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 이후

   
홍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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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 책 소개
세계를 뒤덮고 있는 글로벌 위기 수습시나리오! 

『디플레이션 속으로』『세계 경제의 그림자, 미국』의 저자 홍성국이 세계를 뒤덮고 있는글로벌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한다. 위기의 근본적 원인인 신자유주의에 대한 해부에서부터 위기에 대한 한국의 대응책과 자산시장 전망에이르기까지, 위기 그 이후를 대비하는 데 필요한 방안과 전망을 담았다. 


저자는 이번 위기가 그린스펀의 말처럼 10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위기를 넘어서는,인류 역사상 최초로 나타난 위기라고 말한다. 지금 나타난 불황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나타난 전 지구적 불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지금의글로벌 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보다도 더 큰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전개된다.


1부는 글로벌 위기의 원인과 확산 과정을 다룬다. 부채 경제의 발생과 진행 과정, 파국에따른 정책 대응 등 일련의 흐름들과 이데올로기의 기반이 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글로벌 위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21세기 세계의 성장엔진으로 등장한 이머징 국가에서 성장의 축배가 어떻게 독배로 전환했는지 살펴본다. 


2부는 해결 과정의 변수와 전망을 논한다. 저자는 위기에 대해 분명한 인식과 공유, 신뢰를기반으로 한 국제 공조를 통해 인류 공동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환율 절하, 금리 급등, 주가와 부동산의 폭락으로 큰 피해를 입은한국이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그 방법을 살펴보고, 자산시장에 대해 전망을 내놓는다.


■ 저자 홍성국
대우증권 상무. 서강대학교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증권에 입사, 투자분석부장, 기업분석부장을 거쳐 현재 리서치센터의 센터장으로 있다. 저서로는 『디플레이션속으로』『세계 경제의 그림자, 미국』이 있다.


■ 차례
들어가며


1부 지축이 흔들리고 있다!


1장 마지막 호황 
01 신자유주의, 절대선이 되다! 
02 방종, 그리고 파국


2장 부채의 바벨탑 
01 빚으로 지탱하는 미국 
02 부채의 세계화
03 신용파생상품의 비극 


3장 글로벌 공황의 뿌리 
01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02 시장인가 정부인가
03 나비의 날갯짓 : 위기의 세계화 


4장 세계화의 그림자, 이머징 마켓 
01 누드 경제 
02 아나키즘을 향하여
03 투자의 시대 
04 내려가지 않는 물가 
05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회 


2부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5장 패권과 헤게모니 
01 신냉전 시대로 
02 헤게모니 전쟁 
03미국인가? 중국인가? 
04 혼돈 속의 현상유지 


6장 생존의 6가지 조건 
01 위기에 대한 명확한 인식 
02 신뢰의 복원
03 체제 전환 의지 
04 모럴 해저드의 제거 
05 미국의 자구 노력 
06 미래를 위한 인류 공동의 투자


7장 극복 과정의 변수들 
01 달러는 안정될 것인가 
02 부동산 시장은어디로 
03 재정은 건전한가 
04 경기 부양과 디플레이션 
05 생산력이 감축될 수 있을까 
06 원자재 가격의 향방은
07 역 마샬 플랜의 가능성 


8장 위기, 그 이후를 위하여
01 한국의 대응 
02 글로벌 위기 수습시나리오 
03 자산시장 전망 


부록 - 구조화 | 신용파생상품의 구조
마치며





글로벌 위기 이후


지축이 흔들리고 있다!
방종, 그리고 파국

1990년대 IT기술의 발전으로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는 신경제 효과와 신자유주의의 접목으로 저금리 현상은 일반화되었다. 짧은 기간에 세계적 차원에서 초저금리 현상이 유발한 막대한 유동성은 경제성장률을 높였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세계 경제 호황의 본질은 저금리 효과가 가장 컸다. 비록 3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계 시장은 금융을 매개로 완벽하게 연결되었다. 장기 호황은 필연적으로 소비 증가를 수반한다. 소비가 늘면 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2005년까지 경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세계화 현상의 정착에 따른 글로벌 아웃소싱 증가로 선진국의 생산원가는 오르지 않았다. 물가 안정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되자 세계는 무한히 성장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졌다. 가히 인류 전체가 맞은 첫 번째 호황이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따른 저금리와 물가 안정 속의 고성장은 그동안 인류가 꿈꿔왔던 바로 ‘멋진 신세계’였다.


