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와 2부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급증을 비롯한 미국인들의 빚내기잔치와 갈수록 늘어나는 미국의 대외채무가 왜 지탱불가능한지, 연금을 비롯한 각종의 퇴직후급여 제도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지, 파생상품이금융과 경제 전체를 어떻게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3부와 4부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미국경제에 누적돼온 구조적인문제점을 지적하고, 그러한 문제점이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어떤 결과를 필연적으로 빚어낼 수밖에 없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그 결과로 인해타격을 입지 않으려면 각자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를 조언해준다.
2007~2008년에 걸쳐 금융위기와 경제불황이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확산되기 전에 저술하였기에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에서는 최근의 금융위기와 경제불황을 미리 경고해준 책으로 유명해진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월스트리트의 내막을 잘 아는 저자가 주로 미국인들에게 최근의 경제위기가 가진 심각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 쓴 책이지만, 미국경제의 영향을곧바로 받는 우리나라의 독자들도 이 책에서 불황을 극복해내는 데 요긴한 정보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마이클 팬츠너
미국의컬럼비아대학을 졸업한 뒤 20여 년 동안 뉴욕과 런던에 거주하면서 HSBC, 소로스 펀드, ABN 암로, 드레스트너 방크, 제이피모건 체이스 등주요 금융회사 여러 곳에서 펀드매니저와 경영자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는 금융분야의 전문가다. 특히 주식시장, 증권거래, 국제자본시장, 기술적분석에 밝다. 2008년 현재 뉴욕금융연구소(New York Institute of Finance)의 강연자이자 경제, 경영, 금융, 투자에관한 논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 책 외에 『주식시장 정글의 새로운 법칙(The New Laws of the Stock MarketJungle: An Insider"s Guide to Successful Investing in a Changing World)』과 『거인들이쓰러질 때(When Giants Fall: An Economic Roadmap for the End of the American Era)』가있다.
■ 역자 이주명
필맥 대표. 서울대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겨레」기자, 「이코노미 21」편집장, 「프레시안」 편집부국장을 지냈다. 지은 책으로 『아시아보고서』『손바닥금융』(공저)『손바닥 경제용어』(공저)가 있고, 『월스트리트 누구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나』『전염성 탐욕』(공역)『자유문화』『더 나은 세계는가능하다』『창조적 비판의 요령』등을 번역했다.
■차례
일러두기
머리말
들어가기
1부 위협요소
01 빚
02퇴직후급여
03 정부보증
04 파생상품
2부 위험
05 경제불안
06시스템위기
07 불황
08 초인플레이션
3부 파급영향
09 경제적영향
10 금융적 영향
11 사회적 영향
12 국제적 영향
4부 대비
13 계획
14투자
15 관계
16 삶의 태도
지은이 후기
옮긴이후기
찾아보기
금융 아마겟돈
1부 위협요소
빚
개인, 가계, 기업과 마찬가지로 각급 정부도 수입이 모자라면 빚을 내어 적자를 메워야 한다. 절제하는 태도가 남아있었던 시절에는 돈을 빌리는 것도 생산적인 자산을 취득하기 위한 여러 가지 타당한 금융전략 가운데 하나였다. 시정부가 하수처리시설을 건설하거나 기업이 창고를 짓거나 가계가 주택을 장만하는 경우와 같이 돈이 많이 들지만 꼭 필요한 일을 보다 쉽게 하는 데도 돈을 빌리는 것이 도움이 됐다. 일을 시작하는 단계에 기존의 재원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큰돈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특히 그러했다. 그래도 그런 시절에는 개인이나 조직체가 짊어지게 되는 빚의 규모에 제약이 가해졌다. 옛날 식의 절제와 성숙한 책임감이 전통적인 제약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몇십 년 사이의 변화로 인해 그와 같은 제약이 이제는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됐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언제나 물가안정을 자신의 사명으로 내세워왔다. 그러면서도 연준은 앨런 그린스펀이 의장으로 재직한 18년 동안에 사고방식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새로 갖게 된 사고방식의 바탕에는 물가불안의 조짐만 생기면 곧바로 금리를 인하하고, 통화금융정책을 통해 정상적인 경기순환의 일부인 하강국면을 아예 제거해버린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게다가 1980년대의 낙관적인 분위기와 1990년대의 호황이 많은 미국인으로 하여금 경제상황이 이따금 잠깐잠깐 악화될 수는 있겠지만 대체로는 계속 더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했다. 간혹 하강기류를 만나게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없다면 경제상황의 악화에 대비해 저축을 더 많이 하고, 돈을 빌리기를 자제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투자수익의 계속적인 증가, 주택 붐의 끝없는 지속, 그리고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연준의 태도가 미국인으로 하여금 낙관적인 생각을 갖게 했다.
