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합

   
오윤희
ǻ
비즈니스북스
   
16000
2015�� 11��





■ 책 소개
오윤희 기자의 책. 이 책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이라 손꼽히는 회사들이 어떻게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는지를 ‘정’(正), ‘반’(反), ‘합’(合)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눠 정리한 경영전략서다. 저자는 전 세계의 비즈니스 현장을 누비며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경제경영 석학들을 취재한 결과 성공한 기업과 경영자들에게서 크게 세 가지 성공 요인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즉, 어떤 기업은 기본을 지키며 성실하게 자신만의 길로 나아가고, 어떤 기업은 끊임없이 혁신을 꾀하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용감하게 걸어간다. 또 다른 어떤 기업은 그 두 가지를 모두 병행하며 제3의 독자적인 길을 만들어나간다. 저자는 이러한 세 가지의 키워드인 정, 반, 합이 무엇이고, 그러한 특성을 살리기 위한 기업들의 치열한 노력을 정반합을 통해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 저자 오윤희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코리아헤럴드」를 거쳐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2005년부터 사회부 경찰 기자를 거쳐 사회정책부(교육, 복지 담당), 산업부(유통, 부동산 담당)에서 근무했으며 동유럽 특파원을 거쳐 ‘위클리비즈’에서 해외 유명 기업인과 석학들을 만나 취재했다. 현재 국제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세계를 움직이는 최정상 기업과 CEO들, 수많은 대가들의 인터뷰에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을 더한 이 책은 불황과 위기의 시대에도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찾고 사람과 조직을 움직이는 탁월한 전략을 발견한 경영의 지혜를 담고 있다.


 


불확실성과 혼돈의 시대를 살면서도 위대한 기업들은 경영의 본질을 찾는 ‘정’(正), 역발상의 전략을 구사하는 ‘반’(反), 끊임없이 변화하며 제3의 길을 모색하는 ‘합’(合)의 법칙에 따라 움직였다. 저자는 경영의 최전선을 취재하며 ‘정반합’이라는 인사이트를 추출해냈고, 세계 최고 기업가들과 경제경영 석학들의 뛰어난 직관, 날카로운 전략, 통렬한 해법을 통해 절대 흔들리지 않는 경영의 본질을 강조하고 있다.


 


■ 차례
책을 펴내며 - 경영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이들과의 만남을 반추하며


 


PART 1. 정(正)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치 않는 성공 비결, 기본에 충실하라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 움직인다 _고객 맞춤형 치료제를 만드는 희귀병 치료제 회사, 젠자임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자의 마지막 희망 | 생명을 살리려는 헌신 | 행동으로 보여주는 고객 중심주의 | 이윤이 전부는 아니다 | ‘나는 의미 있는 일을 한다!’ |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 바로 훌륭한 틈새시장


 


우리의 비전은 ‘빠름’이 아니라 ‘맛’이다 _장인정신으로 만든 햄버거, 모스버거
우리는 맥도날드가 아니다 | 고객을 ‘호갱’으로 대하지 마라 | 패티만 맛보려고 햄버거를 찾는 사람은 없다 | 고객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 느리더라도 나만의 방식을 지킨다


 


제품력에 모든 것을 건다 _프라이팬 하나도 100가지 실험을 거치는 테팔
소비자가 아쉬워하는 부분을 찾아라 | 프라이팬 하나에 뒤따르는 100가지 실험 | 우리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가


 


가장 잘하는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하라 _한 우물 파기 전략의 승리, 테트라 팩
대기업보다 강한 기업 | 전통적인 소시지 제조법에서 얻은 아이디어 | 핵심 분야에 집중하되 늘 혁신하라 | 같은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글로벌 시장 | 길은 찾아야 비로소 길이 된다 | 한 우물만 파서 성공하려면


 


진정성 있는 기업이 성공한다 _겨울 의류의 목적에 충실한 캐나다 구스
“아, 이런 게 진정성이구나” |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라고 말하는 회사 | 회사 이름 그대로 정체성을 지킨다 | 진정성을 담아 차별화하라 | 스토리 텔링에서 스토리 두잉으로


 


[INSIGHT STORY] 대표 강점을 명확히 알고 제대로 표출하라 _마틴 셀리그먼


 


