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계의 축

The Post-American World

   
파리드 자카리아(역자: 윤종석 외)
ǻ
베가북스
   
20000
2008�� 10��



■ 책 소개
미국 외 나라들의 부상으로새롭게 개편되고 있는 국제질서를 정리하였다. 저자는 정치나 군사 수준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차원에서는 힘의 분배가 움직이고 있으며, 미국의우월에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반미국적 세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포스트 아메리칸 월드"를 향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세계는 수많은 다른 장소로부터 수많은 다른 민족들에게 의해 규정되고이끌려가는 세계다. 본문은 이렇게 깨어진 글로벌 파워의 균형에서 생존과 성장전략을 찾는다. 최신의 통계와 글로벌 트렌드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수세대 동안 펼쳐질 세계상을 전망하며, 현실과 미래를 생생히 조명한다. 그리고 미국이 누려오던 독점적 슈퍼파워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대한 단초를 제공한다. 테러와의 전쟁과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예상되는 미국의 위상 변화도 전망한다. 특히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에많은 지면을 할애하였다. 과거의 초강대국이었던 영국과 현재의 초강대국인 미국을 두 나라와 흥미롭게 대비한다. 


■ 저자 파리드 자카리아(FareedZakaria)
주간 「뉴스위크」 국제판 편집장으로 이 잡지 첫머리에 고정칼럼을 집필하고 있으며 CNN이 미국과 전 세계로송출하는 국제문제 토론 프로의 진행자로 활약하면서, 세계화의 현장과 국제분쟁 등 글로벌 핫이슈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전망으로 주목받고 있다.예일을 거쳐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새뮤얼 헌팅턴의 추천으로 국제정치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 역사상 최연소 편집장에 취임, 일찍이‘청년 키신저’라는 호칭을 듣는 ‘슈팅 스타’였고,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인물 21명 중 한 사람’(이스콰이어)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를‘이상형 남자’(Man Crush)라고 칭한 코미디 배우 존 스튜어트에서, 그를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 대해 정통한 지식인’이라고 평가한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 이르기까지 그의 지지층은 폭이 넓다. TV 출연과 신문 기고를 통해 대중적 지명도를 얻은 그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무슬림 출신 국무장관 후보자”로 언급될 정도. 온건중립론자로 알려진 그는 사담 후세인에 대한 무력행사는 지지했지만, 미국 주도가 아닌 국제공조에의한 다자해결을 역설했다. 그래서 개전 당시 부시의 정책을 “오만한 제국”이라는 커버스토리로 비판했다. 현실주의의 편에 서 있는 그는 시장경제옹호자로서, 미국이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적극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 『자유의 미래』에서 자유주의 기반도 없이 그저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집권한 나치와 중남미의 사례들을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라고 규정한 바 있다. 반면 오늘날 선진국들의 안정과 성공은 ‘더많은 참여’를 통해서라기보다 여론으로부터 독립된 전문기관에 의해 달성되었다고 본다. 나아가 민주화의 진정한 성공은 자유시장경제를 통한 법치주의확립, 즉 ‘헌정 자유주의’에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주의 기반이 없는 민주주의는 극단주의를 심화시킨다고 보면서, 오늘날 선진국에서도 소위 여론은조직된 특수이익에 희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론이나 선거제도가 민주주의 보장의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법의 지배, 좋은 거버넌스,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유주의의 기반이 민주주의의 요건이라는 것이다.


■ 역자 
윤종석
 - 문화부홍보지원총괄과장. 서울대와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독문학, 미학, 미디어학을 전공했다. 주독일 문화홍보관과 외신홍보과장을 역임했으며, 번역서로『국가 이미지 전쟁』『위험사회와 새로운 자본주의』등이 있다. 


이정희 - 문화부 해외문화홍보원 외신컨설턴트.이화여대와 서울대에서 영문학과 신문학을 전공했다. 연합뉴스 외신국장과 한국여기자클럽회장을 역임했으며, 번역서로 『고르바초프』『이미지외교』(공역) 등이 있다. 


