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힘을 보완하고, 지속가능한 기술을 확산시키며, 세계 인구를안정시키고, 극빈 인구를 빈곤의 덫에서 탈출시킬 수 있는 새로운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통해 인류의 번영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경오염,기후변화, 인구팽창, 에너지 고갈, 빈곤 등의 인류생존 위협 요소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경제와 복지국가의 조화를 주장한다. 시장에서의 개인적동기에 의한 경제발전은 인정하되 사회 전체의 커먼 웰스를 위해서는 사회적 협력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구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구상의 모든국가가 공동의 노력을 펼쳐야 함을 역설한다. 모든 나라가 하나가 되어 지구촌을 살리는 노력을 함께 펴나가야 인류의 생존이 보장된다는 것. 또한우리 세대의 과제에 대해 학습하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일하는 단체를 만들거나 가입하기 등 국가가 아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한다.
■ 저자 제프리 삭스(JeffreySachs)
국제금융,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탁월한 연구업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경제학자. 1954년생으로하버드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29세인 1983년 하버드대학 최연소 정교수가 되었다. 현재 컬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 소장으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밀레니엄개발목표 특별자문관 역을 맡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로 평가받는 그의 책으로는 『빈곤의 종말(The Endof Poverty)』『세계 경제의 거시경제학(Macroeconomics in the Global Economy)』『세계통합-거시경제학적상호의존과 세계경제 협력(Global Linkages-Macroeconomics Independence and Cooperative in theWorld Economy)』등이 있다.
■ 역자 이무열
서울대 서양사학과를졸업하고 「타임-라이프북스」 한국어판 편집장을 지냈으며, 2009년 현재 시민사회운동을 하면서 저술과 번역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러시아역사 다이제스트 100』『그래도 사람은 하늘이다』『세계가 시끌벅적 현대역사 100』이 있고, 편저로 『세계사 작은사전』이 있다. 옮긴책으로는 『블링크』『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제2세계』『발칙한 경제학』『코끼리를 춤추게 하라』『아마존』『타임라인』『육식, 건강을망치고 세상을 망친다』등이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서문
1부 21세기의 새로운 경제학
01 인류공동의 도전, 커먼 웰스
02 붐비는 지구
2부 지속가능한 환경
03 인간이지배하는 지구
04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
05 물 수요 확보 방법
06 지구는 모든 생물종의 삶의 터전
3부 인구학적 문제
07 세계인구의추이
08 세계인구 안정시키기
4부 모두를 위한 번영
09 경제발전전략
10 빈곤의 덫 걷어내기
11 사회복지와 자유시장의 갈림길
5부 전 지구적 문제의 해법
12 대외정책 전환의 필요성
13 전 지구적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
14 하나 됨의 힘
감사의 글
영문약어
주석
참고문헌
커먼 웰스 : 붐비는 지구를 위한 경제학
21세기의 새로운 경제학
인류 공동의 도전, 커먼 웰스
21세기는 경제생활에 관한 우리의 기본 가정들을 많이 뒤집어놓을 것이다. 20세기는 유럽의 세계 정치경제 지배의 종식을 목격했다. 21세기는 미국 지배의 종식을 목도할 것이다. 중국, 인도, 브라질을 비롯한 새로운 강국들이 계속 성장하여 세계무대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갈수록 높여갈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깊이는 세계의 다른 지역들 간의 정치경제적 균형을 다시 맞추는 것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도전과제, 즉 환경을 보호하고 세계인구를 안정시키고 빈부격차를 줄이고 극단적 빈곤을 종식시키는 등의 과제가 중앙무대를 차지할 것이다. 전 지구적 협력이 전면에 대두될 게 틀림없다. 시장과 권력과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국민국가들이라는 개념 자체가 흘러간 옛말이 될 것이다. 미국이 으름장을 놓고 공격을 감행하여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릇될뿐더러 자멸적이기까지 한 관념인 것으로 입증되었다.