PART 2. 반(反) : 기존의 가치를 뛰어넘어 성공한 혁신가들, 남다른 전략을 구사하라
생각을 뒤집어라, 새로운 길이 보인다 _역발상의 달인인 오토코마에 두부, 니폰 레스토랑 시스템, 햄프턴 크리크 푸즈
남자다운 두부, 빨간 휴지… 안 될 것 없지 | 남과 다른 전략을 채택하라 | 신사업 개척의 원동력이 되는 역발상 | 사고를 가두는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라 | 답을 아는 자에겐 아무것도 묻지 마라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하다 _이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 태양의 서커스, 조 말론 런던
우리는 남들이 상상하지 못한 것을 만든다 | 틀을 뛰어넘는 혁신은 자유에서 나온다 | 니즈를 충족시키는 대신 새로운 니즈를 만든다 | 소비자에게 주도권을 넘겨라


 


세상을 남과 다르게 보는 시선 _내 경쟁자는 바로 나, 포켓몬스터
캐릭터도 진화하고 변이한다 |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없애다 | 자연에서 얻은 영감, 온라인에서 꽃피다 | 외계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 무의미한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라 | 나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혁신으로 시작한 기업, 혁신으로 부활하다 _정체성과 변화의 조화를 꾀하는 발렌시아가
파격과 모험으로 위기를 넘어서다 | 변화하지 않으면 명품도 살아남기 힘들다 | 혁신은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다 | 천재도 모방한다, 전임자를


 


실패의 미학, 실패를 권장하라 _실패에서 얻는 것이 더 많았던 혼다, 던 앤 브래드스트리트, 울티모
축하합니다, 실패해서 | 실패가 뭐 어때서! | 나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 않은가 |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고 자신을 믿어라 | 실패를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찾다


 


[INSIGHT STORY] 하나의 기술로 평생을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_린다 그래튼


 


PART 3. 합(合) :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제3의 길을 발견하라
철강에서 전기, 다시 에너지 관리 기업으로 _굴뚝 기업에서 솔루션 업체로 변신한 슈나이더
미래의 먹거리로 눈을 돌리다 | 제품이 아닌 해결책을 판다 |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환골탈태 | 지킬 것인가 파괴할 것인가, 동시에 추구할 것인가 | 변화하되 변화하지 않기


 


속도가 전부는 아닌 SPA 브랜드 _저렴하면서도 개성을 잃지 않는 조 프레시
우수한 SPA 제품을 제공한다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 내겐 속도가 제1의 가치가 아니다 | 자신만의 세분화 영역을 찾아라


 


지키면서 변화하라 _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는 테스코, 시슬리, 픽사
‘이도 저도 아니었던’ 테스코의 철저한 변신 |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 ‘최고’라는 불변의 가치를 위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 A 혹은 B가 아니라 A 그리고 B


 


첨단 기술로 새로운 변화를 꾀하다 _전통에 첨단 기술을 가미한 요시이즈미, 야마하, 그라스마이어, 스시로
장인의 손기술을 기계에 구현하다 | 전통 기술과 IT가 만났을 때 | 첨단 기술로 최고의 악기에 도전하다 | 현대화로 전통의 맥을 잇다 | 화상 대화로 한문을 가르치는 청학동 훈장님


 


개개인의 삶에서 ‘합’을 찾으려면 _일과 삶의 균형을 보여주는 SAS, 스튜어트 프리드먼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SAS | 일과 삶 사이의 균형, 가능할까 | 삶의 각 부분에서 교집합을 찾아라 | 개인이 행복해야 조직도 행복하다 | 내가 원하는 삶의 모델을 정의하라


 


[INSIGHT STORY] 끝까지 지켜내야 하는 유일한 보루, ‘왜’ _사이먼 사이넥 


 




정반합


정(正)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치 않는 성공 비결, 기본에 충실하라

단 한명의 고객을 위해 움직인다

고객 맞춤형 치료제를 만드는 희귀명 치료제 회사, 젠자임

일본에서 독도와 가장 가까운 시마네 현 중에서도 제일 외진 이와미 은광 산기슭에는 신체보정기기 업계의 강소기업 나카무라 브레이스가 있다. 지탱하다, 받치다라는 의미의 회사명 브레이스에 걸맞게 이들은 인공 귀, 코, 손가락, 팔다리 그리고 인공 유방 등의 의료 기구를 만든다.