금융시스템도 신용과 관련된 금융회사들의 태도와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절차의 측면에서 크게 변했다. 기술혁신은 금융회사들이 전에는 제공할 수 없었던 갖가지 금융상품과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했고, 그러한 금융상품과 금융서비스의 제공을 갈수록 더 효율화하고 촉진했다. 통신기술의 발달, 컴퓨터 사용능력의 비약적인 진전, 인터넷의 위력과 그 폭넓은 보급 덕분에 이제는 누구나 어떤 목적으로든 돈을 빌리는 일이 간편해졌다. 같은 이유에서 이제는 돈을 빌려줄 사람이나 금융회사를 찾아내는 일도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미국 정부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수십 년 전부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상수지 적자, 즉 소비와 생산의 격차가 국내총생산(GDP)의 7퍼센트에 가까운데다가 갖가지 공적 지급의무액의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지금의 미국과 같은 나라가 채권을 발행했다면 그 채권을 주저하지도 않고 사는 투자자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인들보다 미국경제의 실태를 더 잘 파악했어야 할 해외의 투자자들마저 미국경제의 악화된 상황에 대해 눈을 감았다. 이로 인해 미국 재무부채권의 발행잔액 가운데 해외에서 소유하고 있는 비중이 2006년에 42퍼센트를 넘어, 불과 6년 전의 30퍼센트에 비해 12퍼센트포인트나 확대됐다.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는 상황과 완만한 인플레이션으로 툭하면 돈을 빌리는 나쁜 습관이 미국의 소비자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졌다. 수많은 소비자가 돈을 빌려주겠다는 은행의 제안을 쉽게 뿌리치지 못했고,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수준으로 빚이 늘어나면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를 생각해보려고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가계부문이 세후소득 가운데 부채 원리금의 상환에 쓴 비중이 2005년 4분기에 13.75퍼센트라는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사실 온갖 종류의 금융회사들이 소득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도 돈을 빌려가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다. 특히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대출에 대해서는 금융회사들이 더 적극적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5년 봄에 미국의 주택소유자들 가운데 10퍼센트 정도는 소유주택에 대한 지분이 전혀 없거나 마이너스인 상태였고, 새로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는 거의 30퍼센트가 구매시점에 이미 지분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돈 없이도 부동산을 사기가 얼마나 쉬워졌는지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수치가 전혀 놀랍지 않다.
문제를 피해가는 데 사용된 또 하나의 방법은 대출승인의 기준을 낮추거나 대출계약의 내용을 완화하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특히 신용기록에 결함이 있거나 서류상으로 소득증빙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대출에 적용됐다.
그동안 신용시장에서 전개된 일들은 사람들의 경제적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의 금융시스템에도 영향을 주어 금리의 구조를 변경시키고 채무불이행 위험을 증가시켰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먼저 주목되는 것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대출이 차츰 무담보대출 위주에서 담보대울 위주로 바뀌어감에 따라 채무자들이 채무이행 능력을 상실하게 될 경우에 떠안게 될 재무적 부담이 점점 더 커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채무자가 파산신청을 한 뒤에도 채권자들이 채권행사를 할 수 있는 자산이 그 채무자에게 꽤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제도상으로는 지금도 채무자가 파산신청을 하더라도 자산에 대해 남아있는 지분을 신용카드회사 등 무담보 채권자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부 담보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유지하고 그 원리금의 상환을 계속하기로 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몇몇 중에서는 파산한 채무자에 대해 채권자들이 채권행사를 할 수 있는 자산의 종류에서 주택을 비롯한 일부 자산은 제외된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의 대출에서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면서 이런 장치들의 효과도 과거지사가 돼가고 있다.
