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보스

   
로버트 흐로마스(역:박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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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난출판사
   
16000
2018�� 06��



■ 책 소개

플렉스너는 어떻게 천재들을 이끌었을까?”

 

실력이 뛰어난 후배와 부하들 때문에 혼자 속앓이를 한 적이 있는가? 스펙도 좋고 업무 능력도 뛰어난 똑똑한 후배들이 입사했을 때 우리는 가끔 위기의식을 느낀다. 똑똑한 부하 직원들을 이끌려면 리더가 더 뛰어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게도 이런 고민을 하는 보스가 있었을까?

 

1933년 나치 독일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아인슈타인은 프린스턴고등연구소에 자리를 잡고 연구에 매진한다. 이곳에서 그는 에이브러햄 플렉스너와 함께 일하며 여러 가지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다. ‘통일장 이론’을 제창하고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프린스턴고등연구소를 세운 플렉스너는 물리학자도 수학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겐 천재들을 다루는 비범한 재주가 있었다. 플렉스너의 지휘 아래 프린스턴고등연구소는 수많은 노벨상, 필즈상, 맥아더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적인 기초과학연구소로 도약한다. 그가 한자리에 모은 천재들은 20세기 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저자는 세상을 바꾼 천재들을 이끈 플렉스너의 철학과 행동을 현대적 관점에서 흥미롭게 재해석한다. 기실 관련 업계에서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천재를 찾아내고 관리하는 일은 컴퓨터과학에서 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발전하는 모든 분야에서 혁신적 성과를 얻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세계적 백혈병 전문의로 플로리다대학 의과대학장을 거쳐 현재 텍사스대학 샌안토니오캠퍼스 의과대학을 이끌고 있는 저자는, 천재들은 관리되거나 통솔되지 않으며 이들에게 일반적인 리더십 원칙은 통용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이런 태생적인 약점을 지닌 특출한 사람들을 규합하여 최고의 조직을 만들고 혁신적 성과를 올리는 방법을 모색한다. 저자의 학문적 견해를 담기보다는 조직 운영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하듯 풍성하게 들려준다. 경영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천재들을 다각적으로 읽어내는 저자의 시각은 의료 조직 수장으로서 훈련된 결과물이다.

 

■ 저자
로버트 흐로마스

의학박사이자 세계적인 백혈병 전문의. 텍사스대학 샌안토니오캠퍼스 건강센터 산하 의과대학장이다. 1천300명이 넘는 교직원과 3천 명에 달하는 의료진, 800명을 웃도는 수련의를 이끌고 있다. 암 치료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소를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

 

텍사스대학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받고 아이오와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쳤다. 아이오와대학 의과대학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았고 내과를 전공했다. 이후 인디애나대학 의과대학 교수 겸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로 근무하면서 암센터 부원장을 맡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뉴멕시코대학 의과대학 교수, 플로리다대학 의과대학장을 거쳐 현재 텍사스대학 의과대학을 이끌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에서 20년 가까이 연구 활동을 지원받고 있으며 160편이 넘는 학술 논문을 발표했다. 텍사스대학병원을 비롯해 여러 대형 의료기관 이사회에서 활동하며 다수의 제약회사에 과학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교수 활동과 진료 성과를 인정받아 인디애나대학 의료교육 휴머니즘상, 인디애나대학 이사회 선정 우수교수상, 암 치료 생존자 선정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미국혈액학회 과학 분과장을 역임했으며 미국 임상종양학회, 의대교수협회, 내과학회 회원이다.

 

크리스토퍼 흐로마스
플로리다대학 건강센터 프로젝트 매니저. 로버트 흐로마스의 아들이자 연구 동반자이기도 하다. 포드햄대학에서 윤리학과 인간 본성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윤리학에 관한 논문 여러 편을 발표했으며 국제적인 강연도 수차례 수행한 바 있다. 포드햄대학 산하 포드햄철학학회장을 맡아 관련 학회를 주최했다.

 

■ 역자 박종성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방송국 PD로 일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외서를 번역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생각의 탄생》《유쾌한 크리에이티브》《감각의 매혹》《안녕하세요, 기억력》《인간 생태 보고서》《경제학이 풀지 못한 시장의 비밀》《우리가 자전거를 타야 하는 이유》《천재의 탄생》《현재의 충격》(공역) 등이 있다.

