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김진철
ǻ
밀리언하우스
   
13000
2010�� 11��



■ 책 소개
뉴스에서는 절대 알려주지않는 대한민국 경제의 진실과 거짓! 

왜 아이폰 4에대한 결함을 현미경처럼 들이대는 기사와 삼성 갤럭시S폰에 대한 칭찬 일색의 기사가 쏟아질까? 왜 외국과 비교해 비싼 휴대폰 통신비 문제가 잘다뤄지지 않을까? 왜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비판기사는 드물며 "만능청약통장"이 정말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해 만들어진것일까? 다년간 경제부 기자로 일해온 김진철 기자가『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을 통해 경제 뉴스 시간에는 결코 알려주지 않는 우리 경제의 불공정한이면들, 경제기사의 행간에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들을 예리한 눈으로 파헤친다. 우리가 꿈에도 몰랐던 한국경제와 경제기사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침은물론 혼돈의 시대를 직시하는 경제기사 똑바로 읽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쏟아지는 경제정보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고 부정확한거짓정보에 속지 않고 기사의 행간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김진철
대원외고·서울대를 졸업하고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했다. 사회부,여론매체부, 경제부, 기획취재팀, 전략기회실, 문화부를 거쳐 현재는 주말섹션 esc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기자 생활 대부분을 경제와 문화 분야의기사를 써왔다. 평범한 서민들의 삶과 맞닿은 현장 속 경제와 문화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는 일에 관심이 많다. KBS 2라디오<박경철의 경제포커스&&에서 아침 경제뉴스를 전한 바 있고, 저서로는 사회현안에 감춰진 경제이슈를 쉽게 풀어낸 『시장의 유혹과거짓말로부터 내 돈을 지키는 경제학』이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기사에 속지 않기와 꿰뚫어 보기다

PART 1 경제기사가 돈 벌어주나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경제기사 
경제기사는 믿을 만한가 
증권기자는 주식투자에 성공할까? 
경제기자는경제 전문가인가? 
경제기사의 허와 실 
경제정보의 홍수, 어떻게 이용할까? 

PART 2 경제기사의 유혹과 거짓말 
숫자는 숫자일뿐! 
그래픽이 만드는 함정 
보도자료와 기사의 함수관계 
광고를 보면 기사가 보인다 
돈이 만드는 힘, 힘이 만드는 돈
상식을 압도하는 편견과 타성 

PART 3 경제기사 알고 읽읍시다 
잘 읽은 경제기사, 책 한 권 안 부럽다 
꼬투리를잡아야 몸퉁이 보인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직접 취재기자가 되라 
큰 흐름이 핵심이다 
기사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
소비자가 주인이다 

PART 4경제기사의 유용한 독법 
정책기사 : 나와의 관련성을 찾아라 
금융기사 : 돈의 흐름을 읽어라 
증권기사 :현혹되지 말라 
부동산기사 : 투자가 아니라 주거가 문제다 
산업기사 : 광고와 기사를 구분하라 
국제기사 : 경제에 국경은없다 

PART 5 경제기자를 알아야경제기사를 안다
기자들은 경제부를 좋아해? 
경제기자를 흔드는 것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기자는 "꼴등신랑감"? 
바빠진 기자, 기자 정신은 어디에? 
게으름이 망치는 경제기사 
경제기자여, 공부만이 살길이다

PART 6 언론에게 경제기사란무엇인가? 
"미디어" 산업 VS 미디어 "산업" 
신문사 흥망은 경제면에 달렸다? 
급증하는 경제전문 매체
미디어와 기업의 밀월여행 
경제기사는 판타지인가? 
반성하지 않는 언론, 언론인 





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경제기사의 유혹과 거짓말

광고를 보면 기사가 보인다

요즘 신문은 매우 두껍다. 종합일간지와 경제지를 불문하고 50~60면이 기본이고 창간기념일처럼 특별한 날엔 100면 이상 찍는 경우도 거의 일반화됐다. 하루에 다 읽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40면이 넘지 않는 신문을 보고서는 너무 얇아 읽을 게 없다고 항의하는 일도 있다. 과연 그럴까?