부족한 에너지의 압박, 점증하는 환경 스트레스, 치솟는 세계인구, 합법 또는 불법적인 대량이주, 변동하는 경제권력, 큰 폭의 소득 불평등은 벌거벗은 시장의 힘이나 고삐 풀린 국가 간 지정학적 경쟁에 맡겨두기에는 너무나도 중차대한 사안들이다. 긴장이 고조되어 문명의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그 경우 실로 인류 최후의 괴멸적인 충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난관을 평화적으로 헤쳐나갈 길을 찾기 위해서는, 성공한 사회들이 자신들의 국경 안에서 조금씩 찔끔찔끔 터득해온 핵심 교훈들을 세계 차원에서 함께 알아가야만 한다.
국경 안에서조차 협력을 일구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사회적 간극을 뛰어넘어 우리 모두가 책임과 운명을 같이하고 있다는 인식이 국제적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세계가 하나가 되어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한다.
세계는 분명히 스스로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인류가 다 같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을 정확히 인식할 경우에 한해서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공동의 도전과제를 파악하기 위해 냉혹한 경쟁을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다. 세계가 현재 택하고 있는 생태, 인구, 경제의 궤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평소대로 영업을 계속할 경우 우리는 사회적, 생태적 위기를 맞을 것이고 그 결과는 비참할 거라는 의미다.
우리가 협력만 잘 한다면 무서운 위협을 피할 수 있다. 다가오는 몇십 년 안에 우리는 다음 네 가지 목표를 확실하게 달성할 수 있다.
?극히 위험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 기후변화, 멸종, 생태계 파괴를 피해갈 수 있도록 에너지, 토지,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출산율의 자발적 감소를 통해 2050년까지 세계인구를 80억 명 이하로 안정시키는 일
?2025년까지 극단적 빈곤을 증식시키고 부자나라들 안에서도 경제를 보다 안정시키는 일
?국가 간 협력 및 비정부 부문의 역동성과 창조성을 기반으로 전 지구적 문제 해결의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일
세계 차원에서 이러한 목표들을 달성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계정치나 기술, 아니면 순수한 지구 자원 이용 능력, 그 어느 것에도 원천적으로 우리의 앞길을 막는 것은 없다. 장벽은 우리의 원대한 목표가 아니라 우리의 제한된 협력 능력에 있다. 우리에게는 당면한 전 지구적 도전과제와 양립할 수 있는 전 지구적 차원의 합의와 세계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환경
인간이 지배하는 지구
세계가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건강한 환경을 결합시킬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많은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인간의 활동이 현재의 궤도를 계속 유지하는 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술을 변화시키지 않은 채 지금 지구상에서 벌이고 있는 행태를 그대로 지속한다면(중국과 인도, 그 밖의 거대한 인구 밀집지들의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그 규모는 훨씬 커진다) 세계적인 풍요를 떠받치고 있는 환경기반은 무너져 내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우리의 자원과 지식의 상당 부분을 S가 높은 기술에 투입한다면 결과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
성공을 거두려면 우리의 몇 가지 좋지 않은 오랜 습성을 깨부수어야 한다. 우리 인간의 자연사는 단순한 인간 이주와 인구증가의 역사가 아니다. 패턴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인간의 자연사는 지구 자연계를 인간의 용도에 맞게 전용해온 역사였다. 그 과정에서 다른 생물종들에게 부지불식간에 커다란 희생을 떠안기기도 했고, 인간사회 자체의 장기적인 풍요에도 큰 짐을 떠안겼다.
현재의 기술로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경제활동을 계속한다고 할 경우, 오늘날의 경제활동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환경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인구와 1인당 소득은 모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생태계에 미치는 압력은 강화되고 있고, 지속가능한 기술의 개발과 보급 속도는 너무나도 느리다.