 

■ 차례
추천사_ 이 모든 걸 리더의 자리에 앉기 전에 알았더라면…
책머리에_ 영민하고 별난 사람들을 지휘하는 법

 

서문_ 천재들의 지휘자

 

1장 특별한 그들과 마주하기
2장 천재에 대한 최고의 역설
3장 법칙 1_ 거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4장 법칙 2_ 길에서 비켜서라
5장 법칙 3_ 입 다물고 들어라
6장 법칙 4_ 바윗돌을 뒤집어라
7장 법칙 5_ 연금술은 화학을 능가한다
8장 법칙 6_ 과거는 미래의 진리가 아니다
9장 법칙 7_ 다람쥐를 무시하라
10장 법칙 8_ 머리와 가슴을 조화시켜라
11장 법칙 9_ 문제로 천재를 유혹하라
12장 법칙 10_ 위기와 제휴하라

 

후기_ 리더는 혼자 태어나지 않는다

옮긴이의 말_ 투우사처럼, 지휘자처럼




아인슈타인의 보스

서문

천재들의 지휘자

‘아인슈타인의 보스’라고 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감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으로 건너온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에이브러햄 플렉스너의 휘하에서 일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프린스턴고등연구소(IAS)에서 플렉스너가 최초로 채용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아인슈타인이 합류하면서 이 새로운 연구소는 즉각적으로 인지도와 신뢰도를 얻게 된다. 플렉스너는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아인슈타인을 이 연구소를 대표하는 얼굴로 만들었다. 그는 아인슈타인만큼 똑똑하지 않았다. 다만 천재들을 다루는 비범한 재주가 있었다. 무자비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플렉스너는 바로 그런 자질로 인해 성공적인 팀을 꾸릴 수 있었다. 여러 명의 비범한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이 합류했고 플렉스너는 이들을 융화시켜 매우 응집력 있는 팀을 만들었다.


IAS는 33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38명의 최고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필즈상 수상자, 이스라엘 울프 재단이 과학자와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울프상, 맥아더 재단이 창의적이고 잠재력이 큰 인물에게 주는 맥아더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요람이 됐다. 플렉스너가 모집한 천재들의 팀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과학적 진보를 이룩했다.



천재에 대한 최고의 역설

특별한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

천재들을 관리하기 어려운 이유는 자신이 똑똑하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들의 이런 자신감을 오만함으로 보기도 하지만 ‘나 잘났다’는 식의 태도는 그들의 정체성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영민함이 곧 그들이고 그들이 곧 영민함인 것이다.


특출한 사람들로 구성된 팀을 관리해본 경험을 통해 내가 터득한 사실은 그들 중 다수가 자신이 리더가 하는 일을 정작 리더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것을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리더라는 존재는 그보다 훨씬 더 큰 무엇과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이는 어떻게 모든 점을 연결하고 규합해 복잡하지만 통합적인 성취를 이룩해내느냐 하는 문제다.


천재들에겐 항상 다른 사람을 고려하는 쪽으로, 자신의 성공보다는 팀의 성공을 먼저 생각하는 쪽으로 동기가 부여되어야 한다. 천재들을 이끄는 리더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종사와 승객 사이에서

천재들의 지휘자는 모든 결정 사항을 명령하는 조종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런가 하면 천재들이 가자는 대로 끌려가는 승객 역할만 해서도 안 된다. 아인슈타인의 보스가 된다는 것은 양자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들을 관리하는 일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천칭을 올려놓고 양쪽 접시에 두 다리를 걸친 채 균형을 잡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천칭의 한쪽 끝은 말하자면 프로젝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결정을 내릴 자유를 팀에게 허용하는 태도다. 이런 경우 리더는 팀이 싣고 가는 승객의 일원이 된다. 다른 한쪽 끝은 리더가 방향 지시, 재원 투여 등 모든 결정을 내리는 태도다. 여기서는 리더가 조종사다. 이렇게 되면 팀 내 천재들이 갖고 있는 각각의 창의성이 억압될 수 있다. 이 경우 그들은 수동적이 되고 주도권과 동기를 잃게 된다.