지면을 샅샅이 따져보면 지면이 늘어난 것만큼 기사 수가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8면짜리 신문보다야 40면짜리에 실린 기사 수가 많겠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기사가 늘어난 것 이상으로 광고가 더욱 많이 늘어났다는 걸 알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지면이 늘어난 까닭은 그만큼 다뤄야 할 기사가 많아진데다 종이가 흔해졌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광고를 위한 지면이 필요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신문 앞쪽의 종합면을 지나 개별 부문의 지면으로 가면 한 면 걸러 한 면씩 전면 광고인 경우가 많다.


신문의 광고효과는 어떨까? 신문의 광고 매출은 과거에 비해 점점 떨어지고 있고 이는 엄청난 위기로 인식된다. 다른 나라 신문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특히 우리나라 신문은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할 만큼 위기의식이 크다. 우리나라 신문의 경우 광고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신문의 매출은 크게 판매 부문과 광고 부문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 신문들은 전체 매출에서 광고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70% 남짓할 정도로 매우 높다. 신문 가격이 매우 싸서 판매 매출이 작을 뿐 아니라 신문을 파는 것만으로는 이익을 낼 수 없을 정도다. 신문의 제값을 받는 미국이나 유럽 등 언론 선진국에서도 신문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판이니 우리나라 신문이 봉착한 난관은 매우 심각하다. 그래서 어떤 신문사는 신문을 한 부 팔수록 손실이 늘어난다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진다. 가격을 올리면 될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본력 있는 일부 신문들이 자전거일보, 상품권일보 따위의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우위로 내세우며 시장을 망가뜨려 놓은 형편이어서 가격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광고로도 충분히 매출을 올려왔기 때문에 신문 가격을 높이려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광고 매출이 조금만 줄어들어도 신문사로선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고 따라서 광고를 유지하기 위해 언론 본연의 기능마저도 포기해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신문의 높은 광고 의존도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신문의 경제기사가 그렇다. 대부분의 광고주들 특히 광고비를 많이 쓰는 큰손의 대부분은 대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을 취재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경제기사가 광고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자사 비판기사가 나온 신문에 광고를 내는 일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더구나 광고 효과가 크지 않다면 더욱 그러할 터이다.


광고 때문에 특정 기업에 대한 비판기사가 누락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독자들도 모르게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광고와 다름없는 기사가 버젓이 경제면을 장식하고 광고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 같은 기사가 실은 기업광고와 관련되면서 작성되는 일도 알게 모르게 많다. 이 때문에 경제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광고 또한 유심히 봐야 기사의 행간을 읽고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기사와 광고의 상관관계에 대해선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알 만한 일이 최근 스마트폰 열풍을 타고 벌어졌다.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스마트폰 열풍을 만들어낸 장본인인데, 아이폰 때문에 기존 휴대전화 업계의 강자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아이폰에 상처 입은 대표적인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전자. 뒤늦게 스마트폰 대열에 들어섰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그런데 삼성이 야심차게 들고 나온 갤럭시S폰 관련 기사가 지나치게 칭찬일변도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갤럭시S폰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폰에 대해서 거의 맹목적으로 열광하는 기사들이 한국 신문의 경제면에 도배가 되고 있었던 터다. 다음과 같은 기사 제목을 보라.