생물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커다란 요인은 토지개간이나 물 부족이나 환경오염이나 외래종 침입만이 아니고 이 모든 요인이 결합된 것으로, 여러 요인이 상호작용하며 상승효과를 낸다. 심각한 환경악화에 대개 인간 활동의 복합적인 영향이 내포돼 있듯이, 악화된 생태계를 복원하는데도 대체로 복합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필름을 되감아” 상실된 생태계 서비스를 복구하려면, 인간 압력의 원천 하나만을 제거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러나 슬프게도 일부 생태계의 악화는 복구가 불가능하진 않을지라도 극히 어렵다.
생태계가 이전에는 전혀 경험한 적이 없는 수준의 복합적인 인간 강제력(인간의 영향)에 위협을 당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예기치 못한 심각한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음을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은 어느 정도까지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거기서 조금 더 상승할 경우에는 파멸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린란드와 남극대륙의 거대한 대륙빙하가 해체되는 경계치를 넘어서거나 말라리아나 뎅기열 같은 전염병의 방아쇠를 당기는 때가 바로 그런 경우다. 생물종 개체수의 감소는 당혹스러운 일일 수 있으나, 그 생물종이 살아남을 수 없는 경계치 아래로 내몰리기 전까지는 아직 재앙이 아니다. 그리고 기온상승과 같은 한 가지 변화의 결과는 생태계가 다른 이유들로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지 않는 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또 한 가지 가능성은 우리가 신종 전염병의 연속적인 폭발을 겪게 되리라는 것이다. 어디서 연유했는지도 알 수 없는 질병이 갑자기 세계에 커다란 위험을 안기는 것이다. 근래의 예로는 AIDS, SARS, 유행성 독감, (돼지에서 인간으로 감염되는) 니파 바이러스 등이 있다. 이러한 신종 전염병들은 몇 가지 원인이 상호 연결되어 발생하는데, 모두 생태계에 대한 인간 활동의 압박 증대와 연관이 있다. 이런 질병들이 일단 인간집단에 전염되면, 높은 인구밀도와 인간집단의 폭넓은 움직임으로 인해 감염자와 감염 취약집단의 접촉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면서 질병의 전파를 촉진하는 경향을 보인다. 죽음을 부르는 신종 전염병의 급격한 변신과 갑작스런 출현이라는 실감나는 위험이야말로, 인간이 유발하는 전 지구적 규모의 변화를 소홀히 여기곤 하는 우리의 행태를 주목하고 재고하게 만든다.
복잡한 전 지구적 문제들은 세계 차원의 집단적 목표 설정, 과학적 증거에 대한 신뢰, 기술의 동원,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앞을 내다보는 사고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생태학적 과제들이 자가조절 방식으로 저절로 해결되진 않는다는 것을 시급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이제껏 강조해온 시장은 스스로 알아서 이 문제를 풀려 들지 않는다. 사회적 기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부들은 종종 참담할 정도로 시야가 좁다. 지속가능한 환경은 선택이 돼야 한다. 앞을 내다보며 사고하고, 생소할 정도로 협력하며 행동하는 전 지구 사회의 선택이 돼야 한다.
