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

저   자
선대인
출판사
인플루엔셜
가   격
15,800원(276쪽)
출판일
2017년 03월






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


일의 미래를 전망하다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 일은 어떻게 변하나

미국 경제의 일정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과 저고용이 새로운 정상 상황인 '뉴 노멀'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장기화된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으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소비심리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기업 경기도 크게 악화되는 가운데 투자 위축과 고용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가계는 일자리 불안과 경기 부진으로 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1344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이는 지금껏 한국 경제가 구조조정과 기술혁신을 통해 기초체력을 키우지 않고 가계부채 급증을 조장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고 재벌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펼친 결과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경제가 성장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양극화만 심화되는 등 질적으로 악화될 뿐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과거와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한국 경제를 큰 흐름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80년대 말까지 한국 경제는 10%대 중성장 시대를 지나 외환위기 충격을 겪고 나서는 4~5%대의 중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나마도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계기로 성장률이 한 단계 더 떨어져 2~3%대 성장률이 고착화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이제 저성장 기조가 확연해졌다. 10%를 넘던 경제성장률이 30년도 안 돼 2%대로 뚝 떨어진 것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면 은행 예금 금리 15%를 오르내리던 시절이 그려진다. 그 시절에 성장기를 보낸 사람들이 지금 40대를 맞이했다. 40대는 한창 일할 나이인데, 그 사이에 겪은 한국 경제의 변화 폭이 너무 크다. 다른 세대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지금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아직도 50~60대 이상 세대는 고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겪고 있는 저성장도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기보다는 정부가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정부가 성장 드라이브를 걸면 여전히 과거와 같이 상당한 수준의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 따라 일정하게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수십 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해서는 효과가 없다. 자동차가 평지를 달릴 때와 언덕길을 오를 때 주행 모드가 달라져야 하듯이, 시대 흐름에 맞게 성장 방식 또한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성장 방식을 바꾸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꼭 기존의 강력한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나 저항 때문만은 아니다. 평범한 개인이나 조직이 달라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여전히 더 성장할 수 있고, 성장률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일자리가 늘어나고 불평등 문제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기대가 실현되기에는 한국 경제의 상황이 너무나 달라졌다.


인구 마이너스, 이미 정해진 미래

인구 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학자이자 사상가인 피터 드러커는 "인구구조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정확한 지표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단 하나의 지표만 봐야 한다면 자신은 인구지표를 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 회장 역시 "나에게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지표를 무인도에 들고 가라고 한다면 인구지표를 들고 가겠다"고 했다. 그만큼 인구구조는 현실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예측가능성이 높은 지표다. 왜냐하면 인구구조는 이미 20~30년 전에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20~30년 전에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2030 세대가 10~20년 지나면 주택수요 세대가 되고, 거기서 다시 10~20년이 지나면 주택을 팔고 노후생활을 하는 세대에 들어선다. 이미 20~30년 전 출생한 아이들의 숫자에 따라 미래의 흐름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이다.


또한 인구구조는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생산과 소비, 그리고 일자리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경제구조에서는 인구 문제가 특히 중요하다.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가 굉장히 급격하게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된다.


먼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증감 추이를 살펴보자. 1970~1980년대에는 한 해에 60만~70만 명 가까이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났다. 생산가능인구는 생산활동에 종사해 활발하게 돈을 벌고 소비하는 인구, 즉 경제활동이 활발한 인구다. 이들이 늘어나면 돈을 버는 사람도 많고 쓰는 사람도 많으므로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의 규모가 커진다.


인구가 증가하면 상대적으로 경제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늘어난 인구로 인해 소비가 늘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와 임금소득이 늘어난다. 이런 연쇄적인 상승효과가 일어나면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인구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생산활동을 활발히 하는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야 경제에 보너스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 주택을 필요로 하는 연령대 인구도 늘어나면 주택시장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의 주택시장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인 데는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난 것이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럴까? 그렇지 않다.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앞으로는 갈수록 줄어드는 폭이 점점 커진다. 2024년 정도가 되면 생산가능인구가 한 해에 38만 명씩 감소한다. 이러한 흐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이후로도 수십 년 동안 30~40만 명가량 줄어드는 흐름이 계속된다.