탄력받은 갤럭시S, 아이폰 뒤집겠네, 아이폰4 vs 갤럭시S, 글로벌 양강구도되나, 갤럭시S, 아이폰4보다 성능 우수 등. 이게 일부 양심적 신문을 제외한 대한민국 대부분의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등이 갤럭시S폰 출시와 함께 쏟아낸 기사 제목이었다. 아이폰은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등 비판적인 기사가 주를 이뤘고 갤럭시S는 아이폰의 아성을 무너뜨릴 만큼 강력하다는 내용이 주로 보도됐다. 하루아침에 아이폰의 질이 떨어질 리도 없는데, 갤럭시S폰 칭찬기사와 아이폰에 대한 비판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신문에서 쏟아지는 걸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갤럭시S가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제품이고 또한 스마트폰이 독자들의 커다란 관심사가 되고 있으므로 기사의 소재가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기사의 논조가 늘 칭찬일변도인 것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비정상적인 일은 해당 기업의 일상적인 광고 집행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협찬이나 후원에 대해 언론사가 예속되어 있지 않다면 벌어지기 어렵다.


이런 한국적 언론상황에서 경제기사는 특히나 막강한 광고주인 대기업들의 손바닥에서 놀아난다는 표현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 대기업 총수가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는 사회면 기사마저도 축소되거나 누락되는 판에 경제기사는 더욱 대기업과 그들의 상품을 소개하고 홍보해주는 역할 쪽으로 급속히 몰려가는 추세다. 문제는 독자들이 이런 경제기사를 읽고 경제적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상품 구매 등에 영향을 받고 간접적으로는 특정 기업에 대한 독자들의 이미지까지 이런 경제기사 때문에 만들어진다. 그러니 경제기사를 세심히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광고 역시 잘 챙겨보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여러모로 경제기사 읽기는 상당히 복잡하고 힘겨운 노력을 필요로 한다.



경제기사 알고 읽읍시다

잘 읽은 경제기사, 책 한 권 안 부럽다

모든 언론이, 모든 경제기사가 광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왜곡된다고 할 수는 없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분투하는 신문사도 있고 기업의 부패와 비리에 호되게 비판하고 질책하는 기사도 있다. 경제기자들도 훌륭하고 뛰어난 이들이 많다. 경제기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할 부지런함, 성실함, 지혜로움에 겸손함까지 모두 갖춘 기자들도 종종 봤다. 맡은 일에 부지런히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게 공부하려 하고 광고의 영향을 지혜롭게 막아내고 취재원을 대할 때 겸손한, 그런 경제기자들도 많다.


이런 기자들 때문에라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경제기사가 많이 보도되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언론이 처한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다수 신문사들이 재무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인 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물적 기반이 불안정하고 더 나아가 존폐의 기로에 놓인 언론이 광고주를 향해 비판의 날을 날카롭게 세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신문사가 재무적으로 취약하다 보니 기자의 전문성을 높여줄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감내하며 신문이 만들어지므로 심층 취재는커녕 취재의 기본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본이라는 막강한 창을 지닌 취재원이자 광고주인 기업, 특히 재벌기업에 맞설 방패가 신문사에 전무한 것이다. 그래서 광고인지 기사인지 구분이 안 되는 홍보성 기사가 만연하고 언론의 당연한 책무인 경제 권력에 대한 비판은 소극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흔히 독자들은 경제기사 읽기의 목적을 경제적인 데서 찾는다. 경제기사에는 돈 되는 정보가 많고 경제지식이 부족해선 부를 쌓기 어렵다고 여긴다. 그러나 지금껏 살펴본 것처럼 경제기사에서 제대로 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을 홍보하고 기업을 대변하고 기업을 변호하는 기사가 너무나 많다. 풍부한 지식과 정보가 담긴 기사, 용감하게 부패와 비리를 고발한 기사도 없진 않지만 귀하다. 오히려 경제기사를 잘못 읽고 섣불리 받아들였다가 막대한 손해를 보기 십상인 이유다.