모두를 위한 번영
경제발전 전략
부국들의 소득감소가 아니라 빈국들의 신속한 따라잡기 성공에 따른 부국과 빈국 간의 소득격차 축소가 21세기 세계경제의 특징이 될 수도 있다. 공동번영은 현재 극단적 빈곤의 덫에 걸려 있는 이들이 겪고 있는 불필요한 큰 고통의 종식을 의미하는 동시에, 보다 안전하고 민주적인 세계의 기반이기도 하다.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번영이 확산될 수 있다고 믿는 근원적인 이유는 부유한 세계의 번영을 뒷받침한 과학기술을 세계의 다른 곳들에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국들이 전력생산, 의학, 교통, 건설 등의 발전된 기술을 채용했기 때문에 부유해진 것이라면, 오늘날의 빈국들도 그 같은 발전된 기술들을 채용할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기술은 비경쟁재라는 경이로운 속성을 갖고 있다. 각 개인이나 기업, 나라가 어떤 기술을 채용했다고 해서 다른 이들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당신이나 내가 이용할 수 있지만 둘 다 이용할 수는 없는 일정한 양의 석유와 달리, 인간 게놈이나 인터넷과 같은 과학적 진보의 열매는 지식을 일일이 배급해주지 않아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나아가 인터넷이나 컴퓨터운영체제, 예방접종, 살충제 처리된 모기장, 이동전화와 같은 많은 기술의 경우, 다른 사람들이 이 기술을 더 많이 이용하면 할수록 기술 이용에 따른 이익이 더 커진다. 그런 기술들을 흔히 네트워크 기술이라고 하며, 대량 사용에 따른 이익을 네트워크 외부효과라 한다. 우리가 그런 기술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네트워크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 발전된 기술의 이용
번영을 뒷받침하는 지식을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해도, 세계의 모든 지역이 다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는 그와는 전혀 딴판이다. 세계의 1인당 평균소득이 1820년 이후 대략 10배쯤 상승하는 동안에, 1인당 소득이 10배가 훨씬 넘게 늘어난 지역이 있는가 하면 훨씬 적게 늘어난 지역도 있다. 경제발전 연구의 핵심과제 중 하나는 이러한 지역 간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발전이 지체된 지역에서 어떻게 하면 경제성장을 가속시킬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요컨대 경제발전을 이룩하려는 나라는 네 가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적정 수준의 국내 저축이 있어야 하고, 기술 수입에 필요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수출 부문이 있어야 하며, 도로, 전력, 병원 등 필요한 기반시설 구축비용을 조달하여 민간부문의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든든한 재정을 갖춘 정부가 있어야 하고, 국제적인 기술을 지역의 생태환경과 수요에 맞게 적응시킬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적정 수준의 국내 저축이 없고, 경쟁력 있는 수출품이 없으며, 공공투자 재원을 조달하지 못하고, 국제적인 기술을 지역적 수요에 적응시킬 능력이 없어서, 낮은 경제발전의 덫에 걸리는 나라들이 있을 수 있다.
- 발전전략의 입안
모든 단계의 발전, 그리고 모든 분야의 개발에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은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공장, 기계장비, 숙련노동 형태의 민간자본이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도로, 병원, 학교, 항만, 자연보호지역, 공익설비 등의 공공부문 자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경제발전은 시장의 힘과 공공부문의 계획 및 투자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다.
간략한 사례를 통해, 각 나라가 특유의 지리, 인구, 역사에 뿌리를 둔 독특한 과제들에 직면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최소한 몇 가지의 타당한 일반화는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어떤 나라든 국가의 건전한 발전전략을 입안할 때는 다음 세 가지의 지리적 범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농촌(농업 부문 위주), 도시(제조업과 서비스 부문 위주), 그리고 경제의 각 부문을 이어주고 자국 경제를 이웃나라 및 세계시장과 연결시키는 국가 인프라망(도로, 전기, 전기통신 등)이 그것이다.
둘째, 자급자족경제에서 지식기반경제로 변모해가는 각 단계에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은 둘 다 중요하면서도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적절한 공공투자와 리더십이 없을 경우, 민간부문은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발전은 본디 시장의 힘과 공공정책 간의 상호작용이다. 민간부문을 성장의 엔진으로 생각한다 해도, 민간시장에서 적절히 공급할 수 없는 기반시설 등의 중요한 공공재는 공공부문에서 제공해주어야 하며, 이러한 것들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민간부문은 성장할 수 없다.