그러나 이머징 국가의 경제가 폭발적 성장을 보이면서 2006년 이후에도 원자재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가공 단계별 물가는 한국과 거의 똑같다. 다만 중국의 경우 위안화 절상과 낮은 인건비로 물가 상승 정도가 낮았으나 점차 선진국과 유사하게 변하고 있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유발한 물가 상승이 신자유주의와 신경제로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결국 21세기 호황의 기초 조건인 저물가, 저금리 구도가 붕괴된 것이다. 물가와 금리 상승 속에서 경제가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나 대안이 있었다. 부채에 의존한 신용파생상품이라는 ‘마약’이 돈을 끊임없이 공급하자 호황은 2007년 여름까지 이어진다.


2005년 하반기를 고비로 선진국 경제는 물가 상승 압박 때문에 성장률을 낮춰야 할 운명에 직면한다. 미국 등 선진국이 금리를 올리자 세계 경제는 어느 정도 자발적인 조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확장 본능의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 원칙을 금융시장에 강요했다. 2008년 글로벌 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된 자산의 유동화 현상과 신용파생상품 거래가 급속히 확산된다. 모든 자산을 증권화해서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게 되었고, 빚(레버리지)을 낸 후 수학적 방법을 통해 다양한 투자가 가능하게 되었다. 레버리지 기반하의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커지게 되면 당연히 시중 자금은 크게 늘어난다. 2005년 하반기 이후 세계 경제가 금리 상승에 따른 조정기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까지 2년간이나 고속 성장을 지속하게 된 것은 바로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커진 결과다. 신용파생상품을 통해 공급한 자금이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의 주식, 채권, 부동산 등으로 이동하면서 유동성을 자체 생산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 고성장 속에 금리와 물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주가와 부동산도 강세가 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다. 지역 구별 없이 모든 자산 가격은 오르기만 했다. ‘신자유주의의 성공’ ‘세계화의 완성’ ‘신경제의 정착’ ‘이머징의 질주’ 등 많은 수식어로 포장한 채 2007년 중반까지 세계 경제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호황을 맞이한다.


물가, 금리, 자산 가격, 원자재 가격이 모두 상승하는 상황을 경제학은 설명할 수 없다. 경제학뿐 아니라 어떤 학문으로도 해석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21세기, 특히 2005년 이후 지속됐다. 많은 학자들이 위험성을 경고하기 시작했지만 구조적인 불균형 속에서 세계 경제와 자산 가격은 상승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경고음은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세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미국에서 발생했다. 2007년 2월, 우려하던 서부프라임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2007년 7월 말 서브프라임 위기가 재인식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 서브프라임 대출을 기초로 만든 부채담보부증권에 투자한 투자회사들의 손실 우려가 현실화되었다.


미국의 금융 위기는 2008년 초를 기점으로 글로벌 위기로 확산된다. 영국은 모기지 업체인 노던록을 국유화해서 사태의 확산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영국의 부동산 버블은 미국보다 더 과했기 때문이다. 부동산발 위기는 영국뿐 아니라 스페인, 이태리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고성장을 구가하던 이머징 국가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주가 하락을 시작으로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도 하락하면서 원자재 수출국의 경기는 더 얼어붙고 있다. 러시아 주가가 2008년 5월 말 이후 급락한 것은 유가 하락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글로벌 위기가 사회 불안과 정치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유가마저 하락하게 되자 실물경제 침체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굳어졌다. 글로벌 위기의 끝을 가늠하기 어렵게 되었다.