더구나 뛰어난 재테크 정보가 있다손 쳐도 대개는 서민들에겐 맞지 않는 정보가 대부분이다. 부동산이든 금융이든 투자를 하기 위해선 밑천이 있어야 하는데, 여윳돈 있는 서민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서민들에게 오지 않을 기회들만 잔뜩 펼쳐놓은 경우가 많다. 결국 경제기사가 전하는 재테크는 부익부빈익빈의 논리를 확대재생산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경제기사에서 독자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재테크의 한계 때문에 재무설계라는 개념이 시도되기도 했지만, 장기적인 투자, 일관된 재무계획 등을 앞세우는 재무설계 역시 해당 업체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재무설계라는 허울좋은 이름은 보험사의 상품 판매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재무설계 기사나 칼럼은 신문사가 재무설계 업체와 일정한 계약을 맺고 실린다. 기능적인 돈 모으기를 강조하는 경제기사는 오히려 서민들의 피땀 어린 돈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이보다는 각자의 일에 충실하고 건전한 소비와 절약을 내면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 서민들의 실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정보는 경제기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기사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잘만 읽으면 풍부한 지식을 안겨줄 수도 있다. 일확천금의 꿈, 돈으로 뭐든 할 수 있다는 망상, 강요된 불안감과 조바심만 이겨낼 수 있다면 제대로 가려 읽어낸 경제기사는 서민의 삶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람들도 공통적으로 경제기사 읽기를 추천한다. 추천하는 이유는 경제기사를 읽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를 알고 세상을 읽을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경제기사 읽기는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렇다면 서민들에게 필요한 경제기사 독법은 뭘까? 가장 중요한 건 재미다. 당장 돈 벌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경제기사를 읽겠다고 마음먹은 터에 지나친 목적지향적 독서는 방해가 될 뿐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우리는 TV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관람하고 소설책을 읽는다.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건 질리지 않는다. 늘 새로운 재미가 그 안에서 나올 뿐 아니라 스스로 찾아낼 수 있어서다. 경제기사 역시 읽으면서 나름의 재미를 찾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계속 읽을 수 있다.


우선 재미를 찾으려면 경제신문보다 종합일간지가 좋다. 서민 입장에서 경제신문의 그 많은 경제정보가 다 필요하지 않을뿐더러 별 도움도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재미를 찾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종합일간지에선 정치, 사회, 문화면 등 재미있는 읽을거리들이 풍부하다. 다른 여러 분야의 기사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경제기사 읽기로 넘어가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쉽고 재미있는 데서 시작하고 나면 다음으로 관심의 범위를 넓혀가야 할 때다. 십중팔구 경제기사 읽기에 재미를 붙였다면, 궁금증 생기는 사안들이 생겨날 것이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한다면, 각각의 견해가 담고 있는 논리, 근거 등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경제기사 안에 숨어 있는 기업논리를 찾아봐야 한다. 폭넓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신문이 발행되지만, 그 안에는 대부분 기업 중에서도 대기업의 입장과 논리가 가득하다. 기업의 홍보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하기도 하고, 교묘하게 기업 상품 광고를 기사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재벌그룹 총수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보도를 축소하거나 아예 기사화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때 해당 신문의 소유지배구조나 신문사의 연혁 등을 찾아보면 왜 그런 보도가 이뤄졌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과거 기사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과거와 현재의 논조가 다를 때 여기에 어떤 영향이 가해졌을까를 추적해보는 것도 재미있게 경제기사를 읽는 방식이다.


그래서 다른 기사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경제기사는 적극적으로 읽어야 한다. 그대로 믿고 받아들여선 안 되기 때문이다. 독자 스스로 취재기자가 되어야 한다. 이해되지 않는 논리는 기사를 쓴 기자에게 직접 묻고, 기사의 소재는 직접 찾아보는 것도 추천할 만한 적극적 독서의 한 방식이다. 원통계자료나 보도자료를 독자 스스로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상당 기간 경제기사를 읽는 것 자체가 공부다. 단순히 돈을 벌고 모으는 테크닉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는 데 매우 요긴하다. 경제논리가 정치논리를 넘어선 지도 오래다. 경제가 돌아가는 논리를 모르고서는 세상을 알 수 없다. 엉터리 같은 재테크 책 한 권을 읽는 것보다 경제기사를 꾸준히 곁에 두고 읽는 게 더 중요하고 유용한 이유다.