여섯 가지의 매우 중요한 공적 개입이 있다. 첫째는 가난한 이들이 생존하고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며 발전의 사다리에 오를 수 있도록, 최빈국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빈곤층을 돕는 것이다. 둘째는 민간부문의 성장에 필요한 핵심 기반시설(도로, 항만과 공항, 전력, 전기통신, 광대역 접속망 등)과 그 밖의 공공재(전염병 통제나 환경관리 등)를 공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셋째는 화폐 안정, 소유권 보호, 계약 이행, 국제무역 개방을 비롯한 건전한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넷째는 각계각층의 전 인구가 불가피한 경제적 변화를 겪을 때 경제적 안정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증하는 사회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현대 과학기술을 증진시키고 보급하는 것이다. 여섯째는 자연환경을 온전하게 지키는 것이다.
이 여섯 가지 과제의 상대적 중요도는 기술 사다리의 어느 단을 오르고 있는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사다리의 맨 아랫단에서는 공공투자에 의한 기본 욕구 충족을 우선시해야 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공공부문의 지원은 어느 발전단계에서나 중요하긴 하지만, 경제발전에 발맞추어 반드시 확대해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가장 낮은 단계의 경제에서는 기본 인프라와 초등교육이 매우 중요한 데 비해서, 선진경제에서는 많은 인구의 질 높은 대학교육이 필수적이다.
전 지구적 문제의 해법
하나 됨의 힘
- 변화의 이해관계자들
우리는 경제발전의 사례에서, 가장 작게는 가정 내에서부터 가장 세계적으로는 예컨대 국제무역을 다루는 세계무역기구의 협약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에서 협력이 필요함을 보아왔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된 과제들은 기후변화의 방향을 돌리는 일이건, 극단적 빈곤과 싸우는 일이건, 인구를 안정시키는 일이건,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일이건, 모두 광범위한 기관들의 활동을 이용해야만 한다. 주요 문제들 중에 정부나 비즈니스 부문이나 지역사회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없다. 복잡한 사회문제들에는 모두 문제의 당사자인 동시에 대체로 해결의 당사자이기도 한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이질적인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이 무엇보다도 힘든 과제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것, 즉 기업의 핵심 원칙과 가치와 관행을 일관되게 지키면서도 비시장적 목표를 포함한 광범한 사회적 목표를 북돋아가며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업의 단순한 자선사업보다 훨씬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일은 창조력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경우 기업의 중심 자산은 회사가 보유한 기술, 공급자와 소비자 네트워크, 훌륭한 명성, 종업원들이다. 이는 빈곤, 질병, 기아, 환경악화와 싸울 때 회사가 투입할 수 있는 자산들이다.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고 개발기구도 아니다. 기업들에는 그들이 보유한 기술을 유리한 조건으로 제공하고 그 기술과 솜씨들을 지역의 필요에 맞게 적응시키는 교육과 지도를 행하는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라고, 매우 호되면서도 배타적이진 않게 압박해야 한다.
- 비정부 부문
오늘날의 세계에서 NGO 부문만큼 빈곤, 질병, 기아, 환경 과제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온 집단은 없다. NGO는 매우 중요하다. 바로 시장의 힘만으로는 사회의 자원들이 최적으로 배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빈곤 문제나 지구 환경 문제에 이르면 더욱 그렇다. 이론상으로는 시장이 성공하지 못하는 곳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지만, 정부는 시장 실패의 일부밖에 감당하지 못한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내려면 탐사와 모험심이 필요하며, NGO들은 바로 그 지점에서 특유의 중차대한 역할을 해왔다.
- 연구중심대학의 고유한 역할
대학의 특성들, 즉 전문지식, 긴 안목, 치우치지 않은 입장, 지역사회 봉사 임무는 다른 주요 사회기관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조합이다. 하지만 이렇게 유일무이한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해서, 대학이 즉각 자동적으로 전 지구적 대과제의 해결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거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대학이 그러한 리더십을 갖는 걸 가로막는 장애물도 있다.