이와 함께 고정금리 대출이 줄어들고 변동금리 대출이 늘어남에 따라 금리의 변화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커졌다. 주택소유자와 소비자들만 빚 부담이 늘어난 것이 아니다. 채권펀드 업계를 주도하는 회사인 핌코(PIMCO)의 윌리엄 그로스 전무가 말한 ‘금융기반 경제’ 덕분에 미국의 많은 기업이 혜택을 누리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주식회사 미국’ 전체도 빚 부담이 늘어났다. 국제결제은행(BIS)의 통계에 따르면 2005년에 미국 기업들의 해외 채권발행액은 전년에 비해 8퍼센트 늘어난 8360억 달러에 이르렀고, 그 가운데 순발행액은 1140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거의 3배로 늘어났다. 그러는 사이에 미국 금융회사들의 이익은 크게 늘어났다.
이 모든 빚내기의 문제점은 그 대부분이 전체 경제활동의 수준, 차입자의 소득, 담보자산의 가치 등이 빚의 원리금 상환을 보장하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상승한다는 전제 위에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전제가 성립된다는 가정은 심각한 결함을 가진 것임이 결국에는 판명될 것이다.
2부 위험
불황
역사를 돌이켜보면 돈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언제나 감정과 심리가 중요한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미래에 대해 낙관할 때에는 소비지출을 더 많이 하고 대출을 더 많이 받고 싶어 한다. 반대로 직장을 잃거나 내야 할 돈을 제대제때 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 들면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불필요한 구매를 줄이고 저축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이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숨 쉴 공간을 좀 더 넓혀놓으려는 행동이다.
사람들의 심리가 어느 한 방향으로 쏠리면 그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 특히 경제여건이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방향이 바뀌면 더욱 그렇다. 1980년대 초에 금리가 두 자릿수로 치솟고 경제가 깊은 불황에 빠지자 걱정이 된 소비자들이 소비지출과 대출을 급격하게 줄였다. 이에 따라 가계저축률은 10퍼센트 가까이로 상승했다. 그런데 통화당국의 정책이 극적으로 바뀌자 소비자들의 태도도 돌변했다. 1982년 중반에 65.4였던 미시간대학의 소비자심리지수가 1984년 1월까지 100.1로 급상승했다. 그 사이에 신규주책 착공건수와 자동차 판매실적을 비롯한 주요 경제지표들이 동반 상승했고, 가계부채도 늘어났다.
2006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그때에는 1980년대 초와 정반대 방향으로 경제가 움직였다. 소비자들의 심리도 마찬가지였다. 주식시장의 거품이 붕괴하면서 2001년에 경제가 잠시 침체되기도 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그 뒤에도 오랫동안 낙관적인 상태를 유지해오던 소비자들의 심리가 2006년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국이 극심한 불황에 다시 빠지지 않은 지 15년이 넘었으므로 대부분의 미국인은 웬만해서는 낙관적인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관성을 갖고 있었다. 그 결과로 많은 미국인이 정신적인 상태로 보나 가용재원으로 보나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에 대한 대비가 전혀 돼있지 않았다. 주식시장의 거품이 붕괴한 지 거의 6년이 지난 시점에도 가계부채의 규모와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채무원리금 상환비율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랐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06년의 분위기는 1929년에 주식시장이 붕괴한 직후, 그러나 경제가 여러 해에 걸쳐 계속될 불황에 빠져들기 직전의 낙관적 분위기와 비슷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일관성 없는 태도와 무능함에 연준의 갑작스러운 긴축조치와 시장에 대한 방임주의가 겹치면서 금융과 경제에 재앙이 닥치기 시작하면, 그리고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새로운 현실에 대한 각성을 폭넓게 불러일으킬 것이 틀림없다.
자산처분이 계속 이어지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가라앉고, 아마도 석유와 석유 관련 제품의 시장을 제외한 모든 일차산품시장도 무너질 것이고, 이러한 일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통해,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를 억누르는 간접적인 영향을 통해 경제의 참상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이다.