드디어 운명의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를 시작으로 AIG보험, 워싱턴 뮤추얼 등 유수의 세계적 금융기관들이 일거에 사실상 파산했다. 위기는 투자은행뿐 아니라 안전하게 여겨졌던 상업은행으로도 확산되었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부동산과 투자은행의 문제가 그토록 우려하던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금융 시스템 전체가 파괴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안전 채권에 투자하는 MMF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자 자금시장 전체가 마비되었다. 이에 미국은 9월말 무려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2008년 9월 마지막 주를 기점으로 미국의 금융 위기는 완전히 세계화된다.


10월 중반을 넘기면서 세계 전체는 ‘위기’에서 공황적 상황으로 치닫는다. 주가는 폭락하고, 부동산은 거래가 끊겼다. 정부가 아무리 자금을 공급해도 실세 금리는 내리지 않았다. 금융 기관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상실되었고 신뢰의 위기는 국가 간에, 그리고 금융기관 간에 번져갔다. 2008년 10월말 현재 미국을 포함한 모든 선진국들은 자본주의를 포기했다. 은행에 대한 채무 보증은 그나마 미미한 조치였다. 급기야 세계는 개별 국가만의 산발적 대응으로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고 인식한다. 국제 공조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국가 이기주의 때문에 성과는 미미하다. 글로벌 위기 과정에서 국가 간 이해관계 상충으로 인해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글로벌 공황의 뿌리
나비의 날갯짓 : 위기의 세계화

이데올로기 시대가 마감하면서 경제 주체가 국가에서 기업으로 전환되었다. 실제로 글로벌 경제의 상당 부분은 국가 간섭 없이 유지되고 있다. 공기업은 대부분 민영화되었다. 국가는 환율, 금리 등 주요 경제 변수를 관리하지만 시장의 요구를 후행적으로 반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제 변수도 관련 국가와 보조를 맞춰야만 환율과 금리가 안정되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방향은 대동소이하다. 이미 세계 경제에서 국민국가는 사라진 게 아닐까? 국가 내부의 관료 사회에 민간 경제 전문가들이 입성하면서 국가와 시장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국가는 시장에 끌려 다니고 있다. 국가 중심주의가 아니라 ‘시장 근본주의’ 시대다. 경제의 근본인 시장은 신자유주의 원칙 하에 빠르게 세계화되었다. 특히 경제 분야의 결합도는 ‘단일경제권’ ‘지구촌 경제’란 용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될 정도로 점점 강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가 모두 연결된 것이 정말 경제에 좋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이번 글로벌 위기는 사실 세계화 때문에 그 피해가 더 컸다. 위기의 세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나비의 이중성(?)
나비효과란 단순한 나비의 날갯짓이 여러 경로를 통해 폭풍으로 변할 수 있는 것처럼 상호 연결성으로 인해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표현은 상호 연결성의 증대를 설명하기 위한 적절한 비유로 사용되어왔다. 따라서 나비효과는 연결성이 높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연결성이 높아지게 되면 긍정적인 요인들은 아주 빠르게 반영된다. 지난 5~6년간의 경기 호황은 전 세계가 동시에 경험한 호황이었다. 나비가 훈풍을 유발한 셈이다. 반대로 세계에 해악이 되는 문제는 더 빠르게 전염시킨다. 미국의 금리 정책이 세계 경제를 흔들듯이 이머징 국가의 사소한 정책 결정도 세계 경제 전반에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나이지리아 석유 노동자의 파업은 유가를 통해 세계 경제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준다.


