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위기관리 전문가 미셸 부커의 책. 저자는 정책 형성과 위기관리 업무에서 익힌 자신의 경험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리더들과 나눈 심도 깊은 인터뷰를 토대로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인지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와 풍부한 사례 그리고 실용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이 책은 조직의 관리자, 투자자, 기획가, 정책입안자를 비롯해 위기에 쓰러지지 않고 기회를 창출하는 법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인사이트를 담고 있다.
■ 저자 미셸 부커
세계적인 싱크탱크 세계정책연구소를 출범시킨 대표이사이자, 거대한 글로벌 이슈에 통찰력을 제시하는 연구기관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의 학문 전담팀을 이끌고 있다. 또한 금융전문지 「인터내셔널 파이낸싱 리뷰」의 라틴아메리카 지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욕타임스」「CNN」「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 저널」에 사회·정치를 넘나드는 위기 대응 전략을 비롯해 다양한 이슈를 논하는 필자로도 유명하다. 글로벌 인재포럼, 다보스포럼 등 여러 국제포럼에서 세계가 직면한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에 대해 활발하게 강연해 왔으며, 2009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선정하는 ‘젊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폐쇄 정책Lockout』과 『수탉들은 왜 싸우는가?Why the Cocks Fight 』등이 있다.
■ 역자 이주만
서강대학원 영어영문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번역가들의 모임인 바른번역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경제학은 어떻게 내 삶을 움직이는가』『나는 즐라탄이다』『식물성 기름, 뜻밖의 살인자』『철학이 삶을 구할 수 있다면』『로이드 칸의 아주 작은 집』『모방의 경제학』『복잡한 문제 깔끔하게 정리하기』『케인스를 위한 변명』『화폐의 심리학』『돈에 관한 모든 것』『마이 스타트업 라이프』 등이 있다.
■ 차례
서문_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회색 코뿔소
제1장 회색 코뿔소를 만나다
규칙을 깼을 때 벌어지는 상황 /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의 코뿔소
위기에 대한 지속적인 대비가 중요하다 / 가능성의 문제가 아닌 시간의 문제
피 튀기는 기사라야 주목받는다 / 회색 코뿔소 위기에 대한 5단계 반응
정면으로 코뿔소를 응시하라
제2장 현실 부정에서 탈출하기
무질서한 현실에서 위기를 예측하다 / 사회 통념을 벗어난 의견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자세
장밋빛 전망에 빠져드는 사람들 / 미래 예측을 내놓는 현대판 신탁
알아도 의도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회색 코뿔소 / 최악의 회색 코뿔소를 이겨낸 그리스인들
잘못된 선택을 강화하는 편향 /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
제3장 회색 코뿔소 위기를 예방하지 못하고 놓치는 이유
현실을 부정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 과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까?
여전히 과거의 거울을 통해 문제에 대응하는 사람들 / 생소한 리스크에 사로잡혀 익숙한 리스크를 놓치다
의사 결정에 다양성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 / 더 나은 결정을 위해 집단 사고를 타도하라
의도적인 현실 부정이 가져오는 비극 / 현실 부정 단계에서 수용 단계로
제4장 왜 회색 코뿔소를 보고도 대응하지 않는가
우리가 미적거리는 이유 / 붕괴 유발 위험에 대응하는 자세
위기를 외면하려는 인간의 본능 / 합리적인 유예 작전도 있다
너무 크게, 너무 멀리, 너무 빨리 변화하다 / 불확실성을 수용하라
늑장 대응의 대가 /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과 꿈쩍하지 않는 정치인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제5장 올바른 해결책과 잘못된 해결책
사람들이 마주하는 불편한 진실 / 반복해서 출현하는 코뿔소와 돌격하는 코뿔소
겉으로 보이는 구조적 위기, 메타 코뿔소 / 수수께끼와 고르디우스의 매듭
새롭게 태어나는 창조적 파괴 / 일어날 가능성을 짐작할 수 없는 미확인 코뿔소
위기를 인지하고도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기업들 / 미망인 제조기 코뿔소
눈에 보이는 위기를 무시해 값비싼 대가를 치르다 /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진단하라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천연 코르크 마개 업계 / 혁신 기술로 기존의 시장이 와해되다
회색 코뿔소 분류법
제6장 회색 코뿔소가 돌진해 올 때
싸게 사서 비싸게 팔라 / 최선의 선택과 최악의 선택
두려움이 위기를 더욱 키운다 /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속도를 높여라 / 익숙함의 역설
내가 에볼라에 걸렸나요 / 새로운 습관 형성하기
약점을 보완할 자기 조정 시스템
제7장 깨달음의 순간
물 부족에 대한 인식 변화와 확산 / 물 부족 위기에 대응하는 사람들