결국 곤경에 처했거나 과다한 부채를 안고 있는 투자자, 투기자, 소유자 등이 그동안 갖고 있던 자산을 점점 더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내놓으면서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바닥으로의 경주를 벌이게 된다. 왜냐하면 구매자가 될 만한 사람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상황에서 버려지거나 압류된 자산까지 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나오면서 판매자들은 그런 매물과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고통이 더욱 심해지면 사람들이 범인을 찾기 시작할 것이며, 사실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악당은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와해되는 자산시장의 틈새 구석구석에 사기와 횡령의 증거들이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거품의 시기에 이익의 충돌에 의해 왜곡된 엉터리 가치평가에 토대를 두고 이루어진 자산운용이 많았음이 드러날 것이다. 무능함, 탐욕, 사기행위 등이 원인이 되어 헤지펀드, 보험회사, 증권회사를 비롯한 수많은 금융회사가 도미노 쓰러지듯 잇달아 파산하게 되면 사람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게 될 것이다. 돈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결코 사람들이 용서하거나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보복의 욕구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개인이나 각급 정부와 마찬가지로 많은 기업도 절박한 재무적 곤경에 몰리게 될 것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그리고 가용재원이나 경쟁우위의 요소를 적게 가진 기업일수록 결국은 무너질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이라고 해서 무사하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특히 낡은 브랜드, 투자나 대출영업을 느슨하게 하는 금융회사, 덩치에서 나오는 관성력에 의존하는 습성을 갖게 된 대기업 등이 취약할 것이다. 결국에는 한때 우량기업 가운데서도 가장 우량한 기업으로 여겨졌던 대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해서 그 잔해가 미국을 뒤덮을 것이다. 또한 1990년 이후에 붐을 이루었던 사모펀드와 차입매수가 파괴되고 남은 파편들이 그 속에 뒤섞이게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공포가 확산되는 환경에서는 사회적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경영자들과 노동자들 사이, 부자들과 가난한 사람들 사이, 직장을 다니는 노동자들과 실직한 노동자들 사이, 가진 자들과 못 가진 자들 사이에 갈등과 격렬한 충돌이 일상화될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사회적인 긴장이 계속되다 보면 알코올 중독, 마약 남용, 가정 내 폭력이 늘어나면서 경제와 사회가 더욱 혼란해질 것이다. 워싱턴의 정치권에서, 언론에서, 심지어는 거리에서도 희생양을 찾는 움직임이 전개될 것이다. 경제적인 손실을 입었거나 그 밖의 이유로 곤경에 빠진 사람들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면서 공공연하게 탓할 대상을 찾을 것이고, 그런 대상이 눈에 띄면 그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은 묻지도 않을 것이다.
법률의 변화와 무관하게 금융부문은 오랜 세월 계속돼온 허술한 대출관행, 과도한 위험부담, 방만한 경영이 초래하는 파괴적인 부작용을 겪게 될 것이다. 아마도 소규모 금융회사들과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 저축회사들이 가장 먼저 파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흐르면서 파산하는 금융회사가 점점 더 늘어나, 결국은 대공황 이래 가장 많은 수의 금융회사가 파산하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몇십 년간 계속된 신용팽창의 잔치가 급속히 냉각되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일차산품시장을 비롯한 모든 시장이 붕괴하고, 경제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점점 더 많은 대규모 금융회사가 파산의 위기에 몰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연방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연준은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또는 어느 조직이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서 빠르게 밀려오는 재앙의 파도를 막아달라는, 히스테리에 가까운 압력이 폭넓게 형성될 것이다.
일찌감치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거나 그렇게 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던 연준이 그제야 비로소 태도를 갑자기 바꿀 것이고, 공격적인 통화금융 정책으로 대응하는 경우에 초래될 결과에 대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사실 그때쯤에는 연준으로서는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것이다. 연준은 스스로 자신의 어깨에 멨던 절제의 멍에를 벗어 던지고 통화공급 확대의 방향으로 마음껏 질주할 것이다. 연준이 이렇게 행동하면 그것은 거대한 화해의 두 번째 국면이 시작됐음을 알려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3부 파급영향
경제적 영향
불황과 초인플레이션이 겹쳐서 일어날 앞으로의 재앙은 어리석거나 부주의한 사람에게는 거의 피해갈 수 없는 이중위험이 될 것이다. 그러한 재앙이 실제로 닥치면 미국인들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것의 허구적인 성격을 뼈저리게 깨닫게 될 것이다.