천재들을 이끌 때 어느 쪽이든 한쪽에만 힘을 싣는 경우 생산성은 줄어들게 된다. 리더십의 양극단에서 균형을 찾을 때 천재들의 수행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다. 이 균형 잡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내가 고안한 천재들을 지휘하는 법칙들을 살펴보기 바란다. 이 법칙들은 혁신과 생산성, 성공을 뒷받침하고 천재들로 하여금 단결된 팀 내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법칙 _ 거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신이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천재를 관리하기 위해선 우리 자신이 천재가 아님을 필히 인식해야 한다. 함께 일하는 천재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지능이 다른 사람들보다 떨어짐을 인정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기에 우리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 스스로를 속인다. 자신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스스로를 기만하는 행위다.


자신이 누구인가를 놓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 때 리더십에 문제가 발생하고 리더는 경직될 것이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의사 결정은 기피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팀의 창의성은 억압될 것이고 혁신적 진보에는 족쇄가 채워질 것이다. 엄격한 자성을 통해서만 리더는 스스로를 속이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에이브러햄 플렉스너의 경우 IAS에서 일을 시작한 초기에는 비판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었고 그것의 장점도 알고 있었다. 그는 여러 천재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그중에는 훗날 미국 대법관이 되는 펠릭스 프랭크퍼터도 있었다. 프랭크퍼터는 IAS에 수학부를 신설하는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그 일이 어떤 실용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플렉스너는 이런 비판을 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포용했다. 결과적으로 플렉스너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IAS에 수학부 설립이라는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것은 프랭크퍼터의 거센 비판이 그의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다듬어주고 보다 설득력 있는 안으로 거듭나도록 도와줬기 때문이다.


거울 보며 연습하기

자신을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크든 간에 스스로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외부에서 자신을 비춰줄 수 있는 거울이 필요하다.


신뢰할 만한 외부 조언자를 발탁해 ‘거울’ 역할을 맡긴다. 이 사람은 팀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야 하고 리더와 충분한 거리를 둘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슴없이 ‘이견’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울을 보기 전에 다음의 열 가지 리더십 특성에 관련해 정직하게 점수를 매겨본다. 각각 1점에서 5점까지 있으며 이 테스트를 하고 나면 거울과의 대화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거울에게는 내가 매긴 점수를 말하지 말고 그에게 질문별로 내 점수를 매겨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내가 매긴 점수와 거울이 매긴 점수를 비교해본다.


1.누군가가 내 입장을 반박할 때 나는 얼마나 방어적이 되는가?

2.나는 얼마나 자주 팀원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 뒤 내 말을 하는가?

3.우리 팀이 거둔 획기적인 성과는 누가 발표하는가?

4.일단 되고 나면 우리 팀을 떠나야 하는 승진 자리에 천재 팀원을 적극 추진하는가?

5.우리 팀은 얼마나 자주 프로젝트를 재검토하는가?

6.그런 재검토의 목적은 무엇인가?

7.팀원 중 누구에게 물어도 팀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대답할 수 있는가?

8.나한테 득이 된다면 팀원들을 속일 수 있는가?

9.팀원들은 팀의 최고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10.우리 팀은 얼마나 자주 내게 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 재원을 거듭 요청하는가?


이 과정은 두 부분으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 논의 부분은 나 자신과 거울이 공히 4 혹은 5점으로 매기는 문항들이다. 이 부분은 우리가 개선할 필요가 있는 약점을 보여준다. 과거에 저지른 구체적인 실수 사례를 중점적으로 논의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낼 대안적 행동을 생각해본다. 두 번째 논의 부분은 더 중요하다. 거울이 4 혹은 5점을 매긴 반면에 자신은 1 혹은 2점을 준 문항에 관한 것이다. 이는 우리 자신이 지각할 수 없는 사각지대, 우리의 실수를 유도하는 맹점을 의미한다.


리더는 단순히 약점을 제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자질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거울과의 접촉을 지속하면서 자신이 변화함으로써 얻고 싶은 것을 얻었는지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법칙 _ 길에서 비켜서라

천재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 리더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리더들은 천재들의 길을 스스로가 막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리더들은 자신이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조직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니까.