리스크를 측정하고, 변화를 유도하라 / 심각한 위기를 인식하는 각성의 시간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물 전쟁 / 물 부족만큼 심각한 공기 문제
풍요를 지향하는 디자인 / 쓰레기를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순환 경제
우리는 과연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우쳤을까
제8장 전화위복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
더 강력해진 홍수 대책 전담반 / 어떠한 역경이 온다 해도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 / 경종을 울리는 재난
위기와 직면한 후 내려야 하는 힘든 선택
제9장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하기
코뿔소와 안전거리 유지하기 / 위기로 인해 달라지는 기업 사명과 정체성
기본으로 돌아가다 / 100년 후를 상상하라
위기를 이겨내고 성장을 이끄는 인내 자본 / 장기적으로 유인하는 세금 전략
측정하느냐, 측정하지 못하느냐
제10장 회색 코뿔소에 들이받히지 않는 법
코뿔소 멸종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 / 당신 눈앞에 출현한 회색 코뿔소는 무엇인가?
위기를 가장 먼저 포착하고 책임지는 사람 / 현실주의와 낙관주의의 조화
감사의 말_회색 코뿔소에 대비하는 사람들
주석
참고 도서
회색 코뿔소가 온다
회색 코뿔소를 만나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의 코뿔소
돌진해 오는 코뿔소를 피할 방도를 생각해 내야 하는 상황은 수많은 리더들이 코앞에 닥친 위기에서 벗어날 방도를 찾는 것과 흡사하다.
지구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지질 구조상의 변동도, 기업과 기관 혹은 지역 공동체와 국가의 미래에 큰 파급을 미칠 급격한 시장 변화나 경영상의 문제도, 우리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좌우할 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상황도 모두 마찬가지다. 위기가 닥칠 때 리더는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흔히 앞서 일어난 일들을 근거로 하는데, 선택의 기로에서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치러야 하는 대가도 커진다. 성난 코뿔소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은 선택이듯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일찌감치 올바른 선택을 하면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하지만 여러 차례 실수가 거듭되고 나면 위험성이 증가하고, 남은 선택지는 줄어든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좋은 선택과 좋지 않은 선택이 아니라 나쁜 선택과 더 나쁜 선택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선택뿐이다. 여기서 회색 코뿔소는 개연성이 높고, 그것이 미칠 충격이 엄청난 위험을 상징한다. 중량 2톤의 거대한 코뿔소가 우리 쪽으로 돌진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마땅히 그 존재를 알아차려야 한다. 사촌 격인 방안의 코끼리(누구나 알면서도 못 본 체하는 껄끄러운 문제 - 옮긴이)와 마찬가지로 회색 코뿔소는 그 덩치 때문에라도 알아볼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런데 거대한 코뿔소처럼 문제가 너무나 극명해서 모두가 주목한다는 사실 때문에 문제에 잘못 대처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문제를 문제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 결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는 엄청난 위기를 예방하는 데 실패한다. 국가 정상이나 기업과 조직의 최고 수장이라 해도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처하면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미흡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특히 다가오는 위험 요인을 미리 파악하고 적시에 대응해야 할 리더들이 이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그에 따른 결과를 고려할 때 함의하는 바가 무척 크다.
코뿔소가 돌진해 오는 상황에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이와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개는 수차례의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결과인 것이다. 인간은 거대한 위험에 맞닥뜨리면 본능적으로 몸이 얼어붙기 마련이고 이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때로는 부정 본능에 강하게 사로잡혀 위기를 전면 부정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심지어 거품이 잔뜩 끼고 폭락이 우려되는 시장에서 사람들은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비중을 높인다.
비뚤어진 유인책과 의도적인 낙관이 결합하면 위기를 전면 부정하고 싶은 충동이 증폭될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들었음에도 위험한 투자를 중단할 마음이 없었던 은행가들이나 시장에 개입하려고 하지 않았던 정책 결정자들을 생각해보자.