김선옥 - 문화부 해외문화홍보원 외신컨설턴트.이화여대와 버클리대에서 사회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KBS, 연합뉴스 및 코리아헤럴드 기자를 역임했으며, 번역서로 『이미지 외교』(공역) 등이있다.


■ 차례
제1장 나머지의 부상
제2장 넘쳐흐르는 잔 
제3장 비서구적 세계라고? 
제4장 도전하는 자 
제5장 동맹 
제6장 미국의 파워
제7장 미국의 목적




흔들리는 세계의 축


The Post-American World

나머지의 부상
지난 500년 동안 세 번에 걸쳐 힘의 지형을 바꾼 대이동이 있었는데, 그것은 나라들 사이의 삶을 ―그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를― 탈바꿈하는 힘의 분배에서 일어난 근본적인 변화들이었다. 첫 번째 대이동은 서방 세계의 부상이었는데, 이는 15세기에 시작하여 18세기 말 드라마틱하게 가속도가 붙었던 과정이었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모더니티(근대성)를 낳았고, 과학과 기술공학, 상업과 자본주의,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으로 대표된다. 그것은 또한 서방 국가들의 오랜 정치적 지배를 가능하게 했다.


두 번째 대이동은 19세기를 마감하면서 일어났던 변혁으로서, 미국의 부상이다. 지난 20세기의 대부분 동안 미국은 전 세계의 경제?정치?과학 그리고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지배해 왔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에는 미국의 지배에 대항할 라이벌이 전혀 없었으며, 그것은 곧 현대사에서 유례가 없었던 현상이었다.


이제 우리는 세 번째의 엄청난 힘의 대이동을 경험하고 있다. 이것을 ‘나머지의 부상(the rise of the rest)이라고 부를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지구상의 많은 나라들이 과거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경제 성장률을 경험해 왔다. 이 성장 추세는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났지만, 이젠 더 이상 그걸 아시아에만 한정지을 수 없다.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 즉 신흥시장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앙트완 반 악트멜은, 차세대를 이끌어갈 다국적 기업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25개 기업을 밝힌 바 있다. 이 목록에는 브라질?멕시코?한국?대만 기업들이 4개씩 포함되어 있으며, 인도 기업이 3개, 중국 기업이 2개, 그리고 아르헨티나?칠레?말레이시아?남아공 기업이 각각 1개씩 이름을 올렸다.


지금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제대로 된 글로벌 성장을 목격하고 있다. 이 성장이 하나의 국제적인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는데, 그 체제 속에서는 세계 모든 대륙의 국가들이 자신의 고유한 권리를 주장하는 ‘플레이어’의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글로벌한 질서의 탄생이다. 이 새로운 시대와 관련된 하나의 양상이 있다. 힘과 권력이 국가에서 다른 주역(actor)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부상하고 있는 ‘나머지’는 많은 비국가적 주역들을 포함하고 있다. 집단들과 개인들이 힘을 얻고 있는 반면, 위계질서?중앙집중화 그리고 통제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한때 각국 정부가 통제했던 기능들을 이제는 세계무역기구(WTO)나 유럽연합(EU)과 같은 국제기구들이 공유하고 있다.


지금 떠오르고 있는 국제 체제는 그 전에 있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체제가 될 것이다. 100년 전에는, 동맹?반목?오판?전쟁을 끊임없이 교차했던 유럽 정부들로 구성된 집합체가 운영하던 다극적(多極的) 질서가 있었다. 그러다가 냉전기에는 상반되는 양강체제(兩强體制)가 등장했다. 그리고 1991년 이래 우리는 ‘미국의 절대권력 아래서 살고 있는데, 이것은 개방된 글로벌 경제를 드라마틱하게 팽창시키고 그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는 독특한 세계, 즉 단극적(單極的) 세계다. 이 팽창이 지금 다가올 국제 질서의 본질에 임박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정치적?군사적 수준에서 보면 우리는 아직도 슈퍼 파워가 단 하나인 세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산업적?금융적?교육적?사회적?문화적― 차원에서는 힘의 분배가 움직이고 있으며, 미국의 우월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우리가 반(反)미국적인 세계(Anti-American World)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는 포스트 아메리칸 월드(Post-American World)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이 세계는 수많은 다른 장소로부터 수많은 다른 민족들에 의해 규정되고 이끌려가는 세계다.