다른 사람의 버팀목이 되겠다는 각오를 그대로 보여주는 이름을 대변하듯 이 회사처럼 물건 하나하나에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는 곳도 드물다. 덕분에 작은 시골 마을, 그것도 민가가 드문 한적한 곳에 위치한 나카무라 브레이스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고객이 찾아온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의료 기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상태에 맞춰 의수나 의족을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며, 제품에는 각각 일일이 이름을 새겨 넣는다. 특이하게도 직원들 중에는 팔이나 다리가 없는 장애인들이 많다. 사고로 신체의 일부를 잃고 나카무라 브레이스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이 회사에 들어와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직원들의 일하는 자세나 마음가짐이 경쟁사와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의수와 의족 등 의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것은 일반 소비재처럼 보편적인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매우 좁다. 한마디로 꼭 필요하면서도 고객은 한정되어 있다. 창업자 나카무라가 굳이 그 협소한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사카모토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0년 후 일본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회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20년 후에는 이 세상에 없어선 안 될 회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런저런 계산을 다 떠나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을 해서 사회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 나카무라 창업자의 경영 철학이다. 동시에 이는 회사의 존립 이유로 회사에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버티게 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장애인, 고령자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이 존엄성을 지키며 생활하려면 나카무라 브레이스 같은 회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이런 회사들이 최신식 스마트폰이나 날로 업그레이드되는 최첨단 전자제품 제조사처럼 큰 매출을 거두기는 어렵겠지만, 인간의 삶의 질을 뒷받침한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존립은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매출액 이상의 의미가 있다.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자의 마지막 희망

미국에 사는 세 살짜리 아이, 브라이언 버먼의 몸에서 이상 증세가 나타난 것은 1983년의 일이다. 어느 날부터 브라이언의 배가 농구공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83센티미터의 자그마한 키에 어울리지 않게 허리둘레가 무려 63센티미터까지 커졌다. 날이 갈수록 팔다리가 달린 양배추 모양으로 변해간 아이는 계속 아프다며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냈다. 속이 타들어간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했고 마침내 국립보건원에서 고셰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고셰병은 동유럽 유대인에게 주로 나타나는 희귀질환으로 미국 내에 약 2,500명, 한국에는 30명밖에 없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체내에 글루코세레브로시다제라는 효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이 질환의 발병 확률은 몇 천 분의 1이 안 될 정도로 지극히 낮지만, 일단 발병하면 치료제가 없어서 큰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고셰병 환자의 몸에서는 낡은 세포가 배출되지 못한 채 간, 비장, 골수 등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런 탓에 병이 진행될수록 환자는 운동 능력을 잃어버리고 신경이 과도하게 예민해지며 간과 비장이 부풀어 올라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만다.


치료제도 없고 뾰족한 치료 방법도 찾지 못한 의료진은 일단 부풀어 오른 브라이언의 비장을 제거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내과의사인 브라이언의 어머니 로빈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한 심정으로 다른 방법을 찾아다녔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린 곳은 바로 보스턴에 있는 작은 생명공학 벤처 회사 젠자임이었다.


생명을 살리려는 헌신

작은 회사 젠자임은 1981년 보스턴 차이나타운에 있는 낡은 건물의 15층에 처음 문을 열었다. 그곳은 이른바 전쟁터라 불리는 열악한 지역으로 젠자임의 사무실로 가려면 늘어선 잡상인과 실험용 닭을 넣은 우리를 비집고 들어가야만 했다.


주로 실험용 단백질 효소를 만들던 젠자임은 특정 효소 부족으로 고셰병이 발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지식을 기초로 그들은 태반에서 효소를 추출해 시험 삼아 브라이언에게 주입했다. 그러자 부풀어 오른 브라이언의 배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 일은 브라이언의 운명을 180도 바꾸는 동시에 젠자임이라는 회사의 운명까지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이전까지 실험 효소를 취급하던 젠자임이 브라이언을 만난 이후 고셰병 치료제 개발로 사업의 초점을 바꾼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뒤 그는 유수의 생명공학 벤처 기업이 탄생하는 데 도움을 준 하버드 대학의 화학자 조지 화이트사이즈를 찾아갔고 이후 개발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브라이언의 어머니도 직장을 그만두고 치료제 개발과 모금 운동에 앞장섰다.