교각의 상태가 얼마나 부실해졌는지 경고를 들었음에도 보수공사를 계속 미루었던 정부 관리, 벽에 균열이 생겼는데도 공장을 가동시키다 끝내 공장이 무너지는 사태를 초래한 현장 감독, 회계 부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내부 고발자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던 간부와 임원진, 고작 57센트에 불과한 점화 스위치의 결함이 어떤 위험을 초래할지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기술자들,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었지만 와해성 혁신 기술에 대응하지 못해 하루아침에 주도권을 잃은 기업의 최고 경영자, 권력을 이양할 때가 되었음을 알면서도 권력을 움켜쥐고 무덤까지 기업이나 국가를 통제하려 드는 늙은 수장들.
세상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 회색 코뿔소다. 기후변화 문제만 해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피피엠 이하로 유지하지 않으면 지구 생태계가 위험하다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경고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이산화탄소의 평균 농도는 여전히 400피피엠을 사회하고 있으며, 해수면이 상승해 전례 없는 기상 이변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100년 이래 최대 규모의 허리케인 샌디가 2012년 뉴욕 시를 강타한 데 이어 허리케인 아이린이 다음 해 또다시 도시를 덮쳤고, 필리핀에는 역사상 최대 풍속을 기록한 태풍 하이옌이 상륙했다. 기상재해는 2013년에만 41건이나 발생해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피해액을 기록했다.
지속 불가능한 국가 부채와 경제성장 둔화, 노동 시장의 역동성 저하라는 많은 요인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나라가 새로운 금융 위기의 불씨를 안고 있다. 소득 격차가 벌어질수록 사회 불안과 정치적 갈등이 심화될 것이고, 폭동을 야기하고, 정권이 전복되고, 국가 경제가 무너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물 부족 현상은 이미 식수 공급망과 안정성, 수많은 인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유엔이 전망한 바에 따르면, 2030년경이면 물 수요가 공급을 40퍼센트나 초과해 세계의 절반이 물 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물이 없으면 곡물이 메마르고, 사람들이 굶주리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물을 찾아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고, 국경을 가로지르는 수원지를 두고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청년 실업은 인적 자원의 막대한 손실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절망과 불안이 팽배해 폭력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45년경에 이르면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15세에서 24세 사이의 청년들 4억 명이 생계수단을 얻지 못해 그들 생산력의 상당 부분이 시위 활동이나 범죄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의 청년층은 이미 실업자 인구의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아프리카는 청년층에 충분한 일자리를 공급하고, 자라나는 세대가 미래에 필요한 인력으로 성장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실업 문제가 더욱 심각해져서 아랍의 봄 시위는 유치한 아이들 장난으로 보일 정도의 심각한 사태를 경험하게 될까?
이런 문제들은 멀리 지평선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는 코뿔소처럼 아직 멀리 있는 위험이다. 위험 요소가 근접할수록 이를 막는 비용은 증가한다. 반면, 위험 요소가 멀리 있을수록 사전 대책을 강구할 가능성은 감소한다. 항상 존재하는 위험에 지칠 경우 우리는 절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거라며 지레 포기하기도 하고, 오히려 무감각해져서 위기가 코앞까지 다가오도록 무사태평하게 늑장을 부릴 수도 있다.