넘쳐흐르는 잔
거대한 팽창

오늘날의 상대적인 안정은 뿌리 깊은 구조적 토대를 가지고 있다. 전 세계를 통틀어 경제가 정치를 능가하고 있다. 전쟁, 쿠데타, 그리고 테러리즘은 단지 일시적으로 시장을 교란시키는 정도 이상의 영향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성장이 나란히 진행된 것은, 지금이 역사상 최초인 것은 아니다. 지금과 비슷한 상황은 과거에도 두 번이나 있었다. 1890년대에서 1900년대 사이 세기말에 불어닥친 경제적 붐과 1950년대와 1960년대 초에 걸친 전후 번영기가 그것이다. 두 경우 모두 정치는 혼란스러웠지만, 경제성장만큼은 확고했다. 이러한 두 시기는 하나의 공통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즉 큰 나라들이 세계 경제로 진입하여 경제 규모를 증대시키고 그 모습을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파이의 크기가 너무나도 확장되었기 때문에 매일의 혼란조차도 압도할 정도였다.


이 두 시기에 이러한 ‘포지티브 서플라이 쇼크(positive supply shocks, 장기적인 생산 증대를 의미하는 경제 용어)는 길고도 지속적인 붐을 야기하여, 물가의 하락과 낮은 이자율, 그리고 독일?미국?일본 등 그 당시 이머징 마켓에서의 생산성 증가를 가져왔다. 20세기의 문턱에서는 강력한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밀 가격이 미국 곡창지대들 덕분에 유럽에서는 오히려 20퍼센트 내지 35퍼센트나 떨어졌다. 이 두 시기 모두, 새로운 주역들은 수출을 통해서 성장했지만, 수입도 마찬가지로 팽창했다. 1860년과 1941년 사이에 미국의 수입은 5배나 늘었고, 수출은 7배나 늘었다.


이제 우리는 세 번째로 그와 같은 글로벌 경제의 팽창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이전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 지난 20년 동안, 약 20억의 인구가 시장과 교역의 세계로 진입했는데, 그 세계는 최근까지만 해도 서방 국가들만 참여한 소수의 클럽이었다. 이러한 팽창은 서구 자본이 아시아와 지구 전체로 움직임에 따라 탄력을 받았다. 그 결과, 1990년과 2007년 사이에 글로벌 경제는 22조8천억 달러에서 53조3천억 달러로 늘어났고, 글로벌 무역은 133퍼센트 증가했다. 또 이 전체 성장의 절반 이상을 소위 ‘이머징 마켓’이 차지했으며, 그들은 현재 구매력 평가지수(PPP)로 측정된 세계경제의 40퍼센트 이상을 ―시장 환율로 계산하면 3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글로벌 경제에 새로 편입된 국가들의 성장은 단순히 서방으로의 수출에 의해서가 아니라, 갈수록 국내 시장에 의해 동력을 얻고 있다. 이것은 이머징 마켓이 결코 한 때의 순간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풍요가 불러온 문제들
우리가 동시다발적인 글로벌 성장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대체로 좋은 뉴스이다. 그러나 그것 또한 복잡하고 때로 치명적일 수도 있는 일련의 딜레마들을 낳고 있다.