마침내 1991년 젠자임이 개발한 첫 번째 고셰병 치료제 세레다제가 미국 보건 당국의 정식 승인을 얻으면서 고셰병 치료의 서막이 열렸다. 이를 계기로 젠자임은 제약 업계에서 극소수 희귀병을 일컫는 고아병 치료제 개발을 전담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고아병이란 다른 일반 질병과 아무런 연관성 없이 혼자 뚝 떨어져 있어 치료법을 찾기가 힘들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젠자임은 또 다른 희귀병 치료 벤처 기업 노바자임을 인수해 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노바자임 역시 희귀병에 걸린 자녀를 살리기 위한 부모의 눈물겨운 노력이 숨어 있는 회사다. 젠자임은 수요자들의 간절한 필요를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했지만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업 구조를 지속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았고, 약을 시험해볼 표본 집단 수조차 적을 경우 개발 여정은 더욱 험난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거대 제약회사조차 대규모 시장을 겨냥한 약품 제조를 주요 사업으로 삼고, 희귀병 치료제 개발은 사내에 하나의 부서 형태로 놔두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젠자임은 희귀병 치료제 개발이라는 본래의 사업 목적 외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고, 다행히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다. 오히려 젠자임의 성공 사례를 보고 희귀병 치료제 개발 사업의 중요성을 깨달은 글로벌 거대 제약회사들이 희귀병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 정도였다.


2011년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5위 제약회사 사노피 S.A.는 젠자임을 인수했다. 당시 연매출이 50억 달러에 이르던 젠자임은 인수된 후에도 모기업의 간섭을 일절 받지 않고 희귀병 치료제 개발이라는 본래의 사업에만 주력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젠자임이 살아남는 이유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행동으로 보여주는 고객 중심주의

젠자임의 CEO 데이비드 미커는 "우리 비즈니스의 핵심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는 것 혹은 그들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이라며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젠자임의 핵심 포인트로 진정한 고객 중심주의를 꼽았다.


사실 젠자임은 태생부터가 고객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품(치료제 개발)을 만들려면 임상 치료 등 고객(희귀병 환자)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 밀접한 유대 관계를 맺고 그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필수적이다.


"희귀병 환자도 일반인과 전혀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 CEO 미커는 회사의 모든 직원에게 환자들의 고충과 병력에 얽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야 환자가 겪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직원들 스스로도 절실하게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까닭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환자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가령 우리가 지금 어떤 약을 개발한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그 약이 어느 단계까지 왔고 어떤 과제를 앞두고 있는지 환자들에게 모두 알려줍니다.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그것도 환자들에게 제공하지요."


젠자임에서 폼페병 치료제를 개발할 때의 일이다. 폼페병은 아기들에게 많이 나타나고 환자가 대개 1년 이내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젠자임은 치료제 개발을 위해 전 세계에서 폼페병 증세를 보이는 생후 6개월 미만의 아기 열여섯 명을 모았다. CEO 미커는 그때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들려주었다.


"그건 대단히 어렵고 힘든 일이었어요. 희귀병 환자를 찾아내는 것부터가 매우 어렵습니다. 환우회와 각종 희귀병 사이트를 훑어보고 공고를 내기도 해서 사례를 발굴했지요. 일본에서 발견해 영국의 치료 시설로 온 아기도 있었고, 팔레스타인에 있다가 독일로 온 아기도 있었습니다. 생후 6개월밖에 안 된 아기들이다 보니 보호자까지 함께 이동해야 했습니다. 더구나 개발하고 있는 약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몇 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기들을 6개월간 임상 실험에 참여시켜 2주에 한 번씩 실험제를 투여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무료로 진행되었지요. 사실 이런 실험은 만만치 않은 투자입니다. 저도 그 과정 자체가 말로만 환자 중심주의를 내세우는 곳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젠자임의 강력한 의지, 환자와 회사 사이의 파트너십이 없었다면 아마 신약 개발은 포기해야 했을 겁니다."



반(反) : 기존의 가치를 뛰어넘어 성공한 혁신가들, 남다른 전략을 구사하라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하다

이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 태양의 서커스, 조 말론 런던

우리는 남들이 상상하지 못한 것을 만든다

캐나다 퀘벡 주에 있는 태양의 서커스는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교수의 <블루오션 전략>에 소개되며 한국에서 유명해졌다.


과거의 서커스는 곰이나 말 같은 동물이 조련사의 지시에 맞춰 재주를 넘고 광대가 나와 곡예를 보여주는 정도로 인식됐지만, 태양의 서커스는 그러한 틀 자체를 아예 뒤집어버렸다. 태양의 서커스를 처음 만든 사람은 길거리에서 불을 뿜는 공연을 하던 거리 예술가 기 랄리베르테로, 그는 기존에 서커스의 주역이던 동물을 쇼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동물의 사료 값과 훈련 및 유지비가 서커스단이 고질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사람들이 이전까지 시도하지 않던 것을 서커스 공연에 넣었고 결국 고도로 정제된 곡예 기술과 음악, 화려한 의상 및 춤, 무대 장치가 어우러진 종합 공연 선물 세트가 탄생했다. 한마디로 이것은 예술 서커스였다.