재앙의 첫 단계에서는 빚은 많은데 저축을 비롯한 자산은 그리 많이 갖고 있지 못한 사람들, 또는 이미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는 370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재앙이 초래하는 고통과 궁핍의 대부분을 떠안게 될 것이다. 경제난이 전면적인 불황으로 전환되면 고용의 증가가 점점 더 느려지다가 결국은 거의 멈춘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될 것이고, 가장 힘들고 하기 싫은 일거리도 찾아내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런데 실업률 상승의 원인이 반드시 기업들이 직면하는 불확실성이나 소비수요의 감소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적한 바 있듯이 중국과 인도, 그리고 옛 소련 국가들이 자본주의 경제로 돌아서면서 모두 15억 명에 이르는 이들 나라의 노동자들이 지구적 노동력에 편입되고 있는 것도 미국의 노동시장에 추가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내외 요인들도 물론 노동시장을 압박할 것이다. 노후용 자금과 연금을 충분히 준비해놓지 못한 사람들은 65살에 은퇴하려던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죽는 날까지 노동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경제사다리의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치게 될 것이 틀림없고,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들 사이의 격차, 심지어는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이긴 하나 그리 대단한 부자는 아닌 사람들 사이의 격차도 최근 몇십 년 동안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다.
재앙이 경제위축에서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으로 확산되면 부의 파괴와 사람들의 궁핍화가 전개되는 새로운 국면이 시작될 것이다. 위기의 이 두 번째 국면은 대체로 채권자, 부자,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 이런저런 방식으로 뭔가를 축적해놓은 사람 등을 주로 덮칠 것이다. 특히 초인플레이션의 영향이 극적인 형태로 폭넓게 파급될 것이다. 위기의 첫 번째 국면에서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은 현금, 사업, 금융자산이 위기의 두 번째 국면에서 또 다시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전반적인 삶의 질은 20세기 말의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의 태도가 거칠어지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다. 일상적인 삶의 조건이 전반적으로 나빠지는 가운데 사회분위기도 침울해질 것이다. 웅덩이가 파인 도로, 깨진 창문, 오염된 해변, 잔디가 무성하게 자란 빈 집, 길가에서 구걸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사람, 집을 잃고 노숙자가 된 어른과 아이 등을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부정적인 정서에 빠지기 쉽다.
미국인들이 당연히 계속 유지되리라고 믿었던 완충판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사회안전망, 팽창적인 재정정책, 공격적인 통화정책이 모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상태에서는 그러한 완충판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때쯤이면 조세수입의 감소에 따라 정부가 불가피하게 추진하게 된 급격한 예산감축으로 인해, 또는 금융회사들의 대출축소 움직임으로 인해 공적부조 프로그램과 정부의 핵심적인 공공서비스 가운데 사라지거나 파산하는 것이 늘어날 것이다.
덫에 걸려 절박한 상태로 몰린 수많은 보통의 미국인이 전면적인 경제적 재앙이 폭넓게 미치는 파급영향에 제대로 대처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괴로움, 원망, 죄의식, 좌절감 등에 사로잡힐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러한 감정이 분노로 표출되는 빈도가 점점 더 잦아질 것이다. 그러다가 이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동안 수치심과 자포자기에 빠져있던 사람들이 이제는 복수를 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갖게 될 것이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파업, 끝없이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 세금인상과 실직에 항의하는 행진, 식량이나 연료의 가격 상승이나 사회복지 혜택의 박탈을 계기로 일어나는 소요 등이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될 것이다. 항의시위가 점점 더 자주 일어나게 되면서 행동에 나서기를 주저하던 사람들까지도 항의시위에 가담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사회분위기는 갈수록 더 악화될 것이다. 어디를 바라보아도 두려움과 불안감이 팽배해 있을 것이다.