회색 코뿔소는 경우에 다라 무리를 지어 돌격하기도 한다. 해수면이 상승한 상태에서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연안 도시에 닥칠 경우 더 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을 낼 것이다. 물과 식량 부족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물과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물이 필요하고, 물을 생산하는 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은 서로 연계되어 있어 어느 한 나라의 은행이 무너지면 세계 금융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 그 여파로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 거리로 뛰쳐나가 시위를 할 수도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 코뿔소 무리를 칭하는 말은 크래시다.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여기서 언급한 위기는 각각 그 자체로도 위협적이지만, 그것들이 결합하면 그 위력은 엄청나다. 어느 문제부터 대처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도 녹록치 않다. 단순한 문제라 할지라도 이에 대비한다는 건 만만치 않다. 하물며 충격이 엄청나고 복잡한 문제라면 그 본질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위기를 예방하지 못하고 놓치는 이유
여전히 과거의 거울을 통해 문제에 대응하는 사람들
분명해 보이는 위험 신호들이 무시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위험 신호를 보내는 경보 시스템이 잘못되었거나 경보를 듣고 대응하는 우리의 역량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은 2013년 『포린 어페어스』에서 2008년에 아무도 위기를 보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며 위험 신호가 약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리스크 회피, 군집 행동 같은 인간의 성향을 반영해 더 정확한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의 원인은 위험 신호가 약해서가 아니라, 위험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고 기꺼이 대응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데 있다. 이 말은 더 나은 예측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이다. 위험 신호를 보고 사람들이 행동하도록 만들 방법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 단계는 현실을 부정하는 태도를 깨뜨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면 신호의 상태나 강도 못지않게 그 신호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 즉 위기를 인정하는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난번에 공개된 2008년 미국 연준의 회의록을 보면, 경제성장률 둔화와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안일하게 다루는 모습에서 확증 편향, 예비 효과, 역효과가 한꺼번에 작용했음을 여실히 드러났다. 시장에서는 갈수록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연준 관계자들은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업률이 급상승하자 2008년 1월 9일에 소집된 긴급회의에서 벤 버냉키 의장과 재닛 옐런 부의장은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경제가 훨씬 더 심각한 상태로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버냉키는 주가 폭락, 제조업의 더딘 성장률, 대출금리 상승, 급속한 실업 증가, 저조한 GDP 성장률을 언급했고, 또 연방기금금리가 국채 2년 금리를 훌쩍 상회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옐런은 심각한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고 주장하며, 은행이 금리를 낮출 것을 권고했다. 그녀는 "장기간 지속된 심각한 주택 시장 하락세와 금융계에 불어 닥친 충격으로 아직은 경기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경기 침체에 몰리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리처드 피셔는 이렇게 말했다. "주택 시장을 제외한 최고경영자들과 대화를 했지만, 30명 가운데 어느 누구도 경제가 하락할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그들 중 몇몇은 시장의 기대보다 저조한 성장률을 예측했지만, 그 당시 아무도 경기 침체에 빠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미국 연준이 공개한 2008년 회의록을 보고 언론에서는 현실을 부정하는 연준의 어리석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2008년 1월, 연준은 행동에 나섰다. 1월 21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습적으로 0.75퍼센트 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가장 큰 인하폭이었다. 1월 30일에는 추가로 0.5퍼센트 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2008년 1분기 이후로는 과연 연준이 얼마나 심각한 위기인지 인지하고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공격적인 조치가 초래할지 모를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해 올바르게 대처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9월 들어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위기가 본격화되었다. 중앙은행은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를 하며 위기 대응에 굼뜬 모습을 보였다. 2008년 9월, 연준 관료들은 위기라는 단어를 14회 언급하고, 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129회 언급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예상했고, 따라서 경기 침체를 보지 못했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에릭 로젠그렌 총재는 5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실업률이 1.1포인트나 상승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형 투자 은행 파산, 부실 금융기관 강제 합병, 최대 규모의 저축금융기관과 보험사의 재정적 위기,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파산과 더불어 실업률은 매우 심각한 위험 징후였다.
로젠그렌은 또한 "지금 경색이 눈에 띄게 심각해졌다."고 경고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투표권은 11명의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가운데 매년 네 명씩 돌아가며 행사한다. 당시 로젠그렌은 투표권이 없었고, 그는 회의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로젠그렌의 우려를 무시한 열두 명의 위원은 2008년 9월 선명한 위험 신호를 보면서도 만장일치로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
연준은 10월이 되어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경제지표가 무서운 기세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재닛 옐렌 연준 부의장은 10월 28~29일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붕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옐런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연준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 중 하나였다. 리먼브라더스의 붕괴로 촉발된 혼란이 예상보다 커지자 이에 당황한 연준은 마침내 점진적 대응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대공황에 대해 깊이 연구했던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코앞에 닥친 위기에 맞서 미국 중앙은행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때라고 보았다. 1월 이후 여덟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연준은 그해 말에 최종적으로 제로금리까지 낮췄다. 이때까지도 연준 내에서 위기 상황에 대해 모두가 한목소리를 낸 것은 아니었다. 2008년이 끝나 갈 무렵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제프리 래커 총재는 당시 상황을 온건한 수준의 경기 침체라고 규정했다.