20014년 나는 태양의 서커스의 현 CEO 다니엘 라마레를 만나러 가기 전 <쿠리오스>를 보러 갔다. 마침 30주년을 맞이한 태양의 서커스는 그동안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을 펼쳐 널리 알려져 있었다. 두 시간 넘게 진행된 공연은 시종일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무대 디자이너 스테판 로이가 공연을 공개하기에 앞서 "쥘 베른의 공상 과학 소설과 토머스 에디슨의 발명품이 결합된 공연을 연출하려 했다."라고 한 말이 무대에 그대로 드러났다.


가로 4.6미터, 세로 2.1미터에 무게 340미터의 의자 등은 마치 거대한 공상 과학 영화의 세트장 같은 느낌을 주었다. 여기에다 몽환적이고 나른한 음악, 난쟁이와 모앙적인 과학자 등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할 법한 기괴한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무대 천장 부근에 설치한 줄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광대가 곤봉을 돌리는 고전 서커스의 레퍼토리는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테이블, 천장에서부터 바닥을 향해 거꾸로 쌓아 올린 테이블 등 독특한 무대 장치와 어우러져 새로운 미학을 창조했다. 형광색 옷을 입고 등장한 곡예사들이 연체동물처럼 묘하게 흐느적거리면서 바다 속 해초의 너울거림을 표현할 때는 서커스가 아닌 순수 표현 예술을 보는 것 같았다.


태양의 서커스는 자신들이 처음 개척한 블루오션 안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으로 또 다른 블루오션을 창조하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CEO 라마레는 태양의 서커스가 예술 서커스라는 단어에 얽매이기를 거부한다.


"<쿠리오스>를 본 사람들에게 공연을 한마디로 묘사해보세요라고 주문하면 아마 대답을 듣기가 무척 어려울 겁니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은 이미 서커스의 영역을 벗어났으니까요. 우리의 공연은 연극도, 뮤지컬도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우리의 공연을 소개해야 한다면 그저 태양의 서커스 공연은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야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말처럼 태양의 서커스는 특정한 한 장르로 분류하기보다 차라리 공연의 중심 소재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쉬울 정도다.


그러면 태양의 서커스는 자신들이 하는 업을 무엇이라고 정의할까? CEO 라마레의 대답은 명쾌했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거죠. 그것을 통해 태양의 서커스의 토대가 된 예술 서커스를 더 넓은 범주로 확장해가는 중입니다."


물론 누구든 태양의 서커스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 그는 "공연 티켓을 파는 회사는 모두 경쟁자로 본다."고 말했다. "스포츠든 영화든 뮤지컬이든 그 종류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CEO로서 저는 제 자신을 표 파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는 경쟁자들보다 더 많은 표를 팔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상상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보여줌으로써 말이죠."


틀을 뛰어넘는 혁신은 자유에서 나온다

매번 새로움을 보여주는 이곳의 저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한 인재다. 태양의 서커스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보내온 다양한 DVD가 가득하다. 입사 지원자들이 서류와 함께 기예나 춤 등 자신의 특기를 촬영한 DVD를 보내오기 때문이다. 그 많은 자료 중에서 태양의 서커스는 언제나 최고만을 가려낸다. CEO 라마레는 이들을 가리켜 별 다섯 개짜리 기술자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인재를 영입할 때 인간이 할 수 있는 극한의 기술과 묘기가 가능한지를 염두에 둡니다. 태양의 서커스에는 체조선수 등 전직 운동선수가 많이 찾아옵니다. 그들을 가려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로 앞에서 말한 원칙이에요. 그 점에 입각해 인재를 뽑은 다음 그들을 아티스트로 훈련시킵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스포츠 선수일 뿐 무대에서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는 아닙니다. 그래서 뛰어난 운동선수를 가려낸 뒤 트레이닝을 통해 배우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 꼭 필요하지요."