4부 대비
계획
앞으로의 현실상황은 사려 깊은 계획과 의사결정을 요구할 것이다. 그동안 몇십 년 동안 계속된 신중하지 못한 소비지출과 턱없는 낙관주의는 당연히 분별, 신중함, 주의력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미국인들은 오늘을 위해서만 살고 내일은 잊어버리거나 빚을 너무 많이 지고 저축은 너무 적게 하는 대신에 고난과 역경이 오랫동안 계속될 것에 대비해 몸을 웅크리고 스스로를 다잡아야 할 것이다. 경제라는 파이 전체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므로 축소지향의 사고를 해야 할 것이다. 간소화하고 통합하고 규모를 줄여야 하며, 불필요하거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다 제거해야 한다.
앞으로 닥칠 위기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해서 필요한 대비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람은 무일푼의 처지가 될 수도 있다. 누구나 지출계획에서부터 생활습관과 생활수준에 대한 태도에 이르기까지 돈 문제와 관련된 모든 것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러나 정보전달의 시차와 세계경제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더 나은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징후를 알아볼 수 없게 가려버리는 경우에는 시나리오별로 각각 어떤 태도와 조치가 적절한가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런 경우에 도움이 될 만한 전략이 몇 가지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최선의 상황을 희망하되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누구나 이 영원한 격언을 마음에 담아두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무책임하고 성급했던 과거의 후유증에 갇혀 있을 때 나만이라도 현실의 난관을 극복해내려면 엄청난 용기와 끈기와 결의가 필요할 것인데 이런 것들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의 내면에서 끌어낼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최선의 전략은 채무를 줄이고 가용재원을 늘리는 것이다. 특히 자금차입이나 자산축적과 관련된 터무니없는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 보유자원의 구성은 개인적인 상황과 경제에 대한 전망에 따라 달리 결정돼야 한다. 더 나아가 각 개인과 기업은 미래에 필요하게 될 것을 예상해보는 데 그치지 말고 미래의 가용재원도 예상해보고, 그것이 부족하다고 여겨질 경우에는 그것을 어떻게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경제적 상황이 사회의 응집도를 훼손하고 상황에 편승하는 범죄가 점점 더 확산될 것이므로 그러한 범죄를 통해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자기 자신이나 자기 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할 것이고, 무엇이든 일관성을 상실하거나 누락된 것이 없는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할 것이다.
고용과 관련된 현실의 환경은 크게 악화될 것이 분명하며, 따라서 유사시에 소득을 확보할 수 있기 위해 사업가 정신을 길러둬야 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사회적, 금융적 안전망이 축소되는 가운데 경제적 재앙이 오래 계속되면 생존을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므로 각자가 어느 정도는 자립할 수 있는 방도를 갖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정치적 변화도 언제든지 각 개인의 재무적 상태에 커다란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위협요소다. 온갖 종류의 세금이 다 인상되는 상황이 전개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납세자들이 본격적으로 들고일어날 조짐을 보이기 전에는 정부가 경제적?사회적 질서의 붕괴에 대응해 시민적 자유를 제한하는 등의 역행적 규제 조치를 취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역행적 규제조치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추가적인 세금인상의 원인이 될 것이다. 어쨌든 현금 보유와 예금인출에 대한 제한에서부터 저축계좌나 뮤추얼펀드에 예탁된 돈의 강제적인 환전,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에 대한 일시적 영업중단 조치, 금이나 은 등 특정한 종류의 자산에 대한 소유금지 조치나 몰수, 여행에 대한 규제, 심지어는 계엄령에 이르기까지 이례적인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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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을 마지막으로,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덜 중요하지는 않은 한 가지를 더 들자면, 지진이나 허리케인과 같은 자연재해든 인위적인 재해든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재해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중요한 컴퓨터 자료파일은 백업을 해두되 가능하다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저장장치에 백업을 해두어야 한다. 중요한 서류, 각종 계좌의 번호, 의료관련 정보, 보험금 청구를 할 때 필요한 신분증명서와 보험계약 내역 등은 안전하면서도 언제나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곳에 보관해두어야 한다. 극심한 변화와 부단한 요동의 시기가 앞으로 펼쳐질 것이며, 그런 시기에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보를 놓치지 말고, 언제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고, 적절한 계획을 수립해놓고 늘 재점검해야 한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