처음으로 조직을 관리하는 자리에 올랐을 때 나는 리더란 혼잡한 기차역의 역무원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선로를 적절하게 전환시켜줌으로써 기차들이 아무 문제없이 제 시각에 들어오고 나가게 하는 것과 리더의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겼다. 그런데 막상 나 자신이 선로 한가운데 버티고 서서 선로 전환 작업을 방해하고 있었음을 깨닫기까지는 수년이 걸렸다.


새로운 접근법 허용하기

연구 활동에 관한 한 플렉스너는 오래된 문제에 새로운 접근법으로 다가가는 것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아직 연구 대상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새로운 분야의 개척을 장려했다. 존 폰 노이만이 지하실에서 초기 컴퓨터를 조립하고 있을 때도 전혀 간섭하지 않은 것처럼 연구자들이 호기심에 이끌려 본업에서 다소 벗어난 일을 해도 문제 삼지 않았다.


IAS의 경제학자 윈필드 리플러는 통계를 경제 데이터에 적용해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려 했다. 다른 경제학자들은 이런 연구를 시도한 그를 비웃었다. 당시의 경제학이란 주로 인간의 개별적인 행동 원칙에 근거한 철학이나 심리학에 가까운 무엇이었다. 리플러는 모집단의 데이터가 소수의 개인에게서 뽑아낸 데이터보다도 더 정교하다고 봤다. 그가 보기에 트렌드란 표면상으로는 중요해 보이지 않지만 통계를 이용해 면밀하게 분석하면 매우 중요한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무엇이었다. 연방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전쟁 비용 조달 분야에서 리플러의 분석적 통계 기법을 활용했고 전후에는 사회 보장 예산 규모를 예측하는 데도 사용했다. 플렉스너는 리플러의 연구를 적극 지원했고 그 결과 그의 접근법은 오늘날 경제 분석의 표준이 됐다. 플렉스너는 ‘호기심 문화’와 ‘분야 간 협력’을 육성하고 적극 장려했다. 휘하의 연구진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 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에 흥분하면 그들의 진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길 한쪽으로 비켜서 있었다.



법칙 _ 입 다물고 들어라

천재들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길에서 비켜서는 일, 즉 앞서 소개한 법칙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을 바로 입 다물고 들어주는 것이다. 온 마음을 다해 들어주는 행위야말로 다른 사람(화자)에게 권한을 넘겨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그 결과 자기 내부의 소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듣기는 리더가 배우기 가장 힘든 덕목 중 하나다.


주의 기울이기

천재들을 지휘하기 위해선 반드시 창의적 경청법을 습득해야 한다. 다음의 방법을 익힌다면 천재들과 소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화자를 똑바로 쳐다본다

화자를 쳐다보면 그 사람의 표정과 몸짓 언어를 관찰할 수 있다. 화자가 팔짱을 끼거나 다리를 꼬고 있다면 이는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으며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내 눈을 쳐다보지 못한다는 것은 그가 진실을 감추고 있거나 스스로가 한 말을 놓고 무언가 쑥스러워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니면 단지 다른 사람들 대하는 것이 어색해서일 수도 있다. 이는 천재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태도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말할 때 주목해야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화자를 가능한 한 편안하게 해준다

천재들은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강해 리더와 이야기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천재들과 이야기할 때 리더는 가능하면 기분을 좋게 해주는 언사를 써야 하며 호응하는 몸짓을 하거나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그들이 마음 놓고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디어의 가치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판단은 대화의 분위기를 깨뜨리고 창의성을 죽일 수 있다. 화자가 어떤 아이디어를 완전히 구체화하기 전까진 섣불리 그것을 요약해 질문하면 안 된다. 절대 화자의 말을 끊어서는 안 된다. 침묵은 금이다.



법칙 _ 과거는 미래의 진리가 아니다

많은 리더들이 복잡한 문제에 대해 시간을 들여 그 복잡성 아래 무엇이 있는지를 분석하려 들지 않고 순전히 자신의 경험에 의존해 매우 독단적인 주장을 펼치곤 한다. 수십억 달러가 왔다 갔다 하는 결정을 하는데 옛날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이다.


천재들을 지휘함에 있어서는 절대로 과거 경험에 의존해 의사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 그들은 리더의 과거 경험이 의사 결정을 좌우하고 있음을 대번에 알아차리는데 그렇게 되면 리더는 신뢰를 잃게 된다. 리더의 직감이나 경험은 팀을 규합하고 팀원 중 누가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인지를 골라내는 일에는 유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략적 목표에 관한 결정을 내리거나 그 목표에 이르는 전술적 과정을 채택하는 일에 있어서라면 데이터가 더 쓸모 있고 중요하다.