유동성의 증가는 ―전 세계를 돌면서 끊임없이 늘어나는 돈 다발은― 바로 그 이야기로써 설명되며, 바로 이 유동성이 저렴한 신용대출을 가능하게 해주었고 (부동산, 주식, 그리고 펀드와 같은) 자산의 가치를 지켜주었다. 동시에 저임금 국가들에서의 붐은 지나친 인플레이션을 방지해주었다. 세계가 점점 더 상호 연관되고 신종 금융상품이 많아질수록, 많은 시장관찰자들은 성장과 신뢰라는 미덕의 사이클이 패닉과 침체라는 악덕의 사이클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를 해소하는 과정이 극도로 고통스럽긴 하지만, 지금까지는 다양하고 새로운 성장의 원천들과 방대한 양의 새로운 자본이 글로벌 경제 시스템 전반에 더 큰 적응력을 부여해 왔다.


풍요가 불러온 문제 중에서 가장 격심한 것은 천연자원과 환경에 대한 글로벌 성장의 영향이다. 우리의 지구에서 맑은 공기,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 농업 생산물, 그리고 없어선 안 될 여러 가지 원자재 등이 고갈되고 있다는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이 문제들 중 몇 가지는―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공급원을 창출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으나, 그 해결 속도가 지금까지 너무나도 느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의 가장 최근 추정치가 2007년 중반에 공표되었다. 그런데 그해 말이 되자 과학자들은 극지방의 빙산이 과거 예측했던 기록보다 2배나 빨리 녹고 있다는 것을 이미 보여주었다. 15년 전 모든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지금의 전력과 자동차, 비행기에 대한 수요는 더 크다. 그리고 그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전력 수요는 10년 동안 연 평균 4퍼센트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 전력은 대부분 가장 오염을 많이 시키는 석탄으로부터 생산될 것이다. 석탄은 값이 싸고 풍부해서 세계는 필요한 전력의 대부분을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2006년과 2012년 사이에 중국과 인도는 800개의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건설할 것인데, 이로써 새로 생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교토의정서 발효로 인해 앞으로 줄어들 배출량의 다섯 배가 될 것이란 점이다.



도전하는 자
숨기엔 너무 큰 덩치

중국 최대의 문제는 문화의 특수성이 아닌 권력의 보편성과 관련한 것이다. 중국은 스스로를 평화적 부상을 의중(意中)에 가진 나라로 간주하며, 그 행동은 겸손과 불간섭과 모든 국가들과의 우호관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에 부상했던 여러 국가들도 이렇듯 자신의 좋은 동기를 믿었지만, 결국은 기존 시스템에 혼란을 가져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사적으로 볼 때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선량한 의도를 갖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갈수록 커지는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는 점이다. 중국도 세계 제 2의 국가로서 자신의 이익을 크게 확장할 것이다. 결국 중국의 본의는 무관(無關)할지도 모른다. 어지러운 국제 정치의 세계에서 의도와 결과는 곧이곧대로 연계되지 않는다. 모든 회사들이 가격을 올려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시장의 경우와 같다. 체제 전반에 걸친 결과는 정확히 그 반대, 즉 가격 하락으로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단 하나의 절대 권위가 없는 시스템인 국제정치에서도, 각국의 의도는 항상 정확하게 결과와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중국이 얼마나 평화적으로 부상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중국의 행동, 다른 나라들의 반응, 그리고 이 같은 상호작용이 빚어내는 조직적인 효과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현재의 규모로 보아 중국은 주목을 받지 않은 채 슬그머니 세계무대로 끼어들기를 바랄 수는 없다. 현재의 중국 외교정책은 아직까지는 전적으로 상업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 역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좀 더 강력한 수완을 발휘하고 보다 효율적인 외교력과 소프트파워를 동원해 왔다. 아시아는 그들이 시간과 에너지와 관심을 가장 많이 기울이는 곳이다. 노련한 외교를 통해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대외입장의 혁명적 변화를 원만하게 조정해 왔다. 중국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상당수 국가들과 관계조차 맺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07년 여름에 와서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합동 군사연습을 실시하기까지 했다.