상호 연계성 증대에 따른 단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최근과 같이 경제가 악화되면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지구 전체가 피해를 본다. 일부에서는 폐쇄 국가인 북한이나 미얀마 등은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북한이나 미얀마도 글로벌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저가에 원유를 공급받기 어려워졌다. 또한 비료 가격 상승으로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고, 한국의 경기 침체로 북한에 대한 ‘퍼주기’도 어려워졌다. 전 세계 어떤 정권도 세계화의 날갯짓을 피할 수 없다.


위기의 세계화
글로벌 위기로 금융시장 문제가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있지만 지구촌 전체가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가별로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진행되었던 과거의 금융 위기는 국가별로 위기의 사회화를 통해 빠르게 해소되었다. 그러나 글로벌 위기는 전 세계 모든 나라로 하여금 금융 부실의 사회화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사회화란 국가의 재정 투입이나 전 국민의 고통 분담을 의미한다. 금융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까지 글로벌 위기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로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둔화될 수 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 하락 때문에 소비심리가 침체되어 내수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 주식이나 부동산이 전혀 없는 일용직 노무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문제가 자신의 생활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도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중국과 베트남의 장밋빛 미래를 보며 장기 투자했던 60대 투자자는 노후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의 주체가 될 정부는 곤경에 빠진다. 금융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손실이 사회회됨에 따라 명분이 약하다. 일용직 노무자나 해외펀드 투자자에게 공적자금을 투입할 명분이 없다.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매입해줄 경우 건설사의 잘못을 세금으로 해결하는 셈이다. 미국에서 구제금융이 부결되었던 것도 월가 금융 귀족들의 잘못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체계적인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더군다나 그동안의 신자유주의로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정부는 방조 내지는 촉진자였다는 과거도 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고착화된 결과 어느 국가든지 해외발 위기의 해소 과정에서 도덕성에 대한 논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유발한 이번 글로벌 위기는 상호 연결성의 비약적 증가 때문에 해결이 더욱 어려워졌다. 위기의 세계화 상황에서 돌파구는 없다!!!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생존의 6가지 조건

① 위기에 대한 명확한 인식
위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중요하다. 아직까지 세계 전반적으로 위기감은 미약한 편이다. 각국 정부의 다양한 구제책으로 그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형성되어 있다. 특히 어느 국가에서나 사회의 엘리트 그룹은 여전히 주기적인 금융 위기 정도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이번 위기로 큰돈을 벌어볼까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첫 번째 수순은 글로벌 위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신용파생상품이 전 지구를 흔든 지금의 글로벌 위기는 불과 10년 전의 닷컴 버블이나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와 같이 역사상 존재했던 수많은 거품의 붕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난 40년간 지속된 주글러 주기(Jugler Cycle)라는 10년 주기 경기 사이클의 반복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번 글로벌 위기는 과거 버블 붕괴와 크게 다르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불황도 아니다.


글로벌 위기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로 위기의 범위를 확대해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 구조의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세계 전체가 공감해야 한다. 국가와 세계의 지도자 모두 글로벌 위기에 내재된 위험성에 동의해야 한다. 개인들도 자신이 글로벌 위기에 완전히 노출되었다고 인식해야 한다. 한마디로 글로벌 위기에서 예외는 없다는 인식만이 본격적 해결을 위한 기초가 된다.


② 신뢰의 복원
글로벌 위기가 유발한 첫 번째 위험은 가장 확실한 자산만을 선호하는 현상이다. 금융시장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믿지 못하는 상황, 즉 신뢰의 기반이 상실되었다. 금융시장의 신뢰의 위기는 실물경제로도 빠르게 전이된다. 글로벌 위기는 개인 간, 개인과 기업 간, 그리고 기업 간의 계약 이행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불신 풍조는 자체 증폭하게 된다. 정상적인 상거래가 축소되면서 경기는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 이후 해결을 위한 전제 조건은 신뢰 복원이다. 신뢰의 복원은 국가 간의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한 국제 공조 체제의 확립, 두 번째로는 위기 해결 과정에서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 그리고 대리인에 대한 신뢰로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