사실적 증거의 힘

초기 에이브러햄 플렉스너는 자신에게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한 지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이런 이유로 그는 항상 필요한 데이터를 열심히 모았다. 플렉스너가 데이터를 모으러 다닐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그 지역 의사들의 개인 소유였다. 그들은 거기서 수업료를 받아 재산을 불렸다. 전임 교수들은 당연히 극소수에 불과했으며,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누구나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으므로 입학 허가서가 무제한으로 남발되는 실정이었다. 병원이나 실험실에 가서 해부나 진단 훈련을 받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플렉스너는 원래 둔한 편이었던지라 이런 사실을 고발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의학 교육에 관한 그의 보고서에는 수많은 의과대학들이 혹독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그는 캘리포니아의과대학이 ‘대학 설립을 허가해준 캘리포니아 주의 수치’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는 보고서에 언급된 의과대학들에 대한 일차적 자료를 확보했으므로 누구도 그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그는 미 전역의 의과대학을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확실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량의 사실적 증거만이 힘이 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실제로 플렉스너의 조사는 의학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후 25년에 걸쳐 미국 내 의과대학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당연히 그 안에는 돈벌이용 개인 의과대학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의과대학들은 입학 요구 조건을 훨씬 까다롭게 바꿨다. 다수의 의과대학들이 종합대학과 제휴해 학문적 수준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해나갔다.


사소한 것들 챙기기

사실 천재들을 관리하는 리더는 의사 결정의 틀(질문)이 적절한지 여부만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큰 짐을 덜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의사 결정을 앞둔 리더는 스스로 올바른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팀의 목표와는 관련 없는 어떤 것에 의거해 의사 결정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99년 화성 탐사선이 추락했는데 그 이유는 한 팀이 미터법으로 측정한 결과를 다른 팀이 쓰던 영국식 도량형으로 환산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측정법을 쓸 것인지를 사전에 명확하게 정하지 않는 바람에 이 프로젝트에 들어간 수십억 달러는 헛되이 날아갔다. 이 프로젝트에 절실히 필요했던 것은 자질구레하고 재미없는 세부 사항들을 꼼꼼히 챙겨줄 한 명의 관리자였던 것이다.


세부적인 것들에 신경 쓰는 일은 천재들을 관리할 때 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천재들은 사소한 것들을 자주 건너뛰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에 힘쓰지 마라”는 과학과 테크놀로지 분야에선 매우 위험한 태도다. 천재를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사소한 일에 힘쓰는 일이다. “눈에서 놓치는 것이 항상 가장 위험한 것이 된다”라고 플로리다대학 부총장 데이비드 거직은 말했다. 작은 것을 챙겨준다는 것은 휘하 천재들을 소중하게 다룬다는 말과 같다. 리더가 세부적인 것들에 집중하게 되면 팀에 기겁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



법칙 _ 위기와 제휴하라

천재들을 관리한다는 것은 위기를 다반사로 맞는다는 말과 같다. IAS초기 시절 에이브러햄 플렉스너는 위기 앞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IAS에 인재를 충원하는 과정에서 영입 당사자에게 거절당해도 동요하는 법이 없었다. 아인슈타인을 데려오기 위해 캘리포니아공과대학과 경쟁할 때도 그는 끝까지 침착한 태도를 견지했다.