최근까지도 중국의 혁명적 외교정책에 대한―실제 중국계 해외 교민들을 이용해 문제를 선동했던― 기억이 살아있었다. 중국의 베트남 침공,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그리고 러시아 및 인도와의 국경분쟁은 중국의 이미지를 성가시고 골치 아픈 이웃으로 만들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에 이르러 중국은 매우 다른 지역정책을 채택했고, 그것은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맡은 건설적 지역역할에서 특히 뚜렷이 드러났다. 그 이후 중국은 참을성 있고 낮은 자세에다 고도로 효과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매우 노련하게 구사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의 외교는 이제 장기적 관점, 비설교적 태도, 그리고 내부의 반대나 관료적 마비상태로 인해 궁지에 빠지지 않는 전략적 결정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보다 호의적인 정치노선을 표방하고 (때로는 미국이 제공하는 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넉넉한 지원 보따리를 제공하면서 아세안과 재빨리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오랫동안 다자협력(多者協力) 체제를 기피해온 중국은 최근에 와서는 이들 기구에 가급적 많이 참여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미국을 배제한 가운데 동아시아정상회의 창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제 동남아 국가들에게서도 환영을 받고 있다. 친미적으로 보이는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을 우리의 대형(大兄, big brother)으로 맞게 돼 기쁘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과 모든 주변국 정부들 사이의 관계에 반영되고 있다.


동맹
중국의 부상은 이미 또렷이 느낄 수 있는 현실이 되었으나, 인도의 부상은 아직은 미래의 이야기에 속하는 측면이 더 많다. 인도의 1인당 GDP는 960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브릭스(BRIC) 대상 조사연구에 따르면 인도 경제는 2015년에 이르러 이탈리아 경제규모와 맞먹고, 2020년까지 영국경제를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는 2040년에 가면 세계 3위 경제대국임을 자랑할 것이다. 또 2050년까지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은 현 수준의 20배로 불어날 것이다. 이 같은 예측은 기대에 어긋나기 쉽고 용두사미로 끝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인도의 현행 성장률은 이 연구의 추정치보다 훨씬 높다는 점,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이 나라가 촉망되는 인구학적 프로필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가치가 있다. 선진 세계는 나이가 들어가고 있으나 인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젊은 인구, 다시 말해 노동력을 엄청나게 많이 보유할 것이다.


핵 능력
계류(繫留) 중인 미국-인도 핵 협정은 한편으로 순전히 경제적 시각의 세계화,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힘의 정치, 그 둘 사이의 긴장을 설명하는 흥미 있는 사례이다. 미국은 2007년 핵 협정의 협상을 통해 인도와의 관계를 한 차원 높였다. 이것은 대수롭지 않은 정책 이슈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핵 협정은 실로 빅딜이다. 성공할 경우 이것은 전략적 지형을 변경시켜 확고하게 그리고 돌이킬 수 없게 인도를 세계무대에 주역 국가로 올려놓을 것이며, 드러나지 않는 인도의 핵 위상을 정상화하고, 미-인 동반자관계를 공고히 할 것이다. 이것은 또 인도를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핵클럽 멤버들과 같은 지위에 올려놓을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에 따르면, 1968년 현재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합법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되며 그 이후 핵무기를 개발한 나라는 불법국가이다. (이것은 모든 조부조항(祖父條項) 즉, 기득권 보호조항의 근원이었다.) 1974년 핵실험을 한 인도는 핵 비확산체제 바깥에 머물러 있는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잠재적 글로벌 파워이다. 부시 행정부는 인도를 비확산체제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이 체제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아무튼 미국은 세계를 두루 돌아다니며 다른 나라들에게는 핵탄두를 조금만 더 늘려도 위험하고 부도덕한 짓이라고 설교하고 있다. 스스로는 수천 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인도 입장에서 미국과의 핵 합의는 아주 단순한 개념으로 정리된다. 인도는 중국과 비슷한가, 아니면 북한과 비슷한가? 둘 중 하나이다. 세계는 인도가 핵보유국임을 수용하고 인도는 그 대신 핵 프로그램을 최대한 안전하고 엄중하게 단속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인도의 주장이다. 인도는 33년간 미국의 제재를 받아오면서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보다 훨씬 가난한 나라였을 때도 그랬다. 인도를 이해하는 나라라면 인도가 핵무기의 포기를 고려조차 하기는커녕, 더 많은 돈을 이 부문에 기꺼이 지출할 것임을 잘 알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미국-인도 핵 합의는 인도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 합의는 에너지 수요에 긴요한 민간용 핵 기술에 대한 인도의 접근을 확대시키기는 하겠지만, 전반적인 경제발전 궤도에서는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도의 핵 포부는 국가적 자존심과 지정학적 전략의 문제이다. 인도의 여러 정치인들과 외교관들은 인도가 중국, 러시아, 기타 주요 핵보유국들과 비교해 항상 2등급 지위에 속할 것이라는 사실이 통 마뜩치 않다. 이들 국가에서는 단 1기의 원자로도 사찰을 받지 않고 있는 반면, 인도는 핵 프로그램의 최소 2/3를 IAEA의 감시 아래 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과의 불평등이 뉴델리 당국을 화나게 하고 있다. 인도 당국자들은 중국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게는 파키스탄을 통하여― 핵 확산을 사주(使嗾)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음을 은근히 지적하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중국과 민간용 핵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합의를 이루고 있다. 인도 당국자들은 자국이 확산에 관여한 전력이 전혀 없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국가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지난 30년 동안 그 같은 협력을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세계화와 지정학은 서로 다른 차원에서 작용한다. 인도인들이 “비확산 아야톨라(ayatollah)"로 일컫는 미국 내 핵 군축 주창자들은 미국과 인도 간 핵 협정에 반대하거나 인도가 분열물질 생산량을 제한하는 경우에 한해 이를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뉴델리 당국은 이렇게 말한다: “지도를 한 번 보라. 인도는 중국 및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그들은 모두 핵무기를  보유했으나 그 어느 쪽도 의무적 상한제에 합의하지 않고 있는 상태가 아닌가?”