③ 체제 전환 의지
세상을 바꾸는 본질적인 변화는 위기에서 출발한다. 토마스 쿤은 그 유명한 『과학혁명의 구조』란 책에서 “과학은 고정 불변의 것이 아니라 혁명에 의해 단절되고 교체된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혁명을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자연과학보다는 사회과학에서 더 많이 사용된다. 그의 이론을 사회과학으로 부연 설명하면 작은 진보가 진행되는 국면에서 사회는 크게 발전되지 않지만, 진보가 누적되어 특별한 계기를 맞아 자체 폭발할 경우 사회는 혁명적 변화를 보인다고 재해석할 수 있다. 인류의 진화가 불연속적으로 나타났듯이 사회 변화도 불연속적으로 나타난다. 바로 글로벌 위기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가져오는 사건이다.


글로벌 위기는 신뢰의 상실이 가져온 세계 전체 시스템의 위기다. 이번에 현재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수정을 가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는 위기의 연속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2008년 10월 20일자에서 자본주의는 언제나 위기를 낳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라기보다는 운영의 문제”로 글로벌 위기를 분석했다. 


④ 모럴 해저드의 제거
글로벌 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체 하중으로 악화될 수 있다. 강한 리더십으로 빠른 대응을 할 때 추가 악화를 막을 수 있다. 공적자금을 투입할 명분을 세우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부실 책임자의 처리와 향후 발생할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향후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에도 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다. 검은 거래로 싼 값에 정부 자금을 사용하려는 시도는 어느 국가에서나 발생한다.


금융권에 대한 정부 지원으로 자금 수혈을 받는 기업들도 간접적으로 정부 지배를 받게 되는 효과가 있다. 당분간 세계는 자원 배분이 시장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 이루어지게 될 전망이다. 왜곡된 자원 배분은 모럴 해저드를 유발한다. 자금을 수혈받은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정치권의 압력으로 현실에 안주할 경우 글로벌 위기에서 탈출하기란 불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재무장관과 구제금융 담당자가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도 골드만삭스가 AIG에 대규모 자금이 묶여 있기 때문에 리먼브러더스는 부도내고, AIG는 살렸다는 의혹이 거론되기도 했다. 구제금융의 처리 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와 모럴 해저드 방지는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신뢰 복원이 절실한 금융시장에서 모럴 해저드 문제가 재연된다면 정부의 리더십 상실로 이어지면서 더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해진다.


⑤ 미국의 자구 노력
미국은 여타 선진국과 다르게 성장한 국가다. 역사상 최초의 신생 독립 국가였으며 신흥 개발도상국이 패권을 쟁취한 신화적 국가이다. 미국 정치학회 의장을 역임한 세이무어 마틴 립셋은 『미국 예외주의』란 책에서 미국이 여타 국가와 다르다는 표현으로 미국주의(Americanism)를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간주했다. 그는 미국의 가치관을 소득의 평등보다 방해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자유, 즉 개인주의로 간주한다. 미국에서 사회주의가 발붙이지 못하는 이유도 평등보다는 자유가 더 우월한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다른 국가와 확실히 다르다. 미국은 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미국 이외 국가에 강요한 최초의 국가다. 개인의 도덕적 책무에 대한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압력을 기반으로 20세기 번영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미국은 존경받을 만하다. 미국의 자긍심과 우월감은 스스로 미국을 세계와 다른 예외적 국가로 간주했다. 세계는 미국과 미국 이외 지역이 있을 뿐이라고 판단해왔다. 그러나 미국주의는 복합적이고 양면적이다. 사회적 평등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가치로 취급하면서 개인과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이중적으로 변화시켰다. 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반드시 보장해야 하지만, 사회가 나 이외의 또 다른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꼭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사회는 개인으로서의 ‘나’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 사고는 미국 내부를 분열시켰고 결국은 글로벌 위기를 몰고 온 원인(遠因)이 되었다. 미국이 변해야만 글로벌 위기는 근본적으로 해소된다.