이제 인구 보너스 시대와는 정반대로 인구구조의 변화가 경제활동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인구 마이너스' 시대에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로봇화와 인공지능의 시대, 왜 한국의 일자리가 가장 취약한가

세계에서 로봇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 한국

물론 아직까지는 로봇이 인간의 정신적 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 신체적 능력조차 완벽하게 대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재난구조에 투입되는 로봇만 봐도 그렇다. 인간이 손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구조 동작을 재난구조 로봇은 잘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의 일을 대신하기 위해 인간이 하는 모든 판단과 동작을 복합적이고 연쇄적으로 수행할 필요는 없다. 인간이 수행하는 노동 과정을 부분으로 나눠 그 일을 기계가 반복적으로 대신하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 때 이미 한국은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이고 가장 비중이 높은 나라다.


이는 노동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의 수를 나타낸 로봇밀도라는 지표를 보면 알 수 있다. 국제로봇협회(IFR)의 <2014년 전 세계 로봇밀도> 자료를 보면 전 세계에서 로봇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2014년 기준으로 노동자 1만 명당 478대다. 세계 평균의 무려 일곱 배 이상이다. 2위가 일본, 3위가 독일이다. 이 국가들의 공통점은 모두 제조업 강국이라는 것이다. 한국도 제조업 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산업과 기업들이 제조업에 몰려 있다. 이러한 제조업 현장에서 자동화와 로봇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전처럼 대규모 공장을 짓더라도 대규모 인원을 고용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서 고용 수요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이 가운데 유독 한국의 로봇밀도가 높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한국은 노동조합 조직률과 가입률이 상대적으로 많이 낮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고용주가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채용하기보다는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려는 욕구가 압도적으로 높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노동시장이 개편되는 것에 대한 안전장치가 될 만한 사회적, 조직적 견제력이 거의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도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제조업에서 산업용 로봇이 하는 일은 과거에 주로 젊은 인력들이 담당하던 일이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상대적으로 줄고 있기 때문에 이 인력들이 필요한 자리를 산업용 로봇으로 채우려는 기업들의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로봇 도입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2015년 보스턴컨설팅그룹이 고급 산업용 로봇 도입에 따른 인건비 절감률을 전망한 바에 따르면, 2025년이 되었을 때, 고급 산업용 로봇 도입으로 인건비가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 역시 한국이다. 한국에서 2025년 정도에는 필요한 일자리 세 개 가운데 하나는 산업용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의 노동시장은 유연화되어 있다. 단적으로 1년 미만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금도 한국의 일자리 안정성은 매우 낮은데, 앞으로 기술변화로 맞게 될 일자리 충격 또한 어느 나라보다 클 것이다.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제조업과 단순작업 중심의 영세 서비스업의 일자리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로봇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 효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떤 일을 가질 것인가

개인이 바꿔야 할 것, 가져야 할 것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아라

개인은 미래 일자리 흐름에 대비해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우선 직업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개인에게 요구되는 자질도 달라질 것이다. 기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일의 DNA'가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고, 수명이 길어져 오래 일해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어떤 직업이 유망한지를 알고 싶어 하지만, 구체적인 직업의 종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갖추어야 할 일의 DNA다. 이 때문에 단순히 유망한 직업 리스트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서, 일과 직업 자체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보고 재점검하는 시기를 거쳐야 한다.


흔히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으라는 말을 많이 한다. 직장과 직업은 어떻게 다를까? 삼성전자에 들어가면 직장을 다니는 것이다. 그렇게 삼성전자에 다니다가 50대 초반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별 준비 없이 치킨집이나 카페를 차리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차린 가게가 과연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 긴 시간 동안 직장을 다녔을 뿐 그사이에 자신만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했다면, '직업'을 가졌다고 하기 어렵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하고 50대 초반에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는 이들이 많다. 당연히 노후가 불안하다.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복지가 빈약한 나라에서 50대에 퇴직한 사람이라면 최대한 늦게까지 일하며 돈을 벌 수밖에 없다. 위로는 부양해야 할 노부모가 살아 있고, 아래로는 여전히 취직 전의 자녀를 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안한 노후를 맞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가치를 발현하고 자신만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야 한다.


과거에는 기업의 수명이 길었고 일자리의 안정성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 기업에 들어가서 기업과 함께 쭉 평생을 일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기술 변화가 워낙 급격하게 일어나고 그에 따라 산업 재편이 빠르게 일어난다. 50년 전에는 기업의 평균 수명이 60년이었는데, 2020년쯤이 되면 20년에도 못 미칠 거라고 한다. 기업의 평균 수명이 60년일 때에는 한참 성장한 회사에 들어가도 30년은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업의 평균 수명이 20년인 시대에도 그럴 수 있을까? 기업이 개인의 일자리를 보장해주고 싶어도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것이다.