더구나 경제기사가 왜곡되는 근본적인 원인인 신문사의 재무적 취약성과 이 때문에 벌어지는 광고를 무기로 한 대기업의 언론 지배 역시, 독자들의 경제기사 읽기로 해결될 수 있다. 비판적 독자들이 경제기사 보는 안목을 갖추고 신문을 가려 읽게 될 때, 신문은 광고주가 아닌 독자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의 경제기사 읽기는 곧바른 경제보도가 나오도록 하는 선순환의 실마리이기도 하다. 



경제기사의 유용한 독법

부동산기사 : 투자가 아니라 주거가 문제다

부동산은 경제기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독자들의 관심사일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의․식․주 중 하나인데다 자산 중에서도 대표적인 자산이기 때문이다. 독특한 한국적 상황 때문에 부동산은 우리나라 경제기사 독자들의 핵심 관심 대상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땅에 대한 애착이 강한 농경사회였고 그렇기 않아도 좁은 땅에 농사를 지을 만한 농경지가 적어 땅은 곧 삶의 조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서 부동산은 자산 확대의 핵심 수단이 되기도 했다. 부유한 사람은 부유한 대로 중산층은 중산층대로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불리는 데 성공했다. 부동산 소유자들은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짜릿한 경험을 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상대적 박탈감을 겪었을 뿐 아니라 실제적인 주거 불안정 상황 속에 놓였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고, 이제는 이 신화가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부동산 거품 붕괴로 결론날 것인지, 하락안정세로 전환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관심에 편승해 신문과 건설회사는 상당히 오랜 기간 재미를 봤다. 대대적인 주택개발 붐 속에서 건설회사들은 분양가 부풀리기로 엄청난 이윤을 축적했고 신문은 부동산 열풍을 확대재생산하는 방식으로 건설회사를 돕고 광고를 챙겨왔다.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한데도 부동산 값 상승이 꺼지지 않을 것처럼 부동산기사들이 나왔던 까닭이다. 부동산기사는 확실히 서민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서구 선진국에서 인기를 끌지 못한 아파트라는 주거형태가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인기를 끌었던 것도, 강남 아파트가 상징하는 이미지가 사람들의 판타지를 자극한 탓이다.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고층 공동주택을 공급하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음에도 번번이 실패해왔다. 일본에서도 고층 아파트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땅이 좁기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홍콩에서나 초고층 아파트가 일반적인 주거형태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가 부의 상징인 것처럼 여겨지면서 전국 곳곳에 심지어 농촌에조차 아파트가 들어서는 기묘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직접적이고 표면적으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를 넘어서며 부동산 가격이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택 가격 하락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일본의 주택 거품 붕괴가 우리나라에도 재연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반대쪽에선 일시적인 가격 조정일 뿐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양쪽 모두 동의하기로는 과거와 같은 부동산 가격 폭등을 앞으로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유독 부동산기사만은 바뀌지 않고 있다. 여전히 부동산기사에서 집은 주거의 대상이기보다는 자산으로 취급된다. 더 나아가 투기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다. 살기 좋은 집이 아니라 돈 되는 집이 기사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다. 부동산은 주거의 대상으로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지만 부동산기사는 믿지 말아야 할 대표적인 기사다. 무턱대고 믿었다가는 큰 코 다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동산기사 중에서도 특히 분양기사는 절대 믿어선 안 된다. 종합 일간지와 경제신문을 불문하고 아파트 분양기사는 기사라기보다는 광고에 가깝다. 대부분의 분양기사는 건설회사가 만든 보도자료를 거의 그대로 복사해서 옮긴 것이나 다름없다. 분양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분양기사를 참고하되 의심해야 한다. 기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정보를 직접 취재해야 하고 무엇보다 본인의 눈으로 확인하는 게 옳다. 분양광고나 다름없는 분양기사에서는 해당 단지의 불리한 조건이나 나쁜 여건 등은 드러나지 않거나 아주 소홀하게 취급된다. 분양광고에 가득한 화려한 미사여구가 빠져 있으면 그나마 양질의 부동산기사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은 서민으로서 하지 않는 게 좋지만 부동산에 관심은 가져야 한다. 부동산 투자 차원이 아니라 인간다운 주거 차원에서 말이다. 따라서 부동산 기사에서 서민이 취해야 할 것은 역시 시장 동향이다. 주택은 사거나 빌려야 한다. 그렇다면 사야 하는지 빌려야 하는지를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선 어느 한쪽 주장에 기울어져선 안 된다. 부동산기사를 통해서는 판단의 준거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전망의 근거들을 살피는 것이 좋다. 하락론이든 상승론이든 나름의 근거들이 존재한다. 주장의 결과만 보고 판단하는 무지함보다는 어떤 주장의 근거가 더 설득력 있는가로 판단할 것을 권한다.