아인슈타인이 캘리포니아공과대학과 IAS를 겸직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면 IAS로서는 그의 영입 효과가 반감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문제가 첨예한 현안이 되고 있을 때조차 그가 아인슈타인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지극히 차분하고 이성적인 어조를 유지하고 있다. 플렉스너는 아인슈타인을 끝까지 설득했다. 향후 IAS의 연구진 채용에 아인슈타인의 의견을 반영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를 IAS의 전임 연구자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플렉스너가 펼쳐 보인 IAS의 비전 못지않게 그의 조용한 자신감이 아인슈타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IAS에 합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인슈타인은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옥스퍼드와 파리에서 일련의 여름 특강을 할 생각이었다. 앞서 독일을 떠나 IAS로 가겠다는 결정을 천명했을 때 나치는 그의 집과 3만 마르크의 은행 예금을 몰수했다. 심지어 그가 애지중지하던 바이올린까지 가져갔다. 독일의 극단적 국가주의 집단인 페메가 아인슈타인을 살해하는 조건으로 5천 달러를 걸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플렉스너는 아인슈타인의 안전 문제가 신경 쓰여 미칠 지경이었다. 플렉스너를 비롯한 친구들은 빨리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그를 재촉했지만 아인슈타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이 걷잡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플렉스너는 초인간적 차분함을 유지했다. 그의 이런 차분함에 기대어 IAS는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IAS에서의 임기 말년에 플렉스너는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자주 평정심을 잃고 짜증과 화를 내곤 했다. 그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격했고 IAS 연구진과 이사진을 협박해 자신의 견해를 관철시켰다. 어느 누구의 의견이나 조언도 구하지 않았다.


초기에 IAS연구진은 플렉스너를 크게 지지했지만 나중에는 그에게 반기를 들었고 이사회에 그의 축출을 요구했다. 프린스턴대학 내 반유대주의에 대해 플렉스너가 보였던 무비판적 태도와 급여 문제에서 드러난 그의 부정직과 불공정함으로 인해 연구진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 아인슈타인은 특히 반유대주의에 대한 관용적인 자세를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 심지어 폐결핵을 치료할 동안 그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고 기다려줄 정도로 플렉스너가 큰 호의를 베풀었던 에드워드 얼도 끝에 가서는 그와 불화하게 됐다. 얼은 두 명의 이사에게 편지를 써서 플렉스너의 강제 사퇴를 지지해달라고 부탁했다.


플렉스너의 리더십에 대한 과학자들의 반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IAS 이사회가 긴급 소집됐다. 그때까지도 이사회에는 소수나마 플렉스너의 지지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이사회가 재정 내역을 재검토하는 동안만이라도 플렉스너의 해임을 연기시켜보려 애썼다. 그런데 조사 결과 플렉스너의 과도한 지출로 인해 당장의 업무 수행에 들어갈 기금도 충분치 않은 형편임이 밝혀졌다.


플렉스너는 연구진의 반발과 재정 위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그는 두 가지 문제 중 어떤 것도 책임지기를 거부했다. 그저 자신의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에 격분할 뿐이었다. 1939년 10월 20일, IAS이사회는 플렉스너의 강제 사퇴를 결정했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해임 소식을 다소 선정적인 논조로 상세하게 대서특필했는데 해고의 주요 원인으로 천재들과의 갈등을 꼽았다.


결과적으로 플렉스너는 천재들의 비극적인 지휘자로 끝났다. 그는 IAS설립이라는 혁혁한 업적을 이루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진짜 이유를 잊어버렸다. 그 결과 극적인 몰락을 맞았다. 그가 그런 이유로 실패했다면 다른 어떤 리더들이라도 같은 이유로 실패할 수 있다.


셀프 리더십

위기 앞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능력은 일종의 학습된 기술이다. 위기가 닥치면 누구에게나 도주-싸움을 유도하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침착함 유지의 관건은 우선 자신을 내적 가치 즉, 지금까지 설명한 리더십 법칙들이 표상하는 가치들에 단단하게 결속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것이야말로 천재들을 지휘할 때 직면하는 스트레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리더가 평온함을 유지하는 모습은 휘하 팀원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그들은 거울 뉴런을 통해 이런 자세를 모방할 것이다.


우리는 성과 중심 사회에 살고 있다. 리더십을 평가할 때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지시에 따르게 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계량화된 수치를 가지고 그것을 측정한다. 그러나 천재들은 이끄는 리더십은 다르다. 리더십 원칙 이면에 있는 가치들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다. 이런 가치들에 대한 리더의 믿음이 진실로 확고함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그는 확실히 리더십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각각의 법칙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모두가 믿어야 하는 조직의 가치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천재들을 이끄는 리더의 성공 여부를 나타내는 척도는 개인의 경력의 발전 정도가 아니라 가치에 대한 헌신 정도다. “누군가의 리더십 능력을 증명할 때 그가 보이는 매일 매일의 셀프 리더십만큼 결정적인 것은 없다”라고 IBM창업자 토머스 왓슨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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