⑥ 미래를 위한 인류 공동의 투자
Green is green : 녹색 성장이 모멘텀?
오바마 신임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직후 밝힌 국정의 최우선 4대 어젠다 중 최우선 과제로 중산층 구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금융 위기와 관련된 사안이 두 가지, 마지막으로 장기 성장 동력 확보 방안으로 롱테일 경제학적 측면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청정에너지, 보건의료, 교육, 중산층 세금 감면 등 네 가지를 예시했다. 미국의 구제금융 법안에도 신재생에너지 지원 등 녹색 성장 지원 정책이 포함되었다. 한국도 녹색 성장을 현 정부의 강력한 정책으로 이미 제시했다. 생태학자들은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평균 36조 달러로 평가하고 있는데, 세계 GDP의 합계가 약 55조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녹색 성장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 물꼬를 돌리는 것이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각국 정부의 녹색 성장은 정치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위기로 기업과 사회 모두가 어렵기 때문에 녹색 성장보다는 당장의 자금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획된 환경 관련 투자를 줄일 수 있는 호기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녹색 성장이 자신의 임기 내에 성과를 과시하려는 선출직 공무원의 단발성 정치 공약이 돼서는 안 된다.

녹색 성장은 시장이 무궁무진하다. 기존 성장의 보완재가 아니라 녹색 성장으로 경제 전체의 성장이 가능하도록 경제 체질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장 방식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세계 모든 국가가 녹색 성장을 위해 투자를 늘린다면 글로벌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Green(환경에 대한 투자) is green(달러의 색깔인 녹색)이다.



위기, 그 이후를 위하여
자산시장 전망

글로벌 위기로 전 세계 자산시장은 대혼란에 빠져 있다. 신규로 저평가된 자산을 매입하는 것보다는 과거에 매입한 자산의 축소에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레버리지를 통해 자산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실세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자산 가격은 하락하고 이자 부담이 커진 상태다. 전 세계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지금같이 현금이 그리운 때가 없었을 것이다. 정치 투자자들도 손실이 크다. 워런 버핏도 손해가 막심하다.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각국의 연기금이나 대학 기금들도 상당한 내상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규로 자금이 들어오기보다는 자산 가격이 상승할수록 오히려 자산을 처분하려는 욕구가 커질 수 있다. 자산 가격 속도가 워낙 빨라서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위기 이후 자산시장 전망은 아주 단순하다. 공급 과잉, 경기 침체, 고금리, 레버지리 축소라는 기초 환경에다 경기의 방향성을 도입하면 자산 가격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2008년 4분기 현재 어떤 자산도 투자 매력도가 크지 않다. 동시에 모든 자산이 비슷하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전망
부동산은 기초 환경이 가장 어렵다. 신규 매입은 고사하고 고금리로 대출 이자 내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글로벌 위기가 해결되어도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당분간 부동산시장의 방향성은 세계 전체가 유사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이 완벽히 결합된 상태에서 글로벌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 미국 주택 가격 안정이 자산시장 전체의 화두
현재 미국의 주택 경기는 최악의 상황이다. 가격 하락뿐 아니라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주택 차압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미 2008년 상반기 말 현재 약 74만 호 정도 주택이 차압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평소 4개월 정도였던 주택 재고가 11개월 수준으로 늘어난 상태다. 미국 정부는 차압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크게 인하했지만 모기지 금리는 여전히 내리지 않고 있다. 그나마 주택 착공이 줄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미국의 주택 수급이 안정적으로 전환되려면 2009년은 넘겨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가격 하락 폭이 크기 때문에 수급이 균형을 이룬다면 주택시장의 안정 가능성도 높아진다. 글로벌 위기의 출발이 미국의 주택 버블에 있었고 부실 규모도 가장 큰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 주택 가격의 안정 여부는 전체 자산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판단된다. 주요 변수는 주택 재고, 모기지 금리, 달러 가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중국은 시간이 해결할 듯
중국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2003년~2007년 중 부동산 경기 과열이 심각했다. 부동산 경기 과열 과정에서 해외 자본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글로벌 위기로 해외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부동산시장 불안정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글로벌 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경우 중국 부동산의 반등 속도는 가장 빠를 것으로 판단된다. 부동산에 있어 사회주의적 관점이 희미해졌고, 9억 명으로 추산되는 농촌 인구의 도시에 대한 선망은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도시 주택 가격은 주가와 더불어 이머징 국가 경제 회복의 신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구조적 전환기에 돌입한 한국
당분간 한국의 주택시장은 침체가 불가피하다. 많은 미분양과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부동산시장 침체는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위기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를 제거해도 한국 부동산시장은 구조적 전환기에 돌입하고 있다. 글로벌 위기 해결 이후의 부동산시장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네 가지 사회 변동 요인을 살펴보자!


