰려들었다.


NAFTA로 인한 생산직 일자리 감소, 지역의 청년 유출, 이민자 유입,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의 임금 정체라는 네 가지 트렌드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미국에 온 이민자 중 대부분이 동 서부 연안 지역에 몰려 있었는데 이민자 유입과 그 파급 효과에 대한 공포는 선거에서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이 되기에 충분했다.


바로 그때 트럼프가 등장해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그는 민주당만이 아니라 같은 소속인 공화당 내 친무역, 친이민 성향의 엘리트들에게도 맞섰다. 최근 <뉴욕타임스> 기사에 이 점이 잘 요약되어 있다. “오바마처럼 트럼프도 기득권층에 반기를 들었다. […] 퓨리서치센터의 데이터에서 이민, 무역, 중국, 범죄, 총기, 이슬람에 대한 트럼프의 인식이 이전에 민주당에 투표했던 백인 육체 노동자 계층 유권자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낙태, 동성 결혼, 사회안전망에 대한 기존 공화당의 메시지보다 훨씬 큰 공감을 얻었다.”


유럽에서 구경제의 유권자들이 부상하는 나라는 영국만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이 떠오르고 있다. 그 지지자들을 보면 대학을 나오지 않은 가톨릭 남성들, 그리고 프랑스가 세계 경제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축을 이룬다. 마린르 펜의 지지율이 이를 잘 보여준다. 비록 선거에선 졌지만, 여론조사에서 그녀는 18~24세 청년층으로부터 40퍼센트의 지지율을 얻었다.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좌파 청년 운동으로 유명한 국가임을 생각할 때 무척 놀라운 일이다.


나는 이 마이크로트렌드가 앞으로도 수십 년간 선거에서 표심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생산직 일자리가 다시 안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 마이크로트렌드와 관련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단, 다음번 선거에서는 이들이 한 번 더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이들이 ‘몹쓸 사람들’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근면 성실하고 가정과 종교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왔지만 세계화와 기술 발전에 뒤통수를 맞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엘리트층이 위기에 처한 이들을 외면할 때 트럼프가 그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다른 나라에서 저숙련 노동자 수백만 명을 들여오면 기존의 육체 노동자들은 종교, 인종, 민족에 상관없이 임금이 쪼그라든다. 국경균등세 없이 국경을 무역 시장에 개방하면 생산직 일자리가 외국으로 쓸려나간다. 이런 전략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이로 인해 기존 노동자 중 일부가 예상보다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리고 너무 많은 힘과 자본이 도시로 몰렸기에 시골 지역은 그것을 되찾아 오기 위해 악전고투를 벌여야 했다.


그렇다고 구경제를 되살리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무역 조건을 더 유리하게 만들어서 일자리 손실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해법은 신경제와 관련된 시설과 일자리를 전국에 골고루 나눠주는 것, 그러기 위해 요구되는 비용을 순순히 지불하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런 일자리를 아직 공평하게 분배받지 못한 지역에는 당연히 신경제 감세 혜택을 줘야 한다.


아울러 도시와 교외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지역들을 잘 이해하여 역지사지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도유망한 대학생들이 방학 때 이스라엘이나 프랑스로만 갈 게 아니라 한 번쯤은 미국 전역을 일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끝으로, 시골의 인구 감소를 중단시켜야 한다. 문화도, 땅도, 자원도 풍부한 지역이 계속해서 위축되게 놔두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시골이 삶의 터전을 원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곳이 되도록, 그리고 젊은이들이 시골에 남아서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행복한 비관주의자

요즘 어디 가서 미국이 지금처럼 번영한 적이 없었다거나 중산층이 이렇게 많은 기회를 누린 적이 없었다는 말을 꺼냈다가는 비웃음을 사며 쫓겨나기 딱 좋다. 하지만 팩트를 한번 보자. 오늘날 미국 청년 중 약 3분의 2가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에는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린다. 대도시권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대학교와 전문대학원에서도 여성이 수적 우위에 있다.