내가 컬럼비아대학의 지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같은 학문융합 활동이 여러 학문 분야에 걸친 복잡한 과제에 대학의 전문지식이 이용될 수 있도록 종래의 학과별 라인을 전면 개조하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지구연구소의 경우에는, 컬럼비아대학 운영진에서 복잡한 학문융합 활동이 대학 내와 전 세계에 발판을 내릴 수 있도록 다년간에 걸쳐 강력한 재정지원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예일, 듀크, 버클리, 스탠퍼드, 하버드 등의 몇몇 대학이 현재 지속가능한 발전과 세계 보건에 관한 유사한 학문융합 활동을 시험 가동하고 있다.
- 하나 됨의 힘
우리 모두를 빚어내는 것은 교차 삽입되는 무수한 개인적 정체성이다. 우리는 한 나라의 국민인 동시에, 한 지역의 주민이고, 여러 문화집단의 성원이며, 한 회사의 일꾼이고,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회원이다. 우리들은 각기 정체성이 여럿인 덕에 한 곳이나 하나의 문화, 한 지역, 한 종교에만 매이지 않고 세계에 다양하게 관여할 수 있다. 우리들 각자는, 적어도 잠재적으로는, 글로벌 태피스트리 위에다 다양한 전통들과 지식영역, 문화 활동들을 엮어 짜 넣는 데 일조하는 진정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한 접속점이다. 우리들 각자는 가치를 공유하며 세계 공동의 과제들을 해결해갈 수 있는 글로벌 사회를 만들어갈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는 바로 그러한 세계 시민이 될 때 다음 세대에 번창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글로벌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면 우리들 각자가 세계적인 추세를 예리하게 꿰뚫어 볼 수 있게 된다. 지금 세계를 고쳐 만들고 있고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전지구적 협력을 이끌어내게 될 세계 정치학, 인구학, 경제학, 생태학의 힘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깊어지게 된다. 요컨대 글로벌 네트워크의 일원이 된다는 건 한 발 앞서 나간다는 의미다.
개인으로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최선을 다해 진리, 다시 말해 기술적인 동시에 윤리적인 진리를 알아야 할 책무다. 우리의 미덕은 가난한 자, 빼앗긴 자, 희망 잃은 청년, 곤혹스런 변화의 도전을 받고 있는 농촌 지역사회의 곤경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과 결합된 폭넓은 과학적 인식이 될 것이다. 간디는 자신의 일생을 일컬어 “진리 안에서 살아가는” 실험이라고 말했다. 우리 세대의 실험 또한 그런 것이 돼야 한다. 진리에 대한 책무를 저버리면, 우리는 종교와 지역, 국가를 둘러싼 도발적인 거짓 분열 책동에 눈이 멀게 된다. 과학에 대한 책무를 저버리면, 우리는 실속 없는 메시아적 거짓 주장의 제물이 된다. 다른 사회와 문화, 종교, 목소리 없는 빈자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키우기 위해 굳게 결심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와 그들의 차이를 둘러싼 불신과 심지어는 증오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 위험이 있다.
우리 세대 최대의 과제들(환경, 인구, 빈곤, 세계정치의 과제들)은 또한 우리의 가장 흥미진진한 기회이기도 하다. 존 케네디는 취임연설에서, 미국인들은 (냉전이 한창인) 극히 위험한 시간에 자유를 수호해야 하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지만, “우리들 중 어느 한 사람도 자신의 자리를 다른 어떤 사람들이나 다른 어떤 세대와 바꾸고 싶지 않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고 명쾌하게 말했다. 오늘날에도 똑같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 세대는 극단적 빈곤을 종식시키고, 기후변화 추세를 역전시키며, 다른 생물종들의 광범하고도 무분별한 멸종 사태를 막아낼 수 있는 세대다. 우리 세대는 경제적 행복과 지속가능한 환경의 결합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여 풀어낼 수 있는 세대다. 우리 세대는 과학과 전 지구적 결합이라는 새로운 윤리를 동력 삼아 미래 세대에 건강한 지구를 물려줄 수 있는 세대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