(중국은 다른 주요 핵보유국들과 마찬가지로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이미 분열물질이 충분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인도는 의무적 제한을 일방적 핵 동결로 간주한다. 이 같은 전략적 현실은 미국의 계산에도 등장한다. 미국은 오랫동안 단일 패권국이 유럽이나 아시아를 지배하는 것을 반대해 왔다. 만약 중국에 대해서도 상응하는 제약을 하지 않고, 인도한테만 핵 능력에의 제한을 강요한다면, 힘의 불균형이 중국에 유리하게 크게 벌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미국의 파워
미국의 비밀 병기

대부분이 개도국으로 이루어진 대륙 아시아와 비교하면 미국의 우위는 분명해 보일 수 있다. 유럽과 비교하면, 많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미국과의 격차로 줄어든다. 유로 권역은 2000년 이후에는 미국과 거의 유사하게 인상적인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유럽은 외국인직접투자(FDI) 글로벌 총액의 50퍼센트를 유치하고 있으며, 때로는 미국에 버금가는 높은 노동생산성을 보이면서, 2007년 1월부터 10월 사이에 30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유럽은 높은 실업률, 경직된 노동 시장 등 자체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지만, 또한 보다 효율적이고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보건의료 및 연금 시스템 등의 이점을 가지고 있다.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유럽은 경제 분야에서 단기적으로 미국에 최대의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유럽은 결정적으로 불리한 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미국이 유럽과 대부분의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중대한 경쟁우위를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인구통계적인 측면에서 미국이 가지고 있는 역동성이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연구원은 미국의 인구는 2030년까지 6,500만 명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반면 유럽은 ‘사실상 인구 정체’가 계속될 것이며, 15세 이하 청소년들에 비해 65세 이상 고령층이 두 배 이상이 되면서, 고령화 사회를 강력히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인구통계상의 쇠퇴를 피하는 유일하면서도 정말 효과적인 방법은, 유럽이 더 많은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 경제의 미래가 훨씬 많은 수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에 달려있는 것이 현재의 정치적인 현실이지만, 유럽은 이민자 유입을 줄이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반면 미국은 모든 피부색과 인종,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상당한 수준의 융화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고 노동하는 역사상 첫 인류보편국가(universal nation)를 향해 가고 있다.