연준은 왜 그러게 더디게 움직였던 것일까? 왜 일부 연준 이사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일까? 다른 이유도 많지만, 여기에는 이사들이 저금리 통화 정책으로 경험한 최근의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도 한몫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1990년대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적극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그린스펀은 꽤 오랫동안 경제 번영을 이끌었고 사람들, 특히 투자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2007~2008년 위기가 닥치자 사람들은 서브프라임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서 발생한 문제가 금융 자산 거품 때문이고, 이는 그린스펀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연준 이사들은 그들 앞에 놓인 거울이 아니라 여전히 후방 거울을 통해 문제를 진단했다. 따라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고, 그들은 머릿속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눈앞에 닥쳤음에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깨달음의 순간
물 부족 위기에 대응하는 사람들
전 세계 4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물 부족의 고통을 느끼거나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살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고 일인당 물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전 세계는 1900년에 비해 여섯 배 이상 물을 소비하고 있다. 일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30년경에는 식량과 에너지의 공급이 수요의 50퍼센트만 충족할 수 있다고 한다. 또 2030수자원그룹의 예측에 따르면, 향후 15년 이내에 담수의 공급은 수요의 40퍼센트에 불과할 전망이다.
이미 심각한 위기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2007년 미국 남동부 지역에 사상 최악의 가뭄이 지속되면서 애틀랜타는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렸다. 조지아 주의 소니 퍼듀 주지사는 11월 시청 앞 계단에서 종교를 초월한 연합기도회를 열고 이렇게 기도했다. "오 하느님, 우리가 함부로 낭비하며 살았음을 고백합니다." 겨우 90일분에 해당하는 물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산한 주 정부는 10월부터 북부 지역 주민들에게 잔디에 물을 주는 행위를 금지했고, 샤워 시간 단축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물 절약 방안을 주민과 기업에 권고했다. 조지아 주 정부는 플로리다와 앨라배마 주가 레이니어 호수 수원지의 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연방 정부에 요청했다. 위기일발의 물 부족 사태를 겪은 조지아 주 정부는 2008년 초에 수자원 보존 계획을 통과시켰다.
1년 뒤 조지아 주 정부는 수자원 보호 지침을 발행했는데, 모순되는 전언들이 담겨 있었다. 환경보호와 캐럴 카우치 박사의 기자회견 역시 혼란을 가중시키는 데 한몫했다. "수자원 보호 계획의 궁극적인 목표는 물 사용을 단념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한 물 1갤런당 얻는 이득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왜 보호라는 말을 썼는지 그 의미가 헷갈리는 대목이다. 주 정부가 내놓은 지침서에도 "물 보호는 우리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라는 선언으로 시작한다. 또 변기 개량 사업, 물 보호 부품 및 장치, 강우 센서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 사용량을 추적하고 기록하는 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이 지침은 플로리다 주와 앨라배마 주 그리고 테네시 주가 레이니어 호수를 놓고 물 분쟁을 시작하려는 계획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물의 효율적인 사용을 증대하기 위한 노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13년 4월, 테네시 주가 주 경계선을 북쪽으로 1마일 이동시켜 호수를 자신들의 관할구역으로 끌어들이려고 시도한 것에 반발한 조지아 주는 법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 검찰총장에게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플로리다 주는 2013년 10월 레이니어 호수와 관련해 물 사용권 문제로 조지아 주를 고소했다.
브라질에서 가장 큰 두 도시인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는 심각한 물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인구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데다 80년 만에 최악의 가뭄까지 만났다. 2015년 초, 상파울루는 가뭄에 대비해 물을 비축하고 있던 저수지 세 곳 가운데 이미 두 번째 저수지 물을 활용했고, 남은 물은 몇 주간 버틸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물 부족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던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2014년에 이 문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1,000년 역사상 가장 혹독했던 3년 연속 가뭄이 들면서 새크라멘토 강과 산 호아킨 강 유역의 물이 평소보다 11조 갤런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곡물과 가축의 손실에 추가적인 급수 펌프 설치 비용이 20억 달러가 넘었고, 1만 7,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하지만 기근이 아니었어도 캘리포니아는 이미 극심한 곤경에 처해 있었다.
캘리포니아는 연간 강수량이 시카고의 3분의 1밖에 안 되고, 뉴욕 시의 4분의 1밖에 안 되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과일과 야채의 주요 생산지다. 캘리포니아 주가 농업과 도시 발전 사이에서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는 도시와 농장을 유지하기 위해 멀리서부터 물을 끌어오는 치수 사업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비싼 물 사용료를 상쇄하기 위해 농부들은 마진이 많이 남는 아몬드 같은 작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 작물들은 예상과 달리 물 집약도가 높았으며 결과적으로 물 부족 문제를 가중시켰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어째서 미국의 과일과 야채 생산량의 절반을 가장 건조한 지역에 해당하는 캘리포니아에서 담당하고 있는가?