분양기사에서도 참고할 것은 있다. 어느 지역에 주거지가 조성되고 있는지, 지어지는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판단할 수 있다. 자신이 거주를 희망하는 지역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다. 무엇보다 분양기사로 부동산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부동산 분양기사와 분양 결과를 함께 놓고 판단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독자 스스로 예상한 분양 경쟁률이 어느 정도였는지 견줘보다 보면 좋은 거주지를 보는 시각이 생길 수 있다. 더 적극적으로는 분양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면 직접 현장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주변 입지를 살피고 현지 주민이나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문의를 하다보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들도 생길 것이다.


부동산 통계는 반드시 챙기는 게 좋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는 서민의 생존 조건 차원에서라도 필사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서민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도 문제지만 급락해도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피해를 입기 십상이다. 미리 내다보고 철저히 준비해야만 무모한 판단으로 몰락하는 비극을 피할 수 있다. 다만 통계를 확인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이 많다. 부동산을 여러모로 이용해 생존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통계도 신뢰할 만한 게 있고 그렇지 못한 게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 게시되는 부동산 거래 통계는 최대한의 확인을 거쳐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신문도 부동산 경기의 리트머스라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상황에 따라 신문이 다루는 부동산기사의 양이 달라진다. 경제 신문은 부동산면이 축소되고, 종합일간지에선 부동산기사가 줄어든다. 무엇보다 부동산 광고가 잘 눈에 띄지 않을 땐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을 때다.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안 지으니 분양광고를 낼 일이 없다. 이럴 땐 2~3년 뒤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면 된다. 사실 독자 입장에서는 신문이 집을 부동산이 아니라 주거 차원에서 접근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부동산 경기가 어떻든 서민들은 살 집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저렴하고 살기 좋은 집을 찾는 일에 서민들은 전폭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부동산 정보가 줄어든다. 서민의 주거에 언론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서민인 독자는 부동산기사를 읽을 때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스스로 판단해 받아들이는 게 지혜로운 일일 것이다.



언론에게 경제기사란 무엇인가?

경제기사는 판타지인가?

신문 독자들은, 특히 경제신문을 찾는 이들은 돈되는 정보가 지면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문들도 경제면을 그렇게 보이도록 만든다. 정부 정책과 산업 동향이 담겨 있는 기사를 읽고 구체적인 금융 정보를 파악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처럼 떠든다.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는 오피스텔에 눈을 돌리라고 조언하고 인플레이션이 예고되어 있으니 금에 투자하라고 다그친다. 어차피 언제 잘릴지 모를 회사는 때려치우고 짭짤한 수익이 기대되는 프랜차이즈 창업을 하라고 권고한다. 독자들은 차고 넘치는 돈 되는 정보에 불안감과 조바심을 느낀다. 남들이 먼저 뛰어들어 다 쓸어 모으고 있는 건 아닐까, 괜히 고민만 하고 있다가 기회를 빼앗기는 건 아닐까, 노후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는 데 빨리 어떻게든 해야 하는 건 아닐까, 내가 너무 대책 없이 사는 건 아닐까. 미리부터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기대에 부풀기도 한다. 잘만 하면 구두닦이를 하면서 주식에 투자해 떼돈을 번 기사 속 그 사람처럼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도 한다. 100만원으로 시작해 10억 거부로 거듭난 청년 실업가에 자신의 모습을 겹쳐보기도 한다.