놀랍게도 인도를 제외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인구 구성에서 유럽과 유사하거나 더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일본?대만?한국?홍콩?중국의 출산율은 자연대체율 수준인 여성 1인당 2.1명보다 훨씬 낮다. 이는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향후 50년간 노동가능인구가 상당한 폭으로 감소할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일본의 노동가능 인구는 이미 정점을 지나, 2010년이 되면 2005년보다 300만 명이 줄어들 것이다. 중국과 한국의 노동인구 역시 향후 10년간 정점에 도달한 뒤에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인구 연령의 중앙값(median)이 2005년의 33세에서 2050년에는 45세로 상승하면서, 노인 인구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2030년이면 중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5세 이하 청소년 인구와 거의 같은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아시아 역시 유럽에 못지않게 이민을 수용하는 데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일본은 충분한 이민자들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여성들의 노동 참여를 완전히 허용하지도 않기 때문에 심각한 노동인구 부족이란 가능성에 직면해있다.


인구 고령화의 여파는 상당히 심각하다. 첫째, 연금의 부담 문제다. 감소된 노동인구가 늘어난 노년층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학자 벤저민 조운즈(Benjamin Jones)가 입증했듯이, 가장 혁신적인 발명가들과 압도적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자신의 최대 업적을 30~44세 사이에 이루어냈다. 다시 말해서 노동가능 인구의 감소는 기술, 과학, 경영학 분야에서 발전의 위축을 의미한다. 셋째, 노동자들은 고령화에 따라 순저축자에서 순지출자로 변하게 되는데, 이는 국가의 저축과 투자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안락하고 만족스러우며, 따라서 열심히 일하려는 의욕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선진국의 경우 잘못된 인구 구성은 치명적 질병이 된다.


미국에서 출생한 백인 인구의 출산율 역시 유럽만큼 낮은 수준이다. 혁신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는 무엇보다도 많은 수의 이민을 받아들인 결과에 따른 것이다. 외국 유학생과 이민 출신들이 미국 과학 연구자들의 50퍼센트를 이루며, 2006년의 경우 과학과 엔지니어링 분야 박사학위 취득자의 40퍼센트, 컴퓨터공학 분야 박사학위 취득자의 65퍼센트를 이룬다. 미국에서 폭발적인 생산성 증가가 다시 재현될 수 있을지의 여부, 나노기술과 바이오텍에서의 경쟁적 우위, 미래 창조 능력은 모두 이민 정책에 달려 있다. 만약 교육받은 외국 인재가 계속 미국에 남는 것이 가능하다면, 미국에서 혁신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귀국한다면 혁신도 그들과 함께 미국 땅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새로운 에너지를 활용하고, 다양성을 조율하며, 새로운 이민자들을 미국 사회에 동화시키면서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보면 바로 이 점이, 과거 영국의 사례라든지 이전의 모든 역사적 전례들과 미국을 구분 짓게 만드는 것이다. 역사적 전례들은 비대해지고 나태해진 강대국들이 자신들보다 야위고 굶주린 국가들의 부상에 직면하게 됐을 때 쇠락의 길로 접어들을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목적
새로운 세계, 새로운 법칙

현재 미국은 1945년 당시의 영향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아니, 2000년과 비교한다 해도 그렇다. 그러나 가장 완벽에 가까운 경제?정치?군사 그리고 문화적 파워로 구성된 여전히 다른 어느 국가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어느 나라도 가까운 장래에 미국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세계를 새로이 창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에 의해서 구축된 세계질서는 시급히 확대되고 보완될 필요가 있지만, 완전히 다시 만들어질 필요까지는 없다. 프린스턴대학교의 존 아이큰베리(John Ikenberry) 교수가 통찰력 있게 지적했듯이, 1940~50년대에 만들어진 서구 지향적 질서체제는 글로벌 무역의 확대, 새로운 파워의 부상, 그리고 협력과 분쟁 관리 메커니즘의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강대국간 갈등이나 국경 내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 같은 문제들을 언제나 쉽게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이 같은 문제들은 국제관계의 한계일 뿐, 특정한 질서체계의 한계는 아니다. 또한 핵무기와 억지력이라는 현실은, 부상하는 국가들이 경쟁국들을 위협하기 위해 무력을 과시하는 행위를 너무나도 “값비싼” 짓으로―자살 행위로― 만들어버린다.