기업에 평생직장을 기대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정 회사를 벗어나서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평생 가져갈 수 있는 자신만의 업(業), 즉 직업을 찾아야 한다. 일자리를 대할 때 일하는 장소, 공간으로서의 직장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이런 시대에 직장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는 그 기업이 당장 얼마나 잘나가는지보다는 자신의 미래 직업을 만드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 곳인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직장은 여러 번 바뀔 수 있다. 이 직장에서 쌓은 경험이 다음 직업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를 언제나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첫 직장을 고르든 다음 직장을 고르든 마찬가지다. 잦은 이직이 꼭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더 풍부한 경험과 자기만의 전문성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생긴 이직이라면, 이직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더욱더 이직이 잦을 수밖에 없는 시대에, 개인 스스로가 이직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가 준비해야 하는 것들

불평등 사회에서는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국은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가 발표하고 토마 피케티와 에마뉴엘 사에즈 교수 등이 구축해온 '세계 최상위소득 데이터베이스'에도 등재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에 이른다. 이런 심각한 불평등은 조셉 스티글리츠가 그의 책 《불평등의 대가》에서 지적했듯이, 오히려 경제 성장조차 지체시켜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그런데 향후 고령화와 기술 빅뱅 흐름은 이 같은 불평등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왜 그럴까. 한국은 고령화가 굉장히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데, 세계에서 노인 빈곤률이 가장 높다. 그런데 노인빈곤율이 높은 가장 큰 이유가 복지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복지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하지 않고서 빠르게 고령화되면 노인 빈곤층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불평등 문제가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


또한 기술 빅뱅과 인공지능화로 일자리가 변화 또는 감소하는 기조로 가면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소득 불평등을 늘리는 핵심적 이유로 자본 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상회하는 현상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기술 빅뱅에 따른 산업 재편은 인공지능이나 로봇, 컴퓨터 알고리즘 등 새로운 유무형의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과거보다 훨씬 더 높아진 생산성을 바탕으로 더 빨리 자본을 축적하고 더 높은 자본 수익률을 올리게 할 수 있다. 반면에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과거보다 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자리를 갖게 되는 노동자들은 근로소득 비중이 갈수록 더 줄어들 수 있다. 그 결과 극단적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경제적 양극화가 극에 이르면서 생산경제를 대표하는 경제성장률은 점점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한국만큼 경제적 불평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절박성이 강한 나라는 드물다. 우선 고령화에 따라 빠르게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발맞춰 복지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강화해갈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저장성이 굳어지면서 계층 양극화가 굉장히 심각해져서 대다수의 사람은 생존 그 자체에 머무는 마이너스 성장의 시기에 오랫동안 갇히게 될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생겨나기 어렵다. 또한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도 '비빌 언덕'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게 하려면 결국 복지, 문화, 교육 등에 국가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무분별한 선심성 정책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구조적인 질곡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들이 희망을 찾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만 전체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사람 중심의 문화와 교육, 복지 투자를 통해 더욱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사회로 바꿔나가야만 새로운 미래 산업의 부상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라 살림살이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것이지만, 바로 세금을 제대로 걷고 제대로 쓰는 '세금 혁명'이 필요하다. 공정과세를 실현하고, 재정 지출 구조를 개혁하고, 그래도 재원이 부족하다면 사회적 합의에 따라 증세를 해야 한다.


한국 정치는 지금까지 세금 문제를 다루는 데 매우 미흡했다. 사실상 조세 재정 제도는 정부에서 안을 마련하고 정치권은 자신들의 지역구 사업을 유치하거나 지지층(또는 자신들 스스로)을 위한 세금 개편에만 집착했다. 근본적인 조세 재정 구조 개혁은 소홀히 했다.


이제 이런 흐름을 바꿔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 세금혁명을 통해 빈곤의 악순환을 끊고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며, 미래의 성장 동력을 만드는 데 자원이 투입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정치는 다가올 기술 빅뱅 흐름에 맞춰 기술 발전과 이에 따른 산업 재편이 빠르게 일어나도록 장려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충격'을 완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제2의 기계시대를 맞아 필요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점점 더 일자리 문제에서 정치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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