태양의 서커스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은 창의적 에너지다. 태양의 서커스 직원들은 과거 쓰레기 매립지를 개간해서 지은 퀘벡의 본사 건물을 본사가 아닌 크리에이티브 센터라고 부른다. 회사 건물에서 하는 주요 활동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거리의 예술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든 조직인 이곳은 현재 연매출이 1조 원에 가까운 대기업이다. 그들은 여전히 창업 초기의 창의성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자유로운 분위기다. 직원들은 누구나 거리낌 없이 아이디어를 건의할 수 있고 회의시간에는 계급장을 뗀 난상토론이 벌어진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기업이 제1순위로 꼽는 일이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가시적인 변화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과거와 다른 독특한 시각, 이전과 다른 것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실험 정신이 변화를 낳는 법이다.


참신한 발상, 생각의 변화는 태양의 서커스나 MIT처럼 자유롭고 유연한 환경에서 나온다. 왜 우리 조직에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가라고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남과 다르게 생각하기에 적절한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합(合) :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제3의 길을 발견하라

개개인의 삶에서 합을 찾으려면

일과 삶의 균형을 보여주는 SAS. 스튜어트 프리드먼

노스캐롤라이나 주 캐리에 있는 비즈니스 정보 분석 소프트웨어 회사 SAS 인스티튜트는 <포천>이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매년 오르는 회사다. 2013년 하반기에는 경영 컨설팅 전문업체 일하기 좋은 직장이 SAS를 세상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 2위로 뽑기도 했다.


여느 회사와 달리 입지부터 다른 SAS의 본사는 36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숲속에 있다. 거위와 사슴이 사는 숲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호텔 뷔페가 부럽지 않은 식당에서 라이브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식사를 한다. 더구나 이 회사에는 정년, 해고, 야근, 잔업이 없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성장을 희생하면서까지 직원들의 복지만 챙기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SAS의 매출은 예외 없이 매년 성장했다. SAS는 어떻게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었을까.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SAS

세상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꼽히는 SAS조차 금융 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진지하게 검토한 바 있다. 굿나잇 회장은 그때를 이렇게 회고한다.


"금융 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8년 말, 업계는 그야말로 엉망진장이었습니다. 모든 업체가 날마다 직원 해고를 발표했지요. SAS에서도 누구를 해고할지 많은 논의가 있었죠."


굿나잇은 마지막 순간 해고 계획을 접었다. 구조조정이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이는 결국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9년 1월 29일 저는 한 명도 해고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대신 비용 절감을 위해 임금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다는 뉴스를 듣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해 SAS는 매출이 5퍼센트 성장했습니다. 당시 상황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였지요. 저는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았기에 그런 결과를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확신과 동기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었으니까요."


한국에도 SAS 같은 기업이 드물지만 존재한다. 그 가운데 젊은 구직자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IT 기업 제니퍼 소프트는 한국의 SAS라고 불릴 만하다. 제니퍼 소프트는 전 직원이 정규직이고 하루 일곱 시간 근무가 철칙이다. 여기에다 퇴근 시간도 자유롭고 추가 근무는 절대 없다. 직원이 출산을 하면 1,000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며 5년차 이상 직원에게는 가족이 함께 가는 해외여행 기회가 주어진다. 이 회사는 당신의 삶이 먼저니 회사를 위해 절대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 말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기까지 한다.


많은 경영인에게 직원들을 놀게 하면 기업의 성장은 멈춘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특히 근면과 성실을 강조하는 한국의 기업계에서는 밥 먹듯 하는 야근과 잔업이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고, 성장을 위해 직원들이 자기 삶을 부분적이나마 희생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에 비해 SAS와 제니퍼 소프트 같은 기업은 존재 그 자체로 성장과 직원 복지는 상반된 개념이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개인의 행복해야 조직도 행복하다

프리드먼 교수는 세계 최대 온라인 강좌 코세라에서 토털 리더십 프로그램 수업을 가르친 경험을 예로 들었다. 이 강좌에는 193개국에서 5만 7,000여 명이 등록했는데 그중에는 아시아권 국가를 비롯해 남미, 유럽, 중동,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문화권마다 각각의 특생이 있다 보니 어떤 문화권에서는 토털 리더십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변화를 시도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프리드먼 교수는 기본적으로 모든 문화권에서 토털 리더십 프로그램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우리 모두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설정하는 것은 물론 내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가까운 사람들과 목표를 공유하고 그것을 실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어볼 수 있다. 프리드먼 교수는 우리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지원을 기대하면 우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제가 발견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크든 작든 토털 리더십 프로그램 실험을 통해 모든 사람이 도움을 받았다는 겁니다.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어요. 스스로 노력하는 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거나 긍정적인 효과를 얻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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