단언컨대 헛꿈이다. TV 드라마에 가득한 판타지가 경제기사에도 넘쳐난다. 경제기사가 제공하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망상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머릿속에서 잠깐 행복해질 수 있는 판타지. 그러나 TV 드라마와 달리 경제기사는 현실을 담고 있다. 작가의 공상 속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기자가 현실 속에서 취재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실이라고 믿어버린다. 그러나 사실이 진실은 아닌 법이다. 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고 창업에 실패했을 경우에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경제기사를 읽고 사람들은 창업에 나서고 금에 투자한다. 증권사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에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속보를 보고 마우스를 클릭한다. 꿈틀거리는 주가 그래프를 보며 울고 웃는다.


경제기사를 그대로 따르는 순진한 독자들이 많이 준 것 같지만, 창업에 나섰다가 퇴직금을 날리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퇴직금을 프랜차이즈 회사에 가져다주는 동안 프랜차이즈 회사에선 신문사로 광고비가 들어간다. 경제면에서 유망하다고 소개한 펀드에 정기적금을 깨서 돈을 넣었다가 반 토막도 못 건진 독자가 속을 끓일 때, 펀드를 판 증권사 직원은 상여금을 받고 펀드를 소개한 신문사 기자는 증권사에 광고 부탁 전화를 건다. HTS 속보를 보고 대박주라는 것에 전세자금을 투자했다 날려먹은 40대 가장이 한강대교에 올라 다리 밑으로 생을 던질 때, 경제기자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속보를 써 올리느라 정신이 없다.


돈을 잃고 꿈도 잃고 심지어 목숨까지 끊는 일은 엄청난 일이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일이 있다. 경제기사가 끝없이 부추기는 것, 바로 물욕이다. 몸과 마음, 예술과 문화, 선의와 정의, 이 세상 모든 것이 돈으로 치환되는 세상을 만드는 데 경제기사가 큰 몫을 하는 것이다. 욕망만이 가득한 경제기사에서 사람들은 정말 인간다운 꿈이 무엇인지 망각해버린다. 재벌의 이야기, 억대 연봉자의 이야기, 일확천금의 꿈을 이뤘다는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오늘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은 소외된다.


대기업과 언론의 유착은 서민들을 유혹하고 속이면서 헛된 망상 속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그들 스스로에게 돌아올 위험한 부메랑이기도 하다. 대기업이 퍼주는 달콤한 광고와 협찬에 만취한 언론과,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고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하는 언론의 보호 속에 방종한 대기업 모두에게 경-언 유착은 머지않아 다가올 재앙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말해주는 바는 크다. 전 세계에서 가장 도로에 많이 있는 차가 도요타 차다. 2008년 미국의 제너럴모터스를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한 이래 3년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일본의 한 작은 방직기 공장에서 출발해 세계 최고의 자동차회사로 성장한 도요타의 성장 방식은 많은 이목을 끌었다. 특히 도요타 생산시스템(TPS)이 각광을 받았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도요타를 방문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기까지 할 정도였다.