그럼에도 많은 미국인들이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믿는다. 이들은 미국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믿으면서 비관주의의 소용돌이를 더욱더 키우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은 미국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전반적인 통계치와 비교할 때는 물론이고, 그들이 평가하는 자기 삶의 현실과 비교해도 괴리가 크다. 최근 하버드 정치연구소 설문조사에서 19~29세 응답자 중 절반이 ‘아메리칸 드림은 완전히 죽었다’라고 답했다.


이런 트렌드가 시작된 계기를 나는 911이라 본다. 그 끔찍한 비극의 시기가 미국인들이 마지막으로 일치단결해 적과 싸운 때였다. 이후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은 과거의 베트남전, 한국전, 제2차 세계대전보다 훨씬 작은 규모였음에도 미국의 기상을 주저앉혔다. 지도층은 국가적 목표를 망각했고 국민은 돈과 인명을 잔뜩 잡아먹는 전쟁에 진저리를 냈다. 설상가상으로 2008~2009년 경제 위기까지 닥쳐 국민의 사기가 더욱 떨어졌다.


이처럼 여론에 불만과 의구심이 가득하다는 것은 상품을 팔고 선거 유세를 할 때 부정론이 통한다는 뜻이 된다. 웨슬리언미디어프로젝트에서 만든 그래프를 보면 정치 광고에 실제로 부정적인 기류가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 정치광고 중 부정적인 내용의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에 30퍼센트이던 것이 2004년에는 40퍼센트를 넘었다. 이어 2008년 약 50퍼센트를 기록한 후, 2012년에는 60퍼센트를 넘겼다. 급기야 2016년 대선 때는 정치 광고 중 90퍼센트가 부정적인 광고였다.


당연히 모든 제도권 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 역시 하락했다. 현재 의회 지지도는 10퍼센트대에 그친다. 의회만큼은 아니지만 법원에 대한 신뢰도도 낮다. 하버드CAPS-해리스폴 조사에 따르면, 법관들이 법보다 정치 논리로 판결을 내릴 때가 더 많다고 보는 여론이 우세했다. 사람들은 전통적인 미디어를 신뢰하지 않고, 밀레니얼 세대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도 높지 않다. 응답자의 79퍼센트가 미국 정치는 썩었다고 할 만큼, 워싱턴 정계는 구제 불능으로 취급되고 있다.


미국인의 문화에 비관주의가 뿌리내린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정작 이처럼 극단적인 부정론의 시대에 나고 자란 미국 청년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가장 강한 낙관론을 보였다. 그에 비해 베이비붐 세대는 막강한 부와 번영을 구가하면서도 안색이 어두워졌고, 특히 남자보다 여자들에게서 그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행복한 비관론자들은 희망이 아니라 공포와 분노에 이끌린다. 정치권과 마케팅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이들이 지금 미국은 띄우기보다 주저앉히기가 훨씬 쉬운 나라라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이 불길을 더욱 거세게 하고 있다.


핵미사일 발사 코드가 도널드 트럼프의 수중에 있는 현실에서 행복한 비관주의자 중 상당수가 핵전쟁에 대한 영원한 실존적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끊이지 않는 트위터 메시지와 공허한 위협 속에서 북한의 미사일이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온 것처럼 느껴진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중 3분의 2가 북한의 위협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0년 이래 최고치다. 복스에서는 무려 82퍼센트의 미국인이 북한과의 핵전쟁을 두려워한다고 보도했다. 그러고 보면 또 다른 총기 난사 사건, 테러, 전쟁의 위협 등 나날이 새로운 공포의 대상이 등장해 국가적 비관주의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유사 이래 최악의 재앙이라고 할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가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던 시기에도 낙관주의는 오히려 높이 치솟았다. 그리고 20년도 지나지 않은 과거, 즉 새천년을 맞았을 때만 해도 낙관주의가 그렇게 강할 수 없었다. 지금은 기술과 세계 경제의 발전으로 생활 조건이 어마어마하게 좋아졌고, 전 세계가 또 다시 전화에 휩싸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전염병, 핵전쟁, 인구 과잉 등의 위협 역시 하나같이 우리를 비껴가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침울한 기색이다. ‘미국의 아침’을 다시 불러올 지도자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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