나머지 세계의 부상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또한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프로세스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르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을 보장할 것이다.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남아공 그리고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다수의 국가들이 향후 수년간 모두 성공적인 행보를 계속하게 되면, 그 국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긴장의 불씨가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부상하는 신흥국가들 가운데 다수는 역사적 원한, 국경 분쟁 요인을 안고 있으며, 현대에 들어서도 서로 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민족주의는 경제적?지정학적 입지의 성장과 함께 커질 것이다. 자기네 지역 한 중간에서 패권국가가 부상하는 것을 우려하는 많은 국가들에게, 멀리 떨어져 있는 강대국인 미국은 마음 편히 접근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윌리엄 월포스(William Wolforth) 같은 학자가 지적했듯이, 어느 지역을 주도하는 세력의 성장은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시켰다. 이 같은 변수들은 지구상의 다른 많은 지역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또한 그 같은 프로세스는 기계적인 것이 아니다. (중국과 같은) 지역의 지배적 국가가 부상한다고 해서, 주변국(인도)이 미국과 공식적인 동맹을 모색하는 형태의 산술적인 균형 역학을 만들어내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는 그보다는 더 복잡하다. 그러나 이 같은 경쟁관계는 미국이 글로벌 질서의 중심에서 폭넓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9세기말 비스마르크의 주도로 독일이 유럽의 “정직한 브로커” 역할을 했던 것과 유사한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비스마르크는 독일이 주요 국가들과 긴밀한 양자관계를 맺도록 했다. 독일과 이들 국가들의 관계는 이들 주요 국가들 사이의 그 어떤 관계보다 긴밀한 것이었다. 이로써 독일은 유럽 시스템의 허브가 된 것이다. 오늘날 글로벌 브로커의 역할은 미국 정부 뿐 아니라 그 사회까지 참여해, 다양한 관점에서 그리고 모든 장점을 총동원해서 도전에 대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글로벌 이해관계 및 존재감, 완벽한 파워 포트폴리오, 다양한 이민 공동체를 가진 미국이 훌륭하게 해내도록 배울 수 있는 역할이다.


이 새로운 역할은 전통적인 슈퍼 파워의 역할과는 상당히 다르다. 이 역할에는 협의?협력, 그리고 심지어 타협까지 포함된다. 그것은 어젠더를 세우고, 이슈를 규정하며, 공조세력을 결집하는 데서 파워를 끌어낸다. 미국이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고마워하는 (혹은 침묵하는) 세계에 통보하는 하향식 위계질서가 아니다. 다수의 플레이어가 있는 세계에서는 어젠더를 세우고 공조를 구축하는 것이 파워의 주요한 형태가 되기 때문에, 그 역할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 사회에서 부드럽게 독자적인 입장의 이사진들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의장의 파워는 여전히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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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으로, 그리고 경제적 이유로, 미국의 파워를 사고 싶어하는 강력한 시장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보다 핵심적으로, 미국의 파워에 대한 강력한 이념적인 수요가 여전히 남아있다.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에 살고 싶은 아시아인들은 없다. 사람들이 동경하는 차이니즈 드림은 없다.” 싱가포르 학자 사이먼 테이(Simon Tay)의 설명이다.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소 전 브라질 대통령은 세계가 미국으로부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런 저런 무역에서의 양보 제의가 아니라, 미국의 이상적 가치를 확인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편적 이상을 규정하는 국가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오로지 미국만이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하드 파워와 밀접하고 정교하게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무대에서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그 두 파워의 결합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