회색 코뿔소에 들이받히지 않는 법
당신 눈앞에 출현한 회색 코뿔소는 무엇인가?
코뿔소를 인지하라
검은 백조 개념이 등장하고 사람들은 개연성이 희박한 위기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회색 코뿔소 개념은 당연하게 여기고 제쳐 두었거나 무시함으로써 크나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 개연성이 높고 분명한 위기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 위기를 피할 뿐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첫걸음은 회색 코뿔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는 것이다. 방 안의 코끼리는 누구나 알면서도 이를 언급하면 모두가 불편해하기 때문에 쉬쉬하는 문제를 말한다. 회색 코뿔소는 이 코끼리와 사촌 격이지만 훨씬 더 위험하다.
회색 코뿔소 위기의 첫 단계인 현실 부정은 검은 백조 현상과 자주 혼돈된다. 개연성이 높은 회색 코뿔소를 개연성이 희박한 검은 백조로 여기는 것은 불쾌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방어기제다. 사람들은 이런 위기를 만나면 개연성이 높다는 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함의하는 시간대가 정확히 언제인지 옥신각신하며 현실을 부정한다. 1단계에서는 회색 코뿔소의 의미와 시기를 특정하는 작업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위협적인 일이 머지않아 닥칠 확률이 상당하고 또 타당하게 여겨진다면, 그 문제는 개연성 높은 위기로 취급해야 한다.
회색 코뿔소를 일찌감치 인정하기 위해서는 명백한 위기를 알아차리는 데 구조적으로 걸림돌이 많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사회 구조에는 믿고 싶지 않은 소식을 외면하도록 유도하는 함정이 많다. 그 함정에 빠지면 오히려 근거가 빈약한 예측을 고수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높은 예측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우리는 답을 확인하고 싶지 않은 문제들에 관해서는 애초부터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머릿속이나 가족, 조직, 정부기관에는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이라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들에게 주저하지 말고 의문을 제기해야 하고, 그러려면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도, 예측이 빗나가는 상황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권력자들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해도 모든 것이 괜찮을 거라 가정해서는 안 된다. 기득권자들은 현재 상태를 깨뜨릴 수 있는 어떤 의견에 저항할 것이다. 선뜻 던지기 힘든 질문을 과감히 제기하고 끊임없이 캐물어야 한다. 집단 사고를 경계하고, 그 같은 사고에 꿋꿋이 저항해야 한다. 조직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반드시 다른 관점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차브리스와 사이먼스의 실험에서 보았듯이, 누군가가 고릴라가 지나갔다고 말하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고릴라가 쉽게 눈에 들어온다. 이처럼 누군가가 회색 코뿔소가 출현했다고 용감하게 말할 때, 사람들은 그 위기를 더 쉽게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를 포착하는 사람, 문제를 책임지는 사람이 되라
위기를 피하는 것은 코뿔소를 포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이 무시하는 명백한 위기를 인지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야생에서 코뿔소를 발견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듯이 회색 코뿔소를 포착하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회색 코뿔소를 포착하고, 그 문제를 다 함께 인식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역할은 무척 크다. 에리카 오렌지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행동을 취하는 것이죠.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아내는 일이 가장 어려워요. 결국 사람이 중요합니다.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퓨처헌터스가 자문을 제공할 때마다 거듭 이 사실을 확인했다. 구조적인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파악하고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기업들은 내부에 열정적인 감시자가 있었다. 이들은 기업 내지는 조직에서 변화를 이끌어 가는 인플루언서들이다.
코뿔소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어떤 특성을 지니는가? 이들은 기꺼이 다수의 의견에 반대하고, 비뚤어진 유인책을 제거하고, 사람들에게 변화의 동기를 불어넣는다. 남들이 보기에는 반쯤 정신 나간 사람들일지로 모른다. 기업의 일원으로서든 개인으로서든 혹은 지역사회와 국가, 세계의 시민으로서든 자신을 희생하며 남을 돕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조사하면서 수없이 접한 메시지였다. 이런 이유로 인간은 명백한 위기를 외면하고, 행동에 나서서 재앙을 막는 데 저항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견해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집필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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