21세기 들어 한국의 부동산은 철저히 양극화되어 움직여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강북과 강남으로 양분되어 가격 차가 크게 벌어졌다. 한국 부동산시장이 양극화된 것은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부양책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일까?


① 수급 불일치: 지방의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긴 상태에서 신규 주택 공급이 지방을 중심으로 2005년 이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인구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반면 수도권은 외환위기 당시 주택 건설이 적었던 후폭풍과 경제적 집중으로 오히려 주택이 부족해졌다. 수급 불균형이 발생한 것이다.


② 사회와 문화의 변화: 외환위기 이후 결혼 연령이 크게 높아졌다. 출산율도 세계에서 가장 낮다. 반면 1인 가구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인구는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인구 1천 명당 400호 이상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300호도 안 된다. 특히 수도권이 부족하다. 주로 저소득층인 수도권의 1~2인 가구들은 자금력의 한계 때문에 강북과 소형 평형 아파트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고령화 현상도 소형 평형에 대한 수요를 늘린다.


③ 금리와 경기가 변수: 금리 부담에 따른 주택 매울 증가가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글로벌 위기로 수입이 감소하고 주식 투자 손실로 가계의 자금 여력이 줄어든 상황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주택 가격이 오르기 힘든 상태다. 향후 부동산시장은 경기와 금리의 영향력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④ 사회 양극화: 사회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는 현상이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건설사들은 경쟁적으로 고가 주택을 짓고 있다. 그러나 고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절대 인구는 줄고 있다. 과거에는 중산층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서 고가 아파트를 매입한 후 양도세 면제 기간이 지난 후 되팔아 부를 축적해왔다. 문제는 새롭게 주택을 구입할 만한 중산층이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야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위기를 중산층이 얼마나 잘 버텨내는가는 경제뿐 아니라 부동산시장에서도 핵심 화두다.


증권시장 전망
- 시간은 ‘기회’의 편에 있다.
글로벌 위기가 정리되기 이전인 2009년 초반까지 주식시장은 전 종목이 동행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경제지표의 변동에 따라 주가 흐름이 결정될 것이다. 시장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낮은 상태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금융적 측면의 위기가 고비를 넘기기 시작할 때 장기적 관점의 투자자들은 역사적 저점에 위치한 우량주식을 조금씩 사들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솔직히 장기 전망이 어렵다. 선입견을 배제한 채 변화한 투자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대응이 필요하다.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주식뿐 아니라 모든 자산은 가치가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글로벌 위기는 극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본질가치 이하로 하락한 종목은 시간이 흐를수록 위험에서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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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예측보다는 대응이 중요하다. 그러나 금융 위기가 진정될수록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걷히게 되기 때문에 점차 예측 가능한 시장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 과정에 진입할 경우 투자자에게 어떤 주식을 사서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느냐의 문제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주가의 정확한 바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낙폭이 큰 우량주를 하락 시마다 분할해서 3년쯤 기다린다는 각오로 매입해보자!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