이런 도요타 방식의 성공에 대해 언론들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찬사를 바쳤다. 일본 언론은 자국 기업의 세계적인 성공을 조명하는 데 보도를 집중했고, 미국은 공룡처럼 거대한 제너럴모터스를 무너뜨린 도요타자동차의 힘이 어디에 있는지 분석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 한국 언론은 더욱 도요타의 성공에 열광했다. 모든 국내 기업이 도요타 방식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도요타 노사의 무분규 경영을 들어 한국 노조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다가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 사이 도요타 사태가 터졌다. 온가족이 도요타자동차를 타고 가다 몰살한 일까지 미국에서 발생하면서, 자동차 결함 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도요타자동차가 이 기간 전 세계에서 리콜한 자동차가 1,000만 대에 육박할 정도다. 도요타자동차가 망할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왔고, 성공신화는 한순간 고꾸라졌다. 찬사 일색이던 언론들은 도요타 방식을 되짚어 도요타의 실패를 논했다. 너무 급하게 성장했다고 꼬집었고 이 과정에서 비용절감이 지나쳤고 노동조합을 암암리에 억압했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자동차 품질이 저하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도요타자동차의 문제점과 결함은 이미 도요타 사태 이전부터 상존했다는 점이다. 최근 리콜 차량이 폭증한 것 같이 보이지만 이미 도요타자동차는 2004년 173만 대를 팔고 188만 대를 리콜했다. 2005년에도 판매대수 170만 대에, 188만 대가 리콜됐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4년간을 따지면 512만 대를 팔고 511만 대를 리콜해 결함차율이 거의 100%에 육박한다. 또한 노사관계가 매우 안정적이어서 성공했다고 널리 칭찬받아 왔지만 월 144시간 가혹한 잔업 끝에 과로사한 사원의 이야기를 비롯한 각종 노조 탄압 사례들은 알려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언론의 침묵 탓이다. 언론은 도요타의 어두운 부분을 외면하고 보도하지 않았다. 도요타의 대언론 정책은 우리나라 재벌그룹들의 그것과 거의 똑같다. 도요타는 그동안 엄청난 광고비를 언론에 퍼부어가며 입막음을 해왔다. 도요타자동차의 연간 광고선전비는 1,000억 엔이 넘는다. 1,000억 엔의 돈다발 세례를 받은 언론은 도요타의 성공을 찬양했을 뿐 도요타의 어용노조 시스템, 대량해고, 저임금 비정규직 양산 등 또 다른 도요타 방식에 대해선 눈감았다. 심지어 온 가족을 몰살한 범죄자에 대한 보도에서도 그가 도요타 직원이라는 이유로 이름과 소속 회사를 이니셜로 처리했을 정도다. 그렇게 도요타의 광고비에 목줄을 맨 언론사들은 도요타에 불리한 기사는 자발적으로 축소했고 누락했다.


도요타 사태의 본질적 원인은 여기에 있었다. 자동차의 중대한 결함과 사고, 이런 문제점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 등에 대해 언론들이 스스로 입을 닫음으로써 오랫동안 은폐됐다. 도요타 사태는 오래 묵은 상처에서 고름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미리 언론의 견제와 감시, 정직한 쓴소리로 방지할 수 있었더라면 불필요했을 충격을, 도요타자동차는 스스로 막대한 돈을 써가며 자초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재벌그룹들 역시 경제기사가 그들의 비리와 부패에 입 닫고 눈감은 지금이 가장 위기다. 천문학적으로 언론에 퍼붓는 광고비 덕분에 경제기사에 가득한 달콤한 찬사는 기업들에 되돌아올 화살이다. 활은 그들을 겨냥하고 당겨졌다. 그러므로 경-언 유착의 피해자는 기업 그 자신일 수밖에 없다.


경-언 유착의 귀결은 기업의 부패와 언론의 죽음이겠지만, 궁극적으론 이 모든 손실이 소비자이자 국민인 독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대기업이 견제 받지 않는 독주 끝에 맞게 되는 파멸은 국민경제를 뒤흔들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고통이 서민들에게 돌아올 것은, 최근의 여러 경제위기들이 이미 보여준 바다. 또한 진정한 언론이 사라진 곳에 독버섯처럼 피어날 권력남용과 부패와 비리의 피해자 역시 국민임은, 우리의 짧지 않은 현대사가 적나라하게 증명했다. 경-언 유착의 시작부터 종말까지 온갖 피해는 우리 서민들을 향하기 마련이다. 독자들이 경제기사를 읽으며 눈을 크게 떠야 하는 절박한 이유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원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원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원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